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화장실에서 여성을 불법촬영하던 5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성남중원경찰서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A씨를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30일 밝혔다. A씨는 전날 오후 5시께 중원구의 한 여자화장실에서 50대 여성 B씨의 신체 부위를 몰래 촬영한 혐의다. 112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 휴대전화 안에는 공공장소 등에서 다수의 여성들을 상대로 불법 촬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250여장의 사진이 저장돼 있었다. 경찰은 A씨로부터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으며, 여죄 여부 확인을 위해 휴대전화에 대한 포렌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민석·양휘모기자
수원지역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사장 이순국, 수원범피)는 29일 범죄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위한 ‘제3차 피해자 지원 심의 위원회’를 개최했다. 이날 수원지검 2층 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심의 위원회에선 살인미수 사건 등 총 9건의 범죄 피해자에 대한 재정지원 심의(1천200만원 규모)가 진행됐다. 수원범피는 일명 ‘묻지마 폭행’ 피해를 입고 병원비를 지불할 능력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를 위해 병원-센터 간 의료지원 연계를 결정했다. 또 피해자에게 생계비도 함께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배우자로부터 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병원비를 지원하고, 전국범죄피해자지원연합회 추천을 통해 간병비와 치료 부대비용을 지원키로 했다. 이순국 이사장은 “보호·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경제적·정서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피해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의 고통도 함께 위로·격려해 조속한 사회 복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사기도박으로 돈을 잃었다며 중국동포들을 불러 모아 홀덤펍 업자를 흉기로 위협하고 감금한 뒤 수천만원을 갈취한 외국인 일당이 검거됐다. 안산단원경찰서는 특수강도 등의 혐의로 중국동포 20대 남성 A씨 등 3명을 구속하고, 같은 국적인 주범 B씨(40대) 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도주 중인 공범 5명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에 나섰다. B씨 등은 지난 26일 오후 2시30분께 단원구 원곡동에 위치한 홀덤펍에서 이곳 운영자인 같은 국적 40대 남성 C씨를 흉기로 위협하고 감금한 혐의다. 이들은 또 C씨의 아내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며 협박, 그로부터 5천만원을 이체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를 접수한 안산단원경찰서는 강력팀을 동원해 같은 날 오후 7시30분께 도박장 건물 앞 노상에서 C씨와 함께 있던 A씨 등 2명을 현행범 체포했다. 이후 경찰은 인근 폐쇄회로 (CC)TV 분석과 실시간 위치추적을 통해 지난 27일 인천과 서울 등지에 흩어져 있던 B씨를 포함한 5명을 순차적으로 긴급체포했다. 경찰조사에서 B씨는 “과거 C씨가 운영하는 홀덤펍 업소에서 사기도박을 당해 금전적 손해를 입은 것이 화가 나 동포들을 끌어 들여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B씨 등을 상대로 구체적인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라며 “C씨가 운영 중인 홀덤펍 업소가 합법적인 장소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현재 도주 중인 5명에 대해서도 추적 수사를 벌이고 있다. 구재원·양휘모기자
“서로의 울타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내 게임업계의 성지 성남시 판교 넥슨코리아에서 만난 배수찬 넥슨 노동조합 지회장(35)이 근로자들에게 보내는 말이다. 배 지회장은 우리나라 게임업계 노조 중심에 선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18년 우리나라 게임업계 1호 노조인 스타팅포인트를 설립했다. 넥슨의 포괄임금제 폐지와 고용 안정, 성과의 재분배를 위해서였다. 국내 게임산업은 1990년대 태동한 이래 지난 30여년 동안 가파른 발전과 성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게임산업은 노조 불모지였다. 이에 그의 용기 있는 도전에 스타팅포인트를 시작으로 스마일게이트, 웹젠, 엑스일게임즈 등 여러 게임사에서도 노조가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지난 4년 동안 우리나라 게임산업을 넘어 IT업계에 변화의 바람을 만들어냈다. 배 지회장이 꺼내 들었던 포괄임금제는 넥슨에서 폐지됐고, 다른 회사로도 퍼져나갔다. 무엇보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고용 불안에 대해 게임업계 근로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어느덧 스타팅포인트의 노조 가입자도 1천800여명을 넘어섰다. 배 지회장이 이끄는 스타팅포인트는 여타 노조와 다르다. 노조 하면 떠오르는 강성 이미지와 달리 스타팅포인트의 활동은 ‘소프트’, ‘스마트’, ‘소통’이 핵심이다. 지난 2019년 노조 설립 이후 사옥 앞에서 진행됐던 첫 집회는 고용 안정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화두였지만 집회 내내 노조원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비노조원과 다른 회사 직장인들도 가던 길을 멈추고 지켜봤다. 노조 집회라기보다는 축제 그 자체였다. 더욱이 소통이 강조되면서 사측과 대립하지 않고도 문제가 해결됐다. 노조를 통해 시작된 익명 단체 대화방이 대표 사례다. 팀을 넘어서는 소통이 부재했던 점이 해결됐다. 때로는 배 지회장이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기도 전에 자정적으로 원만히 해결됐다. 배 지회장은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 스스로 납득 가능한 방법을 선택하고 다가가야 한다”며 “게임업계의 고용 불안과 같은 문제는 충분히 사회적으로 공론화할 수 있다. 무리한 요구는 오히려 내부적인 문제를 키울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노조를 설립하고자 할 때는 최종 목표를 이룬 다음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조 내부에서도 요구하는 바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이다 노조만으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서로 양보하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서북부 최대 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는 파주시는 올해 상반기 인구 5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운정신도시(운정1·2·3지구)가 건설되면서 내세운 건 1기 신도시 단점을 보완, 쾌적한 주거여건을 제공하는 자족복합도시 구현이다. 하지만 운정신도시가 조성된 지 20년이 지나도록 애초 계획인구를 뛰어 넘은 인구폭증으로 광역교통망 구축과 의료·문화시설이 주민들의 기대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 이번 제20대 대선에서 여야 후보는 이를 염두에 두고 수도권 전철 3호선 파주 연장 추진, 대학병원 건립 등을 뼈대로 하는 파주메디컬클러스터 조성 등을 파주지역 공약으로 채택했다. 주민 불만의 폭발성을 감안한 조치로 풀이된다. 대선공약으로 추진되는 만큼 4개월 앞둔 민선8기는 추진 부담감은 크게 덜겠지만 신속한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숙제도 안게 됐다. ■ 10년째 더딘 수도권 전철 3호선 파주연장사업 수도권 전철 3호선 파주 연장(일산 대화~덕이~파주운정~금릉역 10.7㎞)은 지난 2016년(제3차)과 지난해(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됐다. 지난 2020년 7월 한국형 뉴딜 민자사업으로도 선정되면서 KDI(한국개발연구원)의 민자 적격성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B/C(경제성평가) 분석 결과 경제성이 충족되지 않아 확정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운정신도시 주민들이 중심이 된 운정신도시연합회는 “주민 희망 고문을 멈추라”며 청와대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내는 등 반발하고 있다. 70년 째 접경지역이라는 지리적 한계와 지역실정 탓에 그동안 정부 평가를 받지 못했는데 수도권 전철 3호선 파주 연장사업은 이런 부분에서 가점을 받아 B/C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대학종합병원 없는 인구 50만 도시 내년까지 택지개발사업이 종료될 운정1·2지구와 운정3지구 등지는 앞으로도 인구 폭증 가능성이 예고된다. 운정1·2지구는 계획인구 12만명, 운정3지구는 계획인구 10만명 등 모두 22만명 입주로 계획됐다. 신도시 개발 초인 지난 2003년 4만2천여명이었던 운정신도시는 이 같은 개발과정을 거쳐 지난해말 기준 인구 30만명이 넘어 애초 계획인구를 크게 웃돈다. 그런데도 대학종합병원급 의료시설은 전무하다. 파주시는 ‘운정’이라는 도시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아주대와 MOU(양해각서)를 맺는 등 파주 메디컬클러스터 조성사업(44만9천여㎡)을 추진 중이다. 국립암센터 혁신의료센터 등도 입주한다. 본궤도에 오르면 절대 부족한 의료시설들이 개선되지만, 현재는 투자심의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소강상태다. ■낙후된 문화인프라 문화재단 설립 시급 최근 파주시의회의 문화 관련 용역 결과, 도내 시·군 31곳 중 71%인 22곳이 문화재단을 설립했다. 파주시는 도내에서 인구가 10위, 세입은 9위(2020년 기준) 등으로 파주 보다 인구가 많은 시·군 중 문화재단이 없는 곳은 남양주시(올해 설립 예정)와 시흥시(내년 설립 예정) 등 2곳뿐이다. 파주시보다 세입규모가 많은 시·군 중 문화재단이 없는 곳은 남양주시가 유일하다. 파주시의회는 파주는 문화예술과 관련된 기관(문화재단), 인프라(아트센터, 공연장, 미술관 등) 등의 측면에서 도내에서 가장 낙후됐다고 분석한다. 윤희정 의원은 파주문화재단 설립으로 문화예술을 대표하고 상징하는 기관으로 위상과 자격 획득, 문예기금 유치 등 확보, 흩어진 문화시설의 효율적인 통합 운영, 문화예술 전문가 확보, 문화예술프로그램 기획, 예술인단체 지원 등 문화도시로서 자리 매김이 가능하다며 문화재단 설립을 촉구하고 있다.
자립·과학·협동 등 농협 3대 정신을 이끌어나갈 안성시 새농민회장으로 이관술씨가 취임했다. 농협 안성시지부는 최근 손남태 농협 시지부장, 도·시의원,지역농협장, 농민회원 등 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농민회 회장단 이·취임식을 열었다고 29일 밝혔다. 이 신임회장은 앞으로 3년간 농민의 권익 보호와 소득창출, 새농민회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고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농민에게 헌신·봉사하게 된다. 이날 농민회는 이·취임식을 통해 신임 부회장으로 최춘호, 사무국장에 유종현, 감사에 원상호씨와 박용우씨를 각각 선임했다. 또 농민회 발전에 우수한 공을 세운 일죽농협 강경선 과장과 안성원예농협 강동우 계장, 안성축협 오규진 계장에게 각각 표창을 수여하고 격려했다. 이 신임회장은 “농협 3대 정신인 자립, 과학, 협동을 바탕으로 지역사회를 위해 사회공헌과 함께 잘 사는 농촌만들기에 헌신봉사하겠다”라고 말했다.
과천 별양동에 위치한 김준현한의원(원장 김준현)이 1사(社) 1경로당 후원사업에 참여했다. 김준현 원장은 최근 대한노인회 과천시지회 사무실에서 1사 1경로당 후원사업 협약식을 체결하고, 의료봉사와 후원금 지원 등 봉사활동에 동참키로 했다. 김 원장은 “오래전부터 지역사회 봉사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경로당 후원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듣고 봉사활동에 동참하게 됐다”며 “앞으로 어르신 대상 건강·의료상담 등을 펼쳐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신태 지회장은 “1사 1경로당 후원사업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인회에서 특수시책으로 추진하는 사업으로 올해도 1사 1경로당 후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눔 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시각언어(수어) 또한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은 소중한 언어입니다” 매일 긴장 속에 발표되는 정부의 코로나19 브리핑. 수어통역사들은 당국자 바로 옆에서 쉴 새 없이 표정과 손짓을 통해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다. 이들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정확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서다. 29일 만난 박정근 수어통역사(56)는 “손짓과 함께 얼굴의 작은 근육까지 신경써야만 농아인(청각장애)에게 정확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한국수어통역사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박 통역사는 지난 1988년 10월 수어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됐다. 군인(상병) 시절 안성 시내에서 농아인끼리 서로 활짝 웃으며, 크고 작은 손짓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을 넋놓고 계속 쳐다봤다. 신기하기도 하고, 그들만의 언어가 어떤 세계인지 궁금했다. 서울까지 올라와 전문 서적을 구입해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했다. 지역 내 농아인쉼터를 무작정 찾아가 그들과 친분을 쌓으면서 수어 세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갔다. 그는 “말(음성)이 아닌 손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그 뒤부터 수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과 어울리기 위해 수어를 공부하다보니 어느덧 34년째를 맞이하게 됐다”고 멋쩍어했다. 박 통역사는 수어통역사 생활 중에 요즘처럼 행복한 때가 없다고 전했다. ‘한국수어의날(2월3일)’이 법정기념일로 인정받아 국가 언어가 된지 어느덧 2년이 됐기 때문이다. 국어와 동등한 언어로 인정받고자 끊임없이 노력한 끝에 맺은 소중한 결실이다. 다만 수어통역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전문성은 크게 향상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전문성 향상은 통역사에게 있어 큰 목표이자 숙제이다. 박 통역사는 “선진국 같은 경우는 수어통역사를 전문적으로 교육시켜 법정통역사, 의료통역사 등의 전문통역사를 배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또한 전문성 강화를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야 한다. 농아인들의 높아지는 기대 수준에 맞춰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아직도 사회 곳곳에는 농아인들을 위한 수어통역사가 절실히 필요하다. 동료 통역사와 힘을 합쳐 조금씩 개선해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박형덕 국민의힘 전 경기도의원이 30일 동두천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동두천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재선 시의회· 경기도의회 활동을 통해 지방행정·예산확보의 달인, 화합의 적임자로 평가 받아온 박 전 도의원은 “이번에는 반드시 승리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사는 동두천을 만들고 시민들의 복리민복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노인 및 사회적약자 복지 확대 ▲살기 좋은 도시환경 조성 ▲GTX-C노선 연장 추진 ▲상패동 국가산업단지 30만평 조기 추진 ▲주한미군반환공여지 국가주도 개발 ▲재생병원 조기 개원 및 의대설립 추진 ▲노인회관 건립 ▲장애인 힐링센타 운영 ▲청소년 지원사업 확대 ▲청년 창업사업 발굴 및 지원 확대 ▲문화예술의 전당 건립 ▲반려견 테마파크 조성 및 도시계획시설 재정비 등 13개 주요 공약을 약속했다. 박형덕 예비후보는 제6대 동두천시의회 의장, 제5대 동두천시의회 부의장, 경기도의회 제1연장위원장, 경기도의회 기획재정위 및 문화관광위 간사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18년 전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동두천시장선거에 출마했다. 최근에는 제20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동두천·연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을 역임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돌봄 수요가 늘어나면서 맞벌이 부부와 한부모 가정의 ‘돌봄 선택지’가 덩달아 좁아지고 있다. 특히 밤 늦도록 직장에 발목 잡힌 부모들은 자녀를 맡길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시댁이나 친정에 손을 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독자소통팀은 자녀의 돌봄 문제로 고충을 겪고 있는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도내 24시간 돌봄 시설에 대한 실상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먹고 살아야 하는데 직장을 그만 둘 수도 없고…밤 늦게까지 아이 돌봐줄 곳이 절실합니다” 두 아이의 엄마로 일과 육아를 병행하고 있는 최미영씨(30·가명)는 최근 둘째 아들(4세)의 돌봄 문제로 걱정이 태산이다. 직장에서 오후 6시께 퇴근하지만 ‘러시아워’가 겹치면서 어린이집에 맡겨진 아이를 하원시키는 일이 하루 중 가장 힘든 일과가 됐다. 더욱이 동갑내기 남편은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고, 가정 어린이집도 나이 제한(2~4세) 사유로 올해까지만 다닐 수 있어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최씨 부부는 이 같은 상황을 예상하고 무려 2년 전부터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에 입소 신청을 했다. 이곳은 거주지 인근에서 늦은 밤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그러나 1년이 지나도록 어린이집의 대기 순번은 여전히 14번에 머물러 있고, 정원이 15명인 탓에 내년에도 이곳에 입소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최씨는 “주변에도 밤늦게 업무가 끝나는 맞벌이 부부가 있지만, 이들 대부분이 아이를 돌봐줄 시설을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면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야간에도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설을 확충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파주의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구지민씨(34·가명)도 서울로 출·퇴근하는 남편과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 돌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구씨와 남편은 잦은 야근과 늦은 퇴근시간에 발이 묶이는 탓에 친정 부모님께 아이를 돌봐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집 근처 국공립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려 했지만, 대기자만 10명이 넘어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씨는 “주변에 밤 늦도록 아이를 돌봐주는 시설이 없는 데다 있어도 대기자가 많아 입소하기까지 몇년이 걸릴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늦은 밤 귀가하는 한부모 가정과 맞벌이 부부들이 심야 시간까지 운영하는 돌봄 시설을 찾지 못하며 ‘돌봄 서비스 공백’을 체감하고 있다. 이들은 짧으면 1년, 길면 2~3년 동안 시설 대기를 하면서 육아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가용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 부모들의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야간 돌봄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야간 돌봄시설 확충을 포함한 가용할 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궁극적으론 야간 맞춤형 돌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정책 방향이 설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언제나 맡길 수 있는 ‘24시간 어린이집’… 도내 13개 지역뿐 아이들의 돌봄 공백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는 가운데 도내 절반 이상의 지자체에는 아이를 언제든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는 지역과 관계없이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시간 구애 없이 아이를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지역별로 설치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29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도내 24시간 어린이집(가정·민간·국공립)은 수원, 고양, 성남 등 13개 지자체에 37개소가 운영 중이다. 2020년 기준 경기도의 0~9세 돌봄대상 아동인구가 116만3천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24시간 어린이집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31개 시·군별 아동인구를 보면 화성(10만5천명), 수원(10만1천명), 용인(10만명), 고양(8만2천명), 성남(6만8천명), 남양주(6만4천명) 등 순으로 높았는데 지정된 24시간 어린이집 수는 아동 인구에 비례하지 않았다. 화성시는 단 1곳에 그쳤고, 용인시와 남양주시는 단 1곳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녀를 마음 놓고 맡길 수 있는 24시간 돌봄 시설 필요성에 공감하는 부모들의 입장과도 상반되는 결과다.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지난해 6월16일부터 30일까지 경기도 거주 만 0세부터 10세까지 아동을 자녀로 둔 보호자 3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6.5%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살펴보면(중복응답 가능) 부모의 직장생활로 인해 아동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야간 출근(54.19%), 부모의 출장(37.43%) 등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가족의 응급진료(43.85%), 가족의 병원 입원(33.24%) 순으로 높았다. 이에 대해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방으로 며칠 출장을 가야 하는 일이 생기거나 잠시 어떤 사정으로 아이를 봐줄 수 없는 이들에게는 (24시간 돌봄 시설이) 큰 도움이 된다”며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부모와 아이의 상황이 취약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단순히 아이를 맡아주기만 할 것이 아니라 돌봄 시설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가족의 상황을 파악해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계 서비스를 함께 제공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운영비 얼마나 들까 1개소 당 年 2억… 전문가 “혜택·편익 고려 큰 비용 아냐” 연간 약 2억원의 예산이면 경기도에서 24시간 아이돌봄센터 1개소를 운영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아이돌봄센터 1개소를 이용하는 동시간대 아동 14명을 기준으로 산정된 비용 추계로, 센터 운영을 통해 긴급 돌봄이 필요한 부모들의 편익을 고려하면 비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29일 경기도의회 의원연구단체인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 연구회’는 경기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발간한 ‘경기도 24시간 아이돌봄센터 건립을 위한 연구’(2021)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비용 분석 및 센터 운영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를 진행한 경기대 산학협력단은 24시간 아이돌봄센터장 1인과 돌봄교사 6인을 센터 내 필수 인력으로 배치하되, 동시간대 아동 7명을 기준으로 1명의 돌봄교사를 배치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이를 고려해 연간 예산을 산정하면 인건비(센터장 250만원x1인x12개월, 돌봄교사 220만원x6인x12개월) 1억8천840만원, 운영비(공공요금, 수용비 및 기타운영비 등 200만원x12개월) 2천400만원 등 총 2억1천240만원의 예산 소요가 예상된다. 세부적인 운영 방식을 보면 먼저 센터 설치는 단독주택, 공동주택(아파트 등)의 주민공동시설, 종합사회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마을회관 등 기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간 내부 구성은 전용면적 85㎡(이용 아동 1인당 3.3㎡ 이상)를 최소한의 면적 기준으로 하고 여러 가지 부속 공간(사무공간, 탕비실, 화장실 등) 면적은 별도로 확보하도록 했다. 센터 이용료는 주·야간 동일하게 시간당 2천500원(간식 포함)의 저렴한 비용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김형모 경기대 교수는 “24시간 돌봄 시설은 부모의 야근, 가족의 병원 입원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자녀를 돌보지 못하는 경우에 대비한 공간”이라며 “부모들이 느낄 혜택과 편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연간 약 2억원의 예산은 크지 않은 비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돌봄 우수 지자체 1년 내내 시간 구애 없어… 응급상황 시 부모 근심 덜어줘 코로나19 여파로 돌봄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24시간 긴급돌봄센터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논산시, 365일 24시간 ‘아이꽃돌봄센터’ 29일 충남 논산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내동홈(놀뫼아파트), 강산홈(동신아파트), 대교홈(코아루아파트)등 3곳의 아이꽃돌봄센터를 개소했다. 특히 이곳은 전국 최초로 365일 24시간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긴급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에 거주하는 자녀를 둔 부모가 24시간 긴급 보육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이용 가능하다. 주말 및 공휴일에도 자녀를 맡길 수 있다. 24개월~만 9세 아동이 대상이다. 돌봄센터는 총괄운영국장을 비롯한 7명의 교사들이 함께 3조 2교대로 근무 하고 있다. 필요한 시간만큼 이용하고 카드 또는 계좌이체로 결제하면 된다. 이용 요금은 주간(오전 9시∼오후 9시)은 시간당 2천원, 야간(오후 9시∼오전 9시) 및 주말·공휴일은 시간당 3천원이다. 부모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직장에서의 야근 또는 코로나19 확진 등에 따른 응급 상황시 부모들의 근심을 덜어줘 삶의 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자민씨(35·여)는 “코로나 방역 조치 완화로 영업시간이 연장됨에 따라 아들(5세)을 어떻게 케어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24시간 긴급 돌봄 서비스 덕분에 마음 편히 일을 하고 있다”며 “어린이집 하원 이후에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아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곳이 논산에 있어 매우 감사하다. 아이 또한 매우 좋아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 ‘긴급아이돌봄센터’ 광주광역시는 365일은 아니지만, 부모가 급히 24시간 보육이 필요할 때 시간 단위로 이용할 수 있는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에는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와 서구긴급아이돌봄센터 등 2곳의 긴급아이돌봄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6개월~만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주간에는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홈페이지에 회원 등록 후 사전 예약하고, 야간에는 '광주긴급아이돌봄센터' 홈페이지에서 예약하면 된다. 당일 예약은 전화로만 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월~금(오후 6시~오전 9시), 토요일(오전 9시~오후 8시) 시간당 2천원이다. 급식과 간식은 가정에서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국지윤 광주광역시육아종합지원센터장은 “예전에는 직장에서 야근을 하거나 경조사 또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해 아이를 돌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부모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모두 걱정 없이 자녀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어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자소통팀=홍완식·장영준·정민훈·이광희·김경수·김정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