경기필하모니, 베를린에서 윤이상 탄생 100주년 공연 펼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17일(현지시각)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이 활동했던 독일 베를린의 콘체르트하우스 무대에 섰다. 이번 공연은 ‘윤이상 탄생 100주년’을 맞아 베를린 뮤직페스티벌(Musikfest Berlin)이 마련한 ‘윤이상 데이’ 행사의 초청공연으로, 아시아 오케스트라가 초청받기는 경기필하모닉이 처음이다. 이날 경기필하모닉은 윤이상의 대표 교향곡인 예악(禮樂)과 무악(舞樂)을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동양의 사상과 음악기법을 서양 음악어법과 결합하여 완벽하게 표현한 최초의 작곡가’라는 평가를 가져온 곡들이다. 예악은 전통 궁중음악처럼 ‘박(拍)’을 치며 시작됐고 박은 곡의 형식을 나누는 역할을 했다. 서양 음악은 지휘봉의 움직임으로 음악의 시작과 진행을 알리는데 우리 음악의 지휘봉 역할을 맡는 것이 박이다. 예악은 1966년 독일 도나우에싱겐에서 초연됐는데 제례적이고 장엄한 의식을 표방해 윤이상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긴 작품이다. 무악 역시 한국적인 음색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윤이상이 한국 음악의 역사에서 수천 년 동안 전승됐던 춘앵전(임금의 생일잔치 연에서 추던 꾀꼬리 춤)을 연상하며 이 곡을 작곡했다고 전해진다. 꾀꼬리 춤을 추는 무용수와 이를 둘러싼 유럽 구경꾼들을 음으로 표현했다. 대비되는 두 그룹은 서로를 관찰하며 또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곡을 구성한다. 춘앵전을 추는 무용수가 오보에를 통해 형상화되는 점이 특징이다. 윤이상은 ‘다른 오케스트라 악기들(서양)이 유리 상자 안에 놓여 있는 오보에(동양)를 살펴보는 것과도 같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윤이상의 제자였던 도시오 호소카와의 작품도 연주하고, 소프라노 서예리가 협연했다. 윤이상의 딸 윤정 씨와 남경필 경기지사, 정기열 경기도의회의장, 이경수 주독일한국대사 등은 공연을 관람한 뒤 경기필하모닉 단원들을 격려했다.성시연 경기필하모닉 단장(41·여)은 “한국사람에 의해 연주되는 윤이상의 음악을 들려줬고 테크닉적인 해석이 아니라 한국의 정신이 부여된 음악을 들려줬다”며 “잊혀 가는 한국의 작곡가 윤이상의 이름을 다시 무대로 불러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베를린 = 한진경기자

[아침을 열면서] 집권세력의 고정관념, 안보위기 심화시킨다

아메리카 신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서양 역사에 위대한 탐험가로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그는 냉소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영국 총리를 지낸 보수당의 윈스턴 처칠은 노동당을 누가 세웠는지를 놓고 주변에서 논란을 벌이자 “창설자는 콜럼버스”라며 참견했다. 그러면서 “콜럼버스는 출발할 때 어디로 가는지 몰랐고, (신대륙에) 도착하고서도 어딘지 몰랐다”고 했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네 번이나 탐험했는데도 처칠의 말대로 그곳이 어디인지 몰랐다. 인도 서쪽일 것이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그랬던 것이다. 반면 후발주자였던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신대륙을 살피고 나서 ‘미지의 신세계’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어떤 선입견도 배제한 채 냉철하게 판단했던 것이다. 그 결과 아메리고 베스푸치는 신대륙에 자신의 이름을 영원히 새길 수 있었다. 콜럼버스가 고정관념을 버렸다면 신대륙엔 그의 이름이 붙었을 것이고, 처칠도 노동당을 조롱할 때 그를 들먹이지 않았을 것이다. 출범 4개월이 지난 문재인 정부를 보면서 콜럼버스를 떠올린 건 집권세력의 고정관념도 보통이 아닌 것 같아서다.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기는 ‘역대급’이다. 북한은 대량살상무기의 모든 체계를 갖추게 됐다. 수소폭탄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부가 분석하는 대로 북한이 아직 완벽하게 만들진 못했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그걸 완성하는 건 시간문제다. 북핵은 한반도 안보 지형과 역학을 완전히 바꿔놓은 ‘게임 체인저’가 되어 버렸다. 물론 정부도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책을 가다듬고 있다. 대북 대화보다는 제재에 무게를 싣기 시작했고, 집권 전엔 반대했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를 임시로라도 배치한 것은 잘한 일이다. 북한의 공격에 대비한 3축 체계(선제타격의 킬 체인, 미사일방어체계, 대량응징보복) 구축을 서두르기로 한 것도 옳은 판단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안보를 담보할 수 없다. 북한의 가공할 비대칭 전력에 맞서 우리를 지키려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대비를 해야 한다. 고정관념에 얽매여서는 그런 대비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정부가 보이는 태도는 답답할 정도로 완고하다. 미국 전술핵을 들여와 ‘최소한의 핵균형’을 이루자는 주장에 국민 전체는 물론 민주당 지지층에서도 찬성여론이 더 높게 나오지만 대통령부터 “안 된다”며 간단하게 묵살해 버린다. ‘전술핵을 도입하면 북한에 비핵화 원칙을 들이밀 수 없다’는 논리에서다.이런 관념에 빠져서 비대칭 전력의 차이를 상쇄할 과감한 발상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집권세력을 보면서 북한은 회심의 미소를 지을 것이다.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북한 핵 포기용 압박카드나 도발 억지용 카드로 쓰지 않고 처음부터 선택지에서 배제해 버린다면 북한은 안심하고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할 것이다. 여권에선 “북한 핵무기는 미국을 의식한 자위적인 것이며, 남한 침략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김정은이 얼마 전 “서울을 단숨에 타고 앉으며 남반부를 평정할 생각을 하라”고 했는데도, 여권 인사들은 태연하다. 이들은 북한 정권의 선의를 믿는 것 같다. 대화를 하면 다 잘 풀릴 걸로 믿는 것 같다. 하지만 북이 진실로 선의를 보인 적이 있는가? 위장된 선의로, 대화 제스처로 각종 지원을 받아내고, 그걸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다 들통이 나면 모든 약속과 협정을 파기했던 그들 아닌가. 남한 적화통일도 공언해 온 그들 아닌가. 북한의 이런 본질을 집권세력이 외면하고 고정관념의 환상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위기는 한층 심화할 것이다. 이상일 가톨릭대 초빙교수·전 국회의원

학부모 혼란만 부른 사립유치원의 변덕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18일 예정된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을 놓고 주말 동안 세 차례나 ‘철회’와 ‘강행’ 입장을 반복하는 등 아이들을 볼모로 한 행태를 보여 공분을 사고 있다.더욱이 정부의 어설픈 대응까지 더해지면서 학부모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사고 있다. 특히 ‘집단 휴업’이라는 급한 불을 껐지만 재정지원 등 사립유치원 측이 주장하는 사안들이 단기간에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것이어서 ‘보육대란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17일 교육부와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이하 한유총) 등에 따르면 교육부와 한유총은 지난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이달 18일과 25~29일 예정한 집단휴업 결정을 전격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사립유치원이 요구한 유아학비 지원금 인상에 대해 노력하고, 감사 문제와 관련해 사전교육과 지도점검을 병행하기로 뜻을 모았다.그러나 한유총은 다음 날인 16일 새벽 “양측이 합의한 ‘공·사립 구분 없는 평등한 학부모 지원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빠져 있었다”며 예정대로 집단휴업에 나서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이에 교육부는 같은 날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사립유치원을 상대로 감사·유치원 폐쇄 등 엄정조치하겠다며 강경 입장을 밝혔다.하지만 한유총은 이날 밤 돌연 “집단휴업 철회에 나서겠다”며 또다시 입장을 바꿨다. 이들은 17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업을 철회하게 된 이유는 교육부가 한유총을 유아교육정책 파트너로서 인정하고 정책참여를 보장했다”면서 집단휴업 철회 방침을 재차 설명했다.이같이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이라는 사안을 두고 휴업 철회와 강행, 또다시 철회 결정이 반복되자 학부모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주말 동안 이어진 이 같은 한유총의 행태로 맞벌이 부부들은 18일 연차를 놓고 주변 지인들과 상의하는가 하면 자신들이 다니는 회사에 연차 신청 및 취소를 반복하는 등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학부모 A씨는 “유치원이 월요일(18일)에 집단 휴업에 나설 것 같아 연차를 신청했다”면서 “자신들의 잇속 챙기기를 위해 아이들을 볼모로 한다는 것 자체가 지탄 받아야 할 행태”라고 지적했다.일부 학부모들은 휴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사립유치원 명단을 만들어 공유하자는 움직임까지 보였다. 명단작성을 제안한 학부모 B씨는 “우리끼리라도 휴업하는 강경파 사립유치원 명단을 만들어 내년 유치원 보낼 때 참고할 수 있도록 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또 경기도교육청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긴 한 학부모는 “아이를 유치원에 인질로 잡힌 학부모들은 언제 또 일방적으로 당할지 모른다”면서 “확고한 시스템과 매뉴얼을 정착시켜달라”고 정부에 호소했다.이에 대해 경기도사립유치원연합회 한 관계자는 “사립유치원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학부모들에게 그동안의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가정통신문 등을 만들어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한유총이 ‘집단휴업’ 철회 결정을 내렸지만, 학부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비상체제에 돌입하는 등 돌발상황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이번 한유총의 집단휴업 철회 방침으로, 도내 사립유치원 1천98곳은 18일 정상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사립유치원 측이 주장하는 국·공립유치원 증설 중단과 재정지원 확대 등은 정부 입장에서 수용하기 어렵거나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사안이 아닌 만큼 ‘보육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김규태·정민훈기자

도로공사 폐도 관리 허술 ‘불법 주차장’ 전락

한국도로공사가 지난 2001년 영동고속도로 북수원 나들목을 이전하면서 발생한 폐도(廢道)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폐도에 장기 방치차량은 물론 무분별한 불법 주차 차량들로 사고 위험은 물론 도시 미관을 저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도공은 지난 2001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산 108번지 일대 북수원 나들목을 지금의 파장동으로 이전했다. 이후 도공은 발생한 폐도(3천500여㎡) 부지를 그간 주차장으로 임대를 줘 사용하다가 지난해 8월 계약이 만료됐다.계약 만료 후 도공은 폐도를 매각하려했지만, 계속 유찰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다. 해당 폐도 부지가 도로와 도로 사이에 위치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이유라고 도공 측은 설명했다. 문제는 폐도 부지와 마주한 일부 부지를 골재와 용접 등 민간 사업체 2곳에 매각하면서 이들 업체 차량들이 드나들 수 있도록 콘크리트 방호벽을 열어놓으면서다. 차들이 무분별하게 열어놓은 방호벽을 통해 이리저리 드나들면서 불법 주정차를 서슴지 않고 있는 것이다.현재 폐도 부지에는 장기 방치차량은 물론 주말과 야간 시간대 불법 주정차 등으로 마치 주차장을 방불케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일대에 주정차하려는 차량들이 도로와 섞이면서 교통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이날 오후 2시께 폐도 부지 일대에는 ‘도공에서 관리하는 국유지로서 7월28일까지 주정차 된 차량은 이동해 달라’는 내용의 색이 바랜 계고장이 앞유리에 부착된 트럭 등 장기방치 차량 여러 대가 세워져 있었다. 또 불법 주차된 승용차와 트럭 등도 여러 대 눈에 띄어 이 일대를 지나가는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택시운전사 K씨(55)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각종 차량들이 마구잡이로 세워진 채 방치돼 있어 보는 사람마다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라며 “안전을 위해서라도 관할하는 행정기관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폐도는 이용하지 않는 도로이기 때문에 사실상 관리에 소홀할 수 있는 면이 있다”라며 “장기 방치된 차량은 고발 조치 후 폐차 처리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다. 폐도를 온전한 상태로 매각할 수 있도록 관리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권혁준ㆍ수습 박인배기자

수년째 찬밥 먹는 아이들 “우리도 따뜻한 급식 먹고 싶어요”

지난 15일 낮 12시께 수원 권선구의 한 초등학교. 이 학교에는 식당이 따로 없는 탓에 아이들 급식이 교실에서 이뤄지고 있다.일명 ‘배식차’라고 불리는 장비를 이용해 음식을 교실까지 운반, 아이들은 교실 각자 자리에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음식을 운반하는 배식차에 보온·보냉 기능이 없어 반찬 등이 식은 채로 아이들에게 제공되고 있었다. 학부모 P씨(42)는 “한참 자라나는 아이에게 식은 밥을 먹일 수밖에 없다니 어이가 없다”며 “차라리 보온 도시락이 훨씬 안심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 K씨(47) 또한 “학교 급식이 대규모로 이루어지다 보니 힘든 것은 알지만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아 아이들이 찬밥을 먹지 않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경기도 내 일부 학교에서 보온·보냉 기능이 갖춰지지 않은 급식시설로 인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식사가 제공되지 않고 있어 학부모들의 불만이 급증하고 있다. 17일 경기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수원시내 초등학교 절반 이상인 51곳에서 이동급식(반별배식)을 실시하는 등 열악한 급식 여건을 갖추고 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도 각각 19곳, 4곳이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확인됐다. 수원뿐만 아니라 경기도 전역으로 범위를 넓혀 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도내 전체 학교 2천367곳 중 582곳, 약 24.5%에 달하는 학교가 교실에서 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경우 3곳 중 1곳 꼴(1천237곳 중 415곳)로 이동급식을 진행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학부모들은 혹시 모를 식중독 등의 위험까지 우려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이동급식에 사용되는 배식차 중 보온·보냉 기능이 있는 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최대한 음식이 식지 않도록 미리 배식하지 않고 교실이 먼 곳은 거리를 계산해 시간을 조절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은 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보온·보냉을 유지한 채로 배식을 하는데 어렵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밥, 국 등은 이중 덮개를 이용해서 식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대한 시간 조절을 잘해 아이들이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예산 등 여건이 되는 학교부터 식당을 짓는 등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유병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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