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지역에선 앞으로 병원 의료폐기물을 자체 설치한 멸균분쇄시설을 이용,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안양시는 27일 “적극적인 규제개선을 통해 병원 내 멸균분쇄시설 설치를 못하게 막고 있던 정부 여러 부처의 중첩 규제를 해소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인체에 감염 등 위해를 줄 우려가 있는 병원 의료폐기물은 전용용기에 보관해 전용차량으로 운반한 뒤 전용소각장에서 처리해왔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은 2019년 환경부 기준 하루평균 646t으로 이 중 47%가량이 수도권에서 나온다. 하지만 의료폐기물 전용 소각장은 전국에 14곳 밖에 없고, 그마저 수도권에는 용인·포천·연천 등 3곳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병원 의료폐기물은 수백㎞ 떨어진 경상도와 전라도 등지까지 장거리 원정소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안양시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병원 내 멸균분쇄시설에 주목했다. 이어 지난 2021년 2월부터 행안부 및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건의, 경기도-국무조정실 시군순회간담회 안건 상정 등을 시도했고, 같은해 8월 ‘멸균분쇄시설이 의료법상 시설이면 병원의 부속용도로 설치 가능하다’는 국토부의 유권해석을 받아냈다. 지난 8일에는 ‘멸균분쇄시설을 의료기관의 의무시설로 포함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부 유권해석까지 끌어내면서 어느 병원에서나 멸균분쇄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유자형 안양시 정책기획과장은 “앞으로도 시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선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천시가 ‘새로운 부천, 시민이 누립니다’ 라는 시정 슬로건 아래 추진해온 주요 정책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부천시는 시민을 시정의 중심에 두고 모두가 돌보고 누리는 도시, 문화가 산업이 되는 도시, 생활의 개선이 피부에 와닿는 도시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왔다. 민선 7기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난 4년 동안의 굵직한 발자취를 살펴본다. ■시민 모두가 돌보고 누리는 도시 부천시는 모든 시민이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살던 곳에서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부천형 통합돌봄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시는 지난 2019년 광역동 행정체제 개편으로 각 동에 케어안내창구를 마련해 동 중심의 부천형 통합돌봄 전달체계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지난 2021년에는 통합돌봄 총괄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기존 7개 동에서 운영하던 통합돌봄 전담팀을 10개동 행정복지센터로 확대했다. 또 다양한 직종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역케어회의를 열어 대상자 욕구와 사례 난이도에 따른 맞춤형 서비스 제공 방안을 모색하고, ‘커뮤니티홈’을 조성해 퇴원환자 등 통합돌봄 대상자가 지역에 정작할 수 있도록 하는 중간집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돌봄대상을 기존 노인에서 만 65세 미만 장애인, 정신질환자 등을 포함한 융합형 통합돌봄 형태로 확대했다. 여기에 시는 늘어난 돌봄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재생, 도시농업, IoT, 사회적 경제 등 다분야 연계 강화를 통해 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를 4대 핵심사업으로 삼아 종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커뮤니티케어형 도시재생, 정서적 치유를 돕는 케어팜(사회적 농업) 등을 추진하고 로봇, IoT를 접목한 스마트 통합돌봄 시스템을 구축해 돌봄 대상자를 지원하고 있다. 이와 함게 시는 올해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한 커뮤니티케어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커뮤니티케어센터는 기존의 복지·보건영역으로 나뉘어 제공되던 기존 시설을 탈피한 새로운 형태의 시설이다. 이 곳에서 돌봄이 필요한 대상자는 보건과 복지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받고 지역주민은 카페(주민쉼터), 공유주방 등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시는 부천시장애인종합복지관, 부천산업진흥원과 ‘보행재활 로봇 워크봇 사업’ 운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뇌졸중이나 척수손상 등으로 보행이 어려운 환자에게 맞춤형 보행동작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워크봇 사업은 다음달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외에도 의료기관 방문이 어려운 대상자를 위한 방문진료 및 방문약료 서비스, 주말과 야간에 돌봄을 지원하는 틈새돌봄, 주거개선사업인 효자손 케어 등을 추진해 모두가 돌보고 누리는 통합돌봄을 구현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어디서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도시 부천시는 시민이 가까운 곳에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 인프라 확충에 집중하고 있다. 시는 먼저 문화·예술 분야 인프라 확충을 위해 4개 코스로 구성된 부천문화둘레길을 조성했고 10개 광역동 출범으로 발생한 유휴 청사 공간을 주민들을 위한 문화·복지·자치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또 폐소각장에서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부천아트벙커B39에 문화재생 사업을 추친하고 유럽(자기·교육·수석)박물관을 통합 이전해 부천시립박물관을 개관했다. 특히 오는 2023년 1천444석의 대공연장과 전시실 등을 갖춘 부천아트센터가 개관할 예정이다. 여기에 시는 문화가 산업이 되는 문화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해오고 있다. 시는 문화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 영상문화산업단지 내 웹툰융합센터와 850가구 규모의 예술인 주택을 건립한다. 이와 함께 영상문화 콘텐츠 기획·투자·제작·유통이 한 곳에서 이뤄지는 플랫폼 구축과 창작·창업형 인재를 양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웹툰 이노베이션 랩을 조성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법정 문화도시 지정에 따라 국비 100억원을 확보했으며 ‘문화콘텐츠산업 진흥 조례’ 제정을 통해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및 지원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 ■시민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스마트 안심 도시 부천시는 교통·안전·환경·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도시문제를 해결하는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을 통해 스마트 안심도시 구축을 위한 기반을 착실히 다져왔다.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은 도시 교통, 환경, 안전, 주거, 복지 서비스 등의 분야에 첨단 IT를 적용하는 사업이다. 시는 스마트시티 챌린지사업 일환으로 개발한 ‘스마트 시티패스’ 앱을 통해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와 대중교통 서비스를 연계한 통합 환승·결제 서비스를 지원 중이다. 또 시티패스 통합 마일리지와 알뜰 교통카드를 접목해 대중교통비용의 최대 50% 절감 혜택을 제공하는 등 친환경 교통수단과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고 있다. 시는 좁은 주차 공간에서도 차량 이동이 수월한 스마트 주차로봇 ‘나르카’를 개발·도입해 원도심 주차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부천형 지능형교통체계(ITS)를 추진해 스마트 신호운영 체계와 AI 무단횡단 금지 등 교통안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방범용 CCTV 7천700여대를 지능형 선별관제시스템으로 전환했으며,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AI 역학시스템을 도입해 스마트 안전도시를 조성하고 있다. 시는 스마트 안전도시를 위해 원도심 주민이 직접 쓰레기 무단투기 정보를 수집하고 쓰레기 지도를 만드는 주민참여형 ‘깨끗한 마을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상수도 스마트 관망 관리, 상수도 스마트 검침 등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여기에 우리 동네 미세먼지 정보 제공 서비스와 함께 공업단지·통학로·지하철역에 미세먼지 관리 시스템을 설치해 스마트 미세먼지 클린 특화단지를 조성했다. 그리고 디지털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심곡천변 등 7곳과 마을버스 13개 노선(80대)에서 공공 와이파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며, 스마트 나누림센터 및 스마트 나누림방을 개소해 시민 디지털 역량 성장을 돕고,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누가 더 높은 건물을 짓는가 내기라도 하는 것 같다. 이제 40층 건물은 높다고 할 수도 없다. 우리나라 최고층 건축물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는 123층(555m), 부산 해운대 엘시티는 101층(412m)이다. 경기도에선 화성 동탄의 메타폴리스가 66층으로 제일 높다. 건축법에 따르면 고층 건물은 통상 건물 높이 120m 이상이거나 30층 이상인 건축물을 일컫는다. 고층 건축물은 스카이라인을 재구성해 일대 랜드마크로 평가받으며 인기가 높다. 탁 트인 시야 확보가 가능해 산이나 강이 인접한 곳의 고층 단지에선 자연조망을 즐길 수 있고, 도심에선 시티뷰를 누릴 수 있어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화재가 났을 경우를 상상하면 우려되는 바가 많다. 고층건물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를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소방 장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은 화재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비해 소방 장비와 인력이 충분히 확보돼야 하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소방 장비 부족과 노후화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온 문제다. 경기도내에는 고층건물 화재 시 신속하게 진압할 수 있는 70m 굴절차가 3대뿐이다. 화성·일산·부천소방서에만 있다. 인구 100만명이 넘고 고층건물이 많은 수원시·성남시에도 없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70m 굴절차는 굴절된 사다리를 최대한 뻗었을 경우 아파트 기준 23층까지 닿아 인명구조 작업을 펼칠 수 있다. 초속 12m의 강한 바람에도 작업이 가능하며, 물은 최대 높이 90m(아파트 기준 30층)까지 뿌릴 수 있다. 이 때문에 70m 굴절차는 고층건축물 화재 발생 시 내부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화재 진압이 가능하다. 경기도내 21층 이상 건축물은 2018년 7천523개소, 2019년 8천478개소, 2020년 9천235개소, 2021년 9천856개소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같은 기간 30층 이상에서 발생한 고층건물 화재 건수는 총 155건으로 집계됐다. 고층건물이 크게 늘었지만 70m 굴절차 등 장비가 부족, 소방관들은 고층 진입을 위해 계단 등으로 올라가 옥내소화전 등 건물 내 소방시설을 활용해 화재를 진압한다. 화재 대응도 늦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 골든타임을 놓쳐 인명·재산 피해가 크고, 소방관들의 사고도 커질 수밖에 없다. 70m 굴절차는 1대에 13억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소방 장비는 도비로 구입하고 있어 고가 장비는 예산 마련이 쉽지 않다. 화재 초기 진압과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70m 굴절차를 신속히 확보하되, 국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전문인력 확충도 필수다.
경기도지사 선거는 큰 선거다. 유권자 규모가 대통령 선거 다음이다. 큰 선거는 바람이 좌우한다고 한다. 역대 경기도지사 선거도 그랬다. 부는 바람 영향이 컸다. 그 틈에도 후보의 도정 구상은 철저히 평가받았다. 그 상징적인 예가 후보별 대표 공약이다. 영어마을,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현금 복지 등이 있었다. 역대 선거판에서 성공한 공약들이다. 물론 당락의 유일 변수였다고 할 순 없다. 그러나 당대 선거판을 좌우한 화두였던 것만은 틀림 없다. 그 공약자-손학규·김문수·이재명 후보-가 다 당선됐다. 경기지사 선거가 특별하다. 대통령 선거가 3월9일이었다. 그 달 중순부터 달아올랐다. 중량감이 예년에 비해 크다. 최대 접전 지역으로 끌어 올려졌다. 거물임을 자칭하는 후보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중앙의 대선 주자급들이다. 여기에 지역 내 유력 정치인들도 가세했다. 언론이 연일 이런 경기지사 선거 판세를 보도했다. 내용까지 그랬으면 좋겠는데, 영 아니었다. 공약이라고 내놓는 게 몇 개 없다. 그나마 귀에 익숙했다. 일선 시군이 만든 이슈를 모았을 뿐이다. 해결책이라는 것도 뭐 하나 들을 가치가 없었다. 이래 놓고 ‘의중’ 타령만 했다. 국민의힘 경선이 있었다. 김은혜·유승민 예비 후보가 겨뤘다. 윤석열 당선인 의중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윤 당선인 입이었다.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심(尹心)으로 포장됐다. 유 전 의원도 막판에 ‘윤 당선인이 전화 왔다’고 했다. 끝나더니 원망했다. “윤심에 졌다”며 노기와 저주도 서슴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도 더 하면 더 했지 낫지 않았다. 예비 후보 4명이 모조리 명심(明心)을 말했다. 서로 진짜 ‘이재명 계승자’라고 우겼다. 김동연 예비후보가 이겼다. 확실한 명심이었다. 여야의 본선 대진표는 확정됐다. 그런데도 ‘의중’ 타령은 여전하다. 민주당은 대선 득표를 말한다. 경기도는 이재명 후보가 5%p 이겼다. 결코 작지 않은 차이다. 이걸 굳히면 이긴다고 보는 모양이다. 이재명 전 지사와의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도와준다고 했다’고 김동연 후보가 자랑한다. 국민의힘도 여전히 윤심을 보여주며 과시한다. 윤석열 정부 탄생을 강조한다. 정권 초기 국민 지지를 기대하는 듯 하다. 가방을 멘 김 후보가 인수위를 찾았다. 안철수 위원장에 경기도 현안을 전달했다. 윤심 과시로 보인다. 이래서 되겠나 싶다. 경기지사 선거는 대개 초박빙이었다. 1~3% 차이가 많았다. 대선 득표율 차이 5%p는 특별한 경우다. 서울 출신 윤석열 후보와 경기 출신 이재명 후보의 대결의 결과다. 그래서 서울은 윤석열 승리였잖나. 김동연·김은혜는 다르다. 김동연은 경기도에서 대학 총장 한 충청도 출신 후보다. 김은혜는 경기도에서 국회의원 한 서울 출신 후보다. 연고를 따지면 도토리 키재기다. 또 ‘박빙 경기지사’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개인 역량이 중요한 것이고, 그 표출인 공약이 중요한 것이다. 멋진 공약은 유권자를 행복하게 하고, 본인을 승리하게 한다. 한번 내놔 보라.
총알과 포탄이 터진다. 총격전에 육탄전까지 벌어지고 싸우던 전우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도 전진이다. 고지가 코앞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고지를 점령하고 승리의 깃발을 꽂아야 한다. 고지를 점령하기까지 희생이 따르지만 치열하게 싸워 승리한다는 스토리. 영화 속 흔히 보는 격전지 전투 장면이다.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곤 한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 위해선 경쟁자를 제쳐야 한다. 선거공약과 사람이라는 무기가 있어야 하고 때로는 룰에서 벗어나 경쟁자의 약점을 파고들 부비트랩을 설치하고 스파이를 심어 놓기도 한다. 선거 전략을 잘 짜야 전투를 수월하게 치를 수 있다. 여차하면 끝이다. 선거는 1등만이 모든 것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6·1지방선거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각 정당에서 공천 작업을 벌여 후보를 선정 중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하다시피 했지만 이번엔 국민의힘이 대선 승리 기세를 이어받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경기도에 유독 격전지가 많은 이유다. 치열한 승부가 예상되면서 각 정당은 후보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위기다. 참신한 정치 신인이냐, 관록의 기성 정치인이냐. 무엇보다 다양한 경기지역 지자체의 특성상 승리 가능성과 경쟁력이 있는지 판단이 쉽지 않다. 최근 정당 공천 컷오프를 놓고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중앙당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배제한 중앙당을 공개 비난하기도 한다. 경기도 내 현역 시장·군수 4명은 이른바 현역 프리미엄이 무색하게 경선 대상자에도 오르지 못하고 컷오프되는 수모를 당했다. 죽기 살기로 했는데 경선조차 치르지 못하고 떨어지다니 당사자 입장에선 믿고 싶지 않은 냉혹한 정치 현실이다. 선거에서 가장 큰 무기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 변화를 원한다. 결국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얻는 자가 격전지에서 승리의 깃발을 올릴 수 있다. 이선호 지역사회부장
선사(禪師) 약산을 3년 동안 주방장 소임으로 시봉했던 한 승려가 있었다. 약산은 당대의 대선지식인 석두희천의 법을 이은 선사다. 한번은 약산이 그에게 물었다. “이곳에 머무른 지 얼마나 되었는고?” 그 승려가 답했다. “3년입니다.” 이에 약산이 “나는 전혀 그대의 얼굴을 모르겠군.” 그 승려는 약산의 질문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그 절을 유감없이 떠났다. 선의 세계에서 언어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로 사용된다. 여기에서도 약산의 질문은, 단지 ‘여기’라는 공간에 접한 적이 있는지 또는 ‘여기’에 존재하는 법을 배웠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스승이 무언가를 질문할 때의 언어는 범상한 것이 아니므로 주의 깊게 들어서 어디를 강조하는지를 간파해야 한다. 스승은 자비의 마음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제공해 다시 “나는 그대의 얼굴을 전혀 모른다”고 했다. 즉 “그대 자신의 본래면목을 발견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 본래면목은 영원 전부터 갖고 있던 얼굴이며 영원토록 가질 얼굴이다. 그러나 그 승려는 스승의 사랑과 질문의 의미도 알지 못했으므로 오히려 유감스러웠다. “나는 3년 동안 그 분을 위해 음식을 마련했는데, 내 얼굴을 본 적이 없다”고 말씀하시니 어찌 된 것인가. 그는 모욕적으로 생각하고 그 절을 떠났다. 그는 스승을 만났지만, 중심을 놓쳐버렸다. 3년은 중심으로 들어가기에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해 스승은 그동안 제자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승려는 3년 동안 스승과 함께 있었고, 그곳에서 요리를 했고, 스승의 법문을 들었다. 이제 스승이 질문할 때가 이르렀다. “이곳에 머무른 지 얼마나 되었는고?” 그는 ‘얼마나’라는 말은 이해했지만 이곳, 즉 ‘여기’라는 말은 놓쳤다. 스승은 ‘얼마나’에 강조를 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강조를 두었다. 스승은 제자에게 애정어린 자비심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가능한 많은 기회를 주었다. “나는 그대의 얼굴을 전혀 모른다네.” 이 말은 3년 동안 여기 있었다고 말하지만, 어디에 그대의 얼굴이 있는가? 스승은 계속 그대의 본래면목을 말하고 있다. 거울에 비치는 얼굴이 아니라 하나의 불꽃이 하나의 불꽃으로 온전히 전해지듯 스승의 가슴에 비치는 얼굴을, 스승은 몇 년 동안 여기에 있었는지에 대해 관심이 없다. 햇수를 세서 무엇을 할 것인가? 분명 스승의 그 질문은 이 순간을 묻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선사들은 삶의 매 순간 깨어 있음을 강조해 경책하는 것이다. 최성규 철학박사·한국미술연구협회 이사장
현재 우리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온 국민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우리의 일상이 많이 변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준수해야 하지만 무심코 준수하지 않는 것 중에 하나가 안전띠 착용이다. 만약 우리들 중에 누군가가 코로나19에 감염이 됐다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만, 안전띠 미착용에 따른 사망사고는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조차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동차의 안전띠는 생명줄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승차자의 신체를 감싸 안아 생명을 보호하기에 일컬어지는 이름이다. 교통사고 발생 시 안전띠만큼 인명을 보호해주는 장치도 없다. 차량의 충돌이나 추돌뿐만 아니라 전복이나 차량단독 구조물과의 충돌 등 어떤 유형의 교통사고에도 안전띠는 탑승자의 생명을 최대한 안전하게 지켜준다.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이 오래 전에 법제화가 돼 많은 홍보와 노력이 있어 왔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서 발표한 2021년도 교통문화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안전띠 착용률이 대략 85% 정도로 나타나고 있으며 경기도의 경우 약 87%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89% 대비 2% 소폭 하락한 수치이다. 물론 운전자 및 승객들의 안전띠 착용률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다소 미흡한 수준이다. 하지만 운행 중인 차량이 갑자기 급제동을 하거나 다른 차량이나 구조물과 충돌 시, 안전띠를 매지 않을 경우, 앞좌석 등받이나 전면 혹은 좌·우 창유리 등과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승용차 뒷좌석이라 하더라도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매우 위험하다. 차량 운행 또는 탑승 시에는 안전띠 착용이 불필요하며 가까운 거리는 아예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시내 가까운 거리 주행 시 안전띠 착용은 안전에 대한 지나친 강박감의 발로라고 흔히 생각한다. 이는 너무나 잘못된 발상이다. 안전띠로 인해 느끼는 불편은 일종의 핑계다. 안전띠 착용이 좋은 습관으로 정착되면 도리어 안전한 승차감이 든다. 반면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왠지 불안하고 허전하게 느껴진다. 거리의 멀고 가까움은 교통사고 발생과 어떠한 인과관계도 없다.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고속 주행 시 안전띠의 위력은 절대적이다. 충돌 시 관성으로 인한 물리적 충격이 인체에 그대로 가해진다. 물리적 충격량은 속도의 제곱으로 가중된다.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차량 실내의 직접 충돌 외에도 차량 밖으로 튕겨나갈 수 있다. 이때 외부 차량이나 물체와의 연쇄충돌로 인체는 온전할 수가 없다. 충돌이나 전복의 형태로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차종이나 승차위치에 상관없이 탑승자는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안전띠는 교통사고 발생 시 승차자의 생명을 지켜주는 또 다른 이름의 든든한 자동차보험과 같으며, 과거의 많은 교통사고로부터 안전띠 착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우리는 알 수 있다. 홍성령 한국교통안전공단 경기남부본부 교수
진오기굿은 망자(亡者)의 영혼을 위로해 저승으로 보내는 망자천도(亡者天道)굿을 말한다. 강화 교동도에서도 망자천도의례인 진오기굿을 전승하고 잇다. 교동 진오기굿은 황해도굿, 경기굿, 서울굿과는 다른 독특한 구성 방식을 보인다. 내림장단 등이 있고 만세받이 장단도 교동 만세받이 장단이라 해 황해도굿 만세받이나 서울굿 만세받이와도 다르다. 교동진오기굿은 14거리로 연행한다. 모든 부정을 물리는 별부정, 신령을 청배하는 부정굿, 칠성신을 청배(請陪)해 인간의 소망을 빌고 공수를 듣는 칠성굿, 남치마에 남쾌자를 걸친 무당이 부채와 방울을 들고 장군신을 청하는 장군거리, 남치마에 별상의대를 입고 진행하는 별상거리, 남치마에 신장의대를 입고 진행하는 신장거리, 남치마에 대감쾌자를 입은 무당이 춤을 추다가 대마루공수를 주는 대감거리가 있다. 문화재청 제공
드라마 제목 때문에 소셜미디어가 시끌벅적하다. ‘너에게 가는 속도 493㎞’라는 제목이 문제시됐다. ㎞는 거리의 단위이기에 속도를 의미하려면 시간을 더해줘야 한다는 게 골자. 맞는 말이다. 시속 493㎞, 493㎞/h 등으로 표기해야 정확하다. 한데 이게 오류 지적을 넘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문과가 또...’라며 비웃는 사람이 늘어가자 그를 불편해하는 분위기. 문과는 모르고 이과만 아는 내용은 아니라며. 여기까진 그러려니 했다. 한데 속도 대신 속력을 써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보고선 고개를 갸웃했다. 일반적인 언어 관습을 무시한 주장이니까. 물리학 정의에 따르면 속도는 속력에 방향이 더해진 것이다. 우리가 속도라고 표현하는 대부분이 엄밀히 따지면 속력. 한데 이를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고속도로에서 자기 혼자 반대 방향으로 100㎞/h로 달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물리학 정의대로면 이 또한 속도위반이다. 속력은 규정을 지켰어도 방향이 틀렸으니까. 하지만 현실에서 이걸 속도위반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냥 역주행이라고 부른다. 학문의 언어를 대중 전반에 강요하는 게 온당할까? 경제학을 전공하며 비슷한 사례를 여럿 봤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공공재다. 표준국어대사전의 공공재 항목엔 이런 예문이 있다. “에너지는 공공재라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올여름의 전기 부족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관점에서 이는 틀린 예문이다. 경제학에선 비경합성, 비배제성 둘을 충족해야 공공재로 정의하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쓴다고 해서 저 사람이 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고(비경합성), 누군가가 쓰는 걸 억지로 막을 수 없어야 한다(비배제성). 에너지는 둘 다 충족하지 않는다. 전기, 가스 등은 한정된 자원을 나눠 쓰는 데다 요금 체납 시 얼마든지 끊어버릴 수 있으니까. 이를 두고 적지 않은 경제학 교수가 수업 시간에 열을 올린다. 대중은 무식하고 언론은 나태하다며. 그러나 표준국어대사전은 ‘공중(公衆)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물건’으로 간단히 정의하고 있고 일상에서도 그리 활용된다. 좀 넓게 확장하자면 음악의 불협화음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갈등이 심해서 화합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을 두고 ‘불협화음 심각하다’, ‘불협화음 마땅히 해소해야’처럼 표현하는 걸 종종 본다. 그러나 음악 전공자에겐 꽤 다른 온도로 읽힐지도 모른다. 불협화음 역시 음악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이고, 장르에 따라선 그걸 얼마나 영리하고 절묘하게 활용하느냐에서 실력이 판가름 나기에. 그런 음악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불협화음은 악(樂)의 일부일 뿐 악(惡)이 아니다. 사례를 들자면 끝이 없다. 모든 전공에 다 있기에 다들 할 말이 있을 테다. 한발 떨어져서 조망하면 자기 분야에서는 ‘그런 뜻 아니라고!’라며 으스대지만 남의 분야에선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쓰는 형국. 그렇다면 조금 관대하거나 겸손해지는 게 어떨까 싶다. 틀린 부분에 대한 지적은 주고받되 특정 학문의 언어를 대중 전반에 강요하지는 말자는 뜻이다. 꼭 그러고 싶다면 대중과 동떨어져 누구도 헷갈리지 않을 언어로 대체하는 게 합당하지 않을까? 홍형진 작가
방과후학교는 ‘열린교육사회’와 ‘수요자 중심 교육’을 지향한 1995년 ‘5·31 교육개혁’ 가운데 하나로 추진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정책이며 전국 모든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정책은 한동안 사교육비 경감과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속적인 관심을 받아왔다. 교육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방과후학교 운영현황’을 살펴보면 참여율이 계속 높아져 2013년에 72.2%를 기록하기도 했는데 이러한 관심을 대변해 준다. 하지만 2013년 이후 지속적인 참여율 감소가 이루어지며 방과후학교의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방과후학교 침체 이유를 ‘학교 자율화 조치’로 인한 교육부의 영향력 감소, ‘공교육정상화법’ 등으로 제시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방과후학교를 운영해 왔는가 살펴보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는 그동안 방과후학교의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큰 관심을 보이며 싸고 좋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많은 정성을 보여 왔으나, 학생과 학부모의 본질적인 요구를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는 진로나 학생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되는 질 높은 학생 참여형 프로그램을 요구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으나, 정책 당국은 저렴한 방과후학교 수강료 정책을 20여 년 동안 고수하며 주당 2~3회 운영하는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양산하고 우수한 강사를 방과후학교에 적극적으로 유치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아울러 참여율과 만족도 중심의 성과관리 방식을 유지하며 방과후학교의 질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방과후학교 침체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학생과 학부모의 방과후학교에 대한 수요 감소 보다는 정책 운영과정에서 나타난 다양한 문제가 더 큰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과도한 양육 부담으로 인해 출산 기피가 보편화된 시기에 학생과 학부모는 질 높은 수요자 중심의 방과후학교 운영을 원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현재의 방과후학교 위기 원인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방과후학교 재도약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정영모 극동대학교 교양대학 교수·한국방과후학교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