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미륭아파트 재건축 난항

안양 미륭아파트지구 재건축 정비사업이 추진 중인 가운데, 조합원 과반수가 총회를 통해 집행부 임원 전원을 해임하는 등 내홍을 겪고 있다.특히, 해임된 조합장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 개최를 강행한 후 특정 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위법 사항이 발견되자 조합원들이 비대위를 꾸려 해당 총회 결의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10일 미륭아파트지구 조합원들에 따르면 미륭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은 동안구 비산동 406 일원에 연면적 2만8천377㎡(지하 2층~지상 37층) 5개동 624가구(임대 6가구 포함)를 짓는 사업으로 미륭아파트 토지 등 소유자들은 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고 지난해 7월 창립총회를 열고 같은 해 10월 안양시로부터 조합 설립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월 조합원들은 집행부의 직무유기 및 업무상 배임 등을 이유로 총 조합원 502명의 10분의 1 이상인 76명의 발의를 통해 집행부 해임 총회를 열고 조합장 J씨를 포함한 집행부 임원에 대한 해임결의를 진행했다.이런 가운데, 조합장 J씨는 해임 총회 이후인 같은 달 25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열고 시공사로 호반건설을 선정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해당 총회에 조합원 과반수가 직접 참석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총회 결의의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정법 제11조에 따른 국토부고시 시공사 선정기준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총회는 조합원 총수의 과반수 이상 참석이 필요하다. 조합원들은 의결 당시 조합원 총수 514명 중 50% 이상이 직접 참석해야 하는 요건을 달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총회에 직접 참석했다고 기록된 6명의 조합원으로부터 시공사 선정총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사실확인서도 확보한 상태다. 이와 함께 호반건설사가 올해 1월 이후부터 시공사로 선정되기 전까지 조합원들을 상대로 개별 홍보는 물론 관광버스를 제공, 모델하우스를 방문토록 했고 식사 대접 등 향응을 제공하는 등 도정법 및 입찰참여 규정 등을 위배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전 조합장 등 일부 임원들이 지난 시공사 선정 총회 하자를 인정하고 오는 15일 시공사 선정총회 결의 하자 치유를 위한 임시총회 개최를 공고하자 비대위는 지난 6일 임시총회 개최 금지 가처분신청서 접수를 마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특정 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기 위한 전 집행부의 꼼수를 그대로 지켜볼 수 없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조합 전 임원은 “일부 조합원들의 이의를 받아들여 하자 치유를 위한 임시 총회를 개최하는 것”이라며 “해당 업체의 입찰참여 규정 위반 등에 대해선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안양=양휘모기자

매립지 테마파크 ‘뒷북협의’ 원성

112억 들인 양평 산촌생태마을 흉물 전락

양평군이 산림청 지원과 군비를 포함, 총 111억8천만 원을 들여 조성한 산촌생태마을 8곳이 운영 부실로 혈세만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양평군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산림청은 지난 1995년부터 산촌종합개발계획의 하나로 산촌생태마을을 조성하기 시작, 전국적으로 240여 곳의 산촌생태마을 조성했다.산촌이 인구 유출과 고령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자, 도시민들에게 휴식과 산촌체험이 가능한 산촌생태마을을 관광자원으로 활용, 소득 창출과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양평지역의 산촌생태마을 8곳 가운데 이 같은 애초의 취지에 들어맞게 운영되는 곳은 한곳도 없는 실정이다. 실제 양동면 단석2리에 12억6천800만 원을 들여 조성한 단석 산촌생태마을의 경우 농구와 축구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소형 경기장과 목재테크로 만든 야외공연장, 씨름경기장 등은 흉물스럽게 방치되고 있고 관광객을 위해 만든 5채의 펜션 중 2채는 월세로 임대해 인근 고속도로 휴게소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양동면 계정3리 산촌생태마을은 더욱 심각하다. 총사업비 10억 6천600만 원을 들인 이곳에 남은 건 정체를 알 수 없는 ‘산촌문화관’이란 이름의 건물이 전부다. 더구나 굳게 문이 잠겨 있다. 이 마을 이장은 “1층은 전시공간이고 2층에는 숙박용 방이 2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을 측은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 군에 산촌생태마을 해제 의사를 밝힌 상태다. 양동면 고송2리 산촌생태마을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체험관 문은 굳게 닫혀 있고, 체험관 마당은 잡풀이 어른 무릎 높이로 자라 있었다. ‘두부 만들기 체험’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서 있는 비닐하우스 모양의 체험실 내부는 비닐막 등 잡동사니가 가득했다.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이미 해지의사를 밝힌 계정3리에 이어 추가로 3곳(석산1리, 도원리, 중원2리)을 지정 해지할 계획이다. 남은 4곳의 산촌생태마을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운영능력이 없는 게 현실인 만큼 민간 임대방식으로 전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양평=장세원기자

수원역 로데오거리까지 손뻗친 중국인

“이러다가 수원역 핵심인 로데오거리까지 중국인들이 장악하게 생겼네요” 수원을 대표하는 상권 중 하나인 수원역 일대에 중국인들이 대거 유입된 가운데 최대 상권으로 꼽히는 로데오거리에까지 중국인들이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기존 상인들은 수원역의 ‘차이나타운’화를 막겠다며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자본력을 앞세운 중국인들의 공세에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10일 수원시, 수원역 상인 등에 따르면 팔달구 갓매산로를 중심으로 중국인 상권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수원역 민자역사 개발 및 옛 시외버스터미널이 이전된 지난 2001년 이후 수원시는 고등동주민센터 일대 20만㎡를 재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그러나 사업이 지연되면서 점차 땅값이 하락, 2008년께부터 중국인들이 모여들어 자연스럽게 술집·식당 등이 들어서 중국인 상권이 형성됐다. 현재는 고등동삼거리~갓매산삼거리~매산사거리(갓매산로) 500여m 구간은 물론이고 인근 고등로, 고화로 일대까지 100여 개가 넘는 중국인 가게가 성업 중이다.특히 주점, 노래방, 다방 등 유흥업소가 주를 이루고 있어 대표적인 우범지대로도 꼽힌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들은 수원역 상권의 ‘심장부’인 로데오거리까지 손을 뻗치고 있는 실정이다. 로데오거리 뒤편 상권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확장에 나서려는 것이다. 특히 로데오거리의 매물이 적다 보니 점포들을 대상으로 권리금을 절반으로 낮춰 가게를 내놓으라는 ‘반협박’까지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한 로데오거리 상인은 “현재 권리금이 1억3천만 원 정도인데, 중국인이 찾아와 7천만 원에 가게 내놓으라고 하기도 했다”면서 “어이가 없어 절대 안 된다고 했더니 신고를 하겠다거나 가만히 있지 않겠다면서 으름장을 놓았다”고 토로했다. 이미 일부 유흥주점 등은 중국인들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게 일대 상인들의 설명이다. 실제 로데오거리 초입에 있는 유흥주점 2곳은 모두 중국인이 사장이고, 여종업원도 중국인들이 고용돼 있다. 한 노래방 사장은 “노래방 도우미를 부르면 여기는 절반 이상은 중국인 내지는 조선족”이라며 “상권의 어두운 부분들을 중국인들이 거의 장악해 놓고 돈을 버니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상황이 이렇자 로데오거리 상인들은 중국인들의 진출을 막기 위해 고심하는 모습이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한 상인회 관계자는 “집창촌까지 정비되면 중국인들이 더욱 활개를 칠 텐데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중국인들 앞에서 상인들이 무슨 힘이 있나”라며 “수원역이 제2의 제주도가 되지 않도록 우선은 힘을 모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병돈기자

[천자춘추] 보물지도

비가 온다. 100여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라고들 한다. 타들어간 대지와 우리들의 마음을 적셔주는 그리웠던 단비가 내린다. 운동을 갔다 오던 길 벤치에 앉아 비를 맞는 청승과 함께 한참동안 상념에 잠겼다.옛날 내가 어렸을 때는 이런 국가적인 어려움에는 모두가 한마음으로 함께했었던 기억이 많다. 같이 우물을 파고 기우제를 지내는 등의 공동체 의식으로 서로를 위로 하면서 극복했던 것 같다. 그런 아름다운 우리의 마을들은 어디로 떠나버린 것일까. OECD 국가 중 공동체 지수가 최하위, 우리나라의 현주소다.우리나라는 단기에 이룩한 엄청난 경제 성장의 이면으로 사회 양극화와 주민 간 갈등, 지역문제 발생, 가족 해체 등의 문제들이 발생했다.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공동체 의식 복원과 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평생학습 사업을 고민한 결과 경기도 평생학습마을 공동체 지원(Golden Triangle) 사업을 2012년부터 추진하게 됐다.본 사업은 마을을 운영하는 데 있어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주체들을 마을 내부에서 발굴ㆍ양성하여 마을 사업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을 활용하여 주민을 강사로 양성해 새로운 학습형 일자리도 함께 창출하는 마을사업이다. 즉 현재 살고 있는 삶터를 공동체를 통해 배우고 즐기고 나누는 황금의 삼각지대로 형성하는 사업으로 현재 24개 시ㆍ군의 69개 마을이 조성되었다. 모든 마을들은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어려운 가시밭길을 뚫고 성공한 몇 개의 마을을 소개해본다. 시흥시 참이슬평생학습마을은 마을 내 23개의 강좌와 6개의 학습동아리가 마련됐고 28명의 마을 활동가가 활동하고 있는 대표 평생학습마을로 연간 평균 23번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그리고 포천시 장독대마을은 마을프로그램을 통해 학습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학습프로그램과 관련 있는 체험 및 소득상품을 개발하는 데 힘쓴 결과 주민의 소득창출을 높일 수 있는 마을기업으로 지정됐고 도시민을 유치하고 체험을 진행할 수 있는 농촌체험 휴양마을로도 선정됐다. 이러한 성과에 대한 희열과 행복은 뜨거운 열정과 인내를 불태운 자들만의 몫일 것이다.진흥원이 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평생학습마을의 전망과 과제를 짚어본 바에 의하면, 현재 조성된 마을이 지속가능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꾸준한 공적 예산지원과 함께 마을에 밀착해서 방향을 잡아줄 수 있는 중간지원조직이 반드시 필요하고 모든 시ㆍ군에 육성되어야 한다.깊은 밤 아직도 빗줄기 소리가 사납다. 내 마음에 위로와 편안함을 주는 아름다운 선율이다. 경기도의 평생학습마을이 공동체를 살리는 보물지도로써 자리를 잡아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대한민국의 모델이 되길 희망한다.김경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장

[변평섭 칼럼] 대통령 발길 뜸해진 독립기념관

‘우리가 조선을 강제로 합방하지 않았고, 조선이 원해서 합방을 했다.’ ‘독도는 일본의 고유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 1982년 일본의 역사 교과서는 이렇게 왜곡으로 세상에 민낯을 드러냈다. 그들이 아시아를 침략한 것도 ‘침략’이 아니라 아시아 해방을 위한 ‘진출’이라고 표현했고, 그들이 끌고 간 우리 여성들의 위안부 문제 등, 그 심각한 역사 왜곡에 온 국민이 분노하였다. 그리하여 이런 국민적 분노 속에 잉태된 것이 천안에 세워진 독립기념관. 독립정신의 뜻을 기리고, 우리 조상들의 피맺힌 독립 투쟁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여주자는 것이었다. 설립 위치 역시 3ㆍ1 운동 당시 유관순열사가 소녀의 몸으로 만세운동을 일으켰던 무대, 천안 아우내 장터 바로 그 피로 젖은 땅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흑성산 남쪽 양지바른 언덕이다. 건설비는 국민 모금으로 충당했는데, 초등학생들의 고사리 손에서부터 해외에 나가 있는 근로자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열기 속에 490억원이 모아졌다. 지금의 화폐 가치로는 몇천억원이 될 거금이었다. 국민의 염원을 담은 독립기념관은 시작 4년만인 1986년 개관 예정이었으나 그해 다음달 4일, 갑작스런 화재로 공사가 지연돼 1년 늦게 1987년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역사적인 개관식을 가졌다. 9만여점에 달하는 독립운동 사료(史料)들이 모아졌고, 체험장과 야영장까지 모든 세대들이 공유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었으며 특히 기념관 정면에 세워진 ‘겨레의 탑’은 그 웅비함이 민족의 간절한 염원과 기도가 하늘을 향해 치솟는 것만 같다. 바로 이 ‘겨레의 탑’을 앞에 두고 이 곳에서 해마다 거행되는 3ㆍ1절 기념식이나 8ㆍ15 광복절 기념식은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깊은 감동을 주기 마련이다. 특히 1987년 첫 해의 광복절 기념식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이 참석한 이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3ㆍ1절이나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하여 그 뜻을 높였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1995년 식목일 행사까지도 이 곳 독립기념관에서 가질 정도로 관심이 컸고, 그해 중국에 가서는 정상회담 때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놓겠다’고 한 발언 때문에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 이명박 전대통령 때는 5년 임기중 3ㆍ1절 기념식에 두 번 참석했을 뿐, 그 후부터는 광복절의 대통령 참석은 뚝 끊어졌다. 그러니까 대통령으로서 천안 독립기념관에서의 광복절 기념식 참석은 2004년 노무현 전대통령이 마지막인 셈. 대통령의 발길이 뜸해지면서 이 곳을 찾는 입장객도 한 때 연간 300만명에 이르던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독립기념관 설립 때보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 더욱 심각해지고 독도에 대한 생떼도 커지고 있는데…. 물론 독립기념관 측도 이 때문에 해외에까지 ‘찾아가는 독립기념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9년 중국 상하이를 비롯해 2014년 하노이와 호치민에 이어 올해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독립운동사 자료전시, 체험활동, 홍보영화 상영 등을 통해 해외교포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 세대에 조국의 얼과 나라사랑 정신을 심어주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초창기 독립기념관에 가졌던 그 열기를 되살리는 길이다. 그래서 올 해 8ㆍ15 광복절 기념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할 것인지가 관심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만약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그 자체로 독립기념관이 갖는 민족의 염원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될 것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기고] 정약용과 사마천

정조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던 다산 정약용은 정조가 죽고 나자 노론 집권세력의 음모 속에서 천주교 탄압이라는 이유로 전라도 강진으로 유배당한다. 봉건말기 병들고 부조리한 사회를 개혁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모색해 보고자 했던 다산의 정치적인 뜻은 산산이 좌절되었다. 유배지인 전라도 강진에 왔을 때 사람들은 그의 집 울타리를 무너뜨리며 그를 향한 적대감을 드러냈고, 아무도 말 상대를 해주지 않았다. 간신히 주막의 방 한 칸을 빌려 궁핍하게 살아야 했다. 18년이라는 긴 유배생활로 자신의 정치적 인생뿐만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그리고 한 가정의 아버지며 남편으로서의 삶이 통째로 날아간 터였다. 그러나 정약용은 절망적인 역사앞에서 원망하거나 좌절하는 대신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다. “나는 이제야 독서할 시간을 얻었구나. 축복이다.” 그는 긴 유배생활동안 500권이라는 방대한 책을 집필했다. 그는 자신이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후세사람들에게 죄인 정약용이라는 기록만 남겨지리라는 생각에 깊은 회한이 들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증명해야 했다. 세상을 개혁하려던 그의 생각들을 정리해서 백성들과 후세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었다. 그가 방대한 책을 편찬한 이유다. 또 다른 집필의 이유는 사랑하는 아들들에 대한 죄의식 때문이었다. 그는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의 피 끓는 심정을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내가 학문에 전념하고자 하는 것은 눈앞의 근심을 잊어버리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내가 남의 아비가 되어서 너희들에게 이처럼 누를 끼치는 것이 부끄럽고 그래서 내 저술로서 너희들에게 속죄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아들들에게 당당한 아버지, 후세에라도 제대로 평가받는 아버지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마천은 기원전 145년전 즈음을 살았던 중국 최고의 역사가다. 3천년에 걸친 방대한 중국 역사를 130권에 담은 중국 역사서 ‘사기’의 저자다. 직언하다가 한나라 황제인 무제의 노여움을 사서, 그의 나이 47세에 감옥에 갇히고, 사형을 선고받아 49세에 남자에게 가장 치욕스러운 궁형(생식기를 제거하는 형벌)을 받았다. 그가 궁형을 자처한 이유는 자신이 반역죄로 사형을 당했다는 기록이 후세에 전해질 것을 가장 두려워했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서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또 오래전부터 집필해왔던 사기를 완성해야 했다. 사마천은 친구 임안에게 보낸 편지에서 당시의 심정을 다음과 같이 토로한다. “모진 치욕을 당하기로는 궁형보다 더한 것이 없소이다. …… 내가 화를 누르고 울분을 삼키며 옥에 갇힌 까닭은 차마 다하지 못한 말을 후세에 남기기 위해서였소.” 그가 옥살이를 하자 달라진 사람들의 인심을 깨닫고 인간의 본질, 권력의 본질에 대해서 끊임없이 통찰하는 계기가 된다. 사마천은 궁형을 당한 수모와 좌절, 한 맺힌 울분과 분노를 승화시켜 혼신의 힘을 다해 사기를 완성하기에 이른다. 정약용과 사마천. 이 두 비운의 위인은 절망적인 운명앞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살아남아 위대하고 불멸의 저서를 남긴다. 이들은 수천년, 수백년의 시공간을 뛰어넘어 여전히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영감을 주고, 삶의 본질과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이국진 칼럼니스트·커뮤니케이션 강사

‘100대 국정과제’ 13일 대통령에 보고… 19일 대국민 발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오는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국정 100대 과제’를 보고한다. 또 국민들로부터 정책 제안을 받기 위해 마련한 국민인수위원회의 활동 기간이 오는 8월 31일까지 연장된다. 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수원무)은 10일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문재인호 5년 동안 우리 정부가 어디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가리키는 나침반을 국민 앞에 보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정기획위의 활동성과에 대해 “국가 비전과 국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하고 분과별 소관 과제에 관해 80여 차례의 업무보고와 200여 회의 간담회를 거쳐 497개의 실천과제를 정했다”며 “그간 최선을 다해 준 소중한 결실을 모아 오늘 회의가 끝나면 마지막 마무리 검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5개년 계획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보다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를 ‘4대 복합혁신과제’란 이름으로 역량을 집중하도록 대통령에게 건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국정기획위가 선정한 4대 복합 혁신 과제는 ▲불평등 완화와 소득 주도 성장을 위한 일자리 경제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혁신 창업 국가 ▲교육·노동·복지 체계 혁신을 통한 인구 절벽 해소 ▲고른 국가 발전을 위한 자치 분권과 균형 발전 등이다. 국정기획위는 일자리위원회, 4차산업혁명위원회 같은 별도 추진 조직을 구성해 4대 과제를 종합 관리하고 추동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또 국정과제는 대통령보고 이후 청와대와 조율을 거쳐 오는 19일 대국민보고대회를 열 계획이다. 앞으로 5년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향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정기획위가 문 대통령에게 보고할 내용은 제19대 대선 공약집 ‘나라를 나라답게’ 축약판이다. 핵심은 촛불혁명으로,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비전에 방점을 찍었다. 박광온 대변인(수원정)은 브리핑에서 “국정기획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오는 15일 이후 일정은 청와대에서 할 것”이라며 “대통령보고 이후 보완 수정에 대한 언급이 있고 보완정리하는 작업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이날 전체회의에서 국민인수위의 존속 기간을 다음 달 31일까지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박 대변인은 “그동안 광화문 1번가에서 국민들로부터 17만 9천 건의 제안을 접수했다”며 “오는 12일까지 접수를 마친 뒤 부처별로 분석해서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고 말했다. 국정기획위는 지난 5월 22일 현판식과 함께 공식 출범해 이날로 출범 50일째를 맞았다. 그간 누리 과정(만 3~5세 무상보육) 국고 지원,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도입, 통신비 인하, 실손보험 반사이익을 활용한 보험료 인하 등 문 대통령 대선 공약에 바탕을 둔 새 정부 국정 과제를 확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위원회 업무 종료 후에는 청와대 정책실 내에 별도 기구를 설치해 국정 5개년 계획 이행을 점검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국정기획위가 오는 15일 종료함에 따라 이후 국민인수위는 하승창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맡기로 했다. 강해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