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위로 봄눈…이상기후에 상인·농민 ‘혼란’

벚꽃 위로 눈발이 흩날리는 ‘4월 이상기후’에 산업부터 농업까지, 경기지역 생활·소비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14일 오전 11시께 찾은 AK플라자 수원의 한 의류 행사장에는 다양한 계절의 티셔츠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품을 진열하는 점원들의 옷차림은 반팔 의류, 롱패딩 등 가지각색이었다. 봄을 넘어 여름 상품이 유통가를 채웠지만 주말 사이 경기도를 덮은 이상기후 영향으로 소비 현장에선 ‘겨울 복장’을 쉽게 만나볼 수 있었다. 계절 특수를 기대하던 세탁업계도 감 잡을 수 없는 날씨 상황 탓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성시 기안동에서 30년 넘게 세탁소를 운영 중인 김규만씨(62)는 “보통 이맘때면 겨울 코트나 패딩을 맡기는 손님이 몰려야 하는데 올해는 예년의 40%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며칠 새 다시 추워지자 겨울옷을 맡겼던 손님이 옷을 되찾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큰 외투들이 자리를 차지하니 빨리 처리하고 공간을 비워야 하는데, 올해는 그냥 놔둬도 될 것 같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농촌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곤혹스럽다. 이날 평택시 서탄면에서 만난 농민들은 “인근 농가마다 토마토, 오이, 애호박 등을 재배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 작물 생장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온도를 맞추는 데 애를 먹는다”고 입을 모았다. 애호박 농가를 운영하는 유형섭씨(67)는 “지난해보다 10만원 넘게 난방비를 더 쓰고 있지만 낮은 기온에 생장이 지연되며 수확량은 오히려 10~20% 줄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움직이던 유통·소비·생산 사이클이 이제는 ‘기후의 눈치’를 보게 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이상기후가 의식주 전반의 소비 패턴을 바꾸면서 계절 마케팅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며 “산업 전반에서 기후 민감도를 높이고, 소비 흐름의 변화를 정교하게 읽어내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해지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산업 구조는 기후 리스크 대응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며,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 개발뿐 아니라 관련 보험이나 금융 상품 시장도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BK, 지오영 인수 직후 2천700억 유상감자…또 ‘현금 회수’ 논란

의약품 도소매 업체 지오영의 최대주주 조선혜지와이홀딩스(이하 조선혜지와이)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직후 약 2천700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수 한 달 만에 회사 자금이 외부로 빠져나간 데다, 이후 재무구조 악화와 순손실 전환까지 겹치며 MBK의 무리한 투자금 회수 방식에 대한 비판이 다시금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선혜지와이는 지난해 약 2천746억원 규모의 유상감자를 단행했다. 유상감자는 자본의 일부를 주주에게 현금으로 돌려주는 방식으로, 주주는 이익을 얻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부채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구조가 악화될 수 있다. 유상감자 시점은 MBK의 인수 직후다. MBK는 지난해 6월 조선혜지와이 지분 71.6%를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고, 같은 해 7월 초 유상감자가 단행됐다. 이에 따라 MBK는 약 2천억원(지분율 기준)의 현금을 회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사회도 MBK 인사 중심으로 재편된 상태였다. 유상감자 이후 조선혜지와이의 재무지표는 급격히 나빠졌다. 2023년 말 506%였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4년 말 1천600%로 치솟았고, 같은 기간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천819억 원에서 461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감소했고,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실적이나 유동성 개선 없이 대규모 자금 회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MBK에 대한 비판이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입장에서 투자금 회수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기업의 재무 사정이나 유동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상감자와 배당은 책임 있는 투자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사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MBK가 인수한 메디트는 2년 연속 적자를 냈음에도 지난해 약 900억원을 MBK 소유 법인에 배당했고, 오스템임플란트 역시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6.5% 감소했음에도 MBK에 892억원을 배당했다. 업계에선 “홈플러스 사태의 전조가 또 반복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편 조선혜지와이의 등기임원 5명 중 조선혜 대표이사를 제외한 4명은 모두 MBK 인사다. 이진하 파트너, 당효성 파트너, 차영수 매니징디렉터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천준호 매니징디렉터가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당 파트너를 제외한 3명은 유상감자 직전인 지난해 6월 선임됐다.

[건강칼럼] 내 인생 최고 기록 달성 및 즐거운 달리기를 위한 최고의 방법

“어느 날 갑자기 나는 내가 좋아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좋아서 거리를 달리기 시작했다. 주위의 어떤 것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지 않고 그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다.” 유명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본인 에세이에 적은 글이다. 그는 긴 시간 동안 집중하기 위해, 그리고 작가로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심신을 단련하고자 꾸준히 달리기를 했고 에세이를 집필하기까지 총25회 이상의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고 한다. ■ 생맥산, 작약감초탕…마라톤 러너들을 위한 응원 이번 경기마라톤대회에 참여하는 모든 러너는 여러 이유로 달리기를 시작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그리고 또 누군가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 시작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러너는 달리기가 좋아서, 그저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한다는 공통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기록 단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러너들을 위해 경기도한의사회에서 기록 단축, 빠른 회복을 돕기 위한 두 가지 한약을 준비했다. 먼저 달리기 전에 복용해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생맥산’이다. 생맥산은 운동 지속시간을 연장하고 심박수를 저하시키며 근육 내 글리코겐 함량 증가 및 LDH 활성도 감소에 효과적이어서 마라톤 시 기록 단축 및 운동능력 상승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이 여러 논문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러시아 의학원 산하 방력연구소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생맥산을 투약한 러시아 조정 선수단이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예상치 않은 금메달을 따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우리나라 축구 국가 대표팀 공식 음료로 생맥산이 활용된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으며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음료로 선정됐다는 기사도 있다. 두 번째는 마라톤 도중 또는 이후 손상된 근육 에너지를 보강하고 회복을 돕는 ‘작약감초탕’이다. 근육 경련, 근육통, 근육 손실 완화에 뛰어난 효과가 검증된 작약감초탕은 쥐가 나는 것을 방지하고 빠른 회복을 도와 다음 날 일상생활 복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한약 복용하고 도핑 또는 부작용이 걱정된다? 한약의 전문가인 경기도한의사회 한의사들이 처방한 생맥산과 작약감초탕은 도핑에서 당연히 안전할 뿐 아니라 부작용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최근 서울대와 단국대 연구팀이 67만2천41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의료기관을 통한 한약 처방이 ‘약물 유발 간손상’ 위험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관련 연구 결과를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게재한 바 있다. 대규모 데이터를 활용한 학술논문을 통해 한약이 간에 안전하고 나아가 간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고 지금까지 한약은 간에 나쁘다며 근거 없이 국민을 호도하던 일부 양의계의 주장이 전혀 근거 없는 악의적인 거짓말이라는 것을 명명백백히 밝혀 준 값진 결과다. 싱그러운 봄 향기와 넘치는 에너지로 함께할 경기마라톤대회에서 ‘내 인생 최고 기록 달성’ 및 즐거운 달리기를 위한 경기도한의사회의 도움을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란다.

‘대선이 애들 장난?’…윤상현, 대선 출마 예고 하루만에 불출마 ‘부글부글’

국민의힘 윤상현 국회의원(인천 동·미추홀을)이 대선 출마를 예고한지 1일만에 입장을 뒤집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지역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의원은 지난 13일 대선 출마를 결심, 실무진이 대권 도전을 위한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또 출정식·출마 선언은 15일에 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윤 의원은 돌연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불출마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출정식 등 해당 일정도 모두 취소했다. 출마를 결심한지 고작 1일만에 입장을 뒤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윤 의원의 이 같은 행보에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의 대선 불출마 관련 기사에는 ‘대선이 애들 장난이냐’, ‘이랬다 저랬다. 가볍기도하다’는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또 ‘대권 선언이 무슨 임신 기원 바위도 아니고, 터치만 하고 가느냐’, ‘초등학교 분단장 뽑냐?’, ‘이런(사람이) 뭔 (대권)주자여, 주취자 아냐?’ 등의 비난 글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는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이나 어떠한 권력에 대한 욕심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제 역할은 범죄자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을 막는 일”이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특히 윤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 사유로 반명연대(반이재명 연대)을 들고 나서면서, 중진 정치인으로서 국가 대사를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이날 “제 역할은 범죄자에게 국가의 운명을 맡기는 것을 막는 일”이라며 “계속해서 제도권 내외, 검은 카르텔 세력에 맞서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 길이 외롭더라도 반명연대(반이재명 연대)의 물꼬를 트는 고난한 길일지라도 묵묵히 견디며 나아가겠다”며 “지금 제 위치에서 해야 할 일을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국가 대사를 책임지겠다는 생각을 하고 대선 경선에 임하기 위해 출마를 선언하는 것 아니냐”며 “출마할 때나, 그걸 철회할 때 국민들이 납득할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회의원으로서 신중하지 않은 가벼운 언사 행동은 나중에 본인이 추구하는 정치적인 방향에 국민 신뢰를 잃을 수 있다”며 “특히 현재는 대선 정국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인만큼, 일거수 일투족 경거망동 금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윤 의원측은 “윤 의원이 지난 13일 직접 본인 스스로 출마를 하겠다는 공식 발표는 없었다”며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등떠밀려 출마가 기정사실화 한 것 뿐”이라며 “백의종군 하는 마음으로 대선 불출마에 대한 직접 입장을 밝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슈&경제] 2025년 뉴노멀, 트럼프

요즘에는 사용 빈도가 뜸해 보이는데 얼마 전까지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용어가 자주 쓰였다. 뉴노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 기준이나 표준을 의미하는 개념인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저성장, 저소비, 고실업, 규제 강화 등이 주요한 뉴노멀로 논의됐다. 글로벌 경제의 현재 상황을 보면 ‘트럼프’가 그 자체로 뉴노멀의 범주에 포함돼야 할 것 같다. 트럼프는 2기 출범 직후부터 현재까지 관세로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의 아이콘인 트럼프를 새로운 표준으로 삼아야 할지도 모르는 현재의 상황은 표준이라는 것이 기준점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소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불확실하고 예측이 어렵다는 점 이외에 확실한 것이 없다는 점을 우리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현재 정세를 보면 당분간 트럼프가 글로벌 경제에 어떤 방식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점만이 확실하다는 것이다. 취임 첫날 동맹국인 멕시코, 캐나다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주변국을 긴장시킨 트럼프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는 관세 정책으로 우리 기업을 불확실성의 공포에 빠뜨렸다. 지난 2일 있었던 상호관세 발표에서는 미국에 대한 무역흑자 규모를 기준으로 최대 50%까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는데 중국에는 34%, 대표적 대미 무역흑자 국가인 일본과 우리나라에는 각각 24%, 25%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중 간의 관세 갈등으로 상황이 극한으로 치닫던 9일 미국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한다고 발표하면서 상황이 다소 진정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몰고 왔다. 상호관세 발표 시 급락했던 국내외 증시는 9일 유예 발표로 급등하며 회복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다소 진정된 것처럼 보이는 현재 상황이 언제 어떻게 또 달라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이렇게 자고 일어나면 달라지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지지자들로부터도 비난을 받고 있다. 국내 주요 일간지의 한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주변의 억만장자 지지자들마저 ‘상호관세가 너무 성급하고 공격적이다’, ‘심각한 정책적 실수다’, ‘국가 간의 신뢰를 심각히 훼손하고 있다’ 등의 볼멘소리가 나오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 발표 이후 벌어진 미국 국채 폭락 사태로 ‘중국을 제외한 국가들에 대한 90일 유예 조치’가 발표되며 다소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관세만으로도 머리가 아픈데 다음 무기는 환율이라는 이야기들이 벌써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8일 뉴욕타임스 등의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달러 가치 조정을 위한 다자간 협의체 구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그 유명한 1985년의 ‘프라자 합의’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우일지도 모르지만 아찔하다. 우리는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정치적 혼란으로 가장 중요한 대외 변수인 트럼프와 그가 촉발한 글로벌 경제질서의 급격한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당분간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의 지배력이 큰 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트럼프의 경제 정책 변화에 따른 시나리오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시급하다. 정치적 혼란이 전략적 대응의 공백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

[천자춘추] 슈만의 사랑이 담긴 ‘피아노 4중주’

슈만의 사랑과 결혼 이야기는 음악가들의 여러 사랑 이야기 중에서도 특히 유명하다. 부모님의 뜻대로 안정적 생활을 위해 법대에 입학했던 청년 슈만은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스승인 비크를 만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오른손에 영구적인 부상을 입으며 피아니스트로서의 꿈은 좌절됐고 그 대신 스승의 외동딸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로서 장래가 밝던 클라라를 사랑하게 된다. 클라라가 아직 성년도 되지 않았기에 자신을 탐탁지 않게 여긴 스승 비크와 법적 투쟁까지 벌인 끝에 결혼하게 된 슈만은 출판업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에 따라 문학적인 재능도 있었기에 피아노 대신 음악평론과 작곡을 통해 생계를 꾸린다. 신음악지의 편집장을 맡아 주필로서 쇼팽, 베를리오즈, 브람스 등을 찬사해 세상에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정신적으로 취약했던 집안 내력에 따라 양극성 장애를 앓았던 슈만은 조증이 왔던 시기에는 왕성한 작곡활동을 보여줬으나 울증이 왔던 시기에는 작곡을 전혀 못하기도 했다. 1840년 클라라와 결혼한 슈만은 정신적 안정을 얻고 ‘가곡의 해’라 불릴 만큼 그해 많은 가곡작품을 쏟아내며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해냈다. 1841년에는 보다 거대한 규모의 교향곡을 작곡했고 1842년에는 ‘실내악의 해’로 불릴 만큼 피아노 4중주와 피아노 5중주 등의 걸작을 발표했다. 특히 피아노,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4명이 주고받는 내밀한 사적 대화 같은 피아노 4중주 op.47은 요즘 성격유형검사(MBTI)에 따르면 ‘극 I’(내향적 성향)였을 듯한 슈만이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신혼의 달콤함 속에서 부인이자 뛰어난 피아니스트인 클라라를 위해 피아노를 포함시켜 은은하게 사랑을 속삭이는 듯하다. 귀족의 살롱 중심의 음악회에서 벗어나 교향곡이 중심이 되는 거대한 공공음악회가 성행하기 시작한 당대에 바그너, 베를리오즈 등의 신독일악파에 의해 고루하다고 비판받던 장르인 실내악은 이러한 슈만과 브람스 등의 걸작 덕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었다. 특히 3악장 안단테 칸타빌레는 낮은 음역에서 가슴을 잔잔히 적시는 첼로의 서정적인 선율로 시작해 바이올린과 비올라로 이어지는 따뜻한 선율이 일품이다. 찬란한 봄 로맨틱한 슈만의 사랑을 생각하며 들어보기 적절한 클래식이리라 확신한다.

[인천시론] 글로벌 인천의 매력적 관광자원 ‘전통시장’

최근 들어 각종 도시여행 프로그램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야시장 등 먹거리 가득한 전통시장이다. 21세기 도시들은 도시 간 경쟁 속에서 도시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으며 인천도 이를 위해 다양한 도시관광 전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 시대에도 여전히 전통시장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한 상업공간을 넘어서 지역공동체의 중심이자 역사와 문화의 보존 공간이며 도시관광의 중요 자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일본 와카야마현의 인공섬 ‘마리나시티’에 위치한 수산시장인 구루시오시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와카야마 시정부는 쇠락해 가는 지역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1990년대 초에 약 49만m² 규모의 인공섬을 조성하기로 했는데, 그 중심부에 일본의 전통적 이미지를 구현하는 전통시장을 배치해 지역경제의 구심점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핵심적 앵커시설로 계획된 구루시오시장은 풍부한 해산물과 특산품으로 유명한 와카야마현의 지역 자원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참치 해체쇼 등 재미있는 이벤트와 함께 신선한 해산물을 현장에서 바로 맛볼 수 있는 바비큐 코너 등이 마련돼 일본 국내뿐 아니라 한국 등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유명한 관광지로 이미 알려져 있었다. 도시관광에서 멋지고 세련된 신도시의 현대적인 건축물에서보다 지역의 맛스러운 가치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경험의 장소가 기억에 강하게 인식된다는 것을 우린 알고 있다. 그래서 도시 여행객은 빠지지 않고 전통시장을 찾게 되는데 정작 현대화라는 이름으로 그 정체성을 잃거나 도시개발 사업에 밀려 흔적없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전통시장은 소상공인의 생계와 관련되는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그 의미가 있겠지만 이웃 간의 교류와 공동체 문화 형성 등 도시의 정체성과 역사 보존의 장소로서의 가치도 지닌다. 시설 노후화나 접근성 등 현실적 한계를 지녔지만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 공간마케팅 등 좀 더 계획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구도심에 위치한 전통시장은 재개발사업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았고 개발사업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사라지거나 소규모 슈퍼처럼 한편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또는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전통시장의 유휴공간을 활용해 청년의 창업을 지원하고 전통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목표로 청년몰 사업이 추진되기도 했다. 이러한 시도가 일부 지역에서는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저조한 매출, 상인들과의 갈등 등 여러 이유로 현재는 이렇게 조성된 청년몰은 빈 상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 교통이나 편의시설 등 물리적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즐길거리와 문화적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도시의 가치를 높이고 매력적인 도시로서의 장소 만들기 핵심전략으로 전통시장은 소중하고 귀하게 다뤄져야 할 것이다. 구루시오시장처럼 도시를 계획함에 중심부에 전통시장을 배치하고, 특색을 살리는 공간디자인과 지역사회와 연계된 프로그램 등 아낌 없는 투자와 지원을 통해 도시의 상징으로서 자리매김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항과 항만을 지닌 글로벌 도시로의 전통시장은 우리가 지켜내야 하는 소중한 지역자원이며 정책적, 시민적인 측면의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단순한 보존이 아니라 살아 있는 공간으로의 재창조해야 할 것이다.

[기고] 청소년을 노리는 사이버 도박

‘한 번만 해보자’는 호기심이 ‘멈출 수 없는 습관’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 은밀하게 퍼지고 있는 사이버 도박은 단순한 유희가 아닌 중독성과 범죄성을 동반한 위험한 덫이다. 과거 도박이 어둠 속에서 몰래 이뤄졌다면 이제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다. 청소년들이 자주 사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유튜브, 공개 채팅방을 통해 유입되는 불법 스포츠토토, 온라인 바카라, 슬롯머신 게임, 게임머니 환전 사이트 등은 외형상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청소년을 노리는 불법 사이버 도박이다. 처음엔 단순한 호기심이나 ‘용돈벌이’로 시작하지만 결국 돈을 잃고 관계가 무너지고 학교생활과 미래까지 흔들리는 결과를 낳는다. 청소년들이 사이버 도박에 빠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친구의 소개, 경제적 유혹, 손쉬운 접근성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SNS와 메신저를 통해 도박 사이트가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일부 청소년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의 금전까지 손대는 상황에 이르기도 한다. 더 나아가 절도, 중고물품 사기, 대리 입금 등과 같은 2차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아 사회적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경기남부경찰청은 사이버 도박에 연루된 청소년들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난 1일부터 5월31일까지 청소년 도박 자진 신고제인 ‘고(GO)-백(BACK)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이 제도는 처벌보다는 선도와 회복을 중심에 둔 제도로 도박에 참여했거나 관련 정보를 아는 청소년이 ‘117 신고센터(전화)’에 자진 신고할 수 있다. 자진 신고자는 수사 및 처벌에서 일정 부분 감면받을 수 있으며 전문 상담, 예방 교육, 병원 치료 등 종합적인 회복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단순히 법적 처벌을 피하는 것이 아니다. ‘숨김없이 말해 청소년들이 도박에서 벗어나 본래의 삶으로 돌아간다’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실수보다 중요한 것은 그만두는 용기이며 청소년들이 문제를 혼자 끌어안지 않도록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 나아가 사회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이니 만큼 정부와 지역사회는 예방교육과 지속적인 지원 체계를 강화해 청소년들이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가정에서는 청소년 도박에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과 소통해 도박을 사전에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민주당 경선 일정 돌입…김동연 수용, 김두관 경선 참여 거부

더불어민주당이 제21대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룰과 경선일정 등을 확정짓고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다. 다만 민주당이 경선룰을 ‘당원투표 50%·여론조사 50%’로 확정한 것을 두고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 3김(김동연·김두관·김경수)이 반발, 김두관 전 의원이 경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재명 전 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3파전 구도가 사실상 확정됐다. 14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범계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회의를 열고 최종 대선 후보 선출일을 오는 27일로 잠정 확정했다. 권역별 순회 경선의 온라인 투표 등은 ▲1차 충청권 16∼19일 ▲2차 영남권 17∼20일 ▲3차 호남권 17∼26일 ▲4차 수도권·강원·제주 24∼27일 등 순으로 이어진다. 권역별 경선 마지막 날인 19·20·26·27일에는 합동 연설회가 열리며, 해당 권역 투표 결과를 발표할 예정, 최종 후보는 경선 결과와 일반 국민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합산해 27일에 확정할 방침이다. 경선 후보자는 15일 하루만 등록받기로 했으며 기탁금은 총 4억원으로 정했다. 합동 토론회는 18일 지상파 방송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민주당이 권리당원 투표 50%를 포함한 경선룰을 최종 확정한 것에 대해 비명계 대권주자들은 각각의 입장을 내놨다. 김 전 의원은 “김대중·노무현 정신을 저버린 민주당 경선을 거부한다”며 사실상 불참 의사를 밝혔다. 반면 김 지사는 “무거운 마음이지만 당원 여러분이 결정해 주신 만큼 정해진 대로 따르고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앞서 김 전 지사도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당이 결정하면 따르는 것이 당원의 도리”라며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관련기사 : 이재명 ‘AI 투자 100조원’, 김동연 ‘청년소통’, 김경수 ‘적통’…경선 스타트 https://www.kyeonggi.com/article/202504145803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