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나도 나를 모르는 생각 멈춤

고대 그리스어 ‘에페케인’이란 말은 ‘멈추다’, ‘삼가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판단 중지를 뜻하는 ‘에포케(Epoche)’가 나왔다. 에드문트 후설(1859~1938)의 현상학에서도 비슷한 뜻으로 쓰인다. 일상적 관점을 괄호 안에 넣어 생각과 의식을 멈춰 순수한 체험, 순수 의식을 얻는 걸 말한다. 너무나 당연하고 더구나 객관이라고 아는 걸 괄호 안에 넣기는 쉽지 않다. 불교에서 아상(我相) 이야기도 비슷하다. 내가 있다는 생각, 내가 만들거나 내게 주입된 관념을 버리란 말이다. 왜? 집착과 분열과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개인 안에서 저런 것들이 생기면 혼자 괴롭지만, 사회에서 저런 것들이 쌓이면 사회적 갈등이 일어난다. 공부와 학문에서는 정답과 오답의 구분이 제법 확실하다. 그러나 감각, 감정, 생각, 의식 등에서는 그런 구분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 건 동물, 인간, 동양인, 한국인 그리고 어느 집안 사람으로서 타고난 유전적 특성들과 살면서 굳어진 상(相), 곧 나의 상 때문에 나타난 거지 그게 꼭 옳고, 그것과 다른 게 그른 건 절대 아니다. 일본의 혐한(嫌韓)이나 유럽인의 유대인 혐오가 다 그렇게 만들어졌다. 우리 사회 안에도 그런 게 얼마나 많겠는가. 다름은 상대를 존중할 때 다양성이 돼 모두에게 도움을 준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을 때 다름은 왕따를 낳고 혐오와 갈등을 낳는다. 심하면 살인이 나고 인종 말살 전쟁이 난다. 나도 여전히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이 일어나곤 한다. 저 짓은 왜 하지? 저걸 어떻게 먹지? 거긴 왜 가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지? 어느덧 그럴 때마다 아상과 에포케를 되뇐다. 공부 때문에 유럽에 나가서 지내던 딸이 객원교수를 명받아 일시 귀국해 모처럼 외식하기로 했다. 딸이 태국 레스토랑을 골랐다. 전 같으면 벌써 한마디 나왔을 텐데 에포케, 잘 참았다. 걱정과 달리 음식도 제법 맛있었다. 나 자신이 외국에서 꽤 오래 생활했는데도 낯선 음식에는 유난히 사리는 편이다. 의식 한편에 모름지기 ‘음식이란...’ 생각이 상이 돼 박혔던 탓이다. 그래 봤자 부모님이 남겨 주시고 자라면서 입에 익은 것뿐인데 말이다. 나도 나를 잘 모르는데 조금 더 들어가 보면,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고 그것이 반드시 실재고 그게 본디 모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시야가 다르고 시력도 다르며, 시각정보를 해석하는 뇌도 다르기 때문이다. 하물며 학교에서 배운 독서나 경험으로 얻은 지식도 마찬가지다. 진리로, 공리로 인정된 것이라면 몰라도 적어도 자기 지식이 더 낫다고 우기지는 말아야 한다. 우길 게 아니라 그냥 증명해 보여주면 된다. 무엇보다 서로 상대를 존중해 다양성의 꽃을 피우면 좋겠다. 김근홍 강남대 교수·한독교육복지연구원장

[경기인터뷰] 정성우 인천시병원회 회장

“상급 병원들 긴밀히 협조 코로나 극복 최선” “인천지역 상급 병원들의 회장으로서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겠습니다.” 정성우 인천시병원회회장은 지역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 상급 의료기관부터 중소병의원까지 지역 내 모든 의료기관의 연계를 통해지역 의료 발전을 이뤄나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 회장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역 의료기관, 대한병원협회 등과 긴밀히 협조해 병원 관련 정책 및 제도 등 정보를 공유하고 안건 제출, 협의 등 소통 강화에도 노력한다. 특히 대외적으론 인천시가 운영하는 코로나19 대응 지역의료협의체의 구성원으로서 코로나19 유행 상황 및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른 자문과 협력 체계 마련, 회원 병원과의 빠른 정보 공유를 통해 유기적이고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도록 지역 의료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병원 제도의 정책과 운용에 관한 연구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유관기관에 의견을 내 개선할 수 있게 하고 있다”며 “의료인의 교육 환경 향상을 통해 의료계는 물론 병원의 발전과 인천 시민의 보건 환경 증진에 기여하고자 지역사회의 다른 의료단체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음은 정 회장과의 일문일답. Q. 인천시병원회 제12대 회장으로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A. 지난 7월 인천시병원회 제 12대 회장으로 취임을 한 후, 2개월 정도 지난 것 같다. 짧은 기간이지만, 현재 인천지역 병원들의 구심점 역할로서 대학병원, 공공병원, 중소병원 등 모든 병원들이 유기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코로나19 등 위기상황을 함께 헤쳐나갈 수 있도록 대한병원협회와 긴밀히 협조해 병원 관련 정책 및 제도 등의 정보를 공유하고, 안건 제출, 협의 등과 같은 소통을 강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병원의 권익 보호와 발전을 이루고, 궁극적으로 인천 시민의 보건 환경개선과 더 나은 진료 제공에 기여하고자 한다. 대외적으론 인천시에서 구성·운영하는 ‘코로나19 대응 지역의료협의체’의 구성원으로서 코로나19 유행 상황 및 확진자 발생 추이에 따른 자문 및 협력체계 마련하고 있다. 회원 병원들과의 빠른 정보 공유를 통해 유기적이고 신속한 의료대응이 가능하도록 역할을 다하겠다. Q. 인천시병원회 회장으로서 향후 계획이나 목표는 무엇인가. A. 인천시병원회는 대한병원협회의 산하 시·도 병원회에 속한 기관이다. 대한병원협회와 더불어 병원 제도의 정책과 운용에 관한 연구 및 개선이 필요한 사항에 대해 유관기관에 의견을 개진, 개선할 수 있도록 한다. 의료인의 수련교육 환경 향상을 통한 의료계 병원의 발전과 인천시민의 보건 환경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지역사회 타 의료단체와의 협력도 이어나갈 것이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에 인천시병원회 회원병원간 정보공유를 통해 상생 방안을 찾고 회원간 유대를 강화할 것이다. 대한병원협회 산하 지부로서 병원회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Q.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의무원장으로서 경영철학은. A.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은 올해로 개원 67주년을 맞았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기도 전인 1955년 6월 27일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을 첨단의료와 따뜻한 마음으로 가족처럼 돌본다’는 이념 아래 인천지역 최초의 대학병원으로 탄생했다. 개원 당시 진료과목 4개 진료과 41병상 규모이던 인천성모병원은 현재 인턴과 레지던트 수련병원으로 24개 진료과, 35개 임상과, 26개 전문센터 920여 병상의 인천지역 대표 상급종합병원으로 우뚝 섰다. 인천, 특히 부평에 오랫동안 살아온 이들에게 인천성모병원은 ‘어머니 병원’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태어나고, 우리 자식이 태어났으며, 우리 손자가 태어난 병원’으로 생각한다. 그만큼 오랜 기간 자신의 삶의 궤적과 함께한, 우리 병원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Q.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이 국내 최초로 뇌병원을 개원한지 4년이 지났다. 그간의 성과나 앞으로의 목표와 과제는. A. 우리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한다. 누구나 예외 없이 생로병사(生老病死)란 여정을 거친다. 늙고 병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잘 살고 잘 늙는 방법은 따로 있다. 바로 ‘건강하게 나이 드는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면서 치매, 인지기능장애, 파킨슨병 등 퇴행성 뇌질환과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이 늘고 있다. 뇌질환은 환자는 물론 가족의 삶의 질까지 떨어트릴 정도로 어렵고 아픈 질환이다. 인천성모병원 뇌병원은 2018년 6월 11일, 연면적 약 1만8천500㎡에 지상 6층, 지하 3층 204병상 규모의 단독병원으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우리 인천성모병원 뇌병원은 퇴행성 뇌질환과 뇌혈관질환 등에 대한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현존하는 모든 뇌질환 정복을 목표로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에 최고의 가치를 두고 있다. Q. 인천성모병원이 다른 병원들과 차별화한 점(국내 최초 뇌병원 개원 제외), 즉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A. 인천성모병원의 경쟁력은 높은 중증도 환자 비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50%가 넘는다. 국내 최상위 수준이다. 그만큼 고난도 수술을 하는 의료진의 실력이 뛰어나고 이를 지역사회가 인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67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온 인천성모병원의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하고 있다. 최상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료질 관리에도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유방암, 위암, 폐렴, 관상동맥우회술 등 12개 적정성 평가 전 영역에서 1등급을 획득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건복지부 2020년 의료질평가에서도 1등급이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받았다. 또 2020년 전국 상급종합병원 건강검진 질평가 전 항목 우수등급 획득을 비롯해 호스피스전문기관, 감염병 예방관리사업 평가에서 연속으로 최우수기관에 선정받는 등 외부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Q. 연구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은. A. 인천성모병원의 올해 경영방침은 ‘BT; Better Tomorrow(인재경영을 통한 미래경쟁력 확보)’다. 즉 인재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달 문을 연 연구·교육·행정 복합동 ‘라파엘관’은 이러한 인재경영을 통해 미래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경영방침을 현실화한 것이다. 인천성모병원 라파엘관은 연면적 1만5천431㎡ 건축면적 2천96㎡ 지하 3층 지상 7층 규모로 교수연구실과 전공의 숙소를 포함해 교육·연구시설, 기획행정지원부서 등이 한곳에 모인 연구·교육·행정 복합동이다. 특히 1인 1실의 교수연구실과 전국 최고 수준의 전공의 숙소(3인 1실)를 확보해 의료진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의학발전을 위한 교육과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했다. 그동안 열악했던 교수연구실 등 환경과 시설 개선은 의료진들의 연구 활동 함양과 자긍심 향상, 우수한 인재 확보 등을 위한 병원의 숙원사업이다. 이번 라파엘관 개관은 의료의 질적 향상과 학문적 연구에 더욱 매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Q. 인천시병원회 회장으로서 또 인천성모병원 의무원장으로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는. A. 인천에 있는 모든 병원의 직원들이 행복한 병원, 평생직장으로 생각하고 만족하는 병원으로 만들고 싶다. 그게 바탕이어야 함께 비전을 제시하고, 함께 미래를 꿈꾸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병원은 본연의 업무인 아픈 환자를 잘 돌보는 것이 목표이어야 한다. 경영목표로 ‘행복’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직원들이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어야 환자도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치료를 받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대담=주영민 인천본사 사회부장 / 정리=김수연 기자

[2022 KTX광명역 평화마라톤] 통일을 향한 힘찬 질주... 광명, 평화로 물들다

화창한 날씨 속에 KTX광명역의 남북평화철도 출발역 지정과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2022 KTX광명역 평화마라톤 대회’가 25일 전국 마라톤 동호인 및 가족 등 4천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에 개최됐다. 광명시체육회와 KTX광명역 남북평화철도출발역육성범시민대책위원회 등이 공동 주최하고 광명시육상연맹과 ㈜위즈런솔루션 등이 공동 주관한 이번 대회는 유상기 광명시체육회장과 박승원 광명시장, 안성환 광명시의회 의장, 시·도의원, 양기대·임오경 국회의원, 각 기관단체 등이 참석해 4천여 마라토너와 참가자 가족, 자원봉사자 등을 격려했다. 특히 이날 대회에선 광명경찰서, 광명소방서, 중앙대 광명병원, (재)광명시자원봉사센터, 광명시해병대전우회 등 자원봉사자 1천여 명이 참가자들에게 간식과 물 등을 제공하고 안전한 레이스를 위한 교통 통제를 돕는 등 구슬땀을 흘리며 큰 빛을 발했다. 남녀 하프코스에선 권태민씨(30)가 1시간14분44초, 노은희씨(53)가 1시간31분6초 등으로 나란히 정상을 차지했다. 남녀 10㎞에선 김수용씨(47)가 34분44초, 윤순남씨(55)가 40분2초 등으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5㎞ 코스에는 광명시를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가족, 친구 등 건강족들이 대거 참여해 화창한 날씨 속에서 깊어가는 가을 정취를 만끽했다. 5㎞ 코스에 출전한 김성연씨(61·광명시 하안동)는 “온 가족이 건강도 챙길 수 있는 좋은 대회를 마련해준 광명시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5㎞ 코스를 완주한 노대성 NH농협은행 광명시지부장은 “뜻 있는 대회여서 직원들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상기 광명시체육회장은 “이번 대회는 KTX광명역의 남북평화철도 출발역 지정이라는 광명 시민의 염원이 담겼다. 대회에 참가하신 모든 마라토너가 평화통일의 염원을 가슴에 담아 힘껏 뛰어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승원 광명시장 “인내하는 마라톤처럼 “평화시대 준비할 것” “결실의 계절 가을을 맞이해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인 KTX광명역을 찾아주신 마라톤 동호인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이날 5㎞ 코스를 거뜬히 완주한 박승원 광명시장은 “올해로 6회째 맞는 2022 KTX광명역 평화마라톤대회는 ‘남북평화 고속철도 광명에서 개성까지’라는 대회명이 말해주듯 남북평화 고속철도 출발역이 반드시 광명에서 출발해야 하는 광명 시민의 염원과 평화통일 의지를 담은 매우 뜻 깊은 대회”라고 밝혔다. 박 시장은 “KTX광명역은 이제 대한민국 교통의 중심지로 발전하게 됐다. 이번 마라톤 대회가 중단됐던 남북대화 재개를 통한 관계 개선의 작은 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평화의 바람이 남북철도 연결사업으로 이어져 KTX광명역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 교통의 허브가 되길 바란다”며 “아무쪼록 남북평화철도가 광명에서 출발해 개성까지 달릴 수 있으리라는 염원을 가슴에 새기면서 명품 도시 광명에서 개최된 이번 대회가 좋은 추억으로 길이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시장은 “평화통일을 이루기 위해선 마라톤을 달리는 것처럼 끊임 없이 인내하고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광명시는 30만 시민들과 함께 KTX광명역의 남북평화철도 출발역 지정에 노력하고, 평화통일 분위기 조성을 위한 민간교류에 앞장서 다가올 평화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끝으로 “오늘 대회를 위해 노고를 아끼지 않으신 광명시체육회 관계자 여러분과 대회의 안전과 원활한 진행 등을 위해 애써 주신 광명경찰서와 광명소방서, 해병전우회 등을 비롯한 자원봉사자 여러분들께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광명=김용주기자

엄상백, 첫 10승 投…NC전 6이닝 무실점 ‘호투’

KT 위즈가 선발투수 엄상백의 첫 리그 10승 호투와 타선의 응집력을 앞세워 대승을 거두고 3위 추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KT는 25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원정 경기서 엄상백의 6이닝 무실점 역투와 앤서니 알포드의 3안타, 1타점 활약에 힘입어 9대1로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KT(74승2무59패)는 이날 경기가 없었던 3위 키움(78승2무59패)과의 격차를 2경기로 좁혔다. KT는 상대 실책으로 먼저 기세를 올렸다. 2회초 선두 타자 강백호가 볼넷과 황재균의 중전안타로 무사 1,2루 기회를 잡은 뒤, 김민혁이 희생번트 과정에서 NC 더모디가 3루 악송구로 선취점을 뽑았다. 이어 무사 2,3루서 박경수의 희생 플라이로 1점을 보탰고, 1사 2루서 조용호의 뜬공을 놓치는 좌익수의 실책으로 1점을 더 보태 3대0으로 앞서갔다. NC의 실책은 3회에도 계속됐다. KT 알포드의 중전 안타와 장성우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 2루 상황서 알포드의 3루 도루 때 NC 포수 박대온의 송구 실책을 틈타 알포드가 홈을 밟았고, 김민혁의 우전 적시타가 터져 5대0으로 점수가 벌어졌다. 4회와 6회 알포드, 조용호의 적시타가 이어져 각 1점을 보탠 KT는 7회 엄상백으로부터 마운드를 이어받은 이채호가 1점을 내줬지만 8회 심우준의 안타와 송민섭의 볼넷으로 만든 무사 1,2루에서 배정대의 적시 2루타와 김준태의 희생플라이로 2점을 달아나며 쐐기를 박았다. 이후 KT는 김민과 배제성이 1이닝씩을 던지며 무피안타로 막아내 완승했다. KT 선발 엄상백은 6이닝 4탈삼진, 1피안타 무실점 호투를 펼쳐 생애 첫 10승(2패) 고지에 올랐다. 김영웅기자

[사설] 정부는 외환위기와 무역적자 대비책 철저히 준비해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미 예상된 것이지만 연준은 지난 6월 이래 사상 초유의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함으로써 미국 기준금리는 현재 2.25~2.50%에서 3.00~3.25%로 상승해 14년 이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주요국도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미국은 앞으로도 물가상승이 2% 이내로 잡히지 않으면 또 금리를 인상할 계획이라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밝혔다. 문제는 이로 인한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영향이다.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그동안 2.50%로 동일했던 한·미 기준금리가 한 달 만에 미국이 오히려 0.75%포인트 높아지는 큰 폭의 ‘금리 역전’이 재연됐다. 이에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지선인 1천400원은 물론이고 장중 1천410원대까지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로 진입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3년6개월 만이다. 이러한 원화가치의 하락에 이어 최근 수출까지 6개월 연속 부진해 무역적자가 무려 300억 달러에 이르고 있어 한국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암울하다. 한국 경제는 수출을 기반으로 형성돼 있는데, 지난 4월 이래 계속 적자다. 특히 반도체 불황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다. 또한 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경제 위기가 오고 있음에도 정부는 안이한 인식에 따른 대처를 하고 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 저지선이 뚫리자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한 쏠림”이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원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는 22일 개최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도 “연준의 긴축이 시장 예상을 뛰어넘은 탓에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말하고 있을 뿐 뚜렷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경제위기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발생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국제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만 치부, 소극적인 대비책을 마련한다면 이는 잘못된 인식과 대처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환율 1천400원 선 돌파, 무역적자 지속, 한·미 간 금리 역전, 주가 2천300선 붕괴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 적극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한·미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기 위해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개최, 한은 기준 금리를 빅스텝으로 올리는 동시에 경제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추진, 안전판 역할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경제위기에 대한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적극적 대비책을 마련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사설] 사회적 관심도 못 따라가는 들쭉날쭉 판결/동물 학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하라

동물 학대자에게 징역형이 잇따라 선고돼 주목을 끈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 3단독이 21일 동물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2019년부터 지역 내 대학교 캠퍼스, 초등학교 인근에서 길고양이 10여 마리를 잔혹하게 살해하고 전시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같은 법원에서는 20일에도 길고양이 16마리를 학대하고 살해한 이른바 ‘폐양어장 길고양이 학대’ 피고인에게 징역 1년4개월을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학대·살해 방법이 잔혹해 지역 사회에 충격을 줬다. 검찰은 동물보호법 외에 절도, 재물손괴 등 여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면서 단죄 의지를 분명히 했다. 판결문은 ‘수법의 잔혹성과 생명 경시의 잠재적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사건에 제기됐던 우려와 공포심을 충분히 반영한 판시로 해석된다. 이날 형량을 보면서 고민하게 되는 문제가 있다. 전국 법원에서 내려지는 동물학대에 대한 형량이다. 재판부에 따른 차이가 너무 크다. 현행 동물학대죄의 법정 최고형은 3년이다. 실제 선고되는 형량은 들쭉날쭉이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법무부 등으로부터 제공 받은 자료가 있다.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구속 기소된 피고인은 전체 4천221명 중 4명이다. 1천965명(46.6%)은 불기소, 1천372명(32.5%)은 약식명령 처분을 받았다. 122명(2.9%)이 정식재판으로 넘겨졌는데, 실형은 19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징역 2년6개월, 1년4개월이다. 우리가 동물학대 사범에 대한 형량을 일률적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처벌이 지나치게 솜방망이라는 동물보호단체의 주장도 그대로 존중한다. 문제는 불기소, 벌금, 실형을 오가는 처벌 편차다. 동물 살해의 구체적 상황은 자세히 보면 다 잔혹하다. 검찰에 의해 정식 기소될 사건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처벌의 편차, 특히 재판부에 따른 형량의 편차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 만일 인명의 문제였더라도 이럴 수 있었을까. 정부가 지난해 대법원에 동물학대 관련 범죄 양형기준 마련을 요청했다. 작년 4월 출범한 제8기 양형위원회가 다른 시급한 양형기준 대상보다 법정형이 낮다는 등의 이유로 동물학대 관련 양형기준은 설정 대상에서 뺐다. 하지만 이제는 시기가 됐다. 설정해야 한다.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엄청나게 높아졌고, 그 적용을 두고 벌이는 사인간의 충돌도 심각하게 늘었다. 이 과도기적 혼란을 없애는 방법 중 하나가 엄격하고 예측 가능한 처벌 형량이다.

[지지대] 핫 마이크

각국 정상이나 고위 관료, 유명 인사들이 마이크가 켜져 있거나 녹음기가 돌아가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뱉은 사담이나 농담이 여과없이 공개돼 논란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핫 마이크(hot mic)’라고 한다. 마이크가 아직 뜨거울 때 터진 사고라는 뜻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올해 1월 브리핑 후 인플레이션 관련 질문을 한 기자를 향해 마이크가 꺼진 줄 알고 “멍청한 개자식(stupid son of bitch)”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문제에 시달리던 대통령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인 것으로, 결국 해당 기자에게 사과했다. 그는 2010년 부통령 시절 오바마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서명하는 자리에서,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이거 ×라 대단한 일(a big fucking deal)”이라고 했다. 부적절한 언사에 비난이 일자, 바이든은 “모든 마이크는 켜져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며 부주의함을 반성했다. 미·소 냉전 시대인 1984년엔 대참사가 될 뻔한 ‘핫 마이크’가 있었다. 레이건 당시 미국 대통령은 라디오 방송 전 마이크 테스트를 한다면서 “미국인 여러분, 나는 러시아를 영원히 불법화하는 법안에 서명하게 돼 기쁘다. 5분 뒤에 폭격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테스트를 겸한 농담이었지만, 고스란히 보도돼 한바탕 난리가 났었다. 윤석열 대통령의 ‘핫 마이크’가 주말 내내 화제가 됐다. 22일(한국 시간) 바이든 미 대통령 주최 ‘글로벌펀드 재정공약회의’를 마치고 회의장을 나서며 박진 외교장관 등에게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하는 듯한 장면이 공개된 것이다. ‘한미동맹을 훼손할 수 있는 외교참사’라는 비판과 함께 ‘국민들이 (대통령 때문에) 쪽팔린다’는 비난이 거셌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고, ‘이 ××들’은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가리킨 것이라고 해명했다. 궁색한 변명에 야당은 반발했고, 논란은 더 커졌다. 공무수행 중 나온 대통령의 말은 ‘사적 발언’일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언행의 품격을 지키고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인천의 아침] 여성가족정책 최우선 과제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2022년은 성평등 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해다. 2022년 5월 개정 시행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은 노동자가 사업주로부터 모집과 채용 과정에서 차별적 대우를 받거나 성희롱 피해를 받은 경우에 사업주에게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다. 2022년 6월부터 ‘경력단절여성등의 경제활동 촉진법’이 ‘여성의 경제활동 촉진과 경력단절 예방법’으로 전면 개정된 것도 성평등 노동정책으로의 이행을 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여성노동정책이 재취업 중심의 여성일자리 정책에 주목해 왔던 틀에서 벗어나 성평등 고용환경 조성과 여성노동권 보호를 통한 경력유지 정책으로 방향이 전환됐음을 나타내고 있다. 성평등 노동정책은 노동시장의 성평등성 제고를 위한 성별임금격차 해소와 고용차별 해소, 여성고용의 질 향상과 경력유지 지원, 성평등한 직장문화 조성, 일·생활균형 지원 등을 포함한다. 성평등 노동정책의 출발점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성별임금격차는 채용에서부터 승진과 경력산정 등 노동시장의 구조적 성차별의 누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전년도 만근한 재직자를 대상으로 고용형태 및 직급별, 재직 연수 등 세분화된 항목으로 성별임금을 비교분석해 격차를 드러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를 통해 격차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후속 작업도 함께 추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광역시 공공기관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은 제1차 인천 양성평등 종합계획(2018~2022년)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었던 과제로 인천지역 여성단체와 여성노동계의 숙원이기도 하다. 인천광역시는 주민참여예산 연구과제로 내년에 공공기관 성별임금격차 분석 연구를 수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이 연구와 함께 추진될 필요가 있다. 인천광역시가 지분을 보유한 산하의 공기업 및 출자·출연 기관을 대상으로 임금 현황을 파악하고 성별임금격차 예방 및 개선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과 함께 공공계약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 성별임금격차 해소 노력을 부과하거나 장려 정책을 시행하는 방안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새롭게 출범한 민선 8기 시의회에서는 성평등한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을 촉구하며 성평등 노동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성별임금격차해소를 위한 조례 제정에 힘써 주길 당부한다. 정승화 인천여성가족재단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기고] 초고령사회 대비… 최고의 복지는 ‘노인일자리’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합계 출산율은 0.7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OECD(2020년) 평균 출산율인 1.63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며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는 일본의 1.3명보다도 낮은 수치다. 심지어 경제 뉴스에서나 접하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조차 한국과 홍콩을 언급하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구 붕괴를 겪고 있다”며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다가올 3세대 안에 인구의 대부분을 60대 이상이 차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43.4%)과 노인자살률(46.6명)은 여전히 OECD(빈곤율 15.3%, 자살률 17.2명) 국가 중 최고 수준이라는 불명예를 기록 중이다. 우리나라는 2017년 이미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노인세대 진입에 따라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이어 2070년에는 노인인구(1천747만명)와 생산연령인구(1천737만명)가 거의 동일한 수치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상태에서 맞이하는 초고령사회는 노인 빈곤, 노후소득 단절, 노년 부양비 상승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아직 한국의 노인세대의 경우 공적연금 수급률은 40%대로 낮은 편이며 노인빈곤율 역시 최고 수준으로 노년기 소득 지원을 위한 체계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초고령사회에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준비된 해법은 기초연금 등 공적연금체계 성숙과 함께 ‘일자리를 통해 건강과 소득 보장,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일 것이다.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 사업(노인일자리사업)은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노년기 삶이 중시되면서 사회활동과 일자리의 경제적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2004년 2만5천개로 시작해 2022년 사업 목표량은 84만5천개로 확대됐다. 초기 노인일자리사업은 정부 재정에 의존하는 공공형 일자리가 다수였다. 현재는 ▲보이스피싱 예방 ▲플라스틱제로사업 ▲취약계층 의료돌봄 서비스 ▲자살예방상담 ▲ 대형유통업체 연계 시니어카페 운영 등 다양한 분야의 일자리를 통해 지속가능한 민간형 일자리 창출과 공공서비스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간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기지역본부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자리인 돌봄, 안전, 환경에 대한 노인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력해 왔다. 시니어카페, 시니어 편의점 등 민간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경기지역 노인을 위한 일자리도 창출했다. 앞으로도 경기지역 노년층의 다양한 수요에 맞춘 일자리를 개발할 것이다. 다양한 사업 개발을 통해 어르신들의 ‘따뜻한 일자리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이근희 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기지역본부장

[이슈&경제] 동고동락이 요구되는 상생협력

신 정부의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그동안 공석이었던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고 국민통합위원회의 대·중소기업 상생특별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진용을 갖추게 된 것이다. 지난 2년 반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의 트리플 악재가 겹치고 있어 위기 극복을 위한 기업 간 협업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역대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체감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시장의 불균형이라는 이른바 ‘경제 3불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거래의 불공정 문제는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납품단가 조정 문제로 갈등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이유인즉 원자재를 공급하는 대기업은 가격 변동에 즉각적으로 조정하고 있는 반면, 원자재를 가공해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할 때는 단가 조정에 미온적이라는 것이 중소기업계의 불만이다. 이처럼 납품단가 문제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업계와 정부가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지만, 중소기업계가 만족할 만한 해답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은 대외여건이 나빠지면 원가 절감을 위한 중소기업의 협조를 구하지만 경제 상황이 호전되면 ‘나 몰라라’ 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중소기업계는 불만을 토로한다. 중소기업들은 대·중소 상생협력이 동고(同苦)는 있고 동락(同樂)은 없는 불편한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기업이 잘돼야 협력기업도 잘된다는 단순한 원리를 모를 리 없지만, 동고동락이 안 되는 상생협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중소기업의 거래 구조를 살펴보면 동고동락의 상생협력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제조 중소기업 중에서 외부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하는 수위탁 거래 기업의 비중은 축소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전체 중소기업의 40% 정도는 다른 기업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생산해 납품하는 거래 구조다. 과거와 비교해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으나 모기업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편이다. 수탁기업의 매출액 중에서 납품액이 차지하는 비중인 납품액 의존도는 80%를 상회하고 있어 모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이처럼 기업 간 거래관계에서 상생협력의 중요성이 절실하지만 현장에서는 납품단가는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임에 틀림없다. 원자재 가격이 변동하면 그에 따른 납품단가가 조정돼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당연한 명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지 14년 만에 제도 개선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납품단가 연동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에 41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는 만큼 연말까지 운영 성과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해 현장에 안착시키는 일이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지난 20년 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위한 다양한 논의와 경험이 축적돼 있어 이러한 지적자산을 활용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차원을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 일방의 희생을 전제로 한 상생협력은 지속할 수 없다는 점은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적어도 납품단가 문제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 납품단가를 후려치는 관행을 버리지 않고는 동고동락을 요구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원가 절감의 몫을 중소기업에 전가하는 것은 공정하지도 않고 상식적이지도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