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역의 각종 사회재난 예방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의 대책이 쏟아졌지만, 여전히 예산 문제 등으로 인천 곳곳에 재난 참사 우려가 도사리고 있다. 30일 행정안전부와 인천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역 곳곳에 2만1천841대의 폐쇄회로(CC)TV를 설치, 군·구 등과 함께 각종 사건·사고 등 사회재난 예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인천의 CCTV를 실시간 확인하는 관제인력은 고작 194명에 그치고 있다. 관제인력 1인당 112대의 CCTV를 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행안부의 권고 기준인 1인당 50대보다 배 이상 많은 수치다. 더욱이 관제센터의 교대 업무 특성을 감안하면 현실적인 관제인력 1인당 CCTV 담당 대수는 훨씬 더 많다. 한 CCTV 관제사는 “현실적으로 혼자 100대가 넘는 CCTV 화면을 보고, 각종 범죄나 화재 등을 실시간으로 빨리 찾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관제 인력이 늘어나든, 최신 기술이 적용된 CCTV를 늘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지능형 CCTV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능형 CCTV는 인공지능(AI)를 통해 물체의 이상 행동이나 밀집도를 파악해 경찰 및 소방과의 대응이 가능하도록 하는 CCTV이다. 하지만 예산 등의 이유로 확충이 더디다. 일반 CCTV는 1대 당 1천만원 미만이지만, 지능형 CCTV는 최대 2천만원에 이르는 등 비용이 비싸다. 앞서 이태원 참사 때 일반 CCTV로는 지역별 인파 밀집도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사전에 참사를 예방하지 못했다. 인천에도 남동구 구월동이나 부평 문화의거리 등 원도심이면서 상가밀집지역엔 인파 밀집으로 인한 재난 예방이 시급하다. 또 행안부가 아직 지능형 CCTV의 표준 모델을 내놓지 않은데다 지능형 CCTV가 업체별 호환이 어렵고 기술의 차이가 크다보니, 시와 군·구는 지능형 CCTV를 더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에 있는 지능형 CCTV는 총 3천416대로 전체 2만1천841대 중 15.6%에 불과하다. 앞서 행안부는 지난해 이태원 참사 이후 지능형 CCTV를 오는 2023년 24%로 끌어올리고 2027년까지 100% 전환해 전체적인 사회 재난 대응 시스템을 ‘예방 중심’으로 구축하곘다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 밖에도 지자체장이 재난 선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담은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는 “행안부가 이태원과 같은 사회재난을 예방하려면 지능형 CCTV의 확충을 위한 재정지원 및 표준 모델 결정 등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회재난 발생시 빠른 대응이나 사전 예방을 위해 지자체장의 책임과 권한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현실 가능한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휘발유 가격이 1700원대 중반에 머무르며 소비자 부담이 커진 가운데, 정부가 유가 안정화를 위해 추진한 알뜰주유소가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에 턱없이 부족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경기지역 평균 휘발유 판매 가격은 ℓ(리터)당 1천753.34원으로 전날 대비 1.55원 하락했다. 이는 전국 평균 가격(1천750.24원)보다 3원가량 비싸다. 자동차용경유 가격 역시 ℓ당 1천678.61원으로 전국(1천678.49원)보다 소폭 높았다. 상표별로는 지난 29일 기준 도내 알뜰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ℓ당 1천721원으로 민간주유소 1천757원(▲SK에너지 1천762원 ▲GS칼텍스 1천756원 ▲현대오일뱅크 1천755원 ▲S-OIL 1천754원)과 35원 차이가 났다. 경유는 알뜰주유소 평균 가격이 1천646원으로 민간주유소(1천680원)보다 34원 저렴했다. 이런 상황에 도내 알뜰주유소에 차량이 줄지었다. 이날 오전 용인특례시 기흥구 한 알뜰주유소는 주유하려는 차량으로 분주했다. 주유를 마친 차량이 빠져나가기 무섭게 다음 차량이 주유구 가까이 차를 옮겼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알뜰주유소에도 차량이 계속해서 진입했다. 하루 평균 7~80㎞를 운전하는 최동수(37)씨는 “운전하다가도 1천600원 언저리에 있는 주유소를 발견하면 들릴 수밖에 없다”며 “몇십 원 차이라도 알뜰주유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도권 내 알뜰주유소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알뜰주유소는 전체의 7.6%에 불과했으며, 인천과 서울은 각각 4.7%, 3.0%에 그쳤다. 특히 인구 100만이 넘는 수원특례시 내 알뜰주유소는 단 1곳으로, 민간주유소가 90여곳에 달하는 것과 상반된다. 용인특례시엔 13곳의 알뜰주유소가 영업 중이지만 대부분 알뜰주유소가 처인구에 밀집해 있으며, 과천시와 의왕시에는 알뜰주유소가 단 한 곳도 없다. 업계는 알뜰주유소가 도입 부담이 크고, 그마저도 인구·면적 대비 불균형해 유가 안정을 도모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알뜰주유소가 유입돼 유가 인하 효과를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알뜰주유소의 경우 민간주유소와 달리 지원책이 없어 전환, 유인에 어려움이 있고, 수도권 지가 상승 및 높은 개소 비용 탓에 신축도 쉽지 않아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에 공감하며 수도권 중심으로 알뜰주유소 확대에 나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8일 민생회의에서 “유가 안정을 위해 수도권 알뜰주유소를 올해 안으로 10%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경기지역 장애영유아가 매년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도내 특수학급 설치 유치원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유아 단계의 특수 교육 수요가 높아진 만큼 장애영유아를 위한 질 높은 돌봄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0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경기지역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재원 중인 장애영유아는 4천680명으로, 2019년(3천195명)보다 1천485명 늘어났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3천195명, 2020년 3천514명, 2021년 3천972명, 지난해 4천465명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장애영유아가 늘어나고 있지만 특수학급이 설치된 유치원은 도내 유치원(2천148개)의 16.6%인 356개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사립유치원은 단 한 곳뿐이다. 전체 유치원의 약 40%가 사립유치원임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자폐 아동을 키우는 한 학부모는 “아이에게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인데, 집 근처에서 특수학급을 운영하는 유치원을 찾기가 쉽지 않다”며 “겨우 알아본 유치원에 전화해 보니, 대기가 수십 명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돼서 절망적이었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게 된 이유가 국공립 유치원의 경우 공간 부족 등으로 특수학급 설치가 어렵고, 사립유치원의 경우 운영비와 인건비 부담으로 특수학급 설치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도유치원연합회 관계자는 “특수학급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유아특수교육을 전공한 전문가인 특수교사가 있어야 하는데, 교사 수도 부족할 뿐더러 인건비 부담이 크다”며 “특수 아동을 위한 보조교사와 교재 준비 등 부가적인 여건도 마련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에서 예산 지원을 늘려 특수교사의 전문역량을 강화하고, 특수학급 설치를 늘리는 등 현실적인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장애아동을 위한 유치원 특수학급을 증설해 오는 2027년까지 특수학급 설치율을 20% 이상으로 높이는 것이 목표”라며 “사립유치원에 운영비와 특수교사 인건비를 지원해 특수학급 운영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청년층의 가계빚 악화가 예사롭지 않다. 채무부담율, 연체율, 취약차주 비율 등 모든 수치가 악화되고 있다. 올 2분기 소득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은 262%다. 2019년과 비교하면 39%포인트 상승했다. 중장년층이 35%포인트, 고령층이 16%포인트 였다. 소득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대출로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연체율도 악화되고 있다. 90일 이상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는 경우다. 같은 올 2분기 청년 연체율이 0.58%로 지난해 동기 대비 0.17%포인트 늘었다. 더 걱정인 것은 청년층의 취약차주 추세다. 다중 채무자이면서 저소득 상태이거나 저신용자 상태다. 연체율 가운데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5.80%에서 8.41%로 치솟았다. 잠재 청년 취약차주 비율도 많아졌다. 지난해 2분기 17.2%에서 올 2분기 17.8%로 상승했다. 0.6%포인트라고 가벼이 볼 게 아니다. 같은 기간 다른 연령층의 잠재 취약차주 비중은 0.3%포인트 상승하는데 그쳤다. 모든 지표가 청년 빚의 심각성을 가리킨다. 대책을 내라고 말한다. 고용 사정 악화나 주거확보 정책 등의 거대 담론을 말하기도 한다. 그런가. 통계가 도출하는 결론은 다르다. 냉정하게 말해 청년층 스스로의 자각 외에 답 없다. 올 2분기 청년 1인당 가계 대출금이 7천900여만원이다. 이 중에 주택 관련 대출금이 70%를 차지한다. 자금조달계획서 기준 연령별 주택 매입 비중도 그렇다. 청년층이 33.1%로 가장 높다. 여전히 젊은층들은 ‘영혼까지 끌어 모으고, 빚 내서 던지는’ 투자에 빠져있다. 과거엔 이렇지 않았다. 주택 대출의 핵심은 40대였다. 20, 30대 시드머니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40대에 주택 구입을 본격화했다. 더구나 최근처럼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때는 2030 대출은 크게 위축되는 경향이 일반적이었다. 최근 경향성이 이와는 정반대다. 이런 예는 없었다. 2030 청년층 대출이 광기를 띠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주택 마련이 아니라 부동산 투기로 흐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청년층까지 국가와 사회가 보전해줘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청년층 빚은 사회의 시한폭탄이다. 미래 불확실성을 높이는 불안 요소다. 그렇더라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대놓고 위험성을 경고했다. “금리가 금방 예전처럼 연 1%대로 떨어질 것 같지 않다. 레버리지(대출)로 (투자)하는 분이 많은데 경고하겠다.” 이 경고의 중심에 2023 청년층의 영끌, 빚투가 있음은 물론이다. 청춘의 빚이 청춘의 덫으로 다가오고 있다. 모든 통계가 이 길을 가리키고 있다. 시간이 임박함도 알리고 있다.
대학생 행정인턴이라고도 하고 행정체험 대학생 아르바이트라고도 한다. 중앙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1년 미만으로 근무하는 대학생 행정지원 인력을 말한다. 2006년부터 시작했다. 미취업 청년층에 경력 및 직업능력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 청년실업도 해소한다는 취지였다. 모집 공고가 나기 무섭게 지원자가 몰린다. 취업난으로 공무원직이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행정 경험도 쌓고 보수도 적지 않아서다. 후일 공무원 시험에 응시할 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작용한다. 이런 대학생 행정인턴에 대해 처음부터 잘못된 거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른다. 국민 세금을 들여 하면서 꼭 대학생으로 자격을 한정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인천시가 원하는 아르바이트생 자격에 고졸인 나는 원서도 못내민다.” “고졸 학력이라 취업이 어려워 생계에 쫓기는데 인천시 아르바이트까지 차별을 받는다.” 인천시가 지역 청년들을 위해 예산을 떼어내 마련한 아르바이트 사업이다. 그런데도 자격을 대학생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차별행정이라는 것이다. 인천시의 최근 행정인턴 사업을 보자. 시는 지난 7월3일부터 7월26일까지 대학생 240명에게 아르바이트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 기간 사무직에 종사한 대학생들은 125만5천원을 받았다. 현장근무직에 참여했던 대학생은 146만1천원을 받았다. 해마다 여름 겨울방학 모집 때는 3천명 안팎의 지원자가 몰려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최근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이 사업의 지원 자격에서 고졸 청년들의 지원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인천시 대학생 아르바이트 사업은 청년들에게 직업을 선택하기 전 행정업무 체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대학생으로만 지원 자격을 제한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시가 제시하는 업무들이 반드시 2년제 이상 대학 재학생 또는 휴학생 학력이 필요한 업무라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무라면 서류 심사 등 별도의 선정 과정을 통해 검증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인권보호관회의는 인천시장에게 지원 자격 제한을 없앨 것을 권고했다. 이와 함께 현재의 ‘대학생 아르바이트’를 ‘청년인턴’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고졸 중졸의 문제가 아니다. 인천 청년이면 다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 선발 시험에도 아무런 학력 장벽이 없지 않은가. 오랜 기간 타성으로 굳어온 학력 중시 사고방식이다. 이번 결정을 대학을 다니지 않는 청년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왜 17년이나 지나고서야 이 불합리한 차별을 깨닫게 됐을까.
요즘 어느 지방법원 정문에는 현직 판사들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것도 한두 개가 아니라 여러 개가 덕지덕지 걸려 있는데도 법원은 그냥 방치하고 있다. 내용 역시 섬찟함을 느낄 정도로 자극적이다. ‘법을 어겨 판결 조작한 ○○○’, ‘판사 XXX’, ‘판사 66명 조작 명단’ 등등. 심지어 판사들 실물 사진까지 게재한 현수막도 있다. 이것을 본 사람의 의견도 다양하다. “억울하면 사법 절차에 따라 법정 투쟁을 하면 되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견부터 “얼마나 사법부를 믿지 못하면 저렇게 하겠나”라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공통된 의견은 우리 사법부가 전례 없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사법부 불신 풍조는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특히 심했던 것 같고 그가 이끌었거나 속해 있던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인맥에 의한 편중 인사,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비리 의혹,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등 정치적 재판을 4년 가까이 끌어온 것 등이 그런 불신을 가중시킨 것 같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불신 풍조는 판사의 정치 성향이 공정한 재판을 해치고 있다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의 박모 판사는 일찍이 판사가 되기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 좌경적 글을 올린 경력이 있는데 마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자에 대한 명예 훼손죄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는 치명적 형량이다. 검사는 500만원의 벌금을 구형했고 대부분의 이 같은 유사 범죄는 벌금형인데 박 판사의 선고는 이례적이라는것이다. 이렇게 되니 박 판사가 과거 좌편향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이 소환됐고 이것이 공정한 판결인가에 회의를 갖는 소리가 높았다. 이번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것에 대해서도 이와 유사한 시비가 계속되고 있다. 정치 관련 사건만이 아니다. 지난 20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나온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피해 여성은 “범죄와 아무 관련 없는 반성, 불우한 환경이 도대체 이 재판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피해자인 내가 용서하지 않겠다는데 왜 판사가 마음대로 용서하느냐”고 판사를 비난했다. 이처럼 법원에 대한 불신이 계속될 바에야 인공지능(AI) 판사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위스콘신주 대법원의 앤 월시 브래들리 대법관은 그의 판결에 AI를 도입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루미스라는 청년이 2013년 총격 사건에 사용된 차량을 운전하던 중 경찰에 적발되자 그대로 도주 끝에 검거돼 기소된 사건. 지방법원을 거쳐 대법원에까지 소송이 진행됐는데 AI에 의뢰한 결과 재범 가능성이 높고 사회공동체에 위협이 된다며 징역 6년의 실형을 요구했다. 브래들리 대법관은 AI의 요구대로 루미스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일부 주에서는 AI가 보석금을 결정하는가 하며 유·무죄까지 판별하고 심지어 판사의 판결문도 다듬어 준다는 것이다. 이미 AI가 인간사회 모든 영역에 깊이 파고들고 있고 이에 대한 우려와 규제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마당에 법원의 재판까지 맡겨야 한다면 그건 불행한 일이다.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도록 사법부의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통계청은 26일 기초·국민·직역(공무원·군인·사학·별정우체국)·주택연금 등 공·사적 연금 11종의 데이터를 연계한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내국인 862만명 가운데 연급 수급자는 777만명으로 90.1%를 차지했고 월평균 연금 수급액은 60만원으로 집계됐다. 현재 노인 10명 중 1명은 연금을 아예 받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고, 연금 수급자의 절반가량은 월 39만원 이하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이는 1인당 최소 노후생활비 124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50대 이상 장·노년층들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노후 준비는커녕 오히려 세 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 증가율이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소득하위 30% 또는 신용등급이 7~10등급인 취약차주 수 역시 50대 이상만 증가했다. 사실 한국의 노인 빈곤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상대적 노인 빈곤율은 43.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가장 높다. 미국(23%)과 일본(20%)은 20%대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고 영국과 독일은 각각 15%, 11%를 기록하고 있다. 프랑스·덴마크·노르웨이는 4%대에 불과하다. 일각에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매우 높은 한국 사회의 특징이 반영되지 않은 상대적 빈곤율로 통계의 함정, 착시라고 주장한다. 매월 들어오는 가처분 소득만 따질 것이 아니라 고령층의 부동산 자산을 포함할 경우 노인 빈곤율은 21%로 크게 떨어진다고 한다. 실제 한국 고령세대의 부동산 집중은 주요국 중 이례적 현상이다.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 등 실물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를 넘는다. 미국(28%)의 두 배가 넘고 일본(38%)보다도 훨씬 높다. 풍요로운 노후를 위해 비금융자산을 줄이고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집 한 채가 전 재산’인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빈곤을 해결하긴 쉽지 않다. 이 같은 요인들은 한국의 노인자살률(인구 10만명당 46.6명)이 OECD 국가(평균 17.2명) 중에서 압도적 1위라는 사실을 쉽게 이해하고 설명하기에 충분하다. 가난한 한국 노인의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준비 안 된 ‘노인공화국’, 더 이상 노인 빈곤 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국가 과제다. 빈곤과 고립은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법은 없을까? 노년층의 실질적 소득을 고려해 기초연금은 꼭 필요한 곳에 집약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여러 연금의 다층 보장 체제를 확대하고 자산 처분을 통해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는 저소득 고(高)자산 노인에 대한 선별적, 맞춤형 지원도 중요하다. 주택연금이나 농지연금, 산지연금을 확대하고 세제 혜택도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금융지원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면하고 있는 기업을 ‘좀비기업’이라 한다. 살아있는 시체를 뜻하는 ‘좀비’가 연상되기 때문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시장원리에 따라 퇴출되는 게 맞지만 상당수 기업이 정부 또는 채권단의 지원을 받아 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이들 좀비기업은 잠재력이 있는 기업에 가야 할 지원금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은 1년간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감당 못하는 좀비기업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의 부채 비율과 빚 의존도 역시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경기침체의 골이 깊은 데다 미국발 고금리가 장기화돼 아슬아슬한 기업들이 많아졌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2년 연간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좀비기업’ 비중이 42.3%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은 비금융 영리법인기업 91만206곳이다. 이자보상비율은 기업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로, 100% 미만은 기업이 한 해 동안 번 돈으로 대출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기업 부실은 다른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외부감사 대상 기업 2만3천273곳 분석 결과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5.1배로 1년 전(7.35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기업이 줄었다는 뜻이다. 3년 연속 좀비기업은 1년 새 8.7% 늘었다. 문제는 좀비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부도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어음부도액은 3조6천282억원으로, 2015년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빚더미 한계기업의 연쇄도산이 현실화되면 실물경기와 금융 시스템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부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과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을 가려내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국회 파행으로 효력을 상실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재입법을 통해 부활시켜야 한다.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가 곧 그 이름을 다할 예정이다. 2024년 구리~안성 구간 개통과 2025년 안성~세종 구간 개통으로 공식 명칭인 ‘세종포천고속도로’로 불릴 날이 머지않았다.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는 경기 중(동)북부 도민들의 사회·경제활동 등 도민의 교통이동권 향상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서울의 강남·강동권의 시민들에겐 일명 ‘골프장 고속도로’로 유명하다. ■ 재정자립도 및 GRDP(지역내총생산) 낮은 경기 북부 구간만 ‘민자’ 고속도로 세종포천고속도로는 제1구간인 구리~포천만 ‘민자’ 고속도로로 개통됐다. 그 외 구간은 국가 주도 재정 고속도로로 건설된다. 역설적이지 않은가? 경기 북부의 낮은 재정자립도 및 GRDP에도 불구하고 경기 북부는 민자사업이 아니고서는 기본적인 도로 SOC 사업도 할 수 없는 상황인가. 경기 북부는 중첩규제와 국가 안보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지역의 발전보다는 희생을 감내해 왔다. 지역 발전이 어려운 상황으로 민·관 재정뿐만 아니라 가계소득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비싼 통행료를 내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이동으로 인한 피로도와 고속도로 통행료 부담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문화 및 관광 향유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 2022년 경기도 행정사무감사 지적 사항 필자가 지난해 경기도 건설국 행정사무감사 때 구리~포천 ‘민자’ 고속도로의 비싼 통행료 문제를 지적했다. 경기 북부 도민들의 교통이동권 향상을 위해 재정고속도로 수준의 합리적인 요금 책정(인하)의 노력을 도 건설국에 주문했다. 이후 구리, 남양주, 의정부, 양주, 동두천, 포천 심지어 연천에 거주하는 경기 중(동)북부 도민들이 많은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그만큼 경기 중(동)북부 도민들의 교통이동권과 합리적인 요금제 개편에 관심이 높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건설하는 도로 사업이 아니라고 손 놓지 말고 경기 중(동)북부의 많은 도민들이 생계를 위해 이용하고 있는 고속도로인 점을 절대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내 일, 네 일 구분하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라도 도민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경기도민을 위해 경기도는 시대적 요구와 그 소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할 때다. 구리~안성, 안성~세종 구간의 개통을 앞둔 지금이 세종~포천 고속도로의 민자 및 재정 전 구간 요금 재구조화 등을 통해 구리~포천 ‘민자’ 구간의 통행료 인하와 합리적인 요금 책정 수립의 골든타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