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는 현재까지 많은 작가와 미술 애호가에게 사랑받는 예술사조이다. 초현실주의는 이전의 양식을 거부하고 파괴하는 다다이즘과 무의식이 인간의 행동을 좌우하며 꿈과 자동기술로 무의식을 파악할 수 있다는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운동으로 이성과 합리 거부하고 꿈과 무의식을 중요시한다. 그들은 무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떠오르는 심상들을 그대로 그리거나 손이 이끄는 대로 형태를 그려나가는 자동기술법을 애용했다. 그들의 작품은 사실적인 표현과 추상적 표현이 함께 화면에 나타나 보는 이들의 눈을 끈다. 살바도르 달리는 초현실주의 대표하는 스페인의 화가로 그의 작품인 시계가 녹아 흘러내리는 <기억의 지속>은 우리에게 매우 친숙하다. 그는 자신이 가진 수많은 강박관념과 편집증, 공포증과 무의식을 화폭에 담고자 하였다. 그래서 자기 전 화구를 옆에 두고 잠들었다가 깨어난 후 꿈에서 본 장면들을 묘사하였고 그의 작품은 손으로 그린 꿈의 사진이 되었다. <기억의 지속>은 초현실주의운동에 참여한 지 2년 뒤에 그린 작품으로 정밀함을 그림에 가미했다. <기억의 지속>은 달리의 가장 큰 두려움이었던 시간과 죽음을 표현한 그림이다. 배경은 달리의 고향과 가까운 스페인 북동부 해안이다. 화면의 윗부분에는 바다와 해안의 절벽이 있으며, 그 아래로 어두운 그림자가 모래사장을 가로지르며 깔려있다. 왼쪽에는 관 모양의 상자와 앙상한 나무가 있다. 화면에는 녹아서 늘어진 회중시계는 3개가 있는데 하나는 나무에 걸려 있고 다른 하나는 상자에 걸쳐서 흘러내리고 있다. 또 다른 하나의 시계는 달리의 옆얼굴과 닮은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 괴생명체 위에서 늘어져 있는데 이 늘어진 회중시계들은 그의 카망베르 치즈에 대한 꿈에서 영감을 얻어 그린 것이다. 왼쪽 아래의 주황색의 정상적인 회중시계 위에는 부식을 상징하는 검은 개미들이 모여있다. 달리는 녹아내린 회중시계와 부식을 나타내는 개미들 그리고 어두운 그림자 등을 통하여 흘러가는 시간과 죽음에 대한 달리의 공포 두려움이 느껴진다. <기억의 지속>은 달리 회화의 정수이다. 그의 무의식과 철학이 담긴 작품이며, 세심한 기법으로 변형된 이미지를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을 비틀어 이해할 수 없는 비논리적 상황을 연출하여 어둡고 섬뜩한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이러한 부조화는 조형적 매력을 느끼게 하고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현대까지 사랑받고 있다. 최문영 문화칼럼니스트
박승원 광명시장이 민선7기 출범 후 ‘시민들이 만들어가는 미래도시 광명’을 시정 목표로 내걸고 시민과 함께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 시는 지난 4년간 주민참여와 자치분권, 청년들과 만드는 광명시 청년정책, 시민과 함께 하는 광명시 기후위기 대응 등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하며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민선7기 광명시의 주요 성과를 들여다 본다. ■ 주민참여 자치분권도시 박 시장은 취임 직후 자치분권과를 신설하고 경기도 최초로 ‘광명시 민관협치 활성화를 위한 기본조례’ 제정과 자치분권 기본계획을 수립해 자치분권 실현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정협치협의회, 시민커뮤니티 등 다양한 민관협치 체계를 구성하고 노인위원회, 일자리위원회, 청년위원회, 여성친화도시조성협의체, 청소년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를 구성해 시민 의견을 제안받아 이를 시정에 반영했다. 또 각 동 주민자치회를 출범한 후 주민이 직접 마을발전사업을 결정하는 주민세환원 마을사업과 주민제안 공모사업 추진을 위한 마을자치센터, 지역밀착형 공공복지 서비스를 위한 행복마을 관리소 등을 신설했다. 이와 함께 시는 평생학습을 위해 보편적 학습복지 확대, 학습 거버넌스 체계 구축, 글로벌 민주시민 역량 강화 등 12개 과제 추진과 시민 학습 지원을 위한 ‘평생학습장학금’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참여와 자치분권을 위한 시민 역량 강화를 위해 광명자치대학, 찾아가는 주민자치 교육, 평생학습 등 광명시를 이끌어 갈 시민의 성장을 돕고 있다. ■ 청년들과 함께하는 청년 정책 시는 민선7기 출범 직후 청년정책팀을 신설하고 청년위원회, 청년숙의예산 토론회, 청년의 날 등을 통해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왔다. 먼저 시는 ‘광명시 청년 기본조례’ 제정에 이어 시장 직속 ‘광명시 청년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정치·경제·사회·주거·문화·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특히 시는 청년숙의예산 토론회를 열어 청년에게 필요한 사업뿐만 아니라 예산까지 직접 결정하고 올해의 경우 토론회를 통해 50억원 규모의 사업을 결정했다. 또 시는 청년 일자리, 청년 기본소득, 청년 저축계좌, 청년 동아리 사업 등에 총 88억원 규모의 예산을 올해 투입한다. 이 예산은 맞춤형 일자리 지원을 위한 ‘광명형 청년인턴제’와 취업 준비생을 위한 ‘광명시 청년 취업지원 프로그램’, 취업 준비생 면접 지원을 위한 ‘청년 면접정장 무료 대여사업’, ‘청년 푸드트럭 존’ 운영 등에 쓰인다. 이외에도 시는 청년 주거 지원을 위해 ‘전월세 대출이자 지원 사업’과 ‘청년·신혼주택’, ‘일자리 연계형 창업지원 주택’ 지원을 추진하는 등 청년들의 꿈을 지원하고 있다. ■ 기후위기 대응 시는 그동안 민관협치를 기반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왔다. 지난 2018년 전국 최초로 기후 에너지 전담부서인 기후에너지과를 신설하고, 민간단체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 촉진 등을 담은 ‘광명시 기후위기 대응 조례’와 2050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광명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조례’ 제정 등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했다. 이어 시는 기후 강사를 파견해 교육을 진행하는 ‘찾아가는 기후교육’과 마을 카페를 활용한 ‘넷제로에너너지카페’, 기후문제 공감을 위한 ‘10·10·10 소등 캠페인’, ‘광명 자치대학 기후에너지학과’ 운영 등을 통해 시민 의식 전환과 역량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또 지난해 ‘기후위기 대응 광명시민헌장’을 선포하고 32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추진단을 구성해 7차례 회의를 거쳐 행사 기획, 캠페인, 홍보 계획 등을 준비했다. 광명시민헌장은 ‘탄소중립도시 광명’을 공동의 목표로 녹색생활도시 광명, 재난교육도시 광명, 탈탄소정책도시 광명, 기후정의도시 광명 이라는 4가지의 구체적인 약속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시는 시민에너지협동조합 등 자발적 기후 활동에 참여하는 시민 1천여 명을 ‘1.5℃ 기후 의병’이라 칭하고 조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등 시민 거버넌스로 지역에너지 전환을 꾀하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취임 당시 시민이 주인이 되는 시민주권시대를 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동안 시민의 시정 참여 문을 활짝 열고, 빠른 속도 보다는 올바른 방향을 향해 느리더라도 천천히 시민과 함께 시정을 이끌며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범 진보진영의 경기도지사 후보 면면이 나름대로 가닥을 잡아간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안민석, 조정식 국회의원과 염태영 전 수원특례시장이 출마해 있다. 진보당에서는 송영주 전 경기도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여기에 구 새로운물결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합당 이후 출마를 선언했다. 각자 이해 관계에 따른 신경전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경선의 방식을 두고도 각기 다른 셈법에 기초해 설전을 벌이는 중이다. 하지만 출사표를 던진 후보군 자체는 정리된 느낌이다. 상대인 보수 진영의 후보군이 여전히 유동적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여론조사를 기초로 다양한 전략적 분석이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은 인천경기기자협회다. 조원씨앤아이가 조사한 것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다. 주목할 것을 대진표가 사실상 확정된 진보 진영이다. 김 전 부총리가 24.1%를 얻으며 가장 앞서 간다. 나머지 후보들과 오차 범위 밖의 여유 있는 선두다. 올초부터 계속 선두를 지켜오던 안 의원이 16.0%로 2위다. 이와 불과 0.3%p 차이인 15.7%를 기록한 염 전 시장이 3위다. 그 뒤를 조 의원 4.5%, 송 전 의원 2.4%가 잇는다. 김 전 부총리로서는 출마 선언 이후 첫 번째 여론조사에서 2위군과 격차를 둔 1위를 기록하며 몸값을 증명했다. 이대로 가면 그가 민주당 후보다. 여기서 아주 흥미로운 추론이 있다. 그 출발은 올 경기지사 선거의 특수성이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보궐 선거를 치른 지 1년 남짓이다. 당시 두 곳 모두 국민의힘 후보가 큰 표 차이로 당선됐다. 올해도 비슷한 추이일 것으로 여론조사 기관은 분석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지사 선거는 한 치 앞을 보기 어려운 구도다. 대통령 선거에서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p 이상 이긴 유일한 대도심이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표심과 윤석열 시대에 대한 기대라는 표심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렵다. 일단 현재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10% 바깥의 우위다. 이렇게 관심이 큰 만큼 과거 경기지사 선거에 예가 없던 후보 간 합종연횡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런 예측에 특히 구미를 더하게 하는 상황이 있다. 2, 3위를 점하고 있는 안민석 염태영 후보간의 인연이다. 수원의 명문고인 수성고등학교 동문이다. 염 전 시장이 22기, 안 의원이 25기다. 각 수원시장 3선과 오산 국회의원 5선을 하며 수성고를 대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둘의 지지율을 합치면 31.7%로 김 전 부총리의 24.1%를 크게 앞선다. 동문과 지역을 중심으로 후보 단일화를 권하는 얘기가 나올법한 여건이다. 이재명과 당내 역학 관계로 볼 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래도 ‘이 집 아들’, ‘저 집 딸’로 통하는 지방 선거의 특성상 ‘둘이 합치라’는 순박한 강권은 상당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것도 다 지방 선거만의 정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가 인천시의 ‘쓰레기로부터 독립’과 ‘환경특별시 인천’에 대해 지속적인 발목 잡기 행보로 인천시민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SL공사는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도권매립지에 광역소각시설과 소각재 매립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인천시가 추진 중인 광역소각시설 추진계획과는 대치되는 것으로 그 진의가 의심스러운 것이다. 인천시의 계획에 대해 신뢰를 부여하지 않으며 인천시와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지역에 혼란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공기업으로서 처신과는 거리가 멀다. 인천시는 수차례에 걸쳐 2025년 수도권 쓰레기매립을 종료한다는 것을 천명했고 자원순환시설 확충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2025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치에 대비하고자 추진 중인 계획은 서부권과 북부권에 자원순환센터를 신설하고 부천시 광역 소각시설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소각재 잔재물을 묻을 자체 매립지로 ‘인천에코랜드’를 영흥도에 조성할 계획으로 기본계획 용역이 진행 중이다. SL공사의 발목 잡기 행보는 일시적인 주장이 아니라 지난해 말부터 지속해 왔다. 사장이 직접 나서서 신문 기고를 통해 공사 내부의 실적과 성과 홍보에 집중했다. 인천시의 2025년 매립지 종료주장이 현실성이 없다며 사용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SL공사 관할권 이관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를 상대로 공개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고 수도권매립지 내 적자 시설인 승마장과 수영장을 인천시로 이관하겠다는 주장도 펼쳤다. 겉으로는 정부의 쓰레기정책과 지구환경 생존권이라는 가치에 동조하며 적극적인 대안 제시를 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련의 SL공사의 행보와 제안 내용은 조직의 존립을 연장하려는 조직 논리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매립지 종료에 따른 SL공사의 역할이 대폭 축소됨으로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려는 의도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인천시와 사전에 협의도 없이 4자 협의체를 개최하고 인천시민을 담보로 매립지 사용을 연장하려는 SL공사의 꼼수는 지역 정치권과 시민들로부터 강하게 반발을 사기에 충분하다. 수도권 쓰레기매립 조기 종료는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 여야 모두 공약으로 채택한 지역의 주요 현안임을 인식해야 한다. 정부의 ‘직매립 최소화와 발생지 처리 원칙’이라는 환경 철학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쓰레기 매립지 2025년 종료는 SL공사의 조직 논리보다 주민의 건강권, 생존권, 행복추구권이 더 우선돼야 한다. 소아적 조직 논리를 앞세워 지역의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지역 공기업의 역할이 아님을 명심해야 한다. 고귀한 환경 철학의 실천에 솔선수범하는 공기업의 모습을 기대한다.
지난 3월4일에 경상북도 울진군에서 발화한 산불이 최장 시간을 기록하며 서울시의 3분의 1보다 넓은 지역에 피해를 줬다. 극심한 봄철 가뭄이 지속하고 소형 태풍급의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산림청 관계자, 소방 공무원, 의용 소방대원, 군인 등 많은 분이 합심해서 노력했기에 그나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산불이 도심, 원자력 발전소, LNG 생산기지를 향할 때는 총력을 다해 저지하였으며, 금강송 군락지에 산불이 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밤낮으로 지속하여 직접적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도됐다. 그러나 산불의 2차 피해는 장마철에 산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에 해당 지역에 대한 추가적인 피해 발생을 예측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불 피해 방지를 위한 최선의 대책은 산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대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산림 근처에서는 점화 기기의 사용을 절대 금해야 하며, 주거지 근처의 실화 및 송전 장비의 전기 스파크가 대형 산불로 확대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조기에 산불 발생을 인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산불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불 피해 방지를 위해 많은 인력을 투입하는 방법보다는 산불의 발생을 미리 방지하고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산불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예를 들면 산불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장비, 시설, 주거지, 도로에 관련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이에 강수량, 습도, 풍향 및 풍속 등과 같은 일기 정보를 함께 빅데이터 분석해 산불 발생 및 피해 지역을 예측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예측을 통해 산불 발생 가능성이 큰 시기에는 특별한 관리로 발생을 피하고, 산불이 발생한 경우에는 조속한 발견 및 피해 예상 지역의 발 빠른 대처를 통해서 인명과 재산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주요 산림 지역에 센서를 설치하고 이를 유무선 통신망과 연결해 산불의 조기 발견을 가능하게 하는 한편, 산악 지역에 설치된 발화 가능 시설과 주요 지점에 지능형 CCTV를 설치해 산불 발생을 조기에 인지하고 관계 당국에 경보를 내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산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불조심 교육뿐만 아니라 산불 발생의 예측, 조기 발견, 그리고 피해 예측 및 최소화를 위해 정보통신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첨단 산불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김유성 인하대학교 소프트웨어융합대학장
‘블랙리스트(Blacklist)’는 ‘요주의 인물 명단’을 뜻한다. 정부나 수사기관 등에서 위험인물의 동태 파악을 위해 작성한 ‘감시 대상 명단’이다. 블랙리스트라는 말은 영국에서 처음 사용됐다. 찰스 1세가 청교도혁명으로 인해 사형당한 뒤, 아들 찰스 2세가 왕위에 오르자 찰스 1세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던 재판관 58명의 명단을 작성한 것이 시초다. 이들 명단을 적은 종이에 죽음을 뜻하는 검은색 커버를 씌웠다고 해서 ‘블랙리스트’라고 불렸다. 명단에 있던 사람 가운데 13명은 처형당했고 25명은 종신형에 처하는 등 복수가 이뤄졌다. 이 같은 살생부에서 시작된 블랙리스트는 보복이나 제거, 감시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됐다. 19세기 미국에선 파업 노동자들의 이름을 적은 명단을, 1947년 할리우드에선 영화계 종사자 중 공산주의자로 의심받는 감독·작가·배우의 명단을 지칭할 때 블랙리스트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블랙리스트와 반대 개념으로 ‘화이트리스트(Whitelist)’가 있다. ‘살려야 하거나 배려 또는 지원이 필요한 인물’을 말하는 것으로, 독일 나치 시절 유대인들을 살리기 위해 만든 ‘쉰들러 리스트’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에도 조선시대의 살생부, 현대사회 들어 블랙리스트가 있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일부 학계나 언론계, 문화계에서의 블랙리스트 의혹은 사회적 파장을 낳았다. 조용한가 싶더니, 블랙리스트 뉴스가 또 오르내린다. 정권 이양기인 요즘 블랙리스트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부 초기 부처 산하 기관장 또는 공기업 대표 등을 상대로 사퇴를 종용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서울동부지검은 탈원전 정책과 코드가 맞지않는 산하기관장을 부당하게 내보낸 의혹과 관련해 최근 산업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통일부와 교육부 산하 기관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이뤄졌다. 검찰이 3년간 묵혔던 사건을 정권이 바뀌자마자 다시 끄집어내고 있다. ‘권력 앞에서 바람보다 빨리 눕는다’는게 검찰 속성이라고 한다. 블랙리스트 의혹을 철저히 밝혀내야 하겠지만 뭔가 씁쓸한 면이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4월5일 식목일은 나무를 많이 심고 아껴 가꾸도록 권장하기 위해 국가에서 정한 날이다. 식목일을 맞아 나무와 관련된 우리말을 알아본다. ▶나무초리 : 나뭇가지의 가느다란 부분 -나무초리 끝에 달린 잎사귀가 바람에 흔들린다. ▶보굿 : 굵은 나무줄기에 비늘 모양으로 덮여 있는 겉껍질 -이 소나무는 보굿이 도드라지네. ▶애채 : 나무에 새로 돋은 가지 -미루나무의 애채가 한 뼘은 넘게 자랐다. 국립국어원 제공
매화꽃이 피면 봄이 온 줄 알았는데 봄은 저만치 서있다. 인생의 덧없음을 춘몽에 비유하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은 전한시대 원제의 궁녀로 절세미인인 왕소군이 흉노에 팔려가서는 ‘이 땅에 풀과 꽃이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는 노래의 한 구절이다. 입춘이 지난지 두 달이 됐지만 오미크론이 세상을 덮고 있는 요즘의 세태를 잘 표현한 말이다. 새로운 시대 서울의 봄은 매화의 개화만큼 반가운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3월28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봄을 보내면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오른편을 가리키며 “저기 매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하자 윤 당선인은 “네, 정말 아름답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이에 문대통령은 상춘재의 현판을 가리키며 “상춘재의 뜻은 항상 봄과 같이 국민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름에 담은 것”이라 말했다. 하지만 봄은 분명 희망의 봄이다. 프라하의 봄, 서울의 봄이란 행복한 시절을 표현할 때 썼다. 매화꽃을 보면 추위 속에서 어떻게 꽃망울을 잉태했는지 참으로 대견하고 신비롭다. 아픔을 감내하지 않고 어찌 꽃을 피울 수 있겠으며 혹독한 긴 겨울을 이겨내지 않고 어찌 봄이 오겠는가. 조선 성종 때 정극인이 지은 ‘상춘곡’에 가사를 붙인 것은 우리나라 최초의 가사였다. 매화는 꽃 받침 색깔에 따라 청매화, 홍매화로 구분한다. 이뿐 아니라 사연의 이름도 다양하다. 추운 날씨에 피면 동매, 눈이 내리면 설중매, 달에 보는 월매, 고우면 옥매, 향기의 매향·매화를 찾아 나서는 것은 심매 또는 탐매라 했다. 매화시(詩) 가운데 조선의 〈상촌 신흠시〉가 유명하다. ‘오동나무는 천년이 지나도 아름다운 곡조를 가지고 있고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어도 또 새 가지를 낸다.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둥근 달 그대로다’. 매화는 향기가 가득해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겠다는 인격에 비유한 선비의 곧은 의지가 엿보인다. 빛을 이기는 어둠이 없듯이 올 봄이 지나고 나면 2019년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는 희망을 갖자. 거리마다 마스크 물결이 넘쳐도 우리의 과학 문명은 분명 코로나19를 이길 것이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향토문화연구소장
지난 46년간 우리와 일본의 물가상승 추이를 비교해보니 우리의 물가가 너무 올라 물가정책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5천달러에 달해 일본의 4만달러에 육박해 우리가 놀랄만큼 성장해왔다. 즉 1975년에 우리의 1인당 GDP는 646달러였는데 일본은 4천600달러여서 일본이 우리의 7배에 달했는데 현재는 거의 비슷한 수준에 달했으니 우리의 성장이 월등했음을 볼 수 있어 우쭐한만도 하다. 다시 말해 우리의 현재 1인당 GDP는 1975년에 비해 54배가 늘었는데 일본의 1인당 GDP는 8.8배만큼만 늘었다. 이런 수치만 보면 우리의 국민후생이 엄청나게 향상됐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 중 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추이를 보면 그렇지만도 않음을 알 수가 있다. 즉 이 기간중 우리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10.8배인데 일본의 그것은 1.8배에 그쳤다는 것이다. 즉 일본의 물가는 우리에 비해 극도로 안정됐다는 점이다. 거의 반세기동안에 일본의 물가는 배도 안되는 수준으로 올랐다니 상상이 안될 정도다. 필자는 1975년에 일본에 체재했는데 점심 한끼를 450엔 정도로 해결하곤 했다. 그런데 2년 전에 일본에 가서 점심 한끼를 1천엔 정도로 해결할 수가 있어 놀라웠다. 또 놀란 것은 1975년에 통용되던 1엔, 2엔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으니 물가가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를 실감할 수가 있었다. 이에 반해 우리의 물가는 상대적으로 너무나 올라 경제가 크게 성장했으나 국민들의 후생은 그만큼 좋아지지 않았음을 알 수가 있다. 1970년에 비해 현재의 주요 물가를 비교해보면 시내버스 요금은 120배(10원에서 1천200원), 자장면은 50배(100원에서 5천원), 쌀은 33배(40㎏ 2천880원에서 9만6천200원) 올랐다. 최근에는 10원짜리가 아예 쓸모가 없이 사라졌고 100원짜리도 거의 쓸데가 없어졌으며 최근의 물가상승 추세로 보아 500원짜리도 곧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물가가 너무 올라 화폐가치가 크게 떨어졌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우는 물가가 어떻게 그렇게 안정될 수 있었는가? 첫째는 환율의 지속적인 절상이 한몫을 했다. 일본은 지속적인 국제경쟁력 강화에 힘입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계속 누적되자 미국이 강력하고도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 일본엔화의 절상을 요구한 것이 수입물가 안정을 통한 국내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즉 일본엔화의 대미달러 추이를 보면 과거 1달러에 360엔 하던 대미환율이 현재 1달러에 118엔을 기록하고 있어 일본의 수입물가 안정에 절대적으로 기여했다. 일본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국내자원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므로 일본엔화의 지속적인 절상은 일본국내의 물가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둘째 일본의 노사관계의 안정이 물가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일본은 노사관계가 매우 안정되어 있어 매년 임금인상이 극히 낮은 수준에서 결정돼 임금이 물가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도 물가안정 요인이다. 그런데 우리는 1973년에 1달러에 397원하던 것이 현재 1천240원으로 거의 3배가 절하됐다. 따라서 우리는 이런 환율의 절하가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한 노조의 지속적이고도 과격한 임금인상 투쟁은 임금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여기에 정부의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이 더해져 물가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또한 고도성장을 추구해오는 과정에서 수요초과 인플레 현상이 빚어진 것도 한 원인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소득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증가했으나 서민들의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비자물가는 너무 올라 우리 국민의 후생이 일본에 비해 소득이 는 만큼 좋아졌다고 할 수 없다. 더군다나 최근의 소비자물가는 4% 상승에 달해 물가상승이 심각한 수준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의 후생증진을 위해 물가안정 정책에 보다 역점을 둘 필요가 있다. 정재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먹게 되는 젖당은 인류의 유전자에 달콤한 맛에 집착하는 미각을 심어놓았다. 모유의 락토스에 길들여진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본능적으로 벌꿀을 채집했으며, 어머니의 품속에서 느꼈던 유혹의 맛을 비로소 벌꿀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인류가 처음 벌꿀을 채집한 시기는 스페인의 동굴벽화를 통해 기원전 7000년경으로 추정하고 있다. 붉은 색으로 그려진 벽화에는 벌꿀을 따는 모습이 그려져 있으며, 기원전 3000년경 고대 이집트의 상형문자는 왕족을 꿀벌로 표기하고 있다. 인류에게 꿀벌은 협동과 근면, 생명력의 상징으로 각인됐고 벌꿀은 인간에게 원기를 줬다. 하지만 오늘날 꿀벌의 처지는 2035년쯤이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올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UN은 2017년부터 꿀벌 보호를 위해 매년 5월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해 벌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올봄 전국의 양봉농가에서는 월동 후 꿀벌이 집단으로 실종된 사실이 확인 됐다. 이처럼 꿀벌 집단이 갑자기 사라지는 군집 붕괴 현상(CCD, Colony Collapse Disorder)은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돌아오지 않아 여왕벌과 유충이 폐사하고 벌집이 비는 것을 말한다. 군집 붕괴 현상은 2006년 미국의 27개 주에서 최초로 보고됐으며 유럽에 이어 국내에서도 꿀벌의 실종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전국의 227만여개 벌통 중 18%인 39만여개의 벌통이 피해를 입어 약 70억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경북에서는 전체 벌통의 절반 수준인 48% 가량이 피해를 입었고, 전남에서는 전체 양봉농가의 74%가 사라져 양봉이 초토화 됐다고 한다. 꿀벌은 1천500여 재배 작물의 30%와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여개 주요 작물 중 약 71종의 수분을 돕는다. 꿀벌이 사라지면 벌들의 수분을 통해 생장하는 식물들은 열매를 맺을 수 없게 돼 멸종할 수도 있다. 농촌진흥청이 전국의 양봉 농가를 조사한 결과 올해 꿀벌의 대규모 실종은 꿀벌응애류와 이상기후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살충제와 기후변화 등의 영향을 의심하고 있다. 인류의 작은 거인,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꿀벌이 사라진 지구는 상상하기 어렵다. 꿀벌이 지탱해주던 생태계의 고리 하나가 붕괴되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동희 여주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공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