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운영하는 워크넷에 설마 낚시 정보로 구인하는 업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인천시 서구에 사는 A씨(40)는 지난해 말 다니던 회사가 부도나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게 되자, 고용노동부의 워크넷을 통해 일자리를 찾았다. 워크넷에서 안내하는 월급 240만원의 한 물류업체 경력직 모집에 응시했고, 최종 합격됐다. 하지만 A씨는 이 업체에서 수습기간 3개월 동안은 월 95만원, 이후엔 월 150만원 수준의 급여만 받았다. 입사 조건과 달랐지만 A씨는 회사측의 ‘차후 보너스 형태로 부족부분을 채워주겠다’는 약속만 믿었고 결국 지켜지지 않아 6개월만에 퇴사했다. 계양구에 사는 B씨(39·여)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워크넷에 소개된 급여 수준은 물론 각종 복지 혜택이 현실과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B씨는 4개월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다른 취업사이트를 통해 일자리를 찾았지만, 이젠 워크넷을 믿지 않는다. 이처럼 정부의 공식 구인·구직 사이트인 워크넷의 피해 구직자가 속출하고 있다. 13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2011년부터 일선 기초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주민들의 일자리 및 지역 기업의 구인을 위한 워크넷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구직자들이 워크넷에서 일자리를 구하고도, 정작 조건이 달라 퇴직하는 등 두번 울고 있다. 고용부나 지자체가 기업들이 올리는 구인 조건 등에 대해 사전에 검증하는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는 워크넷을 통한 취업 실적 등을 내려 지역 내 기업들에 워크넷 등록 후 구인 활동을 독려하고 있을 뿐, 정작 해당 업체에 대한 정보 파악이나 구인 조건 등에 대한 확인 절차는 외면하고 있다.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직접 워크넷에 구인정보를 올리면. 사실상 (우리가) 관리할 수 없는 시스템의 허점이 있다”면서 “종종 거짓 구인정보에 다른 민원이 들어오지만, 뾰쪽히 도와줄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관련 서류만 갖춰지면 업체가 등록할 수 있는데, 등록 업체 수나 구인 정보가 많아 모두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거짓 정보 제공 업체에 대한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를 통해 퇴출하거나 형사 고발 등 적극 대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경기지역 주요 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10개 가운데 3개 가량은 부적합하게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양주시와 남양주시의 부적합률은 무려 90%를 넘어 교통사고 방지 등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도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현재 도로법의 적용을 받는 도내 국도와 지방도, 시ㆍ군도로에 설치된 과속방지턱 3만1천400개를 전수 조사한 결과, 26.8%가 각종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ㆍ군별 부적합률을 보면 양주시가 무려 95.8%, 남양주시 91.6%, 안성시 89.2%, 연천군이 85.1%에 달했다. 평택시(73.5%), 광주시(67.6%), 의정부시(61.6%), 하남시(59.5%) 등도 도 평균 부적합률을 크게 웃돌았다. 부적합 사유는 도색 마모가 5천130개, 방지턱 전방 사전 알림판 미설치가 5천280개, 길이(3.6m 기준) 부적절이 496개, 높이(10㎝) 부적절이 1천890개, 방지턱 간 이격 거리(90m) 부족이 282개였다. 4차선 이상 도로 등 설치하지 말아야 하는 곳에 설치된 과속방지턱도 386개나 됐다. 도는 과속방지턱을 설치하려면 관할 경찰서와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번 조사에서 경찰과 협의 없이 설치된 과속방지턱 현황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도는 농촌 지역 도로를 중심으로 과속방지턱 설치 및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부적합 과속방지턱이 많은 상황이라며 일부 지방도를 관리하는 도와 시ㆍ군도를 관리하는 기초지자체가 함께 조속히 부적합 과속방지턱을 정비하겠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지자체별로 예산 및 인력 부족으로 도로 유지 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다”며 “지자체들이 도로 개설에만 신경 쓰지 말고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사후 관리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권혁준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여파로 공연계 ‘공짜 티켓’이 사라지고 있다. 13일 경기도 공연계에 따르면 문화예술계는 그동안 신작과 축제 등에 대한 홍보 등을 목적으로 초대권을 발행해 왔으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초대권 발행 문화가 사라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남문화재단은 지난 2015년 한 해 동안 진행한 자체기획 공연 15건의 티켓 중 약 1.5%를 초대권으로 발행해 후원회 등에게 배포했다. 총 24회 공연한 연극만원 기획시리즈의 경우, 전체 좌석 8천856석 중 유료판매는 8천644매(99.3%), 초대는 57매(0.7%)였다. 이처럼 도내 각 지자체 공공문화예술기관들은 지자체장, 지역구 의원, 기관장, 후원회 등을 대상으로 1~10% 가량의 초대권을 발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28일부터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초대권을 아예 없애는 분위기다. 공연 초대권을 선물로 보고 5만 원 이상의 티켓일 경우 처벌 대상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개막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축제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던 VIP와 GUEST용 ID카드 발행을 전면 취소했고, 부산시 역시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폐막식 초대권을 배부하지 않았다. 경기도문화의전당도 오는 14~16일 B기획사와 공동 주최하는 대형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 초대권을 발행하지 않았다. 의정부예술의전당 역시 14~15일 공연 예정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초대권 발행 ‘0’인 상태다. 더욱이 도내 대부분의 공연장이 앞으로 송년ㆍ신년 음악회와 각종 기획 공연들에 대해 초대권 발행을 하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세운 상태다. 도내 한 공연장 관계자는 “정확한 매뉴얼이 없는 상황에 서로 선례가 되지 않기 위해 눈치보며 초대권 발행을 중단했다”며 “지역 공연장 특성상 상대적으로 많은 지역문화예술행사들이 위축되고 취재용 티켓마저 제공하지 못하면서 홍보 창구가 사라지는 등의 부작용을 해결할 방안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뮤지컬과 연극 등을 주로 제작해 온 한 공연 기획사 관계자는 “공짜표를 요구하는 사람은 사라지고 순수한 유료 관객만 남으면 공연 현장 수준이나 분위기는 더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하지만 입소문이 중요한 신작에 대해서는 저렴한 초청 티켓 마련 등의 대책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류설아기자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미국의 가수 겸 시인 밥 딜런(75)에게 돌아갔다. 13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문학 작가보다 음악가로 더 유명한 인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는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선정 이유에 대해 “미국의 위대한 음악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점”을 들었다. 1941년 미국 미네소타 덜루스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저항의 메시지를 담은 음악으로 사랑받았다. 정치와 사회,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 깊이 있는 가사로 ‘음유시인’으로 불려왔으며, 1999년 타임지의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오는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리며, 상금은 800만 크로네(약 10억2천600만원)이다. 송시연기자
회계분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새누리당 홍일표 의원(인천 남갑)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올해 9월까지 최근 5년간 금융감독원이 직접 또는 위탁을 통해 실시한 회계감리는 총 681건이며 감리를 통해 373건의 회계부정을 적발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과징금을 부과한 건수는 단 9건에 불과하며 총 금액은 16억8천만 원에 그쳤다. 또 현재까지 분식회계로 금감원이 검찰에 고발한 회계법인은 한 곳도 없었으며 분식회계와 연루된 회계사에 대한 고발은 올해 1월 단 한 차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본시장법 제444조에는 분식회계 행위에 대해 과징금 뿐만 아니라 7년 이하의 징역형도 규정돼 있지만, 금융당국이 지금껏 회계 법인을 검찰에 고발한 적은 전무하다. 홍 의원은 “회계분식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실효성을 높이고 독립적인 회계감독기구를 설립해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윤모기자
“정민훈 기자, 정조대왕 능행차에 한번 참여해볼래?” 선배 기자의 말 한마디에 마음이 요동쳤다. ‘내가 정조대왕 능행차에 참여할 수 있다고?’,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을까?’ 등 한 순간에 오만가지 생각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기자는 오래전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정조대왕의 효심(孝心)은 익히 잘 알고 있던 터였다. 정조대왕의 능행차는 평소 곱씹던 이야기 중 하나였다. 또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는데 기자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네. 꼭 해보고 싶습니다”라며 선배 기자의 물음에 답했다. 이 대화가 정조대왕 능행차에 참여하게 된 계기다. ■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 역대 최대규모 능행차 이번에 참여한 정조대왕 능행차는 서울 창덕궁에서 출발해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배경으로 펼쳐졌다. 특히 수원화성 축성 220주년을 기념해 역대 최대 규모의 능행차가 재현됐다. 정조는 아버지인 사도세자 무덤을 융건릉으로 옮긴 후 13차례 수원화성으로 능행차를 떠났다. 능행차는 창덕궁을 출발해 시흥행궁에서 하루를 묵고, 안양과 지지대고개를 거친 뒤 수원화성까지 오는 조선 최대 왕실행렬이다.지난 1795년은 정조 즉위 20주년과 어머니 혜경궁 홍씨 환갑잔치를 기념해 7박8일 일정으로 수원화성을 찾았고, 당시 행렬에 참여한 인원만 6천여 명에 달했다고 전해진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대규모 행렬이 올해 처음으로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 행궁까지 (약 48km) 이틀에 걸쳐 재현된 것이다. 총 참여 인원만 3천여 명에, 4백 마리가 넘는 말이 동원됐다. 또 능행차 중간마다 백성들이 임금에게 억울함을 호소하는 ‘격쟁’도 재현됐다. ▲ 기자가 호위무사 의상을 입고 수염을 그리고 있다. ■ 능행차의 백미 역할… “나는 왕의 호위무사다” 정조대왕 능행차 참여가 결정되자 행사를 총 책임하는 곽선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능행차에 앞서 역할을 맡기 위해서다. 곽 감독과의 첫 대화는 지금까지도 회자될 정도로 짧고 강렬했다. 그는 “능행차의 백미는 왕을 호위하는 무사니까 이번에 말 타는 호위무사에 도전해보시죠?”라며 기자가 의견을 묻기 전에 모든 답을 간단 명료하게 내놓았다.결국 5분도 채 되지 않아 대화는 끝이 났고 얼떨결에 말을 타는 호위무사 역할을 맡게 됐다. 이때까지 기분은 날아갈 듯 했다. 올해 최대 규모의 능행차 행렬에서 호위무사 역할을 맡는 건 ‘하늘에 별 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윽고 수원 지지대고개에서 출발하는 정조대왕 능행차 날이 다가왔다. 9일 오후 1시 수원시 장안구 노송지대는 능행차에 참여하는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전쟁터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북적였다.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대학생 참여자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이 한 곳에 모였다. 게다가 필리핀, 태국 등 국적이 다른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다. 이런 가운데 스텝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모두 조용히 해주세요. 지시에 따라 움직여야 시간에 맞춰 행사를 진행할 수 있어요”라고 말하자 순간 침묵이 찾아왔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이 남성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참여자들의 역할을 나누기 시작했다. 20분도 되지 않아 무질서하던 현장이 어느새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눈코 뜰새 없는 현장… 우여곡절 끝에 분장까지 기자도 질서정연한 분위기에서 의상을 입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야 했다. 이곳에 오기 전 곽 감독이 말해준 장성임 선생을 찾아야만 했다.머리가 하얗고 키가 작은 사람이라고 알려준 장 선생을 찾기는 그야말로 ‘사막에서 바늘찾기’였다. 결국 스텝들에게 물어보는 등 우여곡절 끝에 10여분 만에 장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만난 장 선생은 “바빠, 있다가”라는 말로 기자를 맞았다. 그의 발은 쉴 새 없이 움직였고 이후 10분을 기다려서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눈코 뜰새 없이 너무 바빠. 호위무사 옷 한 벌 가져왔으니 입어봐”라며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하얀색 임시 텐트로 안내했다.기자의 옷 입는 모습이 못마땅한지 장 선생은 혀 끝을 차며 “이건 이렇게 입는 거야”라며 손수 옷매무새를 고쳐주었다. 신기할 정도로 옷은 장 선생의 손길이 닿자 기자의 몸에 딱 맞게 변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 선생은 이 업계에서만 50년이 넘도록 일 했고, 의상 업계에서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실력이 빼어난 사람이었다. 그와 함께 일하는 직원은 “장 선생님은 의상 업계에서 대모로 통한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의상을 입은 기자는 곧바로 분장을 받게 됐다. 그러나 분장을 받고 나서 기자는 수염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분장팀은 기다란 숯처럼 생긴 뭉뚝한 붓으로 기자의 수염을 그렸고, 입가에 그려진 ‘짝짝이’ 수염에 절망할 수밖에 없었다. 분장을 마친 후 조금의 시간이 남았다. 남은 시간 동안 정처 없이 발을 내디뎠다. 그러다 공주 역할을 맡은 최선희씨(여)를 만날 수 있었다. 첫 만남에 최씨는 정조대왕 능행차는 평소 자신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고 말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능행차를 보고 자라면서 ‘언젠가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에 최대 규모로 열린다는 소식에 참가 신청을 했고, 운 좋게 공주 역할을 맡아 꿈만 같다”고 미소 지었다. 정조대왕 역할을 맡은 연기자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능행차를 하는 지점마다 정조를 연기하는 연기자가 바뀐다”며 “2시간 정도 정조를 연기하는데 어린 아이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까지 정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이어 “시민들과 눈을 맞추며 연신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당시 정조가 어떤 생각을 했었을지 조금이나마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 기자가 호위무사 의상을 입고 수염을 그리고 있다. ■ 능행차에서 느낀 왕의 뒷모습 본격적인 정조대왕 능행차 시간이 다가왔다. 창을 든 군사부터 말 수십 마리가 각자 자리에 맞춰 도열했다. 오합지졸을 연상케 했던 이전 모습과 달리 완벽한 위용을 갖춘 군대가 어느새 노송지대를 가득 메웠다. 생전 처음보는 광경이 눈 앞에서 펼쳐지자 주위에서 행렬을 기다리던 시민들도 환호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도 잠시였다. 곽 감독은 미안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다가와 “어쩌지 말은 못 탈 것 같은데”라며 “갑자기 역할이 바뀌었어”라고 말했다. 결국 말을 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껏 설레는 기분을 품고 온 기자는 좌절했다. 하지만 생애 한번 뿐인 이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말을 탈 수 없다면 걷겠습니다”라고 답했다. 오후 2시30분이 되자 정조대왕이 탄 흰색 말이 또각또각 발굽 소리를 내며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기자는 행렬 한 가운데서 걷기 시작했고, 처음으로 정조대왕의 등을 보며 걸을 수 있었다. 수원종합운동장까지 가는 길지 않은 코스지만 걷는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사상 최대 규모로 역사적 사실을 재현한 행사에 참여할 수 있어 뜻 깊었고 한편으로는 과거 정조는 13차례 능행차를 다니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라는 물음이 떠올랐다. 아버지를 찾아가는 머나먼 여정 위에 임금을 아버지라 부르는 백성을 만나고 그를 따르는 충신과 시간을 함께하면서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러한 물음에 기자의 걸음은 가볍지만은 않았다. 정민훈기자사진=오승현기자
세계 최장 재위 기록을 가진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이 13일(현지시간) 서거했다고 왕실 사무국이 밝혔다. 향년 88세. 푸미폰 국왕은 1946년 6월 9일부터 이날까지 70년 126일간 왕위를 유지해왔다. 연합뉴스
“위잉~위잉~”인천 백령도 앞바다에 긴박함을 알리는 경광등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진다.“경고방송 실시합니다. 중국어선, 쌍끌이 어선 도주중. 200m, 150m, 고속단정 어선에 접근중입니다. 어선 왼쪽에 쇠창살, 쇠창살 보입니다.”백령도 남동쪽 8.5㎞ 해상에서 서해북방한계선을 2.9㎞ 침범해 불법 조업하던 중국어선이 인천해양경비안전서 3005함 소속 고속단정 단속에 걸렸다. 해경이 중국어선에 정선(停船) 명령을 내리지만, 중국어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도주했다. 비슷비슷한 규모의 중국어선 8척은 서로 밧줄과 철판으로 연결한 연환계를 쓰면서 해경 단속을 피해 달아났다.해경 고속단정이 속도를 높여 중국어선 뱃머리에 접근했다. 고속단정에 타고 있던 특공대원 8명이 중국어선과의 거리가 좁혀진 틈을 타 어선으로 올라탔다. “등선 완료, 조타실 확보하겠음” 해경 고속단정에서는 본부에 보고하는 무전소리가 이어진다.중국어선 조타실은 모두 철문으로 봉쇄돼 있다. 선원들은 모두 조타실 안에 숨었다. 무력저항은 없지만 마음을 놓기는 이르다. 해경의 단속을 방해하려고 좌우로 다른 중국어선들이 접근하며 충돌이라도 하려는 듯 위협을 가하고 있다. 특공대원들은 재빨리 조타실 철문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최류탄을 던져 넣은 뒤 쇠파이프와 절단기를 이용해 조타실 철문을 뜯어냈다. 숨어있던 선원들은 쇠파이프를 마구 흔들면서 해경의 접근을 막고 마지막까지 저항을 계속했다. 방패도 없이 배에 올랐던 특공대원들은 맨몸으로 선원들과 맞서야 했지만 다행히 큰 피해없이 선원들을 제압할 수 있었다. “조타실 제어 완료” 해경은 중국어선 갑판에서 잡어 5㎏ 등 불법 어획물을 발견하고, 우리 해역에서 불법조업을 한 혐의로 중국어선 선장 A씨 등 선원 11명을 붙잡았다. 인천해경 3005함 조동수 고속단정장은 “중국어선은 쇠창살이 너무 많아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며 “중국어선이 단정에 충돌하려고 시도하는 일도 많다”고 상황을 설명했다.조 단정장은 또 “일반적으로 선원들은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흉기로 사용한다. 칼이나 쇠파이프, 삽 등 여러 가지 도구로 위협하기도 한다”면서 “중국어선 나포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조 단정장은 “위협을 받는 등 총기를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정확한 법과 매뉴얼에 따라 행돌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이와 관련 중부해경본부 측은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매뉴얼을 재정비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장비와 인력 보강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이 기사는 인천해경의 중국어선 나포 채증 영상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인천관광공사는 인천 섬 가치 재창조 및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해 ㈜블랙야크 및 강화군, 옹진군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고 13일 밝혔다. 공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3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블랙야크의 마운틴북(www.mountainbook.co.kr)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인천 섬 보물탐험’ 프로그램을 개설할 예정이다. 마운틴북은 블랙야크의 회원과 고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아웃도어 문화를 더 쉽고 재미있게 경험할 수 있게 한 온라인 아웃도어 정보 포털사이트이다. 공사는 마운틴북 사이트를 통해 인천 섬의 관광지, 체험, 음식 등 소개를 통해 인천 섬 관광 자원에 대한 설명을 통해 인천 보물섬을 적극 홍보 할 방침이다. 또, ㈜블랙야크와 함께 금년 말 예정인 인천 섬만의 특화된 관광객 기반의 여행 가이드 북 서비스 구축을 위해 기존 여행 가이드 서비스와 차별화하여 인천 섬만의 여행 가이드 북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인천 섬 보물 탐험’ 참가 신청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 후 인증 장소 완주할 경우, 공사가 완주 인증서를 발행과 다양한 기념품을 지급하고, ㈜블랙야크에서는 인증 횟수에 따른 포인트 지급 및 완주자 기념품을 지급할 예정이다. 공사 관계자는 “이번 섬 관광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통해 인천 관광의 미래인 아름다운 인천 보물섬의 가치를 재창조하고, 섬 관광 잠재력을 적극 발굴해 기존 인천 관광상품과 연계해 많은 관광객이 인천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유제홍기자
세계 최장기인 70년 재위 기록을 가진 푸미폰 아둔야뎃(88) 태국 국왕의 건강 이상설 속에 태국 총리가 공식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했다. 13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찬-오차 총리는 이날 저녁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하고 각료 전원을 불러 모았다. 쁘라윳 총리는 이번 주말 인도에서 열리는 제8차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 일정도 경제담당 부총리에게 대신 참석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이날 경찰의 날 기념 행사에도 불참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쁘라윳 총리는 전날에도 촌부리주(州) 방문 도중 오후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급거 수도 방콕으로 돌아왔다. 군부가 주도하는 과도의회인 국가입법회의(NLA)도 이날 밤 9시(한국시간 11시)에 특별회기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러나 NLA는 특별회기를 여는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이 밖에 각 지방 행정조직에는 근무지에서 대기하라는 총리 명의의 사한이 발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왕실 사무국은 지난 9일 혈액투석 및 과도하게 분비되는 척수액을 빼내기 위한 삽관 교체 후 건강상태가 '불안정'(unstable)하다고 밝혀 우려를 낳았다. 또 12일에는 혈액검사 결과 감염이 확인됐으며 간의 활동도 불규칙하다면서 인공호흡기와 함께 혈액·혈장투석기(CRRT)를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푸미폰 국왕이 입원한 방콕 시리라즈 병원에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려와 국왕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