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소비자의 의료비 비교와 선택권 확대해야

소비자 운동을 하면서 평소 의아했던 것 중의 하나가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할 때 상품,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그 내역을 깐깐하게 따져보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어떤 경우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무심코 지나치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음식점에서 식사를 마치고 결제를 할 때 주문한 음식과 비용이 일치하는지 확인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의료분야의 서비스에 있어서는 우리의 생활과 매우 밀접하고 큰 비용을 지출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관의 비용청구와 이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그 내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확인하려 하거나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경험한 바로는 현재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발급하는 진료비 계산서ㆍ영수증이 의료비 총 금액만 기재하고 있고 환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진료비 세부내역서’를 발급한다고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이마저도 알거나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몇만원의 소득공제를 위해 꼼꼼히 서류를 확인하면서도 정작 수십만원이 넘는 의료비는 가격도 알지 못한 채 지불한다는 것은 다소 의아하기도 하다.‘진료비 세부내역서’는 환자가 진료받은 항목과 단가 등 전반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서류이고 이는 소비자가 선택한 진료행위가 무엇이고, 그 가격이 얼마인지를 알고자 하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의료기관에서 발급되는 ‘진료비 세부내역서’로 자신이 이용한 진료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는 소비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의 ‘진료비 세부내역서’는 개별 병원마다 자체서식 형태로 기재내용과 방법이 다르다 보니 환자나 가족이 진료내역과 진료비를 상세히 파악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과의 가격비교나 환자 자신이 부담한 진료비의 적정성을 확인하기란 사실상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소비자의 합리적 의사결정을 위한 알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고, 의료공급자들이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가격 등이 적정한지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진료비 세부내역서’ 등을 소비자 관점에서 기재내용과 방식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 표준화된 서식에는 진료의 항목과 가격의 적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나 진료행위와 관련된 명칭과 코드가 통일화되어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이를 통해 소비자 입장에서 가격비교 등 소지자의 알 권리를 충족해 주고, 의료선택권을 확대해 줌으로서 날로 증가하는 의료비에 대한 국민의 걱정과 근심을 다소나마 줄여주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몸이 아파 병원을 갈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건강보험이 62%를 부담하고 개인적으로 병원비의 38% 정도는 부담하는 것으로 발표됐다. 점점 의료비에 대한 개인부담이 증가하면서 병원비에 대한 걱정을 실손보험으로 준비하려는 국민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도 개인적으로 부담하는 진료비라 할 수 있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경쟁을 촉진시켜 의료시장도 더욱 더 합리적인 진료관행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아울러 실손보험과 관련된 청구 등의 여러 가지 소비자들의 불편과 불만도 전 국민적 편의성 확대와 비용절감을 위한 종합적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시급히 보완하고 개선하려는 정부와 관련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기대해 본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천자춘추]언어 교육은 유아 때부터

리듬은 ‘길고 짧은 소리가 모여 이루어진 박자가 일정한 템포를 지닌 채 무리를 지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소리의 흐름’이다. 이 리듬에 억양이 얹힌 것을 언어학에서는 ‘운율’이라고 부른다. 즉, 단어나 구절, 문장의 발화시, 그 의미를 변화시켜 주는 운소(성조, 강세, 음장)가 얹히면 자연스러운 ‘운율’이 생긴다. 음악학에서는 리듬, 멜로디, 화성을 음악의 3요소라고 한다.문자로서의 한글의 장점은 로마자 알파벳과는 달리 음절식 표기 체계 내에 리듬의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유니코드 한글로 이 지구상 7천종의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으며, 인간 언어의 운율을 오선지 위에 음표 및 쉼표로 기보하여 운율보를 만들 수 있다. 오리나 고양이, 소, 원숭이 같은 짐승들과는 달리, 사람만이 뇌 속에 언어습득장치를 갖고 태어나는데, 언어뇌가 발달하는 결정적 시기는 음감이 뛰어난 유아기에 절정(絶頂)을 이루며, 10세 전후한 나이가 되면 그 발달이 서서히 줄어든다. 인간은 태어나서 2~3세가 되면 말을 하기 시작하여 5~6세가 되면 직관을 통해 자기 모국어에 대한 완벽한 문법 지식을 갖추게 된다. 이 지식은 지능 지수에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어휘는 서술기억(敍述記憶)으로 뇌의 측두엽을 활용하고 이 부위에 저장된다. 어순, 문장 등은 절차기억(節次記憶)으로 뇌의 기저핵, 소뇌, 전두엽 등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는데, 좋은 학습 환경에서 자극과 성취동기가 강할수록 문장은 뇌에 더 잘 저장된다. 여기서 절차기억이란 ‘운동기억’이라고도 하는데, 운동과, 악보를 통한 악기연주 및 노래 부르기 등, 몸으로 체득하되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복잡한 기억을 말하며, 기능적 훈련과 반복 연습을 통해 습득되는 기억이다. 인간은 자기 모국어를 말할 때 어순, 문장 등은 절차기억을 활용하지만, 외국어를 말할 때의 어순, 문장 등은 서술기억을 활용하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외국어 교육은 대체로 문장을 단순암기를 통해 서술기억으로 자리 잡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현재 외국어를 구사할 때는 절차기억의 활용도가 매우 낮은 것이다. 이제 영어 교육에 관한 한, “때를 놓치지 말라! 특히 언어는 어릴 때 제대로 잘 가르쳐야 한다!”라는 말은 이제 엄연한 참 명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 영어교사들은 사춘기가 오기 전까지, 유초등학교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운율악보가 제공된 쉽고 재미있는 이야기 영어 문장들을 잘 가르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정원수 충남대 국어교육과 교수온누리한글연구소 소장

[기고] 지금은 인생 3모작 시대

▲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인 사회를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00년 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후 2018년 고령사회로 들어갈 전망이다. 기대수명도 2000년 80.5세(여성), 71.3세(남성)에서, 2009년 각각 83.77세, 76.99세로 점점 늘어나면서 2015년에는 각각 85.1세, 78.5세로 늘어났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반면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49.6%로 OECD 평균 12.6% 대비 최고수준이며 점차 부양의식의 약화 및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충분한 준비 없이 은퇴할 경우 노후생활의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령화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흔히 인생을 3모작이라 일컫는다. 1모작(0~30세)은 개인의 의지보다는 부모와 교사 등 주위의 도움으로 꿈을 키워가는 시기이며, 2모작(31~60세)은 부모를 떠나 결혼을 하고서 처음으로 홀로 뜻을 세워가는 시기이며, 3모작(61~100세)은 비로소 자신의 의지 없이 살아온 타인 중심 인생에서 벗어나, 모든 일을 자신을 위해서 일을 할 수 있는 시기로서 그동안 경제적 또는 가정환경 때문에 할 수 없었던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자연수명이 점점 길어져 80세를 넘어 90세, 100세를 쉽게 사는 고령화 시대, 인생을 3모작하기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긴 긴 세월 자기 집 천장만 바라보고 한 숨지며 허송세월을 보내야 하는데 지금이라도 체계적인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 건강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는냐가 더 중요하다. 길을 가다 모르는 길이 있으면 네비게이션이 알려주지만 앞날 인생길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가 없다. 후회 없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설계가 필요하다.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서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하나씩 도전하여 이루어 나가는 성취감은 매우 뜻깊을 것이다. 필자도 중년의 인생을 살아오면서 지난 시절 이루지 못했던 일, 하고 싶었던 일들에 대한 목록을 작성해서 하나씩 도전하고 있다. 도전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나름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있다. 65세 이상이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조건 보호받는 것보다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복지정책에 있어 우선적이어야 하며, 특히 노인정책은 보호 중심에서 벗어나 노인들의 주체적인 사회참여로 의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정부에서는 어르신들의 활기차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활동을 지원하고자 노인사회활동(노인일자리)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두천시에서도 65세 이상 인구가 1만5천480명으로 전체 인구의 15.9% 해당되는 고령사회로 노인복지관(실버인력뱅크)를 통해 공익활동사업으로 노인사회활동 사업으로 실버노노케어, 초등학교급식도우미, 책 읽어주는 선생님, 이담지킴이 등 1천344명의 노인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취업·창업형 사업으로 천연비누 만들기, 제품포장, 제과제빵 기술, 실버카페 등 93명의 노인들에게 소규모 형태의 창업지원을 추진하여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이가 들어 자존심을 내세우기 보다는자존감이 높아져 재능기부 등 사회봉사에 참여하는 어르신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조성되길 기대하면서 평균수명이 높아진 만큼 노후에 대한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 모두 철저한 계획과 준비를 통해 풍요롭고 여유 있는 노후가 되길 바란다. 최복순 동두천시청 사회복지과장

[사설] 오리무중의 선거구 획정, 법정 시한 지켜야

내년 4월 13일에 실시될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은 오는 13일로 열흘 정도 밖에 남지 않았는데, 국회는 아직까지도 선거구 획정에 대한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에 출마할 예비후보자 등록이 다음 달 15일부터 실시되는데, 출마 희망자들은 과연 어느 곳을 대상으로 예비등록을 하여 선거운동을 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니 정치신인에게는 초반부터 불리한 선거여건이다. 이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현재 국회의원들의 엄연한 직무유기와 권한 남용이다. 더구나 지난 해 헌법재판소가 선거구 문제에 대한 판결을 통하여 “2015년 12월 31일까지 새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해도 기존 선거구는 무효”라고 결정했다. 따라서 국회가 연말까지 선거구를 획정하지 못하면 국회의 직무태만으로 선거구 실종 사태라는 한국선거사상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에서는 국회가 이런 상황까지 가도록 하는 것은 겉으로는 여야 간의 미합의를 이유로 하고 있지만 속내는 다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만발하다. 즉 이를 과거와 같이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가 내년 선거 임박하여 기존의 선거구 획정을 여야 간의 이해관계를 적당히 조정, 합의하여 기득권을 유지하는 선에서 마무리하고자하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거 결정되었던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과정을 보면 이는 충분히 짐작될 수 있는 상황이다. 전국 어느 지역보다도 인구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불가피하게 선거구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증가할 수밖에 없는 수원시를 비롯한 경기·인천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선거구 획정 결정이 오리무중 상태로 있는 것은 더욱 답답한 상황이다. 이는 현재 선거구 획정에 있어 문제가 되고 있는 농촌지역 선거구 획정 못지않게 도시민의 이해관계도 중요함을 인식해야 될 것이다.국회는 말로만 독립성을 보장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로 선거구획정위원회를 만들어 놓고는 결국 허수아비로 만들어 지난달 13일 활동 포기 선언을 하게 했다. 그 이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역사 교과서 문제로 회의조차 열지 못하고 개점 휴업 상태에 있으니, 이런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조속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개최하여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된다. 그동안 여러 가지 획정 방안은 충분히 검토되었다. 의원들이 기득권을 버리고 인구비례에 다른 선거구 획정 원칙을 준수, 결정을 하면 된다. 국회가 스스로 정한 선거구 획정 법정시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입법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아침을 열면서] 어른의 권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최근 세상을 경악케 했던 사건이 기억난다. 전주에 있는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다 밤을 꼬박 새고 나온 한 청소년이 새벽 운동을 하러 나온 노인을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지만 이에 불응하자 폭행과 함께 무릎을 꿇게 했던 사건이다. 신문과 온갖 지상파 방송을 통해 보도된 이 사건이 과연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인가? 도대체 무엇이 이 아이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는가? 문제의 심각성은 이런 사건이 특정 아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그러면 어디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것인가? 분명한 것은 어른의 권위가 회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권위는 과거 우리 사회를 멍들게 했던 비합리적 권위여서는 안 된다. 수직적 역할관계 속에서 권력의 횡포로 나타나는 권위가 아니라 아이들이 스스로 어른을 존경하고 따르게 만드는 권위여야 한다. 이러한 권위는 단순히 아이들에 대한 예절 및 인성교육만을 통해서 회복될 수는 없다. 학교에서는 입시에 필요한 기능적인 교육만을 중요시하고 정작 건강한 사회인이 되기 위한 인성교육을 무시한 것이 사실이다. 가정도 마찬가지다. 핵가족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집안의 할머니나 할아버지 또는 친척 어른들과의 만남이 줄어들어 어른들과 적절히 소통하는 법을 배울 수 없게 되었다. 이로 인해 가정과 학교 그 어느 곳에서도 아이들 스스로 어른과의 소통을 통한 관계구축의 기회를 많이 갖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최근 교육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인성교육은 의미 있는 행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예절 및 인성교육은 어른의 권위를 회복하는 본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어른의 권위회복은 아이들의 행동변화에서가 아니라, 어른 스스로의 인식 및 행동변화에서 나올 수 있다. 어른의 권위가 회복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어른들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면 신뢰구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우선 어른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에 맞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가 상응하는 교양과 지식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뢰구축을 위해 보다 본질적인 노력은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다. 이런 관심은 아이들에 대한 일방적 훈육과 조언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의 입장에 서서 문제나 사안을 바라보고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 속에 살아있는 것을 주는 것이라 했다. 이것은 어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적 애정, 관심, 공감의 감정을 전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이를 통해 어른이 매우 중요한 인생의 멘토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아이들 스스로가 하게 되면서 신뢰가 구축된다. 이것이 권위 회복의 출발이다.부모는 자녀에게, 스승은 제자에게 따뜻한 관심을 표현하고 자녀나 제자가 이에 화답하는 대화의 장이 마련될 때 어른들의 권위는 자연스럽게 세워질 수 있을 것이다.조용길숙명여대 교수

[사설] 행자부, GWDC 사업 또 재검토 반려...외자 3조4천억, 날아가면 책임지려나

GWDC(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또 행자부 벽에 부딪혔다. 행자부 지방재정 중앙투자심의위원회가 재검토 의견을 내렸기 때문이다. ‘구리시가 제출한 외국 기관 투자 협정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위원회가 내놓은 이유다. 행자부 관계자는 “제출된 IA(Investment Agreement) 자체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협정이지만 내용을 검토한 결과 외국기관의 투자 계획과 책임 등이 추상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심의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사업에 대해 적정, 재검토, 부적정 등 세 가지 가운데 의견을 낸다. 적정이면 원안대로 확정이고, 재검토는 위원회가 제시한 조건을 보완해야 하며 부정적이면 사업 자체가 무산된다. 따라서 재검토 결정이 내려진 GWDC 사업은 여전히 추진 가능성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이번 결정이 미칠 외국자본의 이탈이다. 이번에 구리시와 IA를 체결한 곳은 유명 투자 그룹인 베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Bainbridge Investment)와 트레저 베이 그룹(Treasure Bay Group)이다. 투자 금액은 각각 15억 달러씩 총 30억달러(한화 약 3조4천억원)다. 근래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한 외자 가운데 보기 드문 거액이다. 이 외국 자본이 대한민국 행정부의 ‘재검토’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걱정이다.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행자부의 취지를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재검토 요구의 이유들이 석연치 않다. IA에 페널티 조항이 누락 됐다는 지적을 했는데 구리시는 ‘그린벨트로 묶인 곳에 페널티 조항을 넣기 어렵고 국제 협약 표준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 ‘IA에 위약 사항이 생길 때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 근거까지 마련했다’고 설명한다. 한 마디로 행자부가 제시한 재검토 조건이 되레 추상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규제철폐를 요구했다. 규제철폐의 핵심은 투자 여건 조성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대로 진척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저런 이유를 달아 규제는 여전히 살아 있고 투자는 여전히 위축된다. 이러니 요란한 규제철폐 구호로 풀린 건 ‘푸드트럭’ 하나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거다. 경기도는 빠듯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GWDC에 공동 사업자로 참여했다. 오히려 중앙부처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중앙부처와 충돌을 빚으며 추진된 사업치고 성공한 예가 드물다. 박영순 구리시장은 29일 “중앙부처 요구 사항을 보완해 재도전하겠다”며 수긍하는 자세를 보였다.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옳은 접근태도다. 그렇다고 행자부의 이번 결정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외국자본이 더 이상의 협약 조건에 응할 것인가. 행자부는 보완하면 승인해 줄 것인가. 무엇보다 3조4천억원의 외자는 온전히 지켜질 것인가. 이래저래 유감스런 행자부 결정이다.

[지지대] 비만의 역설

지난 6월 영국 광고심의위원회는 패션잡지 엘르 영국판에 게재된 ‘생 로랑’ 광고를 금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앙상한 갈비뼈에 종아리와 허벅지 굵기가 똑같은 저체중 모델을 이용한 광고는 무책임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영국에서 깡마른 모델을 쓰는 것은 단속 대상이 돼왔다. 비현실적이고 건강치 못한 환상을 심어 여성들의 신체에 대한 자신감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 탓이다. 지난 4월 프랑스 하원은 ‘말라깽이’ 모델을 패션업계에서 활동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법안에선 체중과 키의 상관관계를 계산해 비만도를 나타내는 체질량지수(BMI)가 일정 수치 이하일 때는 모델로 활동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지나치게 마른 모델을 고용하는 업주나 패션업체에는 최대 징역 6개월 또는 7만5천 유로(약 9천4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프랑스가 깡마른 모델에 강력 제동을 건 것은 젊은 여성들 사이에 거식증 환자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는 BMI 18.5~24.5를 정상으로 보고 있다. 17은 엄청 마른 편, 16은 심각한 기아 상태로 판정한다. 해외 톱모델의 BMI는 대개 16~18인 것으로 알려졌다. 늘씬한 몸매는 많은 여성들의 로망이다. 남들 보기엔 살이 찐 것 같지 않은데도 자신을 뚱뚱하다고 생각해 체중 줄이기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무척 많다.최근 ‘마른 사람보다는 적당히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고려대 안암병원 김신곤 교수팀은 2002~2010년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포함된 30세 이상 100만 명을 대상으로 질병과 건강행태가 사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비만의 역설’ 현상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연구결과, 과체중(BMI 23~24.9)인 사람들의 사망위험률을 1로 봤을 때 중등도비만(BMI 25~26.4)의 사망위험률은 0.86에 머물렀다. 반면 저체중(BMI 18.5 미만)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사망위험률이 2.24였다. 지방이 적당량 있어야 좋은 면역세포가 만들어지고 외부 저항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이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최근호에 게재됐다. 과체중은 문제지만 적당히 뚱뚱한 것은 마른 것보다 좋다하니 다이어트에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되겠다. 대신 유연성 운동, 근력강화 운동은 꾸준히 하는 게 좋다. 이연섭 논설위원

더불어 사는 삶… ‘행복 징검다리’ 놓다

한국토지주택공사(사장 이재영), 즉 LH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L은 Land를 뜻하고, H는 Housing을 의미한다. LH의 주요 사업은 국토(L) 개발과 주택(H) 공급인 것이다. 국토개발 사업에는 각종 신도시 개발 사업과 산업단지 조성ㆍ경제자유구역 개발 등 경제기반조성 사업, 행복도시ㆍ혁신도시 등 국책개발 사업이 포함돼 있다. 또 주택공급 사업에는 임대주택 공급 등 주거복지 사업과 주택건설 사업이 있다. LH의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은 이러한 LH 고유의 업무와 연계해 이뤄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LH 나눔봉사단’이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LH는 우선 주거복지와 관련, 임대주택 단지 내에 지역아동센터의 설립을 지원하고 있고, 또 대학생들이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아이들의 1:1 멘토가 돼 학습지도, 문화체험 프로그램 공유 등의 활동에 나서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의 합동결혼식 지원 등을 통해 한국의 이미지 향상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저소득층을 비롯한 모든 국민을 위해 생활공간을 만들어내는 것 외에도 그 안에서의 삶이 행복하도록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H의 ‘아름다운 동행’을 살펴본다. ■ 임대단지 아이들 위한 ‘엄마표 밥상’ LH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임대단지 어린이를 위해 급식을 실시한다. 임대단지 내 맞벌이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학기 중에는 학교 급식을 먹지만 방학에는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급식을 중단해 마땅히 점심을 먹을 데가 없기 때문이다.‘엄마손 밥상’이라는 이름으로 펼치고 있는 이 활동은 지난 2005년 수원매탄 국민임대 등 3개 단지를 시작으로, 매년 조금씩 시행 단지를 늘려 2014~2015년 겨울방학에는 총 106개 임대단지에서 급식을 진행했다.올해 여름 방학에는 고양일산1 등 100개 단지에서 급식을 실시했고, 공사 직원 및 직원 가족 등 200여명이 배식, 환경정리, 재능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아동급식 사업에는 단순 급식 외에도 한자, 미술, 독서지도, 자연체험 등 다채로운 활동이 마련돼 있다.LH 관계자는 “아이들은 친구들과 먹고 즐기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면서 건강하게 성장할 기회를 갖게 된다”며 “또 단지 관리소 직원들과 주민들이 함께 식단을 짜고 장을 보는 등 아이들 점심을 챙겨 주면서 이웃 간에 정도 생겨나고 있다”고 흐뭇해했다.■ 호응LH는 지난 2007년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사업이 잘 운영되고 있는지 세대별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한글을 읽지 못하는 할머니가 손자의 학교 알림장을 대신 읽어달라고 하고, 후원받은 컴퓨터를 켜는 법을 몰라 활용하지 못하는 세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LH는 이러한 가정의 아동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돌봄을 위해 ‘멘토와 꼬마친구’ 활동을 시작했다.‘멘토와 꼬마친구’는 2008년 서울지역본부를 시작으로, 현재는 전 지역본부에서 17개 대학 440여명의 대학생 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LH 대표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멘토와 꼬마친구’는 LH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소년소녀가정의 아동(멘티)들을 대상으로 LH 지역본부와 협력관계를 맺은 대학 봉사자(멘토)들이 매주 세대를 방문해 학습지도와 진로상담, 정서지원 등의 활동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6년간 지속적인 돌봄을 통해 아이들은 성격이 밝아지고 성적도 향상됐으며, 봉사자인 대학생들은 자기성장을 이룰 수 있어 협력대학에서 인기 만점의 봉사활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LH는 대학생 봉사자들이 활동 내용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멘토링하는 아동의 개인적 상황에 따라 맞춤식 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에 봉사자들은 아이들을 위해 지역별로 체육대회, 문화체험, 대학탐방 등 다양한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다.LH는 멘토링 활동의 성과를 인정받아 ‘2012년 대한민국 휴먼대상’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유니세프&세이브더칠드런에서 주최하는 ‘아동친화경영 우수사례’에 선정되기도 했다.■ 행복한 시작LH는 지난달 7일 진주 본사 축구장에서 임대주택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 부부 15쌍을 위해 합동결혼식을 개최했다. LH는 이날 결혼식을 올린 부부들에게 야외 식장, 예물, 예복 등 결혼식에 필요한 일체를 지원하고 하객들을 위해 피로연을 진행했다. 또 결혼식이 끝난 후에는 2박3일간의 제주도 여행도 지원했다.특히 이재영 사장이 직접 주례에 나서고, 남자직원들은 전통혼례의 기럭아범을 자처했다. 또 직원들로 구성된 동아리 LH 밴드의 축가 연주 등 임직원의 참여가 돋보여 결혼식의 타이틀인 ‘LH와 함께 하는’의 의미를 더욱 살렸다.혼례식을 치룬 누엔티리엠씨(30ㆍ여ㆍ베트남)는 “말도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 살면서 결혼식을 하는 부부들을 보면서 늘 부러움을 가지고 지내왔는데 LH 덕분에 이렇게 혼례식도 올리고 신혼여행도 갈 수 있게 돼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즐거워했다.이재영 사장은 “LH는 지난 2004년부터 해마다 임대주택 입주민, 다문화가정, 새터민 부부를 위해 합동결혼식을 열고 있으며, 올해까지 총 135쌍의 부부가 행복한 결혼식의 꿈을 이뤘다”면서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한 ‘LH 나눔봉사단’이 사회공헌활동의 중심 축이며, 나눔봉사단은 기부 위주의 단순지원 방식에서 탈피해 어려운 이웃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