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송수관로 공사 제한… 업체 ‘뿔났다’

고양특례시 송수관로 안정화사업 공고에 일부 업체 참여를 제한해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양시는 상하수도사업소 명의로 최근 송수관로 안정화사업 공고를 냈다. 주교배수지 증설공사 기본·실시설계(송수관로 안정화공사) 신기술‧특허공법 선정을 위한 공법제안서 제출이 핵심 내용으로 공법제안서 접수일자는 오는 19일이다. 덕양구 원당동에서 성사동과 행신동 등을 거쳐 토당동까지 총 6.1㎞의 노후 송수관로를 비굴착 방식으로 갱생 또는 바꾸는 송수관로 안정화공사로 공사비는 83억7천500여만원이다. 상하수도사업소는 공고를 통해 적용할 신기술‧특허공법을 1~3-1구간은 비구조적 갱생공법, 3-2구간은 비굴착 교체공법으로 규정했다. 이 때문에 구조적 갱생공법에 관한 신기술‧특허공법을 보유한 업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가 비구조적 갱생공법으로 제한해 공법제안서를 제출조차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비구조적 갱생은 노후 송수관을 세척한 후 비부식 물질을 분사해 관 내부를 코팅하는 방식이다. 반면 구조적 갱생은 기존 관의 구조적 보강이나 누수 방지를 위해 합성수지 재질의 별도 관을 삽입하는 공법이다. 구조적 갱생업체 대표 A씨는 “코팅한 도막이 벗겨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노후한 송수관로의 구조적 문제를 극복할 수 없는 비구조적 갱생공법을 고집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며 “구조적 갱생공법 보유 업체도 참여해 공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감사원은 앞서 지난 2020년 1월 공개한 행정안전부에 대한 ‘조달분야 불공정행위 및 규제점검’ 특정감사 결과문을 통해 ‘지자체는 신기술·특허공법 선정 시 해당 공사에 적용 가능한 공법을 보유한 다수의 기술보유자가 자유롭게 참여해 경쟁할 수 있도록 해 공법 선정 과정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한편 이번 논란은 지난해 11월 상하수도사업소가 동일 구간 공사의 공법제안서 제출 공고 시 제기(경기일보 2023년 11월18일자 인터넷)된 바 있다. 당시 공고문은 비구조적 갱생공법은 분사형 라이닝 공법으로 비굴착 교체공법은 파쇄굴진으로 특정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논란이 일자 상하수도사업소는 공고를 취소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도내 지자체 세 곳의 유사한 공고문 확인 결과 공법을 한정한 사례는 없었고 노후관 갱생 관련 신기술·특허를 보유 중인 모든 업체가 공법제안서를 제출할 수 있었다. 김의연 상하수도사업소 수도시설과장은 “한국기술연구원을 통해 외부 전문가 자문까지 받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비구조적 갱생공법으로 한정해 법적 문제는 없다. 타 지자체도 공법을 지정하는 사례가 많다”고 해명했다.

무직인데 10만명 투약 가능 필로폰 소지…“마약 유통 조직원”

지난 10일 경기 의정부시에서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필로폰을 소지한 채 검거된 남성이 마약 유통 조직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16일 의정부경찰서에 따르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40대 남성 A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난 10일 A씨 어머니의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의정부에 있는 한 주택에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A씨는 체포 전날 필로폰을 투약했으며 체포 당일 식당에서 어머니와 식사하다 마약 투약 사실을 털어놨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의 자택을 수색한 경찰은 여행용 가방에서 필로폰 약 3kg을 발견해 압수했다. 일반적으로 필로폰 1회 투약량이 0.03g임을 고려하면 압수된 필로폰은 약 10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며 시가로도 9억∼10억원에 달한다. 경찰은 A씨가 별다른 직업이 없고 경제 사정도 여의치 않아 개인이 구입하기에는 양이 너무 많다고 판단, 마약을 얻게 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조사 결과 A씨는 마약을 유통하는 조직의 조직원으로, 유통이나 전달 등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된 마약은 유통·전달 목적으로 소유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공범이나 소속 조직 등에 대해 추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천시의회 임시회 개회… 의원발의 조례안 9건 등 상정

포천시의회는 15일 제177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20일까지 일정에 들어갔다. 시의회는 임시회 첫날 결산검사위원 선임, 행정사무감사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조례 등 심사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등을 처리하고, 각 특위 위원을 선임했다. 시의회 운영위와 조례심사특위는 18일 의원발의 조례안 9건, 집행부 제출 안건 13건 등을 심의할 예정이며 19일에는 시정질문을 할 예정이다. 회기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인구감소 위기 대응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 2024년도 행정사무감사 계획서를 승인할 예정이다. 이번 임시회에 제출된 의원발의 조례안은 임종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포천시의회 의원 의정활동비 등 지급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공공 야간·휴일 의료기관 및 약국 지원 조례안을 비롯해 포천시 사무의 공공기관 위탁 및 대행에 관한 조례안(김현규 의원),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조진숙 의원), 장애인 대상 범죄예방 및 피해자 지원 조례안, 주차장 설치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안애경 위원), 공공처리시설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조례안, 사회복지사 등의 처우 및 지위 향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연제창 의원), 청년농업인 육성 및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손세화 의원) 등 9건이다. 서과석 의장은 개회사에서 “봄의 힘찬 기운과 함께 포천시의 주요 사업들이 빠르게 추진되고, 해묵은 현안들이 해결돼 시민 모두에게 희망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대한다”며 “포천시의회는 민생경제를 살피고 시민이 행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177회 임시회 모든 의사일정은 포천시의회 유튜브(YouTube) 채널로 생중계한다.

인천 동·미추홀구을, 교통·교육 불균형… 신·구도심 균형발전 ‘최대 관심’ [총선 현장 이슈]

4·10 총선에서 인천 동·미추홀구을 선거구는 동구 지역은 없고 숭의·용현·학익·관교·문학 등 미추홀구 원도심과 신도심을 포함하고 있다. 선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도심의 개발 문제와 인하대 정문부터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구역까지 이어지는 신도심의 학교 과밀 문제 등이 화두다. 특히 이 선거구는 4년 만에 이뤄진 여야 후보들의 재대결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5선에 도전하는 국민의힘 윤상현 예비후보와 인천 첫 지역구 배지를 노리는 더불어민주당 남영희 예비후보가 맞붙는다. 이들은 지난 제21대 총선에서 고작 171표(0.15%포인트) 차이라는 당락 결정이 이뤄지며 전국 최소 득표차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 원도심, 개발 및 교통체계 개선 ‘절실’ 미추홀구는 지난 1990년대 중반까지 인천의 중심이었으나, 남동구와 연수구를 분리하면서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으로 꼽힌다.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구역 일대를 제외하면 대부분 노후한 주택이나 아파트가 밀집해 있다. 이 때문에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에도 미추홀구의 인구는 줄고 있다. 16일 인천시와 미추홀구 등에 따르면 미추홀구 인구는 지난 2월 기준 40만7천117명으로, 10년 전인 지난 2014년 41만738명에 비해 3천여명 감소했다. 각종 인프라 부족으로 인구가 꾸준히 타지역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동·미추홀구을 선거구는 철도 인프라가 부족해 주민 불편이 크다. 북쪽엔 원도심을 지나는 경인국철(1호선·경인선)과 신도심과 용현동 일부를 지나는 수인선, 관교동을 거치는 인천도시철도(지하철) 1호선이 전부다. 이 때문에 윤 예비후보와 남 예비후보는 원도심의 발전을 위한 개발과 교통 인프라 구축 등 각기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윤상현 예비후보는 숭의동 수봉공원 일대 ‘수봉공원 고도제한 완화’를 인천시에 제안하는 등 이슈화하고 있다. 그는 현재 15~19m의 건축물 높이 제한이 풀리면 인천대로 지하화로 인한 일대 개발까지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예비후보는 이 같은 고도제한 완화를 이뤄내 일대 개발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쓸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윤 예비후보는 철도 확충 및 지하화를 준비하고 있다. 경인선 지하화를 이뤄내고 상부공간을 활용해 미추홀구에서 인천 전체 지역을 오가는 교통 편의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또 옹진군청 일대에서 인하대와 인천지방법원, 문학초, 인천터미널을 잇는 인천 4호선을 이끌어내 부족한 철도 인프라를 개선할 방침이다. 윤 예비후보는 “대표적인 원도심인 수봉공원 일대부터 시작해 원도심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 사항을 완화하려고 한다”며 “원도심과 신도심의 균형 발전을 이뤄내는 첫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국회의원을 4번 하면서 신도심 개발과 인천대로·경인국철 지하화 사업을 상당 부분 진척시켰다”며 “이 같은 대규모 사업의 혜택이 미추홀구 주민들에게 온전히 돌아갈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남영희 예비후보는 인천 4호선 신설과 함께 원도심 활성화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구도심과 신도심의 균형 있는 발전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남 예비후보는 “지금껏 미동도 없었던 인천4호선 신설의 첫 삽을 뜨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추홀구 지역은 인구노령화 및 공동화 등으로 점점 낙후하고 있다”며 “이를 발전시키고 활성화할 수 있는 방법은 교통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남 예비후보는 지하철을 주축으로 다양한 교통망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놨다. 여기에 남 예비후보는 미추홀문화재단 등 문화예술 시설을 설립해 수년 동안 방치해 왔던 미추홀구 지역을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는 “활발한 문화·예술 축제 등을 유치해 지역민들이 찾아올 수 있는 지역으로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 신도심, 과소학급·과밀학급 공존 해소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 신설을 최소화하는 정부 방침에 따라 인천에서도 학교 설립이 늦어지면서 원도심에는 학생이 부족하고 신도심에는 학교가 부족한 불균형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미추홀구 지역에서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 등이 이뤄지면서 학생 수가 과도하게 많은 과밀학급 문제와 학생 수가 감소하면서 생기는 과소학급 문제가 공존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용현2동 일대에서는 재개발 등으로 인한 젊은 인구가 유입하면서 학령인구 증가와 함께 교육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교육 환경 개선을 바라는 민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동·미추홀구을 선거구 중 지난해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 일대와 ‘인천SK스카이뷰아파트’ 일대 초등학교는 원도심에 비해 학생 수가 많다. 인근에 있는 용현초등학교는 1천182명이고, 용학초등학교는 1천171명, 용현남초등학교는 1천71명이다. 반면 대표적인 원도심인 수봉산 인근의 용정초등학교는 244명, 연학초등학교는 285명 수준이다. 이에 윤 예비후보는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교육 수요가 증가한 용현2동 일대 교육환경을 개선하고자 ‘용현2동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가칭)용마루초등학교 설립’ 등 학교 확충에 나설 예정이다. 또 그는 현재 용현·학익 지역은 여자고등학교의 부족으로 여학생들이 먼 곳에 있는 학교까지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이 큰 만큼, 여고 신설도 추진한다. 윤 예비후보는 “용현·학익 도시개발사업의 대규모 입주로 곧 미추홀구는 학생 수는 매우 많고, 학교는 매우 부족한 상황을 맞이할 것”이라며 “이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선 미래수요에 맞는 학교 설립을 신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특히 여고 설립 등의 공약은 주민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한 것”이라며 “학교 설립 과정에서 주민들과 적극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남 예비후보는 재개발·재건축 등으로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과밀학급 문제를 겪고 있는 곳에는 단지 인근 부지에 정규 학교보다 작은 도시형 캠퍼스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학생 수가 줄어드는 등 급감한 학교에는 인근 학교 캠퍼스를 개편하는 등 2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남 예비후보는 “까다로운 규정으로 학교 설립이 어려운 지역에 작지만 기존 학교와 동일한 기능을 지닌 도시형 캠퍼스를 설립, 아이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교육 수요가 증가하는 용마루 자이크레스트 주거지역에 초등학교 신설을 적극 추진할 것을 다짐했다. 남 예비후보는 “초·중·고등학교의 신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원도심 지역의 교육환경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국 20개 의대교수 비대위 "25일부터 사직서 제출" 결의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이달 25일 이후 대학별로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16일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비대위는 지난 15일 오후 온라인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비대위에는 아주대를 비롯해 강원대, 건국대, 단국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원광대 등 전국 20개 대학이 참여하고 있다. 비대위는 대학별로 전공의에 대한 사법적 조치, 의과대학 학생들의 유급 및 휴학 조치 시 사직서 제출 의향에 대한 설문을 벌인 결과, 16개 대학에서 사직서 제출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4개 대학의 설문은 진행 중이다. 이들 대학의 교수들은 이달 25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했으며 학교별 일정을 고려, 자율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만 비대위는 사직서 제출에도 수리 전까지 환자 진료에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은 정부의 행정 처분 사전 통지서를 받은 전공의들이 의견을 제출해야 하는 마지막 날이다. 의견 미제출 시 전공의들의 면허는 자동으로 정지될 수 있다. 이들 대학은 사직서 제출에 앞서 오는 22일에는 다시 회의를 열고 진행 상황 등을 점검할 예정이다. 개별 대학에서도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뜻이 모아지고 있다. 서울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등 3곳은 이미 각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연세대의 경우, 오는 18일 회의를 열고 대응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기지촌’ 사라진 동두천·파주…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채웠다 [지역을 변화시키는 외국인]⑤

⑤기지촌 사라진 동두천 보산동. 파주 법원읍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 이주민 및 다문화 가정의 구성 형태가 중국·베트남 같은 아시아계를 넘어 아프리카계까지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의 발자취를 따라 K-ECO팀이 세 번째로 방문한 곳은 경기북부지역, 신흥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동두천시 보산동과 파주시 법원읍이다. 그간 방문했던 외국인 집주 지역과는 또 다른 모습이 취재진을 반겼다. 15일 찾은 동두천시 보산동. 보산역에 다다르자 보인 거리는 영어 간판으로 뒤덮여 있었고 곳곳에는 검은 피부에 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같은 날 파주시 법원읍에서도 어렵지 않게 흑인을 만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인들이 모여 새롭게 마을을 이뤄가고 있는 이 두 곳의 공통점은 오래전 ‘기지촌’의 역사로 거슬러 간다. 한국전쟁 이후 1960~1970년대 미군이 주둔하기 시작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에는 기지촌 성매매 여성들이 사용한 쪽방촌과 미군 점유 주거지가 대거 들어섰고, 내수 경제의 한 축이 될 정도로 크게 활성화 됐다. 그러나 수십년이 지나면서 동두천 캠프 케이시, 파주 캠프 보먼트와 캠프 버드를 둘러싼 미군 이전, 공여지 반환 이슈 등으로 군부대 앞은 점점 비어갔고, 보산동과 법원읍은 외국인은 물론 원주민마저 대거 빠져나가 황량한 마을이 됐다. 이들의 공백으로 빈 건물이 늘어가고 지역 경제가 침체되자 건물주들은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건물 용도를 거주지로 전환, 월세를 대폭 낮춰 세입자를 들이는 등 추락한 지역 경제를 되살리고자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이러한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의 빈 자리를 채운 것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었다. 저렴한 임대료에 기존 미군기지의 영향으로 영어 문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어 이들이 정착하기 알맞은 환경이었기 때문이다. 보산역 월드푸드스트리트 길 맞은편 골목에 들어서면 상점들이 즐비해 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한 상점이다. 아프리카의 소울을 담고 있는 레게 헤어샵과 이들 특유의 화려한 악세서리샵, 아프리카 전통 식당이 들어서 있다. 저녁 시간만 되면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곳에서 8년 동안 운영 중인 슈퍼마켓은 미군의 발걸음이 뜸해지면서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아프리카계 외국인 덕에 다시 간판을 환하게 켤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장 A씨는 “저녁 퇴근 시간이 지나면 과일, 채소 등 식재료를 사러 오는 아프리카 인들이 많다”며 “손님의 절반가량이 아프리카계라서 안내문구도 영어로 작성해 놨다”고 말했다. 파주 법원읍 대능5리에 위치한 ‘문화창조 빌리지’도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안식처가 돼 주고 있다. 문화창조 빌리지는 10여년간 비어 있던 기지촌을 문화·예술인 육성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자 했던 정부가 조성한 마을이지만, 당초 목적과 달리 예술인과 관광객의 발걸음이 뜸해지며 잊혀갔고 현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정착지가 됐다. 이들은 낯선 환경에서도 동향 사람들과 가까이하며 마음을 나누는 등 동두천 보산동과 파주 법원읍은 신흥 외국인 집주 지역의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다. ■ 아프리카계 증가하는 동두천·파주…국적은 나이지리아 최다 동두천과 파주 등에 집중적으로 몰려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이미 터를 잡고 있었던 만큼 생활 인프라 등이 좋아 새롭게 유입되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데, 가장 많은 국적은 나이지리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기준 동두천시에 동록된 외국인은 총 3천788명이다. 국적 별로는 나이지리아 국적의 외국인이 524명으로 가장 많았고, 라이베리아(120명)·가나(89명)·아이티(20명) 등의 순이었다. 특히 보산동에는 동두천 전체 외국인의 25%인 960명이 살고 있는 만큼,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대다수는 이곳에 터를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파주시 역시 다수의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는데, 국적 수 상위 3개 국가(나이지리아·가나·남아프리카공화국)를 기준으로 보면 2021년 287명, 2022년 302명, 2023년 327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난민신청자 등에 해당하는 G-1 비자나 기타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생활하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2021년 말 기준 보산동에 거주하는 외국인 974명 중 308명이 G-1 비자, 307명이 기타 비자에 해당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파주시에서도 1만2천133명 중 883명이 G-1 비자로 거주하고 있다. ■ “아프리카 근로자 없는 경기북부 섬유공장, 상상하기도 힘들죠” 이같이 동두천과 파주 등에 사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주로 섬유, 가죽, 패션 등이 특화된 양주와 포천, 동두천에 소재한 섬유·염색 등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3D 산업’으로 여겨지며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인력난을 호소하는 중소 규모의 공장 곳곳에 녹아들며,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은 경기북부 지역경제의 가장 밑바탕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양주에서 섬유공장을 운영 중인 사장 김모씨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이 없는 공장은 상상조차 힘들다’고 단언했다. 현재 김씨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5명 중 2명은 아프리카계 외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내국인 고용 시엔 비싼 인건비 때문에 경쟁 상품인 중국·동남아산 섬유와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꾀하기 힘들다고 했다. 동두천 일반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가죽 가공업체도 전체 직원 4명 중 2명이 아프리카계 외국인이다. 물론 나머지 2명 역시 동남아 출신 외국인이다. 업체 대표 이모씨는 가죽 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는 데다 일 자체를 내국인이 기피하다 보니 외국인이 없다면 공장을 운영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애초에 이 일을 하려는 내국인이 별로 없다”며 “공단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없고 아프리카계 등 외국인이 많은데, 이들이 없으면 공장이 돌아가기 힘들다는 사실은 모든 기업들이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이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다수 포진한 경기북부지역의 섬유 생산은 전국 섬유 생산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기북부의 주력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들은 섬유·염색 공장 외에도 농공시설이나 폐차장 등에 종사하며 내국인들이 기피하는 산업을 지탱하고 있다. 박혜원 경기북부이주민센터장은 “동두천에 있는 닭고기 마니커 공장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을 위한 섹션이 따로 구분이 돼 있을 정도”라며 “이미 경기북부의 산업적인 측면에선 이들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분석했다. ■ 병원, 한국어교육까지…아프리카인 거점 된 종교시설 “A-men” 매주 일요일 오후 12시. 동두천 보산동에 위치한 자유로운교회에선 특별한 예배가 시작된다. 흑인 목사의 주도 아래 이들은 각자 지난 한 주를 마음속으로 정리하고 다가오는 새로운 날을 위해 기도한다. 흑인으로 가득한 이곳은 아프리카계 외국인들로 꾸려졌다. 예배는 물론 전도와 교육까지 모든 절차와 과정을 흑인들이 직접 이끌어 간다. 약 20개국의 아프리카 사람들이 한데 모여 한 주를 시작하게 된 것은 종교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기독교인은 현재 약 7억 3천400만명으로 대륙 전체 14억 인구의 52.4%를 차지한다. 또 교인은 연간 약 3%씩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아프리카인들의 남다른 기독교 사랑은 이주 후에도 계속됐다. 이들은 이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자 경기북부이주민센터를 많이 찾았는데, 이곳을 찾는 아프리카계 외국인들이 서로 모여 종교단체를 구성, ‘자유로운교회’라는 이름으로 매주 함께 예배를 드리며 종교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교회를 통해 종교 외에도 의료 서비스, 한국어 교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는 아프리카계 외국인을 위해 치과를 운영하는데, 대부분의 치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항상 아프리카인들로 북새통이다. 부모 손을 잡고 교회를 찾은 아프리카계 어린 친구들에게도 교회는 특별한 공간이다. 아이들은 토요일 오전 교회를 찾아 한글 수업을 듣거나 일요일 예배를 마친 뒤 교회 놀이방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한글이 서툴러 언어 교육에 어려움을 겪는 아프리카 부모들은 아이들이 주말 한글 교실에 참석해 언어 습득을 돕고 친구와 함께 어울리며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한국어 교육은 인근에 있는 천주교 단체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의정부 천주교구 동두천 엑소더스(EXODUS)는 교육과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난민 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아동센터를 운영, 한국어 교육이 필요한 외국 아이들에게 한글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센터 1층 떼꿈(TECUM)은 지역아동사목위원회가 난민 가정 어린이, 청소년을 위해 공부, 식사, 체험활동을 하는 데 사용 중이며 2층은 엑소더스로, 이주사목위원회가 난민 상담과 교구의 ‘1본당 1난민가정 돌봄 사업’의 중심 공간이다. 파주 법원읍 법원리에도 주말이 되면 아프리카인들의 열정적인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아프리카계 외국인 수십명으로 이뤄진 법원리 CHRIST APOSTOLIC INTERNATIONAL 교회는 오전 예배를 마친 뒤 한국인 목사를 통해 아이들을 위한 한글 공부방을 운영, 아프리카 아이들이 교육에 뒤처지지 않도록 뒷받침이 돼 주고 있다. 교회를 운영하는 가나 출신 프랑코씨(53)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교회를 꾸려 운영하고 있다”며 “교회는 우리에게 종교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가족과 행복하게”…보산동·법원읍 아프리카계 외국인의 소박한 꿈 파주 법원읍에 사는 인디필립(11)은 엄마와 동생과 함께 두 달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국으로 이주했다. 머나먼 한국까지 왜 올 수밖에 없었는지 ‘이주’가 무엇인지도 모를 나이지만, 열한 살 꼬마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은 궁금한 것 투성이다. ‘말괄량이 아이’ 같은 인디필립에게 법원읍은 벌써 ‘우리 동네’가 됐다. 같은 나라에서 온 동갑내기 친구들은 물론 말은 완벽하게 안 통해도 어느새 학교에는 함께 장난을 치는 한국인 친구도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인들이 너무 잘해주고 아프리카 친구들도 있는 우리 동네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인디필립과 비슷한 나이대의 딸들을 키우는 나이지리아 출신 은고지는 12년 전 한국에 들어왔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던 남편을 따라 그는 두 살배기 딸과 이태원에 처음 정착했다. 문화권이 달랐던 그에게 적응은 녹록지 않았다. 그렇게 이태원을 떠난 은고지 가족은 평택을 거쳐 보산동에 지난 2019년 뿌리를 내렸다. 그 사이 두 살이었던 첫째 딸은 중학생이 됐고, 한국에서 태어난 둘째와 셋째 딸도 보산초에 다니고 있다. 은고지 가족의 꿈은 소박하다. 일자리를 구해 세 딸과 ‘제2의 고향’ 보산동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사는 것이다. 최근 아주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은고지씨는 구직 활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는 “제 가족이 보산동에서 살아가기 위해선 여전히 이민정책 상의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러한 문제들이 원만히 해결돼서 보산동에 계속 살고 싶고, 열심히 번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고 했다. 20년 전 한국에 들어와 2009년에 동두천으로 이주한 ‘보산동 토박이’ 벤자민 아나짐바(47)의 꿈도 다르지 않다.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한국에서 산 벤자민은 개인 사업부터 공장 일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다. 양주의 한 섬유공장에서 일했던 그는 최근 부천의 한 섬유공장으로 출퇴근하고 있다. 10년 전 보산동에서 태어난 아들 해리슨에겐 이미 한국어가 더 자연스럽다. 비자 문제로 아내가 한국으로 못 들어오고 있는 탓에 그는 엄마 역할까지 대신하고 있다. 그런 그가 바라는 건 딱 한 가지다. 이 맘 때 한국인 부모들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길 바라는 것처럼 벤자민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아들이 친구들을 잘 사귀어서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며, 아들과 함께 제2의 고향이기도 한 보산동에서 비자나 생활 걱정 없이 살아가는 것이 소박하지만 가장 바라는 꿈”이라고 말했다. K-ECO팀 ※ ‘K-ECO팀’은 환경(Environment), 비용(Cost), 조직(Organization)을 짚으며 지역 경제(Economy)를 아우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