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미끄럼방지 포장도로…‘눈만 맞으면’ 돌변 사고 주의 [현장, 그곳&]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아니라 미끄럼유도 포장도로라는 게 맞는 거 같네요.” 9일 오전 11시께 군포시 대야동의 한 어린이집 인근 미끄럼방지 포장도로. 일부 구간이 붉은색 페인트가 벗겨져 있어 일반 아스팔트 도로색인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갈라진 포장재 사이로 눈이 녹아 수막이 생기면서 차들이 속도를 줄이면서 주행했다. 인근 주민 최순정씨(51·여)는 “이 근처는 내리막길이 많고, 어린이집까지 있어 눈이 오는 날에는 혹시라도 사고가 나지 않을까 항상 조바심이 난다”며 “다 벗겨져서 보이지도 않는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 같은 날 수원시 장안구 금당로의 미끄럼방지 포장도로 역시 마찬가지. 경사가 심한 120여m 구간에 미끄럼방지 포장재가 붉게 깔려 있었지만, 깨지고 갈라져 있어 일반 아스팔트 도로와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지속적인 타이어 마찰로 인해 포장재 표면이 닳아 매끄러운 상태였다. 경기지역에 차량의 미끄럼방지를 위해 설치한 미끄럼방지 포장도로가 노후화된 상태로 방치되면서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틀간 경기지역에 내린 눈으로 인해 도로 곳곳에 살얼음이 생기면서 빙판길 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날 도로교통공단 등에 따르면 미끄럼방지 포장은 차량과 도로 간의 마찰을 유발해 차량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각 지자체는 주로 선형 불량구간, 교차로 진입부, 긴 내리막 구간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구간에 미끄럼 방지 포장재를 설치한다. 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아 표면이 닳아 없어진 미끄럼방지 포장도로는 마찰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결빙 교통사고에 훨씬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심재익 한국교통연구원 교통공학박사는 “미끄럼방지 시설의 주요 기능은 마찰계수를 높여 제동거리를 짧게 만들어주는 것인데, 마모된 상태로 지속된다면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지자체 등이 주기적으로 점검을 하는 것이 필요하며, 특히 겨울철에는 결빙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매년 구역을 나눠 미끄럼방지 포장도로에 대한 점검을 한 후 균열이 생기거나 도색이 벗겨진 곳을 중심으로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노후화된 부분이 발견된 곳에 대해선 조속히 보수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년) 발생한 ‘결빙 교통사고’의 76%가 12~1월에 집중된 것으로 조사됐다. 결빙 교통사고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약 1.5배 높았다.

“무너질까 불안한데”… 인천 호텔 화재 수습 ‘하세월’ [현장, 그곳&]

“화재 잔해물이 떨어지고 건물이 무너질까 봐 무섭네요. 빨리 철거를 하든지 조치가 시급한 실정입니다.” 9일 오전 10시께 인천 남동구 논현동 호텔 화재 현장. 호텔 건물에는 지난해 12월17일 발생한 화재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불이 난 지 3주나 지났지만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만큼 새까맣게 그을린 건물 옆면과 차량들은 그대로 였다. 주차장 건물 뼈대는 폭격을 당한 것처럼 앙상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구조물들은 언제 떨어질지 모를 정도로 아슬아슬해 보였다. 호텔과 음식점들 사이 거리에는 뿌연 먼지와 잔해물들 투성인 상황이었고 이 같은 상황에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인근 상인들은 경찰과 소방당국 합동 조사가 지지부진 늘어지고 있는 현실에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커 시민들이 이곳의 통행을 외면하고 있지만 경찰과 소방 당국이 화재현장 인근에 통제선만 설치한 채 철거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근처에서 마사지샵을 운영하는 이은영씨(여·55)는 “드러난 철골과 겉면이 떨어져 누군가 크게 다칠까봐 걱정”이라며 “불이 난 이후로 위험해 보여서 인지 손님들 발길도 뚝 끊겨 장사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화재현장을 둘러싼 통제선은 신호등 하나면 건널 수 있는 반대편 상가도 빙빙 돌아가게 하며 시민들의 통행 불편을 야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재 호텔 옆 건물 요양원 운전기사 A씨는 “원래 요양원에 다니는 노인들을 건물 앞에서 내려줬다”며 “화재 이후로 통제선이 생기면서 한참을 돌아 유턴해야 해 번거롭다”고 불평을 내비췄다. 사정이 이렇지만 화재 원인이 명확히 나오기 전까지는 건물을 철거할 수도 없다. 원인이 언제 나올지도 기약이 없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정밀 감정 결과도 안 나왔을 뿐더러 호텔 관계자에 대한 경찰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공단소방서 관계자는 “조사 중에는 현장 보존이 원칙”이라며 “안전 사고발생이 우려돼 경찰에서 현장 통제를 하고 소방에서도 순찰을 하고 있다. 화재 원인 조사를 마치고 나면 남동구, 호텔 측과 협의해 건물을 처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동구는 호텔 측에 정밀안전진단을 요구한 상태다. 호텔 건물이 불에 탄 상태에서 무너질 우려가 있는지 등을 조사하는 절차지만, 이 역시 결과가 나오려면 1개월 여가 걸린다. 남동구 관계자는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무심코 배포·공유한 통화녹음…명예훼손 처벌 받을 수도

#1. 20대 A씨는 최근 친구 B씨와 다툰 뒤 전화로 서로 욕을 하며 싸웠다. 이후 B씨는 A씨 등 친구 무리가 있는 단체 대화방에 해당 통화 녹음 파일을 공유했다. A씨는 “B씨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파일을 편집해 친구들에게 나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주장했다. #2. 초등학교 담임교사 C씨는 알림장 용도로 학생들과 학급 오픈 채팅방을 운영 중이었다. 그러다 최근 졸업 사진 조 편성 문제로 아이들과 사이가 틀어졌고, 학생들은 오픈 채팅방에서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C씨는 한 학생에게 통화로 “이곳은 알림장이다. 더 이상 여기에 이런 글을 쓰지 말아달라”고 전했지만, 이 학생은 통화 녹음 파일을 해당 채팅방에 배포했다. SNS와 메신저 등이 활성화되면서 각종 정보의 공유도 활발히 이뤄지는 가운데 누군가의 통화 내용 등을 임의로 공유·배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문제가 점차 빈번해지며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9일 국회 등에 따르면 2017년에는 이른바 ‘통화 녹음 알림법’이 발의됐다.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가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경우 알림 등을 통해 그 사실을 통화 상대방에게 알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그러나 비밀 녹음이 결정적 증거로 활용되는 등 범죄나 부조리를 드러내는 긍정적 역할을 해왔다는 사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해에도 상대방 동의 없이 녹음할 경우 최대 징역 10년에 처한다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이 역시 사용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됐다. 하지만 무심코 이 같은 정보를 배포했을 경우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최정민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대화의 상대방이 다른 대화자의 동의 없이 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선 아직까지 별다른 제재는 없다”면서도 “다만 대화 내용에 따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명이 언급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을 아는 주변 사람들이 다른 정보와 종합해 그 사람임을 특정할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고 덧붙였다.

인천 계산의료단지, 요양병원→일반병원 둔갑... 市 수년간 방치

각종 인가 조건을 위반(경기일보 4·5일자 1면)한 계산종합의료단지 도시개발사업자가 또 다른 인가 조건인 요양병원을 일반병원(재활)으로 멋대로 바꿔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인가권자인 인천시는 수년째 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9일 시와 계양구 등에 따르면 계양구보건소는 지난 2020년 12월14일 사업자가 신청한 요양병원의 일반병원 종류 변경을 승인했다. 이는 사업자가 요양병원 사용승인을 받은지 6개월이 채 지나기 전이다. 계양구보건소 관계자는 “해당 병원이 도시개발사업 구역 안에 있는지 알 수 없다”며 “일반병원 변경에 필요한 조건만 확인하고 변경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업자의 병원 종류 변경은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 인가조건 위반이다. 앞서 시는 사업자가 690개 병상의 요양병원과 170개 병상의 종합병원을 조성토록 하는 조건으로 이 도시개발사업을 승인했다. 시는 사업자가 요양병원을 운영 6개월 만에 일반병원으로 바꾼 것은 막대한 수익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재활병원은 도수·언어치료 등 재활프로그램의 비급여 항목이 많아 요양병원보다 수익이 높기 때문이다. 사업자는 현재 3년째 이 재활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더욱이 사업자는 구보건소에 병원 종류 변경을 신청을 할 때 시와 아무런 협의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업자의 병원 종류 변경으로 당초 계양지역의 의료인프라 확충을 위한 ‘요양·종합병원 조성’이라는 사업 취지가 사라지고 있다. 현재 이곳엔 요양병원 병상이 1개도 없기 때문이다. 서종국 인천대학교 도시행정학과 교수는 “사업자가 인가권자인 시와 협의도 없이 맘대로 병원 종류를 바꾸는 것은 문제”라고 했다. 이어 “시가 이같은 병원 종류 변경으로 당초 사업 취지인 690병상의 요양병원이 사라졌는데도 파악조차 하지 못한 것은 관리·감독 부실”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사업자가 일반병원 변경 당시 협의를 전혀 하지 않아서 몰랐다”며 “현재로선 명백한 조건 위반”이라고 했다. 이어 “뒤늦게라도 사업자의 인가조건 위반사항을 인지한 만큼 이를 바로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업자 관계자는 “사업 시작 당시엔 없던 요양병원과 종합병원이 주변에 생기다 보니, 차별화를 위해 일반병원으로 변경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인가조건 위반 소지가 있다”면서도 “인가조건 변경을 추진해 합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난 2016년 2월부터 계양구 계산동 산52의11 일대 2만1천926㎡(6천644평)에 690개 병상의 요양병원과 170개 병상의 종합병원을 조성하는 도시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경기만평] 다시 중환자실로 가야 할 판...

[사설] 미성년 출입 룸카페, 강력 처벌이 답이다

취재진이 룸카페 실상을 둘러봤다. 수원특례시의 한 룸카페다. 내부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무인 운영 중’이라는 안내문만 있었다. 키오스크를 이용해 방을 예약해 봤다. 계산까지 다 끝냈지만 나이와 신원을 확인할 절차는 없었다. 3.3㎡ 크기의 방이 10개다. 문은 닫혀 있었고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았다. 창문이 있지만 부직포로 가려졌다. 방 안에는 매트리스, 베개, 담요가 있었다. TV도 있었다. 완벽한 숙박시설이다. 룸카페는 청소년들의 출입이 금지된 곳이다. 청소년출입금지업소로 결정 고시돼 있다. 업주들이 출입시키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 청소년들이 고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룸카페가 많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키오스크 결제 방식이다. 방을 예약하고 계산하기까지 나이 확인 과정이 없다. 업주도 당연히 청소년 출입의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다. 사실상 눈감고 아웅하는 것이다. 출입 제한의 의지가 안 보인다. 단속을 해야하는 행정·사법기관이 내놓는 변명이 천편일률적이다. ‘너무 많아 관리하기가 힘들다’, ‘신·변종 룸카페가 너무 많다’. 과연 이걸 납득할 만한 핑계라고 봐야 하나. 미성년자에게 담배를 판매하면 처벌받는다. 담배를 판매하는 가게는 룸카페보다 훨씬 많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판매해도 처벌받는다. 술을 판매하는 식당·주점의 수도 헤아릴 수 없다. 그래도 담배·술 판매는 엄격히 단속된다. 실질적 효력도 발휘하고 있다. 룸카페도 그러면 된다. 청소년들의 여가 생활을 과하게 규제하자는 게 아니다. 룸카페에서 벌어지는 범죄의 심각성을 말하는 것이다. 한 남성이 SNS에서 알게 된 미성년자를 룸카페로 데려갔다. 거기서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 또 다른 남성도 룸카페에서 미성년자를 성폭행했다. 이런 ‘룸카페 성범죄’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고소 또는 고발로 이어진 형사사건의 경우만도 이 정도다. 당사자들 사이에 묻혀 버린 성범죄 등 탈선 현실에 비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경기도가 단속에 나선 적도 있다. 지난해 2월 한 달간 해당 업소를 뒤졌다. 청소년을 출입시킨 행위 8건, 관련 내용을 표시하지 않은 행위 23건을 적발했다. 충분한 적발이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가능성만으로 불법 업소 취급한다’는 업주들의 하소연도 일리는 있다. 그래서라도 위법 발견 시 추후 엄한 처벌이 더 절실하다. 청소년에게 담배 팔면 문 닫는다. 청소년에게 술 팔면 형사처벌 된다. 룸카페 청소년 출입도 그렇게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룸카페에서의 발생하는 일부 미성년자 탈선과 범죄. 교육과 선도의 한계를 넘어섰다.

[사설] 대학 무전공 입학, 기초학문 외면 등 부작용 최소화해야

주요 국립대와 수도권 사립대에서 ‘무전공 입학’을 대폭 확대한다. 교육부가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전공 구분 없이 신입생을 뽑은 뒤 2학년 때 전공을 선택하는 정책을 추진한 데 따른 것이다. 교육부는 내년에는 입학 정원의 20% 이상, 2026년에는 25% 이상 무전공 입학생을 선발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대학혁신지원사업비 명목으로 인센티브(약 4천426억원)도 준다. 대학별로 76억원에서 155억원의 국고 지원을 한다니 외면하기 어렵다. 이에 주요 대학이 무전공 입학 도입을 서두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서울대는 내년 입학 정원의 11%가 넘는 400명 규모의 학부대학 출범 방안을 논의 중이다. 한양대는 정원 250명의 ‘한양인터칼리지’를 신설한다. 경기도내 대학도 무전공 입학 신설 및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09~2011년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했던 아주대, 10여년 전 자유전공제를 폐지한 성균관대도 다시 자유전공 입학생 선발을 논의 중이다. 올해부터 학부내 전공선택 자율화를 도입한 경기대도 무전공 입학을 추진하고 있다. 학생들이 본인 적성과 무관하게 성적에 맞춰 전공을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전공없이 입학해 일종의 숙려기간을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공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학과 칸막이를 허물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도 있다. 취업이 잘되는 인기 학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이다. ‘문사철’ 등 인문학이나 기초과학 등 취업이 어려운 학과는 폐과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그러잖아도 인문계열 학과의 폐과·통폐합으로 많이 쪼그라든 상태다. 비인기 학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기초학문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찾아야 한다. 무전공 입학 학생들의 커리큘럼 운영도 시간을 두고 고민해야 한다. 무전공 입학 도입을 교육부가 서둘러 시행하는 것에 곳곳에서 우려를 표한다. 무전공 선발은 2009학년도 대입에서 자유전공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했다가 2010년대 중반 이후 선발 인원수를 줄이거나 모집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취업에 유리한 전공으로 학생들이 쏠리고, 해당 전공의 교수와 실험실 등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성적순으로 전공 선택을 제한했다. 준비 없는 시행이 또 실패를 부를 수 있다.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교육 인프라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교육부가 인센티브를 내세워 대학을 줄 세우려 한다거나, 등을 떠미는 형식으로 무전공 입학을 추진해선 안 된다. 대학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뒤 예상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운영해야 한다.

[세상읽기] 2024년 글로벌 허브도시 ‘메가 인천’으로 비상

지난 2023년 한 해는 남북관계의 고조된 긴장과 미중 외교 갈등과 대립에 대한민국의 고뇌가 깊어졌고 연일 지속되는 고물가와 경기 침체로 국민의 삶은 점점 더 고단해졌다. 뿐만 아니라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나는 각종 범죄는 시민들의 불안을 더했고 그런 와중에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국민들의 가슴속에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인천은 이 같은 역경 속에서도 지난해 5월의 코로나 비상사태의 공식적인 마무리와 함께 인천국제공항 등 세계로 이어지는 관문이 활짝 열리며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제45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등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과시했고 마치 폐허 속에 피어난 한 송이의 꽃처럼 어려운 정세 속에서도 희망을 꽃피웠다. 인천은 지역내총생산(GDPR)에서 2년 연속 부산을 앞지르는 등 대한민국 제2 도시로 도약의 준비를 마쳤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간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에 따른 불이익을 감수했던 인천의 발전은커녕 ‘메가 서울’이라며 김포뿐만 아니라 검단도 서울에 편입해야 한다며 인천시민의 애를 태우고 있다. 하지만 인천은 이처럼 어려운 정치적 상황에서도 경제 규모 100조원를 돌파하고 경제성장률은 6%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 인구 100만명 이상 특·광역시 중 유일하게 지난 10년간 인구가 증가하며 명실상부 대한민국 선도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래도 인천은 아직 목마르다. 2024년 인천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대표도시로서의 위상을 넘어 세계 10대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계획과 사업을 착실히 준비해야 한다. 특히 ‘2025년 APEC 정상회의’의 인천 유치를 통해 글로벌 도시로서의 위상을 정립함과 동시에 미래도시 구현을 위한 ‘제물포 르네상스’가 성공한다면 원도심이 활성화를 통한 맞춤형 도시재생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인천은 근대화 역사의 현장이면서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골고루 갖추고 있는 공존의 도시이자 교통과 물류의 중심이면서 도서지역을 통한 어업과 해상관광, 안보의 핵심지역이기도 한 복합도시다. 이러한 인천의 지리적 특성을 십분 활용하고 글로벌 기업 유치 등 국제협력의 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는 슬로건처럼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구축하는 등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인천의 미래 설계는 시민들의 관심이 가장 중요하다. 인천시민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인천의 미래가 곧 우리의 미래라는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지역사회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지금과 같은 성장세가 유지된다면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끄는 경제중심지로서의 도약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중앙정부도 인천의 가치를 정확히 인식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기대하며 2024년에는 ‘메가 인천’으로 비상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