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쇼 라이트웨이브’ 기대해주세요!”…주목할 만한 경기도 예술인 3팀

경기도가 수원 광교호수공원 신비한 물너미 일대에서 29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미디어아트쇼 라이트웨이브’를 개최한다. ‘빛의 파동, 새로운 물결’을 주제로 선보이는 미디어아트쇼는 미디어아트와 경기 예술인들의 공연예술이 어우러져 깊어가는 가을을 색다르게 물들일 예정이다. ▲29일 오후 6시 ‘빛’나는 재즈 나이트(어니스트 뮤직, 재즈보컬 김만희) ▲12월1일 오후 3시 ‘흥’ 폭발 밴드무대(음악제작소 We Mu, 월드뮤직 큰그림) ▲12월2일 오후 3시 ‘흥’겨운 퍼포먼스 쇼(튠어라운드, 마술사 노윤수) ▲12월3일 오후 6시 ‘물결’ 속 클래식 하모니(하모니스트 백찬영, 이앤아이앙상블) 등 저마다 반짝이는 경기도 예술인들의 열린무대(오픈스테이지)는 특히나 기대를 모은다. 미디어아트쇼를 앞두고 “경기도민에게 감동을 전하기 위해 열띤 연습 중”이라는 주목할 만한 경기 예술인 3팀을 만나봤다. 하모니카 연주자 백찬영 아티스트는 “이번 무대를 앞두고 공연자이면서 한 명의 관객으로서도 기대가 매우 크다”고 밝혔다. 도내 거주하는 예술인을 대상으로 소득을 지급하는 ‘예술인 기회소득’ 수혜자이기도 한 그는 꿈을 펼쳐나갈 수 있는 값진 기회가 주어져 더 설렌다. 백찬영은 자신이 빠진 하모니카의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도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무대에 서는 꿈을 꾸고 있다. 그는 “한 번의 무대가 끝이 아니라 기회의 연결고리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도록 경기도에서 이런 사업들을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미디어아트쇼는 지금껏 섰던 무대들 중에서도 규모와 방식이 독특해 개인적으로 더욱 기대가 큰 공연”이라며 “경기도 브랜드와, 경기도의 흥과 멋이 어우러진 한 편의 무대가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고 전했다. 음악을 통한 공감과 소통을 꿈꾸는 재즈밴드 튠어라운드는 공연 당일, 재즈의 매력을 많은 도민과 나눌 예정이다. 튠어라운드에서 색소폰을 연주하는 박주홍은 “이번 공연은 경기도민들과 음악을 통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라 기대하는 마음으로 준비 중”이라며 “최선을 다해 재즈의 매력을 전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처음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을 지원받아 음악 활동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했다. “이 장비를 통해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 무대에서 더 나은 공연을 선보일 수 있어 좋았다”고 밝힌 그는 이를 통해 창작의 폭이 넓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한다. 그는 “경기도 내 예술인 간의 교류와 협업을 위한 장이 마련되면 더 큰 시너지가 일어날 것 같다. 앞으로도 예술인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도록 예술인들에게 지속적인 지원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행사의 마지막 날 아름다운 선율을 들려줄 이앤아이앙상블은 바이올린과 첼로, 기타의 만남으로 독자적인 모던 팝 클래식 세계를 구현해 나가고 있다. 클래식과 팝, 또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과 예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들은 경기도 예술인 기회소득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인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는 동기와 자원을 얻게 됐다고 평가했다. 예술인들은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소득이나 공연이 없을 때에도 다음 공연을 준비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작곡과 연습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런 가운데 예술인들에게 소득을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장르와 길을 걸어가고 있는 예술가에게 경기도에서 더 많은 관심과 예술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면 더욱 힘이 날 것 같습니다. 다양한 공연 기회와 새로운 음악, 음반을 내는 지원도 단비 같을 거예요. 당장은 우리가 가진 예술이라는 도구로 미디어아트쇼에 함께하는 도민들의 2024년 12월에 의미 있는 기억으로 한 줄 새겨지고 싶습니다.”

용인 지게차 진입로 시유지?…당국 손 놓고만 있나 [현장의 목소리]

“용인 땅을 자기 땅처럼 쓰는데 행정당국이 가만히 있으면 되겠습니까.” 용인특례시 처인구 백암면행정복지센터 부지 옆 철물점 진입로 관리를 놓고 주민들이 행정당국의 책임 있는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용인특례시 처인구 백암면 백암리 495-3번지 부지에는 백암면행정복지센터를 비롯해 다목적체육관, 복지회관, 작은도서관 등이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인근 한 철물점 적재공간의 진입로 일부가 해당 구역 중 일부와 겹치는 상황이다. 문제는 겹치는 부분이 철물점 운영주의 사유지가 아니라 시유지라는 점이다. 철물점은 해당 구간을 지게차나 화물차 등의 진입로로 오랜 기간 사용해 왔다. 백암면행정복지센터 청사는 1990년 준공된 데다 순환근무가 반복되면서 오래 근무한 직원들이 없다 보니 이를 둘러싼 정확한 현황 파악도 어려운 실정이다. 해당 진입로는 세 개의 필지로 구성돼 있다. 어린이집과 철물점 사이 도로 구간인 461-2번지, 행정복지센터 부지의 일부인 495-3번지, 적재공간에 가장 가까운 495-1번지 등이다. 이 중 461-2번지는 시유지, 재산관리관은 처인구청이다. 구청 측은 해당 구역은 도로 용도로 쓰이는 이상 구청이 따로 제재할 수단은 없다는 입장이다. 철물점 적재공간 진입로 부근의 국유지 구간인 495-1번지는 2006년 받았던 사용허가가 현재는 만료된 상태로 갱신 등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백암면 주민 김영문씨(가명·69)는 “이곳 진입로 부분이 개인 땅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행정당국과 제대로 협의됐는지 궁금하다”며 “어린이집도 바로 맞은편에 있어 화물차나 지게차가 드나들 때 안전 문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관리 문제를 놓고 행정당국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495-3번지의 재산관리관인 백암면은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백암면행정복지센터 측은 “지게차로 물건을 싣거나 화물차를 대고 적재하는 횟수가 정해져 있고 이 과정이 상시적으로 지속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점용허가를 내줄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오히려 사유지가 아니라 관용지라는 점에서 보면 시민 누구든지 이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이 구역에 따로 펜스나 경계봉을 설치해 구획하기도 쉽지 않다”고 해명했다. 이어 “안 그래도 철물점 적재 공간과 맞닿아 있는 작은도서관 경계부를 내년에 재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계획 추진과 동반해 철물점과 협의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불타는 모텔, 투숙객이 위험하다 [긴급진단]

최근 화성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 22명이 다친 가운데 경기도내 숙박업소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지난 8월 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천 호텔과 같이 오래 전 준공된 숙박업소에는 대부분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유사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5일 오후 10시8분께 화성시 봉담읍 왕림리의 한 모텔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불은 1층에서 시작됐고, 투숙객 2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건물은 지하 1층~지상 4층 건물로 연면적 889㎡이며 건축 허가는 1989년 12월12일, 사용 승인은 1991년 4월8일이다. 경보설비, 소화기 등은 있었지만 스프링클러는 설치 의무 적용을 받지 않아 설치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는 1981년 11층 이상 숙박시설의 11층 이상에 설치하도록 관련 규정이 만들어졌고 2005년 5월부터는 11층 이상 숙박시설 전 층에 설치하도록 의무화됐다. 이후 2018년에는 6층 이상 숙박시설의 전 층에 설치하는 소방법 개정안이 시행됐고 2022년 12월부터는 층수와 관계 없이 숙박시설로 사용하는 면적이 600㎡ 이상인 경우 일반 스프링클러를, 300㎡ 이상인 경우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처럼 관련 법이 만들어지기 전 지어진 숙박업소는 스프링클러 의무 설치 적용을 받지 않고 있는데, 지난 8월 부천 호텔 화재 역시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인명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었다. 숙박시설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공간인 만큼 화재 예방 안전수칙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장에선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 이날 취재진이 찾은 모텔 등 도내 숙박시설엔 간이완강기 사용 안내문이 없었으며 방화문은 소화기로 고정, 열려 있었다. 또한 방화문 앞엔 청소도구가 적치돼 있는 곳도 있었으며 방화문이 아예 없는 곳도 있었다. 이러는 사이 도내 숙박시설에선 화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최근 5년간(2019~2023년) 339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올 한해(10월 기준) 동안만 44건의 화재로 28명이 죽거나 다쳤다. 이에 대해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지어진 지 오래된 건물들은 최근의 소방법에 따른 적용을 받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부족한 소방시설에 대한 관계당국의 지원과 함께 소화기, 간이완강기 등 소방설비 사용법을 방과 복도에 붙여 투숙객에게 인지시켜야 한다”고 제언했다.

‘야생생물보호센터’ 설립 무산… 경기도 ‘의지 실종’

경기도가 야생생물을 보호하고자 ‘경기도야생생물보호센터’를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무산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도내 곳곳에서 야생동물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경기일보 13일자 1·3면)하면서 경기도의 주요 보호종 등 생물종의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전담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어 방안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26일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생물다양성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조례를 제정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도는 지난 5월 ‘제3차 경기도 야생생물 보호 세부계획(2024~2028년)’을 수립하고 주요 내용을 고시했다. 도는 야생생물 보호와 서식환경 보전을 위해 5년마다 환경부의 기본계획과 연계한 세부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이에 도는 앞서 세웠던 제2차 계획(2019~2023년)의 이행성과 분석 등을 바탕으로 경기도 특성을 반영한 야생생물 보호 방향성을 제시했다. 제2차 계획 이행 성과를 보면 22개 세부 실천과제 중 8개 과제는 완료 또는 진행상태, 6개 과제는 부분 추진, 8개 과제는 미이행으로 확인됐다. 추진되지 못한 세부과제 가운데 ‘경기도 야생생물보호센터 설립’은 전혀 실행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세부계획을 수립할 시 야생생물 보호를 위해 협치를 도울 중간조직으로서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이에 도 차원의 야생생물보호센터 설립이 제안됐다. 지난 2013년 제정된 ‘경기도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조례’에 따라 생물다양성 보전 및 생물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에 대한 업무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 생물다양성센터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근거가 됐다. 하지만 지난 5년간 경기도야생생물보호센터 설립을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제3차 계획에는 센터 설립 내용도 제외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환경부는 동물원 등에서 전시되는 동물의 복지와 야생동물 관리를 강화하는 법률개정안을 발표, 허가받지 않은 시설에서의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면서 야생동물이 유기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야생동물구조센터에서는 자연에서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목적으로, 유기된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당시 야생생물보호센터를 설립하려고 계획했지만 예산이나 인력 등 문제로 인해 추진을 못 한 것 같다”며 “이번 3차 계획을 세울 때도 예산의 문제로 실현 가능성이 없어 제외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 언제 어디서나 ‘불쑥’… 경기도, 야생동물 습격 무방비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41112580388 서식지 파괴로 ‘불편한 만남’… “전문가들 공존 모색해야” [집중취재] https://kyeonggi.com/article/20241112580390

병마에 생활고까지… 하루하루가 ‘고통’ [병들어버린 남한의 봄 上]

북한이 ‘두 국가 관계론’을 공식화하면서 연일 북한과 적대적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과 발맞춰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변화와 비핵화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설정하면서 대북 정세는 나날이 경직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구보다 긴장 속에 살며, 소외돼 가는 이들이 있다. 1997년 공식적으로 우리 정부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북한이탈주민’이다. 현재까지 국내에 들어온 북한이탈주민은 3만4천183명. 그중 32.8%에 달하는 1만1천241명은 경기도에 산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들에게 남한 사회는 27년 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건강하게 사는 삶,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그 희망을 바탕으로 하는 행복. 북한이탈주민에겐 먼 얘기와도 같은 ‘인간답게 살 권리’. 경기일보 경기알파팀은 그동안 누구도 다루지 않았던 그들의 건강한 삶을 위한 이야기를 담아봤다. 편집자주 병들어버린 남한의 봄 上. 탈북여성 생존기 “사는 게 먼저였어요. 아파도 일단 살아야 하니까, 병원에 갈 생각 같은 건 해보지도 못했죠.” 2007년, 죽음의 공포를 넘어 북한을 탈출한 박하나씨(53·가명·여성)는 탈북 17년, 국내 정착 11년이 지나서야 자신의 병을 알았다. 매일을 숨죽여야 했던 삶, 살기 위해 일상의 모든 걸 포기했던 나날, 아픈 몸이 당연했던 일상. 그렇게 ‘사는’게 아닌 ‘살아내야’ 했던 박씨에게 병원은 단 한번, 머릿속에 담아본 적 없는 먼 얘기였다. 박씨는 북한을 떠나 팔려가듯 중국으로 가 중국인 남성과 결혼했다. 악몽같았지만, 견뎌내야 했던 날들이 펼쳐졌다. 집안일은 당연하게 그녀의 몫이었고, 출산을 강요하는 남편으로 인해 2008년 아이를 낳았다. 출산 직후 몸을 추스를 틈도 없이 또다시 생업에 던져졌다. 몸 곳곳이 아파왔지만, 그게 당연하다 여겼다. 한국에 온 뒤에도 삶은 순탄치 않았다. 2013년 당시 정착지원금 300만원과 함께 사회에 던져진 박씨는 살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식당 일을 전전했다. 하지만 잔병치레가 심한 데다 자꾸 지치는 탓에 어느 곳에서도 1년 이상 일할 수 없었다. 계속되는 복통으로 올해 4월 처음 병원을 가본 박씨는 그제야 자궁경부암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한국에 정착한지 5년이 지났고 일을 했다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결국 기초생활수급비 70만원 뿐인 그가 500만원의 수술비를 감당하기란 불가능했다. 수술비를 마련하는 데 6개월이 걸렸다. 돈을 모으는 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지인에게 빌린 돈으로 겨우 수술을 해 한 차례 고비를 넘겼지만 아직 완치까지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박씨는 “당장 먹고 살 돈도 없는데, 매번 수십만원이나 하는 치료비를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고통 속에서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탈북민 대부분 여성…그들은 왜 병을 얻나 경기도는 물론 전국적으로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70%를 넘어선다. 경기도내 북한이탈주민 1만1천241명 중 여성은 8천353명이다. 여성 북한이탈주민이 탈북 과정에서 더 많은 질병을 얻게 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같은 현실과 맥을 같이 한다. 탈북민들은 1990년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오던 탈북 방식이 현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말한다. 북한 역시 수많은 탈북민을 겪으며 경계 태세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탈북이 이뤄진다. 결국 국경을 넘나드는 게 보다 자유로운 여성이 탈북의 성공률도 높아지게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탈북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이 만나게 된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인신매매, 원치 않았던 결혼과 출산 등 수없이 많은 문제들이 북한이탈여성들의 건강을 위협한다. 그리고 이 같은 위협은 국내에 온 뒤에도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유롭게 진료를 받고, 탈북 과정에서 얻은 질병을 치료하기에는 관련 제도가 미흡해서다. ■ 탈북 여성이기에 겪는 ‘건강 적신호’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은 2000년대부터 제3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게 브로커다. 브로커를 통해 제3국으로 간 뒤 그곳에서 현지인과 동거 또는 결혼을 해 수년간 체류하는 게 일반적이다. 탈북 사실이 노출되면 강제 북송될 위험이 있어 현지인 남성과 가정을 이뤄 숨는 셈이다. 이때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은 임신과 출산, 유산 등의 과정을 겪는다.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도 수두룩할 뿐 아니라 성적 학대와 폭행 등을 당하기도 한다. 이러한 탈북 과정은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여성질환 발병률’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은행 연구조정실(정승호 인천대 부교수, 위혜승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위원, 이종민 한국은행 북한경제연구실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간한 ‘북한이탈주민의 건강과 경제적 적응에 대한 연구 : 국민건강 정보DB 분석을 중심으로’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여성 북한이탈주민(1만1천681명)의 여성 생식기계 질환 및 장애로 인한 의료 이용률은 34.91%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 여성(35만1천566명)의 경우 15.46%만이 여성 생식기계 질환 및 장애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북한이탈주민이 두 배 이상 많은 여성 질환에 시달린다는 얘기다. 또한 이들은 한국에 온 뒤 3년, 6년, 9년이 지나도록 자궁경부의 염증성 질환으로 가장 많은 외래 진료를 받았다. 탈북 과정에서 얻은 생식기 질환이 한국에 정착한 뒤에도 상당기간 계속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광미 국립암센터 평화의료센터 팀장은 “북한이탈주민 중 여성은 북한에서의 영양실조, 인신매매 등으로 인해 자궁암, 유방암 등 여성 질환에 걸리기 쉽다”며 “북한에서의 건강 행태 등에 대한 것을 조사한 뒤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 건강 지원 사각지대, 탈북 여성 전국의 탈북민 3명 중 1명은 경기도에 살고, 10명 중 7명 이상이 여성 임에도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건강한 삶을 지원하는 의료 지원 체계는 사실상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실정이다. 도내 여성 북한이탈주민 8천353명 중 건강보험에 가입한 여성은 5천950명이다. 나머지 2천403명은 의료급여 자격을 부여 받았다. 의료급여 제도는 생활 유지 능력이 없고 건강보험에 가입할 형편이 안되는 국민을 위한 제도다. 의료급여 대상자는 진료비나 치료비를 지출한 뒤 이를 국가에 청구하면 전액 보상을 받을 수 있는데, 수익이 없어 당장 먹고 살 걱정을 해야 하고 북한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는 데 익숙하지 않은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이 스스로 병원 치료를 택하기란 쉽지 않다. 이 뿐 아니라 건강보험에 가입한 여성 북한이탈주민이라 하더라도 같은 문제가 생긴다. 생활이 어려워도 수익이 있다는 이유로 의료비 지원 체계에서 제외돼 오히려 이들에게 의료 사각지대가 발생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정착을 돕는 유일한 공공기관 ‘남북하나재단’도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의료비 지원 사업을 하고 있지만, 조건이 까다롭다. 기준중위소득 75% 이하이면서 민간보험에서 단 1원의 치료비도 지원 받지 못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입원이나 진료 등 본인부담금이 10만원 이상 발생한 경우 등 모든 조건을 충족했을 때만 진료비를 지원 받을 수 있다. 이마저도 1년 2회, 최대 300만원 이내에서만 지원 받을 수 있는 실정이다. 현재 여성 북한이탈주민이 생식기 질환을 가장 많이 앓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개월 이상의 꾸준한 치료는 물론 비싼 진료비가 수반되는 만큼 사실상 실질적 도움을 주긴 어렵다는 얘기다. 경기알파팀이 만난 도내 여성 북한이탈주민들 역시 병원에 가 치료를 받지 않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 비용을 꼽았다. 2007년 탈북한 유혜진씨(53·가명)는 “자궁암에 걸려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일은 다니지만 수입이 많지 않아 당장의 생활비도 버거운데, 한 번에 수십만원이 드는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어 그저 죽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전국에서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경기도는 이들과 관련한 의료 지원 체계가 전무하다. 경기도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의료 지원은 없다”면서도 “내년에 북한이탈주민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 탈북민 여성 치료, 장기적인 시각으로 지원해야 전문가들은 여성 북한이탈주민의 경우 북한이나 제3국을 거치면서 오랫동안 병원 치료를 받지 못했던 만큼 국내에서 장기적 치료를 거쳐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봤다. 결국 이들이 국내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질병의 특성을 분석한 뒤 장기적인 시각으로 지원하는 의료 시스템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남영화 미래한반도여성협회 대표는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상태는 전반적으로 한국 사람들보다 좋지 않다. 어린시절부터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고 그저 배만 채우기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질병에 쉽게 노출돼 있으며 면역력이 낮기 때문에 병에 걸려도 한 번의 치료로 쉽게 나을 수 없다”고 전제했다. 남 대표는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떤 질환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한 뒤 실질적으로 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더욱이 여성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과정에서 인신매매를 당하고 이로 인한 생식기 질환을 가지게 되는데 성적 학대,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으로 몸이 많이 약한 상태”라며 “현재 의료비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이는 기초생활수급자가 우선이 될 수밖에 없어 일을 한다는 이유로 치료가 시급한 병에 걸렸을 때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이탈주민이 어떤 질환을 앓고 있는지, 왜 병을 앓게 됐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조사를 한 뒤 실질적으로 꾸준히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성은 경기서북부하나센터 사무국장 역시 “여성 북한이탈주민은 탈북 과정에서 제3국을 거치면서 출산 경험을 갖게 되지만 필요한 시기에 치료 받지 못해 여성 질환에 노출돼 있다”며 “현재 의료급여를 받고 있지만 기초수급생활대상자가 우선이기 때문에 수입이 적지도 많지도 않는 사람들이 오히려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 일시적인 병으로 시작해 치료를 받지 못해 장기적인 병으로 발전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치료비와 간병비가 부담이고 지원 역시 한정적이기 때문에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특성을 고려한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건강검진 등 의료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북한이탈주민들이 스스로, 걱정 없이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할 인식 변화 교육도 필요하다고 했다. 윤 교수는 “여성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거나 부실한 의료체계에 있었고, 제3국에선 불법체류자의 신분이기 때문에 제대로 건강을 돌보지 못한다”며 “출산과 육아로 인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재된 건강상의 문제를 한국에 입국해 진료를 받은 뒤 알게 되는 것인데 북한에서는 병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이들 스스로가 병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빨리 자신의 건강을 검진하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건강 인식을 바꿔줄 제도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경기α팀 ※ 경기α팀 : 경기알파팀은 그리스 문자의 처음을 나타내는 알파의 뜻처럼 최전방에서 이슈 속에 담긴 첫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최저 영하 4도…전국에 눈·비 [날씨]

수요일인 27일 전국적으로 눈 또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떨어져 매우 춥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영하 4도~영상 6도, 낮 최고기온은 영상 2~11도를 기록하며 당분간 기온은 평년(최저 -4~6도, 최고 7~14도)과 비슷하거나 조금 낮겠다. 전날부터 찬 공기가 유입되면서 기온이 큰 폭으로 낮아져, 아침 기온은 중부지방과 전북동부, 경북권내륙에서 0도 이하(강원내륙·산지는 영하 5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5도 이하에 머물겠다. 전국적으로 눈과 비가 많이 내리겠다. 이날 정오 전까지 수도권과 충북북부, 전북동부, 경북북동산지에, 오전(9~12시)부터 밤(18~24시)까지 제주도 산지에 시간당 1~3㎝의 강하고 무거운 눈이 내리면서 대설특보가 발효될 가능성도 있다. 예상 적설량은 ▲수도권 3~8㎝(경기동부 10㎝ 이상) ▲강원내륙 5~15㎝(많은 곳 20㎝ 이상) ▲충북 5~10㎝ ▲전북동부 3~10㎝ ▲경북북동산지 5~10㎝ ▲제주도산지 5~15㎝ 등이다. 강수량의 경우 ▲수도권 5~30㎜ ▲강원내륙·산지 5~30㎜ ▲충청권 5~30㎜ ▲전북 5~30㎜ ▲경상권 5~10㎜ ▲제주도 5~30㎜ 등으로 예보됐다. 다만 오후(12~18시)부터 밤(18~24시) 사이 경기북부와 강원중·북부, 경상권은 소강상태를 보이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은 “많은 눈으로 인해 차량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며 “사전에 교통 상황 확인, 차량 이용 시 월동장비 준비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이면 도로나 골목길, 경사진 도로, 그늘진 도로 등에도 눈이 쌓이거나 빙판길이 예상되니 보행자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설] 李 체제에서 김동연 대권은 독자 생존뿐이다

“상식적인 결과... 다행이다.” 김동연 경기지사가 25일 페이스북에 남긴 말이다. “패자 무제한 괴롭히기, 승자 무조건 봐주기 그만하라”고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무죄 선고에 대한 소회다. 김 지사는 ‘포스트 이재명’의 한 축이다. 15일 선거법 징역형 선고 이후 부쩍 부각된 측면이 있다. 그의 발 빠른 소감 발표는 이런 상황을 의식한 정치적 의도로 보인다. 친명계의 불필요한 견제를 차단하려는 뜻이다. 김 지사의 이런 자세는 15일부터다. 언론이 ‘3김3총’의 맨 앞자리에 그를 위치시켰다. 그러자 김 지사가 일체의 정치적 언행을 삼갔다. 이 대표의 수원 방문 때는 수행 역할을 자처했다. 위증교사 무죄라는 반전이 일어났고, 다시 한번 자세를 낮춘 것이다. 좋게 보는 친명계 평가가 나온다. 친명 좌장 정성호 의원이 라디오에서 말했다. “(김 지사가) 대표와 당과 함께하겠다고 했다.” 관심은 김 지사의 앞으로의 행보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는 여전하다. 징역형 선거법 재판이 2, 3심으로 간다. 위증교사 항소심 역시 안심할 수 없다. 두 사건 모두 2027년 대선 전에 끝날 가능성이 짙다. ‘피선거권 박탈’의 공포가 당내에 여전하다. B를 준비해야 한다는 당 내외 분위기가 만연하다. 대통령이 되려는 김 지사라면 언제든 등판할 준비를 해야 한다. 열흘간 부각됐던 ‘포스트 이’ 몸값은 분명 자산이 됐다. 관건은 친명계 내 김동연 견제 심리다. 김 지사의 정치 중량감은 그 스스로 만들었고, 내용은 ‘이재명 차별화’에 있었다. ‘이재명표 25만원 법’을 ‘13조원이 하늘에서 떨어지나’라고 지적했다. 북자도 추진 문제도 이 대표 입장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지난 6월 친문·비명 전해철을 영입했다. 그러자 친명 쪽에서 ‘이낙연의 길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김경수 복권을 촉구했었다. 그때도 ‘은혜 모르는 개 수박’이라는 비난이 있었다. 풀 수 있는 앙금일까. 당내 정치 상황이 가변적이다. 선거법 판결 이후 나도는 정보가 있다. 민주계 원로에 의한 차기 낙점 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 유시민 작가, 김어준 방송인 등의 판 짜기다. 친명 또는 비명계에서 차기 주자를 정하고, 탄핵 또는 사퇴로 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키고, 이 대표에게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을 도과하는 차차기를 준다는 시나리오다. 언제든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는 가설이다. 김 지사는 그 속에 포함될까. 정성호 의원은 ‘이 대표와 김 지사를 갈라치기하려는 보도가 많다’고 했다. 정 의원이 언급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김 지사를 싫어하는 친명계의 정서다. 엄연한 벽으로 존재하는 이 현실은 말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남는 건 독자 생존뿐이다. 최민희 의원이 비명계에 던진 협박이 있다. 그 거친 워딩에 김 지사의 길이 있다. 잠룡으로 증명된 김 지사, 그는 움직이면 죽을지 모르지만 안 움직이면 반드시 죽는다.

[사설] 수원의회, ‘道공항은 정말 軍공항과 무관한가’를 묻다

수원특례시의회가 경기도 공항 프로젝트에 이의를 제기했다. 경기도의 국제공항 유치 및 건설 촉진 지원 조례 관련이다. 여기엔 ‘(국제공항 외) 군 공항은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동은 의원(민주당)이 “경기국제공항은 군 공항과 함께할 수 없는 것인지 모호하다”며 “세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따졌다. 앞서 경기도는 용역을 통해 경기국제공항 후보지 세 곳을 정했다. 화성, 평택, 이천이다. 화성 화옹지구는 기존 군 공항 이전 후보지와 겹친다. 세 지역 모두 민심은 반대 또는 결사 반대다. 반대 이유는 군공항이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화성시 정치권에서는 ‘군 공항 끼워 팔기’라는 비난까지 나왔다. 송옥주 의원(민주당·화성갑)이 ‘시민 동의 없는 끼워팔기식 경기국제공항 추진을 끝까지 막겠다’고 밝혔다. 화성 시민단체들도 도의 국제공항 프로젝트를 비난하고 있다. 이유는 같다. 반면 수원시는 경기도 발표에 환영을 뜻을 보이고 있다. 표현도 도처럼 ‘국제공항 환영’이다. 사실 논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경기국제공항(가칭)은 현재 없는 시설이다. 없던 공항을 새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 후보지가 어디로 결정되든 수원시가 의견 낼 일은 아니다. 그런데 수원은 시장, 시민단체들이 환영하고 있다. 그 저간의 깔린 의미가 너무도 명확하지 않나. 군 공항에 대한 기대와 가능성을 보고 있어서다. 같은 이유로 화성지역의 추론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그 사이 국제공항은 사라졌고 군 공항 마찰만 다시 남았다. 경기국제공항은 경기 남부 산업에 꼭 필요한 SOC다. 필요한 이유가 분명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도 됐다. 그런데 이에 대한 경기도 접근은 상당히 모호하다. 조례와 용역 제목에서 뺐다고 군 공항이 떨어져 나가나. 군 공항 이전은 국방부가 주무 부처다. 민간 공항 설치는 국토부가 좌우한다. 국방부 군 공항 후보지는 화성 화옹지구를 이미 정했다. 경기도 국제공항 후보지도 같은 곳을 꼽았다. 어느 순간 국가가 묶으면 묶이는 것이다. 경기도의 정책적 의도를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럼에도 다가올 상황에 대한 우려와 예측은 보인다. 무려 10년을 옴짝달싹 못하고 멈춰 섰던 문제다. 멈춤의 시작은 늘 ‘국제공항’과 ‘군 공항’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경기도가 조례와 용역으로 두 화두를 떼어 놨다고 추후 국가 결정까지 담보할 수는 없다. 이러다 보니 용역 한 달 만에 수원에서 나온 질문이다. ‘도의 국제공항과 수원 군 공항은 정말 무관한가. 그렇다면 수원이 왜 따라가나.’ 대형 공약을 처리하는 정치 기술이 있다. 용역 한 번 하고 다음 임기로 넘긴다. 실제로 해 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수원 군 공항에서도 몇 번 목격된 기술이다. 이를 잘 알고 있을 수원특례시의회다. 김동은 의원의 질문도 그래서 나온 것 같다. 그의 질문 속에서 걱정이 묻어 난다.

[지지대] ‘백인 만델라’ 브레이튼바흐

인종차별보다 더 끔찍한 인권 유린은 없다. 유색인종인 경우 특히 그렇다. 아시아계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얼굴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탄압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다. 아직도 이 세상 곳곳에선 이런 행위가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만약 지배층 주민이 피지배층 권익 보호에 앞장선다면 어떨까. 이를테면 백인이 흑인의 인권 보장을 위해 희생한다면 말이다. 브레이튼 브레이튼바흐가 딱 그런 인물이었다. 더구나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가 횡행하던 지구 반대편 국가에서였다. 반인류적인 정책에 저항했던 시인 겸 소설가, 그리고 화가였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떴다고 외신이 전했다. 향년 85세다. 고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남서부 웨스턴케이프주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39년 태어났다. 이후 프랑스 파리로 옮겼다. 대부분의 생애를 유럽에서 보냈다. 하지만 남아공 국민으로서의 정체성은 계속 지켰다. 인종차별정책에 반대하는 운동도 이어갔다. 파리에 거주하면서도 자주 고국을 방문했다. 1975년 방문 시 백인정권의 탄압을 받던 넬슨 만델라의 정당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벌인 반정부운동을 도운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7년간 투옥됐다. 1982년 프랑스 정부의 도움으로 석방돼 파리로 돌아가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남아공에는 아프리칸스어라는 언어가 있다. 이 나라에 정착한 네덜란드계 이주민들이 발전시킨 토착어다. 그는 이 언어로 작품을 쓴 대표적인 작가였다. 저서로는 1975년부터 7년간 겪은 감옥생활을 바탕으로 쓴 ‘백색증(알비노) 테러리스트의 고백’ 등이 있다. 유족은 그가 작품 활동을 통해 “망명과 정체성, 그리고 정의의 주제를 대담하게 다뤘다”고 회고했다. 고통받는 이들을 위한 열성적인 헌신은 숭고하다. 그의 저항은 결단력이 있었다. 역사는 그렇게 그를 기록할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