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베란다에서 지나가는 여성들과 초등학생들을 바라보며 몹쓸 짓을 한 70대 남성이 체포됐다. 부천오정경찰서는 공연음란 혐의로 A씨를 입건할 예정이라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오후 2시30분께 부천시 성오로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거리를 지나가는 여성들과 아이들을 보며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주요 부위를 만진 혐의다. A씨의 집 인근에는 초등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A씨는 이를 목격한 시민이 인근 지구대를 방문, 자신이 찍어 놓은 영상을 제출해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이 영상을 토대로 A씨를 특정했다. A씨는 당초 혐의를 부인했지만 경찰이 증거영상을 내밀자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은 인근 주민들의 증언을 수집한 결과, A씨가 상습적으로 이같은 행위를 한 것으로 보고 여죄를 조사 중이다.
경기도가 지방세 3천만원 이상 고액 체납자 중 해외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도피할 우려가 있는 고질·악성 체납자 304명에 대해 법무부에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이들의 체납액은 총 422억원에 이르며 최대 6개월간 해외 출국이 금지된다. 16일 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해 7월부터 31개 시·군과 합동으로 지방세 3천만원 이상 체납자 8천190명을 대상으로 유효여권 소지여부, 외화거래내역, 출입국사실 및 생활 실태 등을 전수 조사하고, 최종 출국금지 명단을 확정했다. 지방세징수법과 출입국관리법을 보면 도지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3천만원 이상 지방세를 체납한 자 가운데 국외 출입 횟수가 3회 이상이거나 국외 체류 일수가 6개월 이상인 자 등에 대해 시장·군수의 요청을 받아 출국금지(내국인 6개월, 외국인 3개월)를 요청할 수 있다. 이날 도가 공개한 주요 사례를 보면, 체납자 A씨는 전직 유명 스포츠선수로 지방소득세 4천800만원을 체납했음에도 상습적으로 분납 약속을 어기고 해외를 드나들면서 네 차례에 걸쳐 해외로 외화를 송금한 사실이 확인돼 출국금지 명단에 포함됐다. 체납자 B씨는 부동산 분양·매매업을 하다 폐업 후 2013년부터 지방소득세 등 약 27억9천만원을 체납했다. B씨는 배우자와 자녀들이 3년 이상 해외에 체류 중이고 조세 부과 전 오피스텔 3채를 매매한 정황이 있어 해외 도피 방지를 위해 출국금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체납자 C씨는 지방소득세 6억5천만원을 체납한 자로 국세 포탈로 장기간 구속 수감돼 출소 후 생계 곤란을 호소했다. 그러나 가택수색을 한 결과 자택에서 현금 4천만원과 귀금속이 나왔으며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체납자를 제외한 가족 모두가 빈번하게 해외를 드나드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나 출국금지 됐다. 류영용 도 조세정의과장은 “민생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납세의무를 외면하고 윤택한 생활을 누리는 체납자들을 엄중히 추적해 대다수 성실 납세자들이 박탈감을 갖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출국의 자유가 헌법상 자유인 거주·이전의 자유의 한 부분을 이루는 만큼 해제 요건 대상자에 대해서는 공정한 법적·행정적 검토를 통해 부당한 기본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도는 코로나19 방역 완화에 따라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납부 능력이 있음에도 국외여행을 하거나 자녀를 유학시키는 체납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출국금지 조치를 확대하고, 이미 출국한 체납자에 대해서도 주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입국 즉시 신속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인터넷 방송을 통해 알게 된 지인을 흉기로 찌른 60대 남성이 붙잡혔다. 안산상록경찰서는 살인미수 혐의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지난 14일 상록구 일동 자신의 주거지에서 30대 남성 B씨의 좌측 턱에 흉기를 휘두른 혐의다. 출동한 경찰은 흉기를 들고 있는 A씨를 현장에서 제압한 뒤 체포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A씨와 B씨는 인터넷 방송을 하다가 알게 된 사이로, 이날 B씨는 A씨와 함께 사는 C씨의 짐을 빼기 위해 A씨의 집을 찾아갔던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A씨는 이달 초 B씨 일행과 술을 마시던 중 다툼을 벌였고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B씨를 보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시간대 경부고속도로에서 4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16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2시10분께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서울요금소(TG) 인근 도로에서 버스와 덤프트럭 등이 얽힌 4중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기사 1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버스와 덤프트럭 간 발생한 1차 추돌 사고 후 뒤따라 달려오던 18t 화물차가 정차한 덤프트럭을 들이 받으면서 2차 사고로 이어졌다. 이후 덤프트럭이 중앙 분리대 쪽으로 튕겨 나가면서 1차로를 주행하던 벤츠 승용차가 충돌하는 사고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버스 기사가 숨지고 18t 화물차 기사가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또 덤프트럭 기사와 벤츠 승용차 운전자 등 2명도 부상을 입었다. 버스에는 승객이 없어 추가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도로 결빙으로 인한 사고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일본에서는 2010년대 일이었다. 최고령이라던 가토 소겐(加藤宗現)씨가 발견됐다. 30년 전에 사망한 백골 상태로 집에 있었다. 연금 수령을 노린 유가족들의 짓이었다. 놀란 일본 정부가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도쿄 최고령 113세 할머니, 후쿠시마현 102세 할머니 등 300여건이 확인됐다. 이른바 ‘백골연금’이라 불린 허위 생존이다. 장수대국 일본의 자부심이 무너졌다. 노인연금 정책의 근간이 흔들렸다. 그 비극이 한국에 왔다. 인천의 한 빌라에서 여성의 시신이 발견됐다. 79세 여성인데 사망한 지 2년4개월 됐다. 숨진 여성의 딸(47)이 방치해 오고 있었다. 목적은 연금 수령이다. ‘2020년 8월 엄마가 사망했다’는 메모가 발견됐다. 그후 매월 30만원씩 28회 연금을 받았다. 관할 구청의 방문 조사는 없었다. 홀몸 어르신이 아니라고 봐서다. 방문 관리 등이 요구되는 사례 관리 대상은 장애인 또는 기초생활수급자다. 딸의 행위는 심각한 범죄다. 경찰이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알고 가야 할 뒷얘기는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역할이다. 숨진 여성은 지난해 4분기 수급권 확인 조사 대상이었다. ‘부정수급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대상자’를 추려 조사하는 절차다. 지난해 6만7천여명이 대상이었다. 공단이 숨진 여성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기록 등을 봤다. 70세 이상 고령인데도 2년간 진료 기록이 없었다. 이를 이상하게 여겨 외부 가족 등에게 탐문을 했고 결국 현장이 확인된 것이다. 시의적절한 조사와 조치였다고 평가한다. 문제는 이게 시작이라는 점이다. 5년 전이던 2018년, 이미 이런 분석이 있었다. 사망 후 서류로만 살아 있는 ‘유령 국민’이다. 2016년 기준으로 연간 4%에 이르고 있다. 공식 통계가 이 정도다. 실제는 더 높았다. 고려대 연구팀 조사 결과는 8%를 넘고 있다. 사망 후 한 달을 넘기면 지연 신고다. 1년 이상 지연 신고율이 중요한데, 이 역시 당시 연평균 3.2%를 넘기고 있었다. 신고 1개월 초과 과태료 5만원 대신 돌아갈 복지 혜택이 수백만원이다. 현금 복지와 가난이 맞물리는 필연이다. 유혹은 현실이고 시도는 세태다. 그 현상이 목격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쯤에서 작동될 사회적 논의가 있다. 십수년 전 일본은 이런 걸 했다. 노인 안부 확인 정례화, 연금 수급 시스템 개혁.... 그때 제일 선행한 조치가 전(全) 일본 지자체의 ‘백골연금’ 실태 조사였다. 그리고 그 결과의 적나라한 공개였다. 우리도 그렇게 해야 한다. ‘백골연금’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더라도 다 밝혀야 한다. 그래야 우리에게 맞는 대책이 나온다. 우리에게 맞는 확인 방법, 우리에게 맞는 수급 방식, 그리고 우리에게 맞는 사망신고제도 개선까지.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이 지난달 국회에서 통과된 2023년도 예산안에 ‘경기남부국제공항 사전타당성 용역’으로 2억원이 책정됨으로써 추진에 물꼬를 트게 됐다. 따라서 국토교통부는 공항시설법을 기반으로 한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2021~2025년)의 후속 조치로 경기남부국제공항의 사업성을 조사할 전망이다. 이런 절차를 거쳐 경기 남부국제공항의 사업성이 나올 경우 국토교통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밟을 것이며, 예타 통과 시 경기 남부지역에는 공항 신설이 유력해진다. 이미 2021년 9월 국토부는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안에 ‘경기남부 민간공항’을 명시한 채 이를 확정, 발표한 바 있기 때문에 경기국제공항은 수원특례시를 비롯한 경기 남부지역의 발전을 견인하게 될 것이다. 경기국제공항 건설 문제는 지난해 실시된 대통령선거는 물론 국회의원선거, 지방선거에서 단골 메뉴와 같이 각 정당과 후보자들이 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 공약집에 우선순위가 됐을 정도로 관심이 많은 지역 현안이다. 특히 경기국제공항은 수원군공항 이전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이다. 즉, 경기국제공항이 대구통합신공항처럼 군과 민간 통합 형태로 건설될 수 있으며, 이에 건설비용 절감, 효용성 문제 등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본보에서 수차례 지적했고 본보(1월13일자) ‘경기이슈&현장을 가다’에서도 주장된 바와 같이 경기남부공항의 조속한 건설은 불가피하다. 인천국제공항이 오는 2040년에는 수용 부족 규모가 무려 386만명으로 측정되며, 김포국제공항 역시 2040년에는 139만명의 수용 부족이 측정되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의 공항 포화 해결이 시급한 과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 같은 국내 굴지의 반도체 산업뿐만 아니라 첨단 산업 활성화를 위한 항공 운송 수단의 확보는 필수적이다. 지난 2021년 아주대 산업협력단 등이 수행한 ‘경기남부국제공항 항공 수요 분석 용역’에서도 경제성 효과가 충분한 것으로 조사, 발표됐다. 윤석열 대통령도 당선인 시절, 수원군공항 이전 문제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으며, 경기도는 지난해 말 경기국제공항추진단을 설치, 공항건설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제공항 건설을 핵심공약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수원특례시 역시 마찬가지다. 더구나 최근에는 화성지역 시민단체와 대학들도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어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상당한 탄력을 받고 있다. 경기도는 수원특례시, 화성시는 물론 중앙정부와 적극 협력해 경기 남부지역의 항공 수요 충족과 경제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경기국제공항 건설 계획의 조속한 확정에 진력해야 한다.
문화산업은 순수예술과 대중예술(대중문화) 관련 산업을 아우르는 ‘빅 키워드’다. 그러나 이미 20세기 중반부터 문화산업은 하나의 사회적 현상으로 본격적으로 다뤄진 측면이 있다. 독점 자본주의하에서 문화예술은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산업으로서 존재한다는 논의가 대두됐던 것이다. 독일의 저명한 사상가이자 사회철학자인 아도르노가 ‘문화산업’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것도 이때였다. 문화산업은 그것이 대중에게 미친 긍정적, 부정적 영향 등 학문적 논의와는 별개로 산업적으로 성장을 거듭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국가경제의 주요한 한 축이 됐음은 부인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문화산업을 본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김대중 정부부터 현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30년이 훨씬 넘도록 문화예술을 산업적으로 발전시키려는 데 재정과 인력을 쏟아부었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로 ‘K콘텐츠의 지속 가능한 발전과 공정한 산업생태계 구축’을 제시하고 있을 정도다. 역대 정부의 이러한 물량 공세 시도는 일정 부분 효과를 발휘했다고 본다. 대중예술 산업을 비롯한 문화산업 전체 규모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특히 게임과 웹툰 등 온라인 기반의 문화콘텐츠는 비약적 성장이 이어지는 추세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춤하긴 했으나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등도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인기를 누리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성적표를 놓고 본다면 문화산업 분야 종사자들도 자부심을 느껴야 하고 문화산업 시장에 새로 진입하려는 인재들로 북적이는 게 정상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이 최근 ‘이승기 사태’에서 확인된 것은 아이러니다. ‘이승기 사태’는 표면적으로는 배우 겸 가수 이승기와 소속사 간의 음원 정산 분쟁이 원인이지만 본질은 불공정한 문화산업 생태계로 봐야 한다. 스타급 연예인인 이승기에 대한 소속사의 인식이 이 정도인데 일반 대중예술인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을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연예기획사 등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거나, 휴일근로수당도 미지급한 사례가 43건이나 적발된 것은 양적 성장에 치중한 문화산업의 어두운 그늘이다. 음원 수익금 정산을 둘러싼 ‘이승기 사태’의 진실 공방은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다. 관건은 ‘이승기 사태’가 마지막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산업의 규모의 성장 못지않게 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숱한 부작용과 허점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방안을 정부가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 소속사와 예술인 사이에 형성된 위계적 관계를 대폭 개선하거나 계약서 관련 조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의 법령 정비 등이 그 시발점이 될 것이다.
테슬라는 중국에서 차 가격을 최대 13.5% 낮췄다. 지난해 10월에 이어 약 석 달 만에 중국 시장 차 가격을 또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왜 테슬라는 신차의 가격을 낮췄을까? 전기차가 이미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진입했고, 이제는 테슬라가 치킨게임을 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치킨게임이란 시장 1위의 기업이 후발주자를 따돌리려고 가격을 낮춰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행위다. 시장 1위 기업은 잉여 현금도 있고 기술도 앞서고 고객의 브랜드 인지도도 있다. 따라서 설비를 늘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그를 기반으로 원가를 최대한 낮춘다면 이제 시장에 막 뛰어드는 후발주자들이 적자를 견디다 못해 결국 파산한다. 지금 전기차 시장 중 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는 전기차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다. 중국에서 보조금을 주면서 전기차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전기차가 만들기 쉬운 만큼 전기차를 만들어 팔면 정부 보조금이 기업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올해부터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이 없어진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으로 시작된 미국 연준발 고금리 시대가 시작됐다. 자금과 기술력,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기업은 바로 도태된다. 따라서 이제 치킨게임을 하기 딱 좋은 시대가 열린 것이다. 테슬라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현재 전기차의 연간 판매량이 1천만대에 못 미친다. 1천만대가 중요한 이유는 내연기관차 연간 판매량이 9천500만대에서 1억대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연기관차가 전부 전기차로 바뀐다고 가정한다면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0% 정도 되는 지점이 바로 1천만대이기 때문이다. 시그모이드 곡선에 의하면 10%까지는 모든 전기차 브랜드가 오른다. 그러나 10%를 상회하는 순간부터는 주도 기업이 나타나며 급격히 전기차로 대체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주가는 반대로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유는 치킨게임 때문이다. 전기차 점유율 상위 3~5개의 과점 기업이 후발주자들을 죽이려고 가격은 내리고 성능은 높이기 때문에 할인 판매와 대대적인 설비 투자, 연구개발(R&D) 투자가 이어질 것이다.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장밋빛 미래보다는 철저한 실적과 시장 점유율로 주가가 오르내릴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1천만대도 안 되는 상황에서 시작됐다. 그렇다면 치킨게임에서 전기차 기업으로서 가장 위험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익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치킨게임은 대부분 이익률이 높은 기업이 시작한다. 그래야 설비투자를 선제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치킨게임이 길어질수록 이익률의 대부분을 재투자에 써야 한다. 재투자는 설비투자, R&D 비용 등을 말한다. 그러나 경쟁이 치열해지는데 높은 이익률을 재투자에 쏟다가 어느 순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익률이 확 떨어지면 기대치가 꺾이면서 주가는 고꾸라진다. 결론적으로 성장은 가치를 파괴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고 가치를 창출하면서 하는 성장이 있다. 전자는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성장이고 후자는 치킨게임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하는 성장이다.
특정 분야에서 상급자가 되는 것이 ‘출세’라고 생각하세요? 남에게 칭송받고 높은 직책을 누리는 것이 ‘명예’라고 생각하세요? 마음대로 쓸 만큼 재산을 모으는 것이 ‘재물’이 풍족하다고 생각하세요? 이런 물음에 ‘그럼, 물론이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아닌 것 같다,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문구는 해인사가 ‘진정한 출세(出世)’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자며 고시 준비생을 위한 잡지 ‘고시계’ 2023년 1월호에 낸 광고다. ‘가야산 해인사’라고 적힌 일주문 사진을 배경으로 한 글에는 ‘생로병사를 겪는 인생의 본질과 의미를 알고 세상사의 부질 없는 탐욕을 벗어나 자유와 자비의 삶을 사는 출가인이 진정한 출세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가야산 해인사로 오십시오’라는 문장이 적힌 이 광고는 해인사가 출가를 권유하기 위한 것이다. 고시계란 잡지에 낸 것은, 고시생과 사찰의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예전엔 고시 준비를 위해 속세의 유혹을 끊고 공부에 전념하기 위해 절에 머물렀던 고시생들이 많았다. 해인사가 출가자 모집 광고를 낼 정도로 출가자가 급감했다. 지난해 조계종 출가자는 61명이다. 1999년 532명에 이르렀으나 급격히 줄고 있다. 요즘은 사찰에서 ‘행자는 천연기념물’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승가대학에선 학생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조계종은 2017년 12월 처음으로 ‘출가자 구인 광고’를 낸 바 있다. 한 해 출가자가 100명 이하로 줄어들지 모르는 위기감에 내놓은 응급처방인데 이미 두 자릿수가 됐다. 당시 조계종은 ‘내 생에 가장 빛나는 선택, 출가’라는 포스터를 제작해 홍보에 나섰고, 주거나 의료, 교육과 함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도 제공한다고 했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는 불교계에도 불고 있다. 오전 3시에 눈을 떠 4시 예불을 시작으로 정진하고 또 정진해야 하는 엄격한 수행 생활을 받아들일 사람도 거의 없다. 불교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주목된다. 해인사의 출가자 모집 광고를 보면서, 세상에 태어난 ‘출세(出世)’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인생은 탄생과 죽음 사이의 반복되는 선택이다(Life is C(choice) between B(birth) and D(death).” 철학자 사르트르의 말이다. 나 역시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며 사람들과 대화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아, 그때 뭐 할걸’이다. 자신이 내린 선택에 만족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연초가 되면 작년 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고 새로운 답을 찾고자 노력한다. 그런데 문득 ‘선택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마다 주어진 소중한 삶과 인생인데 우리는 왜 맹목적으로 같은 성공을 추구하고, 같은 길을 걸어 가려 하고 있을까? 이런 생각에 머물면서 나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선택하며 인생을 살아가게 됐다. 비로소 이제야 정말로 내가 원하는 페이지로 내 삶이란 책이 채워지는 것 같았다. 최근에도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삶의 큰 변화를 줄 선택을 했다. 그동안 살아온 내 삶과 부딪치는 부분도 많았지만 이 선택은 분명히 내 삶에 활력을 주었고, 새로운 시야를 얻게 하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반드시 힘든 선택이 더 나은 결과 혹은 과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 한 유명 강사의 강의를 우연히 접했다. 주제는 ‘선택’이었다. ‘사람에게 좋은 보상을 주는 선택은 대부분 어렵고 힘들지만 반대로 나쁜 보상을 주는 선택은 쉽고 재밌다’는 내용이 요지였다. 처음 들을 때는 정말로 맞는 말이라고 공감했다. 그러나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어떨까? 예를 들어 감기가 심하게 걸렸는데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보자. 몸이 아프면 아플수록, 운동이 힘들면 힘들수록 ‘어려운 선택’이다. 그러나 그 선택이 더 어렵고 힘들다고 우리에게 유익을 가져다 주진 않는다. 오히려 심하게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세상에 모든 나쁜 일은 쉽지 않다. 또 쉽고 빠르다고 나쁜 일은 아니다. 강도에게는 사람을 죽이고 돈을 빼앗는 일이 쉬운 일일 수 있다. 성직자에게는 사람을 돕는 일이 쉬운 일이다. 선택에 옳은 길이 있다고 믿는 함정에 빠지지 말자. 거기에 더해 성공과 실패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해본다. 미국 버지니아공대의 비즈니스스쿨인 팸플린경영대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인은 하루에 몇초에 한 번꼴로 선택을 내리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 모든 선택에 옳은 정답이 있을까? 하루를 다시 살아도 완벽하게 선택할 수 있을까?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옳은 선택,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정의한 성공에 대한 부담감을 모두 내려놓자. 다만 나를 위한 좋은 선택, 결과보다는 과정이 행복한 새로운 선택을 내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