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평안 해오름 길? 안성 고성산은 슬프다

“슬프도다. 고성산이여~. 언제부터 고성산이 평안 땅이며 언제부터 안성지명이 평안으로 바뀌었느냐? 높으신 시장님이 바꾸셨나? 공무원이 바꾸었나? 진사리 터널도 평안터널, 고성산 해오름길도 평안 해오름길, 시장 임기 내 안성을 평택으로 팔아먹을 심산인가? 고성산 누가 팔아먹었노~ 슬프도다.” 해발 298m의 안성 명소 고성산 등산로 둘레길의 명칭이 평택시와 안성시의 이름을 딴 ‘평안 해오름 길’로 결정되자 한 시민이 보내 온 메시지다. 지난 4월 안성시와 평택시는 공동으로 지역행복생활권 사업을 위해 평택시 부락산~안성시 고성산~백운산을 잇는 30㎞의 둘레길 조성사업에 착수했다. 당시 대통령 산하 지역개발위원회는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각 지자체에 90%의 예산을 지원하고 둘레길 사업 주무부서를 평택시로 지정했다. 그 결과, 안성 지명을 먼저 딴 안평 해오름 길이 아닌 평택 지명을 앞세운 평안 해오름 길로 확정하자 안성 시민의 좌절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더욱이 등산로 곳곳에 ‘평안 해오름 길’이라는 폭 2m, 높이 1.2m의 종합 안내판이 4개씩이나 설치돼 그 상실감을 더할 전망이다.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안 일부 시민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역이기주의를 앞세우자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시민 가슴에 대못질을 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결과를 초래한 행정에 대한 실망의 발로다. 이제부터라도 안성 행정은 시민이 자존심을 회복하는 동시에 자부심을 갖고 천혜의 자연도시에서 희망차고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보다 책임있고 따뜻하게 전개해야 한다. 두번 다시 시민이 시나 시장을 향해 이런 절규를 하지 않도록 말이다. 안성=박석원기자

주안미디어문화축제 대체 왜 하나?… 남구의회, 결국 ‘메스’

인천시 남구의 대표 축제인 주안미디어문화축제가 목적도 의미도 없는 행사로 전락, 혈세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구의회는 이 같은 문제 개선을 위한 관련 조례 제정 등에 나섰다. 17일 구와 구의회 등에 따르면 구는 지난 2004년 1억8천만원으로 미디어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한 주안미디어문화축제를 시작했으며, 현재 구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해 올해 3억3천만원의 예산규모로 커졌다. 그러나 구의회를 중심으로 주안미디어문화축제가 효과는 전무하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재동 구의원은 지난 15일 제218회 구의회 임시회에서 “주안미디어문화축제가 벌써 13회째 개최됨에도 축제의 방향이 뚜렷하지 않아, 주민들 역시 이 축제가 무엇을 위해 열리는지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 “특히 예산은 늘었지만, 홍보비와 사무국 인건비만 급증했다”고 비판했다. 또 김 의원은 “동별로 각각 다른 날짜에 행사가 진행돼 내실과 효율성 모두 손해를 보고 있다. 주민자치위원 등 자생단체가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며 여러곳에서 열리고 일부 동원의 비효율성 문제도 지적했다. 특히 구의회는 주안미디어문화축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진 만큼, 제도 개선 등에 나서기로 방침을 정했다. 구가 특정 축제에 대해서만 예산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 불합리한 만큼, 관련 조례를 만들어 불공정 예산 지원을 막고 효율적인 축제를 진행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구의회 관계자는 “지역 축제 정보를 보면 구가 특정 축제에 대해서만 예산을 과도하게 지원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 같은 축제가 제대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다”면서 “주민 혈세로 마련된 예산이 낭비되지 않도록 관련 조례를 만들어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주민이 공감하지 못하고 동별로 축제가 진행되는 문제점 등에 대해서는 일부 공감한다”면서도 “주민이 주도해 직접 만드는 축제이다 보니, 주민들을 움직이게 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최성원기자

[알림] 本社辭令

부천 상동 복합쇼핑몰 ‘정당별 온도차’

“인천지역 중소상인의 생존권이 달린 만큼, 지역 국회의원들이 현재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부천시 상동 복합쇼핑몰 부평지역 상권 침해 논란(본보 7월 15일자 3면 등)을 놓고 지역 정치권의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당마다 셈법이 달라 해법 마련이 쉽지 않다. 부평지역 국회의원들은 부천시가 인접 지자체와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한 협의에 나서야 하지만, 타 지자체가 추진하는 사업을 근본적으로 막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유섭 의원(새·부평갑)실 관계자는 “대형 상권과 지역 전통상권의 갈등 차원에서 봐야지 행정구역으로만 따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부천시가 추진하는 일에)하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더·부평을)실 관계자도 “피해 우려는 공감하지만, 쇼핑몰 예정부지 인근 지역 주민들은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지자체 단체장들이나 지역 국회의원 간에 정책 협의를 거쳐 부천에서 결론을 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이나 정의당 인천시당은 ‘사업 자체를 전면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한준 국민의당 인천시당 소상공위원장은 “현재 인천에서도 대형마트 주변의 전통상권이 죽어가고 있다”며 “합의 없는 상동 복합쇼핑몰 건립은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응호 정의당 부평구 위원장도 “부천시가 인근 지자체와 어떤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소상공인들은 지역 의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규철 신세계복합쇼핑몰 저지 인천대책위 정책위원장은 “지역 의원들이 중소 자영업자의 생존권 문제에 소홀한 것 같다”며 “상권이 겹치는 행정구역의 경우 인접 지자체의 의견을 의무적으로 반영시키는 등 관련법을 개정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덕현기자

“목에 메달 걸고 돌아와야죠” 박태환 출사표… 올림픽 마지막 담금질 위해 미국행

“귀국할 때에는 웃으면서 목에 뭐라도 하나 걸고 돌아와야죠.” 힘겹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수영선수 박태환이 최근 호주 전지훈련을 마치고 귀국(지난 15일 자 1면)한 지 사흘 만에 마무리 훈련을 하러 미국으로 떠났다. 박태환은 17일 오전 전담팀과 함께 출국하면서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는 마지막 각오 등을 밝혔다. 박태환은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마무리 훈련 캠프를 2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박태환은 출국에 앞서 “3회 연속 올림픽 메달에 대한 생각은 매일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은 뒤, “열심히 준비한 만큼 메달 욕심도 있지만 훈련한 게 잘 나오기만 바란다”면서 “메달 욕심을 내다보면 긴장해서 안 좋아질 수 있어 (욕심은) 내려놓고 레이스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록으로 레이스를 마치면 좋은 색깔의 메달이 따라오지 않겠느냐?”라면서 “이제 올림픽 개막까지 20일 정도 남았는데 마지막 준비를 잘해서 팬들의 응원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태환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 200m에서 은메달을 땄고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자유형 400m와 200m에서 은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박태환의 마무리 훈련에는 호주 국가대표 출신 로버트 헐리(28)가 훈련파트너로 동행한다. 리우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200m·400m·1,500m 네 종목에 출전하는 박태환은 현지시간 31일 결전지인 리우 땅을 밟을 예정이다. 이민우기자

한국GM 취업비리 ‘속수무책’

한국지엠(GM)의 채용비리 등을 검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협력(도급)업체 비정규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는 ‘발탁채용’ 과정의 개선이 시급하다. 17일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와 한국GM 등에 따르면 한국GM 노사는 임금·단체 협상을 할 때 기본급, 격려금, 성과금, 수당 인상 폭을 논의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도급업체 소속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발탁채용’을 사측에 요구한다. 하지만, 발탁채용 과정은 허술하다. 생산직만 뽑다 보니, 일반 사무직을 뽑는 공채 절차보다 훨씬 간단해 서류심사와 면접 등 2단계만 거치면 된다. 면접 합격자를 대상으로 마지막 신체검사를 하지만 건강상 큰 문제가 없으면 대부분 통과한다. 절차가 단순하다 보니, 당연히 금품 등 부정이 생기기 쉽다. 한국지엠의 한 직원은 “토익, 학점, 자기소개서 등을 두루 살피는 사무직 서류심사와 달리 생산직은 자격증과 도급업체 경력만 본다”며 “서류심사가 비교적 쉬워서 돈이나 ‘백’으로 면접만 통과하면 합격”이라고 전했다.이번 검찰 수사를 통해서도 사측은 노조 간부들이 추천한 발탁채용 대상 인원을 알아 뒀다가 면접자로 들어간 팀장급 간부들에게 해당자의 이름을 넌지시 알려줘 좋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채용비리에 개입한 것이 확인됐다. 현재 검찰은 정규직 전환 채용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금속노조 한국GM지부 핵심 노조원 5명을 대상으로 사측 로비선을 캐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발탁채용의 최종 결재 권한을 사측이 가진 만큼, 취업자들이 이들 핵심 노조 간부들에게 준 취업자금이 최종적으로 채용 결정을 한 회사 윗선으로 흘러갔을 것으로 보고 회사 전·현직 간부 등 사측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민우기자

인천 AG경기장 ‘워터파크’ 이용료 제각각 ‘불만파크’

인천시내 일부 인천 아시아경기대회 경기장에서 운영 중인 물놀이시설(워터파크)이 환경부담금을 이용객에게 전가하거나, 지역 주민 할인은 물론 카드결제도 안 돼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인천시 시설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서구 아시아드주경기장과 계양경기장 등에 매년 6월 말~8월 말 여름 휴가철에 업체를 입찰·선정해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워터파크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업체마다 다른 요금체계 등으로 시민들이 불만이 크다. 계양경기장에서 워터파크를 운영 중인 A 업체는 바비큐 존을 만들어 환경부담금 명목으로 1인당 2천원을 추가로 요구하고 있다. 환경부담금은 지자체가 부과해왔으나, 지난해 현행 환경개선비용부담법이 개정되면서 현재 건축물·시설물엔 부과하지 않고 있으며 단지 경유차에만 부과하고 있다. 결국, A 업체가 마음대로 쓰레기 처리비용과 8월말 영업이 끝날 때 시설관리공단에 내야 하는 천연잔디 복구 비용을 이용객들에게 ‘환경부담금’이란 명목으로 떠넘기는 셈이다. 계양구 관계자는 “요금은 업체 자율이겠지만, 업체 측이 경기장 이용료 중 일부를 이용객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마치 지자체가 부과하는 듯한 환경부담금이란 이름으로 이용객에게 혼란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A 워터파크 측은 “쓰레기 봉투비용 등이 너무 많이 들어(이용객에게 별도 부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서구 주경기장에 있는 B 워터파크는 계양경기장과 문학경기장 등 다른 공공시설 워터파크가 요금의 10~30%를 할인해주눈 지역주민 할인제도는 물론 카드결제도 되지 않아 이용객 불만을 사고 있다. B 워터파크측은 “운영 초반 시스템 문제가 있던 신용카드 결제문제는 지금은 해결됐다”면서 “지역주민 할인제도 등은 내부 검토가 필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공단 관계자는 “시민 편의와 복리증진을 위해 운영하는 시설물인 만큼, 불만사항이 없도록 업체 측에 협조를 구하는 한편,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엽기자

[취임 2주년 인터뷰] 이흥수 인천 동구청장

“인천 발전의 정신적 모태였던 만큼 새 이름, 새 출발로 제2의 도약을 이루겠습니다”이흥수 인천 동구청장은 “구 명칭을 변경하고 동인천역 북 광장을 중심으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의 고장 문화 도시로 발돋움 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 청장은 “인천 토박이 정치인이나 학자, 연예인 등 유명인사 10명중 5명이 동구 출신일 정도로 인천 발전의 정신적 모태이고 젖줄”이라며“취임 이후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문화관광 도시 동구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남은 임기 증에도 계속적인 도전과 열정으로 ‘변화하는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체된 동구의 개발 활성화 방안으로는 “지난 2월 국토교통부의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 지역 선정된 송림초교 주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작으로 60~7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는 낡은 주거시설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동구의 명칭 변경에 대해서는“동구는 인천의 동쪽도 아니고 북서쪽에 해당되며, 동구라는 명칭은 전국에서 6군데나 쓰고 있어 변경이 필요 하다”며 “이미 주민 80%가 명칭 변경에 동의한 만큼 주민의 자긍심을 세워줄 수 있는 새로운 명칭을 만들겠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개인적으로는 자주독립국으로써 외국과 맺은 조선 최초의 조약인 한미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된 화도진공원이 지역에 있는 만큼 ‘화도진구’라는 이름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임기 후반기 과제와 비전으로는 “주민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며“어린이시설 확충과 남여노소를 위한 질 좋은 일자리, 재미와 맛이 있는 송현야시장, 꽃 마을 만들기 등, 작지만 주민이 행복한 일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장용준기자

[역사를 지켜낸 경기도 산성을 가다] 22.안산 ‘별망성지’

조선시대에 이중환(1690~1756)이라는 사람이 있었다.성호 이익의 문인으로 문과에 급제해 촉망받는 관료로 성장하다가 영조가 즉위하면서 정치적인 사건에 연루돼 여러 차례 유배를 갔다. 이후 이중환은 전국을 다니면서 좋은 주거지를 구하는 마음으로 ‘택리지’를 지었다.이 책에서 이중환은 안산에 대해 서울과 가깝고 생선과 소금이 풍부해 대대로 살아온 사대부 집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안산은 ‘땅이 큰 바다에 접해있다’고 하듯이 바닷가에 인접해 있었다. 그래서 농사를 지으면서도 어업을 생산 기반으로 삼았기에 다른 지역에 비해 물산이 풍부했으며 생활도 그만큼 더 풍요로웠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수군만호영 안산 초지량안산은 경기도 중서부 해안에 위치한 곳이다. 고구려가 한강 유역을 차지했을 때에는 장항구현이라 불리다가 신라가 장악하면서 장구군으로 바뀌었다. 그러다가 고려 왕조에서 안산군 또는 안산현이 되었고, 조선이 건국된 후에도 ‘안산’이라는 지명을 그대로 유지했다. ▲ 경기읍지 1871년 제1책, 안산군 지도 옛 초지량이 있던 곳 안산은 고려 말 왜구가 한반도를 수 없이 침입했을 때 피해를 입은 지역 중 한 곳이다. ‘고려사’에는 1378년(고려 우왕 4)과 1379년에 침입했다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왜구가 오늘날 화성, 평택, 김포 등지에 침입해 노략질한 기록이 있으므로 아마도 안산에 왜구가 들어온 것은 두 차례가 훨씬 넘을 것이다. 별망성지는 현재 안산시 초지동의 반월염색단지 안에 남아 있는 성곽의 터다. 1979년에 경기도 기념물 제73호로 지정됐다. 현재 이 성터는 1988년에 길이 225m, 높이 1.45m 정도로 복원한 상태다. 바다에 근접해있는 야트막한 동산에 조성된 이 산성은 남쪽의 해안과 연결되어 있다. 현재 치성이 북쪽으로 향해 있으며 서쪽의 치성에서 바라보면 서북쪽으로 인천의 송도 방면이 조망이 된다. 이 성이 언제 축조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세종실록’지리지에 이 성이 자리한 초지량에 수군만호영이 있었다고 하므로 15세기 이전에 이미 쌓은 것으로 보인다. 이곳 초지량의 수군 기지에는 중대선(中大船) 5척과 예비군선 4척이 있었다. 그리고 직업 군인이라 할 수 있는 전문 수군이 8명이 있었고 각 고을의 선군 615명이 배속됐다.■ 250여 년 동안 서해안의 방어 기지현재 별망성이 자리한 초지량에 조선시대에 수군 기지를 설치한 이유는 왜구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안산은 바닷길로 통하는 요충지로서 지난번에 소개한 화량진에 소속된 영이었다. 이 영은 화량진의 통솔을 받으면서 남양만을 거쳐 바닷가로 침입하는 외적을 방어하는 임무를 수행했다.초지량의 수군만호영은 한 차례 이동이 있었다. 이곳이 수심이 깊지 않자 안산의 서남쪽 30리에 있는 사곶(沙串)으로 옮긴 것이다. 그런데 그곳마저 수심이 깊지 않아 배를 대기 어려운데다가 제물량과 멀지 않으므로 굳이 사곶에 수군 진영을 둘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래서 1451년(문종 1)에 다시 원위치인 이곳으로 되돌아 왔다. 하지만 이 초지량의 수군만호영도 조선후기에 경기의 다른 수군 기지처럼 폐지되는 수순을 밟았다. 병자호란 이후 서해안의 해안 방어가 강화도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이 초지량도 폐지되고 만 것이다.병자호란기 강화도가 함락당하는 과정을 지켜본 효종은 강화도의 방어에 적극적이었다. 그래서 경기 연안에 배치된 수군진들을 강화도로 옮겨 새로 정비했다. 그 결과 1656년(효종 7) 초지량도 제물진과 함께 강화도로 옮겨졌다. 이로써 250여 년간 서해 남양만의 바닷길을 지킨 초지량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 별망성에 대한 기록들현재 별망성지는 한국전쟁 때에 대부분 파괴된 것을 일부 복원한 상태다. 성벽의 바깥쪽은 돌을 수직으로 쌓았고 치성도 동쪽과 서쪽 두 곳에 만들어 놓았다. 성벽의 안쪽은 흙을 다져 완만한 경사를 유지하고 있다.별망성과 관련해 한 가지 짚어볼 사항이 있다. 바로 별망성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시대의 기록에서 ‘별망성’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조선왕조실록이나 각종 지리지는 물론 현존하는 조선시대 안산의 읍지에도 별망성은 나오지 않는다. 조선시대 안산의 지도에도 ‘옛 초지량’ 또는 ‘옛날에 만호가 있던 초지량’이라는 설명만 있을 뿐이다. 다만 이 성터와 관련해 중요한 사실을 하나 전해주는 읍지가 있다.1871년 안산군읍지에는 와리면 초지에 만호가 있었다가 중간에 강화로 옮겨갔다고 하면서, “와리면 성두의 높은 봉우리 위에 성곽의 자취가 남아있다. 예전의 산성 터인데 그 연대가 자세하지 않다”고 하였다.이와 유사한 기록은 ‘조선 보물 고적 조사 자료’(조선총독부, 1942)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 자료집에 실린 내용은 1916~1917년 사이에 조사한 내용이다. 이 자료집에서 경기도 수원군을 살펴보면 ‘군자면 초지리’의 성터 하나가 소개돼 있다.그 내용을 보면 “성벽은 석축으로 돼 있으며 높이는 4척에서 7척에 이르며 둘레는 약 600칸 정도이며 대체로 완전한 상태다”고 되어 있다.성곽의 규모를 당시 도량형에 따라 환산하면 성의 높이는 1.2~2.1m이며, 둘레는 1천92m 정도 된다. 두 자료를 통해 현재 별망성지로 불리는 이곳에 오래 전부터 성터가 있었으며 1917년 무렵까지 대체로 완전한 모양을 갖추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성곽의 이름은 언급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별망성이라는 명칭은 언제 어디서 유래하는 것일까?2011년에 새로 편찬된 ‘안산시사’에는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이야기를 전해준다. 하나는 초지진의 별망군(別望軍)들이 망을 보던 망루가 있던 곳이어서 별망이라 불렀다고 한다.다른 하나는 삼국시대에 어느 어부의 부인이 어린 자식을 업고 이 산등성이에 올라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렸다. 남편이 풍랑으로 죽어 돌아오지 못하게 된 이후에도 이곳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았다는 이야기다.두 이야기의 공통점은 이곳이 바다를 바라본 곳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기록에는 남아 있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이곳을 별망으로 부르기 시작했으며 이 성도 별망성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재로서는 지명의 유래와 성곽의 이름에 대해 세밀한 조사가 더 보완될 필요가 있다.■ 별망성을 찾아서현재 별망성지로 올라가는 길은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지에스이앤알의 맞은편에서 올라가는 길이다. 이곳에 주차장이 조성돼 있어 별망성지의 입구라 할 수 있다. 다른 한곳은 수도염직공업주식회사의 맞은편에서 올라가는 길이다. 여기에도 별망성지의 역사에 대해 설명한 안내판이 서있다. 여기에서 5~7분 정도 올라가면 별망성지의 동쪽 치성과 만나게 된다.어느 쪽이든 별망성지에 올라서면 조금 난감한 생각이 든다. 이곳은 바다를 지키고 망을 보기 위해 쌓은 성곽이다. 하지만 현재 이것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안산이 산업화 과정에서 지형이 현재 많이 변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치성이 향해 있는 방향이 숲 쪽이어서 ‘별망’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진다.또 두 곳 안내판의 내용이 서로 다르며 문화재 지정 명칭도 같지 않아 혼동을 주고 있다. 별망성지의 입구에서 계단을 조금 올라가면 ‘별망성복원기원초석’(1987.5.24)이 있다. 제1회 별망제예술제에 즈음해 세운 비다. 이때 별망성에 대해 관심을 갖고 복원하면서 현재 이 정도나마 볼 수 있게 됐다.문제는 그 이후다. 한 번 더 복원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별망성에 대한 문헌과 구전을 더 수집하고 시민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으로 더 정비되길 바란다.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