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인한 취득세 감소에 따라 세수 확보에 나선다. 또 시는 지역 원·하청 업체의 상생을 위한 ‘상생결제’ 제도의 도입도 나선다. 김상길 시 재정기획관은 2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택 시장의 거래량 등이 조금씩 회복하고는 있지만, 취득세 감소로 인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는 현재 취득세 감소로 인한 세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체 지방세의 40%를 취득세가 차지하는 만큼 부동산 거래량과 집 값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김 재정기획관은 “국세청에서 발표한 자료를 기준으로 지난해 대비 전국적으로 36조4천억원이 덜 걷힌 상황”이라며 “다만, 과거 5년치 취득세 진도율이 51%이고, 올해 역시 같은 속도”라고 했다. 이어 “최근 부동산 거래량과 집값이 회복하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는 지방세 징수 현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하고, 체납 세금 징수를 위한 대책을 마련한다. 시는 ‘오메가 추적 징수반’과 ‘알파 민생체납정리반’ 등 체납 징수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시는 500만원 이상의 고액 체납자에 대해 추적 징수를 한다. 인천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고액체납자가 821명에 이른다. 앞서 시는 지난 4월 국세청과 합동 가택수색을 해 고액 체납자 2명에 대한 현금과 귀금속 등을 압류했다. 특히 시는 이달부터 용역 및 물품의 공공구매 업체에 대해 상생결제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상생결제는 거래기업이 납품대급을 결제일에 무사히 현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전자 대금 결제 제도이다. 시는 원청이 하청에 지급할 대금이 압류가 이뤄지지 않도록 전용 예치 계좌에 보관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을 통해 상생결제 상품을 가입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 재정기획관은 “상생결제 제도를 통해 경제위기 속에서 대금지급을 제때 받지 못하는 중소기업의 안전한 대금 지급 과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제도에 참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수익 및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인천시가 전국 최초로 조례 위반 정당 현수막을 철거(경기일보 7월14일자 1면)하고 있는 가운데, 정당 현수막 철거 조치가 전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는 27일 현행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정당 현수막 관련 조항을 폐지하기 위한 17개 시·도지사 공동결의문을 채택했다. 옥외광고물법 제8조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허가·신고와 금지·제한을 적용하지 않는다. 앞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 달 제56차 협의회 임시총회에서 이 같은 공동결의문을 제안했다. 협의회는 옥외광고물법이 정당 현수막에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폐지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협의회는 이에 중앙 정부가 옥외광고물법의 정당 현수막 특혜 조항이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헌법’에 위배함을 인식하고, 해당 조항을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의회는 또 해당 법 조항이 없어지기 전까지 행정안전부가 시행령을 통해 정당 현수막을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지자체 조례를 통해 정당 현수막의 게시 장소·기간·개수를 제한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협의회는 공동결의문을 정부 부처와 국회에 보내 옥외광고물법의 정당 현수막 관련 조항이 신속히 없어질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한편, 인천지역 군·구는 지난 12일부터 ‘인천시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 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에 따라 이를 위반한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고 있다. 이 조례는 정당 현수막을 지정 게시대에만 걸도록 규정하고, 국회의원이 게시할 수 있는 현수막 개수도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제적 삶의 지표는 비수도권 학생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삶의 질적 지표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경인지방통계청이 발표한 ‘2023 수도권 아동·청소년 웰빙(well-being)’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의 아동·청소년(0~17세) 인구는 352만8천명으로 수도권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보면 경기도가 14.9%로 가장 높았고, 인천(13.9%)과 서울(11.4%)이 뒤를 이었다. 이런 가운데 수도권의 아동·청소년들은 비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았는데, 이는 수도권의 학생들의 높은 사교육 참여율과 낮은 학교생활 만족도 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아동·청소년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0년을 제외하면 수도권이 비수도권보다 항상 아래였다. 지난 2020년에는 9.8%로 동일했지만, 이듬해 다시 수도권(8.6%)이 비수도권(11.2%)보다 낮아졌다. 하지만 같은 기간 수도권 청소년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비중’은 비수도권 청소년들보다 높았는데, 지난 2021년의 경우 수도권 청소년 중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응답한 학생은 39.7%로 비수도권 학생(37.9%)보다 많았다. 남학생(33.5%)보다 여학생(46.2%)이, 중학생(36.9%)보다 고등학생(42.6%)의 스트레스 인지도가 높았다. 이같이 수도권 학생들의 삶의 질적 지표가 저조한 이유는 수도권 학생들의 높은 사교육 참여율과 낮은 학교생활 만족도 등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수도권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은 지난 2019년 78.5%에서 2020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70.3%로 감소했지만, 지난해 82.3%로 다시 증가했다. 지난해 시도별 사교육 참여율은 서울(84.3%), 경기(82.1%), 인천(77.9%) 순이었다. 또 지난해 수도권 청소년의 학교생활 만족도는 48.5%로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50% 이하로 감소했다. 수도권 청소년의 학교생활 만족도가 비수도권보다 낮아진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인천 5·3민주항쟁이 37년만에 민주화 운동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국회의원(인천 서구갑)은 민주화운동 정의에 ‘인천 5·3민주항쟁’을 명시화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7일 밝혔다. 인천 5·3민주항쟁은 군부 독재정권을 무너뜨리고 대통령 직선제를 쟁취한, 1987년 6월 항쟁의 서막을 연 인천지역의 대표 민주화 운동이다. 김 의원은 당시 인천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인천 5·3민주항쟁을 이끌었던 당사자기도 하다. 김 의원은 21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1법안소위원장으로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공동발의부터 통과를 위해 다양한 입법 노력을 했다. 김 의원은 “본회의 통과로 인천 5·3민주항쟁이 37년만에 민주화운동으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고 했다. 이어 “인천 5·3민주항쟁의 역사와 발자취를 올바로 정립하고, 온전히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 5·3민주항쟁은 인천시민과 학생·노동운동 단체, 민주화운동단체 등 5만여명이 1986년 5월3일 군부독재 퇴진과 직선제 개헌, 민중생존권을 요구하며 경찰의 폭력 진압에 맞서 인천 곳곳에서 집회를 한 것이다. 이후 군부정권은 319명 연행, 129명 구속, 60명 수배 등 대대적인 민주화운동단체 소탕 작전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무리한 탄압은 부천서 성고문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으로 이어지며 1987년 6월 항쟁의 도화선이란 평가를 받는다.
인천지역 시민단체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연수구 송도국제도시 R2 부지를 두고 추진한 ‘K-POP 공연장 조성사업’에 대한 투명한 공개를 요구했다. 인천 YMCA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27일 성명서를 내고 “인천경제청이 송도 R2부지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제안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면서 “오피스텔 난립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이들은 “R2 부지를 제안공모 방식으로 추진하더라도 종전 논의한 업체와 ‘짜고 치는 고스톱’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오피스텔 난립 우려가 있다”며 “이는 인천경제청이 스스로 논란은 자초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선 7기 당시 밝힌 ‘특별계획구역’부터 현재 인천경제청장의 ‘1만가구’ 언급 과정의 내용을 모두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정복 시장이 소통과 공정을 강조한 만큼, 인천시와 인천경제청은 R2 사업 추진에 시민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투명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경제청은 송도 R2부지를 인천도시공사(iH)로부터 조성원가 등으로 사들여 오피스텔 약 1만 세대를 개발하고 이 수익으로 ‘K-POP(케이팝) 시티’를 추진하고자 했다. 이에 인천경제청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사업을 종전 논의한 수의계약 방식이 아닌 제안공모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인하대병원은 초진 환자가 각종 의료행정을 1번에 해결할 수 있는 ‘첫 방문센터’를 운영한다고 27일 밝혔다. 첫 방문센터는 특정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모든 진료과의 초진 환자를 대상으로 운영한다. 국내 의료기관 중에서는 인하대병원이 최초다. 인하대병원은 처음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게 진료상담부터 수납, 검사·진료예약, 외래회송까지 1번에 끝낼 수 있는 의료행정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수술이 필요하거나 중증도가 높은 환자에게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을 가동해 진료의사의 빠른 치료 결정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인하대병원은 이번 운영으로 초진 환자의 대기 시간과 불필요한 이동 과정을 줄여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협력 병원들과의 신속하고 간편한 의뢰 절차를 통해 더욱 원활한 진료 협력 및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센터 운영에 앞서 지난 19일 협력 병원 진료의뢰 책임자 초청 간담회 및 센터 현판식을 했다. 행사에는 다수 협력병원의 진료의뢰 담당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택 인하대병원장은 “인천 시민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첫 방문센터’ 운영을 시작한다”며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상급 종합병원과 1·2차 협력병원 간의 진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계기로 삼아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인이 가져야 할 진정한 리더십은 강요가 아닌, 신념을 통해 구성원들이 믿고 따라오게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은 27일 라마다 송도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 초청 강연회에서 “징기스칸과 링컨이 훌륭한 인물로 세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것은 강한 신념과 리더십이 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징기스칸은 힘이 없던 시절 다른 제국에 끌려갔던 자신의 아내가 적장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며 “하지만 10개로 나눠진 부족을 통합해야겠다는 신념이 있었기에 그 아이를 오히려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들은 할 수 없는 포용의 리더십을 자신의 부하들과 적들에게 보여준 것”이라며 “각 나라를 점령할 때마다 유능한 인재들이 그를 따랐던 이유도 바로 이런 포용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윤 의원은 또 “서양에서는 링컨이 올곧은 신념으로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 미국인들로부터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링컨은 불우한 가정 환경에 학업조차 마치지 못했지만 곧은 정치를 하겠다는 신념으로, 대통령까지 오른 인물”이라며 “대통령이 된 후에도 자신을 비방했던 정치인들을 요직에 앉히며 포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이 같은 신념을 통한 리더쉽은 기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의 리더가 막연하게 성공을 생각하는 게 아닌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보여주면 회사의 구성원들은 자연스럽게 리더를 믿고 따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대에게 ‘따라와’라고 강요하는 게 아닌 저절로 따라오게 만드는 것은 신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신념은 크면 클 수록 더 큰 리더십을 만든다”며 “모든 사람에게 신념이 있지만 크기에 따라 작은 경영인과 큰 경영인으로 성장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우뚝한 도봉산은 언제 봐도 기분이 좋다. 도봉산의 아름다운 풍광에 빠져 산이 훤히 바라보이는 언덕에 터를 마련해 화실을 짓고 그림을 그렸던 화가가 있었다. 의정부시 호원동에 자리 잡고 있는 백영수미술관은 도봉산을 사랑한 화가 백영수(1922~2018)가 1973년 손수 집을 짓고 화실로 사용하던 안말 터에 세운 하우스뮤지엄이다. 백영수·김명애 부부가 미술관 건립을 위해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며 설립한 비영리재단법인 (재)백영수미술문화재단이 2017년 백영수미술관을 개관한다. 2018년 1종 미술관으로 등록된 백영수미술관(관장 김명애)은 의정부시의 제1호 미술관이다. ■ 평생 동심을 일깨운 화가 미술관 새하얀 벽면에 백영수 화백이 창조한 모자상이 설치돼 있다. 엄마의 품에 안긴 아기처럼 미술관이 아늑하다. 자작나무 몇 그루 서 있는 마당에도 모자상 조각이 자리 잡고 있다. 기도와 예배를 드리는 ‘경당’과 화가의 손길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작업실에 들어서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짐작하시듯 미술관은 백영수 화백의 그림 속에 자주 등장하는 집의 형태를 모티브로 설계한 것입니다.” 호원동 화실에서 책의 삽화나 표지화를 그리던 시절이나 프랑스 빌라 슐 바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도 백영수가 일관되게 붙들었던 주제는 소년과 모자(母子)다. 현재 ‘소년’을 주제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구상 시인은 백영수를 이렇게 소개한다. “동심의 세계를 한평생 오롯이 그린 화가를 나는 알지 못합니다. 백영수 화백은 어린이 같은 순수한 마음으로 무한한 시공을 우러르며 살지 싶습니다. 그의 그림이 흐려진 우리의 마음에 신비한 샘물이 돼 맑게 할 것을 바라고 믿습니다.” 시인이 들려주는 말처럼 백영수의 그림은 우리의 흐린 눈과 탁한 마음을 씻어준다. 전시실에서 처음 마주하는 작품은 백 화백이 말년에 매달린 ‘창’을 주제로 한 여백 시리즈다. 붉은 벽에 작고 까만 창이 달려 있는 단순한 구도의 그림이다. 창 너머에 있는 ‘소년’을 만나려면 가슴을 열고 그림 앞으로 다가서야 한다. ■ 소년이 살아 있다 탁자 안에 바지도 입지 않은 벌거숭이 아이가 팔베개를 하고 누워 있다. 종이를 오린 것인데,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한다. 같은 포즈를 취한 소년이 등장하는 그림은 색감이나 구도가 한편의 동화 같다. 소년의 뒤편에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은 해와 달처럼 보인다. 꽃과 집은 거꾸로 그려져 있다. 새로 도배한 방 벽에 낙서했던 유년 시절의 기억을 그린 것으로 1998년 작품이다. 발가벗고 방안에 벌렁 드러누워 팔베개를 한 소년을 통해 어린 날의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린다. 키 큰 해바라기 사이에 한 소년이 서 있고, 그 뒤로 집과 개와 나무가 있다. 바탕의 밝은 주황색이 소년과 해바라기를 뚜렷하게 부각시킨다. 해바라기가 활짝 핀 여름날의 풍경을 떠올린다. 해바라기가 얼굴인 그림도 있다. 생각에 잠겨 앉아 있는 소년의 곁에 새가 한 마리 있다. 피리를 부는 두 소년과 주위에 모여드는 일곱 마리의 새와 여윈 개가 한 마리 있다. 무슨 까닭일까? 1975년 전후 그린 작품들은 하나같이 배경이 어둡다. 작은 연못가에서 피리를 불고 있는 소년 곁으로 새들이 다가온다. 소년의 그림자와 새 그림자가 연못에 또렷하게 비친다. 소년의 피리는 새를 불러 모으고 동무를 불러 모은다. 피리 부는 소년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느껴진다. 강렬하게 다가오는 ‘남과 여’(1975)는 구도부터 독특하다. 피리를 부는 남자 앞에서 여자는 새를 불러 모아 모이를 준다. 노란 바탕에 푸르스름한 색깔로 그려진 남자와 여자, 그리고 새가 무척 평화롭다. 수백마리의 송사리 떼가 한쪽 방향으로 헤엄치는 ‘송사리’(1969)의 선도 경쾌하다. 그러나 이 무렵 그려진 대부분의 작품은 사춘기 소년의 표정처럼 무겁고 우울하다. 진한 황토색으로 놀란 표정의 소년과 우짖는 새를 그린 ‘새와 소년’이 대표적이다.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공포정치를 펼친 1975년은 한국 정치의 암흑기였다. 이 그림에서 당시 대한민국의 암담한 정치 현실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1976년에 그린 ‘새’와 ‘새와 소년’ 그리고 1978년에 그린 ‘새’도 침울하긴 마찬가지다. 열 마리의 새들 중에서 한 마리만 날고 아홉 마리는 소년의 곁에 모여 있다. 하지만 피리를 부는 소년에 등장하는 새들과 달리 새들의 몸짓이 어수선하다. ‘새와 소년’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가족’(1978)에서 작가는 자신의 내면세계를 솔직하게 드러낸다. 오른편의 모자는 아내와 딸, 왼편에 떨어져 홀로 앉아 있는 사람은 백 화백 자신으로 보인다. 백영수 화백이 프랑스로 이주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생활고는 물론 자유를 억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했으리라. 320쇄를 돌파한 조세희의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표지화에서도 어두운 시대적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일까, 피리 부는 소년은 희망을 찾는 몸짓으로 읽힌다. ■ 창 너머에 있는 숨겨진 풍경 백영수 화백은 1922년 수원에서 태어나 두 살 때 일본에 건너가 오사카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한다. 1944년 귀국해 목포에서 미술교사로 재직하고 1946년에는 천경자 등과 함께 조선대학교에 국내 최초의 미술과를 설립한다. 1947년 서울에 정착해 전시회를 열어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리며 최초의 국전인 ‘조선종합미술전’ 심사위원과 ‘대한미술협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한다. 이 무렵 백영수는 수많은 책의 표지와 삽화를 그리고 많은 글을 썼는데, 광복과 6·25전쟁 시기 예술가와 작가들의 생활을 기록한 회고록 ‘성냥갑 속의 메시지’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구상, 서정주, 유치환 같은 시인들과 이중섭을 비롯한 화가, ‘보리밭’의 작곡가 윤용하 등 우리에게 익숙한 문인과 예술가들에 관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백영수가 프랑스행을 감행한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다. 1977년 프랑스로의 출국 전후에 그의 작품에 ‘모자상’이 등장하는 것이 주목된다. ‘어머니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을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여겼던 그에게 모자상은 평생의 화두로 자리 잡는다. 프랑스 파리에 간 백영수는 요미우리 아트센터의 전속계약 화가로 활동하며 파리와 밀라노 등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22번의 초대전 및 단체전, 살롱전 등에 100여차례 참여한다. 김명애 관장은 유럽에서의 생활을 이렇게 회상한다. “그림을 팔아 남프랑스 빌라 슐 바(Villars-sur-Var)에 별장을 갖고, 파리 근교와 노르망디에 아틀리에를 소유했으니 전업 작가로 성공했던 셈이지요. 그때가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백영수의 그림에는 가슴 뭉클한 사연이 많다. 반짝이는 별들로 화면을 가득 채운 ‘별’은 빌라 슐 바에서 별 보기를 좋아하는 아내를 위해 그린 작품이다. 추위에 떠는 아내를 위해 즉석에서 ‘해’를 그려 주기도 한다. 백영수는 어린아이 같은 천진함을 평생 유지한 특별한 화가였다. 박재용 학예연구사는 백영수 화백의 ‘선’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60여년을 같은 주제로 작업을 하면서도 세련된 선으로 그린 적이 없습니다. 화백님은 에너지를 매우 효율적으로 쏟아낸 작가였습니다.” 백영수미술관은 작고 아담하다. 규모가 작은 대신 공간의 구성이 튼실하다. 김 관장이 평소 매일 기도를 하는 ‘경당’과 백 화백이 생전에 그림을 그리던 화실을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것도 특별하다. 백 화백이 말년에 집중했던 주제가 바로 ‘창’이다. 푸른 바탕에 연두색으로 작은 창을 표현한 그림이 마음을 밝혀준다. 작은 창 너머에 넓고 자유로운 공간이 펼쳐져 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그 너머의 것도 보세요.” 미소를 머금은 은발의 화백이 관람객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것 같다. 푸른 도봉산 아래 따뜻하고 풍성한 이야기를 간직한 백영수미술관이 있다. 김준영(다사리행복평생교육학교)
성남 양영디지털고등학교가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를 대비하고 청소년들의 자율주행 및 3D 설계 역량 지원에 나선다. 27일 성남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양영디지털고는 성남형 미래교육의 일환으로 작년부터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자율동아리인 3D프린터 및 전기자동차 개발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에서는 자율주행기술에 대한 개념과 응용 분야에 대해 이해하고 전기자동차 차체 조립 및 설계, 자동차 기본 부품 출력 및 후가공 제작 및 실습 등의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작하고자 하는 물건 중 생활용품에서 자동차까지 기계설계 캐드 솔리드웍스를 사용해 실물 제작에 학생들이 흥미를 갖고 즐겁게 참여하고 있으며 참여 학생들은 전기자동차 개발 및 자율주행 모듈 개발에 더욱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기후위기를 대비한 기술 및 시제품 제작능력은 진로설계 및 미래역량을 키우는 활동으로 2년간 자율동아리 활동을 통해 미래 기후위기 대비 친환경 전기차 개발 및 3D 기계설계 기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강현숙 교사는 “동아리 학생들이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4차 산업 관련 미래역량을 키웠다”며 “작년부터 이어져 온 자율 동아리 활동으로 학생들이 기후위기에 대비하고 진로 관련 역량을 키우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정폭력 혐의로 임시조치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이를 어기고 부인에게 접근한 50대 남성이 체포됐다. 경기 광주경찰서는 가정폭력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보호처분 등 불이행죄) 혐의로 A씨를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임시조치 기간 중인 최근 2주 동안 부인이 거주하는 초월읍의 한 빌라에 머문 혐의다. 앞서 A씨는 이달 중순께 B씨를 폭행해 법원으로부터 오는 9월 중순까지 B씨에 대한 접근과 연락을 금지하는 임시조치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이를 무시하고 B씨에게 수차례 문자와 연락을 취했으며 최근 2주 동안은 아예 B씨의 집에 머물렀다. B씨는 딸의 집으로 피신한 상태에서 이날 오전 7시18분께 “접근금지 조치된 남편이 2주 동안 집에서 나가지 않고 있다”며 112에 신고했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지만 A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B씨로부터 현관문 비밀번호를 확보한 경찰이 재차 현장을 찾았을 때 A씨는 현관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A씨는 “오늘 잠시 옷가지를 챙기러 들렀다”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지만 경찰은 A씨의 휴대전화를 확인해 그동안 A씨가 수차례 B씨에게 연락한 정황을 포착하고 그를 현행범 체포했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실제 얼마 기간 동안 B씨 집에서 지냈는지 등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