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기로 부친을 살해한 6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천오정경찰서는 존속살인 혐의로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전 10시15분께 상오정로 빌라에서 80대 남성 B씨를 살해한 혐의다. A씨는 평소 B씨와 갈등을 겪어 오던 중 이날 B씨로부터 “도둑놈”이라는 말을 듣자 부엌에 있던 흉기를 가져와 A씨의 목을 그었다. A씨는 범행 직후 자수했으며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김종구·양휘모기자
시멘트 가격 인상을 이유로 10일부터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레미콘 업계가 파업을 오는 19일까지 유보했다. 멈춰설 위기에 처했던 인천지역 일부 건설현장은 시한부지만,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레미콘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준공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인천지역 공공주택은 1만5천372가구 규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당초 레미콘 업계는 이날부터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지만, 오는 19일로 파업을 유보했다. 당초 시멘트사들이 시멘트가격을 인상하면서 레미콘 업계는 총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국내 최대 시멘트 생산기업 쌍용C&E는 11월 출하분부터 시멘트 가격을 15.4% 인상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9월 삼표시멘트가 11.7%, 한일시멘트 15%, 성신양회 13.5%, 한라시멘트 14.5%의 가격 인상을 한 상태여서 사실상 대부분 시멘트사들이 가격을 올린 셈이다. 시멘트 가격이 오르는 것은 시멘트 업체들의 제조원가가 상승해 제품 공급가격을 조정해야 해서다. 한 시멘트사 관계자는 “원가 상승으로 영업이익 손실이 컸던 상황”이라며 “지난 7월부터 유연탄 가격이 폭등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시멘트사들의 이같은 가격 인상에 레미콘 업계는 파업 카드를 꺼내들었다. 레미콘 제조 과정에서 원가 부담이 대폭 늘어난 탓이다. 앞서 가격을 올린 시멘트사들이 이달 중순부터 가격이 오른 계산서를 수요업체에 발송할 계획이어서 양측의 갈등은 더 심화할 전망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2달이 성수기인데 조업을 중단하는 게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레미콘 업계와 레미콘을 공급할 건설사와 단가 재협상 등을 할 수 있도록 인상시점을 어느정도 늦춰줘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당장 인천지역에 건설 중인 공공주택 현장들은 레미콘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민간아파트 현장과는 달리 LH(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현장에선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 레미콘사 제품을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LH가 추진하는 인천지역 공공주택 현장은 총 40곳에 달한다. 레미콘 파업이 현실화하면 입주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공사현장은 16곳, 1만5천372가구 규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달청 등에서 레미콘 공급 단가를 올려주는 등 빠른 결정을 통해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인천지역 바닷모래 채취 기간 만료에 따른 재허가 과정에서 골재 채취도 차질을 빚고 있어 시멘트 가격이 또 오를 가능성도 크다. 인천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레미콘 파업이 유보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지만, 골재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레미콘 마저 문제가 생기면 준공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이민수기자
“명절마다 동네 사람들에게 밀가루를 나눠줬는데.... 추억이 모두 사라져 아쉽네요.” 10일 오전 9시 인천 동구 만석동30의1 밀가루 공장이던 옛 사조동아원(동아제분) 앞. 30~40년 전에는 6층짜리 공장이 휴일도 쉴 새 없이 돌아가며 국내 밀가루 공급을 맡아 왔지만, 지금은 창고로 쓰이면서 조용하다. 공장 벽에 쓰인 ‘맥선’이라는 밀가루 상표명은 사조동아원의 옛 명성만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 정선하씨(66)는 “30~40년 전에는 주민들의 생계를 책임져 주던 공장이었는데, 이젠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한다”라며 “후세가 피란민과 가난한 노동자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기억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주민들은 이 화수부두 일대의 사조동아원, 그리고 대한제분, 삼화제분 등을 가난한 사람들의 주식인 밀가루를 생산한 곳으로 기억한다. 이 공장의 400m 뒤편 길가에는 옛 ‘사이토 정미소’가 있다. 일제가 만든 정미소지만, 이후 삼화제분이 인수해 밀가루 공장과 연계, 인천의 관련 산업의 발전을 이끈 곳이다. 현재 인천시로부터 지정받은 근대건축물 중 하나다. 맞은편에 있는 동일방직 공장도 멈춰선 지 오래다. 동일방직과 혁진산업 등 인근 대규모 공장 단지는 이제 모든 기계를 멈춰세운 채 인천의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이곳의 공장 덕분에 만석동과 화수동 인근은 ‘노동자의 길’이라고 불릴 정도로 근·현대 노동자의 삶을 곳곳에 담고 있다. 정씨는 “붉은 벽돌로 만든 건물을 보면 ‘옛 건물이구나’라고 생각하며 추억에 잠길 때가 있다”고 했다. 인천시가 동구 만석동의 옛 사조동아원과 동일방직 등의 부지에 대한 개발을 본격화한다. 시에 따르면 최근 민간사업자인 ㈜아이앤케이 디벨롭먼트는 옛 사조동아원 건물을 헐고 600가구의 아파트를 짓는 ‘만석지구 특별계획구역3 도시계획변경 협상안 제안서’를 제출했다. 시는 이를 위해 이곳을 준공업지역에서 제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꾸는 대신, 민간사업자가 개발이익의 일부를 공공에 기여하도록 현재 사전협상을 벌이고 있다. 시의 사전협상제도 2호다. 사업자는 공공기여 방안으로 공원 1곳과 도로 2곳의 노선 정비를 제안했다. 하지만 시는 많은 주민이 오갈 수 있도록 공원의 위치를 옮겨 열린 공간으로 만들고, 근대건축물의 보존 및 기록이라도 남기기 위해 사업자와 조율을 하고 있다. 일대가 국내 최초의 ‘밀가루 공장’이라는 역사가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근대 노동 역사의 산실인 지역의 근대건축물 보존과 기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현재 사업자과 협상 중인 만큼, 단지의 배치 구조 등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간사업자 관계자는 “근대건축물을 기록할 만한 ‘공간’을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대신 의미와 역사를 자료로 만들어 기록물을 남기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사라지는 ‘근대건축물’ 보존 대책 시급 만석지구 옛 동일방직·사조동아원 공장부지 등 개발 사업에 풍전등화 지역 대표적 산업유산 보호 목소리 인천 동구 만석지구의 옛 동일방직·사조동아원 공장 부지 등 개발 사업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근대건축물 역사 기록의 대표적 사례로 남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인천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중구의 답동성당 옆 인천 민주화운동의 상징이던 인천 가톨릭회관은 주차장 확보를 명분으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이어 120년의 역사가 깃든 애경의 비누공장도 헌 뒤 주차장으로 운영 중이다. 여기에 일제강점기 시절인 1930년 생긴 주점인 송주옥과 조일양조장, 동방극장 모두 현재는 모습조차 찾아 볼 수 없다. 이는 모두 지역 내 민간사업자가 추진한 각종 개발사업 탓이다. 근대건축물인데도 사유 재산이다보니 시가 보존을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록과 상징물의 건립도 공공이 아닌 민간이 할 경우 사업성 등에 밀려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역 안팎에서는 이번 사조동아원을 비롯해 인근 동일방직 등은 인천을 대표하는 근대건축물이자 산업유산인 만큼, 역사성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인천시는 이 일대 약 17만6천331㎡를 만석지구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공업과 주거기능이 혼재한 지역의 체계적인 관리와 대규모 공장 이전 부지에 따른 근대건축물 훼손 및 난개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현재 인천에는 근대건축물 개발 요구를 체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례 등 법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심지어 인천시가 지난 2019년 492곳의 근대건축물 목록을 만들었지만, 소유자 반발을 우려해 목록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는 지난 2009년 ‘근대건축물 보호 및 진흥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해마다 252곳의 근대건축물 목록을 관리하고 있다. 또 이 같은 근대건축물을 문화·관광 인프라로 확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지난 2015년에는 민간 소유인 한성은행 부산지점인 청자빌딩을 매입해 현재 부산시의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근대건축물은 사유재산이라 강제할 수 없지만, 위원회와 제도를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서울시도 지난 2015년 근대건축물 등을 보존하는 ‘서울시 미래유산 보존·관리 및 활용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미래유산전담팀을 운영하는 등 근대건축물 보존에 나서고 있다. 박진호 인하대학교 건축학부 교수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근대건축물에 대한 자료와 보존을 위한 절차를 제도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천시가 체계만 제대로 마련한다면, 사유 재산을 매입하는 사례도 생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근대건축물을 보존할 수는 없겠지만, 문화유산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지혜기자
서민들에게 친숙한 새마을금고의 빗나간 행태가 연일 지면에 오르고 있다. 임직원들의 횡령·배임·사기 등 금융사고나 직장 내 갑질 등이 도를 넘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6년간만 해도 85건의 금융사고가 터져 피해액이 641억원에 이른다. 결국 서민 고객들이 맡긴 출자금이나 예수금이다. 이런 비리를 저지른 당사자들도 절반이 이사장·전무·상무 등 임원들이었다. 더욱 개탄스러운 것은 시아버지와 며느리, 외손녀가 한금고에서 일하는 사적 채용이 만연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갑)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다. ‘수도권 새마을금고 임직원 친인척 현황’에 따르면 경기도 100곳 금고 중 27곳(27%)에서 친인척 관계의 임직원이 함께 근무하고 있었다. 인천은 52곳 중 5곳(9.6%), 서울은 212곳 중 18곳(8.5%)이었다. 서울의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딸이 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경기도 한 금고에서는 아버지가 이사장, 아들이 과장이다. 이사장의 사촌동생, 사위, 이종사촌, 고종사촌 등이 함께 근무하는 금고들도 있었다. 이런 새마을금고들에서는 이사장이 직접 친인척의 채용 면접장에 면접관으로 들어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인천의 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며느리와 외손녀, 이사의 친인척 2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며느리는 2018년, 외손녀는 2019년에 각각 채용됐다. 또 다른 인천 새마을금고에서는 이사장의 조카가 2017년 입사해 현재 계장급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곳 이사장은 조카가 공개 채용 시험에 지원했던 당시 면접관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 규정은 지원자와 이해 관계나 가족 관계 등이 있으면 면접관으로 참여할 수 없지만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새마을금고가 어떤 금융기관인가. 1960년대 재건국민운동 마을금고에서 출발,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금융기구 역할을 담당하며 정부와 국민들의 지원으로 이만큼 성장한 서민금융이다. 외환위기 때는 제2금융권 중에서도 높은 신인도를 인정받아 많은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던 기억도 새롭다. 그런데도 서민 고객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사적 채용, 금융사고, 직장 내 갑질 등의 일그러진 모습만 보일 것인가. 고객들이 볼 때는 잇따르는 금융사고와 만연한 사적 채용이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특히 채용 비리는 우리 청년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가장 큰 불공정이다. 이대로 가면 새마을금고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을 것이다.
기본적인 인사도 마무리 되지 않은 곳이 많다. 시·군 산하 공공기관 인사 과정이 특히 그렇다. 전임 시장 때 취임한 인사들이 사퇴를 거부하고 있다. 현 시장·군수 측 인사들과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다. 선임 과정 자체가 지루하게 이어지는 곳도 많다. 능력 본위 선발, 공정한 과정 확보라는 나름의 명분이 있다. 어느 경우든 인사 무능이다. 인사에 대한 분명한 결단이 있어야 한다. 명분보다 훨씬 중요한 게 시정이다. 이제 인사를 마무리하고 행정을 궤도에 올려놔야 한다. 공약도 이제 정리해야 한다. 작금의 흐름이 그랬듯이 유난히 교통 SOC공약이 많은 민선 8기다. 철도 신설·연장, 도로 확·보장 등이 숱하다. 교통 SOC 특성상 공약 하나 실천에만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민선 임기 4년에 끝낼 수 있는 공약은 없다. 구상부터 완공에 십수년이 걸리게 십상이다.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려면 서둘러야 한다. 임기 말에 용역 보고서 한 장 내놓는 예가 허다하다. 이제 시민들도 그 꼼수를 다 안다. 4년을 쪼갰을 때 지금쯤 시작해야 할 분량이 있다. 예산작업은 이미 밑그림이 나왔어야 한다. 도로 SOC못지 않게 많았던 공약이 복지다. 남녀노소, 각계 각층을 대상으로 하는 복지 공약이다. 모두 예산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시민 입장에서는 1년 뒤 복지 흐름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그 시기가 차기 년도 예산 편성 작업이다. 올해 그 편성 시기가 시작됐고 기본 틀이 짜여지고 있다. 시민들에게 그려진 복지 예산서를 보여야 한다. 시민들이 해당 예산의 내역서를 보자 할 것이다. 이게 없다면 내년 복지는 없는 것이다. 기업유치 등에 대한 결과도 현시되기 시작해야 한다. 수도권에서의 기업 유치는 현실의 벽이 높다. 국토균형발전은 여전히 국가 정책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여전히 수도권 기업은 빼앗아갈 대상이다. 새로운 기업을 가져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시장·군수 혼자 뛰어서 맺어질 결실이 아니다. 근래 가장 큰 기업 유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과연 용인시장 또는 경기지사의 역할로 가능했었나. 자칫하면 4년 뒤 ‘유치 기업 0개’의 민망한 결산서를 내놓게 될 것이다. 주민 민원 사업에 대한 진솔한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을 막론하고 선거 때 쏟아진 민원이 있다. 장례시설·혐오시설·환경시설 등의 이전을 요구하는 민원이 특히 많다. 아주 많은 경우, 시장·군수들은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로드맵을 밝혀야 한다. 일부 지역에서 내놓는 꼼수가 있다. ‘공론화’라는 이름의 말장난이다. 정직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태도다. 민원 해결의 주체는 시군이다. 공론화는 시군의 자기 책임을 민간에게 떠 넘기는 짓이다. 취임 100일까지는 너그러웠다. 유권자가 봐 넘겨준 시간이었다. 이제부터는 아니다. 따져 묻고 평가하는 평시 행정으로 갈 것이다. 전혀 다른 각오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아주 많은 시장·군수들이 이 냉험한 경계를 구분 못한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76세 어르신 김필규씨(가명)는 ‘[국제발신] 김필규님[결제] 인증코드 8667, 2,639,000원[승인] 해외직구 배송조회 고객센터 031-’라는 문자메시지를 받고 화들짝 놀랐다. 한 번도 이용해 본 적 없는 해외 인터넷 쇼핑으로 200만원이 훌쩍 넘는 물건을 결제했다고 안내된 것이다. 놀라서 고객센터에 전화해봤더니 직원은 “취소, 환불 처리를 해 주겠다”고 말하며 다시 문자로 URL을 보내와서 접속하도록 한 뒤 해외직구 앱을 내려받고 설치하라고 안내했다. 그러나 이는 앱 설치 즉시 금융정보와 개인정보가 탈취되는 스미싱(문자메시지 SMS와 피싱의 합성어)이었다. 혼자 사는 어르신 박모씨는 딸로부터 ‘엄마 지금 핸드폰 액정이 깨져서 친구 전화를 빌려 문자 보낸다. 돈을 받아야 하는데 휴대폰이 망가져서 계좌를 확인 못하니, 엄마 계좌로 대신 받아달라’면서 신분증 사진, 은행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보내달라고해 급히 보냈다. 그렇지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딸이 아니었고, 메신저 피싱 일당은 박모씨 명의로 비대면계좌를 개설하고 2억여원을 대출받아 인출한 뒤 잠적했다. 또 다른 어르신 이모씨는 ‘경기도 노인일자리센터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서 “공공기관에서 일하려면 개인정보가 필요하다”고 요구했지만, 실제로는 보이스피싱이었다. 60대 이상 어르신이 피해자인 금융사기 피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범행 수법도 정교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1년 60대 이상의 보이스피싱 피해 금액은 614억4천521만원, 전체 피해 건수의 40.7%로 20~40대 피해 비중이 줄어드는 데 비해 고령층 피해 건수는 노년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더구나 노령층일수록 피해 금액이 평생 모은 돈인 경우가 많고, 그동안 세상물정을 잘 알면서 살아왔다고 자부했던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자괴감이 들게 돼 피해 이후 경제적, 정신적 고통 또한 심각하다. 고령층은 스마트폰, 해외직구, 비대면계좌 개설 등에 서툴고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경우 대처하기 용이하지 않다는 특성을 악용한 금융사기범들로 인해 더 이상 어르신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전자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제정,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피해 예방 대책 역시 중요하다. 경기도에서도 각 노인복지관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역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피해 유형별 대응방법과 금융사기 예방교육을 실시하고, 지방자치단체, 금융기관, 경찰서 등 관련 유관 기관들 간 협조로 어르신의 금융사기 예방 및 피해 대책을 마련할 때다. 최정민 변호사·국가인권위원회 현장상담위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가 오는 14일과 18일 잇따라 경기도에 대한 국감을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지난해에 이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 국감 2라운드가 될 것인지, 김동연 도지사가 부각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인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해 경기도 국감은 민주당 대선후보 자격으로 임한 이재명 전 지사를 상대로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등을 집요하게 추궁, ‘대장동 국감’이라고 불렸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당 대선후보를 엄호 사격하며 행안위에 이어 국토위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올해 경기도 국감은 여야 입장만 바뀌었을 뿐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여당 의원들은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억대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이화영 전 부지사와 이 대표와의 관계를 추궁하며 총공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 대부분 사실이라는 경기도 감사 결과를 토대로 윤 대통령 가족 의혹을 겨냥할 방침이어서 정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이 대표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의혹 등도 충돌지점이다. 이 과정에서 김 지사가 여당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지, 이 대표 사법 리스크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지가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여당은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 하면 검어진다)을 빗대, 이 대표와 김 지사를 싸잡아 비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야당은 김 지사가 지방선거 때 내세웠던 ‘명작동화’(明作東花, 이재명이 만들고 김동연이 꽃 피운다) 정책시리즈를 되새기며 맞설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위는 14일 1반과 2반으로 나눠 민주당 소속 김민기 위원장(용인을)을 필두로 1반이 경기도 국감을 하고, 2반이 서울시 국감을 진행한다. 1기신도시 재정비사업과 경기북부특별자치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도 주요 이슈로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행안위 국감은 경기도에 이어 경기남부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 국감이 예정돼 있어 여야가 하루 종일 뜨거운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앞서 행안위는 지난 7일 경찰청 국감에서 민주당 이 대표가 연루된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과 윤 대통령 처가의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놓고 설전을 벌인 바 있다. 여야 국토•행안 경기 의원 ‘2 대 11’… 창보다 방패 ‘2 대 11’ 올해 경기도 국감을 실시하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에 소속된 여야 경기 의원수다. 10일 국토위와 행안위에 따르면 오는 14일 경기도 국감을 실시하는 국토위 지방1반은 15명으로 구성돼 있다. 총30명을 1반과 2반으로 나눠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민기 위원장(용인을)이 이끄는 1반이 경기도, 국민의힘 김정재 간사가 위원장을 맡은 2반이 서울시 국감을 한다. 1반 15명 중 3분의 2인 10명이 경기도 의원이다. 8명이 참여한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비롯, 김병욱(성남 분당을)·김민철(의정부을)·박상혁(김포을)·이소영(의왕·과천)·한준호(고양을)·홍기원 의원(평택갑) 등 경기 의원이 7명이다. 국민의힘은 6명이 참여한 가운데 경기 의원은 김학용(안성)·김선교 의원(여주·양평) 등 2명 뿐이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고양갑)이 참여, 국토위 여야 경기 의원 숫자는 2 대 8이 된다. 18일 경기도 국감에 나서는 행안위에는 민주당 김철민(안산 상록을)·오영환(의정부갑)·조응천 의원(남양주갑) 등 야당 의원만 3명이 포함돼 있다. 경기 의원들이 피부로 체험하는 지역 정책 현안과 도민들의 여론을 경기도 국감에서 어떻게 반영할지 관심을 끈다. 특히 민주당 이재명 대표(인천 계양을) 사법 리스크를 놓고 여당의 ‘창’과 야당의 ‘방패’가 부딪칠 경우, 경기 의원이 많은 야당의 방패에 무게중심이 쏠릴 지 주목된다. 또한 지난해 경기도 국감을 실시했던 여야 의원 13명이 올해 여야 혹은 상임위 옷을 바꿔 입고 다시 경기도 국감에 나서는 것도 이채롭다. 국토위의 경우, 국민의힘 2명과 민주당 2명, 정의당 1명 등 총 5명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경기도 국감에 참여한다.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지난해 행안위 소속으로 경기도 국감을 했고, 김희국 의원은 지난해에 이어 국토위로 경기도 국감에 나선다. 민주당 김민철·박상혁 의원은 지난해 각각 행안위와 국토위 소속으로 경기도 국감을 했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도 다시 국토위 소속으로 경기도 국감을 실시한다. 행안위는 국민의힘 2명과 민주당 6명 등 무려 8명이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민의힘 박성민·김용판 의원은 지난해 각각 국토위와 행안위 소속으로 경기도 국감에 참여, 민주당 의원들과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조응천·문진석·천준호 의원 등 3명은 지난해 국토위에서 올해 행안위로 소속이 바뀌었고, 오영환·이해식·임호선 의원 등 3명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행안위 소속으로 각각 경기도 국감에 나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신경전을 벌일 전망이다. 김재민기자
지난 8월5일 이천시 관고동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 3층에서 불이 났다. 4층에 있는 병원은 순식간에 유독가스와 연기로 가득 찼다. 화재 신고를 받고 6분 만에 현장에 도착한 소방대원들은 33명의 환자가 치료받고 있던 병원으로 진입해 진화에 나섰다. 소방대원들이 병원 안으로 들어갔을 당시, 병원 관계자들은 고령의 환자들을 대피시키느라 분주하고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중 숨진 현은경 간호사(50)도 있었다. CCTV 영상을 보면 4층 신장투석전문병원에 근무 중이던 현 간호사는 유독가스에도 마지막까지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대피를 도왔다. 현 간호사는 병상에 누워 움직일 수 없는 환자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투석기와 연결된 튜브를 제거하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는 현 간호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하고 온라인 추모관을 개설했다. 추모관에는 ‘숭고한 이타적 자기희생 정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 시대의 진정한 영웅입니다’ 등 3천여개에 달하는 글이 게재됐다. 현 간호사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천시는 간호협회와 함께 고(故) 현은경 간호사의 의사자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의사자(義死者)는 자신의 직무가 아닌데도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을 돕거나 구하다가 숨진 사람이다. 의사자로 지정되면 정부가 관련법에 따라 고인과 유족을 예우하고 지원하게 된다. 현 간호사가 의사자로 지정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의사자 지정 절차가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이 기쁜 소식이 전해졌다. 고 현은경 간호사가 ‘LG 의인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이다. LG 의인상은 2015년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고 구본무 회장의 뜻을 반영해 제정됐다. 현재까지 LG 의인상 수상자는 총 181명이다. 충분히 대피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투석 환자를 보살피느라 자신을 희생한 현 간호사는 의인(義人)이다. 이제 의사자 지정을 통한 국가적 예우가 남았다. 이연섭 논설위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IRA)이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지난 16일 발효됐다. 이 법안은 약값 개혁과 부자 증세 등으로 총 7천370억 달러의 유동성을 거둬들이고 이 중 4천370억달러를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예산 지출보다 총 수입 규모가 훨씬 커 ‘인플레이션 감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바이든 정부는 세수 확보를 이유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기존과 다른 방식의 전기차 보급 대책을 포함시켰다. 과거에는 모든 전기차를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했지만 이제는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한 북미에서 최종 조립하는 ‘미국산’ 전기차에만 대당 최대 7천500달러(약 1천만원)을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완성차 업체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한국산 전기차 대부분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엔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법(CHIPS and Science Act· CHIPS Plus)이 통과됐다. 외국 기업의 미국 내 반도체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장비 반입에 대한 허가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반도체산업 육성법이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되면서 미국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인텔, IBM 등 자국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줄을 이었고 미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인 마이크론도 1천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공장 신설을 약속했다. 이에 그동안 한국이 주도해 왔던 메모리 업계 판도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국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중국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첨단 반도체 양산을 위한 장비 반입에 있어서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대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차별적 대우를 받지 않도록 미국 측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맹이가 없고 구체성이 결여돼 있다. 무역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급기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8월 경상수지마저 30억5000만달러(약 4조3천억원)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말이다. 이제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내년 1월 새롭게 출범하는 미 의회에서 법 개정이 어렵다면 전체적인 법과 제도를 살펴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또 지난 8월 발의됐지만 아직까지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반도체 지원법을 조속히 개정해 실질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도형 홍익정경연구소장·청운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