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제로 남을 뻔한 ‘수원 카페 여주인 살인사건’… ‘매의 눈’ 검사에 딱 걸렸다

지난 2007년 4월24일 오전 6시께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의 한 카페에서 여주인 L씨(당시 41세)가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의 몸 곳곳에서는 흉기에 여러 차례 찔린 흔적이 나왔다. 경찰이 현장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를 발견했을 때만 해도 범인은 쉽게 잡히는 듯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DNA를 의심인물 400여 명의 DNA와 대조하고 숨진 L씨의 통화내용을 분석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범인을 잡지 못했다. 사건은 장기미제사건으로 분류됐다. 미제로 남을 뻔한 사건은 사건 발생 6년 뒤인 지난 2013년 7월25일 새벽 4시께 수원시 권선구 고등동에서 귀가 중이던 A씨(33ㆍ여)를 폭행하고 현금 등 6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P씨(35)가 검거돼 구속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 시작했다.경찰은 P씨의 여죄를 조사하던 중 그의 DNA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2007년 카페 여주인 살인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경찰은 이를 토대로 P씨를 추궁해 자백을 받아낸 뒤 살인 혐의를 추가해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P씨가 돌연 자백을 번복하면서 사건은 다시 미궁에 빠졌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죽은 여주인의 카페에 간 적은 있지만, 여주인을 죽이지는 않았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결국, 검찰은 P씨를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데 실패했고 사건은 그렇게 잊혀져 갔다. 그러던 지난해 말 수원지검 형사3부(박종근 부장검사)가 이 사건 기록을 다시 검토하던 중 새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사건 현장에 피묻은 휴지가 있었다는 점이다. 검찰은 즉시 휴지를 보관하고 있던 국과수에 분석을 의뢰했고, 휴지에 P씨와 숨진 L씨의 피가 함께 섞여 있다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L씨가 피를 흘릴 당시 P씨가 현장에 있었다고 볼 수 있는 유력한 증거였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P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수원지법 형사12부(이승원 부장판사)는 29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P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15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피고인은 경찰에서 자백한 뒤 검찰 단계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자백을 번복하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자백 당시 범행 도구와 범행에 이르게 된 과정 등을 상세히 설명해 허위자백으로 볼 수 없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피가 혼합 검출된 휴지 등에 비춰 유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권혁준기자

밥 대신 빵먹는 아이들…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첫날, 도내 542개교 급식 중단

29일 낮 12시10분께 수원시 팔달구의 A 초등학교 급식실. 평소 학생들로 북적거려야 할 점심시간임에도 텅 빈 급식실에는 적막감만 감돌았다. 급식실 조리실무사 4명 중 2명이 이날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총파업에 참가하면서 출근하지 않아 급식이 중단된 탓이다.학생들은 빵과 떡 등 밥이 아닌 음식들로 점심식사를 대신 해야만 했다. 초코소라빵, 떡, 약과, 자두, 사과주스 1개씩을 받은 학생들은 생소한 상황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양이 부족했는지 떡을 더 달라는 아우성도 이어졌다. K군(9)은 “빵보다 밥이 좋은데 내일도 밥을 못 먹는다니 속상하다”며 “빵이나 떡으로 배가 부르지 않아 더 먹고 싶다”고 울상을 지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의정부 B 고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900여 명의 학생들은 빵과 오렌지주스, 떠먹는 요구르트 등 간단한 음식들로 점심식사를 해결했다. B 고등학교는 영양사를 제외한 8명의 급식실 직원들이 파업에 참여했다. 학생 L군(18)은 “밥을 먹다가 빵으로 때우려니 아무래도 좀 허전하다”며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파업 때문에 우리가 피해를 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29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경기도내 상당수 학교들이 급식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급식대란’을 피하지 못하면서 일각에서는 노조가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급식 직종에 종사하는 학교비정규직노조 경기지부 소속 조합원 3천714명이 파업에 참가, 유치원, 초·중·고·특수학교 2천209곳 중 24.5%에 해당하는 542곳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파업 둘째 날인 30일에는 급식이 중단되는 학교가 675곳에 달할 것으로 보여 여파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자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노조가 학생들을 볼모로 삼고 있다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학부모 J씨(42ㆍ여)는 “직원분들도 힘들겠지만, 이런 방식으로 파업하면 결국 피해는 아이들에게 돌아간다”면서 “직장을 다니는 부모 처지에서 걱정이 크다”고 호소했다. 한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기지부는 29~30일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주최 측 추산 7천여 명(경찰 추산 4천 명)이 모여 비정규직 철폐와 근속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거리행진도 벌였다. 조철오ㆍ유병돈기자

인천 시민, 서울·안산 가는 길 빨라진다

경인선과 수인선이 빨라진다. 인천시는 오는 7월7일부터 경인선에 초급행열차, 수인선은 급행열차가 각각 운행된다고 29일 밝혔다. 29일 시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에서 경인선 초급행 전동열차와 수인선 급행열차가 신설돼 다음 달 7일부터 운행된다. 경인선 급행열차는 그동안 16개역을 정차했으나 초급행열차는 9개역(동인천, 주안, 부평, 송내, 부천, 구로, 신도림, 노량진, 용산)만 정차한다. 동인천역에서 초급행열차를 타면 40분만에 용산에 도착하고, 하루에 상ㆍ하행 18회씩 운행한다. 초급행열차는 기존 급행열차 소요시간 47분 보다 7분 단축돼 신도림, 노량진, 용산 등 도심과 가까운 환승역에 빠르게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수인선(인천~오이도)에도 급행열차가 운행한다. 수인선 급행열차는 기존 14개역 중 7개역(인천, 인하대, 연수, 원인재, 인천논현, 소래포구, 오이도)만 정차한다. 급행열차는 주중 출근시간(07시~09시)에 상행 5회, 퇴근시간(18시~20시) 하행 3회씩 운행된다. 기존 일반전동열차는 14개역을 정차해 30분 걸리던 소요시간이 급행열차 운행으로 23분으로 단축된다. 출근시간에는 오이도역에서 출발하는 안산선,당고개행 급행열차와 연계할 수 있도록 시간도 맞춰졌다. 수인선은 2017년 5월기준 지난해보다 이용인원이 133% 증가했다. 수인선 급행열차 운행은 기존 안산선 시종착역을 안산에서 오이도로 조정돼 수인선과 안산선과의 연계가 강화됐다. 시는 한국철도공사와 경인선 등의 초급행열차 도입 방안에 대해 3차례 철도운영기관 업무 협의와 전문가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시 최강환 교통국장은 “오는 7월7일부터 경인선, 수인선의 초급행열차 등의 도입으로 시민의 교통편의가 개선될 것이며, 인천중심의 교통 주권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난해 5월부터 ‘인천시 철도망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초급행열차, GTX, KTX 등)을 추진중에 있다. 허현범기자

학교 비정규직 총파업··· 인천지역 41개교 ‘급식 중단’

인천 서구 A고등학교 정문. 매일 오전 7시면 들어오던 급식용 식자재 차량이 29일 끊겼다. 이날 학생들은 저마다 도시락통을 손에 들고 등교했으며 집에서 도시락을 싸오지 못한 학생들로 인근 김밥집은 북새통을 이뤘다. 고2 딸을 키우고 있다는 조모(47·여)씨는 “오늘 학교에서 급식을 하지 않는다고 도시락을 싸오라고 했지만, 맞벌이를 하다보니 재료를 살 시간이 없어 아이에게 등굣길에 김밥이라도 사가라고 돈을 줬다”면서도 “나도 비정규직이다 보니 솔직히 학교 비정규직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서구 B고등학교 학생들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단축 수업을 하기 때문이다. 2학년 박모(18) 군은 “오늘 급식 때문에 단축수업 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며 “집에서는 애들 밥은 먹여야하지 않냐며 뭐라고 하셨는데 아주머니들도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이 (파업)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빵·우유 급식을 먹고 운동장에서 놀던 한 남구 C초교 3학년생은 “생각보다 사과빵이 맛없어서 그냥 친구에게 줬는데 내일은 더 맛있는 음식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오늘은 일찍 집에 가서 밥을 더 먹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에 자녀를 보낸다는 학부모 장모(38·여)씨는 “(파업을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일을 마치고 할 수는 없었는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파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이날 인천학교비정규직노조 파업에 따른 급식 중단학교는 41개교다. 도시락 지참을 공고한 학교는 2개교, 빵·우유 제공은 38개교다. 단축수업을 실시한 학교는 1개교다. 인천학비노조는 이날 오전 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시교육청은 이날 650여명의 인천학비노조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인천지역 내 학교 비정규직은 교무행정실무, 조리종사원, 전문상담사, 영양사 등 40여개 직종 7천800여명이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연대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3개 노조 조합원은 3천410명이다. 인천학비노조 측은 현재 10년차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차이를 80%까지 맞추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임금교섭안을 제시하고 있다. 주영민기자

‘두둑한 수당’ 경제청은 신의 직장… 시공무원들 박탈감

인천시청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직원간 수당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9일 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경제청사(연수구 아트센터대로 175)인 G타워에는 경제청직원 266명과 시청 3개과(투자유치과,국회협력담당관실 등) 50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시청이 비좁아 경제자유구역 내 미추홀타워에도 16개과(해안도서정책과,시설계획과,신성장산업과,에너지정책과 등) 322명이 근무중이다. 그러나 경제청 직원에게만 월 35만원의 수당이 지급돼 형평성 논린이 일고 있다. 유제홍 시의원은 “경제청 설립 당시에 주변지역에 식당 등 기반시설이 없어 직원들이 점심 등을 해결하기가 어려워 사기진작 차원에서 업무수당을 지급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청사 주변 곳곳에 식당 등이 있는 만큼 경제청에 함께 근무하는 시청 직원들과 형평성에 맞게 수당을 나누던지, 수당을 폐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시의 한 공무원은 “시 청사가 비좁아 외청에 근무중인데, 경제청 직원이라는 이유로 업무수당을 지급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직원들 사이에서 업무수당 지급에 대한 얘기가 적지 않으며, 경제청이라고 해서 업무의 특수성도 크게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경제청 직원 업무수당은 지난 2005년 월 45만원이 지급돼오다 지난 2012년 시의 재정위기 해소 차원에서 ‘인천광역시 지방공무원 수당 지급 조례’를 개정해 업무수당을 월 35만원으로 10만원 축소했다. 경제청 직원에게 지급된 업무수당은 2016년 11억1천720만원이 지급됐다. 시 산하기관인 경제청에 근무한다는 이유로 지난 2005년부터 업무수당이 월 45만원~35만원이 지급돼 시의 인사발령시 경제청을 선호도가 높은 이유중 하나로 꼽힌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경제청 직원의 업무수당에 대한 민원이 있는 것은 사실”이며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등에 따라 지급되고 있어 업무수당을 형평성에 맞게 지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며, 조직개편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사 이동시 경제청 근무자의 재전입 제한기한 등을 두고 인사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현범기자

경기연구원, 도민 삶의 질 조사해보니…

경기도민들이 경기도에 대해 느끼는 소속감은 72점으로 나타났다. 경기연구원은 29일 경기도에 대한 도민들의 소속감 및 이들의 삶의 만족도 등을 분석한 ‘경기도민 삶의 질 조사 II : 공동체’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대~60대 이상 모든 연령대의 도민들은 작은 단위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도가 72점으로 가장 낮았고 시·군이 73점, 읍·면·동 74점, 가장 작은 단위인 마을·아파트 단지가 77점으로 가장 높았다. 또 경기도에 대한 소속감이 높은 응답자들을 분석한 결과, 이들 중 절반 이상인 61%가 삶의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구성원들 간의 원만한 관계가 형성되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과 소속감은 적극적인 투표참여로 나타났다. 이들의 경우 지난 18대 대선에 92%가 투표에 참여했으며, 지난해 총선과 2014년 지방선거에는 각각 83%, 82%가 참여하며 높은 투표율을 보여줬다. 아울러 지역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공동체 권리를 보장하는 작은 마을의 근린커뮤니티 제도화 ▲자원봉사기반 지역활동 ▲참여 역량강화를 위한 학습네트워크 ▲따복공동체 사업 확대 등을 제안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손웅비 연구위원은 “지역 소속감은 지역사회에 대한 애착과 참여의 정도, 전반적인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지표라며 공동체 활동으로 연결되는 지역 소속감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따복공동체와 연계하는 ‘정보화 마을’, ‘평생마을학습 공동체’, ‘작은도서관’, ‘문화공간’, ‘생활체육클럽’, ‘복지공동체’ 등 15개 대표 사업을 활용해 작은 단위의 공동체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마을과 지역의 공동체 형성과 사회자본 함양을 위해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진경기자

[사설] 장관의 첫째 결격사유는 거짓말과 은폐다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는 논문표절 의혹이 있다. 앞서 강경화 후보자는 위장전입 논란이 있었다. 이상적인 것은 이런 전력이나 의혹이 없는 후보자가 지명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후보자는 거의 없었다. 크든 작든 다양한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결국, 국민은 그 비위나 의혹의 크기를 보고 ‘보아 넘겨도 될 흠결’과 ‘보아 넘길 수 없는 흠결’로 나누는 현실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예에서도 그랬다. 같은 의혹이라도 처리된 결과가 달랐다. 음주운전 전력을 가진 후보자가 경찰청장에 오르기도 했다. 음주사망뺑소니 전력을 가진 후보자가 기상청장에 오르기도 했다. 논문표절이나 위장전입의 논란에도 장관직에 오른 후보자들도 수두룩하다. 강경화 장관도 장관이 됐다. 따라서 송영무 국방장관은 음주운전 경험이 있으니 안 되고, 김상곤 후보자는 논문표절 논란이 있으니 안 된다고 성급히 결론 내면 안 된다. 중요한 건 과거의 흠결을 대하는 후보자의 자세다. 더 쉽게 표현하면 흠결에 대하는 ‘정직’과 ‘거짓’의 문제다. 송 후보자는 ‘음주운전 전력’이 아니다. ‘음주운전 은폐 전력’이다. 혈중 알코올농도 0.11%라면 만취상태다. 면허 취소와 형사 처벌을 받아야 했다. 진급 심사에서 결정적 감점을 받는 게 상식이다. 그런데 아무 처벌이 없었다. 곧바로 대령으로 진급까지 했다. 최근까지 이를 감췄다. 청와대 내부조사에도 모든 사실을 숨기고 있었다. 김상곤 후보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자녀의 8학군 학력에 실망하는 목소리가 크다. 하지만 스스로 말하지 않았다.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기도 교육감을 두 번 했다. 선거를 앞두고 일부 언론이 후보들에 대한 공통질문을 했었다. 거기에 ‘자녀의 학력 사항’란이 있었다. 그는 답변을 거부했다. 유독 김 후보자의 자녀만 ‘공란’으로 남겼다. 당시 기사가 지금도 인터넷에서 검색된다. 5년간 그를 수장으로 모셨던 도내 교육계 실망이 크다. 미국 사회에서 연방대법원장은 도덕성의 상징이다. 그런 자리에 가장 오래 있었고, 가장 존경받던 이가 렌퀴스트 대법원장이다. 청문회 때 교통범칙금 부과 전력이 문제 됐다. 청문위는 범칙금을 부과한 경찰관을 수소문해 소환했다. 적발 당시 렌퀴스트의 태도까지 캐물었다. ‘어떤 고압적 자세도 없었고 일반 시민의 자세를 견지했다’는 증언을 들었고 그제야 통과시켰다. 거짓말과 은폐가 권리처럼 여겨지는 우리 장관 청문회가 부끄럽다.

[사설] 구리~포천 민자고속도 통행료 너무 비싸다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가 30일 0시에 개통됐다. 구리시 토평동∼포천시 신북면 44.6㎞ 본선 구간과 소흘JCT∼양주 옥정지구 6㎞ 지선 구간 등 50.6㎞ 왕복 4∼6차선 도로로, 모두 2조 8천687억원이 투입됐다. 2012년 착공해 5년 만에 개통한 도로는 준공 후 30년간 민간사업자가 운영을 맡는다. 구리∼포천 민자고속도의 개통으로 서울 강동에서 포천까지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등 경기 북동부 지역의 교통 불편이 크게 해소됐다. 포천, 양주, 동두천 등 인근 산업단지 활성화로 지역발전도 기대된다. 오랫동안 낙후되고 소외돼 왔던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구리∼포천 민자고속도의 통행요금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본선 구간인 구리시 토평동~포천시 신북면까지 승용차 기준 3천800원이나 되고, 구간별 통행료도 비싸 해당 지역 지자체 및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국토부는 실시협약과 착공 때 한국도로공사 요금의 1.02배 수준으로 책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요금은 1.2배로 높아졌다. 국토부는 2010년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 당시 통행요금이 도로공사 요금의 1.02배인 2천847원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6월 1일 착공 당시엔 3천615원으로 책정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시협약 때 밝힌 것보다 1천원 이상 올랐다. 남구리IC에서 첫 진출입로인 중랑IC까지 1천400원, 동의정부IC까지 2천300원, 지선인 양주IC까지 3천300원 등 구간별 요금도 비싸다. 신북IC에서 포천IC까지(3.6㎞) 1천300원(360원㎞), 포천IC에서 선단IC까지(5.9㎞) 1천400원(237원㎞)의 통행료도 비싸다. 포천시를 중심으로 북부 지자체들은 고속도로 개통 전부터 비싼 통행료에 이의를 제기해 왔다. 포천시는 낙후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에 도로공사 수준으로 요금을 내려달라고 여러차례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포천, 동두천, 양주 등 북부 접경지역은 정부의 중첩된 규제로 지난 60년 이상 소외돼 낙후된 지역으로 정부의 배려가 절실한 곳이다. 접경지역 내 특수성을 감안해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낮춰야 하는 게 맞다. 포천시를 비롯해 의정부, 남양주, 구리, 양주시 등 경기북부 지자체와 주민들이 요금인하 운동에 나설 방침이다.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형평성, 소외감 등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느낄 것이다. 최초 통행료가 재조정되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요금인하 운동이 안타깝게 여겨진다. 국토부가 일찍이 조정했더라면 좋았을걸 답답하다.

[지지대] 참 스승

지난 2014년 작고한 할리우드의 흥행보증 수표 배우인 로빈 윌리엄스를 떠올리면 꼭 생각나는 영화 한편이 있다. 영화는 미국 최고의 명문고교이자 아이비리그를 가장 많이 보내는 윌튼 아카데미를 무대로 하고 있다. 항상 강한 압박감에 사로잡혀 ‘성공’이라는 결론에 도달해야만 하는 학생들은 세상에 대한 문을 굳게 닫은 채 각기 다른 이유로 공부에 매진하는, 지루한 일상에 빠져 지낸다.이때 이 학교 출신인 괴짜 선생님 ‘존 키팅’(로빈 윌리엄스)이 부임하면서 후배이자 자신의 제자인 학생들에게 “카르페 디엠(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을 외치며 세상을 보는 새로운 관점을 전파, 그들의 마음속에 진정한 선생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영화의 제목은 바로 ‘죽은 시인의 사회’(DEAD POETS SOCIETY)다. ▶누구에게나, 학창 시절 생각나는 선생님이 있을 것이다. 기자 역시 지금과 같은 직업을 갖고 사회적 역할을 맡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 주신 많은 선생님들이 있다. 마음속으로는 항상 감사함과 고마움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에선 잘 표현하지 못하고 살고 있어 죄송할 따름이다. ▶제자들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분들이 바로 선생님이라고 단언할 수 있겠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어 교단에 서 계신 선생님의 권위와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이긴 하지만 학생들에게 폭행을 당하고, 학부모에게 시달리는, 기자가 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교육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제자들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계신 수많은 선생님들이 있어, 대한민국의 교육이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다. ▶경기일보는 매년 이러한 선생님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사회적 존경심을 북돋기 위해 사도대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에도 총 8명의 선생님과 교육공무원이 이 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잠시나마 휴식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기자가 동행한다. 그분들과 함께 하는 동안 다시 한번 참 스승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려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이 있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아직 밝다고,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김규태 사회부 차장

[의정단상] 나누면 더 커지는 힘, 분권

1995년 처음으로 지방자치단체장을 주민투표로 선출하면서 지방자치의 토대가 마련되었지만 실질적인 분권이 없는 지방자치로 인해 권력과 권한의 중앙 집중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수도권 외의 지역에 거주하는 국민은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서 소외를 경험하고 있으며 지역적 갈등도 구조화되고 있다. 이처럼 중앙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방분권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일 수밖에 없다. 지방분권은 좁게는 중앙 권력의 지방 이양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에서 삶의 기회와 질을 높이고 전 국민을 고루 잘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스위스·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은 우리나라보다 수도권 집중도가 훨씬 낮다. 그럼에도 이미 지방자치와 지방분권을 위해 필요한 가치들을 헌법에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펼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은 지방자치를 보장하고 있지만 극히 제한된 범위로 한정하고 있어 자치단체가 지역발전을 위한 독자적인 정책을 수립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행 헌법의 전체 130개 조항 가운데 지방자치와 관련된 조항은 단 두 개뿐인데, 117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사무 범위와 권한에 관한 것으로 “주민복리에 관한 사무 처리와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치에 관한 규정 제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으로 정한다”는 내용이고, 제118조는 지방의회와 지방자치단체장 선임에 관한 사항이다. ‘지방자치단체’라는 단어에서 보듯 지방을 중앙정부에 종속된 것으로 보고 있고 지방사무도 소극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헌법에 지방정부와 중앙정부를 종속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로 명문화해 인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현행 헌법에 ‘재산을 관리’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방정부의 지방세 과세와 징수 등 자주재정에 대한 규정이 없어 국가의 간섭을 받지 않는 재원을 확보하기 어렵다. 실질적인 지방자치제를 위해서는 지자체의 재정확보가 관건이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대 2로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적자 재정 상태로 정부의 교부세 등에 예산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중앙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특히 비수도권의 경우 중앙집권체제가 수도권 집중을 초래하기 때문에 지방자치를 할 수 있는 인재와 돈이 수도권으로 유출되어 지역발전을 위한 자치를 할 수 있는 자원 자체가 부족한 실정이다.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프랑스는 2003년 지방분권 개헌을 통해 헌법 제1조에 “프랑스공화국의 조직은 지방분권체제로 구성된다”고 밝히며 프랑스가 지방분권형 나라임을 밝히고 지방재정권을 보장했다. 또한 “지방정부는 그 차원에서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소관하의 모든 사안에 관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정해 보충성의 원칙을 명문화하고 자치행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종류까지 헌법에 담고 있다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지역의 좋은 정책과 재정자립을 통한 경쟁력 확보는 역으로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분권과 자치는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반드시 실현되어야 하며 대통령의 의지와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지금이 지방분권 개헌의 최적 시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최근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 찬반 국민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개헌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이로써 지방분권 개헌의 청사진이 마련된 것이다. 개헌 전에도 할 수 있는 일은 먼저 시행되어야겠지만 결국 분권의 완성은 개헌에 있다.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을 적시하고 지방자치의 핵심 규정을 담아 그 정신과 실천 방안을 온전히 담아내는 개헌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있을 개헌 논의에서 여야가 충분히 협의해 최선의 안이 도출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안산 상록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