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대로 걷던 취객 친 버스운전자 '무죄'

한밤중 편도 5차로 중앙 차선을 걷던 취객을 뒤에서 치여 숨지게 해 벌금형을 받은 버스 운전자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내려졌다. 수원지법 제1형사부(부장판사 이근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은 버스 운전자 오모(59)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고 시간이 밤 11시를 넘은데다 그 장소 또한 버스전용차로와 중앙차선 부근이었다. 당시 제한속도를 준수하며 운전하던 피고인이 반대편 차로의 차량 전조등 불빛 때문에 시야가 흐려져 피해자를 쉽게 발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과속하거나 신호를 위반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를 발견한 즉시 그를 피하려고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을 급하게 틀어 사고를 막으려는 조치를 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전방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오씨는 2014년 8월30일 오후 11시15분께 하남시 천호대로 편도 5차로의 1차로(중앙버스전용차로) 하남시 방면으로 버스를 운전하다가 중앙선 부근에서 지인과 함께 걸어가던 서모씨를 뒤늦게 발견하고 피했으나 버스 왼쪽 앞범퍼 부분으로 서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서씨는 술에 취해 지인과 어깨동무를 한 채로 사고 버스를 등지고 걸어가다 변을 당했다. 연합뉴스

‘부천 초등생 아들 시신훼손·유기’ 父 구속기간 연장 신청

16㎏에 불과한 7살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시신을 잔인하게 훼손해 냉장고에 유기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유기 사건'의 피의자인 30대 아버지에 대해 검찰이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2부(박소영 부장검사)는 29일 살인 및 사체훼손·유기 등의 혐의를 받는 피해자 A(2012년 사망 당시 7세)군의 아버지 B(32)씨에 대해 구속기간 연장을 법원에 신청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31일로 종료되는 B씨의 구속기간은 최대 2월 10일까지 늘어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검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구속 기간은 10일이며 법원의 허가를 받아 추가로 한 차례(최장 10일) 연장할 수 있다. 검찰은 또 사체훼손·유기 및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를 받는 A군 어머니 C(34)씨에 대해서도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혐의와 관련해 추가로 조사해야 할 내용이 많아 구속기간을 연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A군 부모를 기소할 시점에 A군 여동생(10)에 대한 친권 상실도 함께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의 친권은 이달 18일 법원이 검찰의 신청을 받아들임에 따라 다음 달 17일까지 일시정지된 상태다. 앞서 경찰은 아버지 B씨에 대해 폭행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B씨는 2012년 11월 7일 오후 8시 30분께부터 부천에 있는 자신의 전 주거지 안방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당시 16㎏가량인 아들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엎드리게 한 상태에서 발로 머리를 차는 등 2시간 넘게 폭행해 다음 날 숨지게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는 아들이 숨지자 부엌에 있던 흉기로 시신을 훼손하고 아내 C씨와 함께 시신의 일부를 버렸다. 나머지 시신 일부는 3년2개월간 집 냉장고 냉동실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경찰에서 "권투하듯이 세게 때렸는데 '이렇게 때리다가는 (아들이)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살해할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연합뉴스

'成 리스트' 이완구 前총리 1심서 유죄…집행유예 2년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장준현 부장판사)는 29일 "성완종이 피고인에게 3천만원을 건넸다는 인터뷰 내용과 정황 증거, 관련자 진술이 부합한다"며 이 전 총리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3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사망해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전화 인터뷰 내용을 형사소송법에 따라 증거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성완종의 진술 내용을 녹취하는 과정에 허위 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을 담보할 구체적 외부 정황도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상 증거는 오로지 법정에서 이뤄진 진술만 인정되지만, 예외로 당사자가 사망한 사유 등으로 진술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하에서 진술 또는 작성된 것이 증명된 때에 한해 관련 서류를 증거로 삼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재판부는 "성완종이 피고인에 대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으로 모함하고자 허위 진술을 한 것 아닌가 의심을 하게 하기도 하지만, 기자로부터 정권 창출 과정에 어떻게 기여했는지 설명해달란 질문을 받고 금품 공여 사례를 거론한 문답 경위가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또 검찰이 지목한 금품 공여 시점에 관해 성 전 회장 비서진들의 진술이 모두 일치하고 평소 재무본부장이 성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아 금품을 포장한 방식, 사건 당일 오전 비서진이 성 전 회장 지시로 재무본부장에게 쇼핑백을 받아 차에 실었다는 진술 등이 모두 성 전 회장 진술과 딱 들어맞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진실이 드러나면 위증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허위진술을 할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며 "비서진들의 진술을 믿지 않을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이 전 총리는 2013년 4월 4일 오후 5시께 충남 부여 선거사무실에서 성 전 회장에게서 현금 3천만원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은 혐의로 작년 7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은 자원개발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른 성 전 회장이 지난해 4월 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완구 당시 총리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한 녹취록이 공개돼 불거졌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의 유품으로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까지 발견되자 검찰이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고 이 전 총리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확인됐다며 약 3개월 만에 기소했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재판이 끝난 뒤 "재판부가 검찰 주장을 토씨 하나 안 빠뜨리고 다 받아들였지만 나는 결백하다"면서 "항소심에서 다투겠다"고 밝혔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