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막이판’ 없는 곳 수두룩, 다시 차오르는 반지하 공포 [현장, 그곳&]

“내일도 폭우라던데… 비가 온다는 소식이 있으면 불안해서 잠도 잘 안 와요.” 12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의 한 다가구주택. 이곳 주택 반지하에는 전날 내린 폭우로 빗물이 범람한 흔적이 가득했다. 빌라 입구에는 비에 젖어 쓸 수 없게 된 망가진 가구와 담요가 쌓여 있었고 반지하 창고는 빗물로 가득차 있었다. 주변에 있는 다른 반지하 주택은 대형 비닐봉지를 이용해 창문을 테이프로 막아둔 모습이었다. 경기일보 취재진이 인근 반지하 주택 20곳을 둘러본 결과, 침수 피해를 막아줄 수 있는 물막이판을 설치한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창틀이 지면과 5㎝ 높이도 되지 않을 만큼 거의 맞닿아 있는 곳에도 방범용 창만 설치돼 있을 뿐이었다. 주민 고성민씨(68)는 “반지하에 사시는 분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물막이판을 설치하지 않은 곳이 많은 것 같다”면서 “대부분은 아크릴판이나 나무판을 이용해 각자 임시방편으로 막아놓는 수준이라 비가 오면 피해가 클 것 같아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의 주택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붉은색 벽돌의 구축 빌라가 몰려 있는 골목에 들어서자, 계단을 6~7칸 내려가야 출입문이 있는 반지하 가구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반지하 주택 중에 물막이판이 설치된 곳은 찾을 수 없었다. 경기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침수 피해가 잇따르는 가운데 물막이판이 설치돼 있지 않아 폭우 피해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반지하 주택이 여전히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13일부터 시간당 30~80㎜의 많은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되면서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 등 취약 가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사전 안전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반지하 주택은 8만7천914가구로 이 중에서도 침수 우려가 있는 해당 주택은 8천861가구(재난지원금·풍수해보험금 수령 기준)이다. 도는 반지하 주택의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요조사를 통해 4천312곳에 물막이판 설치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물막이판이 설치되지 않은 반지하가 여전히 많은 상황이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학과 교수는 “반복되는 재해를 막기 위해서는 침수 우려가 큰 반지하는 모두 물막이판을 필수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물막이판 설치 사업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설] ‘읽고 걷고 쓰고’... 명품 교육정책 브랜드 기대한다

20여년 전 ‘나는 걷는다’라는 책이 독서계를 풍미했다. 프랑스 언론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퇴직 후 그는 700여년 전 마르코 폴로가 떠났던 실크로드 횡단에 도전한다.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부터 중국 시안까지. 1만2천㎞의 이 길을 1천99일간 걸었다. 1999년 시작해 2002년 마침내 시안에 입성했다. 그 무렵, 실크로드 지역은 정치정세나 치안이 매우 불안했다. 대부분 이름이 ‘스탄’으로 끝나는 나라들이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낯선 땅에서 수도 없이 길을 잃었다. 도둑과 들짐승의 위협, 병마에 시달리기도 했다. 원칙은 단호했다. 어떤 일이 있어도 걸어서 갈 것, 서두르지 말고 느리게 갈 것. 떠나기 전에는 관련 자료를 읽고 또 읽었다. 힘들여 걷고 난 후에는 그 체험들을 드라마처럼 써내려갔다. 그 기간 그는 ‘쇠이유’ 협회를 설립했다. 소년원에 수감된 청소년이 낯선 나라에서 3개월 동안 2천㎞를 걸으면 석방을 허가하는 프로그램이다. 대성공으로 평가받았다. 걷는다는 것은, 자기 자신과 직면하는 위대한 그 무엇이라는 소신이다. 서두가 길어진 것은 ‘읽·걷·쓰’를 얘기하기 위함이다. 읽고 걷고 쓰고, 인천시교육청의 정책 브랜드다. 읽기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쌓는다. 걷기를 통해 신체적 건강과 사유의 힘을 기른다. 쓰기를 통해 자신 또는 타인과 소통하고 성찰한다.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학습역량과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학생들의 통합 또는 개별 활동이다. 왜 읽·걷·쓰인가. 도성훈 교육감이 설명한다. “챗GPT가 답을 주는 시대, 내 생각을 찾는 교육이 필요하다.” 걷기는 낯선 세계로 건너가 질문하고 상상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통합 활동은 함께 글이나 책을 읽고 관련 장소를 답사하거나 생각하며 걷는다. 개별 활동은 읽기 걷기 쓰기가 분절적으로 이뤄지는 활동으로, 더 자율적인 방식의 학습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시민 누구나 자발적으로 개인 또는 단체별로 읽·걷·쓰에 참여토록 했다. 개인은 자기 SNS에 그날 활동을 기록하고 #읽·걷·쓰 해시태그를 달아 참여한다. 그간 교육 정책도 정치에 물들어 소리만 요란했다. 우리는 우선 이 정책 브랜드가 학생들의 일상에 변화를 끼칠 수 있는 구체성에 주목한다. 단순히 편의점에 가기 위한 걷기가 아닐 것이다. 자기 성찰의 과정이 뒤따르는 오랜 걷기를 경험한다는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 읽·걷·쓰가 처음의 취지대로 퍼져나가 인천의, 나아가 대한민국의 교육 브랜드로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다만, 관료주의가 끼어들어 겉치레 실적 위주로 흐르는 것은 미리부터 경계해야 할 점이다.

[사설]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약, 의미있는 성과 보여줘야

김동연 경기도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오세훈 서울시장이 또다시 만났다. 11일 수원의 옛 경기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수도권 공동생활권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했다. 정치색이 다른 수도권 3개 광역자치단체장의 만남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들은 지난해 7월 김포 마리나, 9월 인천 월미도, 올해 2월 서울 노들섬에서 만남을 가진 바 있다. 세 단체장은 처음 만남에서 경기-인천-서울 3자 간 대화채널 등 당적을 넘는 협력관계 구축에 뜻을 모았다.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여야나 진영, 이념은 별 의미가 없다고 했다. 경기·인천·서울은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어 이해관계가 얽힌 현안이 많다. 전국 인구의 절반인 2천600만여명이 살다 보니 교통·주거·환경 등 여러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서울시 경제활동인구의 3분의 1 정도는 경기도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한다. 교통 문제에 있어 광역버스 노선과 횟수를 늘린다든가, GTX 노선 등 협의할 게 많다. 인천의 수도권매립지 종료 등 쓰레기 문제나 대기·수질오염 문제도 광역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다. 때문에 수도권은 지자체 간 광역행정 협의가 상당히 중요하다. 다양하고 복잡한 행정 수요에 부응하려면 당적을 떠나 지자체 간 협력·협치는 필수다. 수도권 단체장들이 잇단 회동을 통해 산적한 현안을 풀려는 노력은 바람직하다. 이번 만남에서 단체장들은 경기·인천·서울이 하나의 공동생활권임을 확인하고, 수도권 주민 삶의 질 향상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협약에서 10개 과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우선 공동 현안인 쓰레기매립지 문제와 교통망 확충에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현재 3개 시·도는 △인천 서구 수도권매립지 종료 문제 △GTX, 지하철 5호선 검단·김포 연장선 등 광역교통 현안 △버스·지하철 등 공공요금 인상 등의 현안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3개 시·도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수도권 대체매립지 확보는 단체장 3명의 지난 지방선거 핵심 공약이었지만 환경부와 지자체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답보 상태다. 3개 시·도와 환경부는 ‘수도권매립지정책 4자 협의체 최종합의서’에 서명했지만 2021년 대체매립지 조성 지자체 공모가 실패한 후 진전이 없다. 지하철 5호선 연장선 역시 노선안 등을 놓고 김포시와 인천시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3개 시·도는 수도권 주민의 불편 해소 등 현안 해결에 실질적인 추진력을 보여야 한다. 협력 운운하며 모여 사진만 찍고 끝나선 안 된다. “수도권은 하나의 공동생활권이자 공동운명체”라고 말로만 떠들 게 아니라 의미 있는 결실을 보여줘야 한다.

[문화카페] 경계 허물기

동시대 연극은 다양한 양상으로 확장해 가고 있지만 특히 무대와 관객과의 경계를 무너뜨려 본질에 천착하려는 시도가 많다. 연극의 본질을 깨달음으로써 삶의 상실을 회복하는 관객성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공연예술의 경계 허물기는 예술로서의 진정한 소통을 위한 시작점이라 볼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공연예술은 작품, 관객과 배우가 만나고 느끼는 것인데 이를 통해 관객이 삶에서 겪었던 상실이 회복되는 ‘치유’를 목적으로 한다. 이 과정 간에 예술작품, 이를 연기하는 배우, 그리고 관객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그 틈에서 우리는 세상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다. 그렇기에 동시대의 영리한 예술가들은 이러한 경계 허물기에 의미를 두고 작품을 창조한다. 현대 공연예술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융합’도 어떤 방향으로든 예술에서 경계 허물기의 일환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현대 공연예술의 진정한 단계적 경계 허물기는 ‘제4의 벽’이 무너진 것으로 시작해 최근 적극적으로 시도되고 있는 ‘배리어프리’다. 제4의 벽은 무대와 객석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말하는 것으로 전통연극의 무대에 주로 존재했다. 전통연극에서는 제4의 벽으로 인해 관객들은 무대와 일정 거리가 나눠진 상태로 존재했고, 공연에 어떤 개입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대 연극의 수행적 공연에서는 견고했던 제4의 벽이 허물어지고 관객도 공연의 공동 주체자가 될 수 있게 됐다. 물론 이는 프로덕션마다의 양식에 관한 것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현대 공연예술의 경향에서 1차적 경계 허물기는 제거된 제4의 벽이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동시대 공연예술에서의 2차적 경계 허물기는 배리어프리다. 배리어프리는 물리적인 장벽을 제거한다는 건축학에서 1974년 파생된 용어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에 ‘장벽이 없다’는 뜻을 지닌다. ‘장애물’을 뜻하는 배리어와 ‘자유롭게 하자’는 의미의 프리가 합쳐져 만들어졌으며 최근 들어 한국의 문화예술계에서 이를 지지하고 지향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리어프리는 예술의 본질을 추구함에 있어 작품과 이를 연기하는 배우, 그리고 관객 사이의 경계 허물기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의 것이다. 관객 간에 어떠한 경계도 없이 다 함께 삶의 상실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삶의 본질에 대해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공감과 통합’의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장애인이 비장애인에게 배려와 도움의 대상일 때는 많지만 삶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치유 받는 공감과 소통의 대상으로 받아들여지는 때는 극히 드물기 때문에 이러한 배리어프리는 공연예술의 고유한 가치이기도 하다. 공연예술계는 현재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애인들을 위해 장벽을 허문 극장 만들기에 한창이다. 그런데 다른 예술 분야에 비하면 공연예술에서의 배리어프리는 실천하는 데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우선 연극이 주로 공연되는 소극장은 이름처럼 객석의 공간도 굉장히 협소해 이동 지원이 제공된다고 하더라도 이동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공연의 음성 해설이나 공연 도중 자막 사용, 그리고 수어 통역 같은 작품의 의미를 전달하는 부분은 프로덕션의 예산을 높이는 난관을 비롯해 그러한 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은 관객들의 몰입도를 깨는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리어프리를 향해 예술계는 이동 중이다. 필자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서 깊은 안도감과 더불어 설레는 기대감을 느낀다. 예술의 기본원칙인 소통이라는 개념에서 봤을 때 지금껏 함께하지 못했던 관객들과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드디어 함께라고 생각하니 설레지 않을 수 없다. 또 이러한 문화 예술적 움직임과 그로 인한 변화는 결국 사회에 인식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선순환을 가져올 것이라는 깊은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경계를 없애기 위해 이러한 시도를 주도하는 것은 예술이기에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예술에는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다. 삶 속의 아름다움을 예술로써 공유하고,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각자 내면에서의 해방감을 제공하며, 볼 수 있는 것도 보지 않을 수 있고,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경계성을 잃었기에 더욱 빛나는 예술이다.

[지지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인 빈곤이 갈수록 심각하다.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비롯된 사회 문제다.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비율은 지난해 17.5%였다. 그런데 2070년이면 46.4%로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1991년 72세에서 30년 만인 2021년 86세로 늘었다. 하지만 빈곤을 호소하는 사례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노인 빈곤율은 40.4%로 집계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공적·사적 연금제도 미성숙과 퇴직금 중간 정산, 기대수명의 빠른 증가, 저축 부족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른바 ‘시니어 보릿고개’를 경험하는 노인이 적지 않다는 방증이다. 노후 준비 부족은 고령층의 높은 고용률로 이어진다. 그래서 65세 이상의 고용률은 2021년 기준으로 34.9%다. 역시 OECD 국가 중 1위다. 먹고살기 위해 늙어서도 일하는 노인이 많다는 의미다. 경제적 안정을 이룬 뒤 자발적으로 더 빠른 시기에 은퇴해 더 많은 여가생활을 보내는 주요 선진국의 고령자와 차별화된다. 국내 고령자 상당수는 생애 후반부 대부분을 가난한 저임금 근로자로 보내고 있다. 연금 소득대체율도 47%로 OECD 권고치 대비 20%포인트 이상 낮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해 68세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80만원으로 58세(311만원)보다 42%나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고령층이 일자리 정보를 한층 더 쉽게 얻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고령자가 오랜 기간 근무 과정에서 습득한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소득의 급격한 하락도 막을 수 있다. “내가 그곳에 갔을 때 아버지는 이미 그곳에서 등을 밝혀 주고 계셨다.” 살기 쉬운 나라는 존재하지 않음을 다룬 할리우드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의 마지막 대사가 오버랩된다.

[함께하는 인천] ‘로컬의 힘’으로 다시 개항

재외동포청 인천 유치가 확정되면서 디아스포라(흩뿌리고 퍼뜨린다는 뜻을 지닌 그리스어) 상징으로 거론되는 인천 개항장거리가 뜨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이 요즘 14개국 재외동포 청소년들을 초청해 개항장을 탐방하도록 했다. 개항장 초입의 제물포항(인천항 1·8부두 사이)은 인천 기억을 품고 있는 장소다. 조미수호통상조약 직후 1883년 8월15일 미국 견학 공식사절단인 ‘보빙사’가 배를 타고 떠난 곳이다. 역사상 최초로 정사 민영익을 필두로 홍영식, 유길준, 중국인 통역관 우리탕(吾禮堂) 등 11명의 서방 외교사절단은 제물포~일본 도쿄~미국 샌프란시스코를 항해한 뒤 대륙횡단열차를 타고 시카고~워싱턴 D.C~뉴욕을 시찰한다. 사절단은 40여일간 미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으나 수행원 유길준은 미국에 남아 2년간 국비 유학한 덕분에 ‘서유견문록’을 남겼다. 1902년 12월22일 인천 내리교회 신도들을 주축으로 한국 이민사의 첫발을 내딘 곳도 제물포항이다. 일본 요코하마와 같은 근대 개항지인 제물포항 일대에는 아직도 국내에서 근대건축물이 가장 많다. 10여 년 전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의 ‘더 록스’에 갔을 때 기시감이 들었다. 세계 3대 미항인 달링하버를 사이에 두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맞은편의 록스는 영국인의 호주 첫 상륙 지점이라 옛 건물이 즐비하다. 록스거리를 돌아보면 마치 인천 개항장지구에 온 듯 편하고 친근하다. 록스 역사지구 내엔 1800년대 건물을 멋지게 되살린 호텔, 갤러리, 공방, 카페들이 관광객 눈길을 사로잡는다. 유서 깊은 건물과 거리에선 다채로운 공연, 전시회, 창작자 워크숍, 체험 프로그램, 음식축제를 진행한다. 금~일요일 사이 항상 열리는 골목장터에선 시드니 근교의 농산물과 특산품, 먹거리를 살 수 있다. 그래서 록스 거리탐방을 ‘호주 여행의 꽃’으로 부른다. 록스가 ‘로컬의 힘’을 일깨워줬다. 필자는 인천으로 돌아와 개항장에서 거리공연을 시작했다. 한 시민단체의 문화사업 실무를 총괄하고 있던 터라 쓰레기장처럼 방치됐던 신포동 야외분수무대에서 ‘아여콘(아침을 여는 사람들의 콘서트)’을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열었다. 예술을 매개로 문화거리를 점-선-면으로 연결하려 했다. 2014년 3월 첫 버스킹 오프닝 때 나눠준 전단지에 이런 글을 썼다. “개항장문화지구에 피어오르는 문화 향기를 시각화하렵니다.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 트레일, 호주 시드니의 록스 거리축제인 ‘빌리지 비자(Village Bizarre)’와 같은 명품 관광 소프트웨어가 등장할 것을 확신합니다.” 이 소망이 속히 이뤄지길 바란다. 재외동포청이 정부기관 유치 실적으로 그치지 않고 인천을 대표하는 개항장거리를 설렘, 즐거움, 놀라움, 깨달음을 선사하는 역사문화 장소로 거듭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김종구 칼럼] 원희룡, ‘양평’ 뒤집어 놓고 얻은 게 뭔가

수원 기관(記官) 능귀와 용구 호장(戶長) 희진이 요망한 말을 만들어, “민간에서 흰 빛깔의 개·말·닭·염소 등을 기르지 못하게 한다”라고 하였으므로, 모두 참형에 처하여 여러 도에 전해 보이었다(태조실록 7권, 태조 4년 1월6일 신축 두 번째 기사). 사형제도는 삼심제였다. 왕이 허락해야 집행됐다. 그만큼 엄했다. 그걸 태조 이성계가 했다. ‘말을 만들었다’는 죄 치곤 과했다. 실록에 남은 가짜뉴스 처벌이다. 이성계는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 그즈음 두문동 학살 사건이 있었다. 강화도, 거제도 학살 사건도 있었다. 왕씨의 씨를 말리는 작업이었다. 여론이 부글거렸다. 경기도가 특히 심했다. 신진 사대부의 수조권 대상지였다. 사실상의 강제수탈이다. 건들면 폭발할 민심이었다. 그런 수원에 등장한 가짜뉴스다. ‘나라님이 제정신인 거야? 우리 집 백구, 흰 닭을 죽이면 어떻게 살라고. 차라리 고려 때가 좋았어.’ 기반 못 잡은 태조가 벌인 사법살인이었다. (조선괴담실록·유정호 著). 양평고속도로가 백지화됐다. 고속도로 사업 하나가 통째로 사라졌다. 곧 착공될 거였는데 어느날 없어졌다. 그 황당하기가 실록에 남을 만하다. 국토부 장관이 생방송에서 발표했다. 백지화 이유로 가짜뉴스를 들었다. 분노도 숨기지 않았다. ‘날파리 선동을 멈추라’, ‘민주당 간판을 내리라’.... ‘김건희 악마화’를 특히 반복했다. 김건희 여사 측 땅 관련 노선 변경 의혹이다. 대여섯새 지났다. 변함 없다. 사과 없으면 고속도로 안 해준단다. 참형(斬刑)에 다름 아니다. 양평군민에겐 그렇다. 서울로 가는 생명길이다. 2시간을 20분으로 줄여줄 길이다. 개통되는 그날부터 서울생활권이 된다. 없던 진출입로도 만들었다. 연판장 돌려 어렵게 만든 노선이다. 그 길을 원 장관이 없앴다. 어떤 보수는 칭찬한다. “원희룡이 또 한 건 해냈다”, “민주당 가짜뉴스를 박살 냈다”.... 뭘 해냈다는 건가. 고속도로 백지화? 뭘 박살 냈다는 건가. 양평군민 희망? 양평·하남·광주시민 속만 천불이 난다. 설명하면 될 일이다. 김 여사 측과 통한 국토부 직원이 있었는가. 없으면 없다고 밝히면 된다. 노선 변경의 첫 기안 공무원은 누구인가. 그를 언론과 만나게 해주면 된다. 열람 및 의견 수렴 절차는 적법했는가. 관련 서류를 몽땅 공개하면 된다. 장관의 책임이기도 하다. 그 뒤는 민주당 일이다. 거증 책임은 의혹 제기 쪽에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증명 과정이다. 그런데 이 모든 짐이 정부 여당으로 넘어왔다. 사업 백지화가 부른 자책골이다. 민주당 의혹이 미덥잖다. 땅 있고, 노선 지났으니 특혜라는 얘기다. 이러니 나오는 게 역공이다. 민주당 소속 전(前) 군수, 전 국무총리다. 거기 땅 있고, 노선 지난다. 의혹은 이렇게 의혹과 섞여 간다. 그럴수록 남는 게 ‘고속도로 백지화’다. 원희룡식 정치인가. 고양인가 수원인가 출마한다던데. 그래선가. 그 지역엔 이런 평이 생겼다. ‘지역 관심 없을 사람’, ‘정치 이슈만 쫓을 사람’. 경기도 유권자는 무섭다. ‘금민간견마, 고지색백자(禁民間犬馬, 羔之色白者)’. 쉽게 가려질 가짜뉴스였다. 하지만 태조는 불안해했다. 관리 둘을 참했다. ‘양평 고속도로는 김건희 로드다.’ 해명해야 할 일이었다. 하지만 원 장관은 도로를 없애 버렸다. 1395년과 2023년 사이, 다른 듯 닮은 오만함이 있다. ‘백성은 왕을 따르라’는 600년 전 오만함과 ‘양평군민은 장관을 따르라’는 600년 뒤 오만함이다. 그때 오만함은 생명을 빼앗았고, 지금 오만함은 희망을 빼앗았다. 대통령까지 힘들어졌다. 지지율 40%가 붕괴됐다. 장관 생명 다한 것 같다. 여권도 힘들어졌다. 야권은 신바람 났다. 정치생명 다한 것 같다. 우선 장관직 내려 놔라. 양평 군민 가지고 논 책임이다. 다들 차고 넘치는 경질 사유라 할 것이다.

[천자춘추] 맹꽁이가 많아졌어요?

요즘 같은 장마철에 우리 주변에서 가장 활발하게 번식하는 양서류는 맹꽁이다. 맹꽁이는 개발로 인한 서식지 훼손으로 사라지고 있어 국가 차원에서 보호하기 위해 1989년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이다. 그러므로 보호받아야 하는 양서류 중 하나다. 맹꽁이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울음소리다. 한 마리가 맹~ 하면 다른 한 마리가 꽁~ 하고 운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맹~ 맹~ 하고 우는데 사람마다 목소리가 다른 것처럼 똑같은 맹~ 소리가 다르게 느껴질 뿐이다.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맹꽁이를 함부로 포획하거나 서식지를 훼손하면 벌금 최대 7천만원에서 징역 7년에 처해질 수도 있다. 도시의 개발로 인해 습지가 사라지고 있다. 이는 양서류에게는 치명적인 일이다. 일정 규모의 개발 시 환경영향평가를 받는데 멸종위기야생생물이 발견되면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공사가 중단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개발현장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이 발견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마저 없다면 멸종위기생물들은 정말 멸종할 것이다. 근래 들어 맹꽁이가 많아져 멸종위기야생생물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데 정말 많아진 것일까? 많아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서식지에 가까이 간 것이다. 논이었던 곳, 나대지에 물이 고였던 곳, 산자락에 우리는 아파트를 짓고 도로를 만들고 공원을 만든다. 맹꽁이가 살고 있는 그곳을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덮어 버린다. 그리고 사람이 모여 든다. 개발되기 전에는 가까이 가지 않았던 곳을 사람이 근접하게 됐으니 당연히 소리가 들린다. 맹꽁이는 본디 그곳에 살았던 것이다. 사람은 문제가 생기면 이사를 가지만 야생생물은 멀리 이동하지 못해 그 자리에서 죽거나 어렵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리는 개발의 주체로서 타 생물이 살던 곳에 집을 짓고 살아가는 또 다른 생물로서 원래 있던 생물에 대해 예의를 갖춰야 한다. 맹꽁이는 장마철에만 번식을 위해 소리를 낸다. 이를 시끄럽다고 못마땅하게 여길 것이 아니라 살아줘서 고맙다고 할 일이다.

[오늘의 운세] 7월 13일 목요일 (음력 5월 26일 /壬申) 띠별 / 생년월일 운세

쥐띠 丙子 36년생 재수불리 질병조심 자손과 언쟁 술조심 흉(凶) 戊子 48년생 재물손실 사업불리 실속없고 고생만 할 운 庚子 60년생 직업고민 해결 자손기쁨 음식접대 만사 길(吉) 壬子 72년생 재물은 지출하나 시험 가택 차량 문제는 길(吉) 甲子 84년생 상사의 도움 문서 차량 해결 능력발휘 만사 길(吉) 소띠 丁丑 37년생 명예 생기고 자손경사 금전해결 매사원만 己丑 49년생 평범 무난하고 술 음식 생기고 대화로 해결 辛丑 61년생 직장고민 재물지출 경쟁불리 마음의 변화 癸丑 73년생 재수불리 타인과 시비 참고 인내해야 무난 乙丑 85년생 연인불화 마음답답 직장불안 재물지출 많고 호랑이띠 戊寅 38년생 자손걱정 과음조심 차량문서 재운 불리해 흉(凶) 庚寅 50년생 술 음식 생기고 좋은 듯 하나 출행여행 고민 壬寅 62년생 돈거래 불리 중상모략 조심 한발 양보해야 甲寅 74년생 차량사고 조심 말조심 재수불길 참아야 길(吉) 丙寅 86년생 일진불리 한발양보 음주과식 여행출행 조심 토끼띠 己卯 39년생 금전 무난하나 직장 및 자손 문제로 걱정 辛卯 51년생 직장 문제로 언쟁 생기나 친구의 도움받고 癸卯 63년생 재물지출 경쟁에서 손해 심신피로 술조심 乙卯 75년생 일진원만 인기좋고 구직성사 만사해결 길(吉) 丁卯 87년생 인기상승 연인화합 정서안정 만인의 우상 용띠 庚辰 40년생 자손경사 친척도움 직업안정 모임초대 길(吉) 壬辰 52년생 친구형제 모임 중심인물 되고 재물은 지출 甲辰 64년생 시험합격 승진가능 연인 데이트 재물지출 丙辰 76년생 가출충동 연인이별 오락탈선 매사조심 흉(凶) 戊辰 88년생 오락탈선 술 투자 조심 음식대접 즐기는 날 뱀띠 辛巳 41년생 자손기쁨 술 음식 생기고 친척 친구의 조언 癸巳 53년생 재물지출 구설시비 조심 문서나 서류는 길(吉) 乙巳 65년생 인기있고 승진가능 가정화목 가족외식 길(吉) 丁巳 77년생 애인 생기고 인기있고 뜻을성취 고민해결 길(吉) 己巳 89년생 운기상승 재수원만 고민해결 연인 데이트 말띠 壬午 42년생 친구형제 모임 문서나 차량변화 출행할 운 甲午 54년생 오전은 무난하나 오후는 심신피로 시비조심 丙午 66년생 만사불길 감언이설 주의 투자 도박손해 흉(凶) 戊午 78년생 재수좋고 음식 생기나 마음답답 기분손상 庚午 90년생 고민해결 직업성사 음식대접 주도적 인물 양띠 癸未 43년생 재물지출 경쟁불리 보증서면 후회하고 乙未 55년생 매사원만 승진가능 인기있고 자손기쁨 길(吉) 丁未 67년생 인기있고 연인 생기고 술 음식 생기며 무난 己未 79년생 재수원만 음식 생기고 가정화합 직업안정 辛未 91년생 운기 상승하나 직장으로 고민 마음은 답답 원숭이띠 甲申 44년생 불길한 문서나 서류 뇌물성 재물 조심해야 丙申 56년생 만사불리 질병조심 가정불화 음주운전 흉(凶) 戊申 68년생 재수 원만하나 지출도 많고 가족연인 외식 庚申 80년생 음식 생기고 구직성사 능력발휘 귀인도움 壬申 92년생 여행과 출행 실속없고 분주하고 모임갖고 닭띠 乙酉 45년생 명예 생기고 매사 원만 연인 데이트 만사 길(吉) 丁酉 57년생 인기좋고 술 생기고 데이트 운 건강은 조심 己酉 69년생 집안화합 재수원만 음식대접 데이트 가능 辛酉 81년생 명예 손상되나 친구의 도움 직업으로 고민 癸酉 93년생 일진불리 음주 및 사람으로 손해 투자오락도 손해 개띠 丙戌 46년생 만사불길 일찍 귀가하여 가족과 대화나 해야 戊戌 58년생 재수원만 직업안정 운수왕성 술 생기고 길(吉) 庚戌 70년생 구직성사 귀인도움 자손경사 만사해결 길(吉) 壬戌 82년생 친구단합 모임 성사되나 실속없고 분주해 甲戌 94년생 변화변동 시험무난 분주다사 부모님 걱정 돼지띠 丁亥 47년생 인기좋고 가정화목 금전해결 행운오고 길(吉) 己亥 59년생 만사무난 데이트 하고 음식대접 즐거운 날 辛亥 71년생 직장갈등 생기나 원만히 해결 가정불화 조심 癸亥 83년생 재물손해 경쟁불리 타인 시기질투 조심할 때 乙亥 95년생 귀인도움 선물 생기고 인정받고 승승장구 길(吉) 청년철학관 작명연구소 서일관 원장

수원, 9경기 연속 무승…포항과 무승부

최하위 수원 삼성이 9경기째 승리를 기록하지 못하며 부진의 늪 탈출에 실패했다. 수원은 1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22라운드 포항과 홈 경기서 뮬리치의 프리킥 선제골로 분위기를 가져갔으나, 포항 제크에게 페널티킥 동점골을 허용해 1대1로 비겼다. 9경기 연속 무승(4무5패)을 기록하며 시즌 성적 2승6무14패(승점 12)가 돼 최하위에 머물렀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전반 17분 포항의 고영준의 과감한 슈팅을 골키퍼 양형모가 막아냈다. 이어 수원도 맞받아치며 기회를 엿봤다. 19분 카즈키가 먼 거리에서 예상치 못한 슈팅을 날렸고 포항 골키퍼 황인재가 선방했다. 수원은 전반 24분 김주찬을 빼고 아코스티를 교체 투입해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 31분 이기제가 문전으로 보낸 프리킥을 한호강이 머리로 방향전환을 했지만 황인재에게 막혔다. 분위기를 가져온 수원은 전반 34분 카즈키가 수비 4명을 벗겨내며 페널티박스 안까지 침투해 연결해준 것을 전진우가 받아 한 차례 접은 뒤 왼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넘겼다. 전반을 득점없이 마친 수원은 후반전 들어 아코스티와 이상민을 빼고 뮬리치와 정승원을 투입했으며, 포항도 한찬희와 제카를 교체 투입해 공격의 변화를 줬다. 후반 12분 카즈키의 원거리 패스를 쇄도하던 전진우가 받아 드리블로 골키퍼와 1대1 상황을 만들었다. 그러나 페널티아크에서 뒤따라오던 수비수 하창래 저지에 넘어졌다. 비디오 판독(VAR)을 통해 하창래에게 레드카드가 주어졌고 페널티아크에서 얻은 프리킥을 후반 16분 뮬리치가 오른쪽 구석으로 강하게 차넣어 선제골을 기록했다. 기선을 잡은 수원은 수적 열세에 놓인 포항을 계속 압박했으나 선제골 기쁨이 오래가지 못했다. 후반 30분 포항의 코너킥 상황서 한호강이 문전에서 박찬용을 밀쳐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선언됐고, 32분 키커로 나선 제카가 가볍게 밀어넣어 동점골을 만들었다. 이후 포항은 후반 38분 한찬희의 크로스를 수원 수비가 걷어낸 것을 오베르만이 곧바로 날카로운 슈팅으로 연결했으나 골대 오른쪽을 맞고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