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지는 법도 가르쳐주자!

김용식 우리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일이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큰 조직이든 작은 조직이든 또 어른들의 세계나 아이들의 세계에서 1등은 한 명뿐이고 그 한 명의 1등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패배와 좌절의 쓰라림을 맛봐야 한다. 설혹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모든 분야에서 1등은 하기 힘들다. 인간이라는 것은 일상적인 패배나 예의적인 승리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지는 연습을 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다른 사람과 타협할 줄 알고 자신의 의견이 채택되지 않더라도 자존심 때문에 우울증이나 신경증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꾸준히 교육을 받고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는 것을 배운다는 이야기는 타인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남의 몫을 존중해주고 남에게 양보할 줄 아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의 개성이나 능력 그리고 감정들을 긍정적으로 자각할 때 우리는 타인의 몫을 생각한다. 지면서도 남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으로 남을 위하고 사회를 위하며 나라를 위하는 사람이다. 이 같은 주장은 단순한 말의 성찬이 아니다. 지는 방법을 알지 못하고 사회에 나간 사람들 대부분은 지는 자신을 어쩌지 못해 좌절하고 실망하기 쉽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강박감을 갖고 사는 사람들은 패배로 인하여 쉽게 좌절에 빠지게 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알지 못한 채 뒤처지게 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마찬가지로 이기는 법은 뱃속에서 터득하고 나오므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구태여 이를 따로 가르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남에게 지는 방법은 부모나 선생님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선거철이 돌아오면 모두가 이겨보겠다고 아우성이다. 상대를 헐뜯고 욕하고 싸우면서 선거를 한다. 아마 이들이 어려서부터 지는 것을 배웠다면 남을 헐뜯고 욕하지 않고도 1등 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늦었다고 할 때 시작하면 늦지 않는다. 이제부터라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지는 법도 가르쳐 주자. 그래서 우리 후대에는 지금과 같이 이기기 위해 싸움질하는 사회가 되지 않고 훌륭하게 자란 사람만이 모여 여유 있고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자. 김용식 ㈔인천시서구발전협의회장

[변평섭 칼럼] 中國, 의정부에 세운 ‘안중근 동상’은

변평섭 1637년 매서운 겨울바람이 몰아치는 남한산성에서 인조 임금은 세자와 조정 대신 5백명을 거느리고 청나라 태종 앞에 이마를 세 번 땅에 닿는 굴욕적인 항복의 예를 행했다. 그러나 한 쪽에서는 항복을 반대하는 세 사람의 신하가 통곡하며 흐느꼈다. 윤집, 오달제, 홍익한. 역사는 이들을 ‘삼학사(三學士)’라 기록하고 있다. 청 태종은 철군하면서 이들 삼학사를 세자와 함께 인질로 끌고 가 심양에 유폐시켰다. 그러나 삼학사가 그곳에 가서도 협박과 고문에 굴하지 않자, 청 태종은 이들을 처형했다. 청 태종은 그러면서도 마음으로는 조선에서 잡혀 온 삼학사의 정신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그는 ‘삼한산두(三韓山斗)’라는 글을 써 비석을 세우게 하고 삼학사의 위대한 정신을 기리게 했다. ‘태산처럼 크고 북두칠성처럼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불행히도 이 비는 1960년대 ‘홍위병의 난’ 때 파괴됐다가 지금은 가까스로 복원돼 발해대학 교정 한 쪽에 세워져 있다. 그런데 최근 1909년 안중근 의사가 만주 하얼빈역에서 일본의 이토 히로부미를 통쾌하게 저격하던 모습을 재현한 동상이 경기도 의정부시에 세워져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동상이 만들어진 계기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3년 6월 하얼빈 만남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당시 시진핑 주석이 안중근 의사의 동상 제작을 지시했는데, 청 태종이 처형한 우리 삼학사들의 위대한 정신을 기렸던 것처럼 그도 역시 안의사의 불타는 독립정신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동상을 만든 ‘차하일’ 학회는 민간단체이지만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 기능을 수행하는 곳이어서 더욱 그런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동상을 보는 순간, 안중근 의사의 부릅뜬 눈과 꽉 다문 입, 권총을 꺼내려는 오른팔의 힘찬 꺾임, 하얼빈 벌판에서 불어오는 북풍에 휘날리는 외투 자락… 결연한 독립정신에 대한 경외가 느껴진다. 이 동상은 중국 하얼빈에 세워졌고 똑같은 모양의 동상이 지난 5월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도 이제야 공식 발표되고 의정부역 광장 근린공원에 세워지게 된 것. 사드 문제로 인한 중국과의 냉기류 등이 공개를 지연시킨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이 안의사 동상에 신경을 쓰는 것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일본의 침략에 시달리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일 것이다.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총을 겨누는 안의사의 결연한 모습은 13억 중국인들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고 그래서 우리나라와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드 문제로 빚어진 중국의 경제 보복은 너무 동떨어진 발상이다. 불과 380여 년 전 우리 ‘삼학사’의 절개를 기리는 비를 세운 것처럼, 그리고 이번에 안중근 의사 동상을 세운 것처럼, 한국이 비록 작은 나라이지만 이 지구상 어느 민족보다 강한 자존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중국은 알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한 사드 때문에 한국을 찾고 싶어 하는 관광객의 발길을 끊어버리고, TV에서 한류의 프로그램을 지우며 중국 진출 한국기업에 보복을 가하는 것은 대국답지도 않고 한국과 역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도 역행하는 것이다. 부디 의정부시에 안의사 동상이 세워지는 것을 계기로 중국은 우리의 좋은 이웃으로 다가오길 바란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경기도를 빛낸 인물] 병자호란때 순절한 조선의 문신

1590년 증광 문과에 병과로 급제, 예문관검열이 됐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강화 선원촌으로 피난했다가 왜군 토벌과 명나라 군사 접대로 공을 세워 승지에 발탁됐다. 1601년 대사간이 됐으나 북인의 배척을 받아 정주목사로 좌천, 이후 지방관을 전전하다가 1608년(광해군 즉위년) 잠시 한성우윤·도승지를 지낸 뒤 계속 한직에 머물렀다. 1617년 폐모론(廢母論)이 일어나자 이에 반대해 벼슬을 버리고 원주로 거처를 옮겨 화를 피했다. 인조반정 후 판돈녕부사에 기용됐고, 이어 병조·예조·이조의 판서를 역임, 정묘호란 때는 서울을 지켰다. 1636년 병자호란 때 묘사(廟社)의 신주를 받들고 빈궁·원손을 수행해 강화도에 피난했다가 이듬해 성이 함락되자 성의 남문루에 있던 화약에 불을 지르고 순절했다. 일찍이 고문(古文)과 시를 배웠다. 성혼과 이이의 문인으로서 황신·이춘영·이정구·오윤겸·신흠 등과 친밀했으며, 당색이 다른 정경세와도 도학으로써 사귀었다. 시와 글씨에 뛰어났다. 작품으로는 평양의 숭인전비 및 풍덕군수 장인정의 비에 남긴 전액(篆額)이 있다. 시조로는 ‘오륜가’ 5장, ‘훈계자손가’ 9편이 전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제공

[기고]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 그리고 시선

이국진 ‘아름다운 것은 사랑받지만, 아름답지 않은 것은 사랑받지 못한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 테오그니스가 기원전 6세기에 한 말이다. 미(美)를 추구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아름다움을 탐하는 욕망은 태초부터 시작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인가? 오늘날 대중매체는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의 욕망을 부추기며, 매일 수많은 미용 관련 광고를 쏟아낸다. 상업주의와 자본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문화 속에서 초연하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동질성을 요구하는 무언의 사회적 압박과 주변사람을 따라 하려는 심리가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외모를 중시한다는 뜻인 외모지상주의란 용어는 미국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새파이어가 처음 사용한 말로 원어는 루키즘(lookism)이다. 2000년도 신문 칼럼에서 외모를 인종, 성별, 종교, 이념에 이어 새로운 차별요소로 지목하면서 부각되었다. 외모가 곧 사람 사이의 우열을 가르는 기제로 작동되어 외모에 집착하는 사회 풍조를 일컫는 말이다. 아름다워야 우월한 위치에 서고, 아름다워야 사랑받는 세상이다. 그래서일까? 시대마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다르지만, 여성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때론 무모하고 때론 목숨을 위협받으면서도 멈출 줄 몰랐다. 중국 근대에 성행했던 전족, 태국의 소수민족인 카렌 여성들이 목에 여러 층의 황동으로 된 링을 끼워 다녔던 전통, 서양의 코르셋 등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가학적이고 그릇된 문화들이 있었다. 패션의 완성은 하이힐이라는 말이 있다. 하이힐을 신으면 몸매 교정과 자신감이 동시에 상승된다는 이유에서 패션리더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하이힐을 신고 걸으면 발가락이 받는 압력으로 엄청난 고통과 무지외반증, 족저근막염, 척주후만증, 무릎관절염, 혈류순환장애와 같은 심각한 질환이 생긴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이러한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패션계의 무한애정을 받았던 하이힐. 그런데 최근 하이힐을 신는 여성의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수 년 전부터 굽이 없는 단화나 운동화와 같은 심플하고 편한 신발이 패션가를 휩쓸고 있다. 거리에서 많은 여성들이 운동화를 신고 활보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커리어 우먼들은 고급스러운 슈트와 운동화를 패션아이템으로 삼아 역동적이면서 파워풀한 이미지를 연출해냄으로써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기도 한다. 패션은 시대 시대마다 그 시대의 사회상과 고유한 문화를 반영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간 패션계에서는 ‘예쁜 것이 선(善)’이었던 소비패턴에서 실용성을 선택하는 최근의 괄목할만한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관습과 유행이라는 미명하에 획일적으로 행해진 미의 기준이 누군가에게 일방적이고 불편하고 억압적인 것이라면 재고해 봐야 한다. 아름다움이란 이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인간 개개인의 행복과 취향, 만족도를 바탕으로 할 때 그 의미를 갖는다. 따라서 미에 대한 관점과 해석이 다양해질 때 고품격 문화, 인간중심의 문화로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국진 칼럼니스트·커뮤니케이션 강사

[경제프리즘] 고단과 적막

▲ 이정학 이 세상에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고 하지만 현실 세계에 존재하려면 국가나 개인이든 친구가 필요하다. 미국은 우리에게 한국전쟁에 유엔을 대표하여 참전한 우방으로 수십년의 세월을 함께 해왔다. 이 사실을 부인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와 비교하여 한중 수교 25주년이 되는 중국은 현재 미국을 제치고 경제 교역 규모에서 1위가 되어 한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다해왔다. 하지만 한국전쟁의 쓰라린 경험으로 그 어느 누구도 중국을 우방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미국과 중국이 우리에게 어떤 친구인지 한번 깊게 생각해보고 정리할 필요가 생긴다. 우리는 친구하면 안재욱이 번역하여 부른 저우지엔화의 노래 ‘친구(朋友)’가 떠오른다. 그 이유는 아마 가사 중에 ‘친구야 일생동안 함께 가자(朋友一生一起走)’처럼 사업도 함께하고 마음도 평생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를 얻길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지만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있는가 생각해보고 대부분 낙담을 한다. 젊은 시절 모두가 마음을 나누는 친구라고 여겼는데 세월이 흐른 후에 보니 이해관계만 남아있고 심우(心友)는 없는 것 같다. 덩리쥔의 노래 ‘당신만을 생각합니다(我只在乎)’의 가사 중에 ‘살면서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얼마나 만날 수 있겠는가, 생명을 내준다 해도 아깝지 않을 그런 사람을 말이에요’처럼 죽을 때 한 명의 친구가 있었다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는데 진실한 친구 하나 두기가 얼마나 어렵고, 얻는다면 그 대가로 목숨도 아깝지 않다고 한다. 개인도 이런데 온갖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국가 간에 진정한 우방이라고 여기기는 더욱 어렵다. 친구에는 경제적인 이익을 위하여 사업을 하는 친구와 진실한 마음을 나눈다는 지기(知己)로서의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친구(朋友)를 한 글자씩 보면 붕(朋)과 우(友)로 朋은 두 개의 月로 월의 본뜻은 조개 패로 화폐를 나타내어 이익이 일치되어 함께 일하는 무리가 ‘朋’이고, 友는 양손을 함께 잡고 일을 하는 것으로 뜻이 통하고 마음이 합치되는 벗을 나타낸다. 붕(朋)과 우(友)에 종종 대비되는 말로 ‘고단(孤)’ 과 ‘적막(寂寞)’이 있다. 주변에 이익을 같이하며 일하는 무리가 없으면 고단한 것이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없으면 적막한 것이다. 중국이 함께 사업을 잘 해오다가 사드 보복을 하니 우리의 앞길은 고단할 수밖에 없고, 미국은 마음을 나눈 벗으로 진실한 우방인 줄 알았는데 같은 이유로 압박을 가하니 우리는 마음 둘 곳이 없어 참으로 적막하다.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은 경제적인 이익을 함께하던 무리는 떠나가 앞길이 고단하고, 한편으로 마음을 나누던 친구는 노골적인 압박을 해와 스산한 느낌이 들 정도로 적막하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알대일로를 제창하며 G2에 만족하지 않고 현재의 G1인 미국을 넘어서는 위대한 부흥 중국몽(中:중국의 꿈)을 부르짖고, 미국은 세계 최강대국의 마지노선인 강군의 면모를 한국에서 실현시키려고 동분서주하는 그 한가운데에 한국이 끼여서 고단하고 적막한 것이다. 수천 년의 우리 역사가 증명하였듯이 지정학적 위치를 감안하여 스스로 강해지기를 게을리하지 않고 상대방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각인시켜서 우리만의 제3의 길을 창조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정학 한중경제문화 이사장

[사설] 임금 압박에 해외로 가겠다는 업계 외침 / 산업부, 입 막을 생각 말고 대책 세워라

지난 10일 묘한 해프닝이 있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통상임금에 대한 입장’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선진국보다 인건비 부담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생산시설의 해외 이전을 언급한 부분이다. 성명은 “국내 생산을 줄이고 인건비 부담이 낮은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는 방안을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프닝은 불과 6시간 뒤에 일어났다. 협회가 ‘보도 해명 자료’라는 것을 배포했다. “업계에서는 생산기지 해외 이전 검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이미 보도된 기사 가운데 이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협회는 현대ㆍ기아ㆍ한국 지엠ㆍ르노 삼성ㆍ쌍용 등 국내 5개 완성차의 모임이다. 사실상 산업부의 관리를 받고 있다. 최초 성명에 대해 ‘표현이 너무 강하다’는 산업부 측 지적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의 해외 이전 주장을 말리는 산업부의 입김은 섬유업계에도 미친다. 11일 ‘섬유업계 상생협력 간담회’에서 산업부 장관이 이렇게 말했다. “국내 공장 폐쇄,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 등 국내 생산기반을 축소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 경방이 광주 공장을 베트남으로 옮기기로 결정했고, 전방도 국내 공장의 절반을 폐쇄하겠다고 밝히는 가운데 나온 협조 요청이다. 이쯤 되면 산업부의 현안은 기업의 ‘입단속’인듯 하다. 이런다고 해결되나. 얼마 전 전방(전남 방직) 얘기가 불거졌을 때를 보자. 회사 대표가 경영 악화를 우려하며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을 얘기했다. 최저 임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으로 여러 언론에서 다뤄졌다. 그러자 정부 및 일부 언론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경영 악화는 임금 때문이 아니며, 베트남 이전은 이미 검토됐던 일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으로 불거진 한 기업의 어려움을 두고 벌인 때아닌 보수ㆍ진보 대결이다. 전방 말고도 예는 많다. 한국 최대 완성차들이 성명서까지 낸 ‘해외 이전 검토’-비록 석연찮은 이유로 6시간 만에 번복했지만-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전방이 아닌 경방 등 다른 섬유 업계가 줄지어 발표하고 있는 해외 이전 계획은 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 업체들에게도 ‘경영 악화는 통상ㆍ최저 임금 인상과 무관하며, 해외 이전도 이미 검토되었던 사안’이라고 반박할 것인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도 안 된다. 임금은 기업 경영의 가장 큰 요인이다. 임금이 오르면 경영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그 정도가 심하면 값싼 임금이 있는 국가로 이전하는 것도 불가피한 선택이다. 산업부가 나서서 입단속을 시킨다고 그런 경영의 기본이 바뀌지 않는다.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미칠 영향을 있는 그대로 분석해야 한다. 여기서 나오는 기업의 고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 절충안을 찾아보는 게 정부의 일이다. 산업부가 잘못 짚고 있다.

[지지대] 평화의 소녀상

‘평화의 소녀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조각이다. 2011년 12월14일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1천회 수요집회 때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처음 세워졌다. 전쟁의 아픔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기억하고 평화를 기원하기 위해서다. 평화의 소녀상은 조각가인 김운성·김서경 부부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의 의뢰로 제작했다. 소녀상은 1920~1940년대 조선 소녀들의 일반적인 외모를 가진 단발머리 소녀로 의자 위에 손을 꼭 쥔 채 맨발로 앉아 있다. 단발머리는 부모와 고향으로부터의 단절을 의미하며, 발꿈치가 들린 맨발은 전쟁 후에도 정착하지 못한 피해자들의 방황을 상징한다. 소녀의 왼쪽 어깨엔 새가 앉아있다. 새는 세상을 떠난 피해자들과 현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다. 소녀상 옆에 놓인 빈 의자는 세상을 떠났거나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모든 피해자를 위한 자리다. 2011년 첫 설치 이후 의정부, 고양, 수원, 부산, 광주 등 국내 곳곳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2015년 박근혜 정부의 ‘한ㆍ일 위안부 합의’ 이후엔 전국적으로 평화의 소녀상 건립 붐이 일고 있다. 일본이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한 조건으로 소녀상 철거를 요청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올해 광복절 전후로 전국 11곳에 소녀상이 건립, 국내외 소녀상은 모두 58개로 늘어난다. 평화의 소녀상은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인천 부평공원에는 징용노동자상과 소녀상이 나란히 세워졌다. 부평은 일본 전범 기업인 미쓰비시 군수공장이 위치했던 곳이어서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노동자들도 기리기 위해 시민성금 7천500만원으로 세웠다. 부산의 경우 중국인 소녀상도 함께 세웠다. 서울 금천구의 소녀상은 왼손엔 번데기가, 오른손엔 나비가 앉아있다. 번데기는 나비가 되기 이전의 상처받은 과거를, 나비는 미래를 뜻한다. 해외의 미국 캘리포니아와 미시간 주에도 소녀상이 세워졌다. 2015년 11월엔 화성시민 성금으로 캐나다 토론토에 소녀상을 건립했고, 지난 3월엔 수원시민 성금으로 독일 레겐스부르크시 인근 비젠트에 소녀상을 세웠다. 평화의 소녀상은 시내버스도 탄다. 서울의 동아운수는 14일부터 9월30일까지 151번 버스 5대에 특별제작한 평화의 소녀상을 태우고 운행한다. 승객 안전을 고려해 가벼운 섬유강화플라스틱(FRP)으로 제작했다. 소녀상 옆 차창엔 그 뜻도 새겨 넣었다. 계속되는 소녀상 건립에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기 쉬운 움직임을 자제해 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공식 사죄부터 하는 게 우선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사설] 인천공항公 정규직 전환, 왜 잡음이 많은가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업이 진통을 겪고 있다. 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한 곳이다. 공항공사는 협력업체 직원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지난 5월 중순 내부 전담부서인 ‘좋은 일자리 창출 TF팀’을 출범시켰고, 5월30일엔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기 위한 ‘인천공항 좋은 일자리 자문단’을 발족했다. 자문단 위원으로는 학계 노동계 시민단체 등 각계 전문가 15명을 위촉했다. 특히 당사자인 협력사 직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과 한노총 전국 공공사업 노조연맹 수석부위원장 등 양대 노총 대표를 각각 선임했다. 항공공사 측은 노동자 공동대표단의 위임을 받아 노동계 자문단 비율을 민노총 5: 한노총 3: 무상급 노조 2:의 구성안을 마련했다. 이는 공항공사 협력사 직원 중 노조별 소속 직원 수 비율에 따른 거다. 현재 공항공사 협력업체 직원 중 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소속이 약 3천200명, 한국노총 연합노련 소속이 350명, 나머지 300여명은 상급단체가 없는 개별노조 소속이다. 하지만 일부 노조가 이 안을 거부, 자문단 구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6월 초엔 공항공사 측이 제2여객터미널 개장 일정 미확정과 상업시설 유찰을 사유로 협력업체에 신규 채용 중지 통보를 해 한때 혼란을 빚기도 했다. 항공공사는 또 지난 7월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 업체로 한국능률협회컨설팅을 선정, 용역(용역기간 6개월)에 착수 했다. 그러나 공항공사 비정규직노조는 공항공사가 강조해온 ‘노사공동연구’를 함께 하겠다는 협력 약속을 저버린 일방적 행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용역 과제는 정규직 전환 방안, 분야별 직급·임금 수준, 기능·직무별 인력운영 방안 등 크게 4개 항목이다. 특히 연구 용역 과제엔 노동계에서 우려했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 방안도 포함된 걸로 확인돼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근로자들은 그동안 외주용역의 비리 등 문제점이 반복돼서는 안 된다며 모기업의 직접고용을 요구해왔다. 그런데 괴이한 건 용역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도 일부 언론에서 항공공사가 임시법인 성격의 ‘인천공항운영관리(주)’를 설립, 정규직 1천800명을 채용하고, 곧 개장할 제2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할 1천600명도 고용 승계한다는 내용이 보도돼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항공공사 측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해야 한다. 연구 용역 결과는 오는 9월 말께 나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항공사 측은 정규직 전환에 따른 그동안의 잡음을 해소하고, 용역 결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작업을 투명하게 추진, 모범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