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맞이 해외서…” 인천공항 북새통

인천국제공항이 신정연휴를 맞아 해외로 출국하려는 인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31일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날 해외로 출발한 여행객은 총 17만 6천여 명으로 집계됐다. 공사는 새해 첫날 신정 휴무인 1일 18만 1천명의 이용객이 몰려들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2일에는 모두 17만 8천명의 이용객이 공항을 이용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일 평균 이용객이 17만 6천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소폭 상승한 수치다. 새해를 베트남에서 맞이하기 위해 호치민으로 떠난다는 A씨(인천·35)는 “혼자 연휴를 즐기기 위해 한달 전부터 준비한 여행을 떠나게 됐다”면서 “복잡한 도심에서 새해를 맞이하는 것보다 한가로운 풍광을 즐기기 위해 해외여행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공사와 여행업계는 양력인 신정 연휴보다 음력설인 구정을 지내는 가정들이 늘어나면서 올해 구정연휴에는 해외로 출국하는 인파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B 여행사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신정연휴가 짧아졌지만 그래도 해외로 나가려는 여행객이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주말이 낀 올해 설 연휴에는 신정연휴에 비해 해외여행을 계획한 이들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정연휴 등 겨울 성수기에 공항 이용객들이 몰려듬에 따라 공사는 출국장 체크인 카운터 운영시작 시간을 앞당기고, 제1여객터미널 주요 지점에 안내인력을 집중 투입하는 등 혼잡 완화에 주력하고 있다. 또 일부 식음료 매장 등 상업시설 영업시간을 연장하기로 했으며, 근무인력 또한 200명가량 증원했다. 공사 관계자는 “동절기 혼잡 완화 방안과 더불어 성공적인 제2여객터미널 개장 및 조기 안정화를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면서 “임시상황반 운영을 통해 운영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비상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양광범기자

‘해상왕국’ 고려의 꿈, 인천서 깨어난다

인천의 재도약 기운을 한껏 머금은 고려 개국 1100주년인 ‘2018년 무술년(戊戌年)’ 새해가 밝았다. 사통팔달의 도시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 각종 도로 및 철도 공사를 토대로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속의 허브 도시를 꿈꾼다. 동북아시아의 허브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은 1월 18일 개장하는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연간 1억명의 이용객을 품는다. 컨테이너 물동량 300만TEU 시대의 인천항은 2025년까지 400만TEU를 처리하는 세계 30위권 항만으로 달려간다.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인천신항은 장차 남북관계 회복에 맞춰 우리나라와 북한을 이어주는 물류 거점 역할을 고대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인고속도로는 일반화를 통해 단절됐던 도심을 다시 잇는다. 제3연륙교 건설과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사업 등 지역의 숙원사업은 각각 2025년과 2026년 개통을 목표로 나아간다.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인천시와 10개 군·구를 이끌 리더, 민의를 대표할 광역의원과 시의원을 뽑는 성대한 잔치로 6월 13일 치러진다. 특히 올 한해 인천을 가득 메운 재도약의 기운은 고려 개국 1100주년과 맞물려 ‘강도(江都)의 꿈’ 프로젝트로 실현된다. 강도시대는 1232년 몽골의 침입에 맞서 고려가 강화로 천도했을 39년간을 지칭하는 말이다. 이 시기 강화는 고려의 임시 수도로 기존 해상물류 거점과 동시에 대몽항쟁의 거점을 동시에 수행했다. 팔만대장경과 같은 세계적인 문화유산도 같은 시기에 제작돼 강화에 보관됐다. 시는 고려 역사 유산의 재정비, 고려궁지 및 팔만대장경 판단에 대한 조사·연구, 역사교류 확대 등을 목표로 이번 강도의 꿈을 기획했다. 나아가 고려역사문화단지를 조성해 잊혀진 고려 역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해 역사문화관광 중심지로 우뚝 서겠다는 것이 인천의 구상이다. 세계 속의 허브 도시를 꿈꾸는 인천이 강도의 꿈을 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강화 천도에는 고려의 수도인 개경과 가깝고, 한강·임진강·예성강이 서로 만나는 지리적 이점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모든 길은 인천으로 통한다’라는 뜻을 가진 시의 슬로건 ‘올 웨이스 인천(all ways Incheon)’과 강도시대 강화의 지리적 이점은 닮은 구석이 많다. 고려의 모든 길이 강화로 통했던 강도시대와 마찬가지로 올해 우리나라의 모든 길은 땅길을 포함한 바닷길과 하늘길을 거쳐 인천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918년부터 1392년까지 495년의 고려 역사는 강도의 꿈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인천 역시 관광 활성화 등 역사문화도시를 꿈꾸고, 우리나라와 북한이 함께하는 고려역사 연구 교류로 남북관계의 주요거점을 기대한다. 김민기자

민주, 언급 자제… 한국당 “의미없는 야합”… 바른정당 “환영”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첫 걸음이 지방선거에 지각변동이 될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지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여야는 31일 국민의당의 바른정당 통합 관련 전당원투표 결과, 74.6%의 찬성표가 나온 데 대해 미묘한 온도 차를 보이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투표 결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며 대응전략을 고심하는 가운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의미 없는 야합’이라며 평가절하했고, 통합 파트너인 바른정당은 예상했던 결과라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일단 민주당은 이날 “다른 당의 일에 공식 논평을 내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면서 언급을 자제하는 등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다만 내부적으로는 국민의당발 정계개편이 향후 정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장은 통합 과정에서 정치권이 어떻게 재편될지 지켜봐야 한다”며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통합 과정에서 국민의당이 분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영향력을 보고 나름의 대응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국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는,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일 뿐”이라고 일침을 놨다.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극히 일부인 안 대표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특별히 논평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한다”며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합당한다는 것은 국민의당의 분열과 바른정당의 분열을 의미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아무런 의미 없는 야합일 뿐”이라며 “패잔병들의 모임으로 전락할 합당이 우리 정치에 어떤 가치가 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와 달리 바른정당은 환영하며 국민의당이 내부 갈등 문제를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 2명씩 참여해온 기존의 ‘2+2 교섭창구’를 공식화하고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에 이어 창당준비위원회(창준위) 구성 등 구체적인 로드맵도 제시했다. 유승민 대표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안 대표의 재신임과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에 찬성하는 당원들의 뜻이 확인됐다”며 “당원투표를 계기로 국민의당이 통합에 관한 정치적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의동 수석대변인(평택을)도 “국민의당 당원 상당수가 개혁과 변화의 길을 갈망하고 있다는 것이 실제로 확인됐다”면서 “다만 안철수 대표에 대한 재신임 결과는 완성이라기보다는 더 큰 도전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송우일·정금민기자

지하철 7호선 2028년까지 청라 연장…기재부 예비타당성 통과

인천의 11년 숙원사업인 서울지하철 7호선 청라국제도시 연장사업이 마침내 실현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1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의 경제성과 사업성을 나타내는 B/C와 AHP가 각각 1.10과 0.561로 나와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비용 대비 편익을 뜻하는 B/C는 편익의 가치가 비용의 가치에 같거나 높으면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분석적계층화법인 AHP도 경제성·정책성·지역균형발전 등을 종합 평가하는 기법으로, 0.5 이상이면 사업 시행이 바람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은 2028년까지 서구 석남동에서 공항철도 청라역까지 10.6㎞를 건설하고 정거장 6곳을 세우는 사업이다. 현재 서울 장암이 기점인 7호선은 부천을 거쳐 인천 부평구청역까지 운행되고 있으며, 2020년 개통을 목표로 석남 연장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이다. 시는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이 준공되면 주변의 교통 인프라가 개선돼 지역 발전을 크게 앞당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예타 통과까지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은 우여곡절의 11년을 보내야 했다. 앞서 시는 2006년부터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을 추진했지만,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 이후 시는 기존 사업계획으로 예타 통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노선 변경, 실제 공사비 적용, 신규 도시개발계획 반영 등으로 사업을 재구조화했다. 올해에는 10건의 B/C 향상 방안을 추가로 제안하고, 수도권매립지 4자 협의체 합의사항에 7호선 청라 연장사업을 포함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시는 앞으로 예타의 다음 단계인 타당성 평가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진행하게 된다. 시는 이 용역에서 2026년인 개통시기를 2026년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유 시장은 “마지막 남은 최대 현안을 해결하고 청라 주민을 포함한 300만 시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시와 시민, 정치권 등 모두의 염원과 열정이 일궈낸 결과”라고 말했다. 김민기자

사고 느는데… 도내 교통안전 전담조직 전무

지방정부가 관할하는 도로의 교통사고가 매년 증가추세에 있는 가운데 경기도와 31개 시ㆍ군 모두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조직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교통안전공단 김기용 박사가 발표한 ‘지자체 교통안전향상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방안’에 따르면 고속도로 및 일반국도 등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도로에서의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07년 3만 8천137건에서 지난해 2만 1천306건으로 10년 새 연간 1만 건가량 줄었다.반면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도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지난 2007년 17만 3천525건에서 지난해 19만 9천611건으로, 연간 교통사고가 오히려 2만여 건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가운데 도와 도내 31개 시ㆍ군 중 ‘교통안전 전담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교통안전 전담 부서가 없다 보니 교통안전 전문 인력도 없었다.전국 17개 시ㆍ도 중에서는 서울과 인천, 대구, 세종, 강원, 전남만이 교통안전 전담 부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교통안전 전담 부서 및 전문 인력이 없어 각 지자체의 교통안전 관련 사업이 형식적으로만 이뤄지고 있고, 결국 이것이 교통사고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교통안전공단 경인지역본부 관계자는 “지방정부 관할 도로에서의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각 지자체에서 별도의 교통안전 조직을 구성해 어린이ㆍ노인보호구역 지정, CCTV 설치 등 교통안전 관련 업무를 보다 효율적ㆍ효과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관계자는 “교통안전 관련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가 분할돼 있어 사고에 대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교통안전에 대한 업무를 전담할 부서 신설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승수기자

지동에 팔달경찰서 들어서 범죄 이미지 벗고 ‘새출발’

정부가 수원팔달경찰서 총사업비를 최종적으로 결정해 경찰청에 통보(본보 2017년 12월29일자 2면)한 것과 관련, 이전 부지로 확정된 수원 지동 일대가 들썩이고 있다. 수원시도 발빠르게 팔달서 신설에 협조할 뜻을 내비치면서 ‘오원춘 사건’ 등으로 범죄도시 이미지가 강했던 지동 일대도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전망이다. 31일 기획재정부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기재부는 지난 28일 수원팔달경찰서 총사업비를 최종 조정, 경찰청에 통보했다. 수원팔달서는 총 593억 1천5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돼 팔달구 지동 일원에 총 1만 5천36㎡ 규모로 오는 2021년 신설된다. 수원팔달서 개서가 확정되면서 수원시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우선 수원시는 팔달서가 들어설 예정인 지동 일대 부지에 대해 토지용도계획변경 등 경찰청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팔달서가 신설될 팔달구 지동 237-24 일원은 제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개설되기 위해서는 ‘공공용지’로의 변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수원시는 팔달서 부지 인근 도심지역에 대한 재정비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원화성과 맞닿아 있음에도 그간 부정적인 색채가 강했던 지동 일대를 탈바꿈시킬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 수원시는 지동 일대에 대형 주차장은 물론 시민들이 찾을 수 있는 근린공원 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동 일대 주민들은 물론 상인들까지 팔달서 개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주민 P씨(67)는 “많은 주민들이 살지만 해가 지면 아무도 다니지 않아 암흑도시로 변하고는 했는데, 새 경찰서가 들어오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 “주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동네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근 지동시장 상인들도 경찰서 신설에 양팔을 벌려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지난 2012년 오원춘 사건 이후 점심시간대만 간간히 이어지던 시민들의 발길이 저녁시간대에도 이어질 것이란 일종의 기대 심리 때문이다. 순대골목 상인 J씨(54ㆍ여)는 “오원춘 동네라는 오명에서 탈피하면 아무래도 이곳을 찾는 시민들이 늘지 않겠냐”며 “몇 년째 지속된 불황이 이제야 좀 걷힐 기미를 보이는 것 같아 다행”이라고 반색했다. 이에 대해 수원시 관계자는 “수원팔달서가 들어서게 되면 지역 치안이 강화되는 것은 물론 오원춘 사건 등으로 나빠진 지역 이미지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이를 위해 수원시도 행정적인 절차는 물론 지역 재정비 등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병돈기자

[2018 신년특집] ‘고려의 보물창고’… 고려역사문화단지 꿈 영근다

인천시가 고려 개국 1100년을 기념해 올해부터 ‘강도(江都)의 꿈’ 프로젝트를 본격화한다.고려시대의 강화가 해상교류의 거점 역할을 수행했던 것처럼 현재 인천은 국제공항과 항만을 통해 세계의 허브 도시로 우뚝서고 있다. 특히 인천신항은 장차 남북관계가 회복될 경우 남북교류의 주요거점으로 부각될 것이고, 강화는 강도시대의 이점 등을 토대로 남북이 함께할 고려 역사 연구의 보고가 될 것이 분명하다.시가 고려 개국 1100년의 의미를 담아 추진하는 강도의 꿈 프로젝트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국을 넘어 남북관계와 세계 속의 사통팔달 도시를 구상하는 인천이 품은 강도의 꿈은 조금씩 영글어간다. ■ 강도의 꿈 프로젝트 추진배경 강화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고려 도읍지이다. 고려가 몽골 침입에 맞서 강화로 천도하면서 39년간 고려 도읍으로 황도의 역할을 수행했다. 전란을 승리하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판각하고 상정예문을 남기는 등 우수한 기록유산의 역사를 이뤘음은 반론의 여지가 없다. 위기 속에 고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기에 강화가 고려사에 갖는 의의는 간과할 수 없다. 시는 이 점에서 무관심 속에 방치된 강도를 역사현장에 살려내고자 강도의 꿈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강도의 꿈은 고려 역사유산의 재정비, 고려 궁지 및 팔만대장경판당에 대한 조사연구, 역사교류 확대 등을 목표로 삼아 5대 분야 20개 사업으로 기획됐다.총 사업비만 3조804억원이 예상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시는 강도의 꿈을 통해 궁극적으로 고려역사문화단지를 조성함으로써 잊힌 고려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역사문화관광의 중심지로 인천을 우뚝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고려궁궐 재건 활용 분야 5대 분야 중 첫 번째는 ‘고려궁궐 재건 활용’이다. 시는 올해 강도시대 고려 궁지의 정확한 위치를 연구해 궁궐 미니어처 제작과 소규모 전시관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향후에는 궁궐 재건 등 후속 사업도 추진된다. 세부 사업 중 눈여겨볼 부분은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이다. 강화산성 내 관공서·주거시설 등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한 뒤 남은 공간을 역사문화 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사업 목적으로 이뤄져 있다. 시는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을 통해 강도시대 역사문화를 중심으로 고려·조선시대의 강화역사 전반을 보여주는 국내 역사문화단지 조성을 계획했다. 현재 전국적으로도 역사문화단지 사례는 경북 경주의 신라문화단지와 충남 부여의 백제문화단지 2곳에 불과하다.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에 필요한 사업비는 3조146억원에 이른다. 100만㎡에 이르는 단지 조성에 1조7천934억원, 170만㎡의 신도시 조성에 1조2천212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 추진은 5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오는 2022년까지 고려역사문화지구 지정 또는 고도 지정, 2026년까지 동락천 복개 철거, 2032년까지 신도시 조성, 2037년까지 지표 및 발굴조사, 2045년까지 고려역사문화단지 조성 등의 순이다. 합천 해인사 대장경판 ■ 고려 기록유산 활용 분야 팔만대장경 등 고려역사 기록유산에 대한 종합 조사를 바탕으로 판당지(보관터) 발굴 및 재건을 통해 판당의 활용방안을 제시하고, 한국 기록 문화의 본산으로서 인천의 가치를 재창조하는 ‘고려 기록유산 활용 분야’의 사업들도 추진된다. 시는 향후 남북관계에 주요한 위치를 차지할 인천을 위해 이 분야의 세부 사업으로 ‘평화대장경 간경’을 추진한다.강도시대 팔만대장경 판각의 전통에 기반한 최신 대장경 조성사업을 통해 남북 평화통일 및 세계평화를 소원하며 고려 역사의 가치를 올리고 전통의 현대화를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준비기간을 거쳐 간경사업은 2022년부터 시작되고, 2032년에는 강화천도 800년을 기념해 평화대장경 봉안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시는 올해 강화에 세계기록유산 자료관을 설립·운영하는 계획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하는 등 역사문화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조성하는 세부 사업도 진행한다. 강화 세계기록유산 자료관 개관 예정은 2027년이다. ■ 강화 역사건조물 활용 분야 강화의 역사적 가치는 고려시대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시는 선사시대 고인돌로부터 근세 강화도조약의 현장까지 지붕 없는 박물관으로서 강화의 역사적 건조물에 대한 활용을 통해 정체성을 확장한다는 계획 역시 강화의 꿈에 담았다. 이에 대한 세부 사업으로는 지붕 없는 국립강화박물관 설립·운영, 근대건축물 활용가치 도모, 송암 박두성 생가 복원 등이 추진된다. 이 중 송암 박두성 생가 복원은 시각장애인들의 세종대왕인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인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 516번지에 국·시·군비 13억원을 투입하는 사업이다.송암 박두성 선생은 1926년 11월 4일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창안한 인천을 대표하는 역사적 인물이다. 시는 이 사업을 위해 올해 토지매입 및 복원을 추진하고, 내년 개관 및 관리·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 강화 역사유적 가치창조 분야 시는 강화에 남은 인천의 중요 유산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 및 건조물의 국보화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시는 인천의 역사 유적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강화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하점면 부근리 지석묘 등 총 70기의 고인돌이다. 시는 여기에 해양관방유적으로 강화산성, 강화외성, 삼랑성, 강화돈대 등 26개 유적의 등재를 추진하는 한편, 고려왕릉 4기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를 고려개국 1100주년 기념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또 시는 보물 161호로 지정된 강화 정수사 법당과 보물 178호인 강화 전등사 대웅전의 국보 승격을 준비하고 있다. 국보 지정을 통해 문화재 가치와 역사문화도시인 강화의 이미지를 끌어올린다는 게 시의 구상이다. ■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사업 분야 고려 개국 1100년을 맞는 올해 시가 추진하려는 기념사업은 강화 고려궁지 범위 조사, 강화 고려왕릉 및 고분 종합 학술조사, 강화개성 유물 교류전, 강화개성 고려왕릉 사진전, 국제연합(UN) 주최 남북 학생 강화·개성 교차 수학여행, 강도시대 불교문화유산 종합 조사·연구, 강화개성 자매결연 추진, ‘아시아 속의 고려, 고려 속의 인천’ 국제학술회의 등이 있다. 이들 기념사업은 대부분 강도시대 고려의 역사를 연구하는 내용과 더불어 북한의 개성과 연계한 행사로 구성됐다. 시는 강화가 가진 고려 역사의 의미를 되새겨 인천을 남북교류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큰 포부를 이들 기념사업에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김민기자

[2018 신년특집] 고려 건국 1100년 ‘강도의 꿈’

태조 왕건은 신라 헌강왕 3년인 877년 1월 송악군에서 태어나 918년 6월 궁예를 몰아내고 왕위에 올라 국호를 고려라 했다. 이로부터 조선이 개국하는 1392년까지 495년간 고려는 그 찬란한 역사를 이어갔다.이 시기 강화는 고려의 대중무역 교통로이자 해상교류의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1232년부터 1270년까지 39년간 이어진 강도시대의 강화는 대몽항쟁을 위한 보장처(전란 때 임금과 조정이 대피하는 곳)이자 임시 수도의 역할을 다했다.강도시대에 세워진 희종의 무덤 석릉, 고종의 무덤 홍릉, 원덕태후의 무덤 곤릉, 순경태후의 무덤 가릉, 고려궁지 등 우리나라에서 찾기 어려운 고려 유적이 강화에 많이 남아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특히 강도시대 강화에서 보관됐던 국보 제32호 팔만대장경(합천 해인사 대장경판)은 오늘날 남아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장경판으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지정됐을 만큼 역사ㆍ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자료로 꼽힌다. ▲ 강화 백련사 철조아미타여래좌상 ■ 몽골 침입과 강도시대의 도래 1225년 몽골 사신인 저고여(著古與)가 압록강변에서 돌연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저고여는 앞서 1218년 몽골이 거란적(契丹賊)을 물리치고 난 뒤 고려에 공물을 요구하러 온 사신으로,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피살됐다. 이 사건으로 고려와 몽골의 국교는 단절됐고, 몽골은 1231년 고려를 침입하기에 이르렀다.당시 고려는 왕족인 회안군 정을 안북부(평안남도 안주)에 있던 몽골군 진영에 보내 강화를 청해 급한 불을 껐다. 이후 몽골은 점령한 지역에 민정 담당자인 다루가치(達魯花赤) 72인을 두고 고려에 압력을 가하는 등 내정을 간섭하기 시작했다. 특히 몽골은 공물과 함께 왕공(王公)·대관(大官)의 어린 자식들까지도 요구했다. 괴롭힘이 심해지자 고려는 결국 몽골과 싸우기로 결심하고, 몽골이 수전에 약하다는 이유 등으로 1232년 6월 강화 천도를 단행했다. 새로운 수도가 된 강화는 조석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가 빨라 공격이 쉽지 않은 곳이지만, 반대로 수도인 개경과 가깝고 지방과의 연결 혹은 조운(漕運) 등이 매우 편리하다는 이점을 갖고 있었다. 이 시기 고려는 강화를 강도(江都)로 칭했고, 이후로도 강도는 강화를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됐다. ■ 강도시대와 최씨정권 몽골은 1232년, 1235년, 1251년, 1254년, 1255년, 1257년 등 총 6차례 고려를 침입했다. 이 기간 고려는 최우부터 최항·최의의 집권기와 김준·임연·임유무의 집권기까지 강화에서 몽골을 상대로 장기 항전했다. 이 중 강화 천도를 단행한 최우는 고려 무신정권기를 대표하는 최충헌의 뒤를 이어 최고 권력자에 오른 인물이다. 천도 당시 최우는 천도론을 반대하는 참정지사 유승단과 야별초 지휘관 김세충을 처형했다. 천도를 결정한 다음날에는 강화에 군을 보내 궁궐을 짓게 했고, 개경의 각 기관을 강화로 옮기는 동시에 각 도에 영을 내려 백성들을 산성이나 해도로 피난하도록 했다. 천도가 이뤄진지 2년 뒤인 1234년 강화에는 궁궐과 여러 관청이 세워지는 등 조금씩 수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됐다. 최우의 아들 최항은 1249년 아버지가 죽자 정권을 이어받았다. 최항은 1252년 몽골 사신이 왕의 출륙 친영(出陸 親迎)을 요구하자 신안공 전(新安公 佺)을 보내 대신 맞게 하는 등 아버지의 강격책을 계승한다. 최항이 집권했던 1251년과 1255년 강화에는 고려의 최고 교육기관인 국자감과 역대 고려왕의 위패를 모신 태묘가 각각 세워졌다. 4대 최씨정권의 마지막인 최의는 1257년 아버지 최항의 권력을 잇는다. 최의는 앞서 최항과 최우가 그랬듯 전횡을 자행하다가 1258년 김준과 유경(柳璥) 등이 일으킨 무오정변에서 살해당한다. 최우부터 최의에 이르기까지 최씨정권과 강도시대는 흐름을 같이한다. 강도시대 강화의 방비시설인 내성·외성·중성도 최씨정권 시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1232년 강화 천도와 함께 쌓은 것으로 보이는 내성은 현재 강화읍 일대에 축성돼 있다. 동남쪽 일대를 둘러싼 외성은 천도 이듬해부터 1237년 증축됐고, 중성은 1250년에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 개경 환도와 삼별초 항쟁 1259년 고려와 몽골 사이에 강화가 성립됐다. 그러나 최씨정권 이후 권력을 손에 쥔 김준·임연·임유무 등 무신정권은 여전히 항전을 기도했다. 무오정변 이후 최고 권력자가 된 김준의 경우는 원종(元宗)이 즉위한 후 친몽정책과 개경환도를 반대하다가 1268년 강윤소·임연 등에게 암살당한다. 임연은 1270년 야별초를 각 지방에 보내는 등 몽골에 끝까지 항전하려다가 병으로 숨졌고, 그의 아들 임유무도 야별초를 통해 개경 환도를 막으려다가 원종의 밀명을 받은 홍규와 송송례에게 살해된다. 이 같은 무신정권의 몰락은 같은해 왕정 복구와 개경 환도를 동시에 가져왔다. 개경 환도 이후 대몽항전에 참여한 삼별초가 항거에 나섰다. 삼별초는 종실 왕온(王溫)을 왕으로 추대하고 강화에서 진도로 거점을 옮겨 대항했다. 1년여 뒤에는 고려조정과 몽골 연합군의 공격을 받아 제주도로 거점을 옮겨 해상에서 항전했다.삼별초의 항전은 1273년 여몽연합군이 제주도를 점령하면서 평정됐다. 고려 말기 강화는 고려 왕의 유배지가 됐다. 폐위된 우왕(禑王)은 강화로 유배를 왔고, 그의 아들 창왕(昌王)은 조선을 세운 이성계에게 폐위된 뒤 강화에서 죽었다. 1392년 조선이 개국한 이후 이성계(태조)는 왕씨 일족을 강화와 거제로 안치했고, 1394년에는 왕씨 일족 모두를 강화나루에 던져 죽였다. ■ 39년간 이어진 강도시대 강화의 모습 강도시대 강화의 모습은 강도시대에 활동한 문인 최자의 삼도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삼도부는 동문선(東文選) 제2권 부조에 실린 부(한문 문체의 하나)로 서도의 변생과 북경의 담수, 강도의 정의대부 등 가상인물 3명이 삼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최자는 삼도부를 통해 지금의 강화인 강도에 대해 화산(花山)을 중심으로 갑화관(岬華關)과 풍포관(楓浦館), 바다와 절벽이 갖춰진 금성탕지(金城湯池·매우 견고한 성)이자 제왕의 도읍이라고 칭송했다. 또 풍속이 순후한 덕의 터전으로 태평성대의 지극한 정치가 펼쳐지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자는 삼도부에서 ‘안으로 마리·혈구가 무겁게 둘러섰고 밖으로 동진·백마의 사면을 요새로 하니 출입을 누가 어찌하랴’, ‘성시가 곧 포구이며 문밖에 바로 배가 있다’, ‘상선과 공물을 실은 배가 만리 밖에서 잇달았다’ 등의 표현으로 강도시대 강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기자

[2018 신년특집_인터뷰]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한양대 명예교수

천년 전 경기도에는 고려가 있었다. 오늘날 우리를 부르는 말인 ‘코리아’의 어원이 ‘고려’이듯, 고려는 국제적으로도 큰 역할을 했다. 또 몽골의 침입과 지배하에서도 팔만대장경으로 민족의 정체성을 완성시켰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앞으로의 천년에는 ‘고려의 정신문화’가 뒷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8년은 고려 건국 1100주년과 동시에 경기 정명 1천년이 되는 해다. 경기 천년이 경기도에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바로 우리 역사의 중심이 서울-경기지역으로 옮겨온 것을 뜻한다. 이것은 과거의 민족사에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앞으로의 미래에 더욱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경기도는 미래 통일한국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가지고 천년대계를 준비하는 원년이 되어야 한다. -경기도가 고려의 정신과 문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의미는. 고려의 진취적인 정신, 즉 국제적이고 새로운 문화창조의 정신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려시대는 민족의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였고, 가장 창의적인 시대였다. 때문에 고려의 정신과 문화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핵심적인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도에도 고려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데. 고려 수도가 개성이니, 경기도는 사실 고려의 중심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의 용인 서봉사지와 같은 수많은 절터나 고분 그리고 하남 이성산성 아래의 도시유적들이 남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신라의 마지막 왕인 경순왕의 무덤이 연천에 있고 고려의 사당인 숭의전지가 임진강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강화의 유적들과 함께 세계유산에 포함되어야 할 유적들이다. -고려사를 연구하기 위한 움직임이 남과 북에서 공동으로 일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가기 어려운 곳이 북한이라는 점은 우리가 어두운 역사의 피해자라는 것을 말한다. 많은 분야 중에서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는 영역이 바로 문화유산공동조사라고 생각한다. 개성의 송악산 자락에 남아 있는 만월대 궁터발굴이 가장 중요한 사례다. 남북역사학자협의회의 주도로 남과 북의 고고학자들이 발굴했다. 특히 금속활자가 발굴되면서 고려문화가 얼마나 창의적인지 확인 할 수 있었다. -경기도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미온적 움직임이 아쉽다. 상당히 늦은 감이 있다. 이러한 일들은 상당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이 있어야 역사도 정리되고 재인식하는 기간도 길어져 더욱 풍부한 문화를 재창출 할 수 있다. 경기도가 이런 절호의 기회를 단지 해를 기념하는 의례적인 것으로 생각한다면, 경기문화의 뿌리는 더 이상 뻗어나가지 못한다. 경기도에 산재하는 고려의 문화유적들을 오늘날의 새로운 개념에서 정비하고 그 의미를 살려 나가야 한다. 이에 대한 조사연구가 진작될 있는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경기도에 대한 고려사도 새로운 시각에서 재조명해 정리ㆍ보급하는 것이 우선의 작업과제다. -통일에 대한 경기도의 역할은. 경기도는 수도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가지고, 사회적ㆍ문화적인 여건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곳곳에 산재하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해 이 곳에 살고 있는 1천500만의 도민과 앞으로 유입될 많은 주민들이 문화를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해야한다. 나아가서는 경기도가 상해를 넘어 황해의 최대 거점 국제도시가 될 수 있도록, 문화도시로서의 면모를 만드는 계획도 세워야 한다. 송시연기자

[2018 신년특집_인터뷰]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

안창모 경기대학교 교수는 경기의 근현대를 살피며 미래 경기를 그렸다. 그는 경기 새천년 시대 경기도가 고유한 위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분단 시대를 넘어 통일 시대를 대비해 더 큰 틀에서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와 경기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져 왔으며 이로 인한 경기의 특성은 어떠한가. 경기라는 말 자체가 수도를 둘러싸고 있는 땅이다. 근대 이전까지 경기는 독립적인 존재가 아니라 수도에 종속된 존재였다. 수도의 성격이 경기의 성격과 운명을 좌우했다. 근대 이후 경기는 수도에 종속된 게 아니라 독립적 존재로서 자기 위상과 비전을 가져야 한다. 수도와 인접한 지역 강점은 이용하되, 수도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경기의 근대사는 어떤 특징과 의미가 있는가. 근대 이전은 개성, 근대 도시는 인천, 수원이 중요했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로 왕조가 바뀌며 그 위상이 달라졌다. 인천은 경기도에서 나갔지만 전형적으로 서울의 영향권에서 성장한 도시다. 그에 비해 수원 자기 정체성이 뚜렷했다. 정조 시대 이후 서울을 방어하는 중요한 거점도시였다. 농업의 메카라는 특징도 있다. 2000년대 들어 농업진흥청과 서울 농생대가 이전해 수원이 농업 메카로서 위상을 잃어버린 게 안타깝다. 세계유산급인 관개시설 충만재, 만석거가 있는데 현재와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옛날 이야기가 돼 버렸다. 옛것을 가지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대에 와 신도시가 조성되며 경기도의 모습도 크게 변화했다. 경기가 아직 서울에 의존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서울이 어떤 정책을 취하느냐가 경기도에 영향을 미친다. 도 정책이 서울에 영향 미치는 것은 제한적이다. 경기도가 독립성을 유지하며 어떤 정체성을 만들어가느냐가 21세기 경기가 당면한 과제다. 분당이나 판교에 사는 사람들이 자신을 경기도민이라 생각하는지 의문이다.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 문제를 그 사람들 탓으로 해야할지 또다른 극복 과제로 생각해야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분단은 경기에 어떤 영향을 줬는가. 분단은 이익과 불이익을 동시에 줬다. 분단됐을 때 가장 덕을 본 건 경기도 남부다. 분단이 안 됐으면 개성과 북쪽으로 이어지는 땅이 발전했을 거다. 어떻게 보면 북부가 분단 때문에 피해를 봤다. 통일이 되면 북부가 그동안의 불이익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남쪽 경제구조가 힘을 쓸 것으로 예상한다. 그 부분이 북부에 어떤 영향 끼칠지가 변수다. -경기 새천년, 통일 이후 경기도의 미래는. 통일이 언제될지 모른다. 물리적인 변화를 수반하면 오래 걸린다. 서울과 경기도를 관통하는 한강의 변화가 중요하다. 사실 한강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눈꼽만치도 기여한 게 없다. 한강 하구가 DMZ라인에 걸려 있어 물리의 기능이 죽었기 때문이다. 한강변에는 일반 여느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강가 산업시설이 없다. 분단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꼭 통일이 아니라 남북 평화협정만 체결돼도 DMZ는 풀릴 수 있다. 강을 따라 올라오는 인천, 경기, 서울 구간 의 변화가 굉장히 활발해질 수 있다. 도 차원에서 벗어나 큰 틀로 보면 서해바다와 함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물길과 함께 경기도의 통일시대를 생각하면 근사한 그림을 그릴 수 있다. 손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