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 민관공사] ‘제2 대장동’ 막으려다... 민관 합동개발 多 막혔다

‘대장동 사태’가 유발한 나비효과가 경기지역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2의 대장동 사태를 막자’며 공공성을 제고하는 내용의 도시개발법이 통과, 이미 진행되고 있던 사업들마저 ‘올스톱’됐기 때문이다. 민간 사업자는 민간 사업자대로, 지자체는 지자체대로 피해를 호소하는 상황. 본보는 개정된 도시개발법의 문제점과 피해 상황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上. 도시개발법 개정에 ‘발목’ 개정된 도시개발법 시행으로 경기지역 다수의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이 멈춰 서며 지역경제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1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월22일 도시개발법 개정안을 시행했다. 지난해 9월 이른바 ‘대장동 사태’가 발생한 이후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의 이익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 지 9개월 만이었다. 개정안은 △민간 개발이익 환수 강화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 전반의 공공성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개정안은 민간의 개발이윤율을 총 사업비의 10% 이내로 낮추도록 했고, 사업의 절차와 방법도 세부적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개정법에 딸린 부칙 조항이다. 개정법 부칙 제2조에선 개정법과 개정 시행령 적용 기준을 ‘개정안 시행 이후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하는 경우’로 규정해 놨기 때문이었다.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은 통상 ‘사업자 공모→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계약 체결·특수목적법인(SPC) 설립→도시개발구역 지정’ 순으로 진행되는데, 개정법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거나 지자체와 특수목적법인까지 설립했어도 법 시행일(6월22일)까지 도시개발구역이 지정되지 않았다면 첫 단계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기도에선 각 지역 도시공사들이 민간과 함께 사업을 추진하다 ‘올 스톱’된 사업만 해도 12건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역 현안 개발사업이 조속히 추진될 것이라 기대하던 지역사회에선 실망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안양 박달스마트밸리’ 사업이 추진되고 있던 안양시 만안구 박달동 주민들은 해당 사업이 지연되며 쓰레기 적환장 등 기피시설이 떠나갈 명분이 사라졌다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박달동 주민 A씨는 “박달동은 특히 안양 내에서도 ‘슬럼화’된 지역이라 사업이 빠르게 진행돼 지역 경제가 살아나길 기대했다”며 “기약 없이 사업이 멈춰 선 상황에서 앞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또 김포시 사우종합운동장부지 도시개발사업도 중단되며 사우동 주민들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포시 사우동 주민 B씨는 “사우동 인근은 낙후된 주거환경은 물론 주차장 부족 문제로 김포시청 직원들도 시청 안에 차 댈 곳이 없을 정도인데, 사업이 전면 중단됐다고 하니 답답할 노릇”이라고 털어놨다. 또한 지자체와 민간사업자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까지 설립했지만 멈춰 선 ‘오산운암뜰 AI시티’ 사업에 대해 주민들은 지난달 국회에 청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정된 도시개발법에서 개정 전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진행돼 온 사업들까지 멈추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현재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 법 개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내 도시공사 공동대응 나섰지만… 대책 마련 ‘골머리’ 중단된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을 정상 추진하기 위해 경기지역 기초도시공사들이 공동행동에 나섰지만 정부가 이를 묵살해 도시공사들이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3일 경기도도시공사협의회(경도협)에 따르면 도내 23개 도시공사들이 모인 경도협은 지난 5월 국토교통부 등에 도시개발법 하위법령 수정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도시개발법이 시행되기 약 한 달 전이었다. 경도협은 개정된 도시개발법이 △경과규정 부재 △일부 과도한 규제 등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진행 중이던 공모사업들이 경과 규정 없이 다시 공모를 거쳐야 한다면 공공과 민간의 기 투입비 매몰·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분쟁 가능성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근본적으로 이는 시장에 대한 공공기관의 신뢰를 하락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은 민간 사업자들 입장에서 지자체가 사업의 파트너라는 점에서 안정적이고 신뢰 있는 사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강원도가 최근 레고랜드 채무보증 불이행을 선언한 뒤 이른바 ‘레고랜드 사태’가 일어나며 자본시장의 신뢰를 잃었던 것과 비슷한 모습이 향후 전개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고랜드 사태’가 큰 파장을 불러온 이유 중 하나는 근본적으로 강원도라는 지자체가 먼저 시장의 신뢰를 깨뜨렸기 때문이었는데, 이같이 경기도의 민관 합동 도시개발사업이 이미 상당수 진행된 사업들까지 멈춰설 경우 각 지자체와 도시공사들은 향후 도내 자본시장 등으로부터 신뢰 회복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도협 측은 공동 건의문을 전달한 이후 현재까지 국토부 등으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회신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재까지 대다수 도시공사와 지자체는 재공모 일정을 잡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우선협상대상자 및 사업체결 민간 사업자 등으로부터 법적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경도협 관계자는 “지난 5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개정된 도시개발법은 문제가 있다고 공동으로 의견을 전달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결국 기초지자체의 의견을 사실상 묵살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이어서 국토부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경도협의 의견에 대해서도 답변할 상황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정규기자

[사설] 돌봄교실 확대해 맞벌이 부부 걱정 덜어줘야

맞벌이 부부들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자녀들의 교육 문제이다. 특히 초등학생을 자녀로 둔 맞벌이 부부들은 방과 후 돌봄교실로 자녀를 보내야 하는데, 이들 돌봄교실이 부족해 자녀 교육 문제로 육아휴직을 걱정해야 되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교육당국과 지자체에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돌봄교실의 부족 현상은 수원특례시, 화성시와 같은 인구밀집지역에서 특히 문제가 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의하면 현재 지역 내 초등학교 1·2학년 대상의 돌봄교실은 2천980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40곳이 증가한 것이지만, 아직도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연평균 5천명 정도의 초등학생이 돌봄교실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돌봄교실에 가지 못하는 맞벌이 부부들은 걱정이 태산같다. 교육부의 돌봄교실 수용 인원 자료에 보면 경기도의 경우 지난해는 6만9천759명이 신청했으나, 7천264명이, 금년에는 6만9천560명이 신청, 3천784명이 탈락했다. 이런 경기도의 돌봄교실 부족현상과는 달리 인천시교육청은 신청 학생 수보다 돌봄교실 수용률이 넘어서고 있어 경기도 학부모들의 불만은 더욱 크다. 임태희 도교육감이 교육감후보 시절은 물론 당선 후에도 가장 강조한 정책 중 하나가 돌봄교실의 해소다. 후보 시절 임 교육감은 “경기도교육감이 되면 가장 강조할 것은 돌봄입니다”라고 했을 정도로 책임돌봄을 강조했다. 특히 임 교육감은 맞벌이 부부의 돌봄 해소를 위해 ‘언제나 돌봄 거점센터 구축,’ ‘초등 돌봄운영 시간 확대,’ ‘돌봄행정 업무 일원화 및 간소화’ 등의 정책을 통해 임태희표 ‘책임돌봄’을 자신했다. 임 교육감은 오후 8시까지 돌봄 시간을 확대하고, 교육지원청 내 (가칭)학교지원센터 기능을 확대해 모든 돌봄서비스를 유연하게 시행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임 교육감이 취임한 지 불과 4개월 정도 지난 현재까지의 돌봄교실 정책과 운영실태를 가지고 공약이행 여부를 따지는 것은 시간상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돌봄 희망자 100% 수용을 위해 지자체와 돌봄 관련 조례 제정, 공간·예산·인력 지원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초등돌봄교실을 증설하고, 돌봄 거점화, 지역 돌봄서비스를 연계한다는 임 교육감의 구상 등이 내년 정책과 예산에는 반드시 반영, 실시되기를 기대한다. 돌봄교실의 확대는 단순히 맞벌이 부부에게 한정된 문제만은 아니다. 이는 정부의 저출산 해소 정책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젊은 부부들이 자녀의 교육 문제가 가장 힘들다고 하고, 이 중에는 돌봄교실 문제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고 있다. 도교육청은 지자체와는 물론 중앙정부와도 긴밀하게 협력해 돌봄교실 부족 문제를 해결해 학부모들의 걱정을 덜어 주기 바란다.

[사설] 국민의힘의 책임 큰 도의회 늑장 처리/같은 보수 교육감마저 걱정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추경예산안 처리가 또 불발했다. 이번엔 김동연 지사의 핵심 사업 이견이다. 수도권광역 급행철도(GTX) 플러스 기본구상 용역 12억원과 사회적경제원 설립 준비 3억8천500만원, 예술인 기회소득 정책연구용역 5천만원 등이다. 본예산도 아닌 연구 용역 예산이다. 사업 자체를 동의하지 않는다는 국민의힘의 방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지난 9일 계수 조정 작업을 했지만 결론을 못 냈고, 본회의는 무산됐다. 잘될 줄 알았다. 앞서 6일과 7일 양당 대표가 추경안 심의 재개를 위해 전격 회동했다. 급물살을 타는 듯 보였지만 지난 8일 제동이 걸렸다. 비공개인 추경안 처리 일정을 알리는 출처 불명의 문자메시지가 도의회 내부에 돌면서다. 다시 지난 9일 추경안 심의가 재개되면서 추경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였다. 또 불발된 것이다. 추경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양당이 합의만 하면 곧바로 열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향후 일정을 전망하기 어렵다. 도의회 파행이 가져오는 도정 파국은 누차 제기된 바 있다. 도의회와 도집행부가 직결되는 데 따른 당연한 우려다. 하지만 이 못지않게 긴박한 피해가 있었다. 바로 경기도 교육 행정의 파국이다. 당장 내년에 개교해야 할 학교 6곳 공사가 중단되게 생겼다. 수원 망포2초, 평택 고덕3중, 평택 동삭중, 광주 능평초, 광주 태전중, 하남 감일1중이다. 이들 학교에 줘야 할 올해 공사비 214억원이 붕 떠 있다. 공사비 분납까지 생각했으니 이는 불법이다. 직접 피해를 보게 될 학생만 3천185명이다. 궁여지책으로 생각하는 게 인근 학교로의 분산 배치다. 기본적으로 주변 학교가 학생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추진되는 게 학교 신설이다. 과밀학급으로 인한 피해가 자칫 인근 학교에까지 번질 수 있다. 걱정은 또 있다. 아이들의 먹거리, 학교급식이다. 물가가 폭등하면서 급식비용 부담이 커졌다. 교육청은 일단 학교 운영비로 급식비를 충당시켜 왔다. 추경안 처리가 늦어지면서 이 편법도 한계에 도달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기자간담회에서 메시지를 전했다. “추경이 안 되면 정말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조속하게 추경안이 처리돼야 한다.” 당도 진영도 떠난 교육 현장의 목소리 그대로다. 경기도의회 추경안 처리 파행이 예산에 대한 이견 때문이라면 이해된다. 도지사의 역점 사업에 대한 견제도 정치적 판단이니 뭐라 할 것 아니다. 그러나 이번 장기 파행의 기본 출발과 요인은 다른 데 있다. ‘일방 보고’니 ‘문자 유포’니 하며 신경전으로 일관해온 단순 힘겨루기다. 그런 명분 없는 갈등이 도정을 발목 잡았고, 이제 학생들을 위한 교육 행정까지 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이건 당리(黨利)나 당략(黨略)도 없는 그냥 싸움을 위한 싸움이다. 애들이 굶을 판이고, 학교 못 갈 판이라는데. 같은 보수 진영인 임태희 교육감이 거짓말하겠나.

[지지대] ‘지방소멸’에서 ‘지역소멸’로

‘지방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에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9세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지수가 0.5 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된다. 지수 수치가 낮으면 인구 유출·유입 등 다른 변수가 크게 작용하지 않을 경우 약 30년 뒤 해당지역이 없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일본 도쿄대 마스다 히로야 교수가 자국 내 지방이 쇠퇴해 가는 현상을 분석하기 위해 내놓은 기법에 기초해 개발됐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올해 3월 전국 228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소멸위험지수를 조사한 결과, 113곳(49.6%)이 ‘소멸위험’ 지역으로 분석됐다. 2020년 조사보다 11곳 늘었다. 강원·경북·전남에 편중됐던 소멸위험지역은 비수도권 전체로 확산됐다. 최근엔 경기도와 인천시 등 수도권 농촌지역도 포함됐다. 산업연구원(KIET)도 지역 간 인구이동 특성을 고려해 개발한 ‘K-지방소멸지수’를 13일 발표했다. 228개 시·군·구 가운데 ‘소멸위기’에 빠진 곳은 59곳(소멸우려 50곳, 소멸위험 9곳)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인구가 감소하는 ‘지방소멸’에서 수도권과 광역시의 인구까지 줄어드는 ‘지역소멸’ 시대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은, 지방소멸은 인구의 지역 간 이동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인구의 유출입은 지역경제 선순환 메커니즘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는 것을 바탕으로 했다. 이런 식의 지방소멸지수 개발은 처음이다. 고용정보원이나 산업연구원의 소멸지역 수치가 다른 것은 조사방법의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결론은, 비수도권을 넘어 수도권 지역까지 소멸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난해 역대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인 0.81%였다. 국가 발전은 고사하고 대한민국 존재 자체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다. 지방소멸, 지역소멸을 방치해선 안된다. 정부는 가칭 ‘인구청’을 신설해 비상한 각오로 인구 문제 해결에 국가역량을 집중해야 된다. 이연섭 논설위원

[아침을 열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장면 1 :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모르는 어른이 다가와 우체국으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 달라고 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성인들이 기대하는 대답은 ‘아는 대로 자세하고 친절하게 말씀드린다’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다르게 가르친다고 한다. ‘아는 곳이더라도 낯선 사람이 길을 물으며 특히 같이 가달라고 하면 단호하게 거절한다’가 정답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정말 도움이 필요한 어른이라면 어른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초등학생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기 때문이란다. 그래서인지 요즘 주변의 초등학생들에게 뭔가를 물어보거나 말을 걸면 상냥한 태도로 대하기보다는 경계하는 눈빛으로 자신을 훑어보는 것을 직감할 수 있다. ‘세상이 참으로 각박하게 변하고 있구나’를 느끼는 순간이다. 장면 2 : 코로나가 전 세계로 무섭게 확산하던 2020년 상반기의 일이다. 저녁에 식구들과 거실에서 TV를 보던 중 뉴스에서는 미국의 쇼핑센터에서 사재기가 극성이며, 특히 두루마리 화장지를 확보하려고 사람들이 서로 주먹다짐까지 하는 장면이 흘러나왔다. 세계 최강국이며 선진국인 미국에서 사람들이 겨우 두루마리 화장지를 놓고 싸움까지 하다니, 나와 아내는 혀를 끌끌 찼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무심결에 ‘화장지가 없으면 신문지를 써도 될 텐데…’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때 내 아이들이 나를 쳐다보는 눈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곧이어 딸이 한마디 내뱉었다. “아니 어떻게, 아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렇다. 우리 아이들 역시 화장실에서 뒤처리할 때는 비데와 화장지 외에 해 본 적이 없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선진국의 아이들이다. 어려서부터 집에 자가용이 있었고, 먹고 싶고, 하고 싶고, 가지고 싶은 것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원하는 대로 이룰 수 있었다. 아마 이 지구상의 한 시점과 한 장소에서 선진국의 아이들, 중진국의 부모들, 후진국의 조부모들이 공존하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세대 간의 간극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듯한데, 특히 노인 세대가 느끼는 정도는 더 심한 것 같다. 전쟁까지 겪고 피와 땀으로 조국의 산업화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사회에서 철저히 구조적으로 소외되고 있다. 사실 역사적으로 노인 세대의 소외라는 현상은 늘 있던 일이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예전에는 노인들의 삶의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것도 있었고 집안에서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권위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을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지금과 같은 4차 산업사회 환경에서는 노인들은 거의 디지털 문맹이므로 인터넷 또는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드물다. 고작해야 휴대폰의 유튜브 채널로부터 편협된 세상과 만나는 것이 고작이다. 이제는 노인 세대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 개인에게 문제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사회는 걱정만 할 뿐이고 실효적인 대책은 없는 것 같다. 국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 단지 금전적인 지원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노인들이 삶의 의미를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다각도로 찾고 이를 전 세대와 함께 풀어갈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노인 문제를 전반적으로 관리할 국가 조직을 제안하는 바다. 최동군 지우학문화연구소 대표

[경기인터뷰] 주훈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장

13년 만에 보수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경기교육이 대변혁의 시기를 맞았다. 그동안 학생인권 강조로 교권침해 문제는 점차 심화됐고, 학교 업무 재구조화, 교원감축 등 경기교육계의 현안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백년대계라고 불리는 교육계가 연일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경기일보는 도내 교원들의 사회적·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는 주훈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경기교총) 회장을 만나 경기교육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Q 취임한 지 1년이 넘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거둔 성과와 소회가 있다면. A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로 인해 활동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는 회원 선생님들의 호응에 힘입어 맡은 바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 경기교총은 지난해 교권보호를 위해 교권변호사 채용, 280여건의 교권상담을 진행했고, 소송비도 7천400여만원을 지원하는 등 교권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정책적으로는 중복된 군경력 환수조치 중단, 영전강 지원조례 철회, 4단계 스쿨넷 사업 교육지원청 이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학교장 제외라는 결과를 이끌어 냈으며 최근에는 학생생활지도법안 국회 발의를 실현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쏟아지는 불합리한 교육정책들과 부당한 교권침해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보다 적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함은 분명하다. 선생님들의 소중한 교권이 보호받고, 권익이 더욱 신장될 수 있도록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지난 7월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취임하며 13년 만에 경기교육에 변화가 찾아왔다. 임 교육감과의 협력 구상이 있다면. A 무분별한 각종 사업의 학교 유입, 실질적인 학생생활지도권 부재, 노노 간의 갈등 등으로 선생님들이 권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각종 교육정책들도 입안 단계에서부터 선생님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고, 교육청 내 핵심 주요 부서에도 선생님들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구조가 갖춰져 있지 않아 교육 중심의 행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음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경기도의회에 제출된 도교육청의 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개정 조례안은 사전에 교육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조직개편은 기존 소관 사무의 단순한 이관이 아니라 교육 중심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개편돼야 하는데 이번 개편안은 문제가 많다. 학교와 교육청은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인 만큼 어떤 경우에도 주객이 전도돼 교육이 행정을 위한 들러리로 전락해선 안 된다. 임태희 교육감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한 근원적 성찰을 통해 교육전문직원 중심의 조직 구성과 인력 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교총은 잘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하고, 잘못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과 대안 제시를 통해 건설적인 협력자적 관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Q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데, 교권보호에 대한 대책이 있다면. A 경기교총이 파악하고 있는 최근 5년간의 도내 교권사건은 2017년 161건에서 지난해 321건으로 점증하는 추세다. 발생 원인은 학생·학부모의 (폭언·폭행·협박 등) 부당한 행위가 전체 교권사건 중 과반수 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경기교총에 접수돼 처리된 공식적인 통계일 뿐이며 실제 경기도내 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교권사건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현실적이고 핵심적인 사안만 말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교권보호에 관한 인식개선이다. 교권침해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갖고 교육청과 학교는 교권사건을 당한 선생님 입장에서 진상조사부터 법적소송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건을 해결하려는 강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교육지원청 이관이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됐을 때는 이미 정상적인 대화를 통한 해결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를 학교 내 교권보호위원회에서 해결하라고 하는 것은 출발선상에서부터 자체적인 한계를 내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결정사항을 강제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셋째, 경기도교권보호지원센터 내실화다. 도내 3곳에서 운영되고 있는 경기도교권보호지원센터가 보다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변호사, 상담사 등 전문인력과 예산 지원을 강화할 필요하다가 생각한다. 넷째, 학생 생활지도권 강화다. 학생의 과격한 문제 행동 발생 시 교사와 학교가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현실적 방법이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생생활지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 Q 지난해 말 경기교육을 반으로 나눈 ‘학교 업무재구조화’ 시범 사업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지난 수십년간 돌봄업무, 정보화기자재 관리업무, 각종 안전훈련 업무, 시설보호업무 등 교육과는 관련이 없는 많은 업무들이 교원들에게 전가됐고 결과적으로 선생님들이 해당 업무를 처리하느라 교육에 전념하지 못함으로써 학생 교육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지난해 도교육청에서 이를 해결해 보고자 학교 업무재구조화 사업을 추진했으나 행정 직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전락한 상황이다. 우리 교육계는 진지하게 이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어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임태희 교육감 체제에서 반드시 조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지원청과 학교행정실을 교육중심의 지원조직으로 재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교내 갈등이 심각한 학교 공통업무를 추출해 교육지원청 내 학교지원센터에서 이를 전담해 담당하도록 하고,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기 어려운 성격의 행정업무는 학교 행정실에 인력을 증원, 이를 전적으로 담당하게 함으로써 해묵은 업무 갈등을 근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교육 당국에서 교사들에게 인공지능(AI), 미래교육 등 다양한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변화하는 교육현장에서 교사들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지금 4차 산업혁명이란 문명사적 대전환의 물결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의 유기적 융합으로 산업구조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현재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65%는 기존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될 전망이라고 한다.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게 독창성을 극대화하고 다양화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를 개혁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과연 우리 선생님들도 그에 걸맞게 스스로의 경쟁력을 강화해 다가올 미래의 시대에 대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자문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육 당국은 이러한 시대사적 흐름에 선생님들께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관련 연수 프로그램을 강화해 미래지향적인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 Q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 A 앞에서 말씀드린 모든 사안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한다. 교원단체인 경기교총의 힘은 회원 수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경기교총의 회세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물론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퇴직자 수 증가, 신규교사 임용 수 감소, 교원단체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젊은 교사들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 성향, 교육청의 학부모 위주의 정책 추진 등을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교육부에 학급당 학생수 감축을 통한 교원증원 요구, 교원단체의 필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발굴 및 추진, 젊은 교사 취향에 맞는 맞춤형 정책 개발 등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교원의 권익보호와 부당한 정책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교권을 확실히 옹호해 부당한 교권침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들을 경기교총이 끝까지 책임지고 보호하며, 부당한 교육정책에 대해 속시원히 대변하고 신속히 해결책을 마련한다면 선생님들의 강한 신뢰 속에 반드시 회세는 확장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경희기자/사진=조주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