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공약에 미래 비전이 없다

‘5·9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유권자 10명 중 9명이 투표참여 의사를 밝히는 등 정치참여 의지가 높아졌지만 정작 대선 후보들은 국가의 미래 비전과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졸속 대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11~13일 전국 유권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투표참여 의향에 대해 설문조사(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벌인 결과,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적극적 투표층은 90%에 달했다. 이는 한국갤럽이 역대 대선(14대 이후)을 3~4주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18대 대선 4주 전(2012년 11월12~16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꼭 투표하겠다고 답한 응답자가 88%였으며 17대 대선을 3주 앞두고 진행된 조사(2007년 11월25일)에서는 77%가 적극 투표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투표참여 의향이 높아진 이유로는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태’를 거치며 직전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심화한 데다 촛불 정국을 거치며 정치참여도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경제 불황으로 인한 취업난과 주거난,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 등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준비된 유권자들과 달리 후보자들은 국가 비전을 제시하기는커녕 검증이라는 명분 아래 비방전만 벌이고 있어 ‘총선만도 못한 대선’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7일을 기점으로 22일간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됐지만, 선거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한 번의 실수가 역풍을 일으킬 경우 이를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 16대 대선에서는 수도 이전, 17대 대선 때는 한반도 대운하 건설, 18대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 등이 화두로 제시돼 후보 간 열띤 논쟁을 벌인 바 있다. 특히 안보위기 상황을 의식한 듯 통일 분야에 대한 구상도 나오지 않는 양상이다. 본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분석한 결과 통일에 대한 구상을 작게나마 언급한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정의당 심상정 후보에 불과했다. 김성수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권자를 위해서는 공약과 정책 중심의 선거가 돼야 하지만 후보들은 “어설프게 대형 공약을 발표했다가는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을 다니며 조직적인 세몰이만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선후보들이 이미 발표된 공약도 소요 예산과 재원 조달 방안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고 있어 부실 공약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십조 원에서 수백조 원이 필요한 공약을 마구 쏟아내면서도 실천 방안은 생략된 ‘뜬구름 공약’이라는 지적이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대선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한 현직 대통령 파면과 후보 검증 및 민주적 통제의 실패로 조기에 치러지는 대선”이라며 “조기 대선이 후보자의 준비 부족에 대한 면죄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사무총장은 “후보자의 공약은 선물 보따리가 아닌 고용계약서”라고 규정하며 “재정계획 등이 포함된 대선공약집과 대차대조표 공개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해인 송우일기자

‘근무시간 카드게임’ 인천공항 기동타격대 의경 27명 징계 방침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순찰업무를 담당하는 인천공항경찰대 기동타격대 소속 의경들이 근무 시간에 카드게임을 해 상급기관이 진상조사(본보 4월13일자 7면)에 나선 가운데 의경 20여 명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게 됐다. 인천지방경찰청 의무경찰계는 인천공항경찰대 소속 기동타격대 의경 96명을 상대로 근무태만과 관련한 진상 조사를 벌여 27명을 적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적발된 의경 중 4명은 이달 초 순찰시간에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밀레니엄홀 1층의 한 비상구 통로에서 소총과 무전기를 바닥에 팽개쳐 둔 채 제복을 입은 상태로 카드 게임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 의경은 주류 반입이 금지된 생활관에서 전역예정자와 함께 맥주를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상당수 의경은 순찰시간에 비상구 등지에서 잠을 자거나 책을 읽는 등 의경 복무규율을 위반했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인천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인천공항 기동타격대 소속 전체 의경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복무규율 위반자를 적발했다”며 “일부는 징계 후 타부대로 전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의정부지법·지검 우리 市로 오라”

의정부시가 낡은 청사 문제를 안고 있는 법원ㆍ검찰청 이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양주시와 포천시 등 타 지자체가 적극적인 유치에 나서면서 경기북부지역의 대표 법조시장도 옮겨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9일 법조계 및 경기북부지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지난 1983년 문을 연 의정부지법ㆍ지검을 놓고 노후화된 청사 신축을 위한 ‘사법시설 신축 5개년 계획’ 수립에 나섰다. 법원은 이전부지 후보군으로 의정부시와 양주시, 포천시, 동두천시를 비롯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5곳에 공문을 보내 이달 말까지 대상지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법원은 회신이 오는 대로 오는 6월 후보지를 정하고 이전에 나설 방침이다. 의정부시는 법원ㆍ검찰 측에 광역행정타운 1구역(금오동 위치ㆍ반환된 미군기지 일대)으로 오라며 여러 차례 협의했지만 법원ㆍ검찰 측이 ‘기름 유출 등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해 10월 협의가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현재 의정부시는 협의가 결렬된 금오동 부지를 제외하고 법원ㆍ검찰이 이전할 부지에 대해 논의한 적이 없어 법원ㆍ검찰 이전을 위한 노력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반면 타 시·군은 이전 소식에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원ㆍ검찰이 옮겨오면 지역상권 활성화는 물론 변호사 사무실 등 법조시장이 구축되기 때문이다. 법조계 내부에선 신도시 개발에 따른 최신 인프라 구축, 서울과 높은 교통 접근성 등에 따라 양주시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예산 확보 등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검토 작업에 나서 이전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문화카페] AI시대 선도를 위한 문화발전 전략

이번 대선에서 핵심 경제이슈의 하나가 바로 4차 산업혁명이다. 많은 산업이 점차로 중국에 잠식당하고 있는 시기에 기술적인 선두를 확보하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새로운 먹거리로서 인공지능, 즉 로봇산업을 기대하는 것이다. 로봇은 일의 정밀성이나 지속성 그리고 효율성에서 사람들을 압도한다.더구나 지난번의 세기적인 바둑대국을 벌린 알파고와 같이 스스로 배워서 문제를 해결하는 로봇들은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 주는 새로운 로봇시대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기대는 다른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면이 있다. 인공지능산업이 발달하면 할수록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언들이 나오고 있다. 로봇산업이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의 역사에서 나타나는 신기술처럼 새로운 산업들을 만들어내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것은 틀림없을 것이다. 엄청난 데이터들을 저장하고 읽어내어서 문제 해결의 방안을 신속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에 사람이 그동안 해결하지 못하던 일들을 처리하는데 그 수요가 급속히 늘어갈 것이고 사람들의 생활도 더욱 편해질 것이다.그런데 이 시점에서 걱정하고 우리가 준비하여야 할 일은 4차 산업 발전이라는 경제적인 과제만이 아니다. 인간사회에서는 이제 일자리도 쪼개어서 여러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고자 하는데 로봇의 발전은 그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우려되는 것이다. 이런 일은 현재에도 수없이 일어나고 있고 아마도 새로운 로봇산업이 발전한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아니다. 더욱 가속될 따름이다. 인공지능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줄이는 것을 어떻게 대처할 수가 있을까? 바로 교육과 문화 영역의 체질개선이다. 새로운 산업체계에 대비하기 위해서 이미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사고의 육성이 화두가 되고는 있지만 가시적인 효과가 나타나기는 아직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문제는 우리사회의 분화과정에서 만들어진 교육과 문화의 격벽현상 때문이다. 문화와 교육은 동전의 표리 같은 존재이지만, 정부의 조직에 있어서 별도로 운영되고 이에 따라서 사회적으로 두 분야가 활동하는데 적극적인 정책성 연관성을 가지지 못하기 때문이다.사람은 과거의 것이든 현재의 것이든 간에 문화에서 배우고 문화를 가지고 살아가고 문화를 후손에게 물려준다. 그런데, 배움이 체제적으로 구성된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효율성이 없다. 신라의 화랑제도같이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문화를 보고 느끼고 융합하여 새로운 것을 만들고 하는 기회가 많아지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문화는 교육의 자원이자 생산의 방편이기도 하고 소비의 대상이고 미래사회의 확장성이 가장 큰 영역이다. 로봇시대에 문화야 말로 인간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의 건드릴 수 없는 고유한 영역일 것이다. 다양한 로봇의 생산을 주도할 수 있는 창의성을 기르는 방안은 바로 문화체험을 통한 ‘스스로 깨달음 교육’일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전개될 로봇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우리가 선도하게 만드는 것이 미래전략의 핵심이다. 그리고 문화는 로봇시대의 인간의 늘어난 잉여시간을 보내는 수단으로서도 대단히 중요하고 앞으로 획기적인 문화향유모드의 선도를 구상하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바로 앞에 닥친 일자리의 해결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인 것이다. 인간 사회의 이 밀레니움 미션의 해결책은 바로 교육과 문화, 우리 사회에서 두 거대 분야의 통합적인 운영체제의 개발이며, 현실적으로 창의성의 개발이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배기동 한양대 교수·국립박물관문화재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