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인 못 와요”... '인천 5대 하천' 쓰레기 둥둥, 악취 풀풀 [현장, 그곳&]

“하천 근처만 가도 악취가 풀풀 나고, 물 위에는 쓰레기와 찌꺼기가 둥둥 떠다닙니다.” 30일 오후 1시께 인천 연수구 승기철교 아래 승기천에 녹색 구정물이 흐른다. 물 위에는 작은 나뭇가지부터 담배꽁초, 각종 아이스크림 포장 비닐 등의 쓰레기가 거품과 섞여 둥둥 떠 있다. 승기천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가 풍긴다. 산책하는 주민 김지호씨(41)는 “물도 탁하고 냄새가 너무 심해 무조건 마스크를 써야 하고, 가능한 거리를 두고 산책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이 깨끗해지면 하천 옆에 앉아 쉬고 싶은데 지금은 너무 더러워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후 2시께 부평구 굴포천도 상황은 마찬가지. 물 위에는 크고 작은 쓰레기가 떠 있고, 수심이 얕은 바닥에는 검정색 오염 퇴적물인 ‘오니’가 잔뜩 쌓여 있다. 이 때문에 하천에 다가갈수록 물비린내가 심하게 난다. 인천 5대 하천의 수질이 나빠 시민들이 외면하고 있다. 인천시가 수질 개선에 나섰지만, 국비 확보에 실패하면서 막대한 자체 예산이 필요한 탓에 대폭 계획을 축소, 제대로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시에 따르면 민선 8기 공약사업으로 승기천, 굴포천, 공촌천, 나진포천, 장수천 등의 5대 하천 수질을 시민들이 ‘물장구칠 수 있는 수준’으로 만들기 위한 하천 정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현재 3~5등급에 그치는 이들 5대 하천의 수질을 2등급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시는 지난해 승기천과 굴포천을 우선 사업 대상으로 선정했다. 시는 승기천은 3천억원, 굴포천은 20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하는 하천 수질 개선 사업 등을 계획했다. 하지만 시는 승기천 수질 개선 등을 위한 국비 1천500억원 확보에 실패했다. 환경부가 관리주체가 지자체인 지방하천은 국비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시는 승기천의 경우 내년에 시비 480억원을 마련, 하천 수질 개선보다는 인근에 물놀이 시설을 만들어 친수공간을 확보하는 등의 방향으로 계획을 바꾸고 있다.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한 물을 승기천에 흘려보내 수질을 2급수 이상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특히 시는 이 같은 국비 확보 실패로 인해 잇따라 추진할 공촌천·장수천·나진포천에 대한 수질 개선 사업을 추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 박석순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도시에서 하천은 시민들의 휴식의 공간이자 치유의 공간”이라며 “하지만 수질이 나쁘면 시민들이 찾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친수공간 만들기에 앞서 오니 제거를 시작해 수질을 좋게 바꿔 악취를 없애는 것 등을 선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수질이 나빠 하천의 모든 구간에서 물놀이를 할 수 없지만, 일부 구간에서라도 물놀이가 가능하도록 물놀이 시설 등 친수공간 조성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체 예산을 최대한 확보해 하천 정비 사업을 벌이고, 이를 통한 수질을 좋게 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음란물·폭력 난무… ‘통제 불능’ 온라인 플랫폼 [무법천지 SNS, 독으로 전락②]

② 아무런 책임없는 SNS #1. “수원 ○○파 오늘 참교육 할게요. 간다 개XX들아.” 전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 유튜버 A씨(20대)는 지난 6월 안양역에서 인터넷 방송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서 수원지역의 한 폭력조직 ○○파 조직원과 불법 주차 문제로 갈등을 겪은 뒤였다. 당시 경찰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일대에 수십명의 경력을 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파 조직원 3명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A씨 일행을 기습했다. 결국 이들은 한동안 주먹다짐을 이어갔고, 이 장면은 인터넷방송을 통해 고스란히 생방송으로 중계됐다. 이후 이들은 경찰서로 연행됐으나 서로 합의해 바로 풀려났다. #2. 또 다른 동영상 플랫폼 B사이트는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음란물의 성지로 불린다. 언제 접속해도 음란물로 볼 수 있는 각종 동영상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중계 방송 자체의 수위도 높다. 속옷 차림의 여성이 등장해 방송을 진행하면서 후원 금액에 따라 속살을 드러내 보이거나 신음 소리를 내는 등의 장면이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 사이트에서는 여성에게 강제로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범죄 행위인 추행을 서슴지 않거나 간혹 서로 욕설을 주고받으며 주먹다짐을 하는 모습까지 고스란히 송출된다. 이 사이트는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영상 수위에 따라 연령제한을 걸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연령제한은 일정 과정을 거치면 쉽게 무력화된다. 유튜브 등 인터넷 생방송 플랫폼이 조직 폭력과 음란물 유포 등 범죄의 온상으로 변하고 있지만, 제재 방안이 없어 무법지대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수사기관마저도 실제 범죄가 발생하기 전까진 이러한 행태를 마냥 지켜볼 수 밖에 없어 강력한 개입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윤영찬 의원(성남 중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인터넷 실시간 개인방송 연도별·유형별 심의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심의 건수는 총 2천49건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9년 537건, 2020년 235건, 2021년 224건, 지난해 272건에서 올해 8월 781건으로 대폭 늘었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방통위가 모니터링과 신고를 통해 접수를 받고 심의한 경우만 집계된 수치기 때문이다.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는 하루에도 수십만개의 동영상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지만, 이를 모니터링하는 요원은 올해 25명으로 2019년 처음 도입 당시(45명)보다 대폭 줄었다. 이처럼 자극적인 콘텐츠가 감시망을 피해 폭증하고 있는 건 조회수가 곧 돈으로 연결되는 수익구조와 이를 적극적으로 제재할 방안의 부재가 겹쳐지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현행 형법상 살인이나 강간, 방화, 내란, 외환 등의 중대범죄가 아닌 이상 예비·음모만으로 체포하거나 처벌할 수 없기 때문이다. A씨와 같은 사례라면, 기껏해야 경범죄처벌법상 범칙금 부과에 그치는 인근 소란 혐의 정도만 적용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윤영찬 의원은 “선정적인 불법 콘텐츠가 수익을 창출하는 비정상적인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예산과 인력을 확충하고 인터넷 개인방송을 둘러싼 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지라시 공장된 SNS… 여차하면 ‘해외 서버’ 도피 #1. 지난 9월 수원에서 한 30대 남성이 로또 1등에 당첨된 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기사를 캡처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됐다. A언론사가 작성한 것처럼 보였던 이 기사, 정작 A언론사 홈페이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이뿐 아니다. 여전히 온라인에는 해당 기사 이미지와 이를 재생산해 ‘1등 당첨금을 상속받은 B씨의 아버지도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내용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거짓으로 확인됐다. #2. 최근 배우 이선균의 마약 투약 의혹이 불거지며 함께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연예인들의 이름이 담긴 이른바 ‘이선균 리스트’가 SNS를 통해 퍼졌다. 이후 해당 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왔던 연예인들과 관련해 ‘마약 투약 증거’, ‘C씨의 과거 이상행동’ 등의 영상이 우후죽순으로 제작돼 일파만파 퍼졌다. #3. 국내 플랫폼에서 ‘벗방’으로 불리는 음란방송을 해 계정 정지를 받은 한 1인 방송인은 최근 방송 송출 수단을 해외 생중계 플랫폼으로 옮겼다. 그곳에서도 지속해 같은 방송을 해 계정 정지를 받을 위기에 놓이자 그는 부계정을 소개하며 ‘정지되면 거기서 만나자’고 말했고, 여전히 부계정을 통해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옛 속담은 SNS 세상에선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말이 됐다. 아무런 근거 없이 만들어지고 SNS를 통해 급속도로 번지는 소위 ‘가짜뉴스’가 통제불능 수준에 이르러서다. 게다가 각종 부적절한 영상의 제작자들은 실시간 대응이 어려운 해외 서버를 도피처로 삼고 있어 관련 대책이 시급하다. 30일 경기일보가 유튜브에서 일부 정치인과 연예인의 이름을 검색하자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영상이나 게시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한 정치인의 이름을 검색해 D채널에 접속하자 특정 정치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거나 누군가 체포됐다는 등 자극적인 제목의 콘텐츠들이 시선을 끌었다. 일부 영상의 경우 조회수가 수십만을 넘어서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를 다루는 다른 채널 역시 마찬가지였다. 멀쩡히 활동하고 있는 배우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거나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며 근거 없이 생산해낸 영상이 가득했다. 이 채널의 경우 실제 일어난 사건들도 함께 다루면서 콘텐츠 소비자들을 교묘히 속이기도 했다. 이러한 문제들이 불거지자 국내에 사업자를 둔 생중계 플랫폼들은 규제를 강화했다. 즉각적으로 채널을 중지하거나 모니터링도 확대했다. 그러자 가짜뉴스뿐 아니라 각종 폭력성 영상이나 음란물 등의 콘텐츠 제작자들은 해외에 서버를 둔 플랫폼을 도피처로 택했다. 대표적인 해외 플랫폼인 유튜브의 경우 자체 가이드라인이 있긴 하지만 규정 자체가 모호하고 인공지능(AI) 모니터링이나 신고에 의존하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은 이뤄지지 않는다. 틱톡이나 트위치 같은 플랫폼 역시 가장 큰 도피처로 꼽힌다. 유해 콘텐츠가 적발되더라도 여러 차례 경고를 거친 뒤 계정 정지 등이 이뤄지는 데다 계정이 정지돼도 자유롭게 ‘부계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SNS의 발달 속도만큼 1인 미디어에 대한 제재 역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누구나 쉽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온라인에 게재, 수익을 창출하는 행위 자체는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허용해야 하지만, 책임은 없고 권리만 있는 형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영상홍보학과 겸임교수는 “온라인에선 1%의 진실과 99%의 허위를 가지고 100%의 사실을 만들어낸 콘텐츠가 판치고 일부 인터넷 언론사들은 이를 퍼나르기까지 한다”며 “이는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고 무분별한 피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언론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중대한 문제인 만큼 원천적 차단은 불가능하더라도 제재 방안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표현의 자유에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른다”며 “유튜브 등 인터넷방송에서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인권을 침해하거나 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경우엔 엄중한 처벌이나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K클로즈업팀 ※ K-클로즈업팀은 경기도 곳곳의 사회적 이슈 중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는 동시에, 소외되고 외면 받는 곳을 크게 조명해 사회적 관심을 이끌어내며 개선 방향을 찾아 가겠습니다.

[경기만평] 셀프 추천...

[사설] 못 뜨는 기회소득, 결국은 노력과 의지 부족이다

민선 8기 경기도정의 화두는 기회소득이다. 김동연 지사가 창안하고 설계한 독점적 사업이다. 김 지사에게는 책임이고 경기도민에게는 약속이다. 임기 4년이 17개월여를 지나 곧 반환점이다. 기회소득의 중간 성적을 봐야 할 때다. 높은 점수는 주지 못할 것 같다. 수요자인 도민들이 여전히 낯설어한다. 중앙정부는 잇따라 어깃장을 놓고 있다. 경기도의회의 평가나 협조도 시원치 않다. 본보 기자는 현재의 상태를 ‘기회소득의 난항’이라고 표현했다. 기회소득은 시행에 앞서 복지부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지원금을 주려는 지자체 정책이 거쳐야 할 법률적 절차다. 올 상반기 배달 노동자에게 줄 기회소득을 협의했다. 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는 이유였다. 현금성 복지를 지양하려는 정부 방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자 도가 우선 추진이라는 방법을 택했다. 체육인과 농어민 기회소득 지급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단 내년 예산부터 세우는 것이다. 사실 복지부 비협조는 예상된 바다. 행정 단계나 정치적 상황이 그랬다. 그랬으면 이를 극복할 의지와 투쟁을 준비했어야 하지 않나 싶다. 과거 성남시의 청년 수당 도입 과정이 기억에 생생하다. 중앙정부와 거침 없이 충돌했다. 소송전까지 불사했다. 그런 과정이 되레 사업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결국 민심의 지지를 얻어 실현될 수 있었다. 그런 역발상의 의지가 기회소득에서는 안 보인다. 복지부가 태클을 건 사실을 경기도민조차 모른다. 경기도의회 걸림돌도 얘기된다. 복지부 결정 여부에 따른 변동성이 빌미다. 좌초될 수도 있고 지연될 수도 있다고 본다. 이런 이유로 보건복지위가 장애인 기회소득 예산 100억원 가운데 30억원을 삭감했다. 여기에 기본소득과의 개념 충돌도 여전히 나온다. 농어민 기회소득 예산이 기본소득 사업과 중복된다는 지적이다. 기본소득은 민선 7기 이재명호의 정책이다. 그 사업이 그 사업이라고 말한다. 1년 넘게 나오는 똑같은 지적이다. 소통 부족이다. 도민에게 기회소득은 여전히 생소하다. 민선 7기 기본소득과 구분되지도 않는다. ‘분명히 다르다’는 김 지사의 주장만 기록으로 남아 있다. 도의회에 대한 설명 소통 부족이다. 국민의힘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쪽에서조차 나오고 있지 않나. 도의회는 우군이어야 한다. 중앙정부에 맞서 줄 동반자다. 그렇게 중요한 소통이 부족했다는 서운함을 사는 것은 잘못이다. 기회소득 난항은 외부적 요소와 내부적 요소가 함께 문제다.

[사설] 저상버스 도입 의무화, 보조금 늘리고 운영도 개선해야

정부가 장애인 등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저상(底床) 버스를 늘리도록 의무화했다. 2026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비율을 62%까지 늘릴 방침이다. 노후한 시내·마을버스와 농어촌버스를 새로운 차량으로 교체할 경우 저상버스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안이 지난 1월19일 시행됐다. 시외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버스가 저상버스 의무 도입 대상이다. 저상버스는 장애인이 휠체어를 탄 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오를 수 있도록 차체 바닥이 낮고, 출입구에 계단 대신 경사판이 설치된 버스다. 장애인뿐 아니라 아기를 태운 유모차, 노약자들도 이용이 수월하다. 유럽 등 선진국 대도시에선 1990년대 초부터 일반화됐지만, 우리는 2003년부터 시범 운행돼 점차 늘려 가는 추세다. 전국 시내버스 저상버스 도입률은 2021년 30.6%다. 정부는 2026년 62%로 늘린다는데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난감해하고 있다. 저상버스 교체 비용이 국비매칭(국비 25%, 지방비 25%) 사업으로, 국비에 맞춰 교체 숫자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시내버스의 저상버스 교체를 위해 내년 수요 1천574대분의 보조금을 정부에 요청했다. 하지만 1천131대분만 배정됐다. 저상버스 1대당 가격은 2억2천여만원이다. 일반버스에 비해 2배가량 비싸다. 운수업체들은 저상버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운행 연한이 넘은 버스를 그대로 쓰겠다는 입장이다. 지자체 재정 상황이 여의치 않고, 운수업체에 부담을 강요할 수도 없어 저상버스 확대는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저상버스를 늘리라고 하면서 내년에 정부 지원금을 대폭 삭감했다. 그러면서 저상버스 의무 도입 운운하는 건 말이 안 된다. 지자체와 운수업체는 감당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2027년 1월부터 광역급행형 버스와 직행좌석형 버스에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를 운행해야 하는데 이것도 실현될지 의문이다. 그전에 차량 연구개발과 대량의 생산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원금을 대폭 줄인 상황에서 짧은 기간에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 이미 도입된 저상버스가 교통약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불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차 간격이 상당히 길고, 인도와 차도 간 구분이 안 된 정류장은 리프트가 차도로 내려오는 등 안전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인도 및 버스승강장의 환경이 열악하면 교통약자들이 탑승하기 어려워 무용지물이 된다. 저상버스를 늘리면서 예산 지원과 함께 무장애 버스정류장 등 섬세한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

[김남희의 길 위에서] 루마니아 곰을 찾아서

지난달에는 방과후 산책단과 함께 보름간 루마니아에 다녀왔다. 루마니아는 우리에게 낯선 나라다. 드라큘라 백작 정도가 떠오를 뿐이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라면 기계체조 선수 코마네치, 축구팬이라면 ‘발칸의 마라도나’로 불렸던 게오르그 하지 정도가 더해질까.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른 채 지난해 처음 루마니아를 찾았다. 루마니아는 빼어난 자연과 잘 보존된 전통문화로 나를 사로잡았다. 목조 교회나 채색 수도원, 산간 마을의 전통문화 못지 않게 루마니아의 자연이 준 감동도 컸다. 루마니아는 유럽 최대의 원시림을 보유한 나라이자 갈색곰과 늑대의 최대 서식지다. 그래서 산책단 프로그램에도 두 번의 트레킹과 곰 투어를 넣었다. 우리는 브라쇼브 외곽의 피아트라 크라이울루이 국립공원 근처로 향했다. 이번 루마니아 산책단의 하이라이트는 ‘곰을 찾아 떠난 하루’. 작년에 이 투어를 하면서 받았던 감동을 전하고 싶었다. 보통은 브라쇼브의 곰 구조 센터를 찾아가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태가 돼 센터에 머무는 곰을 만나지만 우리는 야생의 건강한 곰을 만나겠다며 사전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는 숲을 찾아갔다. 이 지역의 전설이 된 가이드 단과 함께. 알루미늄 공장에서 일하던 어느날, 단은 마을 게시판에 나붙은 공지를 보게 된다. 시라소니 연구를 위해 이 마을에 찾아온 독일 학자들이 통역 겸 가이드를 구하고 있었다. 그들은 영어가 가능하고 주변 숲의 생태계를 잘 아는 지역 토박이가 필요했는데 단이 적임자였다. 그는 독학으로 익힌 영어가 훌륭했고 이곳 국립공원에 자리한 마을에서 나고 자란 어머니 덕분에 어려서부터 숲을 돌아다니며 주변 식물에 대해 다양한 지식을 쌓아온 터였다. 그는 시라소니 연구팀과 3년을 일하면서 생태계와 야생동물에 대한 지식을 쌓아 갔다. 거기에 더해 2년 간 와일드라이프 가이드 자격증과정을 마쳤다. 마을에서 13명이 함께 공부했지만 직업적으로 야생 탐사 가이드가 된 건 단이 유일하다. 단은 루마니아 최고의 가이드로 뽑히기도 했는데 그의 딸 다나도 가이드의 길을 가고 있다. 작년에는 그의 일정이 맞지 않아 딸 다나와 함께 이 투어를 했는데 올해는 그와 함께하게 돼 기대가 더 커졌다. 공산주의 시절 루마니아에는 COTA라고 불리는 야생 곰 개체수 조절 프로그램이 있었다. 국가가 관리하는 모든 숲과 산을 1만3천㏊ 규모로 나눠 사냥꾼 조합에 10년씩 임대했다. 사냥꾼 조합은 숲을 관리하고 지키는 동시에 곰이 적정 개체수를 넘어가면 사냥을 할 수 있는 권리를 받았다. 조합은 주로 외국인에게 곰 한 마리당 1천만원 정도의 금액으로 ‘트로피 헌팅’권을 팔았다. 그 방식으로 1년에 400~450마리의 곰 사냥이 가능했다. 루마니아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한 후인 2007년부터 문제가 생겼다. 곰이라고는 아예 없거나 몇 마리 안 되는 대부분의 EU 국가 입장에서 곰은 보호해야만 하는 대상. 당연하게도 그들은 루마니아의 곰 사냥을 반대했다. EU의 규제로 인해 곰은 절대로 죽일 수 없는 대상이 됐다. 루마니아의 곰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게다가 루마니아에는 고속도로가 거의 없다.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흑해로 가는 두 시간 남짓한 구간만 있을 뿐. 고속도로가 없는 덕분에 산이 끊기지 않아 광대한 영역을 필요로 하는 곰들이 빠르게 번식해 갔다. 곰은 순식간에 적정 개체수의 두 배인 8천마리로 불어났다. 먹이가 부족해진 곰이 도시로 나와 쓰레기통을 뒤지거나 마을의 양 떼나 과수원을 습격하는 일도 생겨났다. 지난 4년간 시민 17명이 곰에게 물려 죽기도 했다. 결국 루마니아 환경부 장관이 EU 각국의 환경부 장관을 루마니아로 불러 모았다. 루마니아의 현실을 보여주고 곰을 나눠 가짐으로써 고통 분담을 하자고. 당연히 다른 나라의 장관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난색을 표했다. 수많은 난상회의 끝에 결국 올해부터 EU는 루마니아에서 200마리의 곰 사냥을 예외적으로 허가하기로 했다.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너도밤나무의 껍질에 붙은 곰 털을 만져보며 곰의 나이나 체구를 상상하고, 곰의 똥을 들여다보며 아침식사가 뭐였는지를 추측했다. 늑대의 발자국을 들여다보며 개의 발자국과 구별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단은 마주치는 숲의 나무와 야생화, 야생버섯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해줬다. 어느새 간식시간. 단의 아내가 만든 엘더베리 주스와 생강빵이 어찌나 맛있던지 다들 감탄이 이어졌다. 작년에 단의 딸 다나와 이 투어를 하는 동안 맛있게 먹었던 너도밤나무 열매가 올해는 보이지 않았다. 너도밤나무는 6~7년을 주기로 해갈이, 예외적으로 열매를 많이 맺기, 평작을 반복하는데 올해 이 숲의 너도밤나무들은 열매를 하나도 안 맺었다. 이 열매는 곰이 아주 좋아하는 먹이라서 올해 너도밤나무 열매가 없다는 건 곰이 먹이를 찾아 마을로 내려올 가능성이 커졌음을 뜻한다. 마을과 산이 내려다보이는 양치기 캠프에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산을 내려왔다. 이번에는 차를 몰아 야생 곰에게 먹이를 주는 곳을 찾아갔다. 특수 코팅된 유리로 만든 건물로 들어가 몸을 숨기고 곰을 기다리는 곳이다. 마침 딱 맞는 시간에 찾아간 덕분에 파크 레인저가 곰 먹이로 비스킷 한 자루를 뿌리고 있었다. 그가 사라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곰들이 나타났다. 어느새 일곱 마리. 작년에는 한 시간 반을 기다려 두 마리를 봤는데 올해는 들어가자마자 단체 미팅이라니 고마울 수밖에. 곰과의 거리는 직선으로 20m 남짓. 망원경을 쓰지 않아도 곰의 표정까지 생생히 보였다. 이 숲에는 60여마리의 곰이 있고 파크 레인저가 매일 먹이를 주는 곳은 세 곳이다. 그중 가장 많이 찾아오는 곳이 바로 이곳으로 매일 20~25마리의 곰이 간식을 먹으러 찾아온다. 공산주의 시절에 시작된 곰 먹이주기는 야생의 생태계에 최소한으로 간섭함으로써 곰이 마을로 내려오는 일을 막아준다. 실제 간식의 양은 곰이 필요로 하는 하루 먹이의 5%도 되지 않는다. 경이로우면서도 안쓰럽고,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 뒤섞인 채 곰들의 ‘먹방’을 훔쳐봤다. 저 곰들은 인간의 탐욕 앞에서 제 서식지를 지키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 부디 루마니아가 지금껏 그래왔듯이 곰들과의 공존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라며 숲을 떠났다. 어디선가 먼 곳에서 늑대의 하울링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천자춘추] 경기도, 계란 흰자 아니다

“걔가 경기도를 뭐라고 하는지 아냐? 경기도는 계란 흰자 같대. 서울을 감싸고 있는 계란 흰자.” 화제가 됐던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 나오는 대사다. 나의 해방일지는 경기도의 가상도시 산포시에 사는 3남매의 일상을 다룬다. 드라마는 경기도를 서울의 변두리로 묘사하고, 주인공인 3남매도 노른자인 서울에서 태어나지 못한 자신들의 처지를 하소연한다. 그런데 정말 서울은 노른자고, 경기도는 흰자일까? 경기도는 흰자가 아니라 풍부한 맛과 영양을 자랑하는 영양란 그 자체다. 역사만 천 년이 넘어 전통과 문화가 살아있고 인구는 1천400만명으로 전국 최대다. 산과 호수, 드넓은 평야가 어우러져 있고 심지어 바다도 끼고 있다. 서울에 직장을 둔 드라마 주인공들은 왕복 4시간 가까운 출퇴근 시간에 시달리고 있지만 사실 경기도 곳곳에도 기업과 일자리가 풍부하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반도체, LG 디스플레이 같은 세계적인 기업의 본사와 공장이 있고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리는 판교에는 최첨단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불야성이다. 파주 출판단지와 헤이리마을처럼 문화와 예술 분야 종사자들의 성지 같은 곳도 있다. 이미 지역내총생산은 경기도(592조2천억원)가 서울(472조원)을 압도한 지 오래다. 더불어 경기도의 신도시들은 서울이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풍부한 녹지공간, 넓은 공원, 잘 갖춰진 문화 및 보육시설 등이 잘 마련돼 누구나 살고 싶은 곳이 된 지 오래다. 무상급식, 고교 무상교육, 초등학교 치과 주치의 제도, 공공 산후조리원 등 경기도에서 시행했던 정책들은 대한민국을 선도했고, 결국 표준이 됐다. 정부와 여당에서 경기도 몇몇 도시들의 서울시 편입 논란에 불을 댕겼다. 그러나 막상 경기도민들은 서울시 편입에 대해 시큰둥하다. 경기도는 더 이상 80, 90년대 서울의 위성도시나 베드타운에 머물러 있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지인이 아닌 발 딛고 사는 도민의 눈으로 삶의 터전을 바라봐야 한다. “서울에 살았으면 우리 달랐을까?” 산포시에서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지친 3남매가 내뱉은 대화다. 자신이 사는 곳에 정을 붙일 수 없다면 어딜 가든 똑같은 삶은 반복된다. 경기도 곳곳에는 자신이 발 딛고 사는 지역에 애정을 갖고 헌신하고 있는 수많은 청년과 일꾼들이 있다.

[데스크 칼럼] 지역균형발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저출산, 고령화, 인구 감소, 지방 소멸, 지역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낙후지역인 북부지역 개발을 위해 경기북부특별자치도(북자도) 추진 카드를 내놓았다. 또 김포에서 쏘아 올린 서울 편입은 점차 그 범위를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김포·고양·구리·과천시장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메가시티’를 논의했다. 김동연 지사가 주장하는 북자도와 오세훈 시장이 내세우는 메가시티는 행정구역 개편이 필수다. 행정구역 개편은 단순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북자도와 서울 편입에 대한 경기도내 자치단체장들의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경기일보는 경기도내 시장, 군수 31명을 대상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과 메가시티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경기북부특별자치도는 북부지역 자치단체장을 중심으로 17명이 찬성했고 1명이 반대했다. 13명의 단체장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기도 지자체 서울 편입’ 찬반에 대해 14명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8명이 찬성하고 9명이 반대했다. 전문가들은 메가시티 추진이 경기도 지자체의 지역발전과 관련해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가 미지수여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표심을 잡기 위해 이슈로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낙후되고 소멸되는 지역을 발전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내놓은 경기북부특별자치도에 대한 기대효과도 사실 크지 않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 강원특별자치도, 세종특별자치시가 존재하고 있고 내년 1월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이러다가 충남특별자치도, 충북특별자치도, 경북특별자치도 등 모든 광역도가 자치도로 탈바꿈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역균형 발전과 지방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은 행정구역 개편에 있지 않다. 인구가 집중되는 곳에 사는 사람이 불편함이 없게 하는 것. 인구가 소멸되는 지역의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인구 집중지역은 초고층화하고 교통망과 편의시설 등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방 인구 소멸지역은 권역을 설정해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를 과밀화시키고 인구 소멸지역은 관광지, 휴양지, 스마트 농업 시설, 특화산업단지 등을 조성하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에 모여 사는 것은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이어지는 현상이다. 전국 모든 지역에 인구가 고르게 사는 것이 균형 발전이 아니다. 인구가 모여 사는 곳을 더 편리하게 하고 인구가 살지 않는 지역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지지대] 특별한 존재

얼마 전, 고등학교와 대학 직속 선배를 만났다. 자연스럽게 갖춰지는 예의랄까. 선배를 향한 예우에, 스윽 보이는 입가의 미소. 선배는 그런 필자의 모습이 좋았나 보다. 그러고는 슬쩍 건네는 라이터 하나. 다름 아닌 지포(ZIPPO)였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특별한 글귀와 일련번호. 앞면엔 ‘90th Anniversary Edition’이라는 글귀와 뒷면엔 한정판(limited Edition)을 상징하는 넘버링까지 돼 있었다. 지포 라이터 탄생 90주년을 맞아 출시된 ‘찐’ 리미티드 에디션이었다. “특별한 후배에게 어울릴 것 같아”라는 말과 함께. 왠지 모를 행복감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반가운 선배에 대한 당연한 예우였는데 말이다. 바야흐로 선거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내년 4월10일, 국민의 뜻을 받들어 대의 정치를 실현할 국회의원선거(22대 총선)가 예정돼 있다. 너도나도 그 주인공이 되겠다고 출사표를 던지며 정치의 세계로 뛰어들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의문점 하나. 주인공 역할이 본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말이다. 어찌 보면 국민의 선택을 받는 300명의 국회의원은 특별한 존재가 맞다. 그런데 그런 특별함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타인, 그리고 국민을 먼저 특별하게 생각하고 존중하는 자세가 수반될 때 ‘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그동안 살아온 이력만을 특별하게 대우받고 싶다면 일찌감치 선거판에서 사라지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본인들의 특별함만 내세워 정쟁의 끝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정치 아닌가. 지포 라이터에 새겨진 리미티드 에디션 넘버링처럼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특별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당리당략(黨利黨略)에만 빠져 현실 정치를 진흙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생각이라면 당장 정치의 세계에서 발을 뺄 것을 당부드린다. 아주 작은 라이터에 새겨진 의미부터 먼저 깨치고 오시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