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코앞인데… 도내 5일장도 ‘공포’ 직격탄

명절에 견주는 대목 중 하나인 정월대보름을 앞두고 있는데도 5일장에 사람이 없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월대보름을 앞둔 경기도 내 5일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신종 코로나 감염 우려에 장을 찾는 손님이 뚝 끊기면서 말그대로 개점 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5일 경기도 내 지역상인회 등에 따르면 일정 규모를 갖춘(100개 이상의 점포) 도내 5일장은 50여 곳으로 추산된다. 일반적인 전통시장과 달리 5일장은 상설시장이 아닌 만큼 구체적인 수나 규모 파악이 어렵다. 이들 5일장 대부분은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이 사람 많은 곳을 기피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장을 찾는 발길도 덩달아 끊겨 생계에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정월대보름을 이틀 앞둔 이날 찾은 용인중앙시장 5일장 거리에서는 손님이 없어 활력을 잃은 모습이었다. 시장에서는 흔한 호객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으며, 손님과 상인이 흥정하는 상황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시장을 찾은 소수의 사람들도 하나같이 마스크와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으며, 이들 대부분은 대화조차 나누기를 꺼렸다. 상인 A씨(50ㆍ여)는 20년 장사하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사람이 없는 것 같다며 수입이 반토막 나는 바람에 당장 생계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5일장에 참가하는 상인들조차 장터를 찾아오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 탓에 상인들 조차도 사람많은 곳을 두려워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날 용인중앙시장 5일장에는 평소(400여 개)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100여 개 점포만 운영하고 있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로 상인들의 피해가 커지면서 보다 못한 상인들은 직접 소독작업을 실시하는 등 자구책도 마련하고 있다. 강시한 용인중앙시장상인회장은 5일장 주간에는 보통 3만 명 정도 손님이 찾아오는데 지금은 평소 대비 30% 수준이라며 신종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자 상인회가 직접나서서 시장 곳곳에 방역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5일장은 현재 신종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에 위치한 시민시장은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 차원에서 다음 달 5일까지 운영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안산시는 시민시장 5일장을 한시적으로 중단해줄 것을 상인회에 권고한 바 있다. 김태희기자

[지지대] 코로나바이러스, 사각지대를 없애자

벌써 이번이 세 번째다. 구리에 사는 30대 17번 확진자의 경우다. 무려 3차례나 의료기관을 방문했는데 중국이 아닌 싱가포르를 방문했다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검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난 1일 중국이 아닌 일본을 방문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던 12번 확진자(40대 중국인 남성)도 마찬가지다. 그는 서울, 경기, 인천, 강원 등 4개 시도를 활보했다. 그가 접촉한 사람만 6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이 환자는 증세가 나타난 상태에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접촉자 가운데 추가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매우 크다. 14번 확진자는 12번 확진자의 부인이다. 지난 4일에는 태국 여행 후 지난달 19일 입국한 40대 한국인 여성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16번 확진자다. 명절 기간이던 지난달 25일 오후부터 오한과 고열 등의 증상을 보였고, 동네 병원과 대학 병원까지 갔지만, 중국 방문력이 없다는 이유로 집으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심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단순 폐렴약을 처방받은 것이 전부다. 18번 확진자가 16번 확진자의 딸이다. 이제껏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지침은 고열과 호흡기 증상이 심각한 환자라도 중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면 의심환자로 분류하지 않았다. 지난 3일 질본은 검사 기준을 완화했지만, 중국에서 입국한 인원에 대해서만 신종 코로나 검사를 한다는 방침은 요지부동이었다. 중국을 방문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질병관리본부의 대응지침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본보는 지난달 30일자부터 주창했다. 18명의 확진자 중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거친 확진자만 3명에 이르고, 이를 통한 2차 감염자도 2명이나 발생했다. 더욱이 이들은 10일이 넘도록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슈퍼 바이러스 유포 환자로까지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검역망을 넓혀 관리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한 조치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조금 과하게 대응하겠다고 대통령부터 언급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명관 사회부장

[사설] 추미애 장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검찰이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 13명을 기소한 내용이 담긴 공소장이다. 이들 13명의 범죄 혐의 사실이 적시된 공소장은 A4용지 약 60장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의 비공개 결정에 법조계에선 법무부가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주장이 나온다. 일부 언론은 이미 공소장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공소장에서 검찰은 청와대 하명수사라고 못을 박았고 송철호는 황운하에게 김기현 수사를 청탁했다고 한다. 조국 전 수석은 경찰 수사 상황을 최소 15차례 보고받았다고 한다. 집권 여당으로서는 끔찍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데도 추 장관의 결정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국회의 요청을 무시한 행위다. 추 장관은 3일 신임 검사들에게 검사동일체 원칙을 박차고 나가라고 주문했다. 추 장관은 또 검찰이 아직까지 장관의 지휘를 실감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비난을 감수해서라도 청와대 핵심의 추문이 더 이상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증거에 입각한 공소장 내용이 공개되면 정권의 치부는 물론 총선에서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현 정권은 대통령부터 법무부 장관, 청와대 비서관 등에 이르기까지 검찰 비난에 앞장서고 범죄 피의자가 수사받기를 거부하며, 법원이 정당하게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도 거부하고 있다. 어느 나라 법무장관이 일선 검사들에게 검찰총장에게 대들라고 선동하는 사례가 있는지 기가 막힐 뿐이다. 추 장관의 이런 행동에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이루기 위해 어떤 궂은일도 서슴지 않겠다는 결연함마저 보인다. 이른바 충성맹세와 다름 아니다. 국민들은 조국 전 장관이 물러나고 추 장관이 임명되자 검찰을 옥죄는 행동을 할 것으로 예상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리라곤 상상을 못했다. 추 장관은 노무현 탄핵에 찬성표를 던져 총선에 낙선했고 삼보일배로 사죄한 경력이 있다. 다시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실 추미애는 인형에 불과하고 복화술사는 최강욱(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이광철(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고 본다고 했다. 추 장관은 들러리란 소리를 듣기 싫어서도 오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추측된다. 검찰개혁이란 미명하에 검찰조직을 장악하는 작업은 결국 정권 후반기 비리를 막고 살길을 찾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다. 추 장관은 토사구팽(兎死狗烹)당한 문희상 국회의장의 전철을 밟지 말고 판사와 당 대표를 지낸 사람으로서 금도를 보여주기 바란다. 다음에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왜 그리 무모한 행동을 하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하지만 악역은 더 계속될 것이다.

[사설] 100만 특례시, 2월 임시국회서 법안 처리해야

염태영 수원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백군기 용인시장, 허성무 창원시장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들 지역의 김진표(수원무)ㆍ박광온(수원정)ㆍ김영진(수원병)ㆍ백혜련(수원을)ㆍ김민기(용인을)ㆍ심상정(고양갑)ㆍ정춘숙(비례)ㆍ이주영(창원마산합포구)ㆍ여영국(창원성산구) 국회의원도 함께 했다. 4개 대도시 지방단체장과 여야 국회의원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 특례시 입법화를 위해서다. 4개 대도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의 광역시급 인구에도 획일적인 지방자치제도의 한계로 폭증하는 행정수요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행정재정 능력에 맞는 특례를 부여해야 한다며 특례시 법제화를 위해 공동 노력해왔다. 이들은 간담회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여야가 2월 임시국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번 임시국회는 4ㆍ15 총선을 두 달여 남기고 열리는 만큼 사실상 20대 마지막 국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례시 지정을 추진해 온 경기도 수원ㆍ고양ㆍ용인시와 경남도 창원시는 2월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법안이 자동 폐기될 위험에 처하게 돼 마음이 조급하다. 때문에 이번 국회를 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로 보고 특례시 실현에 총력전을 펴고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는데 여야 정쟁에 휘말리면서 법안은 계속 표류 중이다. 특례시는 기초단체 지위를 유지하면서 광역시 수준의 행정ㆍ재정적 자치권을 갖는 광역지자체와 기초지자체 중간의 새로운 형태의 도시다. 지금도 인구 50만명 이상 도시는 도시개발구역 지정고시 등 60여개 사무를 처리할 수 있는데 특례시로 지정되면 지역개발 채권 발행 권한, 50층 이하 건축물 허가 권한 등 위임 사무가 대폭 늘어나 차별화된 도시 만들기가 가능해진다. 특례시는 도를 통하지 않고도 중앙정부와 직접 교섭해 정책 결정을 신속히 할 수 있고, 도시재생 뉴딜이나 대규모 재정투자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된다. 인구 125만명의 수원시는 공무원 1인당 담당 주민이 402명으로, 인구 200만명 미만 광역시 평균 192명보다 훨씬 많다. 복지대상 선정 기준도 중소도시에 포함돼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이런 역차별을 해소하기 어렵다. 인구에 걸맞는 효율적 행정, 더 나은 행정복지서비스를 위해서 특례시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렵게 추진해온 특례시 추진이 여기에서 무산되면 안된다. 4일 간담회에서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가 한 몸, 한 뜻이 돼야 한다. 한국당은 제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했다. 기대하는 바가 크다.

[문화카페] 네 번째 스무 살, 아름다운 반짝임

인지도 있는 프로 가수들의 경연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가 인기를 끌던 시절이 있었다. 거의 십 년 가까이 흐른 지금, 또다시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다. 예전과 다른 점은, 가요계에서 비주류로 평가되던 장르인 트로트, 무명가수, 나라는 날개를 펴지 못하고 살아온 주부, 꿈을 잃지 않은 일반인 등이 그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이 무대에 올라오면 일단 친근함이 먼저 다가온다. 뛰어난 성량과 음률을 더해 끼를 발산하며 부르는 노래에는 그들이 살아낸 삶이 함께 녹아 있기에 뭉클한 울림은 더 크게 일렁인다. 그들이 버텨낸 삶은 나의 삶이기도 하고, 내 이웃의 삶이기도 하기에 공감의 눈물과 박수로 더 세찬 응원을 보내게 됨은 당연지사다. 스타라는 소실점을 향해 집중하던 대중의 시선이 나와 내 주변으로 향하는 이러한 현상의 흐름은 출판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 중 가장 빛나는 활동을 보여주는 작가는 이름하여 순천소녀시대라고 불리는 스무 분의 할머니들이다. 대부분 팔순을 넘긴 이들은 지난해에 우리가 글을 몰랐지 인생을 몰랐나라는 책을 펴냈다. 이들의 공통점은 2015년까지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했으나 순천시 평생학습관 한글작문교실에서 김순자 선생님한테 글을 배웠고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에서 그림책작가인 김중석 선생님한테 그림을 배웠다는 점이다. 은행 일도 혼자 못 보던 할머니들은 글을 알게 되자 말로 읊조리던 지나온 삶에 대한 소회와 희로애락의 순간들을 종이 가득 글로 써내려 갔다. 그리고 동그라미, 세모, 네모도 그리기 힘들어했던 할머니들은 기억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던 장면들을 형형색색 그림으로 그려내었다. 할머니들의 그림은 2018년 서울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미국 뉴욕의 미켈슨갤러리와 필라델피아 등 4곳에서 순회전시를 했으며, 볼로냐아동도서전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2020년에는 프랑스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할머니들이 살아낸 세월은 가난, 차별, 노동이 동반되는 가정 내에서 딸이었다가, 며느리가 되었으며, 엄마가 되었고, 할머니가 된 시간이기도 하다. 긴 삶에서 억눌림 속에 살았던 이들이 글과 그림을 배워 책을 출간하고 나를 찾아가는 모습에 독자들은 큰 박수를 보내고 더 큰 감동을 받는다. 물론 할머니들의 맑고 순수한 글과 그림 실력도 한몫을 하는 것 역시 당연하다. 작가가 되어 그 작품들이 국내외에서 전시된다는 것 이상으로 가치 있는 점은 그들이 아름다운 풍광을 볼 때면 그리고 싶다는, 생전 느껴보지 못했던 그 감정을 일상에서 느끼며 행복해 한다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순천소녀시대 할머니들은 절대 특별한 분들이 아니다. 시골 어디에 가더라도 만날 수 있는 우리들의 어머니이고 할머니들이다. 그러나 지금 그들은 대부분의 할머니들이 느끼지 못하는 행복 속에서 오늘을 보내고 있다. 그들이 지금 느끼는 이 행복의 불씨가 점화된 곳은 순천시립 그림책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시민 그림책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지난 1월에 웃장상인 그림책을 펴냈다. 순천의 전통시장 웃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떡집, 방앗간, 국밥집 등의 상인들이 그들의 삶을 직접 담아낸 그림책이다. 순천에서 빛나는 아름다운 반짝임은 소실점과 원근법을 중요시하는 서양화보다는 개별적인 형태와 색채를 강조하는 우리의 민화와도 결이 닮아 보인다. 오승현 글로연 편집장

[삶과 종교] 내 한마음 차분하면 풀무는 쇠를 녹인다

입춘(立春)이 지났다. 집에 있는 작은 화단에 살포시 나오는 풀잎들을 보노라면, 생명이 약동하는 모습에 마음이 밝아진다. 다른 한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곳곳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우리 주변을 서성이고 있음을 느낀다. 대학가에서는 우리나라에 유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방학 동안 중국에 갔다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있지 않을까 염려한다. 다중 모임을 최소화하여 바이러스 확산을 막으려고 고민하고 있다. 그래서 졸업식과 입학식 취소 및 축소 그리고 개강 연기까지 고려되고 있다. 이처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각종 예방 대책에 정부와 모든 국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의학사 전문가가 아닌 나의 짧은 소견으로는, 인류는 이런 신종 바이러스들을 역사적으로 경험해왔다. 즉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차분히 대처하고 주의 사항들을 잘 지키면, 이를 이겨내는 데 큰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언론의 관심을 받는 동안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간의 용호상박(龍虎相搏)하는 모습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다소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이외에 4월 총선 관련 정치권 뉴스들이 언론의 주요 관심인 것도 또 다른 탓일 것이다. 나는 우리 국민이 최근 언론을 장식하는 정치계와 법조계 이슈들을 통해 무엇을 느낄까 생각한다. 국가고시합격을 하거나 공부를 많이 하거나 정치계에 발을 들이거나 해서 이른바 출세를 한 분들 가운데, 우리가 존경할 만한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한다. 출세를 한 분들 가운데서 존경할 만한 분들을 찾기 쉽지 않은 것 같아 다소 슬픈 생각이 든다. 물론 존경할 만한 분들이 우리 주변에 없지 않다. 다만, 언론에서 관심을 기울이는 분들 가운데 이런 분들을 찾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언론이 관심을 두고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여론이 관심을 갖는 것이다. 존경할 만한 분에 대해 여론이 관심이 없으니, 언론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존경할 만한 분들을 알고 존경하고 살 수 있다면 그 또한 행복한 일이다. 나는 교육자로서 현재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존경받을 만한 지도자로 길러내는 교육을 하고 있는가 스스로 물어본다. 어떤 길을 보여주고 어떤 길을 가라고 해야 하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출세를 위한 길을 가든, 자신이 좋아하는 길을 가든, 다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우리 학생들이 어떤 길을 가든 정성을 다하며 큰 눈을 가지고 깊고 차분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되길 바란다. 지난겨울에 몇 권 읽은 책 가운데 하나가 『채근담 하룻말』(박영률 옮김)이다. 이 책은 잘 만든 책이다. 한글 번역도 인상 깊게 아름답고 좋았다. 옮긴이는 이 책을 하루에 한쪽만 읽으라고 권한다. 나는 옮긴이의 이 권유가 이 글이 곧 너의 삶이 되게 하라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우리말 번역과 내용에 이끌려 번역자의 권유대로 읽지 못하고 아침저녁으로 읽으며 사흘 만에 읽어버렸다. 오늘 이 책을 다시 꺼내 펼쳐 읽은 부분 가운데 다음 이야기가 인상 깊다. 힘 있는 자들은 서로 머리를 쳐들고, 영웅들은 호랑이처럼 다투니, 냉정하게 이들을 보면, 개미가 누린내에 모여들고, 파리가 피 냄새를 다툼이라. 맞네, 틀리네 하며 벌떼처럼 일어나고, 얻었네, 잃었네 하며 고슴도치 바늘처럼 성을 내도, 내 한마음 차분하면, 풀무는 쇠를 녹이고, 끓는 물이 눈을 녹인다. 나는 세상 걱정에 위로 올라가는 열을 내리고 더욱 차분해지자 다짐한다. 김원명 한국외국어대학교 철학과 교수

[천자춘추]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본인은 예전 모 언론사에 선생, 군인, 그리고 의사라는 제목의 칼럼을 투고한 적이 있었다. 사람을 직업으로 구분하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우리 사회에 더욱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직업군이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본인은 그때나 지금이나 세 가지 직군인 선생, 군인, 의사를 꼽는 데 주저함이 없다. 왜냐하면, 선생은 이 땅의 희망인 젊은이들의 인생을 살리고, 군인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국가를 살리며, 의사는 무엇보다 귀한 사람의 생명을 살리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중국에서만 2만 명에 가까운 확진자와 4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우한시의 교민들이 걱정이었지만, 발 빠른 대처로 전세기를 통해 안전하게 귀국할 수 있었고, 2주간의 격리된 생활을 해야 하지만 그로 인해 안전한 질병 관리가 가능케 되었다. 많은 사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장과 감염자, 격리된 교민들을 염려한다. 하지만, 본인은 그들과 함께 질병과 맞서고 있는 의료종사자들을 생각해본다. 의료종사자들은 의사는 물론, 간호사, 구급요원, 안전요원, 바이러스 연구원까지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포함된다. 이미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도 수십 명의 의료종사자가 감염되었지만, 이들에 대한 관심은 많지 않았다. 이들을 향한 관심과는 별도로, 이들에 대한 조치는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환자는 음성 판정을 받으면 귀가할 수 있지만, 이들은 상황이 완전히 종료되기 전까지 다른 환자가 발생하면 또다시 그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필요에 따라 자발적 격리도 감수하며 말이다. 자의가 아닌 타인에 의해 선택된 그들의 직업일 수도 있다. 그 시작은 거창한 가치나 목적의식이 아닌 삶을 위한 도구로서의 직업 선택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책임감과 직업윤리 안에서 치열하게 고민하는 그들의 노력, 생명을 살려가며 직업적 소명 의식을 만들어나가는 그들이 보여준 헌신적 과정은 박수와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물질만능주의가 득세하는 지금, 모두가 삶의 영위 도구인 무엇을 하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로 고민할 때, 누군가는 무엇을 하고가 아닌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목숨 걸며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그 증명이 더욱 감동적인 것은 그들이 본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박성희 한국외대 국제스포츠레저학과 교수

[기고] 화재안전정보조사로 ‘안전한 대한민국’ 완성

안타까운 대형 화재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제천밀양 화재사고를 계기로 대규모 인명피해 재발을 방지하고 안전제도 개선과 화재대응능력 강화를 통해 국가의 화재안전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범정부적으로 추진한 화재안전특별조사가 어느덧 2단계를 거쳐 3단계에 이르렀다. 그간 수원소방서는 화재안전특별조사를 위해 2018년 7월부터 별도의 화재안전특별조사팀을 구성하고 기존 소방특별조사에서 소방시설에 한정하여 조사하던 방식을 탈피, 소방건축전기가스위험물 총 5개 분야에 대해 세부조사를 시행했다. 아울러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대규모 인력과 기간을 투자하여 화재안전과 관련된 모든 대상을 점검하는 것에 무게를 실었다. 2018년 7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진행된 1, 2단계 화재안전특별조사에서는 관내 화재 취약 다중이용시설 등 5천195곳을 전수 조사하여 1만843건에 대해 자진개선 조치했으며, 자진개선 미이행 위법 건축물 434건에 대해 관계기관에 이첩했다. 시행 초기 소방시설 등에 대한 자율개선사항 및 조치명령에 대해 건물주 등 관계자의 반발과 항의도 많았다. 하지만 2단계를 마친 지금 돌이켜 보면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신 분도 많았고 소방시설에 대한 자율적인 전면보수까지 검토해 주시는 분도 만날 수 있었다. 이는 안전에 대한 국민 의식이 바뀌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되어 한편으로 다행이었고 보람도 느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수원소방서는 화재안전정보조사를 총 4년에 걸쳐(2020~2024년) 7천931곳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화재안전정보조사는 3개 반 6명으로 구성해 소방안전특별조사와 병행, 건축물 개요, 소방시설 현황, 이용자 특성, 연소확대요인, 주변도로 여건 등을 조사하여 향후 화재 등 재난현장에서의 인명구조 및 화재진압관련 정보로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 1~2단계의 화재안전특별조사는 화재안전 백년대계의 기틀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 남은 4년 동안의 화재안전정보조사는 안전한 대한민국으로서 그 그릇을 완성하는 기간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는 안전이라는 바탕 없이는 행복한 삶을 기대할 수 없다. 20년부터 시작되는 이번 화재안전정보조사에 시민 모두가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협력해 주기를 바라며, 사회 전반에 잠재하고 있는 여러 형태의 불안전한 요소들을 개선하는 전환점이 되어 화재를 비롯한 각종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이재수 수원소방서 소방특별조사팀장

[미리보는 4.15 총선_남양주시] 교통망 확충 핫이슈… 젊은 외지인 vs 전통 지지층 ‘혼전’

남양주시는 신도시에 유입된 외지인들 표심과 전통적 지역기반을 갖춘 후보자들 도전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남양주갑 선거구의 경우 초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재선도전을 공식화했고, 여기에 전통적 지지기반을 갖춘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도전하고 있다. 남양주을과 남양주병 선거구의 경우에도 어느 정도 젊은 외지인들 표심과 고령층인 전통적 지지층 대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처럼 외지인들 표심과 고령층 지지기반이 갈리는 가운데 서울에서 불과 10km 내외인 남양주시의 경우, 여야 후보들은 모두 남양주-서울 교통망 확충을 주요 이슈로 내세우고 있다. 남양주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대 총선 당시 남양주 지역 30대 초반 투표율 43.1%, 70대 투표율 72.5%로 고령층 투표율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연령별 투표율도 변수로 부각된다. ■ 남양주갑 남양주갑 지역구는 화도읍, 수동면, 호평동, 평내동으로 지난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재선 도전을 공식화한 가운데 곽동진 전 국정원장 비서관, 홍영학 전 경기민주연구소 연구원, 고영란씨가 민주당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당내 경선을 준비하고 있다. 조응천 의원이 수동면-오남읍 연결 도로, 6호선 남양주 연장, 광역 M버스 8대 증설 추진 등 성과를 적극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는 등 그동안의 성과를 부각시키고 있는 가운데 한국당에서는 유낙준 전 해병대 사령관, 심장수 변호사가 공식적으로 예비후보로 등록을 마치고 지역 탈환을 노리고 있다. 특히 지역에서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조응천 의원과 심장수 변호사 표 차이가 249표에 불과할 정도로 총선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밖에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장동은, 이찬호, 한명선, 김연옥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했고, 대한당은 김소라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활동중이다. ■ 남양주을 남양주을 지역구는 진접읍, 오남읍, 별내면, 별내동으로 남양주-서울 간 도시철도선 연장 등이 주요 이슈다. 민주당의 경우 현역인 김한정 의원과 김봉준 전 청와대 인사비서관의 당내 경선이 치열한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이석우 전 남양주시장이 시장 경력과 지역 인지도를 내세워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이인근 전 경기도의회 의원도 예비후보자로 등록했고, 이승우 한국당 중앙위원회 기독교분과 부위원장도 예비후보자에 이름을 올렸다. 새로운보수당은 안만규 전 남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이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남양주을은 지난 2014년 이석우 전 시장과 김한정 의원이 지방선거에서 시장 자리를 놓고 맞붙은 바 있어 지역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이들 후보 간 대결이 다시 성사될지 관심이다. 국가혁명배당금당은 하도겸, 강지영, 윤복남, 조동춘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남양주병 남양주병 지역구는 신도시인 다산 1동과 2동, 금곡동, 양정동, 와부읍, 조안면, 진건읍, 퇴계원읍 지역이다. 이 지역은 왕숙신도시 1,2지구 6만 5천 세대를 위한 기업유치, 70만 인구를 돌파할 교통 수요에 대비, 미사대교와 팔당대교뿐인 서울과의 접점, 도시철도 연장, 출퇴근 시간대 구리-남양주 톨게이트 교통 체증 완화 문제가 주요 이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인구 62만 명을 넘겨 분구된 지역구로 한국당 주광덕 의원이 3선에 도전한다. 민주당의 경우 주 의원에 맞서 최현덕 전 남양주시 부시장, 이원호 변호사, 임윤태 변호사가 치열한 당내 경선을 예고하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장형진 연구원이 예비후보 등록하고 활동중이고, 국가혁명배당금당은 윤흥렬, 전채희, 주홍례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남양주병 지역구는 토박이 비중이 크며 연령대도 높은 가운데 아파트 대단지 젊은 유권자들의 경우 결정적인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남양주=유창재류창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