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강헌 전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사직서 수리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달 8일 사직서를 제출한 강헌 경기문화재단 전 대표이사가 6일 공식 사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강 전 대표는 임기를 4개월가량 남겨두고 경기도에 사직서를 제출(경기일보 8월12일자 2면)했다. 지난 2018년 12월 재단 대표이사로 부임한 강 전 대표는 2020년 한 차례 연임해 오는 12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이었다. 재단 노조는 강 전 대표가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같은 달 성명문을 통해 그가 재임 기간 직원들에게 괴롭힘을 행사한 정황이 있는 만큼 사퇴로 책임을 면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노조 관계자는 "강 전 대표가 일부 직원에게 폭언 등 괴롭힘을 가했다는 제보가 올해 상반기까지 노조에 여러 건 접수됐다"며 "이에 따른 중징계 의결이 예상되자 강 전 대표가 앞서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강 전 대표는 사직서 제출 당시 해당 의혹과 사임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서는 별도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사임하기로 했고 이는 해당 논란과 전혀 무관하다"고 전했다. 재단 관계자는 "강 전 대표의 징계 여부와 관련된 내용은 내규상 밝히기 어렵다"며 "이달 중 이사회 개최를 시작으로 신임 대표이사 선출 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하며 조직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보람기자

[휴먼시티 수원] 화성행궁 산책해볼까, 박물관 과거여행 떠날까

추석나들이 수원으로 초대 추석이 다가왔다. 아쉽게도 올해 역시 감염병 확산 우려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나와 가족, 이웃의 안전을 위해 가볍게 명절을 보내는 인내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원시민들이 가까운 곳에서 연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 화성행궁 매력 두 배, 초가을 저녁 산책 수원화성은 남녀노소 누구나 명절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장소로 제격이다. 도심 한가운데서 아늑하고 아담한 옛 궁을 거닐며 고즈넉하면서도 활기찬 경험이 가능하다. 백미는 화성행궁이다. 연휴기간 내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개방된다. 특히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야간개장 달빛정담은 밤 궁궐을 산책하는 특별한 기회다. 입구 포토존에 마련된 커다란 보름달은 추석을 맞아 기념사진 찍기에도 제격이다. 만 7세 이상 어린이부터 만 65세 미만의 시민은 700~1천500원의 관람료가 있지만 한복을 입고 오면 무료다. 낮 시간대 공연들도 다채로움을 더한다. 화성행궁 신풍루 앞에서 9~12일 오후 4시에는 추석을 맞아 특별공연 ‘온달’이 펼쳐진다. 수원지역에서 활동하는 전통예술인들이 인형극, 줄타기, 전통무용, 탈춤 등 매일 다른 공연의 재미를 선물한다. 무예24 시범공연은 연휴 기간 휴연하는 대신 11일에만 특별공연을 2회(오전 11시, 오후 2시) 진행할 예정이다. 연휴 기간 내내 수원화성은 무료로 상시 개방된다. 하지만 화성행궁광장 등에 위치한 종합안내소와 지점별 해설사 안내소, 체험시설 등은 운영시간이 각기 다르며, 추석 당일인 10일에는 운영되지 않으니 미리 확인해야 한다. ■ 미술관에서 만끽하는 자연과 예술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에서는 자연을 주제로 한 전시들이 진행 중이어서 예술 작품이 된 자연을 가까이서 접하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먼저 연휴 마지막날인 12일까지 진행되는 ‘먼 산을 머금고’는 수원 출신 박영복, 이선열, 권용택 작가가 그려낸 자연을 조명한 전시다. 출향 후 강원도 평창에서 오랜 시간 체류하며 자연을 소재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세 작가가 화폭에 담아 낸 일상의 소박한 풍경과 수려한 풍광이 관람객을 기다린다. 또 2022 소장품 교류기획전 ‘우리가 마주한 찰나’는 수원시립미술관을 포함한 총 10곳의 국공립미술관 소장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건용, 김창열, 이배 등 국내 대표 작가 24인이 재현한 작품들은 ‘자연’과 ‘인간’, 내면과 예술에 관한 사유를 담은 ‘그 너머’를 마주하게 한다.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관람 가능하며, 마감 1시간 전인 오후 6시까지만 입장할 수 있다. 연휴 4일 중 추석 당일인 10일은 4천원의 입장요금을 받지 않는다. 연휴 마지막 날에는 특별한 공연도 준비돼 즐거움을 더한다. 12일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로비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료 공연이 펼쳐진다. 재즈와 국악의 퓨전밴드 ‘아름드리’의 연주가 기대를 모은다. ■ 박물관에서 만나는 옛 삶의 흔적 고향 방문이나 여행을 떠나지 않고 집에서 안전하게 연휴를 즐기는 시민들이라면 그 아쉬움을 박물관에서 달랠 기회가 있다. 추석 연휴 기간 수원특례시가 운영하는 3개 박물관 모두 무료 개방되니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6시) 중 적당한 시간을 골라 방문하면 된다. 수원박물관에서는 테마전 ‘수원지역의 개발과 보존’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까지 진행된다.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고향을 찾지 못하는 신도시 주민들이 수원에서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만날 수 있다. 광교지구와 호매실지구 등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진행된 유적조사를 통해 발굴된 수원지역의 유물 100여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16세기 양반가 여인의 온전한 복식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았던 국가민속문화재도 만날 수 있다. 오산 가장지구 일반산업단지 조성이 추진되던 2007~2011년 발굴된 후 국가민속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된 유물들이다. 조선시대 청동거울, 저고리(구성 이씨 무덤 출토), 자수바늘꽂이(여흥 이씨 무덤 출토) 등 수원박물관이 보관·관리 중인 주요 국가귀속유물을 볼 수 있다. 수원광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테마전 ‘근대관광, 금강산을 열다’는 여행을 가지 못한 시민들이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전시다. 독도박물관 초대 관장을 역임한 수원 출신 고 사운 이종학 선생(1927~2002)이 수원시에 기증한 유물 중 금강산 관련 자료가 엄선돼 있다. 조선시대 금강산 유람 관련 자료, 개화기 외국인들의 금강산 기행문, 일제강점기 금강산 관광 양상과 금강산 관광지 개발 관련 자료 등을 통해 과거 여행의 역사를 경험해 볼 수 있다. ■ 명절엔 누구나 따뜻하게, 시민을 안전하게 시는 시민 모두가 안전하고 편안한 명절을 보낼 수 있도록 ‘2022 추석 연휴 종합대책’을 마련했다. 우선 추석 연휴 기간 건강관리를 위해 급할 때 이용할 수 있는 병원을 알아둬야 한다. 수원시는 4개 구 보건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코로나19 검사를 위한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 또 24시간 운영되는 종합병원과 응급의료기관은 총 7곳이다. 무엇보다 가까운 비상진료기관 및 약국의 운영 시간을 확인해 두면 도움이 된다. 응급의료정보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이정민기자

[생각하며 읽는 동시] 추석

추석 허정예 올 추석에도 엄마 혼자만 바쁘다 내가 좋아하는 깨송편 찜통에서 익어가고 고소한 기름 냄새 침이 꼴깍 게임하다 보면 어느새 아파트 지붕에 떠오른 둥근달 환하게 웃고 있다 할머니도 벽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환한 둥근달처럼… 엄마의 얼굴도 밝았으면 엄마는 잠시도 가만히 앉아있지 못하는 존재였다. 예전엔 그랬다. 밥하고 빨래하고, 여기에다 청소까지. 하루 종일 종종걸음으로 집안을 누볐다. 어디 그뿐인가. 명절엔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랐다. 이것 해놓으면 저것이 기다리고, 저것 해놓으면 어느새 식사 때가 되고. 오죽했으면 호랑이더러 명절 좀 깨물어가라는 말이 다 나왔을까. 이 동시는 추석 준비에 한창 바쁜 엄마를, 아파트 지붕에 떠오른 둥근달을 그리고 벽사진 속의 웃는 할머니를 하나로 연결하는 재미난 작품이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소박하다. 무엇보다도 둥근달을 내세워 추석의 의미를 되새겨주고 있다.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둥근달! 그 달은 어느 한 집 위에만 뜨는 게 아니다. 돌이네 집에도 뜨고, 순이네 집에도 뜨고, 억수네 집에도 뜬다. 달은 한 개지만 세상의 달은 수천, 수만 개인 것이다. 그 많은 달은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을 것이다. 명절이 되어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명절이 오히려 슬픈 날이 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할머니도 벽사진 속에서/환하게 웃고 있다.’ 시인의 이 구절은 세상의 모든 가정에 평화와 안식, 희망이 고루 내려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로 보였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김동연 경기도지사, 광역단체장 지지 확대지수 전국 1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국내 한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광역단체장 지지확대지수 조사에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6일 여론조사 기관인 리얼미터가 발표한 ‘2022년 8월 광역자치단체 평가’에 따르면 김동연 지사는 지지확대지수 117.1점으로 2위 김두겸 울산시장(98.5)과 18.6점 차이를 벌이며 전국 1등을 차지했다. 지지확대지수란 당선 득표율 대비 현재 지지도의 증감을 살펴보는 조사로 직무수행과정에서 지지층을 어느 정도 확대했거나 잃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 지지확대지수가 100을 넘어가면 임기 초에 비해 지지층이 늘어난 것이고, 100에 미달되면 지지층이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의 전국 광역단체장 지지확대지수 평균은 85.3점으로 김동연 지사는 평균대비 30점 높은 확대 지수를 보였다. 아울러 김동연 지사는 유일하게 자신의 득표율을 상회한 자치단체장에도 이름을 올렸다. 또한 김동연 지사는 ‘2022년 8월 광역단체장 긍정평가’ 부문에서 57.5%로 지난 달보다 한 계단 오른 4위를 기록했다. 앞서 8월 조사에서 전국 광역단체장 전체의 평균 긍정 평가는 52.6%였다. 이와 함께 8월 전국 17개 광역시·도 주민생활 만족도 평가에서는 경기도가 72.2%로 지난 조사보다 한 계단 오른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리얼미터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만7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25일부터 8월1일까지, 8월25일에서 30일까지 유무선 RDD 방식으로 실시했다. 표집오차는 전국 ±0.8%p(95% 신뢰수준), 광역자치단체별 ±3.1%p (95% 신뢰수준)다. 최현호기자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재난피해 최소화 위해 최선 다할 것”

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위원장 임종성)이 경기도내 재난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자체 및 관계부처와 협력체계를 강화한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6일 태풍 ‘힌남노’ 대비를 위해 임종성 도당위원장(광주을)을 비롯해 박성은 도당 사무처장, 윤정희 도당 대변인 등과 함께 관련 기관에 방문, 관계부처 책임자에게 현 상황을 보고 받는 거버넌스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이들은 경기남부경찰청을 찾아 박지영 청장과의 회의를 진행한 뒤 도 재난본부 상황실과 일선 소방서·보건소 등을 차례로 방문해 실무자들을 격려했다. 회의는 ▲재난·재해 피해 최소화 방안 마련 ▲수해민 등 피해에 대한 특별한 지원 요청 등을 주제로 시행됐다. 또한 이들은 지난 8월 기록적인 폭우로 피해를 입은 도내 수해민을 위해 광명희망나기본부에 방문, 임오경 의원(광명갑)과 박승원 광명시장이 자리를 함께해 ‘쌀 전달식’을 이행했다. 임 위원장은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강한 태풍이 우리나라를 강타해 현재 전국적으로 피해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며 “제주와 경상을 비롯한 피해 지역에 대해 국가 차원의 특별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민주당 경기도당은 힌남노로 인한 비상 체제를 선포하고 피해가 발생하는 지역에 우선적인 지원을 제공하기 위한 현장 방문도 실시한다. 아울러 이들은 광역·기초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을 대상으로 이번 태풍 피해의 최소화를 위해 앞장서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도당 관계자는 “임 위원장은 도농 복합도시인 광주시를 지역구로 활동해온 재해·재난 전문가”라며 “현 시간에도 경기도를 비롯한 인근 광역지자체의 상황까지 둘러보며 이번 재해·재난으로 인한 피해 지역 파악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손사라기자

[지지대] 중국의 한국어 사용금지

중국의 정식 명칭은 중화인민공화국이다. 북한 국호(國號) 에 들어간 ‘인민’이란 단어 탓에 국내에선 여간해선 잘 쓰지 않는다. 역대급 기피증이 어디 이 단어뿐이겠는가. ▶‘인민’이란 낱말은 분단 이전까지만 해도 스스럼 없이 통용됐었다. ‘동무’라는 단어도 마찬가지였다. ‘벗’과 함께 토속어였다. 그런데 북한정권이 호칭으로 사용한 뒤 금지어가 됐다. 사회주의 국가들의 전유물이 된 지도 70년이 넘었다, ‘인민’과 ‘동무’를 자유롭게 쓰는 나라들의 맹주국이 중국이다. ▶사회주의 이념의 근간은 평등이다. 그래서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할 때 마오쩌둥(毛澤東)은 “민족 구분 없이 모든 ‘인민’이 사회주의의 이념 아래 평등한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소수민족의 언어 존중도 국가정책으로 약속했었다. 이념상으로는 얼마나 근사한 정강(政綱)인가. 무릇 정강은 정부 또는 정당 같은 정치 집단이 내세운 정책의 큰 줄기다. ▶그런데 건국 초기부터 인종차별에 버금가는 반전이 일어났다. 그해 겨울 우리의 주민등록증에 해당하는 신분증을 만들면서 민족 표기를 의무화했다. 지금도 중국인들의 신분증 오른쪽 맨 윗부분에는 민족 표기란이 있다. 중국 동포들의 경우 ‘차오셴쭈(朝鮮族)’의 두 번째 음절인 ‘선(鮮)’자가 선명하다. 그런 중국이 서방국가들의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있다. 아이러니의 극치다. ▶중국이 또 모순투성이 정책을 발표했다. 중국 옌볜( 延邊) 조선족자치주가 중국어를 우선으로 삼는 문자표기규정인 ‘조선 언어문자 공작조례 실시세칙’을 공포,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해당 세칙은 국가 기관, 기업, 사회단체, 자영업자들이 문자를 표기할 때 중국어와 한글을 병기하도록 명시했다. ▶중국의 이 같은 정책기조는 새삼스럽지 않다. 앞서 2019년 홍콩의 반정부 시위를 겪고, 독립노선을 강화하는 대만과의 갈등이 고조하자 소수민족 거주지역 수업을 중국어로 통일하도록 했다. 교과서도 단계적으로 국가 통일편찬 서적으로 교체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도 최근 “민족 분열의 독소를 숙청해야 한다”며 소수민족의 언어 사용을 금지했다. 앞으로 중국에서 한글과 한국어 등을 보지 못하거나 듣지 못할 수도 있다. 추석을 앞두고 중국을 똑바로 응시해야 하는 명쾌한 까닭이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인천시론] 그래서 악은 늘 가면을 쓴다

“악(惡)은 자신이 보기 흉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악은 늘 가면을 쓴다.” - 벤저민 프랭클린 악을 행하는 자는 스스로의 추함을 너무도 잘 알기에, 익명성이라는 가면 속에 자신을 가둔다. 거침없이 악행을 자행하지만 조금의 죄의식도 없는 그들에게 과연 피해자는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가면 속 숨겨진 그들의 민낯은 과연 어떨까? 2년 전,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던 N번방 사건에 그 해답이 있다.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고, 이를 돈을 받고 팔기까지 했던 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은 경찰에 체포된 직후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피해자에 대한 사죄가 아닌 자신의 범행을 끝내줘 고맙다며 굳이 수사기관에 감사 인사를 하는 예의범절(?)을 보여준 것이다. 그리고 가면이 벗겨진 그곳에는 박사방 속 그토록 당당했던 모습이 아닌 그저 어떻게든 죄를 피하고자 몸부림치던 초라한 한 인간(?)이 있었다. 조주빈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범행을 부인하며 자해를 시도했고, 재판 과정에서는 수차례 반성문을 내기도 했다. 물론 징역 42년이 확정된 후에는, 자신은 여론재판의 희생양이었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며 원래의 당당함을 찾아가는 듯하지만, 이미 그의 파렴치한 민낯을 보고 난 이후인지 별 감흥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그보다 더 흉한 소위 ‘엘’이라는 악이 나타났다. SNS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개인정보를 확보한 후 이를 사방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성착취물을 촬영케 하고, 이렇게 받은 성착취물을 무기로 협박을 해 또다시 성착취물을 촬영케 하는 마치 ‘개미지옥’처럼 피해자를 옥죄는 형태는 N번방과 똑같다. 하지만 ‘엘’은 N번방 사태를 파헤쳤던 추적단 불꽃을 사칭해 피해자를 유인하는 등 더욱 치밀한 행태로 범죄를 진화시켰다. 여기에 텔레그램 내 대화방을 수시로 만들었다 없애기를 반복하고, 닉네임도 수시로 바꾸는 등 혼선을 줬고, 급기야 언론 보도 후에는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해 종적을 감춰버렸다. “FBI가 와도 못 잡을거다”라는 호언장담은 그 덤이다. 하지만 완전범죄는 없다. 이제 ‘엘’을 찾기 위한 모든 수단이 동원될 것이다. 전 국민에게 공개수배된 것과 같다. 그렇기에 현실 속 ‘엘’은 평생 음지에 숨어 혹시나 잡힐까 두려움에 떨며 살 것이다. 가면을 손에 쥔 채 ‘엘’의 민낯이 만천하에 공개될 날이 곧 올 것이다. 그것이 악의 결말이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승기 대표변호사(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의정단상] 尹 정부 출범과 국회 후반기를 맞이하며

인천시는 올해 국비 5조 3천380억원(보통교부세 포함)을 획득해 지난해 4조7천955억원 대비 5천425억원이 늘어나 국비 5조원 시대가 열렸다. 이를 바탕으로 인천의 미래 발전과 시민 행복을 위한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될 예정이며, 지난날의 인천과는 완연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국제도시로 변화할 것이다. 본 의원 또한 이에 발맞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지난 2년간 지역 예산을 총 4100여억원 확보해냈다. 아울러 인천시의 발전과 함께 중구·강화군·옹진군의 발전이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해묵은 지역 과제들도 풀어나가고 있다. 먼저, 중구 원도심은 인천 지역 최초로 중구 개항로 일대가 ‘상권 르네상스 사업’ 대상지로 선정돼 전통시장·상점가 환경 개선과 다양한 개발 사업이 실시될 예정이다. 또한, 인천을 대표할 랜드마크로 수도권 최초·최대 국립해양문화시설인 국립인천해양박물관이 2024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인천항 내항 1·8부두 재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선정돼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사업이 본격화됐다. 영종국제도시는 공항철도·버스 환승할인이 12년 만에 확정됐고, 제3연륙교 건설도 14년 만에 본격 착공을 시작했다.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공항철도 고속화가 반영됐고, 미단시티 진입도로 착공으로 영종국제도시 순환교통망이 완성됐다. 또한, 하늘1중·하늘5고 신설 확정 등 주민들의 정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강화군은 강화~계양(서울) 간 고속도로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와 함께 착공시기를 1년 앞당겨 2024년 조기착공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군사시설 보호구역이 대폭 해제돼 약 70만평의 재산권 행사가 가능해졌다. 마르지 않는 한강물을 흘러 들어오게 하기 위한 농촌용수 사업과 송수관로 연결도 차질없이 추진해 농민들이 편안하게 생업에 종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옹진군은 백령공항 건설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에 포함돼 하늘길을 여는 초석을 다졌고, 신도~영종 평화도로 건설사업 역시 순항 중이다. 서해5도 종합발전계획이 5년 더 연장됐고, 정주생활지원금이 20% 인상됐다. 백령~인천항로·인천~덕적항로가 연안여객선 준공영제 지원 사업에 선정됐고, 화력발전 지역자원시설세가 두 배 인상되면서 2024년부터 주민 지원 사업이 두 배로 늘어날 예정이다. 아울러 어촌뉴딜 300 사업에 21~22년 중구의 삼목항·덕교항, 강화의 초지항·외포항, 옹진의 서포리항·두무진항이 신규 대상지로 선정됐다. 이로 인해 어촌·어항 기반시설 현대화가 이뤄지고 지역특화 및 주민역량강화 사업이 추진돼 어촌지역에 활력이 생기고 어촌 주민들의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지금까지 많은 과제들을 해결해왔지만 걸어온 만큼 앞으로 해내야 할 과제들도 산더미다. 중구 원도심의 활성화, 인천역발 KTX 및 GTX-D Y자 노선 신설, 공항철도-9호선 직결, 하늘1·4초등학교 건립, 영종·인천대교 무료화, 서해5도 어장 확대, 영종~신도~강화 평화도로 건설, 접경지역 규제 완화와 지역 균형 발전 등 아직도 풀어나가야 할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새로운 윤석열 정부 출범과 민선 8기 인천시, 중구, 강화군, 옹진군 모두가 원 팀이 된 만큼 여러 현안 사업들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국회 후반기 활동에 대한 앞으로의 각오를 다진다. 배준영 국민의힘 국회의원

[천자춘추] 아마추어 미술가의 솜씨와 교양

우리 사회 전반에 예술과 철학이 뿌리내리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초등교육부터 철학을 필수과목에 포함한다면 어떨까? 많은 분야에 걸쳐 현재의 우리 사회와는 다른 긍정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 않겠느냐는 뜬금없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나라의 시각예술 분야에선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흔히 볼 수 있는 문화 구조가 있다. 특히 회화 분야에서 많이 나타나는 구조인데, 많은 작가가 문하생을 지도하면서 사회와 소통한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와 경제가 선진화되면서 나타난 이 문화는 이미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문화 예술의 보급과 확산이라는 차원에서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문하생들은 보통 장기간 작가의 지도를 받으면서 솜씨를 익히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견고히 만들어 각종 공모전을 통하거나 부지런히 작품을 제작해 전시회를 치르면서 미술계에 입문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지도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관이 이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인데, 이때 가장 중요한 예술철학이 결정돼 입문 후까지 영향을 주는 예가 많이 보인다. 입문하기 전까지의 과정을 흔히 아마추어라 부르는데 보통은 기초적인 소묘와 채색, 제작 방법 등을 배우게 된다. 기술적인 수련과 함께 지도하는 작가와의 소통을 통해 미술(예술)의 이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마련이다. 미술에 대한 애정이 깊어진다면 가볍게라도 미술의 사조를 공부해보길 권해본다. 예술의 개념과 흐름의 이해는 창작의 밀도와 깊이를 더해주는 매우 훌륭한 벗이기 때문이다. 초기 예술 개념을 ‘교양을 갖춘 아름다운 솜씨’라 정의한 이유를 사색해보자. 솜씨 좋은 그림만으로도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기 모자라지 않지만 한 걸음 더 나아가 많은 분이 사색을 유발할 수 있는 작품을 해보길 권하고 싶은 필자의 과한 욕심 때문임을 고백한다. 지난 글에서 순수미술의 개념과 가치를 다뤘다면 이번 지면에선 이제 입문한 창작자 혹은 직접 행위자로서 생각해보면 좋을 기본적인 솜씨와 예술철학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았다. 철학은 예술뿐 아니라 우리의 모든 부분과 작용해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이라 굳게 믿기 때문이다. 김이구 문화예술법인 라포애 상임이사

[기고] 도심 투수율 높이고 땅이 숨을 쉬게

지난달 중부지역에 큰 피해를 입힌 집중호우와 이번 힌남노를 겪으면서 2010년과 2011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폭우가 떠올랐다. 서울 강남역 사거리가 침수되고 광화문 일대가 범람했으며 청계천이 큰 물에 휩싸이고 강남구 삼성동 포스코 사거리도 물에 잠겼다. 또 관악구 도림천, 한강 잠수교, 서울올림픽대로 강변북로 일부, 동부간선도 등 도로가 통제됐다. 우면산 산사태로 마을 주민들이 고립됐다. 반복되는 폭우 피해의 문제는 무엇일까. 비가 오면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일시에 하수구를 통해 하천으로 모여든다. 도심 내 아스팔트, 건물 주변 공터를 콘크리트로 봉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만 비가 내려도 침수 피해로 이어진다. 땅이 빗물을 흡수하고 저장했다가 하류로 서서히 흘려 보내야 하는데 땅을 봉해 버렸으니 그렇지 못하는 것이다. 비단 중부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의 크고 작은 도시 내 도로는 각종 개발로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봉해져 빗물이 땅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기 어렵다. 이러한 불투수율만이 문제가 아니라 땅이 숨을 쉬지 못해 지렁이나 미생물 등 생명체가 살지 못해 죽은 땅이 된다. 문제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집중호우가 그 어느 때보다 빈번히 발생할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도심을 흐르는 하천이 빗물을 소화할 수 있도록 우수총량과 하수구집수용량을 감안해 도심 내 차로를 제외하고 공터 등에는 억제 투수율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흙 먼지 오염대비도 중요하지만 자연재해 대비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사용 역시 억제해야 한다. 지구온난화가 우리 앞의 재앙으로 닥친 이상 도심 투수율을 높이고 화석연료사용도 줄여야 한다. 특히 도심 땅이 빗물을 흡수 저장 하수구로 서서히 내려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집중적으로 퍼붓는 폭우로 인한 피해는 언제나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한정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