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셔틀콕에 비수 꽂은 日 대표팀 박주봉 감독

배드민턴 복식 조 가운데 유일하게 4강에 올라 메달의 꿈을 부풀렸던 여자복식의 정경은(KGC인삼공사)ㆍ신승찬(삼성전기) 조가 일본 팀에 막혀 3ㆍ4위전으로 내려앉는 순간 일본 선수단 가운데 웃지 못하는 한 사람이 있었다.주인공은 바로 한국 배드민턴의 ‘전설’인 일본 대표팀 박주봉(52) 감독이었다. 박 감독은 지난 16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리우센트루 4관에서 열린 제31회 리우 올림픽 여자 복식 4강전에서 정경은ㆍ신승찬 조를 2대0으로 완파하고 결승에 오른 세계랭킹 1위의 마쓰모토 미사키ㆍ다카하시 아야카조를 조련시켜 일본 배드민턴 사상 첫 금메달의 꿈을 기대케 만들었다.박 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남자복식 금메달, 1996년 애틀랜타 대회 혼합복식 은메달, 세계선수권대회 통산 5회 우승 등 화려한 전적을 남긴 뒤 2007년 은퇴해 말레이시아 대표팀 감독을 거쳐 2004년 11월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했다. 아테네 올림픽에서 출전 13명 중 12명이 예선 탈락한 일본이 세계 정상급의 한국 배드민턴 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 ‘박주봉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카드는 적중했다.일본은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맞은 2008 베이징 대회에서 여자복식 1개 조가 4강에 진출하는 성과를 거뒀고, 4년 뒤인 2012 런던 대회에서는 여자복식 후지이 미즈키ㆍ가키이와 레이카 조가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은메달)을 획득했다. 이어 박감독의 세 번째 올림픽 참가인 이번 대회에서 일본은 복식의 마쓰모토ㆍ다카하시 조가 최소한 은메달을 확보했고, 여자단식서도 4강 진출자를 배출하는 등 최고 성적을 예약했다.이 처럼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일본 팀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은 태릉선수촌과 같은 대표팀 전문 훈련시설과 합숙 시스템, 대표팀 전담 코치제도의 도입 등 체질 변화를 성공시킨 탁월한 지도력의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의 유일한 복식 조 4강 진출팀에 비수를 꽂은 박주봉 감독은 지도자로써 더없는 영광이었지만, 침통해 하는 모국 선수단 앞에서 웃을 수가 없었다.황선학기자

[그림 읽어주는 남자] 기슬기의 ‘사라지다’

기슬기 작가의 작품은 ‘Post Tenebras Lux_사라지다’가 원래 제목이에요. ‘Post Tenebras Lux’는 라틴어로 “어둠 뒤에 빛이 있으라”는 뜻이죠. 음악과 소설, 영화제목으로도 종종 사용되기도 했던 이 말은 16세기 칼뱅 종교개혁의 슬로건이었어요. 그리고 그 말은 또 ‘빛 속으로’의 뜻을 가지기도 하죠.이 작품은 아일랜드에서 처음 구상했다고 해요. 그가 레지던스로 가 있었던 지역은 안개가 심해서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날들이 많았어요. 안개는 미세한 수증기가 응결해서 대지의 지표 가까이에 떠 있는 작은 물방울들이죠. 대지에 내려앉은 구름이라 할 수 있어요. 그는 ‘보이지 않는’ 안개 속의 세계와 안개가 걷히고 난 뒤의 ‘보이는’ 세계를 미학적으로 사유한 듯해요. 보이지 않는 세계는 ‘환(幻)’이고, 보이는 세계는 ‘영(影)’으로…. 그는 카메라 조리개를 열어놓고 나무 뒤로 가서 춤을 추었어요. 보이는 세계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의 춤을 춘 것이죠. 춤의 ‘자취’로 남은 것이 ‘빛 속으로 사라지다’예요. 이 작품은 몇 개의 연작으로 이어졌어요. 사라지는 것과 안 보이는 것, 감추는 것의 차이는 미묘하나 커요. 그의 작품들은 안 보이게 하거나 감추려는 의도보다는 ‘사라지는’ 것에 가까운 주제이고 또한 그것이 사진이기 때문이에요. ‘사라지다’의 우리말 뜻은 사라지는 것의 대상이 현상이냐, 사물이냐, 생각이냐에 따라 달라요. 현상과 사물은 ‘자취’의 문제이고 생각은 ‘의식’의 문제이니까요. 그래서 ‘자취’는 존재와 밀접하고 ‘의식’ 감정에 가깝죠. 사라지다의 어원은 ‘?라디다’로 『월인석보』(1459)에 나오는데, 그것은 ‘?’과 ‘아디’가 붙어서 생긴 말이지만, 이 두 개의 용언이 함축했던 의미를 ‘?라디다’가 가지고 있지는 않아요. ‘?’을 몸뚱이나 생각 따위로 해석한다면 모를까. 사실은 바로 그 지점에서 비평적 해석의 단초가 시작될 수 있어요.‘?’은 ‘살’로서 ‘몸’을 상상하기에 충분하잖아요. 기슬기의 ‘사라지다’는 하나의 자취로서 ‘나’의 존재와 상관(相觀)하고 또한 그것은 몸뚱이에서 제나로, 참나로, 다시 얼숨으로 흩어지고 사라지는 얼생명의 총체적 기운생동(氣韻生動), 즉 충일한 기운활동을 상징할 거예요. 인도의 수행자 슈리 라마나 마하리쉬(1879~1950)는 『나는 누구인가』에서 이렇게 물었어요. “나는 육체가 아니다. 정신도 아니다. 인격도 감정도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마하리쉬는 기슬기가 스스로 의문했던 것처럼 ‘나’의 환을 벗어 던지고 난 뒤의 ‘나’에 대해서 먼저 사유했는데, 그는 “나는 나로써 남는다.”는 결론에 이르죠. 보이는 세계에서 ‘환’의 실체는 작가 자신이 직접 ‘환’이 되는 방법 밖에는 없을 거예요. 그리고 그 환이 빛이 될 때 ‘나’는 얼숨의 생명이 되는 거고요.김종길미술평론가·경기문화재단 문화재생팀장

안병용시장 "재개발사업 철회, 관리처분계획 무산 등 주민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

자산 감정평가액이 낮다며 반발하고 있는 의정부 3동 일대 중앙생활권2재개발구역 주민들(본보 17일자 10면)이 17일 안병용 의정부시장에게 관리처분계획 총회 무산과 사업철회를 요구했지만 안 시장은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주민 60여 명은 이날 시청 대강당에서 열린 시장과의 대화에서 “지난달 28일 통보받은 감정평가액이 시가의 절반 정도밖에 반영되지 않은데다 지난 2010년 조합 설립 당시 조합 측이 제시한 금액보다 턱없이 낮다”고 주장했다. 주민 L씨는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당시 배포한 사업계획 책자엔 단독주택 3.3㎡당 770만원, 빌라 1천550만원으로 추정 감정가를 밝혀놓고 현 감정가는 300만~500만원선이다”며 “조합이 책자대로 보상하든지 사업을 취소하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또 오는 27일 열릴 관리처분계획 주민총회를 무산시키려면 조합원을 설득할 조합원 명부가 필요하다며 시에 명부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안병용 의정부시장은 “감정평가는 시가 공모한 2명의 감정평가사를 통해 공정하게 했고 재감정 땐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고 전례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시에 보관하고 있는 조합원 명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조합원 총회에서 명부공개를 주민들이 조합 측에 요구해 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시장은 “재개발 추진의 모든 절차는 주민이 자율적으로 결정해 이뤄진 것으로 의정부시는 법 규정에 따라 행정처리를 했을 뿐”이라며 “관리처분계획 총회 무산이나 사업철회 등도 총회에서 주민들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한편 감정평가액에 반발하는 주민들은 지난달 30일자로 비대위를 결성해 현재 460명의 사업추진 반대 서명을 받았다고 밝혀 오는 27일 관리처분계획 주민총회가 주목된다. 중앙2재개발 조합원은 980명으로 주민총회에서 토지 등 소유자 50%의 찬성을 얻으면 관리처분계획이 통과돼 사업이 본격화된다. 의정부=김동일기자

'업어치기로 성추행범 응징' 고교 유단자 여고생 추행범 검거

대낮에 여고생을 성추행한 20대가 사건 현장을 지나던 고등학생 무술 유단자에게 붙잡혔다.전북 정읍 배영고등학교에 다니는 김형낙(18) 군은 광복절인 15일 친구와 함께 전주시 한옥마을을 찾았다. 즐겁게 한옥마을 여기저기를 둘러보던 김 군 오후 6시20분께 한옥마을 인근 한 신발가게 앞에서 길을 건너려고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건너편에서 한 여성이 "저 사람 좀 붙잡아주세요"라고 소리를 질렀다. 유도와 검도 유단자인 김 군은 순간적으로 자기 쪽으로 뛰어오는 한 남성을 붙잡아 바닥에 쓰러뜨렸다. 이 남성은 김 군을 뿌리치려고 발버둥 쳤고, 몸을 다시 일으켰다. 김 군은 몰려든 사람들로부터 "이 사람이 저 여학생 엉덩이를 만졌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도망치려던 남성을 유도 기술인 업어치기로 다시 제압했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정모(28)씨는 김 군의 업어치기에 호되게 당한 뒤 다시 도망칠 엄두를 내지 않았다. 잠시 뒤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김 군은 정씨를 경찰에 넘겼다. 김 군은 "맞은 편에서 잡아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붙잡았다"며 "성추행을 했다는 소리를 듣고 이 남성을 확실히 제압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바닥에 메쳤다"고 말했다. 장래희망이 경찰관인 김 군은 꿈을 이루기 위해 유도와 검도, 태권도 등 각종 격투기를 익혔다. 이런 김 군 앞에서 성추행을 한 정씨는 '제대로 임자'를 만난 셈이다. 김 군은 "앞으로도 불의를 보면 참지 않고 반드시 돕겠다"며 "훌륭한 경찰이 돼서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주 완산경찰서는 17일 성추행범을 검거한 공으로 김 군에게 경찰서장 표창과 상품은 전달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