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경기도에 1조3천억 보따리 푸나

기아자동차가 경기도내 미래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역시 미래차와 관련된 정책 사업들을 계획(경기일보 2022년 12월26일자 2면) 중인데, 해당 사업이 진행되면 기후위기 대응과 신산업 성장에 새로운 전환점을 부여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본보 취재 결과 도는 앞서 기아차가 광명·화성시에 미래차 산업 기반 구축 등을 목표로 제출한 각종 건의 사항을 검토 중이다. 지난해 10월25일에는 도와 기아차 관계자 등이 관련 면담을 추진, 오토랜드 화성공장 인근 도로 신설·태양광 발전시설 구축 보조금 지원 등에 대한 대안을 살피고 관계기관과의 협약을 논의하기도 했다. 도에 따르면 해당 투자는 약 1조3천억원 규모로 크게 3개 프로젝트로 나뉜다. 우선 기아차는 화성시에 ‘전기 특장차 클러스터 조성’을 계획 중이다. 특장차는 장갑차·제설차 등 특수한 용도에 쓰이는 자동차를 말한다. 기아 오토랜드 화성공장 인근에 6만1천㎡ 규모의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전기 특장차 기업들 간 탄탄한 협력 생태계가 구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차는 내년 1월 부지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울러 화성시에 전국 최초 ‘목적기반형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기아 오토랜드 화성공장 내 10만㎡ 부지에 약 8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전기차 생산의 거점으로 도약하겠다는 내용이다. 기아차는 오는 3월 착공, 내년 12월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아차는 광명시에 ‘전기차 공장’을 증설하는 것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기아 오토랜드 광명공장 내 1만8천㎡ 부지에 약 4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더하겠다는 것이다. 오는 7월 착공을 목표로 한다. 도 관계자는 “다음 달 광명시 등 관계 기관과 업무협약(MOU)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전달 받아 기업의 건의 사항을 검토하는 단계”라며 “다각적인 방면으로 사업을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는 지금] 영국의 크리스마스

시간은 언제나 그랬듯 아무도 기다려주지 않고 금방 지나가 우리는 금세 새해를 맞이하게 됐다. 대부분의 연말과 새해를 영국에서 혼자 보내는 필자는 운좋게도 이번 연말을 영국인 친구와 보내면서 영국의 크리스마스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는 영국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널리 기념 되는 가장 큰 명절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연말이면 길가와 집 안에서 크리스마스 느낌이 나지만 1년 중 가장 중요한 날인 유럽의 크리스마스와는 비교가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설날과 같은 급의 명절이기 때문이다. 연말이 점점 다가오면서 10월이 끝나갈 때쯤이면 영국에선 핼러윈을 기념하는데 핼러윈의 풍습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듯이 아이들이 유령 또는 여러 캐릭터의 모습으로 분장하고 이웃집을 돌며 사탕을 받아 간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주로 분장하고 파티를 하기도 한다. 핼러윈이 끝나고 11월에 돌입하면 영국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크리스마스를 위한 준비를 한다. 사람마다 얼마나 크리스마스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집을 꾸미기 시작하는 시기도 다르다. 그러다가 12월이 되면 ‘어드벤트 캘린더’라 불리는 강림절 달력을 열기 시작한다. 어드벤트 캘린더는 크리스마스 당일 전날인 12월1일부터 24일까지 기재돼 있는 달력으로 보통은 각각의 날짜에 맞춰 열어 볼 수 있는 작은 선물이 들어있다. 이렇게 크리스마스가 오는 날까지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며 사람들은 24일동안 매일 하나씩 그날의 선물을 열어본다. 이러한 이유로 11월 즈음부터 슈퍼마켓에 가면 과자와 초콜릿 등이 들어있는 어드벤트 캘린더가 진열되기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연말 분위기가 점점 형성되면서 영국의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연극을 준비, 부모를 초대해 공연을 하기도 한다. 이렇게 학수고대하며 기다리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이 되면 본격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집 안에서 느낄 수 있다. 모든 명절이 그렇듯이 영국에서도 집집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고유의 다른 전통이 있다. 가족보다는 연인과 번화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한국의 크리스마스와는 달리 영국에서는 대부분 온 가족이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고 카드게임이나 보드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때는 어차피 외출해 봤자 문을 연 가게도 없기 때문이다. ‘멀드 와인’이라고 불리는 따뜻하고 크리스마스 향이 나는 와인을 마시기도 하고 장작불을 지피는 집도 있어 이 시기에 밖을 돌아다니면 나무 타는 냄새가 은은하게 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이 영국 사람들도 눈이 오는 화이트크리스마스를 소원하지만(런던에는 눈이 거의 오지 않기 때문에) 대중교통이 대부분 먹통이 되는 터라 막상 눈이 오면 사람들이 불평하는 영국스러운 정서도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그렇게 보내고 25일이 되는 밤 12시에 맞춰 각자 선물을 하나씩 뜯어보고 잠에 든다. 다음 날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면 온 가족이 모여 트리 밑에 놔둔 선물을 열어 보고 서로에게 사랑을 담아 써준 카드를 읽는다. 그러고는 모두 식탁에 둘러앉아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긴다. 이때 식탁에 오르는 영국만의 독특한 크리스마스 대표 음식으로 칠면조, 크랜베리 잼, 그레이비, 그리고 브러셀스프라우트라 불리는 작은 양배추와 감자, 당근 등을 먹는다. 만찬을 즐기고 나면 영국의 전통 푸딩인 크리스마스 푸딩을 먹는데 이 푸딩은 먹기 전에 도수가 높은 술을 위에 붓고 불을 붙인 다음 그 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다 크림을 부어 먹는 것이 오랜 전통이다. 이렇게 영국인들에게 1년 중 가장 큰 명절인 크리스마스는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매우 가족적인 행사다. 선물도 준비해야 하고 만찬을 위해 음식 준비도 많이 해야 해 피곤한 날이기도 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진심으로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는 크리스마스를 즐거워하고 1년 동안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진정한 명절과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며 후회 없는 새해를 보내리라 다짐했던 더없이 따뜻한 성탄이었다.

[천자춘추] 고부가가치 창출 여성기업 육성 필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의 ‘2023 임원 인사’ 소식이 지난 연말부터 전해졌다. 삼성전자에서는 오너 출신이 아닌 첫 여성 사장이 나왔고 50, 60대 남성이 대부분이던 10대 그룹 사장 명단에도 여성들이 이름을 올린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대기업에 굳건하던 유리천장이 본격적으로 깨지기, 아니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고무적인 소식이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성별 간 임금 격차 등을 토대로 산출되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유리천장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여전히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고용시장을 포함한 우리나라 경제시장에서 여성의 지위와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는 것을 여성 중소기업인으로서 이러한 현실을 매 순간 경험하고 있기에 대기업의 변화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전국에서 가장 여성 기업이 많다는 경기도의 74만개 여성 기업도 아마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은 남성 기업인 대비 강점으로 ‘섬세함’을, 약점으로 ‘리더십’을 1위로 꼽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전국 여성 기업인들은 ‘리더십’을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 기업인으로의 강점과 약점으로 꼽았다는 것이다. 이는 경기도 여성 중소기업이 부동산, 교육 서비스 같은 섬세한 직무가 있어야 하는 업종이 가장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경기도 여성 기업인들이 남성 기업인 대비 여성 기업인의 약점으로 꼽은 리더십은 어떤 의미로 해석해야 할까. 경기도 여성 기업인으로서 또 여성 경제인단체를 이끄는 수장으로서 분석해 본다면 경기도 여성 기업의 종류와 특성 때문이 아닐까 한다. 외국의 한 여성 리더십 연구에서 조직 내 업무 기능이 다양했을 때, 즉 많은 직원이 다양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을 때 여성의 리더십이 빛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 소통, 화합 같은 여성 특유의 섬세한 특성이 직무와 직원들이 다양해질수록 발휘됐다는 것이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지회 회원사 중 리더십이 빛나는 여성기 업의 사례로 ㈜클린시티 임은애 대표이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4명이 자본금 120만원으로 시작한 자활기업 ㈜클린광주 임은애 대표는 전국에서 2명이 선정되는 자활명장이 됐고 자본금 1억원이 넘는 사회적기업 ㈜클린시티로 사명을 바꾸며 성장했다. 최근에는 방역과 소독분야에 편중된 매출 구조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특히 올해는 새 사업으로 출장 세차사업을 시작했다. 임 대표는 “출장 세차는 올해 7월부터 안산 소재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가서 시작한 사업”이라며 “연수원이 연수생들에게 무료 세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사업 수행기관으로 우리가 된 거다. 반응이 좋아 내부적으로 기대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다회용기 세척 사업 및 소비재 제품 개발을 시도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리더십이 빛나는 여성 기업인도 많다. 현재 경기도 여성 기업의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부동산, 교육서비스, 숙박업 등은 상대적으로 직무가 단순하고 적은 수의 직원과 함께 운영되기에 여성의 리더십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많은 경기도 여성 기업인이 리더십을 약점으로 꼽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까지 경기도의 여성 기업이 양적으로 성장했다면 이제 여성 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다. 다양한 직무를 수행하는 혁신형 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여성 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 여성 창업과 여성 기업에 특화된 투자에 대한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고 여성 인적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경기도 여성 기업 관련 연구조사가 확대돼야 하고 경기도 여성 기업 간의 네트워크 구축, 성평등적인 기업 문화 및 환경 조성 등이 필요하다. 한 신문에서 올해 1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사장 인사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여성사장시대’를 꼽았는데 언젠가 신문 1면에 ‘여성기업시대’가 대서 특필 되는 날이 열리길 기대하며 오늘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업인 모두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2023신년특집] 내일의 ‘희망 JOB기’ 고군분투

20대 취준생의 하루 ‘욜로(You Only Live Once)’와 ‘플렉스(Flex)’를 외치던 청년들 사이에서 이젠 무(無)지출이 유행이다. 말 그대로 지출액을 ‘0’에 가깝게 줄여 나가며 고물가 시대에서 살아남는 게 목적인데, 특히 취업 길에 막 뛰어든 청년들에게 인기가 높다. ‘무지출 챌린지’에 나선 청년들은 습관처럼 들렀던 커피숍 대신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며 커피믹스를 타 마신다. 또 인터넷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둔 새 옷 대신 중고 거래를 하고, 절약을 위한 ‘짠테크’ 방법과 노하우를 주변 사람들과 공유해 서로를 응원하기도 한다. 나의 작은 한 걸음이 커다란 절약으로 이어지는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오늘날. 새해에도 청년들의 힘찬 걸음이 시작된다. 편집자주 ■ 스물아홉, 꿈을 향해 달리는 김주은씨의 ‘호주머니 이야기’ 얼마 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한 김주은씨(29·수원특례시)는 차가운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며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이직 준비에도 교재, 강의 비용, 자격증 시험 비용은 물론 고정 생활비가 매달 나가기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줄어드는 통장 잔액에 하루 동안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어폰으로 들리는 영어 라디오를 들으며 오늘 이슈는 어떤 내용인지, 들리지 않는 단어는 무엇인지 집중해서 생각하다 보니 금세 수원시청년지원센터에 도착했다. 이곳에서 운영하는 ‘청년바람지대 공간’은 수원시에 거주하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대여 신청을 하고 무료로 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 1층의 자유존은 별도의 대관신청 없이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해 매일 카페나 독서실에 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애용하는 곳이다. 어느덧 점심시간. 가벼워진 주머니 사정에 매일 식당에서 밥을 사 먹기 부담스럽다며 주섬주섬 가방에서 도시락을 꺼낸다. 요즘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일명 ‘냉장고 파먹기’. 냉장고에 남아있던 야채들로 만든 볶음밥을 쓱쓱 비벼 끼니를 해결했다. 이후엔 ‘국민내일배움카드’를 이용해 들을 수 있는 강의 스케줄을 살펴본다. 국민내일배움카드는 정부에서 직업훈련이 필요한 이들에게 스스로 직업 능력을 개발할 수 있도록 교육비를 일부 지원하는 제도다. 교육비로 취업이나 이직에 필요한 직무능력을 배울 수 있 어 인기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교통비도 아끼고 운동도 할 겸 구불구불 골목길을 걸어간다. ‘캐시 워크 앱(100보당 1캐시를 주는 앱)’을 사용하면 주는 포인트를 모아 카페, 편의점 등 기프티콘을 구매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그가 오늘 쓴 지출은 편도 버스비 1천300원. 스물아홉, 아름다운 청춘 주은씨는 오늘도 걷는다. ■ 스터디 늘리고 자취방서 셀프 촬영까지...“불안감 이기는 건 노력뿐” 매일 오전 8시, ‘아준생’(아나운서 준비생) 최승호씨(27·하남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새롭게 올라온 채용공고가 있는지 확인하고 마감일을 휴대폰에 적어둔 후 이내 신문을 펼쳐 든다. 2년째 아나운서를 준비 중인 그는 취업 준비 기간이 길어지자 나태해지지 않으려 시사상식 스터디를 시작했다. 이미 실기, 토익, 한국어까지 다양한 스터디에 가입돼 있지만 흘러가는 시간에 마음이 조급해져 최근 스터디를 하나 더 늘린 것이다. 신문을 읽다 보니 어느덧 부쩍 흐른 시간에 그는 연습할 원고를 챙겨 아나운서 학원 스터디룸으로 향했다. 학원 스터디룸은 미리 예약만 해두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연습하는 모습을 반복해서 볼 수 있도록 장비까지 갖춰져 있어 가난한 아준생에게는 학원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뉴스 원고 리딩, 1분 스피치, 면접 연습까지 3시간을 알차게 사용했지만 ‘조금만 더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아쉬움은 늘 남는다. 이후엔 집으로 돌아와 영상 포트폴리오 촬영을 준비한다. 일반적으로 아나운서 지원 시 자기소개, 뉴스 원고 리딩 영상을 함께 제출하는데, 헤어, 메이크업, 의상 및 스튜디오 대여비까지 한 번 촬영하는 데만 10만원이 넘다 보니 영상 하나를 찍을 때마다 주저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서 그는 화장은 셀프로, 의상은 가장 잘 어울리는 옷 한 벌을 구매해 활용하고 있다. 스튜디오 대여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이제는 스튜디오 대신 자취방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프롬프터 앱을 사용하는 ‘셀프촬영의 달인’이 됐다. 그러나 이렇게 부지런히 하루를 보내다가도 문득 불안한 현실에 잠식될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속도가 있다’는 말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곤 한다. 그는 “ 저만의 속도로 묵묵히 제 길을 걷다 보면 2023년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 수 있는 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 청춘들 새해 희망...“올해엔 새로운 결실 맺길” 매일같이 어두운 경제 위기가 전망되며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청년들은 저마다의 방법으로 하루하루를 채워가며 희망찬 미래를 기다리고 있다. 온전한 자립까지 시간이 더 소요되고, 비용이 더 투입될지언정 ‘대한민국 청년’의 새해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고용동향’을 보면 청년 취업자 수는 감소세를 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전국 취업자 수는 2천842만1천명으로 전년 같은 달보다 62만6천명 증가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5천여명 줄어 2년여 만에 전년 동월 대비 줄어드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때 자격증 등 시험 준비를 이유로 휴학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졸업자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연령이 높아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 각종 소비 비용도 만만치 않은 탓에 취업 준비 기간 동안 온전히 취업 준비에만 전념할 수도 없는 실정이다. 물가 따라 고공행진하는 학원비, 시험 응시료에 더 이상 졸라 맬 허리띠도 없다. 2021년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만 봐도 구직자의 월 평균 취업 준비 비용이 31만2천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취업의 ‘뫼비우스의 띠’가 아닐까.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취업 준비를 해야 하지만 취업 준비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다 보니 ‘취준준생’이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욜로 하다 골로 간다’는 말이 하나의 밈(meme)이 된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요즘 청년들의 ‘무지출 챌린지’가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 또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수진 소비 트렌드 분석센터 연구위원은 “무지출 챌린지는 소비를 줄인다는 경제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핵심은 ‘도전’임을 내포한다”며 “청년들은 인플레이션 속에서도 미세 행복을 추구하고 과정 자체에 의미를 둔다”고 강조했다. 이은진기자·오민주수습기자

[2023신년특집] 달려라! 미생... 보인다! 완생

‘완생(完生)’을 꿈꾸는 ‘야구 미생(未生)’들이 모여 꾸려진 독립야구단 가평 웨일스. 가평 웨일스는 2021년 시흥 울브스로 창단돼 야심 차게 독립야구단 경기도리그에 참가했으나 열악한 환경 속 17명에 불과했던 선수단에 부상자들이 발생하며 흔들리기 시작했고, 시즌 중 단장이 사퇴하며 위기에 몰렸다. 첫 시즌 성적은 11승3무27패, 승률 0.289로 최하위에 머물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저조한 성적과 운영 방향 등의 이견으로 인해 창단 1년 만에 절체절명의 해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진야곱 감독(34)은 자신을 믿고 입단한 선수들을 위해 새로운 연고지를 찾았고, 이때 가평군체육회가 손을 내밀었다. ‘해체 후 재창단’ 형태로 지난해 1월 공식 MOU를 맺고 새롭게 출발했다. 진 감독은 “은퇴 후 스포츠 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지인의 제안으로 독립야구단 감독을 맡았다. 초기 과정에서 잡음도 있었고 원대한 꿈을 갖고 감독직을 맡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를 믿고 입단한 선수들을 끝까지 책임져야겠다는 사명감에 팀을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흥 울브스 시절 감독, 코치, 단장 등 1인 다역을 해온 진 감독은 가평으로 연고지를 옮기면서 든든한 조력자가 생겼다. 임광섭 타격 코치가 오면서 역할을 분담했고, 가평군체육회 사무국장이 단장을 맡으며 업무 분담이 이뤄지고 체계가 잡혔다. 더불어 군체육회에서 가평야구장과 웨이트트레이닝장, 차량·식사 등을 적극 지원해 주며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다. 연고지 이전과 함께 17명이었던 선수가 22명으로 늘었고, SNS와 유튜브 채널 ‘패자부활전’을 운영해 팬들도 생겼다. 그 결과 2022시즌은 18승4무18패(5위)로 승률을 50%까지 끌어올렸다. 팀 에이스이자 경기도리그 최우수선수(MVP)인 외야수 이정재(24)가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하는 경사도 맞이했다. 진 감독은 “투수 출신 감독으로 야수들을 지도하기 어려움이 있었는데 임 코치가 오시면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라며 “선수들이 보다 많은 시간 훈련하고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됨에 따라 기량을 발전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정재의 프로과 진출해 “(이)정재가 프로구단에 입단한 것이 선수들에게 큰 자극제가 됐다. 정재는 2021년 7월 소집해제 후 입단했는데 몸이 안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러나 모든 선수들이 인정할 정도로 열심히 훈련했고 결국 좋은 결실을 맺었다. 선수들이 그를 통해 희망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돈을 받고 야구를 하는 프로 선수들과 달리 독립야구는 선수의 개인 회비로 팀을 운영한다. 가평 웨일스의 월 회비는 50만원으로 타 구단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러나 20대 선수 대부분은 주말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와 회비를 충당하고 있다. 다행히 가평군체육회의 주선으로 인근 학교에 선수들을 시간 강사로 파견토록 도왔지만 이마저도 2022시즌 종료 후 현실의 벽에 막혀 10명의 선수가 팀을 떠났다. 김종남 가평 웨일스 단장은 “선수단의 고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올해 부터는 예산 중 일부가 출전 수당으로 지급될 예정이고, 가평 연고 ‘르봉뺑제빵소’를 후원사로 구했다. 이 밖에도 여러 기업들을 만나 후원사를 찾고 있다”며 “경제적 이유 때문에 일찍 야구를 포기하는 선수가 없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진 감독은 2023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지난 시즌은 경기 초반 부상자와 연고지 이전 등으로 흔들렸지만 후반기에는 패배보다 승리하는 경기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진 감독은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승리를 차곡차곡 쌓도록 하겠다.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3위 안에 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인터뷰] 투수 황채형, 남다른 새해 각오 “비선수 출신 프로 입단 역사 쓰겠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가평 웨일스에 입단했습니다. 프로 입단은 저의 오랜 꿈입니다.” 2024년 드래프트에서 비(非)선출 출신으로 프로에 입단하는 역사를 쓰겠다고 피력한 가평 웨일스 투수 황채형(24)은 2023년 자신의 능력 120%를 쏟아부어 꿈을 이루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황채형은 “작년 6월 입단했다. 미국 워싱턴대에 재학하다가 군 복무를 위해 귀국했고, 제대 후 어린시절 꿈인 야구에 마지막 열정을 쏟고 싶어 입단했다”며 “가평 웨일스를 선택한 이유는 진야곱 감독님의 존재가 크다. 같은 왼손 투수 출신이고 2017년까지 프로생활을 하신 감독님께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또한 진취적인 팀의 비전도 제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휴식기이지만 어린 시절부터 경험을 쌓은 동료들에 뒤처지지 않고자 훈련장 인근에 자취방을 구한 뒤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며 “감독님께서도 제 열정을 좋게 봐주셔서 비시즌에도 하루 2~3시간씩 1대1로 코칭을 해주신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채형은 “안정적인 피칭 자세와 유연성이 좋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구속은 130㎞ 초반으로 파이어볼러는 아니지만 직구와 슬라이더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며 “짧은 경험에 비해 겁이 없는 것이 강점이다. 지난 시즌에는 중반에 입단해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면 2023 시즌은 많은 출전 기회를 얻어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다”고 피력했다. 황채형은 “팀 내 유일한 비선수 출신이지만 열정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감독님께서도 선수 출신과 달리 나쁜 습관이 없어 오히려 지도하기에 좋다고 하셨다. 훌륭한 감독님 아래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다”며 “나의 도전을 무모하다고 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꿈꿔온 일이다. 올해 안에 성과를 내겠다. 스스로 나태해지지 않게 다그치고 있다. 후회 없는 1년을 보내고 싶다”고 각오를 내비쳤다.

[2023신년특집] 위기를 기회로 바꾼 ‘옐로우하트’

코로나 쓴맛 내리고 단맛 찾았죠 올겨울 최강 한파가 몰아친 12월 어느날 수원 북수동. 한적한 골목길 귀퉁이에 자리한 카페가 눈길을 끈다. 상호 ‘옐로우하트’처럼 가게 안팎이 온통 노란색이었다. 덕분에 알 수 없는 따뜻함을 느끼며 안으로 들어서자 평일임에도 곳곳에 앉아 있는 손님들로 시끌벅적했다. 주방 안에선 이 카페 주인인 남소라씨(35)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남씨가 카페 문을 처음 연 건 2020년 2월2일이다. 20200202. 숫자의 대칭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선택한 날이었다. 약 4개월 전 지금의 가게 자리를 확정해 오픈까지 준비할 게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카페 문을 열었지만, 불행하게도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된 시기와 겹쳤다. 처음에는 큰 영향이 없었다. 새 카페를 찾는 손님들도 하나둘 늘기 시작했다. 20, 30대의 데이트 코스로 꼽히는 행궁동 근처라는 점도 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였다. 덕분에 매출도 올랐고, 가게 인지도도 오르는 등 여러모로 기분좋은 출발이었다. “(가게 오픈 당시) 코로나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들려 조심스러운 시기였는데, 그래도 입소문을 타고 손님들이 검색까지 해서 찾아주셨어요. 5, 6월까지는 정말 괜찮았죠. 그런데 그 이후 차츰 손님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어요. 코로나가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결국 그해 10월11일부터 4인 이상 모임 금지가 실시됐죠. 12월에는 정말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정부는 그해 모임 인원을 2인까지 제한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카페에는 포장 손님만 드나들기 시작했다. 상권 특성상 매장 영업이 주를 이뤘기에 남씨의 가게는 손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다달이 떨어지던 매출은 어느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남씨 홀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기에 인건비 지출은 없었지만, 그럼에도 월 100만~150만원가량 손해가 이어졌다. 그렇게 해를 넘겨 2021년 2월 초까지 상상조차 못했던 보릿고개는 계속됐다. “그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어떻게든 마이너스를 줄이려고 노력했죠.” ■ 위기를 기회로...경험과 아이디어로 승부를 매출이 줄고 수익은 없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상황. 많은 자영업자들은 이때 무너진다. 대출을 받아 꾸역꾸역 가게문을 열어보지만 도무지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자연스레 폐업을 떠올리게 된다. 많은 자영업자가 코로나라는 큰 산을 넘지 못했고 무너졌다. 남씨도 그랬다. 포기가 가장 쉬운 방법 같아 보였다. 하지만 처음 가게를 오픈할 당시의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버텨보자. 그래도 1년은 버텼으니까.” 그렇게 절망 대신 새로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리모델링이었다. 바닥 공사를 새로 했고, 인테리어도 고쳤다. 작업 과정에서 냄새가 심해 평소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일들이었다. 어차피 거리두기 상황이었기에 손님들을 받을 수 없어 과감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덕분에 매장 분위기가 크게 바뀌었다. 주말을 비롯해 휴일이면 손님들이 몰려들면서 차츰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수원시의 소상공인 지원 프로젝트가 큰 도움이 됐다. “원래 창업 전에 김밥 프랜차이즈 회사에서 일을 했어요. 그래서 매장 돌아가는 생리를 알고 있었죠. 처음 시작할 때도 장사가 안 될 때를 대비해 따로 현금을 마련해 놨어요. 최소 월세나 기본 유지비 몇달 치라도 갖고 있자는 생각이었죠. 오픈 초반에 벌어들인 수익까지 더해서 조금 여유가 있었어요. 그런 준비가 없었다면 정말 힘들었을 것 같아요.” 새로운 디저트 메뉴도 개발했다.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박나래가 만들어 화제가 됐던 음식이다. 행궁동에서 방송에 나온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은 남씨의 카페가 유일했고, 입소문을 타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지금은 근처 카페에서 비슷한 메뉴들이 생겨 해당 메뉴는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지만, 생각지 못한 단골손님이 생긴 것에 만족했다. ■ 생존전략은 ‘나만의 경쟁력’ 아무리 힘들어도 남씨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만약 회사에 얽매여 있었다면 할 수 없었을 일들, 또 홀로 자유로웠기에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있었다. 어느덧 오픈 3년째. 이제 제법 자리도 잡았고, 수익도 안정권으로 접어들었지만 주변에 더 크고 화려한 카페들이 생겨나는 게 불안할 때가 있다. 금리 인상, 세계적인 경제 침체 등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도 커피 전문점 개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도내 커피전문점은 총 2만2천219개로 집계됐다. 2020년 1분기 1만8천69개에서 2년만에 4천150개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1분기에만 1천416개의 커피전문점이 개업했고, 폐업한 곳은 736곳에 불과해 전체적인 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남씨는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이룬 지금이 행복하다. 회사에서 받던 월급보다 더 큰 돈을 벌면 더욱 좋지만, 설령 그렇게 벌지 못해도 상관 없다. 스스로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 수 있다면 만족한다. 임대료를 올려받지 않는 건물주도 감사할 따름이다. 그런 남씨에게 어쩌면 사치일지도 모르지만 작진 않지만, 그래도 이루고 싶은 목표가 하나 생겼다. 그리고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지금 운영하는 카페의 2호점을 내고 싶었어요. 이제껏 겪은 시행착오들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2호점이 아니어도 돼요. 식당이 될 수도 있고요. 제2의 창업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처음 창업을 하시면 생각보다 수익이 크지 않아 실망할 수도 있어요. 예상보다 매출이 적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1년만 버텨보세요. 그 1년만 넘기면 사람들의 반응이 보여요. 장사가 안 된다고 꺾이면 안 됩니다.”

귀청 때리는 소음 고통... 무늬만 방음터널 [현장, 그곳&]

제2경인고속도로 화재로 46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2년5개월 전 비슷한 사고로 유명무실해진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이 주민들의 소음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 더욱이 방음터널 화재가 수원·용인특례시 경계에 걸쳐 발생, 해당 지자체가 복구비용 분담 등을 협의하느라 아직까지 공사가 시작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이달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완공까진 1년가량이 소요돼 주민들의 고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3일 오전 10시께 하동IC 고가차도 방음터널(수원특례시 영통구 하동 및 용인특례시 수지구 상현동). 지난 2020년 8월20일 한 차량에서 난 불이 방음터널로 확대되면서 해당 터널 구간 500m 중 200m가 소실됐다. 방음터널 천장과 측면의 철제구조물은 검게 그슬린 흔적이 역력한 데다 녹슬고 휘어져 있는 등 도심 속 흉물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더욱이 고가차도 모서리 부분에는 화재 당시 녹아내린 방음터널의 잔해가 시커멓게 굳어 있어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재로 없어진 방음터널 유리 탓에 차량이 달리면서 내는 소음은 고스란히 귀청을 때렸다. 실제로 본보가 방음터널과 60여m 떨어진 곳에서 소음을 측정한 결과 70dB(데시벨)이 나왔다. 70dB은 수면 방해뿐만 아니라 라디오 등의 청취가 힘든 정도의 소음이다. 상황이 이런 탓에 인근 주민들은 25t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방음터널과 약 100m 떨어진 광교마을40단지 아파트에 사는 김상국씨(51·가명)는 “불이 난 직후 업체 관계자들이 와서 견적을 보는 것 같았는데 지금까지 복구가 안 되는 실정”이라며 “이런 문제뿐만 아니라 소음과 매연이 그대로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불에 탄 200m 구간 중 100m가 용인시에 위치한 만큼 수원특례시는 해당 지자체와 복구 비용 분담을 논의했으나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불이 난 지 2년5개월이 지난 올해 들어서야 수원특례시는 38억원을 본예산안에 반영했다. 같은 해 추가경정예산안에 30억원을 추가로 편성할 예정인 시는 이번 달 안으로 복구 공사에 들어간다는 방침이지만 공사기간이 1년인 만큼 주민들의 소음 고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특례시 관계자는 “지자체 간 경계에 걸친 시설물의 경우 관리 주체는 정해졌으나 사고에 따른 복구 주체는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용인특례시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분담에 난색을 표하면서 협의가 어려웠던 상황”이라면서도 “올해 예산을 편성한 만큼 복구 공사를 진행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해 12월29일 오후 1시49분께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차도 방음터널에서 주행 중이었던 폐기물 운반용 집게 트럭에서 불이 났다. 방음터널로 옮겨 붙은 불로 연기가 이곳 안으로 퍼져 5명이 숨지고 41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3명은 중상이다.

[휴먼시티 수원] 시민이 웃는 ‘즐거운 수원’ 만든다

수원특례시가 3년 만에 시민들과 함께 새해를 맞았다. 화성행궁 여민각에서 종을 치며 계묘년의 시작을 알리고, 떡국을 나누며 시민들과 덕담을 주고받고, 팔달산 서장대를 비추는 계묘년 첫 햇빛을 가슴에 담았다. 민선 8기의 실질적인 도약이 시작될 올해, 시는 ‘새로운 수원, 편안한 시민’을 위한 정책 목표들을 설계했다. 5대 목표 중 앞선 경제·혁신도시와 소외 없는 도시 구상에 이어 나머지 세 가지 구상을 소개한다. ■ 다채로운 일상이 펼쳐지는 도시 시는 계묘년 한 해 동안 언제 어디서나 다채로운 일상으로 시민들을 즐겁게 한다는 목표를 세 번째로 꼽았다. 우선 문화가 일상이 되는 특별한 문화복지 실현을 위한 시정을 펼친다. 공연 공간과 문화예술 전문인 전수조사를 통해 공연 공간을 확보하고 인적 자원을 연계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연장을 검색하고 대관까지 할 수 있는 예약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을 개발한다. 또 법정문화도시 사업의 2년 차를 맞아 추진방식을 다각화하고자 다양한 주체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거버넌스도 강화한다. (가칭)수원문화시설과 정조테마공연장, 미디어센터 등 문화 거점이 될 인프라 건립도 연내에 마무리한다. 관광서비스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더욱 다양해진다. ‘터치수원’ 앱과 XR 관광으로 눈길을 끌었던 스마트관광도시 구축사업을 고도화하고, 제휴점 확대 등으로 안정적인 스마트관광 서비스를 제공한다. 관광자원거점 역할을 할 ‘여행자 라운지’도 행궁사랑채, 화홍사랑채, 스토리거점센터, 근대여행거점센터 등 구도심 일대에서 확대할 예정이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더 많은 종목을 더 많은 시민들이 몸소 즐길 수 있게 확장을 노린다. 올해는 아이스하키와 배구 등 국제적 규모와 경쟁력이 있는 스포츠대회가 수원에서 열리는 것을 볼 수 있다. 학교체육과 스포츠클럽의 지원은 물론 체육인들을 위한 생활체육대회 등 지역체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과 육성 노력도 병행된다. ■ 더 빠르게 만들어가는 미래도시 올해 시정계획의 네 번째 목표는 도시공간과 주거환경을 확충하고 개선함으로써 편리하고 효율적인 도시체계를 갖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혁신적인 도시계획으로 공간의 미래를 도모하는 것이 핵심이다. 시는 민선 8기 비전과 목표의 실행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2040 수원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효율적인 도시공간을 창출할 예정이다. 수인분당선 상부공원에 공공청사와 문화시설 등 생활인프라를 갖추고 화서역 공영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주차공간과 창업시설, 주거공간이 함께 들어서는 복합개발사업도 추진한다. 장안지구, 고색2지구, 망포4지구, 대유평지구 등 지구단위계획으로 균형적인 도시발전과 살기 좋은 공간 창출도 계획 중이다. 노후주택의 주거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 15년 이상 경과된 노후주택의 단열과 창호 등 보수 공사비를 최대 1천만원까지 지원하는 집수리 사업을 민간과 협력해 추진하고, 리모델링 활성화를 지원하는 4S전략도 수립해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노후주택의 신속한 정비를 위해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 기간을 평균 16년에서 10년으로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교통체계를 더욱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도 마련했다. 신분당선 연장, 동탄인덕원선 복선전철 건설, 수도권광역급행철도 착공, 동수원권 광역철도망 확충, 수원발 KTX 직결사업 등 광역철도망 구축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오산~용인 고속도로와 수원 동서 간 대심도 터널, 수원역 동측 환승센터 조성 등 효율적인 교통을 위한 건설 사업도 추진한다. 여기에 ‘생태교통 수원 2013’ 1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친환경 교통수단을 확산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광교에서 시작된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를 고색 델타플렉스 지역과 당수지구로 확대하고,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응신호 교차로, 신규 주거지역에서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 스마트 수원 혁신거점으로 조성하는 등 데이터 기반 스마트도시 기반도 구축한다. ■ 실천으로 이행하는 탄소중립도시 2023년 계획의 마지막은 환경으로 채워졌다. 탄소중립 그린도시 조성사업이 권선구 고색동과 탑동 일원에서 본격화되고, 수원의 생태와 자연을 확인할 수 있는 도시생태현황지도 구축을 추진한다. 탄소중립 멘토-멘티를 연결하고, 생물다양성 위협요인 등을 확인하며 시민과학과 환경교육을 연결한 시범 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 예상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10%를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무단투기 근절과 생활폐기물 샘플링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환경기초시설단지 신규 조성을 위한 입지타당성 사전조사 용역을 추진하고, 시민 중심의 위생환경 조성으로 안전하고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올해 말이면 안정적인 하수 처리를 위한 황구지천 공공하수처리시설 건설도 마무리돼 상부 공간은 체육 및 편익시설로 조성해 시민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어울리는 수원의 미래도 시작된다.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시민들이 주체적으로 다양한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손바닥 정원 400개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이다. 도심을 걸으며 5분마다 만나는 작은 정원은 시민들의 일상을 휴식과 녹색으로 채울 예정이다. 이재준 수원특례시장은 “변화와 전환, 공감을 핵심 가치로 수원시 공직자들과 함께 빛나는 시민 및 새로운 수원을 만들어 갈 것”이라며 “친근한 옆집 이웃처럼 시민들과 더 가까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2023 신년인터뷰] 도성훈 인천시교육감

인천에서 직접선거를 통해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올해 ‘사제동행’을 지표로 ‘학생성공시대’를 열어나갈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 도 교육감은 “학생과 교직원, 학부모가 한마음으로 학생성공시대를 함께 열 것”이라며 “동행하는 마음을 바탕으로 2023년을 ‘학생성공시대’의 원년으로 삼고, 인천교육의 표준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 과정에서 학생과 학부모,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현장형 교육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도 교육감은 코로나19 3년이 지나고 감염병의 위기를 벗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어려운 구간을 지나고 있는 만큼 올해 교육 회복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도 교육감은 “코로나 3년의 교육결손이 학습, 사회성·정서, 신체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며 “기초학력향상, 사회성·정서학습, 신체건강을 위한 스포츠교육 등으로 완전한 교육회복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도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학생 성공 시대’로 도약하기 위한 중점 사업은. 코로나로 우리 아이들이 가장 어려움에 처한 부분이 기초학력과 학습역량이다. 따라서 내년도 역점과제를 ‘기초학력, 학습역량 강화’로 정했다. 기초학력, 학습역량 강화를 위해 7대 역점사업을 계획했다. ‘진단-지원-평가’ 학생 맞춤형 기초학력 보장이다. 국어, 수학 1수업 2교사제, 찾아가는 학습 클리닉, 느린학습자, 난독증 학생 지원을 위한 민•관•학 협업 지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 디지털 생태 문해력 함양도 중요하다. 노트북 활용한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안전, 디지털 활용교육, 생태전환교실, 인천형 바다학교 등 생태교육을 실천하겠다. 종전에는 ‘책 읽는 인천’이었다. 이에 더해 ‘책 읽는 인천, 글 쓰는 인천’을 준비 중인데, 여기에 걷기를 추가해 ‘책 읽는 인천, 함께 걷는 인천, 글 쓰는 인천’도 생각 중이다. 이를 통해 학교도서관 전담인력 배치도 확대하겠다. 수학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다. 이에 체험하고 탐구하는 즐거운 수학을 위해 수학교육을 내실화하겠다. 1인 1예술, 1인 1체육교육 등으로 사회성·정서학습(SEL)도 실천하고, 예비교원-퇴직교원-지역전문가가 함께하는 1천명의 학습코칭단으로 아이들의 학습 성공을 지원하고자 한다. 이 모든 사업을 위해 필요한 것이 지원체제다. 학습종합클리닉센터를 강화하고 기초학력지원센터 를 운영해 학습성공 지원체제 마련하고자 한다. -인천시교육청의 인상적인 사업 중 1인 1노트북 지급 진행 과정은. 2021년 6월 ‘디지털 교육도시, 인천’을 선포하며, 디지털 역량교육 기반 마련을 위해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2만6천여대를 지급했다. 2025년까지 초4~고3 전원에게 지급하도록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올해에는 초6, 중1, 고1에게 8만3천여대를 5월까지 지급할 예정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설문 결과 ‘노트북이 무거워 아이들이 힘들다’, ‘고품질의 사용을 원한다’ 등의 내용이 주를 이뤘다. 따라서 전보다 50% 정도 무게가 덜 나가고(1.1㎏), 고사양 노트북을 지급한다. 노트북이 고장나면 무상수리가 가능하며, 학생 본인 과실이어도 20%만 자비 부담하면 된다. 노트북 보급과 동시에 나타날 수 있는 디지털 역기능 예방을 위해 유해 정보 차단 프로그램을 설치할 것이며, 학생 인터넷 이용 습관 진단 조사를 하고, 중독 예방을 위한 상담 지원과 더불어 학부모 교육도 실시할 예정이다. 인간과 인공지능(AI)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디지털 세상은 제2의 사회이며, 코딩언어는 또 제2의 언어이다. 따라서, 보급된 노트북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이 건강한 디지털 시민으로 자라도록 ‘디지털 리터러시, 디지털 안전, 디지털 역량교육’을 하겠다. -평소 강조하는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이란. 코로나19 기간 인천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많이 증가했다. 이에 특수학교가 과밀인 상황이다. 또 특수학교가 몇 곳 없어 대상 학생들은 매일 원거리 통학을 해야 한다. 이에 특수학교 2곳의 설립을 위한 학교 부지 확보에 노력 중이며, 특수학교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국 최초로 특수교육대상학생 전담 의료지원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하대병원, 국제성모병원, 길병원, 한림병원과 업무협약(MOU)을 하고, 진료예약 및 상담 치료를 위한 전담 창구를 마련해 병원 이동의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장애학생의 경우 졸업 후 취업에도 어려움이 많다. 전국 최초로 대학형 전공과 학생들 20명을 운영 중이다. 뷰티아트, 호텔외식조리, 호텔관광 등의 전문적 대학교육을 특수학교의 전공과에서 운영하게 해 장애학생에게 양질의 전문적 교육을 제공하고 취업과 사회통합의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현재는 대학 한 곳과 진행 중인데, 이후 한 곳을 더 늘릴 계획이다. 방과후 교육 지원을 위한 전자카드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에 대상 학생들이 보다 편리하게 방과후 교육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는 전국 최초로 장애인식 개선 지수를 개발해 전국에 보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장애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리라 기대한다. -앞으로 인천 진로교육 세부 계획은. 앞으로 온라인으로는 사이버진로교육원, 오프라인으로는 5개 권역에 학생미래수퍼비전센터가 인천 진로교육의 컨트롤타워가 될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검사-상담-체험을 원스톱으로 지원하고, 학부모를 위한 학부모교육도 병행해 학생과 학부모가 소통하는 진로교육의 여건을 만들겠다. 학생들의 성장 경로를 지원하도록 다양한 학교, 다양한 교육과정, 다양한 지원을 계획 중이다. 글로벌스타트업학교, 반도체고, 예술중, 대중예술중, 체육중, 특수학교 등을 만들어 교육의 형태와 영역을 다양화하려 한다. 외국 대학, 국제기구 연계한 진로교육 및 외국어교육, 기업가정신 해외교류 프로그램, 지역과 연계한 꿈이음 대학, 인천형 바다학교, 인천 3대 에듀투어(강화, 섬, 에코)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사이버진로교육원을 메타버스 기반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5개 권역에 학생미래수퍼비전센터를 둬 온오프라인으로 지원하고, 1천명의 진로직업멘토단으로 아이들의 맞춤형 진로진학직업교육을 실천할 것이다. 이에 더해 해외 대학 교육감 추천 전형도 확대해 인천에서 배우고 자란 아이들이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하겠다. -마지막으로 올해 각오는. 지난해 기다리던 전 학년, 전면등교가 이뤄져 학생들이 학교로 다시 왔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고, 교육이 희망이다. 인천교육이 여러분의 희망이 되도록 하겠다. 앞으로도 학생, 학부모,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현장형 교육감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코로나 3년의 교육결손이 학습, 사회성·정서, 신체 건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나타난 만큼 올해는 완전한 교육회복을 이루겠다. 디지털 리터러시, 온라인 안전, 디지털 시민교육 등 디지털 역량을 기르고, 생태전환교육·인천형 해양교육으로 생태 감수성을 길러 지속가능한 인천 미래 교육의 시대를 열겠다. 학생들이 자신의 결대로 성장하도록 글로벌스타트업학교, 글로벌 진로과정 확대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만들고, 사이버진로교육원과 학생미래슈퍼비전센터로 온·오프라인 모두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겠다. 무상급식, 무상교복에 이어 맞춤형 복지와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고, 1인 1예술교육, 40년 노후건물 개축 사업인 그린스마트미래학교도 실천해서 학생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