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 대통령, 21시간여 조사 후 귀가…검찰, 영장청구 검토

‘최순실 국정농단’의 공범이자 정점으로 지목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 21시간 넘게 강도 높은 검찰 조사를 받고 22일 오전 삼성동 자택으로 돌아갔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직 대통령 중 ‘최장 시간’ 기록을 남겼다.검찰은 진술 내용과 기존 수사기록, 증거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전날 오전 9시 24분께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가 마련된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6시 55분께 1001호 조사실에서 나와 귀가했다.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뇌물수수·직권남용·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개 혐의의 사실관계와 경위 등을 확인했다.혐의가 워낙 많고 복잡한 데다 검찰과 박 전 대통령 측 사이에 기초적인 사실관계부터 입장차가 커 조사는 장시간 진행됐다.조사 자체는 전날 오후 11시 40분에 마무리됐으나 박 전 대통령이 조서를 꼼꼼히 확인하면서 열람에만 이후 7시간 넘게 더 걸렸다.중앙지검 청사에 들어가고 나온 시간 기준으로는 장장 21시간 30분동안 조사가 진행된 셈이다.검찰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중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16시간 20분, 2009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13시간을 훌쩍 넘는 최장 시간 기록이다.박 전 대통령 측은 조서의 주요 부분마다 기재된 답변 내용과 취지 등을 꼼꼼히확인하느라 열람·검토에 시간이 오래 걸렸던 것으로 전해졌다.절차를 모두 마치고 청사 출입문으로 나온 박 전 대통령은 ‘국민께 한 말씀 해달라’, ‘어떤 점이 송구한가’ 등 취재진의 질문엔 답하지 않은 채 차에 올라타고 자택으로 향했다.밤샘 조사에 다소 지친 듯했지만, 출석 때와 다름없이 담담한 표정이었다.검찰은 조사에서 삼성 특혜와 관련한 433억원대 뇌물 혐의와 함께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기업 출연금의 대가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것으로 전해졌다.수사팀의 ‘투톱’으로 불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와 특수1부 이원석(48·27기) 부장검사를 투입한 것도 뇌물 혐의 입증을 겨냥한 것이다.전날 오후 8시 35분께까지 약 11시간 동안 한 부장검사가, 이어 8시 40분부터 3시간가량 이 부장검사가 각각 조사를 맡았다. 아울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관리 의혹에 따른 직권남용죄, 청와대 기밀문서 유출, 민간기업 경영·인사권 개입 등도 조사 대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검찰 추궁에 박 전 대통령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잘 모른다”는 취지로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일부 의혹에 대해선 기본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범의(범죄 의도)가 없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박 전 대통령 조사까지 마친 검찰은 조사 내용과 기록을 검토해 조만간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비롯한 신병처리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정유라, '송환거부' 첫 재판 4월 19일…구금 재연장 수용

덴마크 검찰의 한국 송환 결정에 불복, 송환거부 소송을 제기한 정유라 씨가 21일(현지시각) 덴마크 검찰의 구금 재연장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당초 22일 올보르 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정 씨에 대한 구금재연장 심리는 열리지 않게 됐으며 정 씨는 구금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정 씨가 검찰이 요구한 구금재연장을 받아들인 것은 법정에서 구금재연장 여부를 놓고 다투더라도 법원이 자신을 석방할 가능성이 적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이에 따라 정 씨는 앞으로 송환 거부 소송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올보르 지방법원은 이날 검찰과 정씨 변호인측과 조정을 통해 정 씨가 제기한 송환거부 소송 첫 재판일을 내달 19일로 정했다고 덴마크 검찰이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과 정 씨 변호인은 내달 19일 올보르 지방법원 법정에서 정 씨의 한국 송환 여부를 놓고 격론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덴마크 검찰은 지난 17일 한국측이 송환을 요구한 정 씨가 덴마크 법에서 정한 송환 요건에 모두 충족된다며 정 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덴마크 경찰은 지난 1월 1일 국제경찰기구인 인터폴에 수배령이 내려진 정 씨를 덴마크 올보르에서 체포한 뒤 구금했으며 덴마크 검찰은 한국 특검으로부터 정 씨의 한국 송환을 요구받고 송환대상에 해당하는지 검토해왔다. 이에 대해 정 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송환 결정 직후 덴마크 올보르 지방법원에 검찰의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고 송환 거부 소송에 들어갔다.연합

[세계는 지금] 우리 이웃나라들의 진면목

지금 우리는 대통령이 탄핵 재판을 통해 파면되면서 조기 대통령선거에 임하는 위기상황에 있다. 그런데 이웃 국가들은 우리와의 현안을 그들 쪽으로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해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는 양태를 보이고 있어 실망스럽다. 격언에 위기에 처했을 때 진정한 친구가 누구인지를 알 수가 있다는데 금번에 이웃의 진면목을 볼 수 있게 되어 우리의 마음을 새롭게 다잡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과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 그리고 일본과는 미래지향적 관계를 추구해 왔으나 현재 양국이 사드 사태와 부산 소녀상 문제로 경제 보복 조치와 외교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는 구두선에 불과한 것임을 우리가 체험하였다. 우리와 중국, 일본은 이웃 국가로서 장구한 역사적 관계를 나눠 왔다. 이제 역사는 중세의 왕조 시대와 근세의 식민제국주의 시대를 거쳐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시대에 왔으나 우리 이웃의 우리를 대하는 태도를 볼 때 과거의 정복(征服) 왕조적 또는 식민제국주의적 의식구조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중국과 일본의 우리에 대한 현금의 조치는 분명히 균형감이 결여된 과수(過手)이다. 중국의 경우 사드(THAAD)배치에 반대하면서 관광금지, 한한령과 함께 롯데에 대한 경제적 보복조치를 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조치가 적절한 가에는 심지어 중국 내에서도 의문과 자성의 의견이 제시되기 시작하고 있다. 중국이 사드배치의 근본 원인인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방관한 채 방어적인 사드배치를 중국의 안보 위협이라고 주장하면서 반대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북한을 방조하는 것과 같은 결과가 된다. 한·중 양국이 수교 이후 25년간 성실히 발전시켜온 우호협력관계를 중국이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자세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러한 양국관계의 한계는 우리와 중국 간 존재하는 이념과 체제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부산 소녀상 문제로 주한 일본대사의 소환 등 외교적 압박은 가하고 있으나, 이 또한 시민단체가 주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승인한 소녀상 설치에 대해 우리 국가를 상대로 외교적 조치를 취하는 것은 과하다. 일 정부는 지난해 12월 위안부 합의를 양국 간 과거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우호협력 관계를 추구해 나가는 주춧돌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따라서 위안부 합의가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위안부 희생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일본 측의 보완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보며, 일 정부는 이러한 보완적인 조치를 통해 위안부 합의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어야 할 책임이 있다고 본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취하고 있는 조치가 과수(過手)이기 때문에 앞으로 시간이 갈수록 우리와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출구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우리가 현 상황을 의연하게 극복해 나간다면 우리 이웃들은 민낯을 드러낸 자신들에 대해 스스로 부끄러워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본다. 우리는 이웃들에게 엿보이는 왕조적, 식민주의시대적 가치에 대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체계로 선도해나가야 할 것이다. 신길수 前 주그리스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