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자동개폐장치 없는… 노후 아파트 ‘화재 사각 지대’ [현장, 그곳&]

31일 오전 9시께 찾은 광주시 신현동의 한 아파트. 해당 아파트 옥상에는 2개의 비상문이 보였다. 하지만 비상문은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굳게 닫혀있었고 비상문 옆 한 켠에 위치한 비상열쇠함에는 ‘화재시에 파손 후 키를 이용해 옥상으로 대피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촉각을 다투는 대형 화재 발생 시 주민들의 대피에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 보였다. 반면 같은 날 찾은 용인특례시 동천동의 한 아파트에는 옥상 비상문뿐만 아닌 일부 층 곳곳에서 화재 시 빠른 대피가 가능하도록 자동개폐장치가 달린 비상문이 설치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매년 도내 아파트에서 수백여건의 화재 사고가 발생하는 가운데 노후화된 아파트를 중심으로 신속할 대피를 도울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됨에 따라 아파트 각 동 옥상 출입문에는 자동개폐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는 평상시 잠금상태를 유지하다 화재 발생 시 화재감지기 등 소방시설과 연동된 문이 자동으로 개방되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말한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이후 신축된 아파트에만 적용되고 있고 그 이전에 준공된 아파트들을 대상으로는 권고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22년 경기도소방재난본부가 실시한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 설치’ 실태조사 결과, 도내 4만4천881동 중 2만8천410동(63.3%)에만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아파트는 옥상 비상문을 자살 등 안전사고 우려와 청소년들의 일탈 온상이 된다는 점에서 폐쇄를 해 놓는 경우가 많다. 이는 발화 지점보다 높은 층수에 사는 주민들을 화재 사각지대에 노출시키고 있는 셈인데, 옥상 출입문 자동개폐장치가 미설치된 아파트의 경우 주민들의 대피는 늦어질 수 밖에 없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을 보면 최근 3년간 도내 아파트 화재건수는 2021년 668건, 2022년 689건, 지난해 779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옥상 비상문 자동개폐장치 미설치 아파트에 대한 각 지자체와 도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부분 사람들은 패닉 현상이 발생하게 되기 때문에 자동개폐장치는 더욱 필요성이 강조된다”며 “지자체 또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설치 비용 측면을 지원해주는 유도 장치를 통해 설치를 늘려나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주거 환경 개선 지원 사업은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자동개폐장치만 별도로 지원하는 사업은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배가 아파요”…지자체 단속에도 경기도내 식중독 ‘기승’

음식물이 쉽게 상하는 여름철을 맞아 경기도가 식중독 위험 지역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도내 곳곳에서 식중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31일 경기도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도내 식중독 발생 건수는 총 264건이다. 해당 기간 사이 한 해 평균 52.8건의 식중독이 발생한 셈이다. 올해의 경우 지난달 19일까지 34건이 발생, 8월과 9월 등 앞으로 발생할 건수까지 고려하면 이전 식중독 발생 흐름과 비슷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식중독 예방을 위해 도는 매년 3월부터 음식점과 집단 급식소 등 위험 지역에 대한 단속에 나서고 있다. 올해도 7월 초까지 5번의 점검을 나가 6천38곳을 확인, 14곳을 적발해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거듭된 단속 및 관리에도 지난 7월31일 오전 2시17분께 광주 곤지암의 한 수양관에서 열린 종교단체 행사에서 참가자 중 일부가 설사와 구토 등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보건당국이 역학 조사에 나섰다. 또 지난 7월11일 김포의 한 고등학교에서도 학생 38명이 단체로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이는 등 관련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름철 식중독은 지자체 단속만으로 막기엔 한계가 있으며 실질적인 예방을 위해선 개인의 자체적인 예방 활동이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유병욱 순천향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름철은 음식이 상하기 쉬워 익히지 않은 음식을 섭취하지 말고 음식을 실온에 두지 않는 등 개인 스스로가 조심하는 것이 먼저”라며 “경기도 등 지자체는 지금처럼 위험 지역에 대해 관리를 하면서 동시에 식중독 예방 수칙에 대한 홍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도 관계자는 “식중독 위험 지역에 대한 단속과 함께 관련 홍보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라며 “식중독 방지를 위한 관련 대책을 계속 고심하겠다”고 말했다.

폭우 때마다 무너지는데…없다시피 한 옹벽 안전 관리책

경기도내 폭우 시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옹벽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안전 관리 체계는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일정 규모’, 즉 높이 5m, 길이 100m를 넘기는 옹벽만이 직접 관리 대상이라는 입장이지만, 도내 이 같은 규모의 옹벽이 없어 사실상 관리 대상이 없는 데다, 시·군의 경우 옹벽 붕괴 사고 관련 통계조차 없이 사후 대처만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옹벽 개수는 2020년 325곳, 2021년 487곳, 2022년 488곳, 2023년 555곳, 올해는 609곳으로 파악됐다. 관리 및 단속은 시·군 사무로 지정돼 있는 상태다. 관리 단속 주체가 기초자치단체로 지정돼 있지만 시·군은 물론 소방 당국도 붕괴 사례나 붕괴 위험 옹벽을 조사한 통계가 없는 실정이다. 폭우로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한 당시에만 현황 파악과 복구만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공사장 등에서 무너지는 붕괴 건수까지 파악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기에 급경사지나 호우 피해가 아닌 경우 별도의 붕괴 건수 등과 관련한 데이터 관리는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도 역시 직접 관리 대상인 ‘일정 규모 이상’ 옹벽이 없어 일상적인 점검만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방치 상황 속에 올해도 폭우에 따른 옹벽 붕괴 사고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께 양주시 백석읍에서 밤새 내린 비로 산사태가 발생하며 공사장 옹벽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무너진 옹벽은 식당 건물을 덮쳤고 이로 인해 식당 화장실은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붕괴됐다. 새벽 시간이라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7일께 양평군 양서면 부용리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옹벽 하부가 무너지며 주택을 덮쳤다.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1가구 3명이 인근 숙박 시설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광역 및 기초지자체, 소방 당국 모두 옹벽과 같은 주요 시설물에 대한 관리 계획을 수립, 안전 점검에 나서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문현철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일정 규모라는 기준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라며 “인명 피해는 절대 발생해선 안되기에 도와 시·군, 소방 당국이 모든 재난과 위험을 진단하고 대비하는 게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도 관계자는 "일정 규모에 해당하는 옹벽이 없어 따로 단속 대상으로 분류하지는 않지만 현장에 나갈 때마다 일상적으로 지나다니며 안전 유무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펜싱 男사브르 ‘3연패’…오상욱, 한국 첫 2관왕 [파리 올림픽]

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 단체전에서 헝가리를 꺾고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오상욱·박상원(이상 대전광역시청)·구본길(국민체육진흥공단)·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팀을 이룬 한국 대표팀은 1일(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남자 사브르 단체전 결승전에서 헝가리를 45대41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2년 런던, 2020 도쿄 올림픽에 이어 3연속 정상에 올랐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서는 종목 로테이션에 따라 사브르 단체전은 열리지 않았다. 8강전에서 캐나다를 45대33, 4강전에서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프랑스를 45대39로 연파한 한국은 결승전서 ‘펜싱 강국’ 헝가리를 만났다. 박상원이 스타트를 잘 끊었다. 헝가리의 아론 실라지를 상대로 5대4로 앞섰다. 이어 2라운드에 나선 ‘간판’ 오상욱도 크리스티안 라브를 5대4로 누르면서 합계 10대8로 리드했다. 3라운드에 나선 ‘맏형’ 구본길은 안드레아스 사트마리를 상대로 1점씩 주고받는 접전을 이어가다 리드를 뺏기지 않고, 15대11로 격차를 벌렸다. 4라운드서 박상원은 라브를 상대로 5점을 뽑고 6점을 내줬으나 여전히 20대17로 앞섰고, 5라운드서 구본길은 3점 차 리드를 지켜내 25대22로 앞선 가운데 다음 주자인 오상욱에게 넘겼다. 6라운드서 오상욱이 사트마리에게 연속 4점을 빼앗겨 역전을 내줬지만, 이후 내리 2점을 뽑아 27대26으로 재역전을 이룬 후 29대29 동점 상황서 득점에 성공해 30점에 먼저 도달했다. 7라운드 도경동은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쐈다’. 도경동은 빠르고 과감한 선제공격으로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내리 5점을 뽑았다. 점수는 35대29로 벌어져 승기를 잡았다. 8라운드에서 박상원도 다시 기세를 올렸다. 짧고 빠른 공격으로 착실히 점수를 추가해 40점 고지를 선점했고, 라운드 종료 때 헝가리의 점수는 33점에 그쳤다. 오상욱이 9라운드서 금메달을 확정했다. 오상욱은 먼저 3점을 내줬지만, 곧바로 3점을 만회해 분위기를 가져왔다. 43대36에서 다시 3점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득점을 추가한 뒤 44대41에서 마지막 찌르기를 성공하며 포효했다. 오상욱은 지난달 28일 개인전서 우승한데 이어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2관왕이자, 한국 펜싱 사상 첫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특히 오상욱은 지난 개인전 우승으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개인전을 모두 석권한 ‘그랜드슬램’을 이뤄냈었다.

불볕 더위 속 수도권 곳곳 짧은 비 소식 [날씨]

8월의 첫날이자 목요일인 1일 수도권 전 지역에 폭염특보가 지속돼 매우 무덥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25~27도, 낮 최고기온은 30~34도로 평년(최저 22~25도, 최고 29~33도)보다 조금 높겠다. 당분간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체감온도가 35도 내외로 올라 매우 덥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을 것으로 전망됐다. 지역별 기온분포를 보면 ▲수원 26~33도 ▲성남·과천 26~33도 ▲의왕 26~32도 ▲이천 25~33도 ▲양주·의정부 25~33도 ▲연천·포천 25~31도 ▲김포 25~32도 ▲인천 25~30도 등이다. 다만 오전 6시부터 오후 12시 사이 수도권에 0.1㎜ 미만의 빗방울이 떨어지는 곳이 있다. 오후 3시부터 6시 사이에는 경기 북·동부에 5~10㎜의 소나기가 내리는 곳이 있을 것으로 예보됐다. 서해5도에도 오전 9시부터 오후 12시까지 5㎜ 내외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측됐다. 미세먼지는 원활한 대기 확산으로 대기질이 청정해 수도권 모두 ‘좋음’ 수준을 보인다. 기상청은 “온열질환을 주의하고 야외 작업장에서는 시원하고 깨끗한 물을 구비하는 것이 좋다”며 “쉴 수 있는 그늘을 준비하고 축산농가에서는 송풍장치를 가동, 장시간 농작업과 나홀로 작업 등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설] 홀로 폭염고개 넘는 판자촌... 최소한의 생활 지켜줘야

지방자치 30년에 역기능도 보였지만 성과도 있었다. 주민 불편이나 어려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보살피는 것이다. 우선 동네 공원들부터 업그레이드돼 주민들이 즐겨 찾는다. 여름이면 횡단보도마다 그늘막이 펼쳐진다. 요즘 시내버스정류장에는 쿨링포그도 뿜어져 나온다. 겨울에는 정류장의 의자도 따뜻하게 데워진다. 장마가 물러나니 폭염이 기승이다. 폭염이 사람을 가리지는 않겠지만, 한층 힘들어 하는 이들도 있다. 취약계층이다. 최근의 기상 이변은 더욱 기후 취약계층을 양산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폭염 지원책을 쏟아낸다. 폭염지원금을 주고 에어컨 사용을 위한 에너지바우처도 뿌린다. 폭염키트도 있다. 얼음팩이나 손선풍기, 양산, 물병, 구급약품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그런데 이런 지원에서도 빠진 채 맨몸으로 폭염고개를 넘고 있는 이웃들도 있다. 판자촌 마을 주민들이다. 최근 경기일보가 인천 남동구 구월동 판자촌 마을을 돌아봤다. 한 80대 어르신은 작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한 채 땀방울을 훔쳐냈다. 오전 시간임에도 집 안엔 열기로 후끈했다. 책받침만 한 창문에 장마 직후 습기로 한증막이다. 다른 한 집을 가니 에어컨은 있어도 틀지 못하고 있다. 지난 장마철 지붕이 새면서 누전으로 전기가 나갔다. 가끔 전기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불안해 에어컨을 못튼다. 지붕과 전기를 손봐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 인천시는 올여름 노숙인 365명에 대한 폭염 물품 지원에 나섰다. 또 쪽방촌 221가구(256명)에 대해서도 폭염대책을 시행한다. 전기시설물 점검이나 취약계층 주민 보호 대책 등이다. 군·구 차원에서도 폭염 보호 사업을 벌인다. 취약계층 노후 주택의 재난 예방이나 거주환경 개선 등이다. 그러나 인천 곳곳 판자촌 마을 주민들은 대상 밖이다. 무허가 건축물이라는 이유로 사각지대로 밀려나 있다. 인천시의 쪽방촌 지원이나 구의 노후주택 사업 대상에서도 빠진다. 이 때문에 판자촌 마을 주민들은 어느 해보다 뜨거운 폭염에 홀로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폭염뿐만이 아니다. 장마나 겨울철 한파 등 날씨 재난을 당해서도 최소한의 지원조차 받지 못한다. 주민들도 이제 그러려니 하고 폭염 피해 신고조차 않는다고 한다. 물론 해당 지자체 관계자들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예산을 들이는 지원 사업 등은 기준이나 규정을 따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허가 건축물이라 해서 획일적인 폭염 대책 배제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 폭염 피해 지원은 그 주택이 아니라 주민을 향한 것이기 때문이다. 등록된 주민인 이상 최소한의 생활은 지켜줘야 제대로 된 지방자치다.

[사설] 출석정지 지방의원, ‘무노동 유임금’ 특혜 안 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최근 월급을 전격 공개했다. 통장에 찍힌 첫 월급이 992만2천원이라고 했다. 근로소득세와 주요 보험료 등을 뗀 실수령액이다. 지난 6월 임기를 시작한 22대 국회의원의 올해 연봉은 기본급인 수당과 상여금, 활동비 등을 포함해 1억5천690만원이다. 지난해보다 1.7%(263만7천400원) 인상된 금액이다. 국민의 상당수가 ‘싸움만 하고 일은 안 하면서 월급을 너무 많이 받는다’는 반응이다. 국회의원은 불체포특권, 면책특권 등 각종 특권이 넘치는데 가장 큰 특권은 ‘무노동 유임금’이다. 국회가 공전돼도 세비가 나온다. 심지어 구속돼도 월급이 꼬박꼬박 지급된다.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전 국회에서 일부 의원들이 ‘무노동 무임금’을 골자로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번번이 공염불에 그쳤다. 말만 번지르르했지, 국민들을 우롱한 꼴이 됐다. ‘무노동 유임금’ 특혜는 지방의회에서도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회와 31개 시·군의회의 지방의원 대부분이 출석정지 징계를 받아도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 등을 받는다. 경기도에서 용인시의회 단 한 곳만 예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2022년 ‘지방의회의원 의정비 예산낭비 방지 방안’을 의결, 지방의원이 출석정지 등 징계를 받을 경우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용인시를 제외한 도내 31곳의 지방의회가 이를 무시하고 최소 50%에서 100% 전액을 지급하고 있다. 경기도의회는 ‘경기도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5조 2항에 따라 비위 행위로 인한 출석정지 기간에 의정활동비 및 월정수당의 2분의 1을 감액한다. 50%는 지급하는 것이다. 수원·화성·부천·남양주·안산시 등 22곳 기초의회도 50%를 지급한다. 8곳의 기초의회는 100%를 지급한다. 공무원들은 관련 법에 따라 정직 징계를 받을 경우 해당 기간 급여와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일반 근로자들도 무노동 무임금 원칙으로 별도의 취업규칙상 합의가 없는 한 정직 기간에 임금 및 수당을 못 받는다. 그런데 지방의원은 출석정지 징계로 의회에 나오지 않아도 수당을 받는다니 이해가 안 된다. 물론 국회의원들은 더 심하다. 모두 세금이다. 자기들 멋대로 법과 조례를 만들어 주머니 챙기기에 바쁜 이기주의 행태에 국민 공분이 크다. 지난해 전북도의회와 대전시의회 등 일부 광역의회에서 출석정지 의원에 대해 의정활동비 및 월정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내용을 조례에 명시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특혜는 당연히 없애는 게 맞다. 경기도의 지방의회도 동참해야 한다.

[김종구 칼럼] 즐거운 올림픽 시상식, 이것도 한류다

‘간장 장수 아들의 승리.’ 언론은 그렇게 스토리를 만들었다. 가난하고 고된 아버지의 직업이다. 아들이 그 힘들다는 유도선수다. 한때 간염으로 선수 생활 위기도 겪었다. 이겨내고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 애국가가 울렸고 태극기가 올랐다. 한국 최초의 올림픽 유도 금메달. 1984년 LA 올림픽의 영웅 안병근(62)이다.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겐 ‘간장 장수 아들’로 더 기억된다. 그 아버지가 했다는 말이다. “꽁보리밥이라도 밥을 먹어라. 라면만 먹으면 힘을 못 쓴다.” 눈물 금메달이 많았다.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고(故) 김원기(62). 애국가 부르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레슬링 자유형 유인탁(66). 목발에 의지해 눈물을 쏟았다. 그 시절 금메달은 대개 이랬다. 전후 베이비붐세대 선수들이다. 전쟁을 치른 세대가 부모들이다. 못 먹고, 못 입었다. 선수들은 그저 악으로 버텨야 했다. 불암산 지옥 훈련이 그때부터다. 태릉선수촌 앞 509.7m 산을 토하며 올랐다. 그 시절 금메달은 곧 가족의 생계였다. 어찌 눈물로 범벅되지 않겠나. 찜찜한 구석도 있었다. ‘계몽적’ 정치 환경이다. 독재를 덮어 줄 여론이 필요했다. 눈물의 시상식은 더없는 도구였다. 세상을 탓하지 않는 순종적 철학, 전체에 개인을 묻는 맹목적 국가관.... 무던한 운동 선수가 딱이었다. ‘각하의 축하 전화’도 빠지지 않았다. 언론의 주작(做作)도 한몫했다. ‘배가 고파 라면을 불려 먹었다’(안병근). ‘라면만 먹고 뛰었다’(임춘애). 훗날 당사자들이 오보라고 밝혔다. 그래도 역사다. 특히 나 같은 ‘꼰대’에겐 그렇다. 모든게 옛말이 됐다. 울지 않는다.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다. 혼합 복식 탁구 시상식이 개최됐다. 한국의 두 팀이 공동 3위에 올랐다. 남자 선수가 여자 선수 옷을 여며줬다. 중국 관중들이 환호했다. 이어 볼 하트 인사가 이어졌다. 더 큰 환호가 나왔다. 선수들은 몇 번을 더 재연했다. 이 영상이 각국에서 편집됐다. 금·은메달 중국 선수들은 구경만 하고 있었다. 중국 누리꾼들의 이런 댓글이 많았다. ‘우리(중국) 선수들은 왜 한국 선수처럼 즐기지 못하나.’ 지금 2024년 파리 올림픽도 그렇게 가고 있다. 넘어진 상대를 손 잡아 준 오상욱(펜싱). 시상식은 즐겁고 당당했다. 10회 연속 우승의 역사를 쓴 여궁사 삼총사(양궁). 시상식은 즐겁고 아름다웠다. 9.6점에 가슴 졸이게 했던 16세 소녀(사격). 시상식은 즐겁고 상큼했다. LA에서 파리까지 40년이다. 금메달이 바뀐 건 없다. 달라졌다면 메달을 받는 우리 선수들이다. 더는 애국가에 눈물 섞지 않는다. 가정의 역경을 짜내지 않는다. 스스로 즐기고 모두를 즐겁게 한다. 일본이 올림픽 딴지를 걸었다. 극우 인사의 자국 내 칼럼이다. ‘파리 올림픽은 침한(침몰하는 한국)의 상징’이라며 빈정댄다. 빌미를 준 건 있다. 한국 구기 종목이 한꺼번에 추락했다. 축구·야구·농구·배구가 전부 못 나갔다. 팬이 많은 종목이다. 많은 이들이 불편하다. 해당 협회 잘못이 크다. 엘리트 체육 정책도 문제다. 협회와 국가가 크게 각성할 일이다. 하지만 이걸로 일본이 오만 떨 일은 아니다. ‘즐기는 한국 스포츠’를 ‘사생 결단 일본 스포츠’가 이해하겠는가. ‘항저우 행복 시상대’의 주인공 신유빈. 귀국 후 찾은 곳이 있다. 수원의 한 노인복지관. “수원시에 늘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나셨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메달 보상금을 후원금으로 내놨다. 2천만원이다. 즐거운 시상식에 이어진 훈훈한 미담이다. 즐길 줄 알고 나눌 줄 아는 MZ세대다. 지금 그들이 파리를 적신다. 즐겁고 행복한 시상식을 만든다. 세계인이 젖어 든다. 음악·영화 한류, 음식 한류.... 이제 시상식 한류를 상상해볼 차례다.

[삶과 종교] 더위를 이겨내는 힘

1년 중 가장 더운 달은 8월이 아닌가 싶다. 무덥고 습한 날씨가 지속되니 불쾌지수는 올라가고, 짜증과 화가 자주 나게 된다. 이렇게 덥고 습해 지치는 때는 어떤 마음으로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까? 부처님 경전, ‘열반경’에는 ‘흑암녀 공덕천’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한 장자의 집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찾아와 대문을 두드렸다. 장자가 문을 열며 ‘누구냐’고 물었다. 그 여인은 이렇게 말했다. “저는 공덕천(功德天)이라고 하는데 당신 집안에 행운과 재물을 가져다주며 행복한 일만 가져다주는 사람입니다.” 장자는 너무 기뻐 여인에게 ‘어서 들어오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바로 뒤에 검은 옷을 입은 험상궂은 여인이 따라 들어왔다. 장자가 그 여인을 제지하며 ‘도대체 누구인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느냐’고 묻자 여인이 말했다. “저는 흑암녀(黑暗女)라고 하는데 당신 집안에 불행한 일이나 사람이 아프거나 죽거나 하는 좋지 않은 일만 가져다주는 사람입니다.” 장자가 그 말을 듣고 그녀를 내쫓으려고 하자 흑암녀가 말했다. “나는 앞의 공덕천 언니와 늘 붙어다니는 자매로 잠시 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종종 영원하다고 착각해 집착하고 괴로움의 늪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게 된다. 행운이 생기면 계속 영원하기를 바라면서 붙잡으려고 하고 불행이 생기면 나에게만 왜 이런 일이 생기냐며 원망하면서 괴로움 속에 더 깊이 빠지기도 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나 일은 생겨날 수 있는 일이다. 좋은 일이든지 나쁜 일이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 줄 알고,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좋은 일이 생겼다고 너무 자만하고 들떠 있거나 나쁜 일이 생겼다고 마냥 의기소침해지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의 모습이다. 반면 지혜로운 사람은 좋은 일이 있을 때도 들떠 있는 마음을 잘 다스려 다가올 안 좋은 일에 대비하면서 차분히 대처한다. 나쁜 일이 생겼을 때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어떻게 하면 역경과 고난을 잘 이겨낼 수 있는지를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린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이 오지 말라고 막는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것이 아니고 세월을 흘러가지 말라고 해서 흘러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일어나야 할 일이면 일어나게 돼 있으며 영원불변한 것은 없다. ‘나’라는 존재 자체도 영원히 살아있을 수 없듯이 ‘나’를 포함한 모든 것은 ‘인’과 ‘연’에 의해 잠시 모였다가 흩어지게 돼 있다. 지금 상황과 환경을 변화시킬 수 없다면 변화할 수 있는 것은 대처하는 마음 자세와 태도일 것이다. 행복이든 불행이든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흔들림 없는 마음으로 대할 수 있을 때 행복과 불행을 즐기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진짜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은 변하지 않는 이 상황을 즐기는 것밖에는 없다.

[함께하는 인천] 죽산 기일과 마틴 루터 킹 데이

인천 출신의 거물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정권의 희생양이었다. 죽산 조봉암(1899~1959)과 빨치산 지도자 이승엽(1905~1953)은 남북한에서 간첩죄로 각각 사형당했고, 제2공화국 총리 장면(1899~1966)은 5·16 군사정변으로 실각했다. 정치재판으로 사법살인 당한 죽산은 평생 독립운동, 평화통일, 경제정의에 앞장서온 진정한 민족 지도자다. 강화도에서 태어나 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까지 그의 생애를 살펴볼수록 실로 극적이고 파란만장하다. 자유와 정의를 위해 목숨 바쳐 투쟁한 미국의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비견되는데도 그처럼 국가적 숭앙을 받지 못한다. 킹 목사 생일(1월15일)에 즈음한 1월 셋째 주 월요일의 ‘마틴 루터 킹 데이’는 독립기념일, 추수감사절, 크리스마스와 함께 미국의 국가적 명절이다. 죽산도 ‘시대의 순교자’이나 국가로부터 별다른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20대 때 3•1운동으로 인한 투옥, 30대 때 일본 제국주의 타도 국제동맹 활동으로 7년 옥살이를 하는 등 식민지 시절 내내 독립운동을 했다. 1945년 8월15일 일본 헌병대 유치장에서 풀려나자마자 좌우 연합전선을 주도했으나 자유와 민주주의 국가 건립을 위해 공산당과 결별하는 결단을 내린다. 이후 행보는 ‘인천을’ 지역구에서의 1•2대 국회의원, 국회부의장, 초대 농림부 장관을 지내며 의회주의자, 헌정주의자로서의 원칙을 철저히 견지했다. 죽산 사후 52년 만에 대법원의 무죄 판결로 억울한 간첩죄 누명을 벗지만, 뜻 있는 소수 인사만이 죽산 정신을 기리고 있다. 죽산 기일을 맞아 매년 7월31일 그가 잠들어 있는 서울 망우리공원묘지에서 죽산선생기념사업회 주최로 조촐한 추모제가 이어질 뿐이다. 죽산은 아직 국가유공자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강화도 선원면의 죽산 생가터는 집 흔적조차 찾기 힘든 농지로 변해 있다. 이제 죽산의 큰 뜻을 제대로 이어갈 때다. 킹 목사의 석상은 거대한 크기로 워싱턴DC에 세워져 있다. 새얼문화재단 주도로 10여 전 시작된 죽산 석상 건립 모금 운동에 50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올해 죽산 65주기 추모식장에서 죽산 석상 건립 예정지가 그의 지역구였던 부평 미군기지로 확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미군기지가 들어서기 전 소총, 총검, 포탄 같은 무기를 만들던 일본 육군 조병창 기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 사도광산보다 더 극악한 식민지 수탈 현장인지라 평생 자주독립을 외친 죽산 정신과 맥이 닿는 역사적 공간이다. 죽산 석상 건립을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회’(죽산 어록 인용)를 지향하는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