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 男 81㎏급 평정, 중량급 새 강자 이준환

“당장의 메달 목표보다는 국제 대회에서도 통할 수 있는 저만의 주특기를 연마하는데 먼저 집중하고 싶습니다.” 2022 순천만국가정원컵 전국유도대회겸 국가대표 2차선발전 남자 81㎏급서 쟁쟁한 실업 선배들을 모두 물리치고 생애 첫 태극마크를 달게 된 중(中)량급 기대주 이준환(20·용인대)은 서두르지 않고 차근차근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유도를 위해 초등학교 때 수원에서 안산으로 온 가족이 이주한 이준환은 6학년이던 2014년 교보생명컵대회에서 전 경기 한판 우승을 차지하는 등 전국 무대 2관왕에 오르며 ‘될성부른 떡잎’으로 기대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후 안산 관산중 1학년 때 60㎏급서 전국을 제패하는 등 3년 동안 최강의 자리를 지켰고, 2017년엔 아시아 유·청소년유도대회 66㎏급서 우승하기도 했다. 이준환은 의정부 경민고 1학년이던 2018년 전국 대회 3관왕에 올랐고, 이듬해에는 4관왕을 차지해 1년 선배인 66㎏급 안재홍과 더불어 서정복 경기도유도회 회장이 “왕기춘을 능가할 재목감”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던 유망주였다. 특히 그해 하계 중·고연맹전서는 자신의 체급은 물론, 100㎏이 넘는 거구들을 꺾고 무제한급서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고3 때인 2020년 코로나19로 전국대회가 열리지 않아 한 시즌을 통째로 쉰 이준환은 용인대 입학 첫해인 지난해 11월, 국가대표 1차선발전 겸 회장기대회서 첫 성인 무대에 도전했으나 결승서 팀 선배 김종훈에 져 아쉽게 준우승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열린 이번 대회서는 예선부터 결승까지 6경기를 치르는 동안 32강전(반칙승)을 제외하고는 내로라하는 실업 선배들을 전부 한판으로 꺾는 압도적 기량을 과시했다. 한판승 기술이 모두 다를 정도로 다양한 기술 앞에 상대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이준환은 “그동안 국가대표, 실업팀 선배들과 많이 연습 경기를 하면서 이겨봤기 때문에 두려움은 없었고 자신이 있었다”라며 “여러 가지 기술을 구사하지만 아직 주무기로 내세울 기술이 없다. 내 장기를 잘 가다듬어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목표로 착실히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닮고 싶은 선수에 대해 지난해 1차 선발전 결승에서 패했던 팀 선배 김종훈을 꼽는다. 성실한 훈련 자세에 다른 선수들과는 다른 마음가짐 등 배울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유망주 허물’을 벗고 당당히 국가대표가 된 이준환의 앞으로 활약에 유도인들이 거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황선학기자

경기도의회 사무처 “의원실 안내하라”… 직원 항의에 ‘없던 일로’

경기도의회 사무처가 담당관실 직원을 차출해 민원인 응대 업무에 투입하려다 직원들의 거센 항의로 계획을 철회하며 빈축을 사고 있다. 사무처가 회기 중 의원실을 방문하는 방문객 안내를 위해 기존 채용했던 안내원 인력 4명에 더해 사무처 직원을 하루 4명씩 추가로 지원하려던 것인데, 직원들이 이와 관련해 업무 범위 밖 부당한 지시라고항의하자 이를 철회한 것이다. 16일 경기도의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인 블라인드 게시판에는 사무처 직원을 차출해 의원실 안내를 지시한 도의회 사무처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의원 개인실 안내원 차출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에서 사무처 한 직원은 경기도의회가 회기 때마다 직원을 차출시켜서 (개인의원실이 위치한 9~12층) 층마다 1명씩 의원 개인의원실 안내를 도와주라고 하는데 이럴 거면 안내원 용역은 왜 뽑은 것인지 (궁금하다)며 총무(담당관)에서 먼저 의견을 낸 것인지, 사무처장이 먼저 의견을 낸 것인지 모르지만 제지해야 할 사안을 제지하지 않은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도의회는 지난 7일 진행된 확대 간부회의를 통해 제358회 임시회 기간(3월22일~31일) 개인의원실(9~12층) 방문객을 안내할 지원인력을 층별로 1명씩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애초 도의회는 해당 업무를 수행할 안내원을 4명 채용했지만, 이번 회기가 안내원이 경험하는 첫 회기인 점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8명의 직원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7개 담당관실(총무담당관, 언론홍보담당관, 의사담당관, 도민권익담당관, 의정기획담당관, 입법정책담당관, 예산정책담당관)에서 하루 4명의 직원을 지원받아 투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도의회는 지원인력을 대상으로 18일 배치 인력 직무교육(직무범위, 근무시간 등)을 실시한 후 22일부터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무처 직원들이 개인의원실 안내 업무가 사무처 담당관실에서 수행할 업무로 적합하지 않다고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사무처 A 직원은 사무처 담당관실 직원의 업무 범위에는 의원실을 방문한 민원인 응대가 없다며 사무처가 의원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 힘없는 직원들을 강제로 차출한 것 같아 몹시 씁쓸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도의회 사무처 관계자는 채용된 안내원의 실전 경험 부족을 우려해 좋은 의도에서 지원 업무를 계획한 것인데 논란이 돼 안타깝다며 해당 소식을 전해들은 장현국 의장의 지시로 현재 해당 계획은 철회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광희기자

[기고] 시대 정신을 일깨운 故이어령

바람이 쓸어가는 하늘, 멀어질수록 더 가까이 들리는 지성의 소리. TV를 통해 강의를 하던 고(故)이어령 초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지난 2월27일 암 투병 끝에 향년 89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1933년 충남 아산에서 출생한 고인은 충남 부여고등학교를 나와 서울대 국문학과 재학 당시 비평가로 등단한 후 남다른 필력을 보이며 60여권의 저서를 냈다. <흙속에 바람속에(1960)>, <세계 지성과의 대화(1987)>,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1997)>, <지성에서 영성으로(2010)> 등 수많은 저서를 써왔다. 고인은 1960년 서울 신문을 시작으로 1972년까지 한국일보, 경향신문, 중앙일보, 조선일보 등 논설위원을 역임하면서 당대 최고의 논객으로 활약했다. 1966년부터 이화여대 강단에 선 이후 1987년까지 문리대학 교수를 1995~2001년 국어국문과 석좌교수를 지냈다. 또한, 88서울 올림픽 개폐식 대본을 집필했던 고인은 개막식에서 굴렁쇠 소년을 연출하여 세계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코로나 대공황으로 절망에 빠진 현실 삶이란 무엇인가. 희망의 꿈을 꾸며 여기까지 왔는데 종종 걸음으로 자신을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세월만 달아나 버렸다. 미국의 철학자 월리엄 제임스는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인간이 자신의 태도를 변화시킴으로서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변화된 인간은 결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역경을 바탕으로 새로운 의욕의 힘을 모아 낸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이겨내며 전진하는 사람의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생각을 바꾸면 미래가 달라진다는 것은 변화의 시기마다 시대 정신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는 인생의 건축사로서 분명한 목표를 가지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누구인가. 새로운 비전을 내놓으며 큰 산맥의 자리를 지켰다는 고인의 뒷 모습이 긴 여음을 남겼다. 인간이 선하다는 것을 믿으세요. 그 마음을 나누어 가지며 여러분과 작별합니다. 내가 받았던 빛나는 선물을 나는 돌려주려고 해요. 애초 있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갑니다. 영혼 보이지 않는 곳 먼 여정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 다른 나를 깨닫게 해준다. 이명수 동두천문화원 향토문화연구소장

[삶과 종교] 인간은 왜 존엄해야 하는가?

성경에서 하느님의 모습을 닮은 사람들을 만들자(공동번역 창세 1,26)!고 전한다. 인간이 하느님을 닮았기 때문에, 인간 모두가 존엄한 존재라는 것이다. 황송한 일이다. 천주교는 그분으로 말미암아 우리 모두 평등하고 우리 모두의 지위가 격상된다고 믿는다. 사실 과거 존엄하다라는 표현은 왕이나 일부 귀족, 뛰어난 몇몇 사람들에게 부여된 표현이었다. 조선 시대만 하더라도 양반과 평민, 노비라는 계급이 존재했고 누구는 천민이라는 표현까지 들어야 했던 때가 있었다. 모든 인간이 존엄할 수 없었던 시대였다. 서양의 스토아주의 사상가들은 인간이 존엄한 이유를 동물과 구분되는 특징인 도덕성, 이성 능력, 자율능력에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논리 때문에 동물의 존엄성이 인정되지 않았고, 같은 인간이라도 도덕성, 이성 능력, 자율능력에 따라 인간 존엄성이 차별화되기도 하였다. 이는 민족과 종교 간의 우위 싸움으로 번져 많은 전쟁과 수많은 인명피해로 번지게 되었다. 바로 인간 사이에서도 등급, 계급이 있다는 생각이 비극의 시작이었다. 이러한 논리는 우리 일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1등을 해야 하는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수능에는 등급이 매겨지고, 같은 직장에서도 정규직과 계약직 사이에 보이지 않는 등급이 매겨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람들은 연봉의 많고 적음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평가되고, 자동차의 배기량에 따라 사람의 지위가 구별된다. 누군가 1등을 하면 꼴등도 생기기 마련인데도 누군가의 우위에 있어야 내가 존엄하다고 느끼는 세상 같다. 나만 생각하는 존엄이 인권을 짓밟고 오히려 특권을 향해 가고 있는 듯하다. 앞서 언급한 하느님 닮은 인간을 곡해하면 인간이 신이다라고 여길 수 있다. 그리고 신을 오해해 인간이 세상 만물을 통제할 수 있고, 급기야 자연을 경시하고 세상을 파괴할 수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사실 성경에서 말하는 인간은 하느님을 닮은 사람이지 하느님이 아니다. 그리고 어떤 신이 당신이 만든 세상 만물을 파괴하고 경시하라는 권한을 인간에게 내리겠는가? 신이 만든 인간이라면, 그리고 신이 만든 세상 만물이라면, 서로가 조화롭게 살아가길 바라시지, 인간이 세상 만물보다 우위에 있기를 바라지 않으실 것이다. 정말 무섭게도 종교적으로 성경과 경전, 그리고 세상의 이치를 제멋대로 해석해 종교를 사유화하고 한 종교 집단이 다른 집단에 우위를 점하려 한다. 세상을 이롭게 해야 할 종교가 종교지도자들의 욕망을 실현하는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인간은 존엄해야 한다. 우리 모두 고귀하고 존귀하다는 당연한 가치가 참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세상이기 때문에 그렇다. 역사적 사건들이 말해주듯 인간 사이 설정된 등급과 계급으로 인해 언제든지 인간은 그 존엄성을 상실하기 쉽다. 그래서 인간 스스로 그 비극을 막기 위해서라도 인간은 더 존엄해야 한다. 그리고 나만의 존엄을 위해 누군가는 당연히 희생될 수 있다는 인식을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더욱더 인간이 존엄해야 할 것이다. 김의태 수원가톨릭대학교 교회법 교수

대선주자급 경기도지사 출마...‘60일 이상 주민등록’ 조항이 변수

차기 경기도지사로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대거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60일 이상 주민등록 조항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60일 이상 경기도에 주민등록이 돼 있어야 하나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대선주자급 인사들이 대부분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지사 출마 주자로 거론되는 대선주자급 인사는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국민의힘 원희룡 인수위 기획위원장, 유승민 전 의원 등이 꼽힌다. 김 대표는 서울 마포, 안 인수위원장은 노원, 원 인수위 기획위원장은 마포, 유 전 의원 강남에 각각 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경기도지사에 출마하기 위해선 D-60인 다음 달 2일까지 경기도로 주민등록을 이전해야 된다. 공직선거법 제16조(피선거권) 3항에는 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주민으로서 18세 이상의 국민은 그 지방의회의원 및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피선거권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등록을 이전한다고 해서 후보가 되는 것도 아니다. 새로운물결 김 대표의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합당이 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후보를 내지 않거나 후보 단일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국민의당 안 인수위원장도 국민의힘과 합당이 이뤄질 예정이지만 출마를 결심하게 되면 인수위원장과 도지사 선거 준비를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특히 국민의힘 원 기획위원장은 이미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에게 출마할 계획이 없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전해져 주소 이전 가능성이 가장 적은 상태다. 이날 일부 측근들과 경기도지사 출마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 유 전 의원의 출마 여부도 주소 이전 여하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유 전 의원의 최측근인 홍철호 전 의원(김포을 당협위원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저쪽에서 누가 나올지에 따라 우리도 거물공천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면서 저쪽 카드를 봐 가면서 그 안에(60일 전에)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재민기자

[사설] 수원·고양·용인시에서 탄생할 첫 특례시 시장/과거 ‘보통 시장’ 때 보다 높은 수준 필요하다

특례시가 딱히 시민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엄밀히 명칭만 주어진 특례시다. 그나마 행정이나 일상에서 쓰는 공적 명칭에도 못 쓴다. 권한의 이양이라는 것도 대부분 미래 얘기다. 제일 관심이 큰 게 행재정인데, 이만 해도 그렇다. 특례시에 넘길 수 있는 근거 법은 해놨다. 지방자치법 제198조 제2항이다. (필요한)특례를 둘 수 있다. 구체화하려면 추가 입법이 있어야 한다. 이관이 시급한 구체적 사무 129개도 선정해 놨다. 역시 입법을 해야만 효력이 생긴다. 이렇듯 완성된 게 없다. 해야 할 일이 수북한 앞날이다. 앞서 특례시를 만든 시장도 중했다. 하지만 이를 완성할 시장이 더 중하다. 입법 현안들을 다 풀어가야 한다. 특례시를 여기까지 끌고 온 1등 공신은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다. 그가 해온 입법 족적이 정치권에 뚜렷이 남았다. 자치단체장 신분으로 최고 위원에 도전했다. 거기서 당선됐고, 당 내 목소리부터 키웠다. 광역과 지방의 반발도 컸다. 그런 난관을 뚫고 따낸 특례시다. 그도 말한다. 여기까지가 내 최선이었다. 이 과제를 넘겨 받은 3곳이다. 그 후보들에게 묻고 싶다. 국회를 상대로 입법 활동을 펼 수 있는가. 가당한 힘은 있는가. 그 과정에 필연적으로 부딪힐 벽이 있다. 광역 시도의 방해, 그리고 군소 시군의 방해다. 이 높은 벽을 뚫어낼 수 있는가. 힘이 있고, 구상이 있다면 공약해야 한다. 앞서 염 전 시장은 최고 위원 도전을 풀이의 수단으로 삼았다. 정치권을 움직일 이런 묘안이 있다면 그것도 유권자 앞에 얘기해야 한다. 이 모든게 1호 특례시 시장들에는 필요한 지혜다. 자연스레 함께 채점될 영역이 있다. 특례시에 걸맞은 행정 능력이다. 특례시는 광역과 기초의 중간에 위치한다. 광역과의 거리가 확 좁아진다. 중앙 부처와도 많이 줄어든다. 예산, 행정, 인사에서 중앙 부처와 담판을 져야 하는 일이 많아진다. 이를 풀 능력이 필요하다. 시의 광역적시공적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능력도 그동안과 달라야 한다. 뒷골목 그림부터 산업주거단지까지 폭 넓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특별한 능력 말이다. 이렇게 확장된 시각이라야 특례시다. 수원시장 후보군, 고양시장 후보군, 용인시장 후보군이 보도되고 있다.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각 지역 후보들이 지지율 따라 줄을 선다. 신성한 유권자의 결정이다. 이제부터는, 여기엔 특례 시장 채점이 가미될 것이다. 지방 선거 열기는 폭발하기 시작했다. 대선에 빼앗겼던 관심이 응축되어 터져 나온다. 후보들에 대한 비교, 비판 목소리가 날카롭게 삐져 나온다. 특례시장 될 후보와 특례시장 안 될 후보를 냉철하게 가려내는 목소리다. 머지않아 공개적으로 토론될 것이고, 그때는 우리도 공개적으로 거명할 것이다.

[문화카페] 악마의 술 ‘압생트’

인상주의 미술은 전통미술과 현대미술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면서 현대미술의 서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다.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과 강렬한 색채를 통해 화면을 요동치게 만들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화면을 만들어냈다. 처음에는 난해한 화풍 때문에 대중들이 거부감을 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에드거 드가(1834~1917)는 인상주의 운동을 이끈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그는 추상적인 방식보다는 사실주의를 선호했다. 드가의 그림 중 <압생트를 마시는 사람(1876)>이라는 그림이 유명하다.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의 카페에 있는 두 남녀를 그린 작품이다. 화면에서 두 인물은 각각 앞을 보고 있고 그 앞에는 술병과 잔이 놓여져 있다. 그런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어색함이 느껴진다. 마치 현재의 그림이 더 큰 그림의 일부분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것은 사실 잘라내기 기법으로 말없이 앞을 응시하는 두 남녀의 소외감과 고립감을 강조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처음에는 이 그림은 아무런 관심도 받지 못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소재와 인상주의 화풍이 절묘하게 맞아들어간 드가의 역작으로 평가받게 됐다. 그런데 여기서 눈길을 끄는 것이 있다. 탁자 위에 놓인 술병은 당시 19세기부터 20세기 초엽까지 프랑스에서 유행했던 술인 압생트(Absinthe)라는 술이다. 압생트는 허브를 갈아 증류시킨 술로 도수가 40~80도가 넘는 독주인데 에메랄드 빛 녹색이 특징으로, 그 색깔 때문에 녹색 요정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녔다. 이 별칭이 더욱 유명해진 것은 압생트 술을 마시면 헛것이 보이는 환각 체험을 하기 때문이었다, 압생트가 처음 나왔을 때는 가격이 비싸 부르주아들이 주로 마셨지만, 이후 가격이 하락하면서 1870년경에는 모든 계층이 마시는 국민 술이 됐다. 당시 파리는 산업혁명을 통해 겉으로는 풍요로운 것처럼 보였지만 그 풍요는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또한 프랑스의 개방적인 문화정책 때문에 많은 예술가들(보헤미안)이 파리로 몰려들었고, 가난한 예술가들은 고단한 삶을 잊기 위해 녹색 요정에 몸을 맡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반 고흐가 압생트를 너무 많이 마셔 정신착란에 빠졌다는 주장이 있는 것처럼, 압생트는 독성 때문에 20세기 초 금지되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이것은 중독성을 강화하기 위해서 불순물을 섞어 제조한 일부 불량 압생트 업자들 때문이었다. 19세기 말의 세기말적 불안은 당시 전 유럽을 잠식하고 있었다. 그 불안과 공포는 역으로 현대미술의 촉매제가 됐지만, 고단한 현실에 몸과 마음이 지친 예술가들은 악마의 술 압생트가 들려주는 달콤한 노래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김진엽 수원시립미술관장

[경기만평] 정치보복은 없다...

[사설] 수원 유일 근현대 산업유산 ‘영신연와’, 보존 목소리 높다

이달 14일부터 25일까지 수원특례시청 로비에서 벽돌공장 영신연와 특별전이 열린다. 우리가 지키고 싶은 것은 낡은 굴뚝과 가마가 아니라 서수원의 역사와 사람들이다라며, 영신연와를 지키는 수원시민모임에서 주최했다. 전시에선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영신연와 보존에 뜻을 같이 하는 8명의 작가가 사진, 그림, 영상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의미있는 전시회다. 수원특례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영신연와(煉瓦)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운영됐다. 경제성장으로 인한 건축 붐이 한창이던 197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호황기에는 하루 5만장 넘는 벽돌을 만들어 낼 만큼 수요가 많았다. 수원이 도시화되고 여러 건축물이 들어설 때 쓰인 벽돌을 생산한 곳이니, 수원의 역사와 함께했다고 볼 수 있다. 영신연와는 대량 생산이 가능한 독일의 호프만식 가마를 사용했다. 호프만식 가마를 사용한 벽돌공장은 국내에 3곳 남았는데, 영신연와 가마가 가장 오래됐고 원형 그대로 잘 보존돼 있다. 둥근 형태의 가마는 내외벽과 투탄구, 연도 등이 견고히 남아있어 당시 벽돌을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공장은 1993년 문을 닫았지만 5천775㎡ 면적(건축물 1천902㎡)에 굴뚝과 가마, 초벌 야적장, 무연탄 야적장, 창고, 노동자 숙소 등 공장 시설물이 원형을 유지한 채 남아있다. 영신연와는 단순히 오래된 공장 건축물이 아니다. 당시 노동자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수 있고, 기업 역사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건축사적역사적문화적 가치가 높은 수원의 유일한 근현대 산업유산이다. 이에 문화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2012년 영신연와를 지키는 수원시민모임이 발족, 보존을 위한 서명운동 등을 펼쳤다. 영신연와는 현재 고색지구 도시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사유지에 건축된 사유재산이고, 향후 도시개발사업 진행에 따라 운명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영신연와의 존치보존과 문화재 등록 등은 모두 미지수다. 수원시는 2020년 수원 영신연와 벽돌공장 일원 기록화 조사 용역을 통해 영신연와가 근현대 산업유산의 가치가 있음을 확인했다. 영신연와 공장이 △지역사회 조성과 삶에 기여한 산업유산 △벽돌생산의 전 과정이 온전하게 현존하는 마지막 벽돌가마 △노동자의 삶과 기업체 역사가 온전하게 남은 희소 사례 △수원의 근대도시 성장 모습을 보여주는 근대산업 유산 △지역사회 형성과 문화에 기여 등 다양한 가치가 있다고 분석했다. 영신연와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는 넘친다. 이곳이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이자 역사문화공원으로 재탄생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