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AG 사격 女 25m권총 국가대표 심은지

“첫 아시안게임 출전인 만큼 큰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실망을 주지 않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7월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사격 여자 25m 권총 국가대표로 선발돼 진천선수촌 입촌을 앞두고 있는 떠오르는 샛별 심은지(23·화성시청)는 “재미있을 것 같고 기대도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 기린중 1학년 때 친구 따라 공기권총으로 사격에 입문해 전주사대부고 1학년 때 전국대회 정상에 오르며 두각을 나타냈다. 이어 충북보건과학대 진학 후 화약총인 25m 권총을 시작했다. 대학시절 랭킹이 40위권에 머물렀으나, 2020년 화성시청 입단 후 기량이 급성장했다. 심은지는 2021년 대구시장배대회 25m 권총서 한국주니어신기록으로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역시 대구시장배대회와 전국체전서는 공기권총서 시즌 2관왕에 올랐다. 놀라운 것은 25m 권총에만 주력하느라 공기권총은 며칠만 연습하고도 금메달을 따낸 것이다. 남산호 화성시청 감독은 “은지는 공기권총 연습을 거의 않고도 내로라하는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할 정도로 천재성과 자신만의 격발 노하우를 갖고 있다”라며 “국제대회 경험을 쌓고 밸런스 유지만 잘 한다면 아시안게임서도 충분히 메달을 기대할 만하다”고 전했다. MZ세대 답게 사선에 들어서면 무서울 정도로 훈련에 열중이지만, 훈련 후에는 철저하게 휴식과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다. 남 감독은 “멘털도 좋고 기량도 뛰어나지만 훈련 시간 외에 자신이 부족한 것을 개인훈련을 통해 보완했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런 부분이 좀 아쉽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 대구시장배대회 25m 권총서 우승한 심은지는 국가대표 선발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보다 국제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마음을 비우고 경기를 한 것이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됐다. “김장미(우리은행) 언니처럼 멘털이 강하고 게임을 즐기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심은지는 궁극적인 목표가 2024년 파리올림픽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유니버시아드에서 경험을 쌓고 아시안게임서 자신의 기량을 확인한 뒤, 올림픽 무대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오는 23일 국가대표 선수촌에 입촌하는 심은지는 “올해 국가대표에 뽑혀 2개월 정도 선수촌 생활을 했는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나와 잘 맞는 것 같다”라며 “좋은 선수들과 경쟁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주말 오후의 풍경…의정부 ‘아르츠 마켓’ 20일 시작

예술에 일상을 더한 의정부만의 문화시장 ‘아르츠 마켓’(Arts Market)이 20일부터 오는 10월까지 매주 마지막 주 토요일 의정부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시민들의 일상 속에 문화와 예술이 더해지는 새로운 주말 오후의 풍경이 그려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의정부문화재단이 주최하는 ‘아르츠 마켓’은 의정부예술의전당 활성화와 소규모 창작자들의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된 문화예술시장이다. 가지각색 공방에서 체험하는 창작욕구 가득한 메인 부스 ‘예술발견’과 예술의전당 야외광장에서 열리는 가드너들의 놀이터 ‘아르츠 포레스트’, 제주 전통주와 안주를 한 상에 담아 만들어보는 ‘로컬존’, 다양한 먹거리가 있는 ‘맛있는 충전소’ 등 4가지 코너로 운영된다. 특히 작가들과 함께하는 초상화 드로잉과 일러스트 작품을 엮어 만드는 아트모빌, 나만의 취미를 찾아줄 꼼지락 공방, 식물교환, 화분 만들기 등 작가들의 굿즈 판매와 체험, 먹거리부스 등 40여 팀이 참여한다.  예술 체험뿐만 아니라 야외무대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도 펼쳐진다. 5월에는 ‘의정부시청소년오케스트라’의 오프닝 공연과 애니메이션 음악을 전통적인 재즈 사운드로 편곡해 들려주는 ‘채희민 재즈그룹’, 이색적인 퍼포먼스로 랩과 탭댄스를 적절히 어울린 ‘ADP(에이디피)’가 무대에 오른다. 5월엔 20일에 열리며 6월24일, 7월22일, 8월19일, 9월23일, 10월21일 등 총 6회 개최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별도의 신청 없이 누구나 방문하여 참여할 수 있다.

경기도내 비상벨 신고 양치기 소년 '수두룩'…경찰력 낭비

“비상벨 신고를 두고 ‘늑대가 나타났다’는 양치기 소년의 신고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최근 수원특례시의 한 공원에 설치된 비상벨 신고를 받고 서둘러 현장으로 출동했던 경찰은 여느 때와 같이 허탕을 치고 발길을 돌렸다. 지나가는 시민이 실수로 잘못 눌러 비상벨을 작동 시킨 것이다. 앞서 울렸던 비상벨 신고 역시 노숙인이나 주취자가 아무런 이유 없이 누른 신고였다. 도내 한 경찰은 “비상벨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 의무감이 생기기 때문에 무조건 현장에 나가지만, 잘못 눌렀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라며 “비상벨 오인 신고로 응급 상황 발생 시 출동할 수 있는 경찰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토로했다. 범죄예방을 위해 설치된 비상벨이 잦은 오작동과 오인 신고로 제 역할을 못 한 채 경찰력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경찰청에 따르면 비상벨은 범죄와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중화장실과 공원 등에 설치돼 있다. 응급상황 발생 시 비상벨을 누르면 경찰이 긴급 출동해 신속한 대응을 돕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비상벨 신고 대부분이 오작동으로 나타났으며, 실제 범죄 예방으로 이어진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도내 비상벨 신고 건수는 16만557건으로 이중 75%(12만243건)가 현장 미조치, 즉 비상벨 오작동과 오인신고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출동 중 종결이 2천255건, 허위 오인이 7만5천828건, 미 출동 종결이 4만2천160건이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시민의 비상벨 요청으로 현장에 출동, 피의자 검거까지 이어진 건수는 같은 기간 554건으로, 0.3%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비상벨이 범죄예방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비상벨이 벽면에 노출돼 있어 실수로 벨을 누르는 경우가 많아, 비상벨 덮개를 필수로 설치해야 한다”며 “시민 스스로도 위험 상황 시에만 비상벨을 눌러야 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비상벨을 장난으로 눌렀다는 고의성이 명백할 경우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며 “비상벨 오작동을 줄이기 위해 비상벨 주변에 경고 문구 표지판도 같이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 '폭약 직판' 선언 경기도내 도매업체 '직격탄'

㈜한화그룹이 산업용 폭약의 직판을 확대(경기일보 15일자 7면)하려 하는 가운데 경기도내 산업용 화약류 도매업체들이 한순간에 생계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서 만든 폭약을 구매해 건설 현장 등에 재판매하는 화약류 도매업체들은 전국적으로 총 49곳이다. 특히 각종 건설 현장이 다수 소재한 경기도의 경우 가평·광명·용인·화성·포천·양주 등에 12곳(24.5%)의 도매업체들이 위치해 전국에서 가장 많다. 한화가 출범한 1950년대 이후부터 이어져 오는 화약류 도매시장의 경우 개발 사업이 한창이던 1970~1980년대 전국적으로 도매업체들이 약 70개까지 육박하기도 했지만, 내수시장 성장 정체, 경영 악화 등 영향으로 현재는 50개 남짓까지 줄었다. 이들 업계의 업체별 순이익은 약 1억원에 그칠 정도로 사업 규모가 영세하다. 이런 가운데 한화가 산업용 폭약의 직판 확대에 나서며 도내 도매업체들은 한순간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전락,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실제 경기도에서 직판이 실시되면 도내 도매업체들에게 남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휴·폐업하거나 그간 보유했던 저장소를 한화에 매각 또는 임차하고 사업을 포기하는 방법이다. 도매업계에 종사하는 도내 근로자들은 약 200명 정도인데, 이들은 수십년 동안 자신들이 일해 온 일터를 떠날 위기에 처한 것이다. 더욱이 지난해 연 매출 총 70조원을 달성한 한화가 고작 매출 총합이 2천억원(전국 기준) 수준에 그친 화약류 도매시장까지 잠식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직판 확대가 그간 상생협력을 강조해 온 한화의 비전과 가치에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도내 한 화약류 도매업계 관계자는 “우리 같은 영세 기업들의 밥 그릇을 뺏어가면서까지 한화가 얻어갈 수 있는 게 무엇이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도매업계 관계자 역시 “한화의 경영 이념이 ‘신용과 의리’라는데, 대체 그 신용과 의리는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이냐”며 울분을 토했다. 한화는 직판 확대로 도매업체들이 시장에서 배제된다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화 관계자는 “폭약 판매는 한화도 도매업체도 해왔던 부분이고, 직판 비율을 늘릴지 안 늘릴지 여부는 매번 내부적으로 검토가 돼 왔던 부분이라 새삼스런 문제가 아니다”라며 “한화도 도매업체도 시장 경제에서 경쟁하는 것이다. 직판이 확대된다고 해도 도매업체들이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만평] 각자도생...

[사설] 경기도 ‘먹거리 전략’ 사업 실패, 세금 2조원이 흐지부지

세계 각국이 ‘먹거리’ 위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고심하고 있다. 세계가 단일 시장화되면서 농산물도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식량의 안전성과 복지, 인간의 건강이 담보돼야 한다. 경쟁력을 잃으면 식량 자급률은 곤두박질 치고 먹거리 주권도 잃게 된다. 다양한 먹거리의 위기 속에 국가단위 먹거리 종합계획이 세워지고, 이것이 각 지역 특색에 맞게 스며들어야 한다. 이런 먹거리 종합계획을 ‘푸드플랜’이라고 한다.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배고픔을 해결하는 문제에서 먹거리에 기인한 건강 불평등 및 양극화 해소, 먹거리의 질적인 보장 등이 사회 이슈가 됐다. ‘먹거리 기본권’ 강화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푸드플랜, 먹거리 전략을 추진하는 이유다. 경기도가 ‘경기도 먹거리 전략 계획’을 세웠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2조1천574억400만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이 전략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 도가 4대 기본 전략과 143개 실행 과제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내부 평가를 내렸다. 도는 ‘경기도 먹거리 보장 기본 조례’에 명시된 의무사항을 이행하지 않았고, 예산 집행 내역조차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조원 넘은 세금이 들어간 사업이 엉터리로 허술하게 진행된 것이다. 경기도는 경기도먹거리위원회를 구성했다. 지역농업·농촌과 연계해 도민 누구에게나 안전하고 우수한 먹거리를 보장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식생활 문화를 조성한다는 취지에서다. 먹거리 보장 조례가 제정됐고, 먹거리 기본 보장 선언도 했다. 도는 올해까지 31개 시·군별 ‘먹거리 위원회’ 구성, 공공분야 지역농산물 공급 규모 기존 4천억원에서 1조원까지 확대, 취약계층 먹거리 부족 비율 41.3%에서 27.5%까지 낮추기 등의 목표를 세웠다. 사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도내 31개 시군 중 지난 1월 기준 먹거리 위원회가 구성된 지역은 11곳뿐이다. 먹거리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도 18개 지자체에 불과하다. 위원회나 조례가 있다해도 정책 실행은 미흡하기 이를데 없다. 전반적으로 경기도와 시군의 먹거리 전략은 낙제점이다. 농업·복지·교육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이 필요한 먹거리 전략의 성공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경기도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전담부서 설치와 함께, 도와 지자체 간 사업을 연계·협력할 수 있는 실행기관인 광역 단위 먹거리통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 도는 1차 먹거리 전략 5개년 계획의 실패를 거울 삼아 2차 5개년 계획(2024~2028년)을 꼼꼼히 세워야 하다. 그동안 추진된 정책을 철저히 평가·분석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실행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가 국민 건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가능한 먹거리 체계 확립에 나서는 것은 중요한 책무다.

[사설] 순찰 시간 쉬는 경찰... 기본 무너지면 시민이 불안하다

엊그제 인천에서 ‘인천의 도시 이미지 어떻게 만들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여기서도 강력범죄 관련 뉴스 보도와 도시브랜드의 상관관계가 거론됐다. “인천지역 강력범죄 기사 건수는 전국 3위지만, 기사 제목에 ‘인천’이 들어가는 노출 빈도는 2위로 실제보다 높은 편이다.” 인천의 도시 이미지가 자칫 범죄와 엮일 것을 우려한 것이다. 실제 강력범죄 3위는 인구수와 비례한 정도다. 그런데도 우리 주변에서 온갖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 또한 사실이다. 최근의 조직적 전세사기를 비롯해 아동 학대, 학교폭력, 가정폭력, 중고차 사기단 등등. 시민들조차 “또 인천이냐”할 판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 치안 일선의 순찰 활동 태만이 도를 넘었다는 자탄이 나온다. 순찰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경찰 임무의 출발선 아닌가. 최근 지구대나 파출소에 근무하는 인천 경찰들이 순찰 활동에 너무 소홀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미추홀구 등에서는 전세사기 피해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나 일가족 살인 사건 등 강력사건이 잇따르는 요즘이다. 시민들이 불안해할 정도다. 그런데도 최근 미추홀구의 한 경찰지구대에서는 방범 취약 시간대인 야간에 순찰 활동이 공백 상태를 보였다. 근무일지상 관내 지역을 돌고 있어야 2대의 경찰 순찰차가 모두 지구대 앞 주차장에서 쉬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관들은 차 안에서 유튜브 동영상을 보는 등 그냥 시간만 보냈다. 나중 112 신고를 받고서야 출동했다고 한다. 같은 날 남동구의 한 파출소 앞 주차장에도 2대의 순찰차가 그냥 서 있었다. 파출소에는 순찰 출동을 보고하고서도 파출소 앞만 순찰한 셈이다. 순찰을 나가는 대신 차 안에서 세상 가장 편한 자세로 쉬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시간에 관내 방범 취약 지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는가. 이 같은 순찰 공백이 시민들 입길에까지 올랐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순찰은 경찰 치안 활동의 기본이다. 예비 범죄자들이면 순찰차의 경광등이나 사이렌 소리에도 움찔할 것이다. 동네를 훑고 다니는 경찰관들의 순찰 활동에 시민들은 안도한다. 치안 활동의 이런 기본이 무너지면 ‘철통 치안’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군에서도 ‘경계에 실패한 장수는 용서받지 못한다’고 하지 않는가. 경찰이 뒤늦게 기강을 잡는다며 해당 경찰관의 감찰에 나섰다고 한다. 경찰도 실수할 수가 있고 하필 그때 애꿎은 상황에 몰렸을 수도 있다. 시민들도 그런 표적 감찰식 사후 처리를 바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치안의 기본이 무너진 조직 분위기나 기강 해이의 근원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김종구 칼럼] 이재명 대표 옆에는 왜 떼부자가 많나

갑자기 번다. 한꺼번에 번다. 많이 번다. 세 조건을 맞추는 사람이 있다. 갑자기, 한꺼번에, 많이 버는 사람이다. 사전은 이를 ‘떼부자’라 풀고 있다. 많은 사람이 수없이 꿨을 꿈이다. 대개 이루지 못하고 끝나는 꿈이다. 그런 떼부자를 요즘엔 자주 본다. 원래 평범한 월급쟁이였다. 갑자기 수천억대 부자가 됐다. 구멍 난 운동화 신던 공무원이었다. 갑자기 수십억대 부자가 됐다. 옳은 사회에선 결코 소망스럽지 않은 얘기다. 불법·적법의 판단은 접겠다. 현상만 보자. 월급 몇 백만원 받는 기자였다. 대장동 개발 정보를 접했다. 대단한 기밀도 아니었다. 회사를 만들어 입찰에 들어갔다. 개발 주관 업체로 선정됐다. 여기저기서 돈을 마련해 투자했다. 보상부터 건축까지 잘 풀려갔다. 시-성남도시개발공사-와 함께 풀어 훨씬 쉬웠다. 폭등하는 부동산 시세까지 맞아줬다. 중간 집계된 수익금만 8천억원이다. 기자 김만배가 떼부자 되는 과정이다. 가난하고 평범한 변호사였다. 조국 수호 집회 현장에서 튀었다. 청년 정치 몫으로 국회의원이 됐다. 문재인 키즈로 윤석열 검찰총장 공격 선두에 섰다. 대선에선 민주당 간판이 됐다. 그가 ‘김치코인’에 손을 댔다. 어떤 돈인지 밝히지 않는다. 언제부터였는지도 침묵한다. 돈의 규모도 일부만 잡힌다. 최소 60억원, 최대 백억원대다. 구멍 난 운동화, 아이스크림 값, 라면 끼니의 반전이다. 김남국 의원이 떼부자 되는 과정이다. 여기 공통점이 있다. 모두 이재명 주변이다. 성남시장 때 김만배다. 대장동은 이 시장 사업이다. 초과 이익 환수조항을 배제했다. 이 시장 아니었으면 없었을 대장동이다. 대장동 아니었으면 없었을 8천억원이다. 대선후보 때 김남국 의원이다. ‘NFT기술 이재명 펀드’를 발표한다. “P2E를 금지하면 쇄국 정책이다”라고 밝힌다. 관련 코인 값이 출렁댄다. 그 판에 코인 넣고 있는 김 의원이다. ‘떼부자-이재명’의 분명한 연결 지점이다. 이 시장이 대장동을 좋게 개발했다. 그런데 대장동이 아니라 김만배가 부자 됐다. 이 후보가 게임 규제를 풀겠다고 했다. 그런데 업계가 아니라 김남국이 부자 됐다. 대통령 하겠다는 이 대표다. 그게 어떤 자리인가. 성남시 개발의 수백배다. 8천억의 수백배 떼부자 나올 수 있다. 국회의원 권력의 수십배다. 60억의 수십배 떼부자 나올 수 있다. 괜한 소리 아니다. ‘이재명 주변=떼부자 탄생’ 법칙이면 이게 맞는 상상이다. 국민의힘이 주장한다. 측근 비리, 본인 비리.... 그러면서 몰고 간다. 사과하라, 사퇴하라.... 식상한 구호다. 사과하면 어쩌겠다는 건가. 없던 일로 해주겠다는 건가. 떼부자로 상처받은 국민 분노는 여전한데. 지금 국민은 한 사람만 본다. 대권 주자 이재명이다. 늘 주변·측근 의혹에 관대했다. ‘○○○를 믿는다’며 두둔했다. 이번에도 그런다. ‘김남국 보호 결의문’을 냈다. 비난 받고서야 ‘김남국 윤리위 회부’를 넣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이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문제는 사법리스크가 아니라 리더십 부재인 것 같다.” 앞뒤를 살피면 이런 말이다. ‘측근 문제에 결단을 못 내린다.’ 권력은 부패한다. 권력 주변은 늘 부패에 가 있다. 아차 하면 넘어간다. 그때 권력자 역할은 칼을 대는 것이다. 추상 같은 의지를 보이는 것이다. 그것이 권력자의 첫째 자격이다. 시장(市長) 때 요구됐고, 대표(代表) 때 요구되고, 대통령(大統領)에게 요구될 자격 말이다. 주변에서 어이지는 떼부자 역사. 켜켜이 쌓여가는 국민 분노. 그때마다도 반복되는 측근 감싸기. 이를 보며 이런 말들이 나온다. ‘대통령 맡기기 불안하다.’

[함께하는 인천] 한일 문화의 차이

세상이 좁아지면서 각국의 문화 차이가 좁혀져 사고의 차이도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문화 차이가 국가 간의 오해나 충돌을 빚어내곤 한다. 태어나 자라며 몸에 밴 사고방식을 외국인이 배워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깊게 들여다보며 연구하고 정리하려 하지만 어떤 외국인도 타국에 대한 이해는 단편적이기 쉽다. 잘 아는 것 같은 한일 간의 상대국에 대한 이해도 마찬가지다. 삶의 방식이 달랐던 한일 간에는 문화 차이에 의한 사고의 차이가 크다. 과거사에 기인한 한일 간 현안문제도 양국 간 시각은 달라, 서로 당연하다는 주장에 차이를 보인다. 일본은 오랫동안 무인정권하의 국가였다. 세력 확장을 위한 전쟁이나 세력을 지켜내기 위한 긴장 상태의 지속이 많았을 일본은, 내전이든 외전이든 전쟁에 대한 사고가 우리와 다르다. 승리가 가치인 양 마주 대하며 나머지는 부차적인 문제로 여기는 듯도 하다. 전쟁을 벌이면서는 상대를 쓰러뜨리고 이겨야만이 전쟁을 없애고 국민을 보호한다는 이율배반적 사고도 존재한다. 무인정권하에서 몸에 밴 것인지 일본인들의 순순히 받아들이는 태도는 비판적이며 저항적인 우리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면이다. 아직도 일본의 오늘은 오랜 무인 정권의 역사가 이어지며 민주주의를 구현하면서도 옛 사고방식이 혼재돼 있어, 일본인의 의식에는 한국과는 다른 묘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국이 늘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지만 이 또한 양국 간 견해차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잦은 전쟁에 승리와 패배를 일상으로 경험하며 갖게 된 일본인의 사과와 용서는 타협이며 매듭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일본인은 사과를 매우 잘하고 잘 받아들여 일을 잘 마무리한다. 한번 사과하고 상대가 이를 받아들이면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신중하게 임하고 결정을 하고 나면 그에 대해 중언부언하지 않는 것이다. 한국도 승리와 성공의 경험이 거듭되면서 많이 바뀌는 양상이지만 아직도 한 사안을 매듭짓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제 그만 좀 하자. 아니 무슨 소리야 계속해’ 하는 웅성거림에 많은 국민이 지쳐 보인다. 글로벌 스탠더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대한 우리의 오랜 요구나 주장이 세상에 어찌 비칠지 별로 생각하는 일은 없지만 한일 간의 해묵은 문제에도 한 번쯤 생각해볼 대목이다. 역지사지도 양국 간 문화의 이해가 전제다.

[천자춘추] 보릿고개와 어머니

내 어릴 적 오월은 온통 초록 보리밭이었다. 늦가을 뿌린 씨앗들이 엄동설한을 이기고 빼곡히 들녘에 차 올라 일렁이는 모습은 매혹 그 자체였다. 이랑 사이를 거닐며 콧노래도 부르고 연하디 연한 이삭을 어루만지며 가슴에 사랑을 그려 보기도 했다. 낭만과 설렘, 그리고 잔잔한 추억이 아직도 가슴에 그대로 들어있다. 그와 더불어 진한 아픔 하나가 묵직하게 마음을 파고 든다. 긴 한숨 소리, 쌀 독 바닥을 긁는 아침, 종종걸음으로 이 집 저 집 돈 꾸러 다니는 조바심.... 내 어머니의 가난한 오월이었다. 10남매의 맏며느리, 여덟 자식의 젖가슴, 그렇게 강하지 못한 한 남자의 아내! 고생일 수밖에 없었고 눈물의 나날이었으리라. 시동생들과 시누이들의 투정과 성화는 그분의 삶에 여러 개의 멍자국을 남겼으며 녹록지 않은 살림은 어머니의 애간장을 녹이며 온몸에 잔병을 심어 놓았다. 나는 그 속에서 나고 자랐다. 불평과 심통을 부리며 때로는 원망도 서슴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요구와 그릇된 행실로 날마다 그분을 전전긍긍하게 해 드렸다. 그래도 내 어머니는 “큰일 저지르는 놈이 큰일한다더라” 하시며 등을 두드려 주셨다. 아무것도 없었는데 무엇을 어떻게 하셨는지 내게 필요한 만큼을 언제나 만들어 주셨다. 10년 전 임종을 앞둔 내 어머니께서 조용히 나를 부르셨다. “이 돈은 자네의 자존심을 세울 때 당당하게 쓰시게. 누구도 주지 말고 동기간에 나누려고도 말고 오롯이 자네만을 위해 쓰시게” 하시며 적지 않은 현금을 흰 봉투에 담아 내 손에 쥐여주셨다. 사뭇 놀랐다. 많이 뭉클했다. 눈물 범벅이었다. 그분은 철부지 나에게 태산보다 더 큰 자존심을 선물로 남기고 2013년 오월의 보리밭 이랑을 따라 하늘로 가셨다. “올해는 보리가 유난히 더디 익는다. 어머니의 푸념이었다.” 양식은 벌써 바닥이 났고 오월의 보리밭은 마냥 푸르러 알곡이 익으려면 아직 멀어서.... 해마다 같은 말씀을 하셨다. 많지 않은 밥을 이 그릇 저 그릇에 담으시고 당신은 밥알보다 물이 더 많은 밥으로 끼니를 이으셨다. 지독한 보릿고개였다. 철 모르던 시절에 보이지 않았던 그 고개가 올봄에는 어쩌면 그리 선명하게 짠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그 심술궂은 보릿고개를 내 어머니는 사랑으로 이기셨다. 가난과 고생을 길동무 삼아 침묵으로 뚜벅뚜벅 헤쳐 나오셨다. 투박한 그리움의 잔에 보릿고개와 어머니 마음을 넘치도록 채워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