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오픈부터 챌린저 3개를 뛸 때 한국 선수에게 모두 졌기에 이번 대회에 부담감이 컸습니다. 복식에 이어 단식도 좋은 성적으로 마무리해 다행입니다.” 30일 김천종합스포츠타운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제77회 한국테니스선수권대회 남자 단식 결승에서 이재문(KDB산업은행)을 2대0(6-3 6-2)으로 완파하고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정윤성(25·의정부시청)은 부담감 속 좋은 성적을 얻어 기쁘다며 안도했다. 전날 준결승서 신산희(세종시청)를 2대0(6-2 6-3)으로 꺾고 결승에 오른 정윤성은 역시 4강에서 오찬영(당진시청)을 2대0(6-2 6-4)으로 물리친 이재문과 만났다. 정윤성은 “쉽지 않은 경기였는데 잘 마무리해서 좋다. 내년 호주오픈 예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에서 4개 대회를 뛸 예정인데 호주오픈을 뛸 수 있는 랭킹을 비롯, 챌린저 본선에 수월하게 들어가기 위해 최소 한 대회에서 우승하고 싶다”며 “이번 우승을 통해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이 기세를 몰아 군문제가 걸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정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정윤성은 외국인 코치와 호흡에 대한 질문에 “같이 다닌다는 것에 대해 언어적으로 힘든 부분은 전혀 없다. 코치와 잘 맞고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금전적으로 부담이 있다. 코치 방값, 밥값, 비행기값 등 워낙 많이 나가서 부담감과 압박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끝으로 그는 “경기 운영이나 차분하게 플레이하는 부분이 좋아졌다. 중요한 순간에 내 공을 못 치고 어이없는 실수가 있었는데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 보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외국 선수들은 마르고 키가 큰데도 나보다 힘이 세다. 이 점도 보완해 나가겠다. 차분하게 내 경기만 하다 보면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김영웅기자
21대 국회가 세 번째 정기국회를 이어가고 있지만 역대 최하의 법안 처리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보가 3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통해 법률안 처리율을 분석한 결과, 현재까지 1만7천436건의 법률안이 접수돼 4천984건을 처리, 28.58%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대 국회 36.9%는 물론, 역대 최하를 기록한 19대 국회 34.06%보다 크게 떨어진다. 21대 국회 임기가 1년 여(19개월) 남아 있지만 역대 최악으로 평가되던 20대 국회가 막판 무더기 처리로 법안 처리율을 끌어올렸던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을지 우려되고 있다.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이 저조한 것은 임기 중 정권이 바뀐 점이 우선 꼽힌다. 지난 20대 국회 임기 중 치러진 2017년 대선에서는 야당이지만 원내 1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을 잡았다. 하지만 21대 국회 임기 중인 지난 3.9 대선에서는 원내 2당인 국민의힘이 정권을 잡으면서 민주당 중심의 여소야대 국회에서 여야의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 여기에 20대 국회보다 21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법률안 처리율을 낮아지게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21대 국회 임기의 29개월(60%)이 지난 현재까지 제출된 법률안은 20대 국회 2만4천139건의 72%(1만 7천436건)를 넘어선 상태다. 반면 처리율은 20대 국회 처리 법률안 8천904건의 절반을 겨우넘는 56%(4천984건)에 불과하다. 이처럼 낮은 처리율은 그만큼 법안 제출이 생색내기였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경인 의원이 위원장 맡은 상임위 법안 처리율 대조 21대 국회 법률안 처리율이 20%대(28.58%)를 기록 중인 가운데 경기·인천 의원이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6개 상임위의 법안 처리율도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 후반기 상임위원장에 선출된지 3개월여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칫 법률안 처리 실적이 저조한 상임위원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미묘한 신경전도 예상된다. ■ 국토위 높고, 정무위 낮아 경인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 중 법률안 처리율이 가장 높은 상임위는 국토교통위(위원장 김민기)로, 1천546건 접수에 618건을 처리해 39.97%를 기록중이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위원장 소병훈)가 38.94%(886건 접수·345건 처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 36.77%(979건 접수·360건 처리) 등 3개 상임위가 30%를 넘었으며, 환경노동위(위원장 전해철)는 29.36%(1천458건 접수·428건 처리)로 평균을 살짝 넘은 상태다. 이에 비해 보건복지위(위원장 정춘숙)는 25.71%(1천906건 접수·490건 처리)를 기록해 평균에 약간 못치는 상황이고, 1천362건이 접수돼 245건을 처리한 정무위(위원장 백혜련)는 17.99%로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김민기·백혜련 높고, 전해철 낮고 6명의 상임위원장 개인의 법률안 처리율도 큰 차이를 보였다. 가장 높은 처리율을 기록중인 위원장은 김민기 국토위원장(용인을)으로, 대표발의 49건 중 15건이 처리돼 30.61%로 나타났다. 이어 백혜련 정무위원장(수원을)이 30.30%(99건 대표발의·30건 처리)를 기록해 뒤를 이었다. 김민기 위원장보다 처리율이 0.31% 적지만 대표발의 법안은 2배 이상, 처리 법안은 2배 많았다. 소병훈 농해수위원장(광주갑)은 대표발의 법안 71건 중 17건이 처리돼 23.94%를 기록중이며, 무려 131건을 대표발의한 정춘숙 복지위원장(용인병)은 32건이 처리되면서 24.43%을 나타냈다. 윤관석 산자중기위원장(인천 남동을) 17.39%(23건 대표발의·4건 처리), 11건을 대표발의한 전해철 환노위원장(안산 상록갑)은 처리 법률안이 아직 한 건도 없는 것으로 각각 파악됐다. 김재민기자
정부가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다음달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 애도기간에는 전 공공기관에서 조기를 게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30일 용산 이태원 참사와 관련, 대국민담화를 통해 “핼러윈을 맞은 서울 한 복판에서 일어나선 안 될 비극과 참사가 발생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녹색 민방위복 차림으로 연단에 오른 윤 대통령은 “국민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대통령으로서 마음이 무겁고 슬픔을 가누기 어렵다”면서 “오늘부터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를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겠다”면서 “각 지역에서 열리는 축제 역시 점검해 비슷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수습 대책을 내놓았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우선 대통령 지시에 따라 국가애도기간을 이날부터 5일까지로 정해 사망자에 대한 조의를 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정부는 참사가 일어난 용산구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유족과 부상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특히 불가피한 사정이 아니면 애도 기간 동안 각종 행사를 연기하기로 했으며, 서울 시내에 합동 분향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24시간 비상대응태세를 유지하고 모든 일정과 국정의 최우선 순위를 사고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기로 했다. 한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들도 이번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애도와 지원 의사를 전했다. 강해인기자
경기도가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참사와 관련해 ‘긴급 대응 지원단’을 구성하고 피해자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는 30일 오전 오병권 행정1부지사를 단장으로 한 ‘이태원 참사 관련 도 긴급 대응 지원단’ 운영에 들어갔다. 지원단은 도민 피해자 신상 파악과 지원단 운영을 맡은 상황총괄반, 피해자 지원을 담당할 피해지원반, 진행 상황을 도민에게 알리는 홍보지원반 등 3개 반으로 편성했다. 도는 향후 상황에 따라 지원단 규모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도는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를 활용해 부상자와 유가족, 목격자 등에 대한 재난심리회복을 지원하고, 실종자 파악을 위한 신고 전화도 운영한다. 도민 실종 신고는 도 콜센터 또는 도 홈페이지 배너를 통해 가능하다. 이어 도는 이날 오후 도-시·군 연계 대책 회의를 열었다. 도는 일산 동국대병원, 부천 순천향대병원 등 사고 사망자가 안치돼 있는 병원을 관할하는 시에는 시설별로 장례 안내 공무원을 파견하도록 했다. 시·군별로 도에서 운영하는 실종자 신고전화 안내도 당부했다. 오병권 부지사는 “도의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으면 예산이든 인력이든 적극적으로 지원하라”며 “복지부에서 공무원 파견 요청이 들어왔는데, 자치행정국에서 지원하라. 도 직원들도 추모의 마음으로 모임을 자제하고 철저한 근무 태세를 갖춰주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이번 참사를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날 도 소방재난본부 6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회의에서 “사고 수습에는 지방과 중앙이 따로 없다. 중앙대책본부와 긴밀히 협력해 지원에 최선을 다해 달라”며 “특히 희생자와 부상자 중에 도민이 있는지 신속히 파악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응에 나서 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내에서도 대학 축제와 크리스마스 등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행사가 예정돼 있다. 이와 비슷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도와 도 소방재난본부 모두 힘써 달라”고 말했다. 한편 도의회도 이날 긴급 회의를 열고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도의회는 내달 1일 열리는 제365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애도를 표하고 조기를 게양한다. 아울러 도의원 156명 전원이 애도의 뜻을 담아 리본을 착용하고 사적 모임 등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다. 임태환기자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대참사로 경기도가 사고수습 조치에 나선 가운데, 도내 축제와 행사 등이 잇따라 축소 또는 취소되고 있다. 경기도는 30일 오전 핼러윈 참사와 관련, 오병권 행정1부지사 주재로 긴급 대응회의를 열고 사고수습 조치에 들어갔다. 이날 오 부지사는 회의에서 “경기도가 주관하거나 도에서 진행 중인 축제나 행사를 축소하거나 모두 취소하라”며 “경기도 직원들도 추모의 마음으로 모임을 자제하고 철저한 근무 태세를 갖춰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도는 31일로 예정된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폐막식을 취소했으며, 실·국별로 예정된 행사의 축소나 취소를 검토하고 있다. 도내 각 시·군에서도 행사를 잇따라 취소하고 있다. 먼저 용인시는 이날 오후에 열기로 했던 ‘2022년 갈곡 느티나무 문화제’, 31일 예정한 ‘보정동 카페 거리 할로윈 축제’ 등을 취소하기로 했다. 또 파주시는 이날 오후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파주시 가족축제’와 ‘감악산 단풍거리 축제’를 긴급 취소했으며, 김포시도 이날 구래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열기로 했던 ‘구래동 마을축제’에서 불꽃축제 등 주요 행사를 취소했다. 시흥시 역시 이날 시화MTV 거북섬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거북썸축제’를 비롯해 ‘평생학습축제’, ‘시흥시립전통예술단 기획공연’, ‘공정무역 포트나잇’ 등 4개 축제를 전면 취소했다. 아울러 동두천시는 지난 29일 개막한 ‘제3회 DDC 핼러윈거리 예술축제’를 이날까지 열기로 했지만, 긴급 회의를 열고 취소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경기문화재단은 수원시 경기상상캠퍼스 ‘숲 속 도깨비’ 행사를 취소했으며, 용인 에버랜드도 지난달 2일 개막한 핼러윈 축제를 중단하고 안전시스템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김요섭·양형찬·송진의·김형수·김보람기자
“오늘 우리 아들 생일인데…. 어떻게 이게 마지막인지….” 30일 용인시 평온의 숲 장례식장.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핼러윈 참사로 숨진 20대 A씨의 아버지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였다. A씨의 아버지는 “오늘이 생일이라 생일 전에 친구들과 놀고 온다는 게 마지막 모습이 될 줄은 몰랐다”며 “고통을 겪었을 아들을 생각하니 지금도 가슴이 미어진다”고 흐느꼈다. 같은 시각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서는 얼마 전 군대에서 휴가를 나온 아들 B씨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온 중년 여성이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더니 곧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는 “애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전화는 꼭 받는데, 전화를 계속 해도 받지 않아서 너무 속이 탔다”며 통곡했다. 사망자들의 시신이 임시로 옮겨진 도내 다른 장례식장에서도 유가족의 통곡 소리만이 들려왔다. 평택시 평택제일장례식장은 연락을 받은 유족들이 하나둘씩 도착하면서 장내가 울음소리로 가득해졌다. 숨진 30대 여성 C씨의 아버지는 경찰에게 “딸을 만져보니 아직 딱딱하지 않은데, 숨이 붙어 있는지 한 번만 더 확인해 줄 수 없냐”며 대성통곡을 했다. 30대 남성 사망자 D씨가 안치된 병원 앞에서는 함께 이태원에 갔던 친구가 떠밀리는 인파에 끝내 손을 놓쳤다며 자책하고 있었다. 그는 “친구의 마지막 얼굴을 못 봤는데, 저도 얼굴 한 번만 확인하면 안되냐”며 눈물을 훔쳤다. 전날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피해자들이 옮겨진 병원이 가족들의 슬픔으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피해자들은 대부분 10~30대 젊은 층이어서 지켜보는 시민들의 안타까움도 더해지고 있다. 수원특례시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의 안치실 앞도 피해자의 시신을 확인하고 나온 가족들의 흐느낌만 귓가에 울려 퍼졌다. 20대 여성 피해자 E씨의 어머니는 함께 온 딸의 친구들을 부둥켜 안고 울며 “친구들이 왔다. 얘야, 눈 좀 떠봐”라며 울부짖었다. 한편 피해자들의 시신은 현재 임시로 안치할 수 있는 장례식장 등으로 옮겨졌다. 시신은 유족 확인 후 경찰과 협의해 유족이 원하는 장례식장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워낙 인명피해가 큰 사고여서 일단 여유가 있는 곳으로 시신을 옮긴 상황”이라며 “추후 유족은 원하는 곳이나 거주지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겨 빈소를 차리게 된다”고 말했다. 한수진기자
“정말 죽을 것 같습니다. 살려주세요” 지난 29일 밤 10시4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인근 골목. 수십대의 구급차와 경찰차가 분주히 움직이고, 골목 안쪽에서는 귓가를 울리는 음악소리 사이로 다급한 외침이 뒤섞였다. 폭 4m의 내리막길이 그야말로 아비규환으로 바뀌는 데는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119 구급대에는 30여분 전부터 “사람들이 넘어져 여러 겹 깔려 있고, 죽을 것 같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119 구급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하고도 차량 접근이 어려워 차량을 두고 골목 안으로 다급하게 뛰어들어가 심폐소생술(CPR)을 이어갔다. 경찰차 위에 올라선 경찰관들은 경광봉을 휘두르며 “비켜달라”고 소리쳤지만, 주변 음악 소리에 묻혀 통제조차 되지 않았다. 주변 가게에서 일하는 A씨는 “밤 10시30분께 사람들 비명 소리가 들렸다. 2층에서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겹겹이 쌓여 넘어지고 있는 것을 봤다”며 “그런데도 계속해서 밀려 나오는 인파에 통제도, 구조도 안돼 상황이 심각해 보였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있던 생존자 B씨는 “옆에 모르는 사람이 내 명치를 밀어 인파에 떠밀려 앞으로 내려갔고, 신발이 벗겨졌는데 ‘고쳐 신으면 이대로 죽겠다’ 싶어서 그냥 맨발로 길을 건넜다”며 “조금만 더 앞쪽에 있었으면 나도 사고를 당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긴박한 상황에도 골목 하나를 두고 전혀 다른 모습이 펼쳐지기도 했다. 길 건너편 골목에서는 반대편에서 벌어진 사고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단체로 노래를 불렀다. 또 골목 쪽을 기웃거리며 사고 현장으로 접근하려다 경찰 통제로 여의치 않자 곧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방당국이 사고 1시간30여분 만에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이태원 일대 업소에 축제 중단을 요청했지만 현장을 빠져나오기도 쉽지 않았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부터 상점 안에서 쏟아져 나온 시민들까지 한 곳에 뒤엉키면서 일대 교통은 마비됐고, 버스와 지하철을 기다리는 곳은 줄을 길게 늘어서 접근이 어려운 모습이었다. 자정이 지나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이 이동통로를 확보하자 처참한 상황이 모습을 드러냈다. 골목길 콘크리트 바닥에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쓰러져 있었고, 곳곳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살려달라”, “도와달라”는 외침과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민들도 나서서 심폐소생술을 하는 소방대원들을 도왔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장을 목격한 20대 C씨는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난리났다’는 얘기만 전해 듣고 무서워서 못 나가고 있었다”면서 “밖에 나가보니 수십여명이 길가에 아무렇게나 누워있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태원=윤현서기자
안양 KGC인삼공사가 수원 KT 소닉붐의 막판 추격을 뿌리치고 시즌 초반 선두 자리를 공고히 했다. KGC는 3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T와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1라운드 홈경기서 21득점·7리바운드를 기록한 오마리 스펠맨과 10득점·8리바운드·6어시스트로 선전한 박지훈의 활약에 힘입어 70대68로 승리했다. 이로써 KGC는 김상식 감독 체제 출범 후 7경기서 6승1패를 기록, 시즌 초반 강세를 보였다. 반면 ‘우승 후보’로 꼽히던 KT는 4연패를 당하며1승5패가 돼 리그 꼴찌로 추락했다. 양 팀은 1쿼터부터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경기 전 공격적인 농구를 예고한 KT는 하윤기와 랜드리 은노코로 공격의 활로를 찾았고, KGC 역시 오세근과 오마리 스펠맨을 통해 맞불을 놓았다. KGC는 오세근의 3점슛과 스펠맨이 2점슛을 연이어 터뜨리며 17대11로 승기를 잡았으나 은노코의 자유투 성공과 하윤기, 정성우로 이어지는 공격에 10점을 순식간에 내주며 17대21로 역전 당했다. 이후 데뷔전을 치르는 렌즈 이반도와 스펠맨이 뒷심을 발휘에 22대23, 1점 차로 밀린 채 1쿼터를 마쳤다. 2쿼터서는 KGC가 맹공을 퍼부었다. 양홍석에게 2점슛을 먼저 내줬지만 문성곤과 박지훈이 연속 3점슛을 성공시켜 달아났고 아반도도 득점 행진에 동참해 34대25, 9점 차로 앞서갔다. 이후에도 배병준과 양희종이 득점에 가세, 단 5점을 내주며 17점을 몰아넣어 39대28로, 11점 차로 달아났다. 각 16점씩 나눠가진 3쿼터를 지나 4쿼터서는 KT의 거센 반격이 시작됐다. 11점 차를 유지하던 KGC는 하윤기와 아노시케, 정성우로 이어지는 KT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정규 시간 1분을 남긴 채 67대68로 역전을 허용했다. 그러나 발등에 불이 떨어진 KGC는 급하게 변준형을 투입해 반격에 나섰고, 스펠맨이 침착하게 자유투 두 개를 성공시켜 69대68로 재역전했다. 이어 아노시케의 슈팅을 변준형이 수비리바운드로 따낸 뒤 스펠맨이 또다시 경기 종료 5초를 남긴 시점 반칙을 얻어 마지막 자유투를 집어넣으며 2점 차 승리를 챙겼다. 김영웅기자
수원시와 광명시가 4년 만에 치러진 제33회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 육상 1·2부에서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수원시는 30일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육상 1부에서 총 1천93점을 득점, 안산시(1천88점)와 화성시(906점)를 따돌리고 패권을 안았고, 2부 광명시는 654점으로 양평군(529점)과 하남시(467점)에 앞서 우승했다. 또 테니스에서는 1부 파주시가 240점을 얻어 안양시(240점)와 동률을 이뤘으나 추첨 끝에 1위를 차지했고, 2부에서는 광명시가 270점으로 이천시(230점)를 제치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합기도에서는 1부 평택시가 189점으로 파주시(157점)에 앞서 1위에 올랐고, 2부에서는 군포시가 238점으로 이천시(148점)를 크게 따돌리고 종목 1위가 됐다. 볼링에서는 1부 화성시가 남녀 일반부를 모두 석권해 1만92점으로, 안산시(9천874점)와 시흥시(9천652점)를 제치고 우승했으며, 2부에서는 의왕시가 9천734점으로 동두천시(9천646점)를 제치고 정상에 섰다. 배구에서는 1부 화성시가 600점을 얻어 용인시(550점)를 제치고 종합 1위를 차지했으며, 2부에서는 이천시가 800점으로 구리시(510점)를 따돌리고 패권을 안았다. 족구에서는 1부 성남시가 15점으로 부천시(15점)와 동률을 이뤘으나 청소년부 성적이 높아 우승했고 2부에서는 이천시가 19점을 따내 여주시(12점)에 앞서 종합우승 했다. 게이트볼서는 1부 부천시가 190점을 획득해 안산시(180점)에 앞서 1위를 차지했으며, 2부에서는 포천시가 310점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연천군(120점)을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축구에서는 1부 용인시가 일반부와 어르신부 모두 1위를 차지해 우승했고, 2부 포천시는 어르신부의 활약에 힘입어 1위를 차지했다. 태권도에서는 1부 의정부시가 태권체조와 종합시범서 1위를 차지해 종합우승을 했고 2부에서는 태권체조와 격파(2위)에서 활약한 이천시가 1위 자리에 올랐다. 농구에서는 1부 안양시, 2부 포천시가 정상에 동행했고 배드민턴에서는 1부 고양시, 2부 의왕시가 나란히 패권을 안았다. 야구에서는 1부 시흥시, 2부 오산시가 정상 헹가레를 쳤다. 한편, 1·2부 구분없이 치러진 산악에서는 수원시가 정상 고지를 밟았고, 보디빌딩에서는 고양시가 용인시와 수원시에 앞서 우승했다. 이 밖에 시범 종목인 파크골프에서는 양평군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김영웅기자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일대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던 많은 인파가 몰려 233명의 사상자를 낸 최악의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2014년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단일 사고로 가장 많은 사상자를 냈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번 이태원 핼러윈 압사 참사로 인해 인천시민 5명(외국인 1명 포함)과 경기도민 8명 등 모두 153명이 사망하고 82명이 다치는 등 23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사망자 중 남성은 54명, 여성 97명이며 외국인 사망자는 20명이다. 부상자 82명 중 19명은 중상이며 63명은 경상이고, 사상자 대부분은 10~20대로 나타났다. 다만, 인천시민 부상자 중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소방 당국은 지난 29일 오후 10시15분께 이태원 해밀톤 호텔 옆 골목에서 수십여명이 인파에 깔리면서 대규모 인명사고가 났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현장에 있던 목격자들은 해밀톤 호텔 옆 폭 4m의 내리막길에서 누군가 넘어졌고, 뒤따르던 사람들이 차례로 넘어지면서 사람이 겹겹이 쌓여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소방당국은 당일 오후 11시50분 대응 3단계를 발령하고, 2천421명과 소방 장비 233대를 투입했다. 인천소방본부도 구급차와 구난차 등 소방장비 11대와 소방인력 40명을 사고 현장으로 긴급지원해, 현장에서 외국인 2명을 포함한 응급환자 14명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이번 사고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장 교통 통제 및 안전대책 마련이 미비한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전날부터 인파가 몰렸지만 안전 대책을 제 때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서울시의 재난대책본부에 직원을 급파해 사망자 및 부상자 명단과 인천지역 내 실종 신고가 들어온 시민에 대한 대조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앞서 인천시는 재난상황실에 사상자·실종자 신고센터를 설치했다. 실종 신고가 들어온 56명에 대한 생존 및 소재를 확인한 결과, 부평구 주민 1명을 비롯해 계양구 2명, 서구 1명 등 모두 5명에 대한 소재는 불투명하다. 특히 유정복 인천시장은 31일 미추홀구 문학경기장의 인천 SSG랜더스필드에 대한 안전점검과 지역 내 화재취약한 전통시장에 대한 점검 등에 나선다. 2만3천석 규모의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는 다음달 1일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이 치러질 예정이다. 앞서 이날 중구 동인천 낭만시장과 르네상스 버스킹, 미추홀구 수봉산 페스티벌, 서구의 검단보리밭 일소리 공연, ㈔남동미래행복재단의 음악회 등이 모두 취소됐다. 31일 연수구의 음악힐링 나드리도 열리지 않는다. 유 시장은 31일 섬지역의 의료취약 실태점검과 개선대책을 찾기 위한 옹진군 덕적도의 방문 등의 일정을 취소했고, 인천시교육청은 다음달 2일과 5일에 열 예정이던 ‘2022 인천교육 콘서트’와 ‘제8회 인천교육혁신한마당’ 등의 취소를 검토 중이다. 유 시장은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축제장과 스포츠행사장에 요원을 배치, 안전에 빈틈없이 하겠다”고 했다. 이민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