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나갔다 오니 집이 없어졌어요”

평택의 한 건물 일부가 신축 오피스텔 공사현장에 편입되면서 공사업체와 소유주간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 건물의 5분의 1가량이 공사현장에 속해 있는데, 공사업체는 공사현장 밖 5분의 4만 매입했고 철거과정에서 위험성 등을 이유로 나머지 5분의 1까지 모두 무단으로 철거했기 때문이다.이에 보상협의를 진행하던 건물 5분의 1 소유주가 ‘외출 중 업체가 자신이 살던 집을 부쉈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8일 H건설과 H설계사무소 등에 따르면 H건설은 평택시 신장동 구 S호텔 부지에 올 1월부터 지하 3층, 지상 14층 규모의 레지던스형 오피스텔 신축공사(479실)를 진행 중이다. 준공은 2017년 12월 완공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해당 공사현장 한쪽에 건물 5분의 1가량이 위치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H건설은 건물(81㎡) 전부를 사들이지 못했고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5분의 4가량(68㎡)을 철거키로 했다. 그러나 H건설은 지난 2일 건물 5분의 4만 철거하면 나머지 5분의 1(13㎡)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 무단으로 소유주 동의 없이 건물 전체를 철거했다. 해당 건물은 삼등분 된 구조물이 합쳐진 형태로 일부가 없어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5분의 1 소유주 가족은 거주 중인 집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울분을 터트리고 있다.건물 5분의 1 소유주 K씨는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운 사이 갑자기 집이 부서졌다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면서 “우리 가족의 전 재산인 집을 말도 없이 부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이들은 집이 있던 공사현장 한복판에서 돗자리를 깔고 생활하며 공사 진행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사 관계자들은 구조적으로 분리됐지만, 건물 일부만 남기는 것은 위험성이 있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H건설 및 H설계사무소 관계자는 “건물의 절반 이상을 철거하자 가운데 덩그러니 남은 건물이 너무 위험해 어쩔 수 없이 철거했다”면서 “일부가 잘려나간 건물을 그대로 두면 사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K씨 가족과 보상금 합의를 진행하는 등 노력했지만 양측이 원하는 금액 차이가 커 무산됐다”며 “현재 K씨 가족에게 보상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진경 송승윤기자

생명존중 문화 확산… 도내 전문직 단체 뭉쳤다

법조계와 의료계, 언론계 등 경기도내 전문직 단체들이 자살예방과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는 8일 회의실에서 법조계, 의료계, 언론계 등 도내 전문직 단체들과 함께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확산을 위한 ‘생명사랑 행복경기 공동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신선철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 장성근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장, 백성기 경기중앙지방법무사회 단장, 김영진 도자원봉사센터장, 고대영 노인자원봉사센터장, 안화영 경기도약사회 부회장, 김정미 경기도간호사회 부회장, 김길순 경기도간호조무사회 부회장, 김지훈 경기도의사회 총무이사 등이 참석했다. 공동협약을 체결한 단체들은 한국사회의 심각한 생명경시 풍토를 배척하고 생명의 소중함과 존엄성을 알리기 위해 서로 협조키로 약속했다. 또 다양한 자원봉사활동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생명사랑 프로그램 개발 등을 위해 기관 간 협조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김영진 경기도자원봉사센터장은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사건과 전남 광주 12층 아파트 대학생 투신 사건을 미루어 볼 때 한국 사회가 얼마나 생명경시 풍토가 팽배해 있는지 알 수 있다”면서 “이번 협약을 통해 각계 단체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생명존중 문화를 전파하는 데 앞장서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한편 도자원봉사센터는 ‘생명사랑 생명존중, 생명공동체 회복’을 위한 인식공유 및 가치전파를 위해 핵심지도자 200명을 양성, 지역사회 내에 다양한 활동가(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박준상기자

안전보다 돈? ‘납 범벅 트랙’ 부른 제한적 최저가 입찰

정부가 만든 우레탄 트랙 관련 품질기준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본보 8일자 1면)으로 드러난 가운데 업체 선정 과정에서 ‘제한적 최저가 입찰’ 방식이 화를 부추긴 또 다른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더욱이 납성분이 검출된 원인 파악조차 못 하는 데다가 예산 마련에 난항을 겪는 등 논란의 트랙을 두고 해결방안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8일 교육부와 환경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우레탄 트랙을 설치하려는 학교는 나라장터(국가종합전자조달 시스템)를 통해 제한적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업체를 선정한다. 이는 공사에 들어갈 예상 비용이 산정되면 법적 하한선(86.745~87.745%)을 기준으로 최저입찰가를 제시한 업체가 선정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학교가 우레탄 트랙 등 1억 원의 공사금액이 필요하다고 산정하면 법적 하한선인 8천774만7천 원보다 최대한 높고 가깝게 쓴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다. 이에 업체들은 낙찰을 위해 최저가 입찰금액을 적고, 낮아진 단가를 폐타이어와 우레탄 촉매제 등의 질 낮고 값싼 재료 등으로 충당한다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즉 1억 원이 필요한 우레탄 트랙임에도 단가를 낮춰 8천700여만 원으로 만들어 공급한다는 의미다. 실제 그동안 나라장터 중 ‘납 범벅’ 학교의 입찰현황을 살펴보면 동두천 사동초(2천213㎎/㎏), 남양주 장내초(2천143㎎/㎏), 안산 상록초(1천877㎎/㎏), 수원 금곡초(1천351㎎/㎏) 등 필요설치비(100)보다 하한선(87.745) 수준의 낙찰금을 적은 업체들로 선정됐다. 도내 한 우레탄 설치업자는 “현 업체 선정 방식에는 친환경의 고품질 재료를 쓰는지, 납 성분이 가득한 불순물을 섞는지 등은 검토대상이 아니다”며 “최저가 입찰 방식이 업체들로 하여금 질 낮은 재료를 마구 섞는데 방조한 셈이다”고 말했다. 더욱이 정부는 우레탄 트랙 중 납성분이 어디서 나왔는지 추정만 할 뿐 정확한 원인 분석조차 못 하는 실정이다. 문제가 되는 물질이 무엇인지 알아야 업체에 사용 중지 요청을 할 수 있는데 이를 못해 혼란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문제의 학교당 보수 비용에 1천만~2천만 원 가량이 쓰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교육부 등은 예산마련에 아직 별다른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납 범벅 우레탄 트랙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된 만큼 학교 뿐만 아니라 학교 밖 우레탄 트랙까지 망라해 정부가 통합부서를 지정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철호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기획국장은 “유해한 우레탄 트랙을 두고 조사나 관리 주체가 제각각인데다 기준조차 제대로 안돼 있는 실정”이라며 “환경부나 교육부 등 부처별로 나누기보다 정부차원에서 통합된 관리부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철오ㆍ정민훈기자

경기언론인클럽, 창립 14주년 기념식·제13회 경기언론인상 시상식

사단법인 경기언론인클럽이 창립 14주년을 맞아 8일 경기문화재단 다산홀에서 기념식과 함께 제13회 경기언론인상 시상식을 가졌다. 기념식에는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인 신선철 경기일보 대표이사 회장과 더불어민주당 김진표·박광온·백혜련·김영진 국회의원, 홍기헌 경기문화재단 이사장, 염태영·정찬민·양기대 시장, 안재근 삼성전자 고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신선철 이사장은 기념사를 통해 “경기언론인클럽은 소속 회사는 다르지만 언론인이라는 이름으로 언론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을 다해왔다”면서 “창립 취지대로 경기도 및 국가적인 주요 현안에 대한 공론 조성에 앞장서 나아가자”고 말했다. 시상식에서는 본보 김요섭ㆍ이명관ㆍ안영국ㆍ정민훈 기자가 ‘민통선 주변 지뢰 지도를 만들자’ 기사를 통해 지뢰로 인한 민간인 피해의 심각성을 고발하는 등 경기언론의 위상을 크게 높인 점을 인정받아 제13회 경기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이와 함께 경인일보 이종태 부장, OBS 경인TV 이동민 부장, 중부일보 김동성 기자, 경기신문 홍성민 기자, 티브로드 박희붕 기자가 경기언론인상을, 이창식 경기지역 원로 언론인이 자랑스러운 경기언론상, 염태영 수원시장과 정찬민 용인시장, 조남범 경기도사회복지공제회 대표이사가 각각 감사패를 받았다. 한편 이날 강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수원무)은 “정치권은 가계부채, 저출산 고령화, 북핵문제 등 산적한 민생 현안 해결과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면서 “특히 차기 대통령은 임기 초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을 하되 효력은 차차기부터 적용하면 혼란이 없을 것”이라고 개헌론을 강조했다. 이호준기자

“이동권 보장 약속하라” vs “중단해야 협상” 해결 실마리 안보이는 장애인단체 도청 점거 농성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등 경기지역 장애인단체가 이동권을 보장하라며 경기도청 예산담당관실을 검거, 농성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구체적인 약속이 있어야 농성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도는 농성을 중단해야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 서로 간 ‘신뢰’를 잃어버린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8일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은 여의도 이룸센터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뒤 새누리당 당사까지 행진해 당대표 면담을 요청했다. 이들이 새누리당 당사까지 찾아 나선 것은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이동권 확보 약속을 받아내기 위함이다. 420투쟁단은 이미 지난달 13일부터 도청사 구관 1층 예산담당관실과 복도를 점거, 27일째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그동안 이들은 도청 농성을 유지한 채 남 지사의 일정에 따라나서며 기습시위 등을 벌였으며 지난달 24일에는 남 지사와 면담을 갖기도 했지만 아무런 해결방안을 찾지 못한 채 면담이 종료,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지원 확대, 저상버스 도입 확대 등 10개 과제, 29개 세부사항을 도에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이중 장애인과 소통창구 역할을 할 수 있는 도청 내 ‘탈시설전담부서’ 신설과 특별교통교통수단 운영비의 도비 분담률 상향(10%→30%), 저상버스 도입 확대 등만 우선 약속하면 농성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장애인단체는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도비 상향과 저상버스 도입 확대를 위해 약 13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는 도에 무리한 요구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도는 장애인단체가 불법적인 시위와 농성을 벌이고 있는 상태에서는 어떠한 요구도 들어줄 수 없다며 농성을 중단한 뒤 복지거버넌스를 구성해 대화를 진행해 나가자고 장애인단체를 설득하고 있다. 양측 모두 장애인 이동권 확보를 위한 정책이 확대돼야 한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농성을 먼저 중단할 것인가’, ‘구체적인 약속을 먼저 할 것인가’를 놓고 끝없는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단체가 농성을 중단하면 협의해 나가겠다는 경기도를 믿지 못하는 것은 한 장의 ‘공문’ 때문이다. 지난 1월28일 경기도가 장애인단체에 보낸 공문에는 ▲1. 조직개편 시 교통약자 전담팀 신설 ▲2. 특별교통수단 도입확대와 시ㆍ군 운영의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도비 지원 비율을 10%에서 30% 이상으로 증액. 2018년까지 시ㆍ군 특별교통수단 200% 이상 도입되도록 시ㆍ군 지원 정책 시행 ▲3. 장애인에 대한 인권의식 및 감수성 함양을 위한 특별교통수단 운수종사자 교육을 2016년부터 시행 및 저상버스 운수종사자 교육은 국토부 법령개정 건의 ▲4. 위 사항과 관련해 격월로 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회의를 개최하고 협의토록 하겠음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 공문을 놓고 경기도는 1, 2, 3 조항을 해주겠다는 것이 아니라 협의하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장애인단체는 1, 2, 3 조항을 경기도가 약속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단체는 공문으로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경기도를 더는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420공동투쟁단 관계자는 “공문으로 약속한 것도 이행하지 않는 경기도의 말을 어떻게 믿고 농성을 중단하겠는가”라며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는 예산의 문제가 아닌 남경필 경기지사의 의지의 문제로 남 지사가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약속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장애인단체의 도청 사무실 점거가 장기화 되면서 도청 내부에서는 남 지사가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애인단체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남 지사가 어떠한 분쟁 해결 능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이호준기자

[사설] 박근혜 정부, 500만 국민과도 소통하라

박근혜 정부하면 불통(不通)을 떠올린다. 소신과 불통의 의미 분석은 차치하자. 국민이 바라보는 시각과 평가가 그렇다. 박근혜 정부 4년 반을 ‘불통의 4년 반’으로 평가한다. 이런 평가의 실체가 총선에서 계량화됐다. 여당 참패 야당 압승이란 결과와 16년 만의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가 그것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국민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나가야 한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 5년을 가늠할 최대 과제이고 최종 수단이다. 그런데 그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방재정개편 파국에서 보여지는 행자부의 모습이 그렇다. 수원, 성남, 고양, 용인, 화성, 과천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반대 구호가 지역에 넘쳐난다. 대규모 상경 집회도 이어진다. 해당 지역 시장들은 청와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이들 지역 인구만 500만명이 넘는다. 인구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런 거대한 집단이 반대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수도이전 논란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런데도 행자부는 불통이다. 장관은 찾아온 시장들과 면담해주는 게 전부다. 경기도지사가 청와대를 찾아 요청했지만 나온 답은 없다. 뒤늦게 김성렬 행자부 차관이 마이크 앞에 섰다. 그런데 거기서 한 말이 불통의 전형이다.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고 ‘집단행동하는 공무원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지방재정개편안을 금과옥조처럼 부둥켜 안고 가는 이유부터 틀렸다.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하물며 지방재정개편안은 출발 논리부터 문제다. 특정 지자체의 재정을 빼앗아 다른 지자체에 넘겨주겠다는 것이다. 반(反) 지방자치적 발상이다. ‘원칙’이라 할 수 없는 일방적ㆍ편파적 제도다. 당연히 피해보는 쪽이 반발하게 돼 있다. 그 피해 쪽과 대화해야 하는 것이 정부다. 그런데 ‘밀어붙이겠다’고만 하고, ‘용납하지 않겠다’고만 한다. 김 차관의 기자회견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혜를 모아나가겠다”는 말이 나왔다. 옳은 말이다. 말대로 하면 된다. 그런데 행자부는 6개 불교부 지자체와는 대화하지 않는다. 6개 지자체, 500만 주민은 대화할 지자체가 아니고, 대화할 국민이 아닌가. 행자부가 말하는 ‘대화할 지자체’는 말 잘 듣고 우호적인 지자체만을 지칭하는가. 박근혜 정부는 아직도 1년 반이나 남았다. 얼마든지 국민의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 국민은 ‘소통하라’고 명령하고 있다. 이 명령을 쫓으면 된다. 이번 지방재정개편 파국은 그런 소통의 넉넉함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단식 중인 시장들과 대화하고,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정부 개편안을 손질하고 고쳐 나가면 된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성공한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 그 소통의 본보기를 이번 재정개편 파국에서 보고 싶다.

[인천시론] 장군과 아들과, 6·25 전쟁

‘아버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지금 한국에서 싸우고 있습니다. 드디어 저도 미력한 힘이나마 보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머니 저를 위해 기도하지 마십시오. 그 대신 조국의 부름을 받고 용감히 나선 나의 승무원들을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미 공군 중위 지미 밴 플리트 2세가 6·25 전쟁에 참전하면서 어머니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이다. 웨스트포인트 출신의 이 훌륭한 장교는 1952년 4월2일 압록강 남쪽 순천지역을 폭격하기 위해 출격했다가 실종되었다. 당시 미 8군 사령관 밴 플리트(Van Fleet) 장군의 외아들이다. 수색작전을 중지시킨 밴 플리트 장군은 며칠 뒤 맞이한 부활절에, 전선에서 싸우다가 전사한 미군의 부모님들에게 편지를 보낸다. “저는 모든 부모님들이 저와 같은 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아들들은 나라에 대한 의무와 봉사를 다하였습니다. 예수님 말씀처럼 벗을 위해서 자신의 삶을 내놓는 사람보다 더 위대한 사람은 없습니다.” 1950년 11월26일부터 12월 13일 사이에 해발 2천m대의 낭림산맥이 흘러내리는 개마고원 지대의 장진호에서 미 제1해병사단이 중공군 제9병단 7개 사단의 포위망을 뚫고 철수한 작전이 장진호 전투이다. 12월6일 이 장진호 하갈우리전투에서 해리스 중령이 제1해병사단 제7연대 3대대장으로 중공군과의 격전을 지휘하다가 숫적 열세로 인해 장렬하게 전사한다. 당시 미 해병항공단장 해리스 장군의 아들이다. 마크 빌 클라크 육군 대위는 1951년 9월13일~10월13일 철원 금화지구 전투에서 미 제2전투사단 제9전투연대의 중대장으로 중공군과 사투를 벌이다가 3차례나 부상당하고 전역 후 고향으로 돌아가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제3대 유엔군 사령관 마크 W. 클라크 대장의 아들이다. 미국 CIA국장 알렌 덜레스의 아들 알렌 메시 덜레스 2세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다가 6·25 전쟁에 해병으로 참전하여 최전방에서 싸우다가 1952년 머리에 총상을 입고 정신 지체 장애자가 되었다. 미 8군 사령관 워크 중장은 아들의 은성무공훈장을 수여하고 전방부대를 시찰하기 위해 의정부로 올라가다가 한국군용 트럭의 난폭 운전에 의한 교통사고로 순직했다. 일본에 주둔하던 미 8군중에서 6·25 전쟁에 가장 먼저 참전한 제24사단 연대장 로버트 R. 마틴 대령은 1950년 7월 8일 천안에서 바주카포로 북괴군 T-34 탱크와 맞서다가 탱크가 발사한 직사포를 맞고 가루가 되었다. 미 8군 제9군단장 브라이언트 E 무어 소장은 1951년 2월 24일 한강 도하 작전 공중 지휘 중 헬기가 고압선에 걸려 추락한 후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의 아들 존 D. 아이젠하워 소령은 1952년 6·25 전쟁에 참전하여 미8군 제3사단에 배속됐다. 전선에서 싸우기를 원했지만 대통령의 아들이 포로가 되어 적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염려하여 허용되지 않았고 그로 인해서 대통령과 부통령의 자녀가 전투에 나가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생겼다. 권력자나 사령관의 자제들이라고, 장성의 아들이라고 그들은 비겁하지 않았다. 인류의 정의 앞에 부모들보다 더 용감했다. 미국은 이름도 모르는 나라 대한민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6·25전쟁에 뛰어들어 5만4천246명이 목숨을 잃고 8천177명이 실종됐으며, 10만3천246명이 부상당했다. 이것이 6·25의 또 한 면이다! 66년이 흘렀다. 호국의 달 6월 어느 날,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에서 인천 앞 바다를 바라본다. 송수남 前 언론인

[지지대] 그녀는 딸, 아내, 어머니다

△지난주 말, 목포발로 전해진 섬마을 20대 여선생의 강간 사건은 ‘이 사회가 도대체 어떻게 되려고 이러는지?’라는 걱정을 또다시 하게 했다. 40대 학부모를 필두로 3명의 남자가 힘없는 것은 둘째치고 라도 자신의 아이를 가르치고자 먼 바닷길을 마다하지 않고 고생을 감내하며 사명감에 충만해 달려왔던 20대 여선생을 그렇게 무참히 짓밟을 수 있나 하는 어른으로서 창피함과 분노, 그리고 반성이 한꺼번에 몰려왔기 때문이다. 가해자와 동성이라는 사실로 고개조차 들지 못하게 한다.△그녀는 누군가의 딸이다. 아들놈과 나이를 비교하면 아마도 엇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 누군가의 딸이자 대한민국의 딸이니 나의 딸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그녀는 시간이 흐르면 누군가의 아내가 될 것이고 그 후에는 어머니가 될 것이다. SNS 상의 댓글에 적지 않은 중년들이 분노를 표출하고 관용 없는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그래서일 것이다.△우리 선조의 성범죄 처벌 전례에 비추어 보면 이들은 모두 교형(교수형)이다. 조선시대는 성범죄를 대명률(大明律)에 따라 처벌했다 한다. 여성이 원치 않는데도 강간을 하면 교수형에 처하고, 강간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미수)에도 곤장 100대를 치고 3천 리 밖으로 쫓아냈다. 강간범은 사형이었고, 미수범도 중형이었던 것이다. 조선이 대명률에 따랐다면 중국 역시 성범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은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동양의 성범죄에 대한 처벌은 그렇게 단호했다.△예나 지금이나 의무교육 과정을 거친 모든 이는 여성은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대상으로 가르침을 받았을 것이다. 이는 신체적 약자일 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약자이자 남자의 삶 과정에서 본인과 더불어 가장 크고 깊은 축을 형성하기 때문이다.여자는 그래서 보호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중년들이 대한민국의 성범죄 처벌이 너무 가볍다며 벌써부터 사법부를 견제하고 나선 이유다. 가해자들은 남자로서의 자존감과 책무를 모두 포기한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사회가 줄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다. ‘엄벌(嚴罰)’이다.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사설] 인천공항 4단계 확장, 실기해선 안 된다

인천공항이 세계 5대 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추가 인프라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2월 개항 15주년을 맞아 제2도약을 위한 신(新)비전을 선포했다. 2020년까지 국제여객 5대 공항, 국제환승 10대 공항, 매출액 3조원 등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인천공항은 현재 국제선 여객기준으로 세계 9위이고, 환승률로 보면 10위권 밖이다. 인천공항은 지난 2001년 개항 이후 이용객의 빠른 증가로 지난 2008년 6월 탑승동과 제3활주로 등을 증설하는 2단계 건설 사업을 끝냈다. 이어 2013년 제2여객터미널을 신설하는 3단계 건설 사업에 착수, 2017년 말 완공할 예정이다. 제2여객터미널은 앞으로 늘어날 여객 수요에 맞춰 추가 확장이 가능하게 설계돼 4단계 건설 사업 대상이다. 3단계 건설 사업이 완료되면 연간 이용객이 종전 5천400만 명 규모에서 7천200만 명으로 늘고, 화물처리량은 450만t에서 580만t 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최근 중국인 관광객 증가와 저비용 항공시장 활성화 등으로 노선과 이용객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시설을 확충하더라도 이를 소화하기가 벅차다. 인천공항의 여객증가 추세를 보면 2013년 4천만 명에서 2014년 4천490만 명, 2015년 4천870만 명 등으로 연 평균 9.0%씩 증가하고 있다. 연 평균 증가율을 적게 잡아 4.3%만 예상해도 오는 2020년 6천590만 명, 2025년엔 8천100만 명에 달할 걸로 예측된다. 7천20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3단계 제2여객터미널이 2018부터 운영되더라도 2022년이면 수용능력이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시설을 신축한지 얼마 안 돼 또 다시 적체현상을 빚게 되는 거다. 그래서 항공 전문가들은 현재 공사 중인 제2여객터미널을 곧이어 확장하는 4단계 건설 사업의 시급성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 끝날지 모를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이 아직 진행 중이어서 추진 여부나 추진 시기 등이 불확실한 상태다. 인천공항은 이미 2014년 국제 여객수가 4천490만 명을 기록, 터미널 수용한계(4천100만 명)를 넘었으나 3단계 건설 사업 시행 적기를 놓쳐 제1터미널이 혼잡하고 여객기 연발착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런 곤혹스런 상황은 제2여객터미널을 운영할 수 있는 2018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환승객을 인근 국가의 경쟁 공항에 빼앗길 수도 있다. 당시 경영진의 큰 실책 결과다. 이제야말로 실기(失期)했던 3단계 건설 사업을 교훈삼아 급증하는 여객 수요에 대비하는 선제적 대책을 빨리 세워야 한다. 경영진의 순발력 있는 생존 전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