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신년특집] 경기도무형문화재 명인들의 하루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우리는 가끔 일탈을 꿈꾼다. 특별한 무언가가 벌어지지 않은 날엔 때론 무기력하기도 하며 특별한 일상을 고대하기도 한다. 여기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본인의 길을 꾸준히 걸어오며 저마다의 신념과 가치관을 삶에 녹여내는 이들이 있다. 매일 되풀이하며 갈고닦는 기술을 미래 세대에게 무형유산으로 남겨주는 경기도 명인들이다. 명인들이 자신만의 신념과 가치관으로 수십년간 지켜온 ‘하루’의 의미를 따라가봤다 경기도무형문화재 60호 신인영 야장 -안성대장간 5대 야장… 60년 가까이 전통 기술 보존 앞장, 익산 미륵사지석탑 등 국내 주요 문화재 보수공사 참여 -국내 유일 가능한 ‘접쇠’ 이용해 숭례문 철엽 제작·복원 칼·프라이팬 등 철물·도구 입소문… 해외서도 진가 알아봐 ■ 57년 담금질하며 지킨 ‘기본’... 해외서도 알아봐 하늘이 말갛게 푸르러 오기도 이른 오전 3시. 고요한 들판 가운데 대장간의 화덕이 붉은빛을 내뿜으며 칠흑 같은 어둠을 걷어낸다. 화덕 옆에는 한 남자가 직접 제작한 집게와 전등, 모루 받침대가 놓여 있다. 철을 식히는 담금질용 물통은 언제 가져왔는지도 모를 만큼 오랜 세월 그의 손에서 탄생한 제품을 묵묵히 받아왔다. 나무로 된 모루 받침대는 장비를 올려둬도 쉽게 떨어지지 않게 안쪽이 파여 있다. 망치는 그의 손에 맞는 두께의 고무로 감겨 있다. 저마다 시간의 흔적을 품은 물건들을 보고 있으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긍정하는 한 장인의 철학이 엿보인다. 경기도무형문화재 60호 신인영 야장(71)은 50년 넘게 ‘기본’을 지키며 전통 기술을 보존해 왔다. 그의 선명한 강철 제련 소리는 57년간 안성에서 이어졌다. 신 야장은 안성대장간의 4대 야장인 고모부 강석봉이 보관하던 장검에 매료돼 13세에 본격적으로 대장장이 일을 시작했다. 4년이 채 되지 않은 17세, 실력을 인정받아 안성대장간의 5대 야장이 됐다. 그는 1971년부터 10여년 동안 전국을 돌며 기술에 깊이를 더했다. 다시 안성대장간으로 돌아왔을 땐 국내에 그의 기술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그가 만든 물건의 모든 부분에는 이유가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호미를 만들 때도 성에(호미의 목·슴베)의 휘어지는 각도를 토질·용도에 따라 달리 한다. 날의 각도도 흙이 반대편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계산해 만든다. 제작 과정도 마찬가지다. 근대화 이후 한쪽 모서리에 뿔이 달린 서양식 모루를 쓰는 대다수 대장간과 달리 그는 여전히 원통 모양의 전통 모루를 사용한다. 전통 장비를 사용해야 원래의 쓸모가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본을 지켜왔기에 소실된 기술도 유일하게 보존하고 있다. 숭례문, 익산 미륵사지석탑, 안성 청룡사 등 국내 주요 문화재도 복원 당시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신 야장은 흙을 이용해 강도가 다른 두 철을 붙이는 ‘접쇠’가 가능한 국내 유일 대장장이로, 전소된 숭례문을 복원하는 데 이 같은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신 야장은 접쇠를 이용해 ‘철엽’을 제작하기도 했다. 철엽은 침입과 화재를 막기 위해 나무 대문에 부착하는 물고기 비늘 모양 쇠붙이 장식이다. 그는 숭례문의 철엽 411개 중 270개를 전통 방식으로 복원했다. 여러 대장장이를 통솔해 철엽 외 받침쇠, 감잡이쇠 등 주요 철물 31종을 제작했으며 총 3만7천563개의 철물을 생산해 민족의 상징을 지켜냈다. 그의 철학은 해외에서도 알아봤다. 지난 2018년 유럽 최대 인테리어 박람회인 ‘메종&오브제’를 시작으로 그 진가가 드러났다. 신 야장의 철물과 도구들이 소개되며 입소문을 탔다. 유럽과 일본이 득세한 주방칼 시장에도 신 야장의 상품이 자리를 비집고 들어섰다. 대장간 최상품에 표시하는 나무 손잡이의 ‘X’ 표기는 해외에서도 알아보며 그가 57년 동안 작업해온 데 대한 자그마한 증명서가 됐다. 그는 “칼을 구매한 한 외국인이 ‘한국에도 칼이 있었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지금까지의 노력을 해외에서도 알아보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는 옛 기술을 잊지 않으면서 현대에도 쓸모 있는 물건을 만들기 위해 도전한다. 대장장이 기술로 도래를 이용한 장식, 프라이팬, 빵칼 등을 만드는 것이 그 예다. 최근 안성시 안성맞춤박물관에서는 그의 작품을 주제로 한 특별전까지 개최됐다. 신 야장은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새해에도 일상을 유지할 계획이다. 그가 지금껏 대장장이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평상심’이다. 연말에도 그는 본인의 길을 걸었고 새해에도 그의 길을 걸어갈 예정이다. 그는 “평상심을 잃으면 작업에도 영향이 있다. 늘 그렇듯 세월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람들에게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 것”이라며 다시 망치를 들었다.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장 조경희 명인 -‘호미걸이’ 노동 피로 풀고 풍년 기원하는 민속놀이 한동안 맥이 끊겼었지만 김현규 선생이 발굴·재현 -후계자인 ‘조경희 명인’… 포용의 리더십 발휘하며 전수자들 이끌고 원형 재현·전수 보존 힘쓰고 있어 ■ 새해에도 ‘흥’ 잃지 않게... “우리는 호미걸이” 무대에 3열로 늘어선 ‘모’ 앞에서 ‘어이!’ 소리와 함께 북 연주자가 대북을 두드린다. 흰 옷을 입은 사람이 무대를 한바퀴 돌며 춤을 춘다. 춤을 멈추고 벼를 든 사람은 가장 앞 좌석에 있는 관객에게 벼를 전달하고 다시 춤사위를 보여준다. 이어 농민들이 북, 꽹과리, 장구, 징, 제금, 태평소 등의 악기를 들고 나온다. 고양특례시 송포동 대화마을에서 전승돼 온 놀이, 경기도무형문화재 22호 고양송포호미걸이의 첫 번째인 ‘상산제’에서 하늘이 내린 축복이 인간세상에 닿는 장면이다. 송포동은 고양의 유명 곡창지대이며 한반도 최초 재배 볍씨인 ‘가와지볍씨’가 발견된 지역이다. 5천여년 전부터 밭농사가 이뤄진 송포에서 매년 여름 한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기도하며 노동의 피로를 풀고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시작됐다. ‘호미걸이’는 김매기를 끝내고 올해 농사는 끝났으니 내년을 대비해 호미를 씻어 걸어둔다는 의미다. 타 지역의 풍물이 북, 장구, 징, 꽹과리로 구성되는 데 비해 호미걸이풍물은 서양의 심벌즈와 비슷한 전통악기 ‘제금’을 추가해 듣는 사람과 연주하는 사람 모두의 흥을 더 돋운다. 고양송포호미걸이보존회 회장인 조경희 명인(63)은 호미걸이의 맥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1951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맥이 끊겼던 고양송포호미걸이는 1977년 조경희 명인의 스승인 김현규 선생이 발굴·재현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98년 경기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으며 현재는 김현규 선생의 선택을 받은 조 명인이 전수자들을 이끌고 원형 재현과 전수 보존에 힘쓰고 있다. 음악과 전통에 끌렸던 조 명인은 30대라는 늦은 나이에 호미걸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는 고등학생 당시 선생님이었던 송용운 선생(전 고양예술고 이사장)에게 김현규 선생을 소개받아 호미걸이를 배우기 시작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김 선생은 조 명인이 고양 사람인 점, 악기와 소리의 재능, 전통을 이으려는 의지 등을 보고 후계자 교육을 시작했다. 조 명인은 해가 뜰 때부터 연습을 시작해 늦은 저녁까지 몰두한다. 그는 한 번의 공연을 위해 단원들과 두세달 합을 맞춘다. 두 딸도 각각 전수자·이수자로 함께 공연을 기획한다. 보존회장으로서 단원을 가르칠 때도 고민을 많이 한다. 한 번 명맥이 끊겼던 호미걸이이기 때문에 다그치거나 혼내는 것이 아닌,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한다. 단원 대부분이 나이가 많기에 누군가에게 하는 칭찬이 질투를 불러오지 않게, 무대에 서는 순서 때문에 기분이 상하지 않게 여러 방법을 생각하는 등 늘 즐겁게 분위기를 유지하려고 한다. 조 명인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즐거움’과 ‘사명감’이다. ‘내가 아니면 없어진다’는 사명감에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조 명인은 “노동의 피로를 풀고 마을 사람들이 모여 즐겁게 놀 수 있도록 하는 호미걸이놀이처럼, 새해에도 계속 즐길 수 있게 원형을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건주수습기자/사진=조주현기자

[뉴스초점] 속도제한 무시하고 ‘쌩쌩’... 위험한 보호구역

“신도시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보행 안전이 엉망인 곳이 많습니다.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아 걱정이에요.” 4일 오후 3시께 안양시 평촌동에 있는 한 초등학교. 하교 시간이 되면서 수십명의 학생들이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지만, 대형 트럭과 승용차들은 30㎞ 제한속도를 무시한 채 내달렸다. 심지어 학교 인근 골목에는 불법 주정차한 차들이 줄지어 서 있어 어린이보호구역이란 이름이 무색했다. 이곳에서 만난 구예림양(9)은 “집으로 가는 길에 자동차가 쌩하고 지나가 깜짝 놀라고 무서웠다”며 “학교에서 자동차를 조심해야 한다고 배웠는데, 어른들은 모르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5시께 군포시 산본로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학교와 노인복지관이 붙어 있어 ‘어린이보호구역’과 ‘노인보호’ 표지판이 나란히 걸려 있음에도 제한속도 규정을 지키는 운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주민 김신영씨(39)는 “신도시인 만큼 안전한 보행권을 기대했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호소했다. 경기도 신도시 내 보행자 교통사고가 최근 6년간 연평균 1천261건 발생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특히 신도시의 경우 새로운 보행 공간이 조성될 기회가 많아 보다 적극적인 교통안전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경기일보가 경기연구원이 지난해 말 공개한 ‘신도시 교통약자의 보행안전성 평가 영향 요인 분석 연구 보고서’를 살펴본 결과, 2016년부터 2021년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보행 교통사고는 총 5만7천576건이다. 이 중 1기와 2기 신도시에서 발생한 보행 교통사고는 7천563건(13.1%)으로 해마다 꾸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어린이와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 역시 같은 기간 각각 717건(연평균 120건)과 1천432건(연평균 239건)을 기록하는 등 신도시에 사는 교통약자의 보행 안전에 적신호가 켜진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렇자 전문가들은 안전한 보행 환경 조성을 위한 시설물을 적재적소에 설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도내 신도시의 경우 차도와 보도의 구분이 없는 이면도로 등 보행자 위험요소가 많다”며 “위기 대처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와 노인의 보행 안전을 돕기 위한 물리적인 시설 설치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일시정지 표지판과 경광등을 설치하고 도로포장을 변경하는 등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태환기자·오민주수습기자

[뉴스초점] ‘1·2기 신도시’ 교통약자 ‘불안한 외출’... 보호구역 태부족

경기도 신도시 내 보행자 교통사고가 꾸준히 발생하는 가운데, 1~2기 신도시의 교통약자를 위한 보호구역 수가 전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도와 경기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 2021년 6월 기준 1기와 2기 신도시 내 어린이 보호구역은 각각 156개와 162개다. 이를 인구 1만명당 개수로 환산할 경우 각각 ‘10.9개’와 ‘6.1개’가 된다.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총개수 1만6천759개, 1만 명당 개수 27.4개)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이다. 1기 신도시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이 가장 적은 곳은 평촌으로 16개로 나타났다. 이어 산본 24개, 중동 28개, 일산 35개, 분당 53개 순이다. 2기 신도시에서 고덕은 어린이 보호구역이 아예 없었다. 옥정회천은 11개, 판교 16개, 광교 18개 등의 순으로 적었다. 노인 보호구역 역시 전국에 2천673개(1만명당 개수 3.0개)가 있는 것과 달리 1기 신도시엔 9개(1만명당 개수 0.6개), 2기 신도시엔 5개(1만명당 개수 0.4개) 밖에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1기 신도시에선 중동과 평촌이 각각 1개씩으로 가장 적었고, 2기 신도시에선 고덕을 비롯해 동탄2·위례·운정·옥정회천 등에 노인 보호구역이 ‘0개’였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교통 인프라 개선과 함께 운전자의 인식 개선 등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상진 서울대 환경계획학과 교수는 “보호구역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운전자가 보행자를 절대적으로 보호해야 하는 장소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며 “특히 (신도시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자동차와 보행자가 뒤섞여 다니는 보차혼용 도로에선 운전자 스스로 각별히 주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호철 명지대 교통공학과 교수도 “제도와 시설적인 측면도 물론 중요하지만, 운전자가 교통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인식을 먼저 해야 한다”며 “또한 지능형 무인단속 시스템인 ‘스마트 교차로’ 등을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연구원 관계자는 “운전자가 ‘보행자를 우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보호구역과 일시정지 표지판 등을 설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태환기자·오민주수습기자

경기 의원들 동영상 홍보 ‘여소야대’

경기 의원들이 동영상 홍보에서 ‘여소야대’의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의원 59명 중 여당이 8명, 야당과 무소속이 51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의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동영상 홍보도 큰 차이를 보여 내년 22대 총선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본보가 4일 현재 경기 의원들이 동영상 홍보로 활용하고 있는 유튜브 구독자 수를 확인한 결과, 1만명 이상을 기록 중인 경기 의원은 여당인 국민의힘이 1명인 데 비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은 11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당내 비율을 보면 국민의힘 12.5%, 민주당(49명)은 20.4%가 각각 1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기록 중이다. 전체 경기 의원 중 1위는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성남 분당갑)으로 21만9천명을 확보했다. 나머지 국민의힘 의원 7명이 1천~2천명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독보적이다. 메인 동영상인 ‘분당·판교를 위한 안철수 선언’을 비롯해 지역구와 상임위 활동, 안철수·진중권 철권토크,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 언론 인터뷰, 다큐스토리, #shorts, 철수마켓, 소통라이브 등 다양한 메뉴로 구성돼 있다. 2·3위는 민주당 김남국(안산 단원을)·이탄희 의원(용인정)으로 각 15만7천명, 14만1천명으로 집계됐다. 김남국TV와 이탄희TV는 상임위 동영상이 많은데, 특히 이 의원의 ‘타니-BEST’ 쇼츠 영상에는 조회수 100만회 이상을 기록한 것도 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남양주병)과 정의당 심상정 의원(고양갑)은 각 2만7천명과 2만5천명을 확보, 4위와 5위로 조사됐다. 김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 쇼츠 영상을 중심에 배치했고, 심 의원은 노동자들과의 만남과 기자회견을 앞에 내세워 시선을 모은다. 이 밖에 민주당 강득구(안양 만안), 김승원(수원갑), 윤영찬(성남 중원), 이소영(의왕·과천), 이재정(안양 동안을), 조정식(시흥을), 홍정민 의원(고양병) 등이 1만~2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 21대 총선 혹은 지난해 대선 이후 동영상 홍보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며 1천명 이하에 불과한 경기 의원도 수두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원들의 유튜브 구독자가 모두 지지지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홍보에 효과가 있는 만큼 여당 의원들이 더욱 분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고]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새해 들어 정부가 부동산 관련 금융, 세제, 분양 규제를 5년 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았다. 이러한 규제 완화는 현재 급속도로 냉각된 부동산 시장이 경착륙하지 않고, 최소한의 거래를 이어가는 가운데 하향 안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정책 방향이 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인지 현재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진보와 보수 정권이 공통적으로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 만큼은 미세조정보다는 큰 변화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이 세밀하지 못하면 시장 참여자의 과도한 쏠림을 유도하게 되고, 결국 부동산 가격 주기의 폭을 확대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분석과 논의가 있을 수 있으나, 여기서는 부동산 금융에 국한해 몇 가지 단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대출 규제 완화가 건설사들의 미분양 문제를 완화할 것이라는 기대는 근거가 강하지 않다. 현재의 미분양은 구매자가 소득으로 부동산 가격을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높은 금리 때문에 차입을 이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과 금리가 변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출을 확대한다고 해서 해결되기 어렵다. 오히려 부동산 가격과 금리 하락이 미분양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정부는 소위 ‘영끌’을 한 한계 차주의 대출을 이들보다 채무 상환능력이 우수한 실수요자가 받아줄 수 있다면 금융회사로 전이되는 시스템 위험을 차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낙관론일 수 있다. 현재와 같은 높은 금리 수준하에서는 동액의 대출을 인수한 그 누구라도 그 막대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내 부동산 관련 대출 규모는 역대 최대 수준이며, 올 하반기까지도 금리 인상이 예측되고 있어 그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이러한 유례 없는 부동산 금융의 규모는 대출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위기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국제적인 금리상승 기조하에서도 한국은행은 국내 부동산 금융의 규모를 고려하여 선제적인 금리 인상을 단행하지 못했다. 이는 결국 치명적인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이어졌다. 현재는 잠시 환율이 안정되기는 했으나 금리 역전 현상이 오래 지속될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와 금융권은 현재의 금리 수준조차 오직 잠시 유예된 여유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최근 국토연구원은 주택가격이 1% 상승하면 합계 출산율이 0.014명 감소한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거주가 안정되지 않으면 가정을 꾸릴 여유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매우 고통스럽지만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는다면 다음 세대의 미래 또한 담보되지 않는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일련의 정부 정책은 부동산 경기의 연착륙 유도라는 목표와 달리 현재의 높은 부동산 가격이 충분히 조정되지 않고, 오히려 부실의 규모를 키우는 원치 않는 결과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조정을 이루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부동산 금융에는 복잡한 정책이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대출은 차주가 상환할 수 있는 능력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원칙이 존재할 뿐이다. 하지만 이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영영 과도한 부동산 가격의 주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고, 재앙적인 인구감소 또한 막을 수 없을 것이다.

중견 서양화가 안문훈, 개인전 '영원의 시간'

중견 서양화가 안문훈이 새해 벽두인 5일부터 18일까지 남양주시 금다화갤러리에서 서른 두 번째 초대 개인전을 갖는다. 시간성을 주제로 하는 이번 전시회에는 약 30점이 출품된다. 흰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가는 기차를 등장시켜 시간성을 표현했다. 기차는 종착역을 향해 가고, 인간도 언젠가는 종점에 다다라 삶을 마감해야 한다는 점에서 둘의 유사성이 있다. 안문훈 작가는 작품을 통해 ‘아무도 피할 수 없는 그 운명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묻는다. 주제는 다소 묵직하지만 그의 그림은 밝고 경쾌하며 신선하다. 하늘에서 선물 보따리가 내려오고 풍선이 하늘로 날아오르며 빨간 장미가 하늘에 떠 있는 등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 많은 인물이 등장해 서로의 관계성을 탐색한 ‘군상 시리즈’, 인물들이 하늘 공간을 향해 힘차게 도약하는 ‘도약 연작’ 등이 함께 출품됐다. 안 작가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새해 분위기에 맞춰 선물보따리가 내려오는 형상의 작품을 대표 이미지로 잡았습니다. 인생 자체가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가장 소중한 것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주어지는 것이잖아요? 공기, 물, 자연, 시간 등 우리가 쟁취할 수 없는 것들을 누리며 살고 있으니까요. 아름다운 북한강과 주변의 풍광을 품고 있는 멋진 라온숨까페 3층 금다화갤러리에서 개관전에 이어 두 번째로 초대개인전을 갖게 되어 기쁩니다. 많은 분들이 저의 작품들을 보며 힐링의 시간 되리라 믿습니다.” 작가는 11년 전 양평에 들어와 살면서 북한강변과 남한강변의 풍경들을 화폭에 담아내고 지역풍경을 주제로 개인전을 두 차례 가질 정도로 남양주와 양평을 사랑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서른두 차례의 개인전을 열면서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발표해왔다. 저술활동도 꾸준히 하며 자신의 작품과 거기 얽힌 에피소드를 함께 엮어 편집한 ‘감동 미술(이담북스)’ 시화집, 묵상집, 수필집 등 13권의 책을 냈다. 현재 한국미협, 양평미협, 북한강미술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2-②

잠시 대기실에서 비를 피한 후 역사 지구에 예약한 숙소로 가려고 했으나 비가 그치지 않는다. 체크인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비를 맞으며 시내버스 정류장으로 이동해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버스를 탄다. 한 청년에게 예약한 숙소를 이야기했더니 친절하게도 내릴 곳을 알려줘 쉽게 정류장에서 내린다. 검은 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줄기차게 내리던 빗줄기는 역사 지구에 들어서자 그쳤다. 중세 콜로니얼 건물을 개조한 호텔에 여장을 푼다. 한 달여간 쿠바와 멕시코 여행길에 지친 심신의 피로를 풀고자 과나후아토에 5박6일간 머물 계획이다. 호텔에 부탁해 별도로 책상을 침실에 들여놓고, 여행지에서 얻은 자료 정리와 글을 쓰면서 쉬엄쉬엄 주변 명소를 돌아보기로 한다. 과나후아토는 주도(州都)로, 멕시코시티와 과달라하라 중간 지점 산악지대에 있고, 약 5만명이 살고 있다. 과나후아토의 명칭은 타라스코족 언어에서 연유한 것으로 ‘개구리 언덕(Quanax-juato)’이라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 에스파냐 식민 지배를 당하기 이전에는 오토미, 치치메카, 타라스코족이 거주했다. 이곳은 예전부터 원주민 광부들이 소규모 채광을 이어가며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었다. 손재주가 뛰어난 아즈텍족은 이곳에 터전을 잡고 채굴된 금과 은 등 귀금속으로 지배층의 장신구를 만들며 살았다. 1548년 누에바 에스파냐 시대 초기 이곳에서 대규모 은광이 발견되자 누에바 에스파냐 지역뿐만 아니라 에스파냐 본국에서도 수천명의 채굴꾼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그 결과 18세기에는 세계 최대 은 생산지로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렸고, 역사 지구에는 그 당시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식민 지배를 당하던 초기 전반적으로 도시는 커지고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와 하층민은 가난에 허덕이며 삶은 날로 팍팍해져 갔다. 18세기 말에는 과도한 세금 부과에 저항한 시민들이 생산된 은 중 에스파냐 왕에게 바칠 은 저장고인 카하 레알을 습격하는 일도 발생했다. 과나후아토는 ‘멕시코 독립의 아버지’로 불리는 민중 지향적 가톨릭 사제인 미겔 이달고가 1810년 9월에 정부군을 상대로 첫 전투를 치렀던 혁명 투쟁의 발원지고, 콜로니얼시대 아픈 역사를 간직한 식민도시로 도시 전체가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멕시코 근대사의 중요한 명소다. 박태수 수필가

[작가와의 만남] 갈매기처럼 세계를 마주하기… 첫 산문집 내놓은 박설희 시인

“세차게 부는 바람에 떠밀려 가지 않으려고 그 갈매기는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었다.”(‘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 中 ‘충혈’, 박설희) 한 시인이 내놓은 첫 산문집 속 담담하게 새겨진 글자에서 그가 지향하는 세계가 엿보인다. 박설희 시인(58)은 앞으로 자신의 문학 세계를 형상화하는 데 있어 한 마리의 갈매기에 자신을 투영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매섭게 불었던 어느 겨울, 그가 화성시 궁평항에서 맞닥뜨린 건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고고한 자태로 바람을 버텨내는 갈매기의 모습이었다. 쉼 없이 흘러가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닻을 내린 듯 거센 바람을 고고히 온몸으로 받아내는 한 마리의 갈매기 말이다. 지난 2일 출간된 그의 산문집 ‘틈이 있기에 숨결이 나부낀다’는 갈매기와의 만남을 다뤘던 ‘충혈’로 시작한다. 박 시인은 고심 끝에 책의 입구에 ‘충혈’을 배치했다. 바람을 버티고 바다를 맞서며 세계를 응시하는 갈매기를 닮고 싶다는 그는 이번 산문집 발간을 계기로 마음 한구석에 두려움과 설렘이 함께 피어났다고 고백했다. 적절히 숨기거나 감추면서 조절할 수 있는 시와 다르게 산문을 쓸 때는 숨을 곳이 없기 때문이다. 어느정도 정제된 시어에서 벗어나는 순간, 그의 세계관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평소 품었던 생각들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셈이다. 평소 사람들과 맞닥뜨리고 부대끼면서 소통하는 데에서 희열과 생명력을 얻는다는 박 시인은 시를 써내려 갈 때 세상과 맞닿은 눈으로 사람과 세계의 단면을 음미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산문집은 그의 생각이 녹아든 시집들과 절대로 동떨어져 있지 않다. 그가 ‘쪽문으로 드나드는 구름’, ‘꽃은 바퀴다’, ‘가슴을 재다’ 등 세 편의 시집을 펴내면서 계속해서 인식이 확장되고 시야가 변화하는 순간들에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이 역시 산문집에서도 흐름에 맞게 재편됐다. 1부에는 지역 신문에 실렸던 칼럼, ‘한국산문’에 발표했던 원고 등 작가의 손을 떠나 필터가 덧입혀진 채 세상과 만났던 글들이 뒤섞여 있다. 2부로 진입하면 박 시인이 세상과 사회를 바라보며 느꼈던 사유가 담긴 글들이 기다리고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시인으로 살아가면서 시와 예술과 문학이 도대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돌아보면서 정리하는 생각의 흐름이 담겼다. 이번 산문집은 10여년간 지속됐던 궤적 속에서 유영하던 글이 모인 뒤 끊임없는 퇴고로 재구성된 산물이다. 박 시인은 “첫 시집을 내는 것이 그동안 발표했던 시를 모으는 과정이라면, 두 번째, 세 번째 시집을 낼 때부터는 고민이 시작된다”며 “동어반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매너리즘에 빠질 위험은 없는지 늘 조심하고자 한다. 그래서 산문집을 또 내게 된다면, 그런 점을 신경 쓰게 될 것 같다. 어쩌면 미학적 관점에서 풀어낸 글이 포함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송상호기자·이다빈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