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경기도내 다문화 학생이 많은 지역을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려는 계획이 삐걱거리고 있다. 경기도와 조율이 잘 안돼 도가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려면 도지사와 교육감이 공동으로 교육부에 요청해야 하는데 도가 제동을 걸면서 시작 전부터 좌초 위기에 놓였다. 도교육청은 이미 시흥 군서초ㆍ시화초, 안산 선일초ㆍ선일중 등 4곳을 ‘다문화 국제혁신학교’로 지정했다. ‘다문화 국제혁신학교’는 안산ㆍ시흥 등 다문화 가정 밀집지역을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해 다문화 학생들에게 이중언어와 문화, 역사를 가르쳐 정체성이 확립되도록 돕는 학교다. 도교육청은 지난 2월 이들 학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다문화 학생들에게 특화된 교육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이들이 밀집한 지역을 ‘교육국제화특구’로 지정하고 있다. 특구는 다문화 학생들이 부모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배울 수 있도록 외국어와 국제화 교육이 특화된 지역으로 다문화 학생들에게 우호적인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국제화특구로 지정된 지역의 학교는 교육과정 편성ㆍ운영의 자율성이 대폭 확대된다. 교원 초빙의 자율권도 주어진다. 학교 특성에 따라 이중언어, 역사·문화교육 등 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도교육청은 교육부와 협의, 올해 특구로 지정된 지역에 ‘다문화 국제혁신학교’를 시범 운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기도가 ‘사전 협의가 없었다’ ‘교육청이 무리하게 교육국제화특구를 추진한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 입장을 밝혀 무산 위기에 처했다. ‘교육 연정’을 한다면서 도와 협의하지 않은 도교육청도 문제지만, 절차 운운하며 정책을 반대하는 경기도도 옳지 않다. 지난해 4월 기준 경기도내 다문화 학생은 2만3천726명이다. 이는 도내 전체학생의 1.53%이고, 2015년과 비교할 때 25%나 증가했다. 결혼이주자와 외국인 근로자가 늘면서 다문화 학생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다문화 학생에 대한 특화된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한 상황이다. 도와 도교육청은 진지한 논의를 통해 교육국제화특구 지정에 힘을 모아야 한다. 다문화 학생들이 당당한 우리 국민으로서 글로벌 시대의 리더로 성장하려면 양질의 교육이 필요하다. 두 기관 간 갈등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교육부도 특구 지정에만 그칠게 아니라 특별 프로그램 개발, 국제화된 전문인력 양성, 예산 지원 등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2015년 국감에서 이런 통계가 공개된 바 있다. 노선버스에 대한 민원과 이에 대한 행정처분 결과다. 민원접수는 2012년 1만 3천651건, 2013년 1만 9천429건, 2014년 2만 1천255건이었다. 2012년과 2014년 2년 사이에 56%p나 급증했다. 민원 내용은 무정차 통과가 4만 4천717건으로 가장 많았다. 불친절(1만 3천101건)ㆍ난폭운전(6천968건)ㆍ배차간격 미준수(6천808건)도 중요한 민원으로 집계됐다. 당시 국감에서 중점적으로 지적된 것은 이런 민원에 대한 솜방망이 행정제재다. 같은 기간 접수된 민원 중 31.7%에 대해서만 행정 제재가 가해졌다. 50여 건의 민원이 접수된 특정 지자체에서는 단 한 건의 행정제재가 내려지지 않기도 했다. 경기도는 “사안이 경미하거나 불가피한 이유로 행정제재가 가해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굳이 접수된 민원의 70%가 ‘경미한 사안’이라는 설명이었다. 문제를 지적한 당시 김태원 의원은 “문제 있는 회사에는 강하게 제재하고, 잘하는 회사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등 행정력의 적극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경기도가 ‘고객만족’ ‘안전성’ ‘신뢰성’을 조사한 시내버스 서비스평가를 내놨다. 그런데 나아진 게 없다. 오히려 더 심각하다. 평가 대상 56개 업체 가운데 23개 업체가 고객만족 항목에서 D등급 이하를 받았다. 가장 많은 버스를 운행 중인 경기고속(897대)과 대원고속(781대)이 C등급이다. 357대를 운행하는 경남여객도 D등급을 받았다. 용남여객은 최하위 평가인 F등급을 받았다. 경기도가 공적 작업을 통해 벌인 조사다. 시민의 실제 만족도에 근접한 신뢰성 있는 통계다. 그 결과가 이러니 정말 심각한 일이다. 도대체 왜 나아지지 않는지 모르겠다. 버스 회사에는 대중교통이라는 이유로 천문학적 혈세가 지원된다. 시민은 깨끗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정차장 곳곳에서 시민을 불편하게 하는 횡포가 이뤄지고 있다. 달려오는 시민을 외면하고 문 닫고 떠나는 버스, 손 들지 않았다며 그대로 지나쳐 버리는 버스, 왜 빨리 타지 않느냐며 윽박지르는 버스 등이 수없이 목격된다. 제재해야 한다.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 아울러 각급 단체장, 또는 담당 공무원들이 대중 버스 이용에 나설 것을 제안한다. 섭씨 30도의 뜨거운 정차장에서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를 경험해야 한다. 영하 10도의 살을 에는 날씨 속에 무정차로 지나간 버스를 경험해봐야 한다. 그 화나는 경험을 해봤다면 절대 지금과 같은 솜방망이 처벌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 아이 엄마가 통영에 다녀온 적 있었다. 여행담을 둘러싼 이런저런 얘기 도중 느닷없이 화장실이 화두가 됐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듯했다. “음악과 향기, 그리고 쾌적함이 하나의 문화공간이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도 웃으면서… 맞는 말인 듯하다. 필자는 지난주 2년 만에 서해안고속도로에 위치한 화성휴게소(하행)를 찾았다. 휴게소 화장실에 들어선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2년 전 때와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목재문으로 단장된 화장실은 고풍스러운 멋에다 쾌적함을 더했다. 수원의 자랑이란 화성행궁을 본 떠 화장실을 리모델링 한 듯했다. 이 때문인지 그저 그런 화장실이기보다는 뭔가 특별한 문화공간으로 다가왔다. 알고 보니 이뿐 아니었다. 용인휴게소(영동고속도로), 이천휴게소 상ㆍ하행선(중부고속도로) 등 수도권 내 20여 고속도로 휴게소가 마찬 가지였다. 지난해 전면적 리모델링으로 화장실을 휴게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해 놓고 있었다. 화장실은 옛날 뒷간, 측간(厠間)으로 불리웠다. 방언으로 칙간(호남), ‘정랑’(영남)으로도 명명됐다. 점잖은 한자말로는 정방(淨房), 절에서는 근심을 더는 곳이라 해서 해우소(解憂所)로 칭했다. ‘잿간’, 회간(灰間), 신간(燼間) 등도 같은 말이다. 뒷간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뒤를 보는 집’, 그리고 ‘뒷마당에 자리한 집’이란 뜻이다. ‘사람 똥’을 점잖게 에둘러 표현한 말이 ‘뒤’로 유교적 의미로 은밀성을 담고 있다. 여기에다 보통사람들이 느끼는 다소 무서움과 혐오스러운 의미까지 내포돼 있다. 이런 의미의 뒷간은 1459년 ‘월인석보’에서 처음 등장한다. 뒷간은 일제강점기, 변소에서 서양문물 유입과 함께 지금은 화장실로 개명되면서 우리와 함께 호흡하고 있다.하지만 변신의 역사 속에 수원출신 심재덕 전 시장을 배제할 수 없다. 심 전 시장은 화장실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정착했던 장본인이다. 세계화에도 앞장선 화장실 문화 선구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런 역사를 지닌 뒷간, 시간이 지나 바야흐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꽃 피우고 있다. 김동수 경제부장
과거 학교 운동선수들, 이른바 체육 특기생들은 ‘운동만 잘 하면 된다’는 식으로 학업은 등한시 하고 운동에만 전념하는 경우가 ‘비일비재’(非一非再) 했다. 초등학생에서부터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체육 특기자들은 운동시간은 물론, 훈련 외 시간에도 아예 수업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합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예도 많았다.학생의 본업인 학업은 아예 팽개치고, 어려서부터 오직 운동에만 전념하는 직업 운동선수로 길들여진 것이다. 이로 인해 과거 어느 국가대표 선수는 국제대회 출전을 하면서 공항에서의 출입국 등록 카드에 영문으로 자신의 이름 조차 쓰지 못했다는 웃지못할 사연이 선배들의 입을 통해 전해지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1등 만 추구하는 ‘성적 지상주의’가 만들어낸 한국 스포츠의 슬픈 현실로, 기성세대들의 책임 또한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교육계와 스포츠계는 오래전부터 학교체육과 체육 특기자 제도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최저학점제 도입과 연간 전국 규모대회 참가 제한, 중앙과 지방정부의 명칭을 사용하는 대회 중 학생들이 참여하는 대회의 학기 중 개최 금지, 특기자 입학제도 개선 등 ‘공부하는 학생 운동선수’ 육성을 위한 다양한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관행처럼 이어져 온 체육 특기자들의 잘못된 ‘학습문화’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고, 여전히 상당수 학교와 대학에서는 이를 묵인 또는 방조했었다. 좀처럼 변하지 않던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은 지난해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헌정사상 최초의 대통령 탄핵을 가져온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인해 대변혁의 도화선에 불을 당기는 계기가 됐다. 최씨의 딸 정유라씨와 조카 장시호씨의 학사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교육당국과 대학, 체육계가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사 관리 정상화를 통한 ‘공부하는 학생 운동선수 육성’의 명분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근 한국대학스포츠총장협의회(KUSF)가 올해부터 지난해 1,2학기 평균 학업성적이 C가 되지 않는 선수들에게 올해 협의회가 운영하는 농구, 축구, 배구, 핸드볼 등 4개 종목 출전을 불허했고, 실제로 일부 선수들이 이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해 출전길이 막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또한 교육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17개 대학의 ‘체육 특기자 학사관리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332명의 특기생과 교수 448명이 부당한 방법으로 학점을 취득하거나 준 것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과 더불어 올해부터는 학교체육진흥법에 따라 초ㆍ중ㆍ고에서도 운동선수에 최저학력제가 도입됐다. 더이상 공부를 하지 않는 학생선수는 운동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으나 이제라도 학생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체육 특기자에 대한 학습권 보장을 위한 최저학력제 도입에 따른 양면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일선 현장의 지도자들은 운동선수들의 학업 병행에 대해 공감을 하면서도 일반 학생과 동일한 학업 요구가 아닌 운동선수에 맞는 교육과정 프로그램의 도입,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체육 특기를 살려 학업할 수 있는 시간 배려, 엄격해진 학사관리에 따른 엘리트 체육의 위축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엘리트 체육’으로 대변돼 온 학교체육이 최저학력제 도입과 더불어 선진국 체육으로 발돋움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 세태에 맞춰 무조건적으로 제도를 밀어붙이기 보다는 일선 현장의 소리를 담아 여러가지 보완을 통해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안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황선학 체육부장 체육부장
A: The presidential election is only a few weeks away. B: I know. Who are you going to vote for? A: I’ll have to wait and see which candidates get nominated. B: Personally, I’m leaning toward the opposition party. A: 대선이 겨우 몇 주 남았어. B: 알아. 넌 누구에게 투표할 거야? A: 난 어떤 후보자가 지명되는지 기다리고 지켜봐야해. B: 개인적으로, 나는 야당을 선호해. nominate란? 자료제공=최선어학원
누구나 조직에서 인정받고 성공하길 바란다. 이런 심리를 쫓아 열정이나 도전과 같은 수백 가지 성공요인이 끊임없이 시중에 회자된다. 교과서에나 나옴직한 이야기라 감동이 없는 모양이다. 가끔 현실적이고 뾰족한 방책은 무엇이냐고 질문을 받는다. 씁쓰레하지만, ‘금도끼 은도끼’ 동화에 나오는 산신령이 되어 보라는 충고가 곧잘 먹힌다. 나무꾼을 조직의 임원이나 관리자에 비유하여 산신령처럼 행동해 보라는 뜻이다. 즉, 애초에 원했던 헌 쇠도끼를 능가하는 금도끼, 은도끼라는 대안까지 제시하는 태도와 능력에 방점을 두었다. 도끼 찾아 달랬더니 해질녘에 나타나 ‘다 찾아 봤는데 없소’라고 보고하는 산신령을 조직의 나무꾼은 좋아하지 않는다. 과정이야 어떻든 빈손의 산신령은 나무꾼에게 가용한 시간만 낭비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도끼 찾는 목적과 용도를 파악해서, 여의찮으면 자기 대안이라도 찾아 내보이는 것이 역량이다. 당초보다 탁월한 금도끼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여기에서 관리자가 무능하다고, 찾을 도끼의 모양새나 위치도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경우가 있는데 십중팔구는 과도한 기대이다. 궁극적으로 관리자는 디테일에 강한 실무진이 아니다. 관리자의 주요 가치는 과거의 경험이나 직관에 의지한 효율적 의사결정이다. 실황 파악에는 미흡하고 방향은 개략적일 수 있다. 문제는 소통이다. 관리자 중에는 빈약한 디테일을 들어내기 싫어서 질문을 배척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말도 못 알아듣습니까!’로 핀잔주기 일쑤이다. 결핍된 관계는 나쁜 관성을 만든다. 시나브로 직원들도 물어보는 행위를 무능의 소치로 여기게 된다. 소위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어야 하는 풍토가 정착된 것이다. 사라진 질문은, 과거지사를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동태적인 지금의 환경에서 조직의 결정적 패인으로 작용한다. ‘금도끼 은도끼’의 원작은 고대 그리스의 이솝우화이다. 이미 중세 때부터 ‘강이 매번 금도끼를 선물하지는 않는다’라는 속담이 있었다. 질문을 금기시 하고 속칭 ‘삽질’을 조장하는 조직의 관리자들이 유념할 경구이다. 그러고 보니 이솝우화에서 산신령으로 등장하는 헤르메스는 길을 안내해 주는 친절한 신이자, 저승길까지 인도하는 저승사자이기도 하다. 우형록 한양대 산업융합학부 겸임교수
아버지와 아들이 사막을 여행하다가 길을 잃었다.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왜 길을 잃었어요? 이제 먹을 것도 다 떨어졌고 물도 없어요. 너무나 목이 말라요. 걸을 힘이 없어요.” 나이 많은 아버지는 그렇지 않은데, 아들은 굉장히 불안해하고 또 불평했다.“아버지, 우린 죽을 거예요. 음식과 물이 바닥났는데 어떻게 하지요?” “얘야, 우리가 죽긴 왜 죽어? 안 죽어.” “아버지,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어떻게 안 죽어요?” “사막에서는 늘 모래 바람이 불어. 그래서 길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길을 잃을 수 있어. 나는 이 사막을 여러 번 다녔고, 길을 잃은 적도 있었어. 길을 잃으면 그때마다 동쪽으로 걸었어. 너, 오늘 아침에 우리가 걷는 방향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았지? 우리는 계속해서 동쪽으로 걸었던 거야. 지금 우리는 동쪽 끝에 거의 다 왔어.” “아버지, 난 아버지가 거짓말하시는 거 알아요. 어제도 그렇게 말했잖아요. 그런데 끝이 어디 있어요? 이제 우리는 죽을 거예요.” 나이 많은 아버지는 아들을 달래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걸었다. 얼마쯤 걷다가 아들이 말했다. “아버지, 저기를 보세요.”아버지가 아들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 거기에는 작은 무덤이 있고 무덤 앞에는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세워져 있었다. 아버지와 아들이 무덤으로 다가갔다. “아버지, 이 무덤을 보세요. 이 사람도 우리처럼 사막에서 길을 잃고 목이 말라서 죽었을 거예요. 아버지, 우리가 죽으면 누가 우리 죽음을 엄마에게 이야기해 주지요? 그리고 동생들과 엄마는 앞으로 어떻게 살지요?” 그때 아버지가 아들의 등을 두드리며 조용히 말했다. “얘야, 이제 우리는 살았어.” “뭐라고요? 살았다고요? 물도 다 떨어지고 사막에서 길을 잃었는데 어떻게 살아요?” “네 말대로 이 무덤 안에 있는 사람이 길을 잃고 목이 말라서 죽었다고 하자. 그렇다고 해서 자기가 무덤을 파고 들어가서 죽었겠니? 나무로 십자가까지 만들어서 무덤 앞에 꽂아 두고 말이야. 아니잖아. 누가 묻어준 것이 맞아. 만약 동행하던 사람이 묻어 주었다면, 그 사람의 시체가 없는 것을 보면 묻어 준 사람은 살아서 나갔다는 말이야. 그 사람이 살아서 나갔다면 우리도 살아서 이 사막을 나갈 수 있어.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무덤을 만들었다면, 무덤은 사람이 사는 동네 가까이에 만들어. 그러니까 여기에 무덤이 있다는 것은 이 근방 어디에 사람이 사는 동네가 있다는 말이야. 우리가 사막 끝에 도달한 거야. 이제 우리는 살았어.” 그 이야기를 듣고 아들이 말했다. “맞아요, 아버지! 아버지 말대로 우리는 사막에서 벗어났어요. 아버지, 빨리 가요. 동쪽으로.” 아버지와 아들은 열심히 걸었고, 아버지의 말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을을 만났다. 그들은 그곳에서 물을 마시고 음식을 먹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갔다. 아버지의 마음 안에는 희망이 있고, 아들의 마음 안에는 절망뿐이었다. 사막을 여행하는데 아들에게는 물이나 음식이 없고 아버지에게는 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버지와 아들이니까 당연히 함께 나누어 먹으며 갈 것이다. 희망도 그렇다. 아버지에게는 희망이 있고 아들에게는 없으면, 아들이 아버지의 마음 안에 있는 희망을 받아서 함께 희망을 가지면 얼마나 좋은가! 우리가 인생길을 걷는 동안 음식이나 물만 아니라 마음 안에 있는 희망이나 기쁨이나 사랑을 나누면, 모진 사막 같은 험한 인생길이라도 힘을 얻어 훨씬 기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박옥수 국제청소년연합 설립자·목사
대한민국이 때아닌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시끄럽다.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졌던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는 마치 해방 후 좌우대립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았고 집회 참가자들은 서로 전혀 다른 주장을 펼치며 마주 달리는 기관차처럼 언제 충돌할지 모를 긴장감을 주었다. 여기에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동원된 경찰버스와 경찰력은 마치 38선을 보는 듯해 씁쓸하기만 했는데 이처럼 대한민국에 때아닌 이념논쟁을 촉발시킨 사건은 아마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일 것이다. 탄핵을 찬성하는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무책임한 국정운영과 측근과 함께 벌인 부정부패, 부조리를 심판하기를 원했고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은 무고한 대통령을 정치권에서 엮은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견충돌 과정에서 일부 극우 보수단체들은 탄핵의 배경은 국가를 전복하려는 빨갱이와 종북좌파의 모략이라며 이들의 척결을 주장했고 탄핵심판의 결과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전원일치로 탄핵을 인용함으로써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약 3개월간 계속된 국가혼란상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러나 탄핵에 반대해 왔던 극우 보수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저항해 거친 시위를 벌이고 있고 이러한 저항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이념 혹은 세대 간 갈등이 더욱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탄핵 찬성론과 반대론이 외형적으로는 대등한 주체의 세력 다툼으로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국민의 대다수가 찬성쪽이기 때문에 이 같은 갈등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력 간 다툼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의 문제보다는 탄핵심판이 확정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국민 간 분열을 어떻게 봉합하는 것이냐일 것이다. 더 이상의 국론분열을 막고 나아가 분열된 국론을 봉합하고 갈등을 해소 시켜 민심을 다시 하나로 뭉쳐야 하는 것이 당장 우리 앞에 놓인 숙제가 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한데 우선 정치권이 불필요한 분열을 방지해야 하고 사회지도층이 진영논리를 떠나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식의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탄핵 찬성과 반대를 주장했던 양 진영 역시 서로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해를 달리하는 집단과 집단, 정당과 정당 간 자유경쟁이 허용됐다고 해서 상호 간 반목하고 갈등을 일으킨다면 이는 국력을 낭비하는 일로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들은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살아있는 민족공동체의 정신을 회복해 국론통합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라는 요한복음 17장을 인용해 메시지를 발표한 염수정 추기경의 뜻처럼 탄핵을 지지했든 반대했든, 이제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법 앞에서는 그 누구나 평등하다는 진리를 반드시 인정해야 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선고가 국론분열을 종식하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가는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염원한 것처럼 다시 하나 된 대한민국을 기대해본다. 기길운 의왕시의회 의장
수원 영통구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살롱시소’에서 영화와 라이브 음악이 어우러진 이색 공연이 펼쳐진다. ‘SING THE MOVIE:정처없는 여인’은 프랑스 무성영화에 인디뮤지션의 라이브 공연을 더한 독특한 콜라보 공연이다. 영화 정처없는 여인은 1920년대 프랑스 무성영화의 거장 루이 델뤽(Luois Delluc)의 작품이다. “영화는 빛과 그림자에 의한 조화, 곧 시각에 호소하는 음악이 내적인 생명을 불러일으킨다”라는 말을 남긴 루이 델뤽은 복잡한 인물 관계를 예술적으로 그려냈다.정처없는 여인은 한 가족의 앞에 쓸쓸함을 안고 있는 낯선 여인과 아내를 유혹하는 젊은 남자가 등장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이 무성영화에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디 뮤지션의 음악을 입혔다. 프랑스 태생 싱어송라이터 이베뜨(Yvette)와 애절한 목소리를 갖고 있는 전성현이 참여했다. 어쿠스틱과 발라드를 주로 하는 뮤지션 이베뜨와 힙합을 비롯해 다양한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는 전성현은 듀엣 프로젝트팀 ‘이베뜨&전성현’으로 최근 활발한 활동 중이다. 여기에 밴드 유니온펍의 드러머 김종선과 어쿠스틱감성듀오 sundae의 기타리스트 강소원도 함께 해 무대 완성도를 높인다. 공연은 지난해 초연 때 관객들에게 호평받으며 올해도 열리게 됐다. 31일 공연은 매진됐다. 다음달 7·14일 오후8시 공연은 네이버 예약 사이트에서 예매 가능하다. 살롱시소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고전의 아름다움과 지역 뮤지션들의 음악이 만나 특별함을 선사할 것”이라며 “좌석이 한정돼 있어 예매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밝혔다. 관람료는 예매 1만원, 현장구매 1만2천원이다. 문의 010-2619-5317 손의연기자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난 29일 수원시 권선구 세류 2동에 위치한 건강미술역사박물관 앞. 골목길 작은 의자에 앉아있는 파란 눈의 할머니가 소녀 같은 미소를 띄우고 한국어로 연신 감사하는 마음을 표현했다. 프랑스 국적으로 지난 60년 동안 한국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온 노애미 테라스 수녀(90)가 그 주인공이다. 치매미술치료협회는 지난 10년 동안 노애미 수녀가 그린 크레파스화 150여 점을 건강미술역사박물관과 50여m 거리에 있는 사랑나눔갤러리, 그리고 이 두 전시공간을 잇는 골목길 등에 전시했다. 이번 초대전은 1950년대 선교활동차 한국으로 건너온 노애미 수녀가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60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소외된 이웃을 사랑과 희생정신으로 보듬어 온 삶을 기리는 헌정 전시회로 기획한 것이다. 그림을 가르쳐 온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장이 주관했다. 풍물로 시작한 개막행사는 염태영 수원시장이 “노애미 수녀님의 헌신적인 봉사와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작품을 시민들과 나눌 수 있어 기쁘다”는 내용의 축전을 보내고, 종교계와 지역사회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해 꽃바구니를 선물하는 등 연신 훈훈한 분위기였다. 노애미 수녀에게 이날은 초대전 개막 이상의 더욱 큰 의미를 갖고 있어 특별했다. 그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날이기 때문이다. 1957년 3월29일 한국에 입국한 그는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의 한센병 환자와 전후 고아를 돌봤다. 지난 2008년부터는 수원의 ‘가난한 이들의 작은 자매회 평화의 모후원’에서 요양 중이다. “전쟁 후 한국에는 고아도, 한센병 환자도 많았어요. 60년이 되었다니, 정말 시간이 빨리 지나갑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평화의 모후원에 찾아와 노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던 회장님의 권유로 시작한 그리기도 10년이 됐습니다.” 스케치북 크기의 하얀 도화지 위에 펼쳐지는 그의 그림 세계는 평화롭고 아름답다. 꽃같은 20대에 떠난 고향 프랑스 상파뉴에 대한 그리움과 반세기 이상 머물며 제2의 고향이 된 한국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나온다. 유난히 초록빛의 자연이 많이 등장하고 둘러 앉아 식사를 하거나 손잡고 있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대부분이다. “나는 자연을 많이 생각하고, 많이 그립니다. 주님께서 창조한 자연만큼 좋은 것은 없습니다. 나는 또 사람들이 모이는 명절이나 무엇인가 나누는 모습을 그립니다. 그림으로 사람들의 마음이 연결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림 속 모습처럼 우리 한국 사람들이 계속 그렇게 모여서 나누면 좋겠습니다.” 그는 개막 행사가 끝난 후 불편한 다리를 천천히 거두며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그의 등으로 모처럼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이 뒤따른다. 하늘에서도 이방인이 반세기 이상 국경을 뛰어 넘어 실천해 온 사랑과 헌신의 삶을 치하하는 것일까. 봄을 부르는 이 전시는 다음달 30일까지 이어진다. 류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