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공공기관 이제는 혁신이다] 1. 경기복지재단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여야가 ‘연정’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했던 ‘공공기관 통ㆍ폐합’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용두사미로 막을 내렸다.통·폐합 대상 기관으로 거론됐던 대부분의 기관이 현 체제를 유지하게 된 가운데 경기도는 9월 말께 ‘공공기관 내부경영합리화(조직ㆍ인력재편)’ 방안과 ‘북부이전 대상 기관’을 발표할 예정이어서 또 한 번 적지 않은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이에 본보는 통ㆍ폐합 대상으로 지목됐던 기관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이들 기관이 제시하고 있는 조직 변화를 위한 대안을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경기복지재단은 민선 5기부터 공공기관 통ㆍ폐합이 논의될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기관이다. 이번에도 당초 공공기관 통ㆍ폐합 연구용역을 실시했던 엘리오앤컴퍼니는 경기복지재단의 연구기능은 경기연구원으로 흡수시키고 노인일자리 업무는 일자리재단으로, 기타 업무는 민간위탁으로 전환해 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후 도의회와 논의 과정에서 복지재단과 가족여성연구원을 통합해 ‘여성복지가족재단’으로 새롭게 출범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였으나 각종 단체 등의 반발로 이마저도 불발, 결국 현 체제를 유지하기로 했다. 그렇다면 엘리오앤컴퍼니가 경기복지재단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 연구실적 줄어들고 교육은 외부강사에 의존 가장 먼저 지적한 문제점은 연구실적의 하락세다. 재단의 전체 인력 중 연구인력이 52%를 차지하고 있는데 1인당 연구실적은 지난 2008년 5.7건에서 2013년 3.5건까지 떨어졌고 2014년에는 2.6건으로 6년 새 절반 이상 줄었다. 또 재단이 운영 중인 노인일자리지원센터의 경우 일자리 홍보는 시ㆍ군 일자리사업 수행기관 및 고용노동부 등 타 사이트에 링크만 걸어 놓은 수준이고 일자리 교육 역시 경기도사회복지협의회, 경기도노인복지관협회 등 타 기관과 유사해 특수성이 미미하다고 지적됐다.여기에 재단은 사회복지종사자 교육기관의 역할도 수행하고 있지만 서비스 점유율은 12%에 그쳐 사회복지사협의회(48%), 사회복지협의회(16%) 보다 점유율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교육예산의 80%가 외부 강사비로 지출될 만큼 외부 강사에 교육을 의존하고 있어 꼭 복지재단에서 교육기관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고 분석됐다. 이밖에 재단은 최근 5년간 평균적으로 전체 예산의 40% 이상을 경상운영비로 지출했는데 이는 경기연구원 경상운영비 비중의 2배를 웃도는 수준이어서 구조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복지 현장에서 꼭 필요로하는 기관으로 거듭날 것 이에 대해 재단은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 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먼저 연구실적이 하락세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연구인력에 대비해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 장기적으로 실적을 늘려나갈 계획이며 노인일자리센터의 경우 도내 시ㆍ군에 설치된 160여 개 시니어클럽 담당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과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또 교육 프로그램은 타 기관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 수요자ㆍ현장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제공할 예정이며 교육 강사진 섭외는 재단 내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외부강사 초청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경상비 비중이 비대하다는 지적을 개선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연구용역 등을 수주해 예산 총액을 늘려 비율을 낮추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경기복지재단 관계자는 “복지 현장에서 실무자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구체적으로 파악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 제공기관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경상비가 많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인력을 해고 하는 등 인건비를 줄일 수는 없어 총 사업비를 늘려 경상비 비중을 낮추겠다”고 말했다.허정민기자

경기북부청, 학원가 보호구역 지정 ‘난관’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학원가 보호구역 지정이 난관에 부딪혔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고양의 한 학원가 일대는 불법주정차, 과속차량 등으로 의미가 퇴색됐고, 구리와 동두천의 보호구역 예정지역은 아예 상인 반발 등에 지정조차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6월 어린이와 청소년의 교통사고가 우려되는 경기북부 학원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보호구역 지정을 추진했다. 이는 지자체장이 직권으로 보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이 개정·공포된 이후 전국 첫 사례다. 보호구역 예정지역은 경찰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고 판단한 구리시 수택동 학원가(학원 75곳, 1천267m 구간)와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학원가(학원 30곳, 950m 구간), 동두천시 지행동 학원가(학원 25곳, 250m 구간) 등 3곳이다. 그러나 2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구리와 동두천 학원가는 보호구역으로 지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동두천 지행동 학원가는 학원들과 같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상가민들의 반발로 시작도 못 해보고 보류됐다. 상가민들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주ㆍ정차가 금지돼 매출에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고 반발해서다.구리시 수택동 학원가도 이 달 안으로 보호구역 지정이 될 것이라는 경찰 입장과 달리 경기도와 구리시가 서로 보호구역 지정과 관련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두 달 가까이 제자리 상태다. 구리시는 국민안전처의 의견을 받아야 해 언제 가능할지 예측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지난 7월 보호구역으로 고시된 고양시 덕양구 화정동 학원가도 사실상 보호구역의 재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노란색 보호구역 알림 간판이 세워지고 주·정차 금지와 차량속도 역시 30㎞ 이하로 제한됐지만, 여전히 차선 한쪽에 불법주차된 학원차량과 일반차량이 뒤섞여 줄을 잇고 차량 제한 속도도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인근 주민 K씨(43·여)는 “어린이 보호구역과 같은 기능을 하도록 도로가 지정됐다는 말은 들었는데 전혀 달라진 게 없다”며 “학원차량과 일반차량이 몰려 복잡했던 예전 상황 그대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경기북부청 관계자는 “동두천지역은 보류된 상태가 맞다”면서도 “나머지 지역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송주현기자

市 보건환경연구원 신뢰도 높였다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원은 시험·검사 결과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식품 및 의약품 검사 시 사용되고 있는 모든 정밀 검사장비에 대해 기록관리시스템(Audit Trail)을 설치해 운영 중이라고 15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식품·의약품 분야 시험·검사기관 평가에 관한 규정이 개정되면서 시험·검사 장비에 기록관리시스템 설치·운영이 의무화됨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국비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다. 시험·검사 장비 기록관리시스템은 컴퓨터 기반 제어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장비에 대해 시험·검사 결과의 수정 등 모든 작업기록을 유지·보존하는 시스템이다. 일부 민간 식품위생검사기관에서 허위 검사성적서 발급 등 부실검사를 원천적으로 근절하기 위해 시험·검사 기관의 신뢰도 향상을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실제 서울서부지검이 지난해 3월 전국 10개 민간 식품위생검사기관의 허위 성적서를 무더기(8만3천여건)로 적발, 지정취소 검사업무 정지 등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리자 보건환경연구원에 민원 의뢰 건수가 많아지면서 검사량이 폭증했다. 시 보건환경연구원 허명제 식품분석과장은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식품·의약품 검사는 모든 분석 과정이 투명하게 관리되어져야 한다”면서 “기록관리시스템을 운용하는데 많은 노력과 시간은 걸리지만 신뢰성 확보을 위해서 모든 시험·검사기관이 스스로 엄격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민교기자

인천 남동산단 악취기금 230억 투명성 의혹

인천시 남동구 논현지구 주민들을 위한 남동산단 악취기금 230억원의 운영주체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인천시, 인천대 환경기술사업단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시와 LH가 2009년 이후 악취기금을 운영해 온 사업단으로부터 기금을 회수하고 운영주체 교체를 추진하려는 과정에서 사업단의 투명성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다. 15일 시와 LH, 사업단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당시 한국주택공사)는 2009년 논현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이행 사항으로 사업단에 230억원의 악취기금을 출연했다. 남동산단 내 악취발생 업체 1천600곳에 대한 악취 저감사업 지원을 통해 논현지구 입주민들의 악취 민원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LH는 2009년 당시 이 악취기금의 운영주체를 시가 맡는 것으로 추진했으나 시의 거부로 인천대 환경기술사업단이 운영하는 것으로 협약을 맺었다. LH는 인천대가 시립대로 시로부터 예산을 받고 시의 관리·감독도 받는 만큼 공공성을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사업단이 기금 운영을 총괄하고 LH, 사업단, 시, 남동구, 환경단체 등으로 구성된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거친 뒤 악취저감 사업을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시와 LH가 2013년 9월 이 사업에 대한 자체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사업단은 2009년 당시부터 사업자등록만 했을 뿐 법인 등록조차 하지 않은 법외단체인데다 인천대 소속도 아닌 개인단체로 공공성 기금운영 하기에는 부적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신규 지원사업 중단 지시를 내렸다. 특히 LH는 지원 사업을 통해 악취저감 시설을 설치한 업체에 대한 표본조사를 실시한 결과 3곳의 사업장이 당초 설계와 다르게 저감시설이 설치된 사실도 확인했다. LH는 또 사업단이 총 악취 기금 230억원 중 170억원(회수예정 대출 지원금 포함)이 남아있고, 60억원은 인건비와 경상비 등에 사용했다는 정도만 알려왔을 뿐 세부적인 입·출금 내역을 넘겨 주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사업단장은 “당초 시, 남동구에서 악취기금을 맡아 운영하지 않겠다고 해서 사업단이 맡았다”며 “그동안 시와 LH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의 승인을 걸쳐 기금을 운영했기 때문에 투명성에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7년이나 지나 투명성이 없다고 하는 시 공무원이 기금을 회수해 실적을 올리려고 하는 것으로 본다”며 “시와 LH가 터무니 없는 이유로 기금을 가져가기 위한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사업단이 악취기금을 운영하면서 일부 투명하지 않게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으며, LH 관계자도 “악취기금이 제대로 쓰여졌는지, 운영위 승인없이 목적 외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꼼꼼히 따져 볼 것”이라고 밝혀, 사업단의 지원사업 운영과 기금지원 과정의 검증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사업 중단 수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대책을 세우지 못한 시와 LH의 관리·감독 소홀도 비난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민교기자

[사설] 영종 리조트 사업, 이번엔 제대로 추진하라

인천 영종도 외투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표류 중인 가운데 또 다른 외투 사업자에 의해 새 사업이 추진된다.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복합리조트 사업자인 (주)인스파이어 인티그레이티드 리조트(인스파이어)와 ‘인천국제공항 국제업무지역 복합리조트 개발사업 실시협약’을 체결했다. 영종 내 카지노복합리조트 개발사업이 추진되는 건 인천공항 제1업무지역 내 파라다이스 시티와 미단시티 내 LOCZ코리아의 카지노복합리조트에 이어 3번째다. 하지만 외국 투자 사업자가 문제다. 외투 기업인 LOCZ코리아의 사업은 투자자 변경 등으로 착공도 못한 채 3년째 답보상태다. 따라서 이번 인스파이어 개발사업을 제대로 추진, 본격화함으로써 지지부진한 미단시티 건설에 기폭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복합리조트 집적화(集積化)를 발판으로 동북아의 새로운 마이스(MICE:국제회의·컨벤션 전시회)산업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 인스파이어는 미국의 대표적 복합리조트를 운영중인 MTGA(Mohegan Tribal Gaming Authority)와 국내 대기업 KCC가 공동 투자한 합작 법인이다. 인스파이어는 50억 달러를 투입, 인천공항 제2국제업무지역 267만4천㎡ 부지에 카지노복합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로 1조8천억원을 들여 105만8천㎡ 부지에 6성급 호텔과 패밀리호텔(1천350실), 1만5천석 규모의 공연장과 테마파크, 컨벤션, 외국인 전용 카지노 시설 등을 조성한다. 내년 하반기까지 설계를 완료하고 2020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스파이어의 카지노복합리조트가 완공되면 개장 첫해에만 3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할 걸로 예측하고 있다. 또 1만5천명 이상의 직접 고용과 연간 6조원의 관광수입, 향후 30년간 10조원의 세수 등 경제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경쟁력이다. 카지노복합리조트 사업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마카오·싱가포르·일본·대만 등 선발국을 능가하는 특유의 관광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영종도를 방문한 관광객들이 리조트 밖에서도 돈을 쓸 수 있는 유인책으로 차별화된 볼거리와 먹거리를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관계당국은 외국 사업자의 투자계획 이행 상황을 철저히 감독하고, 이익금의 국내 재투자 유도책을 강구해야 한다. 물론 사업자들의 투자금 조기 환수 등 국부 유출 방지에도 신경 써야 함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설] 박 대통령 광복절 기념사의 부족한 통일 메시지 對北 경고·훈계 일관, 미래지향적 내용 없었다

1948년 광복절 행사에서 이승만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는 북편(北便)을 바라보고 원감(怨感)을 금(禁)할 수 없다”. 남한 정부 출범에 따른 반쪽짜리 해방에 대한 반성과 아쉬움이 서려 있다. 이후 우리나라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에는 통일을 향한 대북 메시지가 반드시 들어갔다. 이 대통령의 그것이 단순히 분단 조국에 대한 아쉬움을 표한 것이라면 이후 대통령들의 그것은 통일을 향한 실천 가능한 메시지였다. 박정희 대통령은 1971년 평화통일 기본 3원칙을 밝혔다. 노태우 대통령은 1989년 자주ㆍ평화ㆍ민주를 통일의 3원칙으로 제시했다. 김영삼 대통령은 1995년 한반도 평화정착 3대 원칙을 제안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대북정책 3대 원칙을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7년 남북경제공동체 설립을 제안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2009년 신평화구상을 공개했다. 모두 그 해 광복절 축사를 통해 발표된 대북 메시지이자 통일 구상이었다. 여기엔 공통점이 있다. 북한 당국에게 조건과 함께 약속을 던졌다. ‘북이 적화통일 야욕을 버린다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이란 조건이 붙었고, ‘체제를 인정하겠다’ ‘경제를 돕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남북 관계는 최악이었다. 2008년 7월 금강산 여행객 박왕자씨가 북한군에게 피격을 당했다. 2009년 광복절은 그런 상황에서 맞았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의 통일 구상과 대북 약속은 빠지지 않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15일 광복절 축사에도 대북 메시지는 포함됐다. 북한 당국을 향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도발 위협을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 인권과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영위할 권리를 외면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 당국 간부와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통일 시대를 열어가는데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전체적으로 핵 포기를 강하게 종용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 점이 유감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광복절 축사에 통일 메시지를 넣은 데는 이유가 있다. 우리의 해방과 광복은 반쪽짜리다. 남북한이 분단된 미완성 해방이고 광복이다. 이를 하나로 만들어야 할 과업이 대한민국 대통령에게 있다. 그 과업을 미래지향적으로 선언하는 계기가 바로 광복절 기념 축사였다. 그리고 그 통일 메시지에는 반드시 ‘무엇을 해주겠다’는 당근과 같은 약속이 있었다. 이번 축사에는 그 당근이 없었다. 경색된 남북 관계를 혹시 이유로 들지 모른다. 하지만, 남북 관계의 경색은 과거 어느 대통령 때나 마찬가지였다. 무장 공비가 설치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서해교전이 발생한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 시절, 모든 남북 교류가 중단된 -이명박 대통령- 시절도 있었다. 그래도 대통령들은 미래를 향한 희망적 통일 메시지를 던졌다. 체제를 인정하겠다는 약속도 했고, 경제에 협력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분명히 이번 경축사와는 달랐다. 북한은 우리 대통령의 통치력이 닿지 않는 집단이다. ‘국제 사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나 ‘우리식 통일에 동참하라’는 설득만으로 변화에 나설 집단이 아니다. 지금의 관계를 뛰어넘는 미래 지향적 통일 메시지가 있었어야 했다. 북한이 득과 실의 주판알을 튕겨볼 만한 내용이 있었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광복절 축사도 이제 한 번밖에 남지 않았다. 이번 축사가 주는 아쉬움이 그래서 더 크다.

[지지대] 정치인의 수염

제정 러시아의 절대군주였던 표트르 대제는 1699년 ‘수염세’를 도입했다. 유럽에 뒤진 러시아를 근대적 서구국가로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귀족들은 슬라브인의 긴 수염은 하늘이 준 것이라며 세금을 내고 수염을 길렀지만, 세금내기 어려웠던 서민들은 쉽게 수염을 깎아 버렸다. 우리나라 산업화 시대에도 수염은 터부시됐다. 1975년 국무회의 당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로마제국이 망한 것도 수염을 지나치게 기르는 등의 ‘이상 풍조’와 관련 있다”는 말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대중매체는 수염을 기른 연예인의 출연을 금지했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수염은 개성이자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치인들은 ‘이미지메이킹’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염과 허름한 옷차림은 하나의 정치코드가 됐다. ‘수염의 정치학’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정치인들은 정치적 고비를 맞았거나 중대 결심을 앞뒀을 때 국면전환이나 쇄신을 위해 수염을 기른다. 서민적 느낌을 주려고 활용하기도 한다. 손학규 전 민주당 고문은 2006년 6월 30일 경기지사에서 퇴임한 후 ‘100일 민심 대장정’에 나섰다. 당시 광부ㆍ용접공ㆍ농부ㆍ염색공ㆍ지게차 운전사 등 93개의 직업을 체험하며 수염을 깎지 않은 채 전국을 누볐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원순 현 시장도 선거를 앞두고 49일간의 백두대간 종주를 마치고 덥수룩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를 양보하는 기자회견장에서였다. 이때 5%대이던 지지율이 40% 이상으로 올랐다. 새누리당 이주영 의원도 해양수산부 장관 때인 2014년 세월호 사고가 나자 수염을 깎지 않고 130여 일간 사고 현장을 지켰다. 그의 수염은 참회, 사죄의 의미로도 해석됐지만 한편에선 아무것도 않고 수염만 길렀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선이 1년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정치인의 수염이 또 등장했다. 여권 대권주자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최근 7박 8일간 전국 민생투어를 하며 수염을 깎지 않은 모습을 드러냈다. 앞서 야권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수염을 길렀다. 4·13 총선 이후 6월부터 한 달여간 네팔과 부탄에 머무는 동안 면도하지 않은 모습이 공개됐다. 국민들은 정치인의 수염에 별 관심이 없다. ‘서민행보’ 내지 ‘고뇌’ 보다는 ‘쇼맨십’이란 생각을 한다. 국민들이 바라는 건 수염이라는 허상보다는 진정성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경기시론] 막바지 폭염속 범죄예방에 관심을

기록적인 폭염이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시험하고 있다. 전국이 펄펄 끓는 가마솥이다. 서울의 폭염 연속 발생일수도 1994년 이래 가장 길어질 전망이다. 올여름 온열 질환으로 병원에 후송된 사람은 사망자 10명을 포함해 1천237명으로 역대 최다이다.사람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한 보험사는 지금까지 폐사한 가축이 274만여 마리로, 2012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흔히 ‘여름철 범죄’라 불리는 것은 살인, 성범죄, 폭력, 절도 등이다. 한 사회의 안전도를 가늠하는 잣대인 이들 범죄들도 폭염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살인은 온도, 습도와 상당한 관계가 있다. 무더위로 불쾌지수가 높아지면서 사람들은 스스로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더욱 충동적이고 파괴적으로 행동하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살인범죄 중 27.7%가 여름철에 발생하여 겨울철의 21.9%보다 눈에 띄게 높다. 성범죄 또한 여름철이 많다. 노출이 심한 계절이다 보니 몰래카메라가 판을 친다. 관음증에 목마른 ‘피핑톰(Peeping Tom)’들은 지하철, 해수욕장, 물놀이장, 캠프장, 가정집의 과다노출 여성들을 노린다. 성폭력 또한 빈발하는 계절이다. 과도한 노출에 따른 성적 자극, 무더위 속의 음주와 늦은 귀가, 문단속의 허술 등이 큰 원인이다. 특히, 젊은 여자들이 혼자 사는 원룸들은 이른바 ‘발바리’들에게는 매력적인 표적이다. 이런 성폭력은 문단속만 철저히 해도 예방할 수 있는 것이 태반이다. 폭력 역시 여름철 범죄다. 체온이 높은 여름철은 간의 대사율이 올라가 알코올 흡수가 빨라진다. 한두 잔 먹다 보면 괜히 시비가 일어나 이것이 폭력으로 연결된다. 술자리에 앉기 전에 “조금만 덜 마시자”라는 다짐만 해도 나와 친구 그리고 내 이웃이 편하다. 절도가 진짜 여름철 범죄다. 이때는 유독 빈집털이가 많다. 피서 간다는 들뜬 기분에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문 앞에 놓인 신문, 우유 등이 빈집임을 알려주는 징표이다. 손쉽게 침입한 범인들은 여기저기를 뒤져 현금과 귀중품을 챙긴다.취객을 대상으로 한 퍽치기나 부축빼기도 여름철 범죄에 가세한다. 야간에 창문이 열려진 집을 ‘낚시걸이 범’이 좋아한다. 이들이 가진 장비는 낚싯대 끝에 갈고리를 단 것이다. 낚싯대를 쭉 빼 옷가지를 걸어내고 바지 주머니에 든 현금만 빼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우리 모두가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심을 갖자. 쉽고도 편한 범죄예방법과 대처법을 체질화하자. 조금 더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려면 인터넷도 한두 번 보자.폭염 속의 국민행동요령, 몰래카메라 대처법, 여성대상 범죄예방 꿀팁, 빈집털이 예방법, 폴인 러브(경찰과 사랑에 빠졌어요) 등 만화로 된 웹툰(webtoon)들이 넘쳐난다. 본 것은 실천하고 친구와 이웃 간에 공유하자. 막바지 폭염은 우리 시민 모두가 안전 전도사가 되길 원한다. 전대양 가톨릭관동대 교수·한국범죄심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