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포스트 코로나, 두 방향으로 잡아라

하나는 코로나가 바꾼 일상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많은 걸 바꿨다. 상당수가 코로나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코노미로 불리는 신경제다. 사람들이 집에 머물면서 생긴 경제 활동을 일컫는다. 재택근무 장기화에 따른 관련 시장이 크고 있다. 화상 회의에 활용되는 솔루션인 팀즈가 성장했다. 지난달 이용이 1천% 이상 증가했다. 화상 회의에 필요한 웹캠의 경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30배나 늘었다. 초ㆍ중ㆍ고교 온라인 개학에 따른 시장 변화도 주목된다. 학생들이 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홈스쿨링 시장이 날개를 달았다. 영어 회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캠플리는 올 들어 3월까지 학습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47% 늘었다. 수학전문 인터넷 강의 애플리케이션 쎈닷컴도 1년 전보다 4배나 급증했다. 이 부분은 신개념 산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발전시키고 지원해야 할 숙제가 행정에 있다. 또 하나는 침체된 경기 활성화다. 경기연구원이 낸 신용카드 매출 자료가 있다. 1월 20일부터 3월22일까지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1% 하락했다. 요식ㆍ유흥ㆍ유통은 특히 직격탄을 맞아 전체 감소분의 58.2%를 차지했다. 도내 31개 시군 모두 카드 매출액이 감소했고, 수원ㆍ성남ㆍ고양 등 대도시의 하락 폭은 더 컸다. 말할 것도 없이 비대면ㆍ비접촉 사회가 빚어낸 결과다. 되돌려야 할 영역이다. 경기도가 포스트 코로나를 행정의 화두로 삼았다. 경기비전 2030 용역에 포스트 코로나를 반영키로 했다. 경기연구원이 주도하는 용역인데, 경기도 행정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시기적으로나, 상황적으로 매우 적절한 조치다. 코로나19는 두 달여 만에 한국 사회 전체를 붕괴시켰다. 신규 확진자가 진정 국면에 들었다고는 하나 그 끝을 단정키 어렵다. 워낙 광범위해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벌였던 방역 전쟁만큼 고되고 지난한 싸움일 것이다. 이 미래의 작업을 현재로 끌어온 경기도의 발상이 대견하다. 기대컨데,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행단계로 들어가는 도정이 되길 바란다. 그러려면 앞서 우리가 주문한 방향성을 인식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바뀌지 않을 산업 구조는 그에 맞는 부흥책을 내야 한다. 코로나19가 직접 원인이 돼 붕괴된 산업에는 복구를 위해 지원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경험하지 못했던 시련을 줬다. 포스트 코로나 역시 우리가 경험하지 못했던 미래다. 각계의 고견을 듣고,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려야 한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앞섰던 경기도 행정이 포스트 코로나 대처에서도 앞서간다는 평을 듣기 바란다.

[사설] 이젠 경제다, 산업·일자리 붕괴 막는데 올인해야

제21대 의회 권력의 향배를 가르는 415 총선이 끝났다. 코로나19의 위협 속에서 진행된 이번 총선은 선거운동 기간 내내 시끄러웠다. 거대 양당의 비례의석 전담 위성정당 반칙과 공천 역주행, 역대급 막말 대잔치는 정당정치 퇴보와 선거민주주의 퇴행을 보여줬다. 정책ㆍ공약 경쟁은 안보이고 막말ㆍ흑색선전이 난무해 정치 혐오를 부추겼지만, 유권자들은 주권을 포기하지 않고 투표에 참여, 66.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유권자의 투표 참여가 정치 변화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모두 신성한 한표였다. 여야는 유권자가 심판한 총선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젠 갈라진 민심을 모아 국난 극복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코로나19 대유행과 이로 인한 경제난, 민생 악화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부터 여야 정당, 기업, 국민 등 모두가 합심해 풀어가야 할 난제다. 여야는 분열ㆍ갈등ㆍ반목을 접고 이제는 민생을 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14일 세계 경제 전망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올해 마이너스 1.2%에 이를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을 이유로 세계 경제성장 전망치는 3개월 만에 3.3%에서 마이너스 3.0%로 낮췄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제가 급전직하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공급망에 강하게 엮인 한국이 받는 충격이 눈덩이처럼 커졌다. 소비와 투자, 수출 등을 아우르는 성장률의 추락은 산업 생태계 붕괴와 일자리 절벽으로 이어져 결국 민생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성장률 추락을 최소화할 수 있게 과감할 정도로 선제적이고 유기적인 종합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은 1998년 외환위기나 2009년 금융위기 등 어떤 위기 때보다 심각하다. IMF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 실적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일 것으로 예측했다. 지구촌의 이동제한, 공장 셧다운으로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시스템 붕괴, 수요 절벽이 몰아닥쳤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길어질수록 상상조차 끔찍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당장 우리 경제 상황을 봐도 암울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 두기의 장기화로 관광, 외식, 문화, 공연산업이 빈사 상태고,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매출 절벽으로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자동차ㆍ항공ㆍ정유ㆍ해운 등 핵심 산업과 수출 대기업에서까지 셧다운이나 휴직이 속출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이 격감하면서 기업은 기업대로 산업 생태계 붕괴에 직면하고, 국민들은 실업 위기에 몰리는 현실이다. 4월 110일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8.6% 줄었고, 3월 실업급여 신규 신청자는 15만6천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25%가량 늘었다. 여야는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이제 심각한 경제문제 해결에 힘을 모아야 한다.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민생, 경제에 올인해야 한다.

[지지대] 생각의 근육

해마다 연초에는 한해 계획을 설계하고, 크고 작은 목표를 세운다. 대부분 취업이나 창업, 직장이나 학교생활 등 자신과 관련한 분야에서 계획할 것이다. 소소하게는 운동을 통한 건강관리, 금연, 독서 등도 단골 메뉴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것이 바뀐 형국이다. 일단 정상적인 생활이 쉽지 않다. 미국과 유럽에서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오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사는 만큼 우리나라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그 공포와 피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효과를 보는 중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모임이나 회식 등 약속은 과거보다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극장이나 목욕탕 등 다중이용시설도 마찬가지다. 국내 스포츠는 물론 미국의 메이저리그 야구나 EPL 등 유럽 축구도 잠정 휴업상태다. 이런 때 독서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지루함을 날릴 수 있는 한 방법일 것이다. 올해 초 한 지인으로부터 독서와 관련한 책 한권을 선물 받았다. 지난해 짬짬이 줄까지 쳐가면서 읽은 책이라며, 이 책을 통해 책에 접근하는 방법을 새롭게 정립하게 됐다고 조언까지 해줬다. 매일 30분이라도 책을 읽는 습관들이기, 양에 집착하는 독서 지양하기, 무조건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책에 대한 책임감 내려놓기, 독서를 위한 방법으로 깊게 흔적을 남기면서 읽고 이후에는 반드시 사색하기 등이 이 책을 읽으면서 체득한 내용이다. 지난해 말 교육계에 종사하는 분과의 식사자리에서 자녀 교육과 관련해 책을 읽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어리석은 물음을 던진 적이 있다. 그분은 책을 읽는 것은 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아닐까라는 현답을 주셨다. 현대인들은 걷기, 달리기, 헬스, 등산 등 운동에 시간을 투자하며 몸의 근육을 키운다.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는 독서를 통해 생각의 근육을 키우면 어떨까. 코로나19를 극복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이명관 사회부장

[함께하는 인천] 비상시 한국의 방송 함께할 만한가?

코로나19 사태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니 몸 상태도 괜찮은데 집에서 가족과의 대화도 삼가며 홀로 보내야 하는 일상이다. 집에 틀어박혀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하루 이틀, 그저 스마트폰을 만지거나 TV를 보며 지내는 경우가 많다. 매일 보는 인터넷 기사도 별반 새로운 것이 없고, 방송도 유익한 것이 없어 눈의 피로만 가중되고 있다. 중요 방송사의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 보지만, 같은 내용의 반복되는 뉴스나 연예오락이 주로, 해외방송이라도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사회 각 분야의 변화와 발전이 눈부신데 방송은 애써 지켜오던 인간사의 귀한 가치마저 변질시킨 채, 사회 감시기능이나 정보 전달기능에도 신뢰를 주지 못하고 세태의 무절제를 반영하는 오락적 요소로 승부하는 매체가 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한 각종 성인병 만연에 감당못할 정도로 내보내는 건강정보와는 정반대의 음식요리 관련 프로그램, 가족해체를 당연시하며 개나 고양이를 가족 삼으라는 듯한 프로그램, 예체능인의 놀이에 더해 그들의 가족마저 등장시켜 사유화를 증명이라도 하는 듯한 프로그램 등이 누구나가 쉽게 접할 방송 시간대의 주 메뉴이다. 엄중해야 할 내용마저 정중함과 겸손함은 타파해야 할 구태인양 가벼운 언행의 개그프로그램처럼 연출되고 있다. 재미만을 선사하면 되거나, 젊고 멋진 진행자들로 승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전문적 식견이나 경륜이 요구되는 경우와는 구별되어야 한다. 경험 부족에서 오는 내용전달의 미숙함이나 부족함이 두드러져, 뉴스보도 등도 안정감이나 신뢰감, 나아가 행간의 의미라 할 수 있는 주변 상황을 전달하지 못하고, 이미 인터넷에 떠 있는 사실의 단순한 전달에 그치고 있다. 주어진 대본에 따라 열심히 말만 하는 느낌으로는 시청자의 신뢰나 감동을 끌어내기 어렵다. 제때 치료를 못 받아 죽어나가는 환자가 끊이질 않고, 타국에서 입국하는 확진자를 막아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뉴스는 한국이 모범국가라는 데에 초점을 맞춰 국민의 위기의식을 느슨하게 만들고 있다. 다른 뉴스도 국민을 우울하게 만드는 내용 일색이다. 흉악범죄나 성범죄를 뉴스의 메인으로 전개하며, 별 듣고 싶지 않은 사항들을 매일 대서특필한다. 국민 모두를 범죄연구가로 보는 듯한 보도 태도이다. 무엇이 알권리인지 늘 알권리라 주장하며 무슨 최고의 가치라도 실현하는 양 목소리를 높인다. 악영향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을 자극함으로써 존재가치를 발휘하는 방송 같다. 모두가 암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그런 국민을 더 지치게 하는 보도내용과 연예오락에 치우친 프로그램으로는 비상시 일상을 같이할 동반자로서의 방송은 실격이다. 과연 국민과 실시간으로 호흡하는 방송이 국민에게 전해야 할 내용 선정이나 그 전달 방법이 옳은지, 늘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기로서의 방송에 의문이 간다. 방송이 곧잘 정의, 차별, 부조리를 지적하며 그를 개선하라 주장하지만, 정작 방송의 모습은 한쪽으로 치우치기 일쑤이며 예체능의 오락이나 담아내는 그다지 얻을만한 것도, 배울만한 것도 없는 존재처럼 되고 있다. 방송이 사익이나 추구하는 일그러진 정치집단처럼 공정과 균형을 잃고 국민을 자극해야 생존할 수 있다는 듯한 모습에서 벗어나, 방송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되짚어 보고 국민의 눈높이를 끌어올리는 가치 있는 매체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모세종 인하대학교 교수

KT 배제성ㆍ소형준, 호투 펼치며 선발 기대감 UP

KT 위즈의 토종 듀오 배제성(24)과 소형준(19)이 선발 마지막 자체 평가전에서 명승부를 벌이며 올 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배제성은 15일 오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시즌 첫 야간 자체 평가전에서 주전(또리)팀 선발로 등판해 안정된 경기운영을 펼치며 비주전(빅)팀을 상대로 4이닝 동안 탈삼진 5개, 1피안타,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였다. 또한 빅팀 선발로 나선 특급 신인 소형준도 4이닝을 투구해 안타 4개를 맞았지만 삼진 5개를 빼앗는 위력투로 단 1점만 내줬다. 5월 초 개막을 대비해 9이닝 정식 야간 경기에서 양 팀 선발은 첫 이닝을 산뜻하게 출발했다. 또리 선발 배제성은 1회 박경수를 삼진, 박승욱을 좌익수 뜬공, 조용호를 3루 땅볼로 잡아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빅팀 소형준도 심우준과 김민혁을 각각 중견수 플라이, 투수 앞 땅볼로 처리한 후 강백호에 안타를 내줬지만, 유한준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냈다. 선취점은 또리가 올렸다. 또리는 2회초 멜 로하스 주니어의 선두타자 안타로 포문을 연 후 황재균과 장성우가 뜬공, 삼진으로 물러나 찬스를 무산시키는 듯 했지만, 다음 타자 김병희가 좌측 펜스 상단을 맞추는 큼지막한 2루타를 터뜨려 로하스가 홈을 밟았다. 배제성의 구위에 눌렸던 빅도 4회말 반격 기회를 잡았다. 무사 1루에서 런앤히트 작전에 이은 후속타로 무사 1,3루 찬스를 만들었다. 그러나 박승욱의 1루 땅볼 때 3루주자 지강혁이 홈에서 아웃된 뒤, 1루 주자 강현우도 오버런으로 3루에서 잡혀 허무하게 동점 기회를 날려버렸다. 양 팀은 5회부터 필승조를 가동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빅은 5회 박세진과 6회 이상화를 투입해 실점없이 마쳤고, 또리도 전유수와 정성곤이 나서 6회까지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빅은 7회말 2사 후 오태곤과 허도환의 연속 좌중간 2루타로 1대1 동점을 만들었지만, 또리는 8회초 김민혁의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잡았다. 결국 또리는 남은 이닝에서 마무리 투수 이대은이 살얼음판 리드를 지켜내 2대1 승리를 완성했다.이광희기자

[삶과 종교] 정치와 군자

총선이 끝났다. 웃는 사람도 있을 테고 우는 사람도 있을 테다. 코로나19로 온 세계가 뒤숭숭한데도, 우리나라에서는 큰 무리 없이 질서정연한 가운데 총선을 잘 치렀다. 질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 하는 것을 뜻하는 펜데믹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선거를 비교적 잘 치렀다. 이것은 자부심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나라 정치 지도자들과 국민 모두 참 큰일을 잘 치렀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유행 상황에서 관민 모두가 이를 잘 대처해, 우리나라는 이제 세계적으로 방역체계와 의료체계를 잘 갖춘 나라로 존경을 받고 모범이 되며, 다른 나라를 돕는 나라로 인식될 수 있게 되었다. 정치도 한 단계 진보를 해서,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제 서로 비난만 하지 말고 정당한 비판을 하면서 품격을 지키고 서로 살리는 정치의 길을 가기 바란다.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돌아볼 기회를 갖고 싶다. 정치(政治)란 정(政)과 치(治)의 결합어다. 정(政)은 바를 정(正)과 두드릴 복()자가 결합된 회의(會意)문자로 보거나 형성(形聲)문자로 본다. 정(政)은 바르다는 뜻의 정(正)으로도 쓰였으며, 정리정돈을 뜻하는 정(整)자와도 통용됐다. 바르다는 뜻의 정(正)은 원래 정벌한다, 바르게 한다는 뜻인 정(征)의 본자다. 갑골문에는 두 가지가 나타난다. 하나는 행군한다는 지(止)의 원 갑골문 위에 읍성을 뜻하는 ㅂ자처럼 생긴 글자를 덧붙여, 마을 위를 행군해 질서를 잡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정(正)자 오른쪽에 무기를 들고 두들겨 공격한다는 복()자를 붙여, 무력으로 정복해 힘으로 다스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처음에 정(政)은 무력으로 질서를 잡는다는 뜻이 있었다. 『시경(詩經)』「대아(大雅)황의(皇矣)」에 나타나는 정(政)의 뜻은 기정불획(其政不獲) 즉 그 질서를 잡음이 민심을 얻지 못했다에 나타나는데, 무력으로 다스린다기보다는 정치교화의 뜻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정벌, 세금, 정책 또는 법령, 전술적 책략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정치적인 것들을 모두 포함하게 된다. 『논어(論語)』에 정(政) 자는 43번 나타나는데, 그 가운데 「위정(爲政)」편에서 공자(孔子)는 정(政)으로 이끌고 형벌[刑]로 질서를 잡으면 백성이 법망만을 피해가며 부끄러움이라곤 없는데, 덕(德)으로 이끌고 예(禮)로 질서를 잡으면 마음으로 부끄러워할 뿐만 아니라 행실이 바르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어찌 정무에 종사해야만 정(政)을 하는 것이겠는가?라고 했다. 공자는 정(政)을 정치행위의 일로 보면서도, 효(孝)와 우애(友愛) 신의(信義) 등 우리 삶 전반에 걸친 인간의 자연스런 감정의 발로와 도덕적 행위 일체를 포함해 질서를 잡는 것 일체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 치(治)자는 본래 산동(山東)성의 동래(東萊) 곡성(曲城) 양구산(陽丘山)에서 발원해 황해로 흘러가는 고대의 하천 이름에서 비롯된 형성(形聲)문자다. 나중에 우임금의 치수라는 표현에 쓰이기도 하고, 옥결처럼 잘 다듬어지고 질서가 잡힌 상태를 가리키는 뜻으로도 쓰이게 되었다. 치(治)자는 『논어』에 6번 나타난다. 여기서 치(治) 자는 대동소이하게 질서가 잘 잡힌 상태를 뜻한다. 공자에게는 형(刑), 덕(德), 예(禮), 정(正) 등이 치의 질서 상태에 이르는 정치적 행위인 것이다. 공자는 형벌보다는 덕과 어짊으로 다스리는 것을 정치의 최고 가치로 여긴다. 심지어 예(禮)와 악(樂) 또한 치에 이르기 위한 정치행위로 본다. 된 사람 또는 될 사람을 뜻하는 군자(君子)가 바로 총체적 덕목들을 한몸에 갖춘 정치가의 표상인 것이다. 일상 삶에서 도의(道義)가 실현되어 인간관계의 완전한 질서체계를 실천하고 구현하는 된 사람이 온전한 정치를 실행하는 이상적인 인간인 것이다. 김원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