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동안 공들여 키운 카네이션인데, 다 팔릴 수 있을까 걱정뿐입니다.” 2일 오후 1시께 화성시 우정읍의 한 화훼농원. 재배 농장 안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정성 들여 키워온 6만여 분의 카네이션들로 가득했다. 작업자들은 작은 화분에 담긴 카네이션을 출하하기 위해 포장하면서도 얼굴엔 근심이 가득했다. 20년간 카네이션을 재배했다는 김원용 대표(70)는 “올해 전기세와 유류값이 30% 이상 올랐을 뿐만 아니라 상자와 화분 등 모든 자잿값이 크게 올랐다”며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연휴가 겹치면서 카네이션 수요까지 줄어 재배한 카네이션을 모두 출하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수원특례시 장안구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김수영씨(가명·60·여)도 카네이션 재고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보다 카네이션 물량을 반으로 줄였는데도, 아직 카네이션 예약 주문이 한 건도 없다”면서 “카네이션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시들어버려 폐기 처분해야 해 초조한 마음뿐”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가정의달 5월 성수기에 분주해야 할 화훼농가와 꽃집들이 오히려 울상을 짓고 있다. 물가 폭등과 자재값 상승에 수입산 카네이션 증가와 국내 수요 감소까지 겹치면서 ‘잔인한 5월’을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 동안(4월25일~5월2일, 절화기준) 거래된 카네이션 총 수량은 4만1천756단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788단보다 41% 줄었다. 화훼공판장 관계자는 “올해 카네이션 수입산 종자가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카네이션 대부분이 가격 등 여러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었다”면서 “최근에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5월에 해외로 나가려는 인구가 늘어나 카네이션 구입 자체를 하지 않는 경향도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카네이션을 재배한 농가와 꽃집은 인건비조차 남지 않는 현실에 절망하고 있다. 카네이션 재배를 위한 기름값은 올해 1분기 기준 1천280원으로 지난해 동기(1천28원)보다 25% 증가했고, 필수자재 중 하나인 요소수 비료 가격도 1포대(20㎏) 9천원대에서 3만원대로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김윤식 한국화훼자조금협의회 회장은 “카네이션 수입량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난방비와 농자재값 등 경상비가 올라 화훼농가가 굉장히 힘든 상황”이라며 “화훼농가와 소매상들이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국비 지원 외에 아직 화훼농가 (면세유)지원 계획이 없다”면서도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꽃 소비를 늘릴 수 있도록 홍보를 활성화 하겠다”고 밝혔다.
경기지역의 응급환자가 적정 시간 내 응급실에 도착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치료가 시급한 중증응급환자의 경우 ‘골든타임’ 확보가 생사를 가르는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경기도내 병원 거부로 인한 구급차의 응급환자 재이송 건수는 2020년 2천85건(1차 1천990건·2차 95건), 2021년 1천973건(1차 1천824건·2차 149건), 2022년1천786건(1차 1천646건·2차 140건)으로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는 듯 하지만, 전국 재이송 건수상 경기도가 21만4천244건 중 27.2%를 차지하며 전국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전국 기준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응급실을 찾은 중증환자 145만명 중 71만명(49.1%)이 적정 시간 내 도착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도내 응급환자 거절 수만 8만5천99명에 달한다. 수원지역의 한 구급대원은 “최근 소아환자를 수용할 병원을 찾아 안양, 군포, 안산, 오산, 화성 등 다른 지역까지 1시간 넘게 돌아다녔지만 병원을 찾지 못해 결국 상당시간을 대기 후 진료를 받아야 했다”며 “특히 수술이 시급한 중증환자, 치과·성형외과 등 특수과 환자의 병상을 구하는 건 더욱 쉽지 않다. 빠르게 환자를 이송한다고 해도 진료를 받기까지 최소 30~40분은 소요된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 3월19일 대구에선 10대 학생이 건물에서 떨어진 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2시간 넘게 떠돌다 응급실을 찾지 못해 구급차 안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의료기관 내 병상 부족과 전문의 부재가 주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해 기준 재이송 원인으로 전문의 부재가 64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병상 부족 469건, 환자 및 보호자 변심 99건, 의료장비 고장 29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소방청 관계자는 “환자 이송 시 수용 가능 병상 수와 진료 가능한 과를 참고해서 이동을 하지만 결국 병원이 받아주지 않으면 도착까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병원과 지역 특성을 고려해 의료체계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형민 한림대 성심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고질적인 문제는 1차 진료를 볼 수 있는 장소가 없어 상급병원에 환자가 과밀되는 것”이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진료를 분리해야 응급환자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파주시가 1413년 임진강에 등장한 조선 최초 임진강거북선 재현사업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충무공전서’ 거북선 그림에 정조대왕의 비밀 코드가 숨겨져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거북선 구조는 군사기밀로 유출 시 적이 복원해 공격할 수 있는 위험성으로 인해 거북선 개판의 구조와 용머리 등을 실제와 다르게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충무공전서는 이순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정조의 명령으로 1795년 14권 8책으로 편찬해 당시 통제영 및 전라좌수영 거북선 일러스트레이션과 구조 치수 설명문 등이 들어 있다. 2일 경기일보가 단독 입수한 홍순구 순천향대 교수(디지털애니메이션학과)가 최근 조형미디어학회지를 통해 발표한 ‘이충무공전서 귀선도설의 일러스트레이션 표현 연구’ 논문에 따르면 홍 교수는 이 논문에서 “이충무공전서에 실린 두 거북선은 당시 수군이 주력으로 운용 중인 거북선”이라며 “실제의 그림과 설명문 등을 외부에 노출시킨다는 건 특수전함의 군사기밀 유출로 적이 복원해 공격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었다. 거북선 그림 표현에 군사적 비밀 코드가 숨겨져 있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기밀과 관련해 “이순신 장군이 창제한 ‘별제귀선’은 3층 구조다. 조선 수군이 폐영되는 1895년까지 304년 간 거북선의 기본 구조가 전승돼 왔다”며 “거북선은 3층까지 사방과 천장 등을 판자로 덮은 높은 구조인데도 좌충우돌해도 전복되지 않는 건 개판 상단이 평면이고 전후좌우가 사다리꼴 구조로 복원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중요한 군사기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거북선 일러스트레이션 표현에서 개판 상단 평면구조를 숨기기 위해 실제 거북 등과 같이 전체적으로 둥글고 가운데가 불룩하게 솟아 있는 돔 형태로 과장되게 표현해 거북선은 거북과 유사하게 생긴 것으로 인식되도록 조작했다”며 “당시 조정과 도화서 화원은 거북선 개판 구조를 해석할 수 없도록 과장된 표현과 중첩, 시각적 착시 등을 유발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이유로 용머리도 상대적 크기의 비례를 고려하지 않고 크게 과장됐고 중첩 효과로 개판의 전면을 볼 수 없도록 가려져 있다. 설명문에도 중요한 수치의 의도적 누락, 부분적으로 일러스트레이션 표현과 설명 등을 다르게 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1794년 발간된 ‘화성성역의궤’에 나타난 각종 도구에 대한 도화서의 일러스트레이션 표현을 통해 입체 구조 표현이 사실적으로 같은 시기에 편찬된 거북선의 표현과 크게 다르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는 거북선 그림은 군사기밀 유출과 복제가 불가능하도록 도화서에선 의도적으로 비밀 코드를 숨겨 오류를 유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늘 수도권 지역은 낮 기온이 높아 초여름 같은 날씨를 보이겠다. 구름이 많다가 새벽에 차차 맑아지겠다. 낮과 밤 기온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3일 수도권기상청 등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상 8∼14도, 한낮 최고기온은 영상 22∼27도를 웃돌겠다. 지역별 아침 최저기온은 ▲수원 영상 12도 ▲용인 영상 11도 ▲안양 14도 ▲고양 영상 10도 ▲성남 영상 12도 ▲인천 영상 14도 ▲서울 영상 14도 등이다. 낮 최고기온은 ▲수원 영상 26도 ▲용인 영상 25도 ▲안양 영상 25도 ▲고양 영상 27도 ▲성남 영상 26도 ▲인천 영상 23도 ▲서울 영상 26도로 관측된다. 미세먼지 농도는 '보통'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법 위반은 아님을 전제하겠다. 현황 도로가 사유지일 경우 처분권은 소유주에게 있다. 최소한의 통행 공간만 제공하면 제한이 가능하다. 통행 공간의 크기 및 방법은 법으로 정해져 있다. 이 경우 도로로 이용해 오던 주민들의 불편이 커진다. 이런 땅을 싸게 매입한 뒤, 비싼 사용료를 요구하거나 비싼 값에 매입을 권하는 경우도 있다. 개발로 땅값이 급등하는 지역에서 목격되는 갈등이다. 딱히 논평의 소재로 삼기도 진부하다. 그런데 조금 다른 경우가 있다. 땅의 실질적 소유자가 전직 공직자다. 바로 그 지역 군청의 고위직 출신이다. 군 산하기관의 대표도 지냈다. 양평군 양평읍 대흥리의 작은 토지다. 49㎡(약 15평) 크기로 지목은 답(畓)이다. 인근 마을로 이어지는 도로의 일부 구간이다. 아주 오랜 기간 그렇게 사용돼 왔다. 군청에서 아스콘 포장까지 했다. 이 땅의 소유자가 박모씨다. 양평군 고위공직자, 세미원 대표를 지낸 A씨의 부인이다. ‘여기는 개인사유지이므로 차량통행은 할 수 없습니다’, ‘4월7일부터 사유 토지 출입을 금한다’는 팻말이 서 있다. 차량 1대가 겨우 지나갈 정도만 개방돼 있다. 나머지 공간은 돌을 쌓아 막았다. 부인 박씨가 이 땅을 매입한 것은 1996년 9월이다. 당시에도 지금과 같았던 작은 땅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매입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동안 도로 사용에 이의가 없었다. 올 초, 남편이 공직을 떠났고 그후 소유권 행사에 나섰다. 피해자는 주민들이다. 돈 주고 매입하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 3월 마을 이장에게 토지 매각 비용으로 6천만원이 언급됐다고 한다. 이 땅의 공시지가는 2023년 1월 말 현재 641만9천원이다. 6천만원이라면 공시지가의 10배다. 아무리 시세를 높이 잡아도 턱없다. 속내를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도로 알박기’가 됐다. A씨는 ‘아스콘을 걷어내 달라고 민원을 낸 것’이라고 했다. 아스콘은 주민이 아니라 군청 일이다. 밝혔듯이 법적인 책임을 말할 수는 없다. 당사자도 관련 법을 숙지했을 것이다. 우리도 이런 문제에 과도한 비난을 가하지 않겠다. 다만, 법에 아무 문제 없어 통행을 막듯이 사회 상규가 허락하는 정도의 지적은 해둘까 한다. 오랜 시간 양평군 공무원으로 살아왔다. 퇴임 이후에는 산하기관 대표까지 했다. 주민들은 그런 그를 영원히 ‘아무개 국장’으로 부를 것이다. 그것이 우리네, 특히 양평군과 같은 도농 복합 지역의 정서다. 그렇게 존경받고 칭송받아야 할 사람이 공직을 떠나자 돌변했다. 왜인지 모르게 사뒀던 손바닥만 한 땅을 갑자기 재산 수단으로 들었다. 그 땅을 오가던 주민에게 통행금지를 선언했다. 인근 땅값의 5배, 10배를 얘기하고 있다. 법에만 안 걸리면 이렇게 해도 좋은 것일까. 그를 잇고 있는 수많은 후배 공직자들이 이 얘기를 알고 있다. 그 후배들은 오늘도 법보다 훨씬 팍팍한 도덕적 규범을 운명으로 알며 지켜 가고 있다. 그들에 부끄럽지 않나.
가정위탁은 친부모가 있지만 여러 이유로 양육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다시 가정에 복귀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맡아 길러주는 제도다. 부모의 가출, 이혼, 수감, 학대 등으로 가정 해체가 늘어나면서 갈 곳 잃은 아이들에게 일시·장기적으로 보금자리가 돼주는 것이다. 만 18세 미만이 대상이다. 2003년 도입된 가정위탁제도는 입양과 달리 아동이 원가정으로 돌아가기까지 성장을 돕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한다. 가정 해체를 방지하고 친가정의 양육 능력 회복을 돕게 된다. 2021년 기준 경기도 1천459가구, 인천 366가구가 가정위탁에 참여하고 있다. 가정의 위기, 가정의 해체로 아이들이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출생신고도 안 된 채 버려지는 아이가 상당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년간 국내 유기아동은 2천595명에 달한다. 서울과 군포의 베이비박스에 놓고 간 아이가 2천명이 넘는다. 베이비박스가 아동 유기의 원인이 된다는 논란이 있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에 기여한 것도 사실이다. 유기아동은 위탁이나 입양을 통한 가정형 보호조치가 우선 원칙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1차는 부모에 의한 방임, 2차는 국가와 사회의 방임으로 아이들이 폭탄 돌리기처럼 보육원 등 아동시설 여기저기로 보내진다. 이런 상황에서 가정위탁은 적극적인 아동보호정책이라 할 수 있다. 가정위탁제도 시행 20년이 됐지만 사회적 관심과 이해, 지원 등은 낮은 수준이다. 아직도 제도가 정착되지 않았다. 가정위탁이 필요한 아동이 매년 9천명 이상 발생하는데 혜택을 받는 비율은 조부모 등 친척 위탁까지 포함해도 20% 정도밖에 안 된다. 가정위탁이 70%를 넘어선 선진국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조부모 위탁은 가정 형편이 좋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일반 위탁 역시 아이들에 대한 법적 권한이 따르지 않는 데다 가족으로 인정받지 못해 감소 추세다. 정부가 가정위탁 보호율을 내년에 37%까지 올린다는데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은 여전히 시설 위주로 투자되고, 가정위탁제도는 허술하다. 가정위탁은 국가 장래를 위해 필요한 제도로 활성화돼야 한다. 위탁 부모가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도록 적극적 관심과 권리 보장, 지원 확대 등 제도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 위탁기간 만료 후 원가정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아이들에 대한 대책도 절실하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낳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세상에 나온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성장해 어엿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영국 유학을 하다 보면 도대체 뭘 먹고 사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많은 분들이 영국 음식이 맛이 없다는 소문을 듣고 이렇게 걱정을 해준다. 고급스럽고 맛있는 음식에 대해 생각할 때 사람들은 프랑스와 이탈리아 요리를 많이 떠올릴 것이다. 반대로 맛없는 음식으로 유명한 나라를 생각할 때 필자는 사람들이 1초의 고민도 없이 영국을 떠올릴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러한 인식은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인터넷에서 많이 돌아다니는 ‘웃기는 짤’ 중에 영국 음식이 주제로 만들어진 것이 꽤 있다. 그중 ‘정어리 파이’라는 게 있는데 비주얼이 압도적이다. 여러 마리의 정어리 머리가 밖으로 나오게 파이에 꽂아 그대로 구운 음식이라 생선 머리가 노골적으로 사람을 쳐다보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국 친구들이 이 정어리 파이 사진을 필자에게 보내주며 안부를 묻는다. 이 칼럼의 첫 부분에 언급된 질문에 대답을 하자면 필자는 주로 한식을 해 먹는다. 한식을 안 먹을 때는 파스타 같은 다른 외국 음식을 해 먹는다. 이건 필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친구들과 무언가를 축하하기 위해 멋진 곳에서 좋은 식사를 계획할 때도 당연히 외국 음식을 생각한다. 영국 가정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있는 음식도 파스타다. 웃기게도 영국 사람들도 영국 음식을 잘 해먹지 않는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분점을 가지고 있는 프랜차이즈 식당들도 다 다른 나라의 음식이다. 지금까지 언급된 이야기들은 매우 현실적인 영국의 식문화에 대한 인식과 일상이다. 영국의 명소나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영국적 요소들은 식민주의 시대에 영국이 식민지에서 뺏어 오거나 수입해온 문화와 문화재들이 대부분이다. 대영박물관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들과 식자재 같은 것들이다. 영국인들이 매일 마시는 차도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 수입한다. 이렇게 영국이 음식문화의 발달에 소홀했던 이유는 산업혁명의 영향이 크다.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산업혁명은 농산물의 생산보다는 기술 발달에 큰 중점을 두게 했다. 풍족하고 다양한 농산물을 생산하기에는 열악한 기후조건도 무시할 수 없다. 영국에서 살다 보면 계절에 상관없이 햇빛을 보기가 힘들고, 비가 오다가 바람도 불다가 결국 하루 안에 사계절을 다 겪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날씨가 좋은 날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두가 밖에 나와 일광욕을 한다. 이러한 기후환경으로 인해 품질이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어려우니 나라를 대표할 만한 빵이나 와인조차 만들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좋은 음식을 만들기도 어려운 환경에서 산업혁명으로 밤낮없이 일까지 해야 했으니 좋은 음식 문화를 만들기는커녕 끼니를 대충 때우고 일만 하기에도 벅찼을 것이다. 따라서 영국이 식민지를 만들고 플랜테이션 농업을 강행한 것은 영국 내에서 개선하기 어려운 기후환경과 농산물 문제를 식민지의 다른 환경과 노동력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는 인류의 역사지만 말이다. 이러한 가운데도 영국을 대표하는 국민 음식들이 당연히 있다. 피시앤칩스는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영국 음식으로 튀긴 대구와 감자튀김 요리다. 펍에서 자주 먹는 요리인데 맥주와 같이 먹으면 꽤 맛있다. 웃기게도 맛이 없기 힘들어 보이는 이 피시앤칩스도 의외로 맛없게 만드는 곳이 영국에 많다. 두 번째로 잘 알려진 음식은 선데이로스트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영국인들이 일요일에 즐기는 전통음식이다. 가장 전통적인 형태는 그레이비소스를 얹은 채소와 로스트비프, 그리고 요크셔푸딩으로 이뤄져 있다. 가정에서도 많이 만들어 먹지만 필자는 주로 친구들과 펍에서 먹는 편이다. 결론적으로는 이렇게 영국도 국민음식이 있긴 하지만 열악한 기후조건과 식민지 시대의 영향으로 인한 외국 음식문화 수입으로 현대 영국의 식문화는 그 음식의 근원지를 찾는 것이 의미가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인류가 세계화 시대에 진입하면서 그 영향이 더 커지는 듯하다. 음식이 문화의 다양성을 가장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요소 중 하나라는 흥미로운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오늘 저녁은 친구와 선데이로스트를 먹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한 젊은이가 파티에서 아가씨를 만나 한눈에 반했다. 공교롭게도 그녀에겐 약혼자가 있었다. 연정은 깊어 갔지만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은 멀어져 갔다. 결국 그가 선택한 건 권총을 사용한 삶의 마감이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쓴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얼개다. 작가의 자서전적인 작품이다. 1774년이 출간 시기다. 당시 유럽 젊은이들 사이에선 권총을 이용해 이승과 헤어지는 게 유행병처럼 번졌다. 18세기 후반 유럽의 애달픈 서사가 300년을 훌쩍 뛰어넘어 한반도를 강습하고 있다. 10대들의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심상찮아서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아동·청소년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의 이 같은 선택은 2021년 10만명당 2.7명으로 늘었다. 2000년대 들어 최고치다. 10만명당 1.2명이었던 2000년에 비해 갑절 이상 증가했다. 12~14세는 2000년 10만명당 1.1명에서 2021년 5.0명으로 급증했다. 15~17세도 같은 기간 10만명당 5.6명에서 9.5명이 됐다. 더욱 충격적인 건 청소년의 불합리한 선택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이다. 아동·청소년 전부와 12~14세, 15~17세의 경우 모두 2009년까지 오름세를 보이다 내림세로 돌아서는데 2015~2016년을 기점으로 다시 증가세로 바뀐다. 전체 인구의 이승과 헤어짐 비율이 줄어드는 점과 비교할 때 더욱 눈에 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8년 3만2천392건이던 온라인 커뮤니티 극단 선택 관련 유해 정보는 2020년 9만772건으로 약 3배로 증가한 뒤 2021년 14만2천725건, 지난해 23만4천64건 등을 기록했다. 청소년의 건강한 삶이 나라의 성장엔진으로 제대로 가동돼야 한다. 이들을 제2의 베르테르로 만들어선 안 되는 까닭이다. 우리의 미래가 그들에게 달렸다.
광교산은 명실공히 수원의 허파다. 120만 수원 시민에게 산소 같은 청량감을 주는 워라밸의 대명사이기 때문이다. 광교산 자락은 참으로 아기자기하다. 봄이면 흐드러진 벚꽃이 호숫가를 물들이고 여름이면 짙푸른 초록이 폐부를 열어준다. 억새와 형형색색 감잎이 무르익는 가을 풍경도 아름답고 수원팔경의 하나인 광교적설은 더더욱 보배롭다. 도심에서 불과 몇 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원주민 농가들이 그대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 또한 놀라운 일이다. 우리가 스케치 하러 간 문암골 아래도 한우 사육 농가가 있었고 돌담집과 슬레이트 양철지붕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전형적인 시골 모습이었다. 감나무가 많은 땅은 따뜻한 곳이라는데 토질마저 좋은 것 같다. 양지쪽 기슭엔 양봉통도 보이고 포도와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농가와 과수원도 보인다. 장다리 싱그러운 파밭과 양파밭, 감자밭, 마늘밭, 소 사료용 풀도 녹색 물결을 이루고, 조팝나무 이팝나무도 이 계절의 하모니를 이루는 주인공이다. 스케치를 끝냈으니 방목한 양처럼 해방된 수강생들과 함께 어서 보리밥집을 가야겠다. 맛있는 도토리묵과, 파전과, 구수한 숯불바비큐가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