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상설전, 국제전까지…올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누리는 예술의 즐거움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이 올해 다양한 전시로 한국미술의 지평을 넓히며 세계속으로 확장한다. 한국미술의 대표작으로 구성한 대규모 상설전으로 미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광복 80주년을 맞아 시대의 사회적 의제를 다룬 주제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시대 국내 작가들이 작품을 제작하고 발표하는 전시도 예정됐다. 올 한해 미술의 기초부터 한국 미술사의 맥락과 깊이를 알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나들이는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는 오는 5월부터 소장품을 활용한 상설전 ‘한국미술 1900~1960’을 선보인다. 김기창, 박수근, 이중섭, 장욱진 등 근현대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70여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전통미술의 변화와 서양화의 도입, 해방과 전후 시기의 미술을 살펴볼 수 있다. 오지호(1905~1982), 이중섭(1916~1956) 등 특별 섹션을 통해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층적으로 살펴보고 이들이 모색하고자 했던 삶 속 예술의 의미를 면밀히 찾아 나선다. 6월부터는 상설전 ‘한국미술 1960~1990’이 이어진다. 앞서 선보인 1960년대까지의 한국 미술에 이어 김환기, 민정기, 유영국 등 90여명 작가의 작품을 통해 1960년대에서 1980년대 후반까지 여러 양상으로 분화했던 한국현대미술의 흐름을 살핀다. ‘대한민국 미술전람회(국전) 수상작’, ‘모더니스트 여성 미술가들’ 등의 소주제를 통해 미술사 맥락에서 놓치기 쉬운 작가들의 작업을 재조명한다. 김환기(1913~1974), 윤형근(1928~2007) 등 작가의 특별 섹션도 마련돼 이들의 예술세계를 온전히 몰입해 감상할 수 있다. 소장품을 입체적으로 펼쳐보이는 ‘기획전’도 마련된다. 5월부터 8월까지 개최되는 ‘아더랜드 Ⅱ: 와엘 샤키, 아크람 자타리’는 해외 뉴미디어 소장품을 소개하는 전시로, 중동 출신의 와엘 샤키와 아크람 자타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중동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반으로 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은 자신만의 아더랜드를 탐색하게 된다. 10월부터 내년 2월엔 ‘국제현대미술’전이 열려 20세기 이후 유럽, 미국, 아시아 등 국제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을 조망한다. 국제현대미술 소장품 중 50여점의 대표작을 감상할 수 있다. 서울관에선 5월부터 상설전 ‘한국현대미술’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대에서 2010년대에 이르는 대표 소장품 80여점을 선별해 추상과 전위, 사물·시간·신체, 형상성과 현실주의, 다원화와 글로벌리즘 등의 소주제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과 변화를 입체적으로 살핀다. 4~7월엔 프랑스 까르띠에 현대미술재단과 공동주최하는 ‘론 뮤익’에선 시각예술의 현재를 만날 수 있다. 호주 태생의 하이퍼리얼리즘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첫 개인전으로, 론 뮤익의 대표작 10점과 시각예술가 고티에 드블롱드의 사진과 다큐멘터리 영상 등 총 30여 점을 선보인다. 5~7월엔 장애가 있는 몸, 나이 든 몸, 아픈 몸 등 다양한 몸을 통해 사회적 의제를 다룬 기획전 ‘기울인 몸들: 서로의 취약함이 만날 때’를 만날 수 있다. ‘취약한 몸’에 대한 통념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미적 실천들을 제시하면서 다른 몸을 환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전시다. 동시대를 함께하는 취약한 이들, 이들을 어떻게 우리는 환대할 수 있을지 예술을 통해 둘러보게 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덕수궁관에선 8월부터 3개월간 기념전 ‘향수, 고향을 그리다’가 열린다. 일제강점기 국토의 상실과 재발견, 분단과 전쟁으로 인한 이산, 폐허에서의 생존, 재건의 희망이 새겨진 이 땅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전시는 근대 산수에서 풍경화로 변모하는 근현대미술의 양식적 흐름을 중심으로 ‘노스탤지어’를 표상하는 작품들을 타향, 애향, 실향, 망향이라는 네 개의 시선으로 살펴볼 예정이다.

“조명에서 주권을 읽다”…‘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전

전기가 들어오고, 조명이 어둠을 밝게 비춘다. 격동의 시기, 주권국가로서의 주체성을 띠고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한 의지는 시대를 밝히고 있었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가 덕수궁 돈덕전에서 오는 3월 3일까지 개최하는 ‘모던라이트, 대한제국 황실 조명’ 특별 전시에서는 개항 이후 전기를 도입하고 덕수궁에 근대 조명기구를 설치해 근대국가의 면모를 갖추고자 했던 대한제국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을 비롯한 궁궐 내외에 설치됐던 장식등(샹들리에), 서양식 촛대 등 근대 조명기구 100여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특히 대한제국 국가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장식으로 한 샹들리에는 1904년경 돈덕전 건립 당시 접견실 회랑에 설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로, 이번 전시를 계기로 100여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됐다. 덕수궁에 지어진 건물들은 조명기구를 비롯한 내부 인테리어가 함께 고려돼 대한제국을 둘러싼 정세 전환 과정과 황실이 추구했던 시대상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1부 ‘대한제국, 빛의 세계로 들어서다’에서는 덕수궁에 전등 설비가 마련되기까지 전기에 대한 인식 변화와 전기의 도입 과정을 연대기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1883년 미국에 다녀온 보빙사는 첨단 과학기술인 전기를 접하고, 조선 정부에 국내 전기 도입을 제안했다. 고종은 전기를 국가 발전의 중요한 요소로 인식해 이를 적극 추진했다. 1887년 미국 에디슨전등회사와 계약하며 경복궁 건청궁에 우리나라 최초의 전등이 불을 밝혔다. 이후 각 궁궐에 최신 전기 설비가 도입됐다. 1898년에는 황실 출자기업 한성전기회사가 설립돼 궁궐 내 전등 보급이 이어졌다. 대한제국이 근대 개혁의 상징으로 인식됐던 전기를 도입하며 빛의 세계로 들어서는 순간이다. 2부 ‘근대의 빛이 피어나다’에서는 왕의 어진을 봉안하거나 그리는 장소였던 정관헌과 황실의 도서관이던 중명전, 그리고 돈덕전까지 정치와 외교의 중심 무대였던 덕수궁의 서양식 건축물과 전등을 다뤘다. 덕수궁이 황궁으로 정비되면서 1901년부터 전기가 들어오기 시작했고, 2년 후 황궁 내 독립된 발전설비가 마련됐다. 근대 전환기 정치외교의 중심 무대로써 세계 여러 나라와 동등하게 교류하고자 지어진 구성헌, 정관헌 등의 서양식 건축물에는 건립 단계부터 전등 설비가 갖춰졌다. 덕수궁에는 500개 이상의 전등이 사용될 만큼 다채로운 전등 기구가 유입됐다. 외교의례를 거행하고자 마련된 전각 내부에는 입식의 서양 가구와 커튼, 화려한 샹들리에 등이 채워졌다. 특히 외국 공사의 접견과 황실 행사에 활용된 돈덕전에는 국가와 황실의 상징 문양인 이화문을 넣은 샹들리에를 장식해 세계와 동등하게 교류하는 주권 국가로 발돋움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3부 ‘황실을 밝히다’에서는 덕수궁 내 서양식 건물인 석조전의 실내 장식과 공간별 특성에 맞춰 다양하게 사용된 영국과 미국산 수입 조명기구 유물을 만날 수 있다. 4부 ‘이화문, 궁궐에서 빛나다’에서는 황실이 창덕궁으로 옮겨간 이후 ‘이화문 유리 등갓’ 등 덕수궁의 조명기구를 만날 수 있다. 별도로 마련된 실감 영상실에서 새로운 빛을 통해 근대의 세계로 진입한 대한제국의 화려한 빛을 현대기술로 감상해 보는 것은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베토벤·드보르자크로 여는 신년음악회

함신익과 심포니 송은 오는 10일 오후 7시30분 롯데콘서트홀에서 2025 신년음악회를 선보인다. 신년음악회는 베토벤과 드보르자크 곡들로 채워진다. 첫 문을 여는 곡은 베토벤의 초기 오케스트라 음악 중 하나인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다. 고전적 아름다움과 에너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명곡으로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인간 창조의 기쁨과 희망을 담고 있다. 연주를 통해 참된 인간의 모습인 자유롭고 기쁜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드보르자크의 곡은 국내외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첼리스트 김민지와 협연무대가 펼쳐진다. 드보르자크의 첼로 협주곡은 첼로 레퍼토리의 정수로 꼽힌다. 깊은 감정과 웅장한 멜로디가 특징이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첼리스트 김민지가 전하는 드보르자크의 풍부한 감성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2부에 펼쳐질 곡은 베토벤 교향곡 제 5번이다. 대중에게 ‘운명’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고전 중 가장 유명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강렬한 첫 주제는 우리네 인생의 도전과 극복을 음악적 긴장감과 감동으로 표현한다. 함신익과 심포니 송 관계자는 “2025 신년음악회는 어느 때보다 더 훌륭한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새해의 시작을 함신익과 심포니 송의 무대와 함께하며, 가슴 벅찬 희망과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의 영감을 얻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땀 실로 엮은 담담한 바람…갤러리 베누스, 김순철 작가 초대전 ‘About wish’

거친 닥나무 껍질을 물에 불리고 다듬어 한지라는 소재를 만든다. 겹겹이 쌓아 올린 한지 위에 한땀 한땀 바느질을 한다. 힘을 가해 송곳으로 구멍을 뚫고, 구멍을 통해 화면의 앞과 뒤를 왕래하며 실을 쌓아간다. 하남에 위치한 갤러리 베누스에선 오는 1월 2일부터 바느질로 시간을 빚고 그 안에 담담한 일상의 바람을 눌러 담은 김순철 작가 초대전 ‘About wish’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지에 면실로 바느질하여 실(絲)을 오브제로 한 회화 작품 30여점을 만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전통을 재해석 한다. 닥나무 껍질을 다듬어 제작한 요철감 있는 한지 위에 자수의 기법을 접목하며 자신만의 예술 영역을 구축해 오고 있다. 황금빛으로 쌓아 올린 도자기는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가로지르고 중앙에서부터 뻗어나가는 색색의 꽃은 에너지와 생명력을 내뿜는다. 김영순 평론가는 “자기주장이 강한 한지의 물성은 자유로운 표현을 욕망하는 작가들에게 극복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체험됐다”며 김순철은 그러한 부담을 기꺼이 받아들였다고 평했다. 작가는 오랜 작업 과정의 의미가 자신을 비워내고자 하는 내면과의 소통이라고 말한다. 한지 위에 바느질, 고단하게 반복되는 되새김질은 수많은 생각을 동반하고, 그 시간보다 더 길고 깊은 스스로의 잠행(潛行)에 들게 한다는 것. 한 땀 한 땀 이어지는 행위의 흔적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짧고 깊은 호흡이며 무의식에 감춰지거나 억눌린 상처의 기억들이다. 느릿한 시간은 치유(治癒)와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작가는 자신의 노동과 내면에 집중한다. 그에게 바느질 행위의 매개인 실은 스스로와의 소통이자 타자와의 연결 통로이며 끊어진 것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그는 “화면의 전면과 뒷면을 분주히 왕래하며 쌓여가는 실의 집적은 내면 또는 주변과 소통하며 삶을 이어주는 생명과도 같은 시간의 축적으로 이해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오랜 작업 과정을 통해 겹겹이 쌓아 올린 실은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으로 전진한다.

천 개의 얼굴 가진 ‘뱀’ 조명…국립민속박물관, 을사년 특별전 ‘만사형통’

국립민속박물관이 을사년 뱀띠 해를 맞아 오는 3월3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만사형통’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아프리카 바가족의 신줏단지, 스리랑카 지역의 뱀이 조각된 가면,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캘린더 스톤 등 최초로 공개한 뱀 관련 세계민속 자료도 만날 수 있다. 1부 ‘총명한 뱀’에서는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이 갖는 문화적 의미를 소개한다. 십이지신 중 하나인 뱀의 모습이 담긴 그림, 우표, 공예품에서 지혜를 상징했던 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십이지 개념은 민간에 퍼지며 시간과 방위를 나타내는 일상 용품에 활용됐다. 남남동쪽을 가리키며 오전 9~11시를 가리켰던 뱀은 해시계, 나침반, 생활용품에 담겼다. 2부 ‘두려운 뱀’에서는 뱀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뱀을 피하고자 했던 인간의 지혜를 조명한다. 뱀은 주로 어리석은 인간을 경고하거나 벌을 주는 존재로 인식됐다. 이에 ‘시왕도(十王圖)’, ‘게발도(揭鉢圖)’ 같은 그림에서는 뱀에게 심판받는 인간의 모습이 보인다. 향으로 뱀을 쫓았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담긴 ‘향갑 노리개’, 불을 붙여 뱀을 쫓았던 ‘미심’ 등의 생활용품에서는 뱀을 피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3부 ‘신성한 뱀’에서는 뱀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하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담았다. 땅속과 땅 위를 오가는 뱀의 모습을 보며 인간은 뱀이 이승과 저승의 서로 다른 두 세상을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라고 생각했다. 샤먼이 의례에 사용했던 숟가락, 북 손잡이, 지팡이 등에는 뱀이 조각돼 있다. 또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생명력과 풍요로움을 상징하기도 했다. 풍요를 기원하는 의례에 사용했던 가면, 공예품 등을 통해 신비로운 뱀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여성국극·인형극·무용 통해 사회부조리 고발…창작산실 신작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 신작 축제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이하 창작산실)을 내년에 31편 선보인다. 여성국극과 인형극에서 역사·고전 비틀기까지 신선한 소재와 형식의 공연을 만날 수 있다. 28일 위원회에 따르면 17회째를 맞은 창작산실은 제작부터 유통까지 단계별 지원을 통해 우수 신작을 발굴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대표적인 공연예술 지원사업이다. 내년에 선보이는 31편의 공연 중 오는 1월, 신작 무대 6편을 무대에 올린다. 우선 역사와 고전을 모티브로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창작뮤지컬 2편이 공연된다. 다음 달 3일부터 12일까지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2관에서 열리는 ‘무명호걸’은 조선을 구하려는 무명호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 무협 판타지극이다. 1월 8일부터 26일까지 대학로 SA HALL에선 ‘오셀로의 재심’이 공연된다. 셰익스피어의 고전 '오셀로'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데스데모나를 죽인 오셀로가 신화 속 복수의 여신들이 주관하는 ‘에리니에스 특별법정’에서 재심을 받는 독창적인 설정이 추가됐다. 사회문제를 춤과 움직임으로 풀어낸 무용 작품, ‘당신을 배송합니다’(1월 4·5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새벽 배송 노동자로 일했던 안무가 백주희의 경험을 모티브로, 배송 노동자가 ‘빠른 배송’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치열한 하루를 그려냈다. 인형극, 여성국극 등 다양한 연극적 형식을 통해 시대를 바라본 연극 3편도 눈길을 끈다.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기존의 인형들 : 인형의 텍스트’(1월 10~19일)는 퍼펫 디자이너인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만든 ‘인형’을 중심으로, 그 인형을 활용하는 작업을 세 명의 희곡 작가가 자기만의 시선으로 서술한 세 편의 단막극이다. 각각의 극 속에서 인형은 작가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인물로 표현되고, 세 편의 단막극 연출은 인형작업자 이지형이 맡았다. 작가 고연옥과 연출 구자혜 등 연극 창작진이 참여해 만든 여성국극 ‘벼개가 된 사나히’(1월 11~19일)는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펼쳐진다.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선 작가 배해률과 연출 윤혜진의 신작 연극 ‘목련풍선’(1월18~26일)이 관객을 만난다. 화학공장 인근 마을의 가장 외딴집을 배경으로, 도처에 흐르는 수많은 죽음을 기억하며 끈질기게 애도하려는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누리집과 SNS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티켓 예매는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누리집, 인터파크 등에서 가능하다.

용인문화재단, 1월 새단장한 용인포은아트홀서 기념 공연 ‘환영’ 개최

용인문화재단은 다음 달 18일 오후 5시 용인포은아트홀에서 정통 클래식 연주자가 무대를 수놓는 공연 ‘환영’을 선보인다. 용인포은아트홀의 재개관을 기념해 ‘새로운 출발’과 ‘환영’의 메시지를 담은 이번 공연에는 이마에스트리 단원, 뉴욕 클래시컬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총 100여명의 출연진과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테너 김재형이 협연자로 한 무대에 오른다. 지휘봉을 잡은 양재무 음악감독이 이끄는 보이스 오케스트라 ‘이마에스트리(I MAESTRI)’는 국내외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남성 오페라 가수들이 모인 단체다. 이번 공연에서 정통 합창 본연의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이어 뉴욕 클래시컬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대한민국 대표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연주하고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찬사를 받고 있는 테너 김재형은 오페라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으로 풍성한 감동을 선사한다. 공연은 전석 무료다. 용인문화재단 관계자는 “1천500석 규모의 객석 수 확대, 무대 시설 개선 공사를 마치고 110만 용인특례시에 걸맞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게 돼 뜻깊다”며 “앞으로 포은아트홀에서 더욱 다양한 장르의 수준 높은 공연 예술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소리꾼의 입, 고수의 손이 만드는 판소리... ‘구구선 사람들’ [공연리뷰]

지난달 8일 판소리 레미제라블 ‘구구선 사람들’이 안양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소리꾼과 고수가 모여 만든 판소리 작업공동체 입과손스튜디오의 레미제라블 토막시리즈의 최종판인 이 작품은 이 세상을 배 한 척에 담아 그 위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그려 내고 있다. ■ 소리꾼의 입, 고수의 손이 만드는 판소리 2017년 창단한 입과손스튜디오(이하 입과손)는 소리꾼의 입과 고수의 손이 모여 만든 판소리 작업공동체다. 판소리라는 연희 양식이 가진 여러 가능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며 고유의 예술적 요소를 선택적으로 확장시키는 작업을 주로 한다.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전통의 가능성’과 판소리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연구한다. 소리꾼 이승희·김소진, 고수 이향하·김홍식·신승태, 프로듀서 유현진으로 구성된 입과손은 전통·창작·협업의 판소리를 지향한다. 그중 전통적인 판소리가 갖는 의미를 보존하되 입과손만의 재해석을 가미해 무대에 올린 ‘동초제 심청가’와 ‘강산제 수궁가’는 ‘전통을 기반으로 한 창작’의 갈래에 속한다. 입과손의 핵심 프로젝트인 ‘창작 판소리’는 기존의 문학작품을 판소리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판소리 동화시리즈 안데르센’을 필두로 2020년부터는 ‘레미제라블’의 ‘팡틴, 마리우스, 가브로슈, 자베르’ 등 네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판소리 레미제라블 토막소리시리즈’ 연작을 진행했다. 지난달 8일 안양아트센터 무대에 오른 ‘판소리 레미제라블-구구선 사람들’은 3년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한 레미제라블 토막소리시리즈의 최종 작품이다. ‘구구선 사람들’은 인물에 집중했던 이전 작품을 한데 모아 각 인물이 어우러져 살며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았다. ■ ‘세상은 불완전한 한 척의 배’ 하루하루를 버티며 망망대해를 표류하는 사람들. 정처 없이 떠가는 배 위에서는 누구도 완벽할 수 없고 온전한 안정을 찾기 어렵다. 무대에 등장한 소리꾼은 과연 배 위의 삶만 그렇겠냐고 되묻는다. 이 땅 위에 살고 있는 우리나 구구선 사람들이나 매한가지 아니겠냐며. 구구선은 100에 가닿지 못하고 99에 그치고 마는 모자란 세상을 닮은 배 한 척이다.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진 적 없는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레미제라블 같은 고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 자칫 무겁고 슬프기만 한 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입과손은 친근함을 택했다. 레미제라블 속 장발장은 ‘장씨’, 장발장을 쫓는 자베르는 ‘조병렬’, 미혼모라는 이유로 일을 뺏기고 세상 끝으로 내몰리는 팡틴은 ‘박미영’, 혁명군의 일원이었던 소년 가브로슈는 ‘가열찬’ 등 발음이 비슷한 배역 이름으로 작품과 무대, 판소리의 벽을 조금은 낮추는 데 성공한다. 소리꾼 2명과 1명의 배우, 드럼, 기타, 키보드, 고수 등 7명이 한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한다. 때로는 많은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고수가 극에 참여했고 1인 다역은 배우에게도 극을 쫓는 관객에게도 집중력을 요하는 요소가 됐다. 2시간이 조금 안되는 긴 시간 동안 판소리만으로 극을 채우는 것은 무리라고 여겼던 걸까. 입과손의 ‘구구선 사람들’은 극이 진행됨에 따라 판소리에서 창극으로, 연극으로 그 구분이 모호해졌고 드럼과 기타가 주도하는 대중음악을 소리꾼들이 노래하기도 했다. 그런 시도는 분명 국악이 낯설고 지루한 청중에겐 도움이 됐겠으나 '진한' 판소리를 기대한 관객에겐 다소 무리수로 여겨졌겠다. 문학 작품을 판소리로 재해석한 것만으로도 ‘창작’의 의미는 충분하다. 그럼에도 대서사시에 가까운 레미제라블을 우리의 소리로 부르길 시도했다는 것 자체는 흥미롭고 반가운 도전이었다. 마침내 구구선에서 바라본 저 끝에 육지가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구구선에 남아 있는 구구선 사람들도 이제 99에서 100으로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는다. 어쩌면 그 희망이 100으로 도달하기 위한 1이었을지도

국립농업박물관, 미래 농업 엿보는 ‘내일의 농업’ 코너 조성

국립농업박물관이 상설전시관 중 ‘내일의 농업’ 코너를 새롭게 조성했다. 상설전시관의 마지막 코너인 ‘내일의 농업’은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앞으로의 변화상을 경험해보는 디지털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작물 유전정보 분석법으로 만드는 나만의 품종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는 스마트팜 ▲AI가 탑재된 스스로 판단하고 수확할 수 있는 지능형 농사 로봇 ▲버섯, 과일 껍질, 선인장 등 새로운 소재 개발로 환경을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농업 등 우리의 ‘내일’을 위한 농업 기술과 노력을 생생히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를 느낄 수 있는 10m 길이의 도입부 영상 ▲투명 디스플레이로 사막·극지·우주에 있는 스마트팜을 제어해보는 체험 ▲농업 부산물을 활용한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자의 홀로그램 영상 등 다채로운 디지털 경험으로 우리 농업을 자유롭게 상상해볼 수 있다. 전시내용을 전달하는 패널은 디지털화해 가독성을 높였으며,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안내 서비스도 마련됐다. ‘재배’ 코너와 ‘다양한 쓰임’ 코너도 새롭게 마련해 다양한 농기구와 회화 작품, 근대 홍보물 등을 통해 우리 삶 전반에 미치는 농업의 의미와 변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개관 2주년을 맞아 상설전시관 일부를 개편해 새로운 볼거리를 준비했다”며 “디지털 체험형 공간으로 재탄생한 전시관을 관람하며 우리 농업의 ‘내일’에 대해 상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시장을 수호하는 어르신(神)” 도시의 틈, 모퉁이에 숨겨진 ‘이스터에그’를 발견하다 [전시리뷰]

“수원의 팔달문·지동·못골·영동시장에는 여러 신이 존재한다. 오래도록 그곳을 수호하고 지켜 온 이들의 이름은 ‘주인장 어르신(神)’, ‘경계-신(神)’이다”.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낯선 작품 너머로 사람들의 쉼 없이 이어지는 말소리와 오토바이 소리가 혼재돼 들려온다. 빨강, 초록, 파랑, 노란색의 탱화를 연상케 하는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낯설지 않은 풍경을 하나둘 발견한다. ‘못골종합시장’의 간판, ‘단체석 완판’이라는 글자 아래 순대곱창 집의 간판, 비워진 뚝배기 그릇과 건어물 상자. 호법신 도상의 일곱 여인은 곧 앞치마를 맨 상인을 떠올리게 된다. 시간이 흐르고 소음과 같던 소리는 물고기를 파는 어느 상인의 대화 소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구도심이 된 상권은 변화하는 도시의 유한한 지역성을 나타내지만, 동시에 도시의 생명력을 꺼지지 않게 해주는 존재다. XXX(윤이도,김태희) 팀은 신작 ‘첩첩시상’(2024) 작업을 통해 수원의 네 시장을 오래도록 지켜온 상인에 대한 존경을 담아냈다고 말했다. 시장의 수호신으로 형상화된 상인들과 파리퇴치기, 저금통 등 다양한 시장 기물 속에 독특한 유머를 첨가했다. 작품에는 수원 지역 상인들의 문화와 시장에 인접한 사찰과 민간 신앙 문화 등이 절묘하게 뒤섞여있다. XXX의 윤이도 작가는 “작품에 7명의 상인이 손을 내미는 모습을 담았는데, 시장을 방문했을 때 합창단 활동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와 종교가 균형을 이루며 독특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게 수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한다”며 “마치 이들이 시장을 지켜온 수호신과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 토끼가 심어 놓은 이스터에그 찾아…5팀5색, 각자가 발견한 도시의 숨은 풍경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순항 중인 전시 ‘토끼를 따라가면 달걀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는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이상한 나라’를 발견했듯, 작가들이 수원이라는 도시 곳곳에 숨겨놓은 달걀, ‘이스터에그(게임과 같은 분야의 프로그램 개발자가 사용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해 숨겨 놓은 메시지나 기능)’를 발견하는 여행이다.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수원시립미술관의 신진 작가 공개모집 ‘얍-프로젝트’의 결과인 이번 전시는 15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밀레니얼 세대작가 다섯 팀을 만나볼 수 있다. ▲김소라(사진, 설치) ▲신교명(회화, 설치) ▲유다영(사진, 영상) ▲정은별(회화, 조각, 설치) ▲XXX(윤이도, 김태희)(회화, 조각, 설치) 작가가 ‘수원, 장소∙기억∙사람’을 주제로 각자의 시선에서 발견한 도시의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사진과 미디어, 설치 작업을 진행하는 김소라 작가는 약 40년 전 아버지가 서 있던 시공간을 지금의 세계로 불러들인다. 서장대, 장안공원 등 1970~80년대 수원화성 곳곳에서 촬영한, 지금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필름 사진을 출발점으로 작가는 온라인 지도와 현실 세계로 발을 옮기며 아버지의 발걸음을 재현한다. 아버지의 유물인 오래된 아날로그 필름 사진과 편지를 단서로 삼아 이미지와 소리를 수집하고, 기존의 이미지와 중첩한 조각은 선명하면서도 어딘가 빛바랜 모습으로 하늘을 향해 흩어진다. 위아래로 올리는 블라인드, 옆으로 문을 여는 커튼 등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 커튼 조각과 그 속에 담긴 아버지의 옛 시간, 공간 한 구석에 열린 문을 통해 너머의 공간으로 들어설 때면 마치 작가의 꿈 속 세계로 들어가는 듯하다. 김 작가는 “수원화성을 걸으며 공간을 매개로 자신의 기억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며 “모두의 역사에서 기억되는 건 굵직한 위인일 수 있겠지만, ‘나’라는 개인 역시 지나간 역사의 한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정은별은 ‘드리우는 그림자 사이로’(2024)를 통해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모퉁이 너머의 풍경, 도시의 틈새를 낯선 방식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언뜻 견고해 보이는 사회 속에는 개인이 무력해지는 순간과 불안에 주목한다. 작품은 뒷면에서부터 시작한다. 전시장 한 공간에 자리한 마치 빨래 더미에 널린 것 같은 종이 조각들. 도시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있는 기둥을 돌아 골목 뒤로 들어섰을 때 비로소 온전한 작품과 만나게 된다. 작가는 수원의 곳곳 재개발, 임대, 폐허의 흔적 등 우리가 기억하지 못하는 공간을 빼곡히 칸마다 기록했다. 포크레인으로 갉아 먹힌 조각 등 각 프레임에 담긴 이야기는 마치 영화처럼 펼쳐진다. 작가는 개인의 작은 행동이 불러일으킨 변화, 한 번의 숨에서 파장된 일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유행에 따른 상권의 이동, 일명 ‘핫플레이스(명소)’의 탄생과 이면 등 우리가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도시의 뒷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신교명 작가는 스스로 그림 그리는 법을 학습하는 인공지능 페인팅 로봇 ‘두들러’를 창조해, 장소를 영위하는 인간의 기억을 비인간의 시각으로 추적한다. 신 작가는 수원의 식당가와 관광지, 카페 등에서 발견한 누군가의 낙서 이미지를 수집하고, 이를 로봇에게 학습시킨다. 낙서에는 추억, 사건, 현상이 담겨있다. 이때 두들러의 학습은 낙서가 담긴 구체적인 장소의 맥락이 제거된 채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해당 장소에 얽힌 낙서의 의도는 본래와 다르게 해석되는 오류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작가의 의도다. 이미지만으로 세상을 읽어내고, 로봇 메커니즘의 ‘인간스러운 기억’을 새로 만들어낸 인공지능의 결과물을 보며 작가는 오늘날 인간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이진철 수원시립미술관 학예과장은 “한국 미술계를 대표해 나갈 신진 예술가들의 시선을 통해 하나의 통일된 수원이 아닌 각자가 바라본 도시의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다”며 “앞으로도 ‘얍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작가와 작업 세계를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는 내년 3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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