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형 이동장치(PM)를 운행 중이던 20대 남성이 차량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천경찰서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20대 남성 A씨를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이날 오전 1시6분께 진리동의 한 노상에서 자신의 소나타 승용차 앞에서 PM을 타고 이동 중이던 B씨를 충격해 사망케 한 혐의다. B씨는 신진사거리 방면에서 복하교차로 방향 1차로에서 PM을 타면서 이동하던 중 넘어졌고, B씨 뒤에서 차를 몰던 A씨는 이를 발견하지 못한 채 B씨를 충격했다. 음주측정 결과, A씨는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B씨의 정확한 사인 확인을 위해 부검을 의뢰할 예정이다. 김정오·양휘모기자
KT 위즈가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준플레이오프(준PO) 4차전서 승리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KT는 20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준PO(5전 3선승제) 4차전서 선발 투수 소형준의 6이닝 2실점 호투와 강백호의 솔로포 포함 3안타,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 박병호의 4안타 등 15안타를 폭발시킨 타선의 활약에 힘입어 9대6으로 승리했다. 전날 홈에서 2대9 대패를 설욕하며 2-2로 시리즈 균형을 맞춘 KT는 오는 22일 오후 2시 장소를 고척 스카이돔으로 옮겨 최종전을 갖는다. 이날 KT는 1회초 선취점을 내줬다. 소형준은 선두타자 김준완을 라인드라이브로 잡았으나 이용규와 이정후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3회초에도 KT는 김준완에게 내야 안타를 허용한 뒤, 이용규의 희생번트와 이정후의 좌익수 앞 안타로 1사 1,3루 위기를 맞았다. 이어 김혜성에게 땅볼을 이끌어내 병살 기회를 잡았으나 오윤석의 송구가 빠지며 허무하게 1점을 헌납했다. 0대2로 이끌리던 KT는 홈런으로 분위기를 뒤집었다. 3회말 선두 타자로 나선 강백호가 한현희의 2구를 힘차게 받아쳐 자신의 첫 포스트시즌 홈런을 신고했다. 이어 KT는 5회말 2사 후 배정대의 2루타와 강백호의 고의 4구로 만든 2사 1,2루서 알포드와 박병호가 연속 적시타를 뽑아내며 3대2로 역전에 성공했다. KT의 매서운 공격은 계속됐다. 6회말 선두타자 김민혁이 내야 안타로 진루한 뒤 오윤석의 희생번트로 1사 2루의 기회를 만들고 심우준과 배정대가 연속 적시타를 터뜨려 2점 더 달아났다. 7회초 키움이 김준완의 적시타와 이정후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뽑아 4대5로 따라붙었으나, KT는 7회말 박병호의 2루타와 장성우의 볼넷에 이은 황재균의 2타점 적시타로 승기를 잡은 뒤 송민섭까지 적시타를 치며 4점 차로 벌렸다. 이후 KT는 8회초 키움 김휘집에게 2점 홈런을 내주며 또 다시 추격을 내줬으나, 8회말 강백호, 박병호의 안타에 이은 상대 3루수 송성문의 실책으로 1점을 보탠 뒤 9회 김재윤이 키움의 타선을 틀어막아 3점차 승리를 지켰다. 김영웅기자
올해 상반기 경찰에 검거된 조직폭력배 10명 중 7명은 30대 이하 청년층으로 나타났다. 조직폭력배도 세대 교체 중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지난 4~7월 조직폭력 범죄를 대상으로 100일간 특별단속을 벌여 총 1천630명을 검거하고 그중 307명을 구속했다. 검거 연령은 30대 이하 청년층이 68.7%를 차지했다. 20대가 34.4%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30대(28.2%), 10대(6.7%) 순이었다. 경찰은 “나이 든 조폭 ‘고문’들이 나가고 젊은 조직원들을 신규 영입하면서 형법상 폭력,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받는 조직원이 다수 검거됐다”고 말했다. 최근 조직폭력 범죄는 서민들의 생계를 침해하고, 갈수록 광역화·지능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조직성 폭력 범죄는 폭력조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검거는 조직폭력 범죄의 사전 예방 효과가 있다. 기존 폭력조직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고, 신규 조직에 대해 엄중 수사하는 등 지속적 단속과 체계적 관리를 통해 조직폭력 범죄에 강력 대응할 필요가 있다. 10대 조직폭력원이 크게 늘었다는 보도다. 경기도에서만 지난 5년간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회 행정안전위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검거된 10대 폭력조직원은 187명이다. 이 중 3분의 1인 62명이 경기지역에서 붙잡혔다. 도내에서 검거된 10대 폭력조직원 수는 2018년 11명이었으나 2019년 38명으로 늘었고, 올해는 62명이나 됐다. 30대 이하 폭력조직원 검거도 경기지역에 집중됐다. 올해 검거된 폭력조직원이 2천789명인데 30대 이하가 1천844명(66.1%)으로 절반을 넘겼다. 이 중 경기도 인원이 691명으로 가장 많았다. 올해 기준 국내 207개 폭력조직의 조직원 5천465명 중 30개 조직, 807명이 경기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0대 조직원의 증가에 대해 경찰과 우리 사회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청소년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쉽게 노출되고, 범죄에 접근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면서 10대 조폭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0대 중에는 조폭들이 비싼 술을 마시고, 외제차와 고급시계 등으로 재력을 과시하는 모습이 영화나 유튜브, SNS 등에 비치면서 폭력조직 문화를 동경하는 이들이 있다고 한다. 비대면 방식의 조직원 유입, MZ세대 조폭 증가 등 폭력조직의 변화에 능동 대처해 청소년들이 범죄 조직에 빠지지 않게 해야 한다. 조직폭력배나 폭력조직원의 단속과 검거, 엄중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교육을 통한 사회화 등 시스템 마련에 힘써야 한다.
민주연구원은 여의도 민주당사에 있는 직속 정책연구소다. 검찰이 이곳에 압수수색을 들어간 것은 19일 오후 3시5분께다. 소식을 접한 박홍근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긴급 공지를 보냈다. 진행 중인 국정감사를 중단하고 당사로 집결하라는 지시였다. 이에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당사에 도착해 검찰 관계자들을 막았다. 정치 탄압 등을 주장하며 7시간 넘게 대치했다. 결국 오후 10시47분 검찰이 돌아갔다. 압수수색에 앞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체포됐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 부원장의 혐의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다. 복수의 언론이 이런 내용을 검찰발로 보도하고 있다. 김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8억여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에게 20억원을 먼저 요구했다고 한다. 남욱, 정민용 등이 자금을 마련했고 다시 유 전 본부장을 통해 김 부원장에게 전달됐다는 게 알려진 내용이다. 돈이 전달되는 시기 및 정황도 전해진다. 김 부원장이 20억원을 요구한 시기는 지난해 2월이라고 한다. 4월부터 8월까지 여러 차례로 나눠 8억원이 전달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5~6월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이 출마 선언을 했다. 본격적인 레이스가 7월에 시작됐다. 이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된 것은 10월이다. 자금 흐름이 대선 일정과 겹친다. 수사 방향이 심상치 않다. 유 전 본부장이 진술했다는 얘기도 있다. 이쯤에서 되짚어볼 전날 법사위 국감 장면이 있다.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따져 물었다. “유동규가 구속 만료되면 석방되는가”, “검찰이 유동규를 다루는 데 이상한 흐름이 있다”, “유동규를 회유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송 검사장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일반인에게는 느닷없어 보였던 ‘유동규 문답’이다. 민주당에서 이미 수사 흐름과 상황 전개 방향을 감지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짐작하게 한다. 우리가 유〈2219〉무죄 판단을 논하는 것이 아니다. 강제 수사를 대하는 자세를 지적하려고 한다. 압수수색을 비난하는 것과 압수수색을 막는 것은 다르다. 일반 국민이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물리력으로 막을 수 있겠는가. 상상도 할 수 없다. ‘169석 거대 집단’이 막은 것임을 국민이 다 안다. ‘이재명 대표 수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체포, 압수, 구속 등 강제 수사는 언제든 이뤄질 수 있다. 그때마다 이렇게 무력화시킬 것인가. 국민의힘에서 나오던 얘기가 있다. ‘민주당이 무리한 방탄으로 나올 것이고, 이를 본 국민이 실망할 것이고, 결국 총선 표심으로 연결될 것이다.’ 다소 엉성해 보이는 이 논리의 첫 번째 전제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 어제 민주당사 앞 집단 행동이었다. 국민의힘이 기다리던 덫에 민주당이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특정인의 사법적 사망보다 무서운 건 특정 정당의 정치적 사망이다. 민주당은 이걸 고민해야만 한다.
먼 우주에서 어떤 물체가 지구로 날아와 충돌한다? 생각만 해도 공포스럽다. 물리학적으로 어떻게 설명될 수 있을까. ▶엊그제 의미 있는 실험이 성공을 거뒀다. 외신에 따르면 지구와 부딪치는 코스에 있는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켰다. 해당 소행성의 궤도를 바꿔 지구와의 부딪침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인류 최초의 지구 방어 실험이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성과다. ‘쌍(雙)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이라는 명칭이 부여됐다. 해당 우주선과 맞짱(?)을 뜬 소행성의 이름은 ‘다이모르포스’였다. ▶NASA 측은 “해당 우주선이 (소행성의 공전주기를) 11시간55분에서 11시간23분으로 단축시켰다”고 발표했다. 특히 공전주기 단축 시간은 당초 NASA가 추정한 10분보다 긴 32분으로 측정됐다. 11시간23분은 지구 방어를 위한 분수령이었다. ▶우주선이 부딪친 소행성 다이모르포스의 크기는 지름 160m였다. 축구장 규모다. 다이모르포스는 그리스어로 쌍둥이를 뜻하는 디디모스를 11시간55분 주기로 공전한다. 앞서 연구진은 이번 충돌로 공전주기가 10분가량 짧아질 것으로 예상했었다. 디디모스와 다이모르포스는 지구에 4천800만㎞ 이내로 접근하는 지구근접천체(NEO)로 분류된다. 하지만 지구와의 충돌 위험은 없었다. ▶6천600만년 전 공룡시대가 마감된 원인도 소행성과의 충돌이었다. 이 같은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략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우주선을 운동충격체로 활용해 충돌 코스 궤도를 바꿔 놓는 공정이 가장 효율적인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사랑으로 똘똘 뭉쳐 소행성과의 충돌 위험에서 인류를 지켜야 합니다”. 불현듯 앨버트 해먼드가 1972년 발표했던 ‘For the peace of all mankind’의 노랫말이 귓전에 맴돈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10년 전부터 국회정책토론회 3회, 학술연구, 각종 기고 등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오랜 염원인 국가보훈부 승격 정부조직법이 조만간 발의될 예정이다. 국가보훈부 승격에 맞춰 대통령실 보훈비서관도 이번에 반드시 신설돼야 하는데,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 국가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북한은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로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근·현대사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36년 간 일제의 강제 침탈이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수많은 독립운동가,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나라를 지켰던 6·25전쟁 참전유공자, 대한민국 국위 선양과 경제발전을 위해 헌신한 월남전 참전유공자와 그 외 특수임무유공자, 소년병, 학도병, 여군, 국민방위군 등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국민 영웅의 은혜에 대한 보답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 정부 보훈정책의 포커스는 일류보훈 추진으로, 보훈은 국방의 근원이자 정신적 지주라고 밝혀 왔듯이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국가유공자를 위한 보훈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대통령실 보훈비서관 신설이 시의적으로 매우 필요한 시기라 판단된다. 보훈비서관 신설이 필요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 첫째, 대통령실 내 보훈정책을 전담하는 보훈비서관 부재로 날로 중요시되고 변화하는 보훈 업무를 조정 통합하는 기능이 상실되고 둘째로 현 정부에서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고 공헌한 분들에 대한 존경심과 예우 차원에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진다는 보훈의 기본원리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대통령실과의 소통 창구 역할이 필요하다. 셋째, 대통령실 내 중앙정부 부처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 교육, 법률, 환경, 자치, 법무 등 전담 비서관제도가 대부분 있으나 독자적인 보훈 분야만 없어 이에 따른 업무 수행상 많은 어려움과 타 부처와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된다. 넷째, 북한의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지뢰 폭발 등에 따른 보상 지원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국민들에 대한 보훈교육학적 상징적 의미로 절실히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상이군경회 등 10여개와 재향군인회 등은 보훈단체들의 강력한 요구와 간절히 바라는 염원이고 숙원이다. 대통령실 보훈비서관 신설 방안을 세부적으로 제시하면 1안은 정무수석실 내 보훈비서관을 두는 방안으로 현행 국가보훈처가 국가 정무위원회 소관 부처로 정무1, 2비서관, 보훈비서관, 지방자치비서관 4개 비서관을 두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 2안은 사회수석실 내 보훈비서관을 설치하는 방안으로 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업무보고 소관 부처로 보훈비서관, 보건복지비서관, 고용노동비서관, 교육비서관, 기후환경비서관, 문화체육비서관 6개 비서관 체제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보훈비서관 신설 시 직급 및 업무 분장을 제시하면 대통령실의 전반적 보훈정책을 총괄 조정하는 1급 비서관, 보훈정책 및 국내외 행사업무, 보훈예산 등 현안 업무 조정 2급 선임행정관, 국내 보훈정책 및 보훈행사 업무 담당(현충일, 6·25, 광복절 등 행사 업무) 3급, 국제 보훈정책 및 보훈행사 담당(국외 독립유공자 유해 봉안, 국제보훈 외교 업무, 대통령 해외 순방 업무) 4급 행정관 2명, 5급 행정관 3명 등 총 8명이 필요하다. 대통령실 보훈비서관 신설을 위한 일정별 세부 추진 방안을 제시하면 11월1일 보훈비서관제도 신설 추진 전문가(학계, 공무원, 보훈전문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및 위촉하고 12월 초 대통령실 시행령 개정, 2023년 1월1일을 목표로 보훈비서관 신설 및 보훈전문가 비서관 임명을 추진하는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김태열 한국보훈포럼회장·영남이공대 교수
지난 8월27일 로마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인 유흥식 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그는 전 세계 성직자들을 돕는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이 됐고,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투표권을 지닌 추기경이 됐다. 놀랍게도 200년 전 잔혹한 탄압 속에서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던 나라에서 전 세계 가톨릭 성직자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책임 추기경을 배출했다. 역사적인 순간이다. 로마 유학 시절 추기경을 처음 뵙게 됐다. 한국 식당에서 소속 신부들을 격려하며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추기경의 얼굴을 기억한다. 그리고 추기경은 과거 7년간 이탈리아 가톨릭 단체에 몸담고 함께 부대끼며 사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그래서 특유의 친화력과 유창한 이탈리아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추기경이 되기 전부터 자주 로마를 방문했고, 거침없이 고위 성직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뿐 아니라 소속 신부들을 바티칸 외교관 혹은 교황청 직원으로 양성하기도 했다. 이런 추기경의 적극적인 태도 때문인지 몰라도 프란치스코 교황은 추기경을 눈여겨보고 있었을 것이다. “유흥식 추기경은 많은 덕을 지녔고 좋은 자질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그분을 임명한 근본적인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바로 신부들과 무척 가까운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주교는 참으로 신부들과 가까운 사람이어야 합니다. 모두가 그분에 대해 신부들과 정말 가까운 주교라고 말해주었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제가 그분을 교황청 장관으로 부르게 된 것입니다.”(KBS 다큐인사이드) 추기경(cardinal)이란 용어는 라틴어 ‘카르도(cardo)’에서 유래한다. 카르도는 문틀과 문짝을 연결하는 경첩을 의미한다. 교황과 전 세계를 연결하고 소통하게 하는 중간 역할자가 바로 추기경이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교황은 한국인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해 소통의 역할을 담당하길 기대하고 있다. 바로 추기경의 독특한 이력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는 교황청 사회복지평의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북한에 인도적 활동을 계속해 나갔다. 네 차례 북한을 방문해 기아 극복을 위한 대안을 제시했고, 교황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노력도 현재 진행형이다. 교황은 북한의 초청을 받는다면 기꺼이 방북하겠다며 “방문의 목적은 언제나 형제애”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저를 초대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모든 민족의 형제입니다. 문화의 열쇠, 정치 상황의 열쇠, 종교의 열쇠로서 저는 모두의 형제입니다. 형제애의 씨를 뿌리고, 이웃과 가까워지는 씨, 미소의 씨를 뿌리고 손을 내밀어 주는 마음의 씨를 뿌리는 것입니다.”(KBS 다큐인사이드) 사실 북한과 남한의 오랜 휴전은 사회주의 국가들과 민주주의 국가들의 오랜 대치 상황이기도 하다.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이 분열의 장소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대한다는 것은 마치 자신을 평화의 도구로 써 달라는 메시지 같다. “주님 저를 당신의 도구로 써 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성 프란치스코의 ‘평화의 기도’) 교황의 뜻처럼 한국인 유흥식 추기경도 기꺼이 평화의 도구가 돼주길 기도해 본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 교회법 교수
요즘 지방자치단체 현장을 보면 저마다 각종 문화 행사로 분주하다. 간헐적으로 초대를 받아 가기도 하고, 홍보성 광고매체를 보고 가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나들이를 떠났다가 우연히 현장 정보를 알고 방문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쉬움이 많다. 그 이유를 지자체 단체장 혹은 관계부서장에서 묻고 싶은 것이다. ‘과연, 시민들의 복지와 힐링을 위한 문화 행사에 관심이 있기는 한가.’ 준비되지 않은 행사에 선심성 예산을 투입하거나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책정해 졸속 문화 행사로 마무리하고, 요식행위의 일환인 행사로 마무리하고 싶은지 의심이 갈 정도로 미숙함 내지 원칙이 무너지고 있음을 발견하고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문화 행사를 유치하는 데 있어 크게 두 가지의 문제가 노출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는 행사를 진행함에 있어 여전히 정치적 이념을 버리지 못하고 특정 정치 공당의 프로파간다(선전 선동) 유형의 숨은 전략이 그 행사를 주도하는가 하면, 둘째, 예산의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닌 충분히, 그리고 적정하게 잘 쓰이지 못하는 까닭에 사람 동원하기에 급급하고, 출연진의 질적인 자격 논란의 여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는 것이다. 이는 초대 받아 참석한 특정한 사람들이나 관람객으로 참석해 각 지자체의 토속문화를 즐기려고 기대를 모았던 사람들에게 큰 실망을 안기기에 충분하다. 이런 졸속 문화 행사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문화 유치 현상을 보면 이 나라의 정치나 행정기관의 문화 수준을 가늠하기란 결코 어렵지 않다. 더 나아가 이런 문화 행사에 익숙해진 국민이나 유치 상황을 간과하려 들거나 이용하려는 세력이 사라지지 않는 불온한 환경이 지속된다면 국민의 삶의 질과 국가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삶이 정상적으로 향상되기 위해서는 문화 수준이 반드시 그 이상으로 따라야만 국가경쟁력 강화와 국민 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충분한 요소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 주기 바란다. 이충재 시인, 문학평론가
조선시대 수령(守令) 임명에는 역사(歷辭)가 있었다. 역사란 새로 임명된 수령이 의정부와 이조 등 관아를 돌며 부임(赴任) 인사를 드리는 행위다. 예의상 하는 일이 아니다. 속대전에 있는 법적인 의무사항이다. 역사는 조선시대 인사행정의 마지막 관문의 절차인 셈이다. 역사의 의미는 첫째, 수령은 관장하지 않는 일이 없을 만큼 중요 직책이므로 선배들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이다. 둘째, 추천과 서경(조선시대 인사청문회)의 절차를 거쳤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한 흠을 알아보기 위함이다. 인사 검증을 사람에게 의존했던 조선시대 인사 시스템이다. 역사 절차에서 흠결이 알려지면 부임 인사를 받지 않는다. 이로 인해 부임이 거부 또는 번복되는 일이 실록에도 남아 있다. 1735년(영조11년) 12월5일 좌의정 김재로가 오석종의 해남 현감 제수를 역사에서 부임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인사 검증제도에도 부정부패가 존재했다. 의정부와 문무관이 수령에 대한 추천권과 서경권, 이조와 병조가 인사 담당자로 권한이 컸다. 그만큼 인사 청탁과 부정한 뇌물의 여지도 많았다. 이러한 인사 부정은 역사로만 치부해 덮을 수 없음도 현실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재에도 여전히 다양한 인사청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2018년 승진 인사청탁을 대가로 군청 공무원 2명으로부터 각각 2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전 함양군수 징역형 선고. 2018년 공무원 승진 인사를 빌미로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은 전남 무안군수 징역형 실형 받아 군수직 상실. 2012년 인사청탁 관련 뇌물을 받은 전 강릉시 국장 징역 1년6개월에 벌금 4000만원 선고. 한편 역사와 결은 다르지만 인사 발령 후 임용자들에게 인사를 받지 않는 공직자가 있다. 바로 수원시 제1부시장이다. 그의 집무실은 인사 전후로 결재 외는 출입금지. 면담은 꿈도 꿀 수 없다. 사전 검토를 통해 중요 사안만 대면결재가 가능하다. 부시장의 ‘부임인사 금지’ 때문이다. “이번 인사에 내가 힘 좀 썼어. 승진은 내 덕인 줄 알아”라며 어깨에 뽕 좀 주고 싶었을 터인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귀호강을 받고 싶었을 법도 하며, “부임지 가서 잘해”라고 당부의 손을 나누고 싶진 않았을까. 아니 이런 것 자체를 사치로 여길지도 모르겠다. 인사에 자신의 견해가 반영되지 않아서라면 매번 그러지도 않았을 터. 이유는 알 수 없다. 그에게 인사 부정은 어불성설. 인사청탁 노크라면 문전박대가 불 보듯 뻔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금언(金言)이다. 사람의 일이 곧 모든 일이라는 뜻, 알맞은 인재를 잘 써야 모든 일이 잘 해결됨을 이르는 말이다. 일을 수행할 사람을 잘 확보하고 업무를 맡겨 성과를 내고자 함은 모든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고민이다. 문제성 있는 인사 발령이 나면 으레 도는 말들이 있다. ‘학연 인사’, ‘지연 인사’, ‘혈연 인사’, ‘보은 인사’, ‘Ⅹ판 인사’다. 이런 말들이 뒷담화로 도는 조직에서는 일의 성과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역사가 조선시대 관료의 인사 부정 해소는 물론 청렴성 유지와 기강 바로잡기에 기여했음은 사실이다. 인사 관련 공직자들은 역사를 거울 삼아 다시 한 번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부시장의 ‘부임인사 금지’와 미소에 담긴 수원의 미래가 기대된다. 장보웅 수원특례시 화서1동장·행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