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노동자쉼터' 설치는 언제쯤… 남양주시, 입지선정 절차

남양주시가 올해 안에 이동노동자쉼터를 설치한다고 했으나 아직 입지 선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8일 남양주시 등에 따르면 이동노동자쉼터는 휴게실이 따로 없는 대리 운전기사, 배달 종사자, 방문학습 교사 등을 위한 전용 공간으로 지난 3월 경기도가 남양주와 구리 등 8곳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을 세웠다. 쉼터는 사무실 형태 거점형과 컨테이너 형태인 간이형으로 나뉘는데, 간이형 쉼터는 1곳당 약 4천만원이 소요되고, 도와 해당 시·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런 가운데 올해가 일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인근 주민 반대 등으로 이동노동자쉼터 입지가 아직까지 선정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남양주구리지회 회원 6명은 지난 26일 오전 11시 남양주시청 앞에 모여 다수 이용 가능한 지역에 '이동노동자 쉼터'를 조속히 설치해 달라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민선 8기가 시작되고 1년 반이 지나도록 대리기사들이 쉴 수 있는 쉼터는 관내에 단 1곳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남양주시는 화도읍, 다산신도시, 진접읍, 평내호평동 및 별내 신도시 5개 지역에 전체 인구의 66%가 분포돼 있어 간이 쉼터 여러 곳이 필요한 실정”이라며 “남양주시는 겨우 1곳만 올해 안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했으나 현재까지 쉼터의 위치조차 정하지 못한 상태로 해를 넘기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는 평내·호평 일원 버스정류장 인근 등 접근성이 좋은 몇개의 후보지를 찾아 이동노동자쉼터 설치를 추진했으나, 인근 주민들이 반대하거나 거리가 너무 멀어 무산되는 등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시는 현재 부지 선정을 위해 타 부서와 협의 중이며, 간이 쉼터로 쓰일 컨테이너도 제작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시 관계자는 “주민 반대 등 여러 어려움이 있어 입지 선정이 늦어졌으며 대리기사 등 쉼터가 필요하신 분들을 위해 내년 2월까지 이동노동자쉼터가 오픈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평내·호평뿐만 아니라 타 지역에도 쉼터를 설치하기 위해 이미 내년 본예산에 예산을 확보해놓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한편 현재 경기도에는 이동노동자쉼터가 거점식 사무실 12곳과 컨테이너식인 간이 쉼터 8곳이 운영 중이다.

끊이지 않는 사이버범죄… 수사 인력난에 ‘헉헉’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사이버범죄 수사관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버범죄 수법이 점점 더 전문적이고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는 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해 경찰 내 전문 인력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경기남·북부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경기도내 사이버범죄 발생 건수는 총 24만9천637건이다. 연도별로는 2018년 3만5천717건, 2019년 4만3천679건에 그치던 것이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거래 등이 늘어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줄곧 5만6천여건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남·북부경찰청을 비롯해 각 경찰서에 배치된 사이버범죄 수사 인력은 지난해 기준 총 503명에 그친다. 수사관 1명이 연 평균 해결해야 하는 사건 수만 112건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사이버범죄의 경우 피의자를 특정하는 게 쉽지 않아 수사 기간이 오래 걸리고, 수사 과정 역시 복잡해 수사관 부족 현상은 검거율 저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최근 5년간 검거율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확인된다. 2018년 74.8%, 2019년 74.3%이던 검거율은 2020년 66.2%, 2021년 62.5%로 60%대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에는 그 선마저 무너져 59%에 그쳤다. 경기도내 사이버범죄를 담당하는 경찰들은 사건에 따라 장기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인력 부족이 검거율 저하로 이어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수원지역의 한 사이버범죄 수사관은 “아무리 베테랑 수사관이더라도 생소한 분야의 수사를 새로 접하게 되면 전문성이 떨어지게 되고 사건 처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한 명이 처리해야 할 사건은 수십 건이 넘는데 사람은 부족하니 검거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수사 인원 증가와 함께 고도의 수사기법으로 사이버범죄를 근절할 수 있도록 전문 인력 특채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사이버범죄는 지금보다 더 복잡한 수법으로 생겨날 것이다. 유형 또한 다양해지고 있어 공조 등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사 기간도 길어지고 전문성도 요구돼 1인당 업무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도의 수사기법이 필요한 만큼 전문 요원 특채 즉, 일종의 경력 채용을 늘려 관련 수사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 직업군 ‘한통속’…짜고 치는 ‘보험사기’ [보험사기의 재구성③]

보험사기의 재구성③ “차트 조작하면 돼. 우리만 입 다물면, 절대 걸릴 일 없어.” 2020년, 성남의 A치과 직원과 환자, 보험설계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차트조작을 통해 보험금을 허위로 받아내기 위한 일종의 작전회의였다. 여기에 B치과와 C치과도 합류했다. 그렇게 3개 치과가 가담한 ‘조직형 병원 보험사기단’이 탄생했다. 이 사기단 구성원만 34명에 달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모두 보험 관련 전문 직업군 종사자로 밝혀졌다. 사기단은 환자 1명이 A치과에서 발치와 골이식술 등의 치료 및 수술을 받으면 B치과와 C치과에서는 다른 환자가 동일한 치료 및 수술을 받은 것처럼 허위 차트를 작성했다. 이후 환자는 각 치과에서 발급 받은 서류로 허위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렇게 이들 사기단은 지난해까지 2년간 범행을 이어갔다. 허위로 받아낸 3억여원의 보험금은 치과 관계자, 보험설계사 등 사기단이 수수료 명목으로 나눠가졌다. 전 보험설계사 김모씨(27)는 “병원 종사자처럼 보험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보험에 허점이 많다는 얘기일 수도 있겠다”고 털어놨다. 보험사기가 날이 갈수록 지능화·조직화하면서 보험 관련 전문 직업군이 보험사기를 공모하는 사례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보험 전문지식을 지닌 이들이 보험사기에 가담할 경우 적발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피해 규모도 계속해 커지는 등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만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보험사기 유형 중 ‘사고내용 조작’ 적발 금액은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연도별로는 2020년 5천250억원, 2021년 5천713억원, 지난해 6천681억원 등이다. 같은 기간 적발 인원의 경우 2020년 6만6천338명에서 2021년 6만5천150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다시 6만9천786명으로 늘어났다. 사고내용 조작은 진단서 위·변조, 입원 수술비 과다 청구, 정비공장의 수리비 과장 청구 등을 의미한다. 이 같은 보험사기가 이뤄지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보험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전문 직업군의 개입이 필수적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병원·보험·정비업소 종사자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의미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 3년간 보험사기로 적발된 병원·보험·정비업소 종사자는 2020년 3천490명, 2021년 4천334명, 지난해 4천428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보험사기가 점차 지능화·조직화하면서 보험금 누수 피해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경찰 등 유관기관과 공조해 병원 종사자와 보험설계사 등 보험사기 전문 브로커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앞으로 제도 및 업무 관행 개선, 예방 교육, 홍보활동 등도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만평] 올해의 사자성어...

[사설] 우체국 점심시간 휴무, 시민은 답답하다

경기일보 기자가 시민의 입장에서 체험해봤다. 27일 낮 12시30분 수원특례시 영통구의 한 우체국이다. “잠시 후 12시30분부터 1시30분까지 점심시간이 시작됩니다.” 우체국 내에서 흘러 나온 방송이다. 정확히 30분이 되면서 직원들이 모두 자리를 떴다. 때마침 50대 시민이 서둘러 뛰어 들어왔다. 직장 점심시간에 맞춰 왔다며 우편물 접수를 요구했다. 직원이 이를 말렸고 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의왕시의 한 우체국도 취재했는데 마찬가지였다. 우정사업본부가 점심시간 휴식제를 결정한 것은 2016년이다. 직원들의 휴식권 보장과 업무 효율성 향상을 위한 제도다. 경기∙인천지역 우체국은 지난 6월부터 시범 실시했다. 4인 이하 직원이 근무하는 소규모 우체국이 우선이었다. 이게 27일부터 5인 이하 우체국 57곳으로 확대됐다. 시간이 흘렀으면 시범 실시를 해온 지역의 시민들은 적응을 할 만도 하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여전히 셔터 내려진 우체국 앞에서는 크고 작은 항의가 이어진다. 우체국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익히 알려졌다. 공직자라고 무조건 희생을 강요받는 시대도 아니다. 점심시간 휴무제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우리도 이미 결정된 업무 경감 제도를 되돌리라고 주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방법밖에 없는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앞서 살폈듯이 시민의 불편이 너무 크다. 단 몇 명의 시민이라도 그들에게는 없던 불편함이 생겼다. 이 희생 또한 간과 못할 현실이다. 우정사업본부에는 단순히 우편 배달 업무만 있지 않다. 금융과 관련된 서비스가 상당 부분 차지한다. 일반 우편 업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금융 서비스 업무는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30분까지다. 시중 은행보다 30분 길다. 하지만 시중 은행은 점심 시간에도 업무를 한다. 직장인들에는 점심시간이 중요한 금융 업무 처리 시간이다. 이 중요한 시간을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막는 셈이다. 불편하다는 반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시범 실시의 목적이 뭔가. 본격 실시에 앞선 실험이다. 현장의 소리를 듣는 절차다. 문제가 발견됐으면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 필요하면 원안을 변경할 수도 있다. ‘셔터 내리는 점심시간’을 금과옥조의 제도로 고집할 일이 아니다. 인력 보강을 통한 보완 근무, 창구 축소를 통한 인력 재배치 등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런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문제에 대한 답변이 “홍보를 강화하겠다”다. 원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우체국 직원들의 권리 반대편에는 이용자 국민의 권리가 있는 것인데. 왠지 시민의 권리가 너무 가벼이 취급된다는 서운함이 있다.

[사설] 노후 아파트 화재 무방비, 안전설비 보강 서둘러야

수원의 한 아파트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27일 영통구 매탄동의 20층짜리 아파트 16층에서 불이 나 3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17분 만에 큰 불길을 잡았고,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다. 불이 난 곳은 1999년 8월 사용 승인이 난 오래된 아파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소방시설 현황 및 정상 작동 여부, 정확한 화재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의 23층짜리 아파트 3층에서 불이 나 2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친 가운데 수원에서도 비슷한 아파트 화재가 발생하자 주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파트 화재는 대형사고로 번질 위험이 크다. 특히 고층 아파트, 노후 아파트일수록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아파트는 불이 나면 모든 층에서 스프링클러와 방화문이 작동해야 하는데 그런 규정이 생기기 전 완공된 곳이 많다. 소방당국은 지난달 화재 양상에 따라 세분화한 대피 매뉴얼을 마련했으나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특히 방화문은 항상 닫힌 상태로 유지돼야 하는데 열려 있는 경우가 많다. 문이 닫히지 않게 소화기나 벽돌로 고정해 놓기도 하고, 문닫힘 방지용 나무조각을 끼워놓은 곳도 있다. 계단을 이용해 출입하거나, 통풍 등 편의를 위해서다. 방화문은 건축물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복도나 계단, 출입구 등으로 유독가스나 불꽃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되는 문이다. 때문에 언제나 닫힌 상태여야 하고, 연기나 불꽃을 감지하면 신속히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한다. 방화문이 열려 있으면 화재 시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유독가스와 불이 급속도로 번져 피해가 커진다. 서울 화재도 발화지점이 3층인데 방화문이 모두 열려 있어 계단을 타고 연기가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갔다. 30대 남성이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도 방화문이 열려 있던 이유가 크다. 오래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시설이 미흡하다. 2004년 소방법이 개정된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의무화됐지만, 이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2005년 이전에 완공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점검 때 확인하는 설비인 소화기·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가스누설 경보기·완강기·내림식 사다리·경량칸막이 등을 대부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노후 아파트는 화재에 거의 무방비 상태다. 안전설비 보강을 서둘러야 한다. 아파트 차원에서 설비를 추가 설치하려면 관리비 인상 부담에 꺼리는 주민들이 많다. 안전이 우선인 만큼 비상 상황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노후 아파트의 화재장비 설치를 유도하고, 예산 일부를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김남희의 길 위에서] 알바니아, 범죄국가 편견 깨다

지난 10월, 2주간 알바니아를 여행했다. 알바니아에 간다고 하니 같은 질문을 반복적으로 들어야 했다. 왜 알바니아야? 알바니아에 뭐가 있어? 나 또한 알바니아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알바니아에 대해 알고 있는 거라곤 마더 테레사의 국적을 두고 알바니아와 북마케도니아가 서로 자국이라며 우긴다는 사실 정도였다. 사실 마더 테레사의 국적을 정확히 따진다면 ‘지금은 북마케도니아의 영토가 됐지만 오스만 제국의 변방이었던 곳에서 태어나 알바니아계 부모님 밑에서 자란 수녀’란다. 여행지로 알바니아를 선택한 이유를 굳이 꼽는다면 오래전에 봤던 영화 ‘테이큰’ 덕분이다. 영화에서 알바니아가 잔악무도한 범죄집단으로 그려지는 걸 보며 언젠가 알바니아를 여행하며 직접 사람들을 만나보겠다고 다짐했으니. 그렇게 아무것도 모른 채 찾아간 알바니아는 여러 면에서 내 마음을 흔들었다. 우선 10월 중순인데도 25도를 넘나드는 온화한 날씨에 반했다. 하긴 아드리아해, 이오니아해, 에게해를 접한 나라니 유럽의 남쪽으로 꽤 내려온 셈이었다. 또 물가가 저렴하고 마주치는 사람들이 친절했다. 몸과 마음을 두루 편하게 만드는 도시였다. 심하게 무지한 상태였기에 티라나에서는 알바니아의 현대사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주로 찾아다녔다. ‘벙크 아트 2’와 ‘나뭇잎의 집 박물관’ 같은 곳이었다. 40년 이상 알바니아를 통치했던 독재자 엔베르 호자의 공산주의 시절, 적대세력을 감시하고 통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감시와 도청, 불법 체포와 고문, 재판 없는 사형 등이 행해졌던 곳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가혹한 과거를 기억할 수 있게 해놨다. 심지어 독재정권에서 비밀경찰로 일했던 이들의 이름과 직책, 얼굴 사진까지도 전시하고 있었다. 과거를 기억함으로써 과거의 고통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존경스러웠다. 알바니아의 남쪽으로 내려가기 전에 들른 두 개의 도시는 내가 멋대로 ‘트윈 시티’라고 이름을 붙였다. 베라트와 지로카스터르. 닮은 듯 서로 다른 도시였다. 독특한 건축물로 두 곳 모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베라트는 집집마다 찍어낸 듯 네모난 창이 독특해 ‘천 개의 창을 가진 도시’로 불린다. 기독교 도시로 시작해 유대인 공동체도 거주했고 그 후 무슬림 다수가 된 도시다. 베라트에서는 꽤 오랫동안 기독교도, 유대인, 무슬림이 사이좋게 공존해 왔다. 나치의 기세가 서슬 퍼렇던 시절에는 무슬림과 기독교인들이 자신들의 집과 지하실에 유대인들을 숨겨줬다고 한다. 1944년 이 도시에서 알바니아 민족협의회가 열리고 엔베르 호자가 총리가 됐다. 그 후 도시의 운명은 달라졌다. 1950년대부터 이 마을은 공공의 적으로 간주된 이들의 유배지가 됐으니 말이다. 노벨상 후보에 오른 알바니아의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도 이곳에서 2년간 유배 생활을 했다. 허가 없이는 마을 밖으로 절대 나갈 수 없는 정치범 수용소였다고 한다. 지로카스터르는 지붕을 덮은 납작한 회색 돌 때문에 ‘돌의 도시’로 불리는데 서로 적대적이었던 두 인물이 태어난 곳이다. 회칠을 하고 돌로 지붕을 인 전통 가옥에서 독재자 엔베르 호자가 태어났고 28년 후 걸어서 4분 거리의 골목에서 ‘죽은 군대의 장군’을 쓴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태어났다. 호자는 자기가 나고 자란 이 도시를 ‘박물관 도시’라는 이름을 선포해 도시의 지위를 격상시켰다. 그래서일까. 이 도시는 공산주의가 무너진 후 알바니아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호자의 동상이 철거됐다. 카다레는 평생 전체주의를 비판하고 조국 알바니아의 암울한 현실을 소설로 그려내 세계적 작가가 된 인물이다. 그야말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는 호자의 집을 볼 때마다 소설의 줄거리가 하나씩 태어났을지도 모르겠다. 지로카스터르 요새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순간, 탄성이 터졌다. 뭐 이렇게 예쁜 도시가 있담. 마음에 쏙 드는 도시였다. 작은 마을이어서 어디든 걸어 다닐 수 있는 점도 좋았다. 골목마다 테이블이 놓인 카페와 식당이 이어졌다. 소박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가득했다. 엔베르 호자의 생가는 민속박물관이 됐는데, 호자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고 깔끔하게 복원한 옛 주택이었다.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자본주의가 들어선 이후 10% 넘는 극심한 실업률과 30%에 가까운 빈곤율로 인해 알바니아 사람들 사이에는 공산주의 시절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나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그 시절에는 교육과 의료, 주택이 무상으로 제공됐고 여성의 지위도 높았다면서. 이런 현상에 대해 이스마엘 카다레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공산주의 시절의 극단적인 폐쇄 정책과 어려운 경제는 사람들에겐 재앙이었지만 자연에는 축복이었던 걸까. 알바니아에는 놀랍도록 깨끗한 자연이 살아있었다. 티라나를 벗어나 북쪽으로 올라가면 푸른 산이, 남쪽으로 내려가면 맑은 바다가 기다리고 있다. 먼저 북부의 프로클레티예 산맥으로 올라가 알바니아의 아름다운 가을 산을 누렸다. 산이 얼마나 험했으면 이름이 ‘저주받은 산’일까. 그 험한 산을 비바람 부는 날 넘느라 고생도 좀 했지만 완벽한 날씨가 이어져 보상을 받은 것 같았다. 산에서는 단풍이 한창인 늦가을 분위기를 누리다가 바닷가로 내려오니 여름의 끝으로 되돌아온 것 같았다. 사란더에서 머문 숙소는 방 다섯 개짜리 작은 호텔인데, 두 아들을 그리스와 두바이로 유학 보낸 부부가 직원도 없이 꾸려 가고 있었다. 구글 리뷰가 좋은 숙소였는데 방에서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방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디저트까지 안주인 마리아가 직접 만들어 차려주는 아침 식사도 훌륭했다. 숙소의 식당에서 바로 해변이 이어져 저녁 노을을 보며 앉아 있거나 해 질 무렵 해변을 산책하기에도 좋았다. 다만 그 아름다운 해변 대부분이 ‘프라이빗 비치’여서 감동을 반감시켰다. 내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중 하나가 해변이 누군가의 사적인 소유가 되는 일이다. 알바니아의 해변은 호텔과 카페와 식당이 전부 차지하고 있었다. 땅 따먹기라도 하듯 모래사장 위로 펜스를 쌓아 올린 풍경이 서글펐다. 공산주의 시절에는 적어도 이런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런 모습은 더 나은 알바니아로 향하는 과도기의 부작용이기를 바랄 뿐. 언젠가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된다면 모든 선과 경계가 사라진 해변에서 모두가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풍경과 마주치게 되기를 바라며 알바니아를 떠났다.

[천자춘추] 장애인 특수교육, 특혜 아닌 권리

대한민국 헌법 제31조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여기 ‘교육 받을 권리’에는 학교교육 및 평생교육뿐 아니라 ‘특수교육법’에 따른 장애인 특수교육까지 포함된다. 장애인 특수교육은 대상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장애유형·장애 정도의 특성을 고려해 적합한 교육과정과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제공하는 교육을 말한다. 장애인은 이러한 법적 근거에 따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지만 ‘장애인 특수교육’의 현실은 막막하기만 하다. 2019년 기준 전국 장애 학생 수는 9만2천여명, 특수학교는 177개교로 전체 학생의 30%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장애아동은 일반학교에 입학해 통합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에도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은 경증의 장애를 가진 경우만 수용이 가능하다. 이마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학부모들의 반대가 빈번하고 장애 유형별 지원 시스템도 부족해 장애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과 사회통합을 위한 학교교육 체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법률에 따라 학생들이 장애 유형에 맞는 전문교육을 받아 사회 적응도를 높일 수 있어야 함에도 기본적인 학교 시설조차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다. 졸업 후 성인이 돼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진다. 정부는 장애인이 소외됨 없이 평생학습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지정·운영하고 있으나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67곳뿐이다. 전국에서 장애인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 상황은 어떨까? 경기도내 등록 장애인 수는 58만4천834명(2022년 12월 기준)으로 전국 대비 22.05%를 차지하고 있다. 경기도내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2만5천여명, 특수학교는 38개교로 21% 정도만 수용이 가능하고 시흥, 광명, 군포 등 10개 시·군에는 특수학교가 없다. 또 광명, 수원 등 15개 시·군만이 장애인 평생교육도시로 지정·운영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장애인 특수교육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특수학교를 늘리고 장애인 평생교육도시 지정을 확대하는 등 장애 특성에 맞는 교육 시스템 구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또 장애인 교육시설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발달장애인 위주의 프로그램이 다수로 시각, 청각장애인 등 다른 장애 유형을 고려한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에 경기도의회(본의원 대표발의)에서 ‘경기도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에서 장애 유형별 맞춤형 평생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장애 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특수교육은 특혜가 아니라 필수로 제공해야 하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다. 이에 경기도 및 경기도교육청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누구나 평등한 교육의 기회를 누릴 수 있는 차별 없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전 세대에 걸친 장애인 교육 지원체계를 마련해 장애인도 꿈을 갖고 실현할 수 있는 경기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지지대] 붕어빵의 진화

19세기 말 일본의 풀빵인 타이야키(鯛焼)에서 유래됐다. 1930년대 한국에 들어와 1970년대부터 본격화됐다. ‘도미빵’이라는 뜻으로 도미를 흉내 내 빵으로 먹기 시작했다. 붕어빵의 스펙이다. 그런 붕어빵이 의미 있는 변신(경기일보 26일자 7면)을 하고 있다.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서민들의 겨울철 군것질거리에서 어엿한 상품으로 거듭나고 있어서다. 20~30대 사장들은 이색적인 붕어빵으로 손님들을 사로잡고 있다. 10~20대 손님들은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쉽고 편하게 만나고 있다. 붕어빵 점포 위치가 명시된 ‘붕세권’이 온라인을 통해 공유된지는 오래됐다. MZ세대의 먹거리 문화가 구축되고 있다. 길거리에서 손을 호호 불면서 사 먹을 필요도 없어지고 있다. 점포 속으로 들어가고 있어서다. 일부 점포는 이미 페이스트리(페스츄리)같이 바삭하고, 피자맛, 초코맛 등 이색 앙금 등이 들어간 붕어빵을 선보이고 있다. 노점에서 팔던 기존 붕어빵과 달리 매장에는 키오스크와 따뜻한 천막도 설치돼 있다. 화성 동탄의 한 붕어빵 점포는 팥맛은 물론 갈비김밥맛, 불닭만두맛 등 이색 붕어빵으로 입소문이 났다. 대기 손님을 위한 번호표도 마련해뒀다. 일부 손님은 벌써부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이끌고 있다. 붕어빵 점포가 언제 문을 여는지 정보도 나누고, 서비스나 맛 후기도 남기고 있다. 붕어빵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트렌드의 핵심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꼽았다. SNS를 통한 공유문화에 익숙한 세대를 중심으로 특이하고 이색적인 길거리 간식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길거리에서 팔던 붕어빵이 젊은 세대 취향으로 깔끔하면서도 감성 있게 바뀌고 있다. 하지만 종전 노점에서 붕어빵을 팔던 이들의 형편은 좀 나아졌을까. 그게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