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골든테라시티에 국제학교 설립 본격화… 주민들 ‘먹튀’ 우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인천 중구 운복동 골든테라시티(옛 미단시티)에 국제학교 설립을 본격화한다. 4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지난 2일 G타워 대강당에서 골든테라시티 국제학교 설립·운영법인 공모 사전설명회를 개최했다. 인천경제청은 이달 말 공모를 시작, 오는 10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개교는 오는 2026년이 목표다. 인천경제청은 현재 국제학교 사업을 2가지 방식을 놓고 검토하고 있다. 우선 비영리외국학교법인 등이 직접 학교시설용지 2필지 6만9천147㎡(2만916평)에 학교를 먼저 짓고 이후 지원시설용지의 우선매수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1안)이 있다. 또 개발사업자가 외국학교법인과 컨소시엄을 꾸려 먼저 지원시설용지 3만2천458㎡(9천818평)를 개발해 나온 이익금으로 학교를 지어 운영하는 방안(2안)도 있다. 인천경제청은 1안보다는 2안이 안정적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학교 부지 확보가 어렵다보니, 수익시설을 우선 개발하는 게 재정적으로도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인천경제청은 국제학교 부지를 사업자에게 조성원가로 공급할 예정이다. 공급가격은 약 441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지원시설 용지는 감정평가를 통해 적정 가격을 선정해 공급한다. 이날 김진용 인천경제청장은 “국제학교 사업은 땅은 물론 학교도 지어줄테니, 인천에 와서 학생들에게 교육(사업)을 해달라는 형태기 때문에 좋은 국제학교를 유치하려면 수익부지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이어 “1안의 경우 중간에 사업이 중단하거나 좌초하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상황이 온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수익 시설을 먼저 시작하면서 이와 연계해 국제학교를 짓는 계획을 마련해야 성공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주민들은 2안의 경우 개발사업자의 ‘먹튀’를 비롯해 학교 설립 부실화를 우려하고 있다. 개발사업자가 수익만 고려해 학교 짓는 것을 늦추는 등 지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옛 미단시티에도 각종 의료시설 등의 유치는 실패하고, 수익시설 용지 매각만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에서 한 주민은 “개발사업자가 지원시설만 개발하고 학교는 짓지 않고 도망가는 ‘먹튀’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주민은 “사업에 개발사업자가 끼면 국제학교라는 설립 목적 등과 달리 교육 철학 등이 훼손당할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먹튀 우려 등을 막기 위해 공모과정에서 학교가 잘 지어질 수 있도록 각종 안전장치를 할 방침”이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내부적으로 최적의 방안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국 축구, 나이지리아 꺾고 2연속 ‘4강 신화’

한국이 2023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2회 연속 4강 신화를 썼다. 김은중 감독이 이끄는 한국 U-20 국가대표팀은 5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아르헨티나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서 연장 전반에 터진 최석현(단국대)의 결승 헤더골로 1대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지난 2019년 대회 준우승에 이어 2회 연속 4강에 진출, 오는 9일 오전 6시 이탈리아와 결승행을 다투게 됐다. 한국 남자 축구가 FIFA 주관 대회에서 2회 연속 4강에 오른 것은 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김은중 감독은 이날 ‘수원의 아들’ 이영준(김천 상무)을 원톱으로 강성진(서울)과 김용학(포르티모넨스)을 좌우 날개를 내세웠다. 또한 이승원(강원)·이찬욱(경남)·강상윤(전북)을 중원에 배서준(대전)·김지수(성남)·최석현·박창우(전북)로 포백을 꾸렸다. 골키퍼 장갑은 김준홍(김천)이 꼈다. 한국은 경기 초반 나이지리아의 공세에 시달렸다. 나이지리아는 전반 8분 솔로몬 아그발라카의 헤딩슛에 이어 29분 빅터 엘레투가 중거리 슈팅을 김준홍이 막아냈다. 전반 내내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내지 못한 한국은 후반 강성진 대신 배준호(대전)를 투입해 공격에 변화를 줬고, 14분 이영준이 페널티지역 정면서 강한 왼발 슈팅으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후 소강 상태를 맞이하며 양 팀 모두 득점 기회를 잡지 못한 가운데 한국은 후반 인저리타임에 배준호가 상대 손에 걸려 넘어졌으나, 페널티킥은 허용되지 않았다. 결국 경기는 연장전에 돌입했고 연장 전반 5분 천금같은 결승골이 터졌다. 왼쪽 코너킥 상황서 이승원이 올린 코너킥을 최석현이 달려들며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 반대편 골문 구석으로 꽂아넣었다. 이 골로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8골 중 4골을 세트피스 상황서 만들어 내는 저력을 보였고, 4도움을 기록한 이승원은 5번째 공격포인트(1골, 4도움)를 올렸다. 실점한 나이지리아는 만회골을 넣기 위해 공세를 이어갔지만 잦은 범실과 한국 선수들의 침착하고도 조직적인 대응에 결국 승부는 1대0으로 끝이 났다. 김은중 감독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체력적인 부담을 정신력으로 이겨낸 선수들이 고맙다. 코칭스태프의 지시에 잘 따라준 선수들이 대견하다. 남은 시간 잘 준비해 2회 연속 결승에 오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람 품에서 자랐는데…” 에버랜드 '호랑이 부부' 약육강식 세계로

“무책임한 처사잖아요. 4년 동안 사람 손길을 탔는데 갑자기 서열 다툼이 있는 곳으로 옮기다니… 동물 복지에 앞장서겠다던 진정성이 의심될 수밖에 없죠.” 국내 굴지의 유원시설 에버랜드에서 최초로 자연 포육하며 명성을 얻은 ‘한국 호랑이 부부’가 최근 거처를 옮긴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에버랜드는 생활 공간 부족 등의 이유로 사육사 판단에 의해 이동했다는 입장인데, 동물권 단체 등은 이송 후 적응 교육 등 구체적인 후속 대책 없이 성급한 결정이었다고 주장하면서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2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에버랜드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타이거밸리에서 생활해 왔던 ‘태호·건곤’ 호랑이 부부를 6월 초 사파리월드로 옮긴다”고 밝혔다. 둘이 낳은 새끼들이 성장해 몸집을 키우면서 살 공간이 부족해졌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태호·건곤은 당초 공지처럼 지난 1일 타이거밸리에서 사파리월드로 이동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2018년 1월 중국 상하이 동물원에서 넘어온 태호·건곤 부부는 에버랜드 사파리월드에서 1년여간 생활하다 이듬해(2019년) 타이거 밸리로 옮겨진 바 있다. 이후 사파리월드에 머문 적이 없다가 이번에 4년 5개월여만에 다시 돌아가게 된 셈이다. 하지만 공지 직후 동물권단체 등 애호가들로부터 걱정과 우려가 제기됐다. 이들이 태호·건곤의 이동 과정과 추후 조치에 의문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동물 애호가는 지난달 28일 경기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방사장 공간 확보 등 다른 대책을 마련할 순 없었는지, 이송 후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 막말로 호랑이들이 다 크고 출산 계획이 없어 필요가 없어졌으니 정글로 내쳐진 느낌이 든다”며 “동물 입장에선 사파리월드의 삶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문제는 이번 이송 결정이 얼마나 성급하게, 얼마나 무책임하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 말마따나 에버랜드는 세계적 멸종 위기인 한국 호랑이의 ‘종 보전’과 ‘동물 복지’에 적극 나서겠다며 태호·건곤이 7남매를 출산·자연 포육하는 과정을 외부에 공개해 왔다. 3년 전부터 동물 관련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공식 SNS 채널을 통해 호랑이 부부 사이에서 태어난 5남매 이름을 공모하는 등 자체 온라인 콘텐츠에 홍보하는 방식 등을 이용해서다.  한국동물보호연합 관계자는 “인공적 환경에 길들여진 호랑이가 야생 삶과 유사한 환경에서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개체 수 증가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음에도, 만약 이에 대한 다른 대책이 없었다면 동물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동물들은 단순 전시 대상,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의 삶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측은 “이번 결정은 새끼 호랑이들이 성체가 되며 환경을 분리하는 게 좋겠다는 동물원 사육사 판단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호랑이 부부를 (그간의) 홍보에만 이용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내부 논의 결과 발표 내용과 시점은 적당했다고 판단하며, 향후 호랑이 부부 적응을 돕기 위해 순차적인 과정을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4일 에버랜드 등에 따르면 태호·건곤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2마리(태범·무궁), 5마리(아름·다운·우리·나라·강산) 7남매를 자연 출산·포육했다. 먼저 태어난 태범·무궁은 ‘백두산호랑이보존센터’ 유학 프로젝트를 통해 2021년 백두대간 수목원으로 옮겨졌고, 음식 섭취 중 급성 기도 폐쇄로 인한 호흡곤란으로 지난해 숨진 강산을 제외한 나머지 4남매는 타이거 밸리에서 호랑이 부부와 지내고 있었다.

[경기만평] 손대지 마시오...?

[사설] 행정 공무원 힘들게 하는 정치인의 ‘소각장 선심’

부천시가 새로운 소각장 건설에 나선다. 광역화 포기와 단독 추진은 이미 밝혔던 방향이다. 이를 구체화하는 공고가 나왔다. 생활폐기물 500t, 음식물폐기물 240t, 재활용 200t, 대형 폐기물 50t을 기준 삼는다. 사업부지는 모두 10만㎡다. 소각장,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 재활용품 선별시설, 대형폐기물 처리시설 등이 들어선다. 입지 선정 기준도 설명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희망하고, 주거지와 격리돼 있어야 하고, 차량 진출입이 쉬우면서도 혼잡이 적어야 하고, 토지이용계획 제한도 많지 않아야 한다는 등이다. 대체로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기준이다. 이와 달리 눈에 띄는 기준 하나가 설명되고 있다. 최단기간 조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는 이유를 환경부 자원순환정책 대전환 시급성을 고려한 기준이라고 했다. ‘소각장 건립에 대한 정부 새 방향이 시작되기 전 완료’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소각장 행정은 안 그래도 어려운 영역이다. 대표적인 기피시설로 입지 선정에 큰 어려움이 따른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서두를 수도 없는 문제다. 그런데 ‘빨리 짓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는 부천시 소각장 행정에서 그럴 이유를 본다. 정치가 훼방 놓아온 작금의 이력 때문이다. 2020년 총선에 불거졌다. 계양테크노밸리에 자체 소각장이 계획됐었다. 첨단산업단지와 1만7천세대 규모 신도시였다. 그런데 선거를 즈음해 반대 여론이 높아졌다. 때마침 출마한 여권 중진 의원이 이를 덥석 받았다. 인접한 부천에 광역 소각장에서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선언했다. 선거 기간 며칠에 결정할 일이 아닌데 그렇게 해버렸다. 그 영향이 결국 ‘시급성을 다투는’ 현재 부천 단독 소각장 배경이다. 수도권 폐기물 처리는 한계에 왔다. 거의 모든 지자체 공통의 문제가 소각장 이전 신설 증설이다. 바꿔 얘기하면 모든 선거구의 이슈다. 이걸 정치권이 그대로 접수한다. ‘백지화하겠다’ ‘이전시키겠다’ ‘중단시키겠다’고 약속한다. 그래 놓고 당선되면 손 놓는다. 뒤처리는 행정이 떠안는다. 그러면 다시 선거철이고, 다시 들쑤셔 놓는다. 소각장 공사기간은 짧아도 5년이다. 4년 임기 총선에 계속 휘둘릴 구조다. 총선이 열 달 앞이다. 또 얼마나 많은 후보가 소각장 표장사를 하겠나. 이전, 백지화, 중단의 거짓말을 또 얼마나 해댈 것인가. 부천이 아니라 경기·인천 모든 지역구가 걱정이다. ‘소각장 관련 공약 금지령’을 내릴 수도 없는 일이고.

[사설] 국가보훈부 출범, 보훈문화 재정립 계기 되어야

오늘부터 ‘국가보훈처’가 창설 62주년을 맞이해 ‘국가보훈부’로 재출범하게 된다. 1961년 7월 ‘군사원호청’으로 출범, 국가 보훈업무를 주관한 정부 부처로서 그동안 차관급과 장관급 부처로 여러차례 기구 개편을 거치는 등 부침이 심했던 보훈처가 보훈부로 지난 2월 개정된 정부조직법에 따라 승격됐다. 보훈부로 승격됨에 따라 보훈부장관은 국무위원 자격으로 국무회의에 참석해 심의·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보훈 관련 주요 정책에 대한 독자적인 시행령·시행세칙을 발령할 수 있는 등 권한이 확대된다. 이는 보훈부가 명실공히 보훈업무에 대한 컨트롤타워로서 전국 지자체들과 정책협력을 강화할 수 있어 보훈대상자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재활·의료·복지 등 각종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다. 보훈 업무는 그동안 많은 개념 변화를 가져왔다. 보훈의 대상도 참전 용사를 주요 대상으로 하는 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독립·호국·민주 등 한국근대사의 흐름에 기여한 인사를 포용하고 있다. 또한 보훈의 개념도 과거에는 돕는다는 의미의 ‘원호(援護)’의 용어를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에게 최대한 국가가 예우하고 또한 그 공훈에 보답하는 의미에서 ‘보훈(報勳)’의 용어를 사용, 적극적 개념으로 변했다. 보훈정책은 국가공동체의 발전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보훈정책을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구성원 간 국가공동체 의식의 함양 정도가 좌우될 정도로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예로 미국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보훈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자발적 애국심을 끌어 내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선진국으로서의 미국의 위상은 더욱 굳건해지고 있다. 6월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선열들을 기리는 ‘호국보훈의 달’이다. 내일은 제68회 현충일이다. 그동안 일제강점기, 6·25 한국전쟁과 같은 수많은 역경을 이겨내면서 오늘의 자랑스러운 세계 속의 ‘대한민국’이라는 우뚝 솟은 국가를 건설한 것은 자신들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국가의 독립과 수호를 위해 아낌없이 바친 선열들의 고귀한 희생 덕분이다. 호국보훈의 달과 현충일을 맞이해 단순히 애국선열들에 대한 추모행사를 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안 된다. 보훈부도 부처 승격에 만족하지 말고 더욱 혁신적인 보훈정책을 발굴해 일반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보훈문화 정착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보훈정책은 세대·이념·지역·계층을 초월해 국민적 공감대 속에 지속성을 가지고 추진해야 한다. 국가보훈부는 이번 부처 승격을 계기로 국가를 위해 헌신한 순국선열들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자세와 새로운 보훈 문화 재정립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로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보훈문화 창달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아침을 열면서] 챗GPT 등장과 우리의 길

요즘 Chat GPT가 세계를 휩쓸고 그 발전 속도는 1주일이 10년처럼 보일 지경이다. 스마트폰보다 세계 변화 폭이 더 크리란 예측이다. 이 챗봇의 탄생에는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아마존이며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술 발달을 이용해 현재 세계 최고 거부에 오른 사람들이 동참했다. 인공지능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는데, 그 반대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낳는다. 우려에 따른 문제점으로 네 가지만 언급해 본다. 첫째, 일자리다. 10년 전 옥스퍼드대 교수들의 ‘고용의 미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702개 직업 중 47%가 컴퓨터로 대체될 공산이 크다. 매체와 기술 발달은 직업의 종류를 바꾼다. 글씨를 반듯하게 쓰는 것만으로, 타자만 칠 줄 알아도, 컴퓨터 프로그램만 잘 다룰 줄 알아도 취직할 수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변화로 사라지는 직업들도 많다. 지하철 매표원, 요금소 정산원들은 작은 컴퓨터로 대체됐거나 그러는 중이다. 그런데 챗봇은 논문도 써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통계며 분석 등 거의 모든 일을 한다. 변화 폭이나 정도에서 이전과 비교되지 않으니 대체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뛸지도 모른다. 둘째, 대학에 있으니 논문과 리포트를 이야기해 보자. 옛날 과거시험에서도 커닝이 있었고 학위 논문을 원고지에 손으로 쓸 때도 오자나 탈자까지 그대로 베낀 논문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컴퓨터가 나오자 아예 복사-붙이기가 유행했다. 그러자 학계에서도 컴퓨터로 표절 검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젠 챗봇과 챗봇의 대결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셋째, 그간 기술 발달이 결과적으로 인류 전체에 이로움을 줬다. 그 와중에 빈부 격차와 상대적 빈곤도 따라서 커졌다. 아직 무료로 사용하는 챗봇이 있지만, 갈수록 유료화가 될 것이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들은 성능 좋은 챗봇을 이용할 수 없고, 그 결과 경쟁에서 밀린다. 넷째, 인류는 어떻게 될까? 불사를 꿈꾸는 이들이 동면이나 뇌만 살아남는 장치에 대한 상상이 있었다. 그러나 그 뇌 역시 생물학적 물질인 이상 영원할 수는 없다. 그런데 이제 챗봇에서 보이는 인공지능 발달 속도라면 아마도 기억만을 업로드한 인공지능으로 불사의 꿈을 이루려는 이들이 없을까? 아니면 인간의 두뇌 이상으로 발달한 인공지능의 반란이라는 ‘아이 로봇’ 같은 시나리오는 공연한 걸까? 일단 명확한 윤리 기준을 마련하고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다. 이미 로봇 3원칙이라든가 윤리강령 등이 있지만 챗봇 세계의 독과점 방지 장치 강화도 필요하다. 이제 자칫하면 한국 인공지능 사업은 아예 고사할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챗봇의 작품에 어느 정도 자기 것이 더해져야 창작물로 인정할지 챗봇의 결과물을 자기 창작품으로 내놓을 때 받게 될 처벌 기준도 분야마다 필요하다. 그리고 빈부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사회복지의 강화와 새 일자리 창출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인천의 아침] 부부라도 차이 인정하고 소통하라

부부(夫婦)란 하늘이 내려준 인연으로 맺어진다고 한다. 피를 나눈 혈연이 아님에도 운명적으로 만나 결혼에 이르러 남편과 아내로 자리매김한다. 그렇지만, 사실 30년 전후를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자랐던, 이전엔 생판 몰랐던, 전혀 혈연도 아닌 두 남녀가 결혼해 ‘부부’라는 이름 아래 가족이 된 것이다. 연애 시절의 애정이 잘 지속되기도 하겠지만, 결혼을 통한 가족의 구성은 각기 다른 환경과 생활양식으로 자라온 사람들에게 큰 도전이며 전혀 다른 세계로 인도한다. 또한 부부간이라도 서로의 삶의 방식에 차이가 있게 마련이고, 그 차이가 서로를 힘들게 할 수 있다. 그런 차이가, 또 그런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쌓이게 되면서, 곧 부부 관계에 오해와 갈등과 불신이 자라게 된다. 따라서 부부 사이에 싸움이 없을 수는 없다. 부부 관계의 유지는 사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더욱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바람직한 부부 관계 유지를 위한 지침을 드린다.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라. 생각과 삶의 방식 차이로 서로를 힘들게 할 바에는, 순수하게 그런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고 인정하자. 그래야 서로가 편하다. 상대의 장점을 찾아 칭찬하라. 서로의 단점에 대해 불평하기보다는 능동적으로 상대의 장점을 찾고, 감사하며 칭찬을 많이 하라. 그럴수록 자신에 대한 칭찬 역시 쌓일 것이다. 소통과 대화를 많이 하라. 부부간 문제는 당연히 소통과 대화 부족에서 나온다. 일부러라도 기회와 시간을 만들어 소통과 대화를 자주 하라. 지속적인 소통과 대화를 통해 부부로서 유대감을 형성하고 유지하라. 문제는 줄어들고 다시금 사랑이 싹틀 것이다. 함께하는 취미나 활동을 만들라. 부부라도 신혼의 애정을 계속 견지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일상생활 중에 취미나 활동을 함께하는 친구요 동호인이 되는 것이 건강한 부부관계를 지속시키는 데 훨씬 도움 될 것이다.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라. 가정생활의 역할과 책임을 어느 일방이 많이 짊어진다면, 필연적으로 갈등과 다툼이 따르게 마련이다. 서로가 좋아하고 잘하는 우선순위를 정해서 민주적으로 공평하게 그 역할과 책임을 나누라. 가정에 평화가 오고 활기가 생길 것이다.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배려하라.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애써 공감하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자. 싸움하더라도 절대 욕하거나 폄하하는 등의 상처를 주지 않아야 한다. 실수나 잘못에 대해서 솔직히 사과하고 책임을 지는 태도도 필요하다. 뭐니 뭐니 해도 결국 내 남편이요 내 아내가 아닌가. 내 배우자를 인격적으로 존중하며 배려하도록 하자.

[천자춘추] 엔데믹 시대의 정치

지난 5월5일 WHO(세계보건기구)는 2019년 12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가 이제 더 이상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아님을 선언했다. 이는 무려 3년4개월이라는 유례없는 전 세계 집단 감염의 강력한 바이러스가 사실상 종식됐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장기간에 걸친 팬데믹으로 우리의 일상은 많은 변화를 겪어야 했다. 온라인에 기반한 IT기술 발전 등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고물가, 국제적으로는 장기화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고유가 등 ‘3고 현상’으로 서민경제는 나날이 어두워졌다. 이제 지난 3년간 잔뜩 움츠러들었던 우리의 일상을 다시 찾고, 골목상권 등 실물경기의 회복과 더 나아가 뒷걸음질 치던 경제가 다시 성장의 힘을 얻길 우리 국민 모두가 간절히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선 지난 3년간의 팬데믹 상황에서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판단을 통해 분명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 정부의 과오를 들추자는 것이 아니다. 엔데믹이란 새로운 시대를 잘 열어가기 위해선 팬데믹 시대에 우리의 대응과 그로 인한 결과들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있어야 한다. 그러한 평가에 기반한 새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반도체 중심의 수출 부진으로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으나, 2024년에는 대외수요 회복에 따른 수출 증가세 확대로 2.3% 성장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취업자도 올해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 기인해 27만명 증가한 후, 2024년에도 17만명의 양호한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밝혔다. 일부 민간 소비 부분의 확대와 여행 수요의 확대로 전체 민간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WHO와 우리 정부에서 발표한 사실상의 코로나19 종식 선언은 관광 산업 호황과 고용 확대 등으로 이어져,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책이 돼줄 것이라 기대된다. 그 절실한 열망과 냉철한 반성이 함께 할 때, 우리의 바라는 바가 이뤄진다. 엔데믹에서 기대되는 경제성장을 한껏 더 끌어올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는 물론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와 지방의회, 지방정부 할 것 없이, 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책 발굴을 위해 더 이상 진영논리에 휩싸이지 말고, 하나가 되어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할 것이다. 경제에는 여야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