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왜 우리집인가?

▲ 최도수 현재 우리나라 주거복지사업은 크게 금융지원, 공공임대주택 제공, 주거급여, 주택개보수가 있다. 영구임대주택 공급은 최저소득계층의 주거문제를 기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주거복지 수단이며, 수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공급되어야 한다. 하지만, 공급과 관리를 책임지는 지자체에는 너무나 큰 비용부담이 되며, 신규 택지 등 사업부지의 고갈, 님비현상 등으로 수요에 맞춘 공급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기존 영구임대주택은 신규 택지에 대규모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입주자가 기존 주거지와 격리되고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인천에는 8개 단지 약 9천호의 영구임대주택이 있다. 그러나 1993년 선학시영아파트를 마지막으로 20여 년간 영구임대주택 공급이 사실상 멈춰있는 실정이다. 이 기간에 인천시 내 주거 취약계층과 영구임대주택 대기물량 꾸준히 증가해 왔으며, 현재 대기물량이 약 9천호에 이르고 있어, 최저소득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한 영구임대주택의 지속적인 공급 확대가 시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인천시는 재정부담, 사업부지의 고갈, 님비현상, 기존 주거지와의 이탈, 사회적 낙인 등 기존 문제점을 극복해 영구임대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 되었고, 인천형 영구임대주택인 ‘우리집’을 매년 1천호씩 10년간 총 1만호를 공급하기로 결정하고, 2016년 12월 ‘우리집 1만호 공급 프로젝트’를 발표하게 되었다. ‘우리집’은 못생긴 땅, 버려진 자투리 땅, 공영주차장, 공원, 도로 등 방치되거나 활용도가 낮은 국·공유지를 활용해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기존 거주지 인근에 소규모로 분산 배치하여, 님비현상과 사회적 낙인 문제를 방지하고 입주민이 원도심에 재정착 할 수 있도록 구상하였다. 최근 새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매입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이다. 우리집 프로젝트도 정부 정책에 맞춰 매입임대 공급을 확대하고 사업유형을 다양화하였으며, 인천도시공사와 공동추진 업무협약 체결로 우리집 1만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2018년 ‘우리집’은 다양한 입주자의 욕구를 충족시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립기반주택, 사회복지시설 연계주택, 의료시설 연계주택, 공동육아 협동조합주택 등 다양한 형태의 주택으로 공급하고 관련 사업과의 연계를 통해 자활, 창업, 보육, 심리지원 등 입주자 지원 프로그램도 함께 제공한다. 신규 택지 부족 시, 기존 주거지 내에서 미활용 또는 저 이용되고 있는 국·공유지를 활용한 소규모 공공임대주택 공급 전략은 유효하며, 이는 우리집의 기본 전략이다. 물론, 우리집의 공급 확대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집 프로젝트는 단지 공급 확대를 위해 만든 궁여지책에 머무르지는 않고, 소규모 맞춤식 공급의 장점을 극대화하여 입주민이 원하는 집을 기존 거주지 인근에 지어 재정착 할 수 있는 인천의 미래형 도시정비 모델로 발전시켜 나아갈 것이다. 우리집이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이 수요자 맞춤형 설계로 내 집처럼 지어서 영구적으로 편하게 생활할 수 있는 ‘진짜 우리 집’이 되기를 기대한다. 최도수 인천시 주거환경과장

평택 주한미군 공사 뒷돈 의혹 SK건설 임직원, 구속

평택 주한미군기지(캠프 험프리스) 공사 수주 뒷돈 의혹에 연루된 SK건설 현직 임원이 3일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강은주 당직 판사는 회삿돈을 빼돌려 미국 육군 기지공사 발주업무 관계자에게 수십억 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SK건설 A 전무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이용일 부장검사)는 SK건설이 미 육군 공병단 극동지부사령부 계약 담당자였던 N씨에게 300만 달러(약 32억 원)의 뒷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 지난 1일 SK건설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한편 A 전무를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A 전무가 SK건설 하도급업체를 통해 회삿돈을 로비용 비자금으로 세탁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A 전무에게 적용된 혐의는 국제상거래에 있어서 외국공무원에 대한 뇌물방지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자금세탁 등이다. 한편 A 전무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공사 수주에 관여한 회사 관계자들을 소환, 당시 의사결정이 어떤 식으로 이뤄졌으며 어느 선까지 보고됐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어서 ‘윗선’으로 수사가 확대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천자춘추] 평가에 파묻힌 사회

박은영 2주 전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관심 속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대학수학능력시험뿐 아니라 요즘 우리 사회는 평가에 파묻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이들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시험 본다”는 평가 속에 있고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은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평가, 그리고 직장에서는 직원 업무 평가와 서비스 평가, 각급 기관은 부서평가, 기관평가, 대학평가 등등. 우리가 사용하는 평가라는 단어의 사전적 뜻은 사람이나 사물의 가치나 수준을 평하는 것이다. 그리고 평가로 번역되는 영어 단어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evaluation 과 assessment의 의미는 다른데, 우리 사회에서는 혼재되고 그 의미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 것 같다. 미국의 교육학자 Bob Adamson의 설명에 따르면 평가(evaluation)는 총체적인 결과평가의 의미가 크고, 평가(assessment)는 과정에서 진단을 위한 조사 성격의 평가로 시험(test)의 의미보다 조금 큰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사전평가라 할 수 있다. 이 두 평가는 의미와 적용에서 분명히 달라야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에서 공부할 능력을 갖추었는지를 알아보는 assessment 의 시험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학생들의 수준을 evaluation 하는 서열화 도구로 그 의미가 변하고 있지는 않은지 염려스럽다. 그러면 대학평가, 의료기관 평가는 어떤 의미일까? 각 대학은 교육부, 일간지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의료기관 역시 복지부와 일간지, 민간단체 등의 평가에 민감하다. 평가의 결과가 대학과 의료기관의 서열화로 보도되고 그에 따른 정부의 지원 정도와 국민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목적과 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각 기관의 질적 향상 및 적정수준을 assessment 하여 국민의 건강과 교육의 보장성을 확보하는 것은 중요하다. 딱 그 정도만 되었으면 좋겠다. 과도한 평가는 기관에 속한 구성원들의 피로를 가중시켜 우리사회를 피로사회로 만드는 이유가 된다. 평가 시즌이 다가오면 두통이 시작되는 이유이다. 평가에 메여 있으니까. 박은영 가천대학교 학사부처장

[이슈&경제] 혁신을 통한 경제성장

이정섭 새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큰 줄기에서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가계소득을 새로운 성장 원천으로 활용해 성장을 도모하고, 일자리 중심 경제에서는 일자리-분배-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복원하며, 공정 경제는 경제주체 간 합리적 보상체계 정립, 혁신 성장은 3%의 성장능력을 갖춘 경제로 요약된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 경제에 대해 우려감이 높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 2013년 맥킨지는 한국 경제를 진단함에 ‘냄비 속 개구리’로 표현했고, KDI는 경제 전문가 489명을 대상으로 한 지난 10월 25~27일 설문 조사에서 ‘한국 경제가 여전히 냄비 속 개구리라는 주장에 공감하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88.1%가 “공감한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위기이며, 한국 경제가 냄비 속 개구리로 서서히 죽어가는 경제라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개구리가 냄비 속을 박차고 나올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위기 타개의 해법은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일어나야만 한다는 점이다. 경제정책에서도 최우선 과제는 혁신이고, 혁신을 통한 성장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혁신 경제의 주인공은 기업(가)이다. 혁신하는 기업가(혹은 창업가)에 의해 신사업ㆍ신기술ㆍ신제품의 개발, 기업 체질의 변화와 개선, 과감한 투자, 신시장 개척 등이 파생될 수 있다. 물론 혁신하는 기업들에서 많은 일자리도 창출된다. 혁신을 통해 기업은 활력을 되찾을 수 있고, 우리 경제를 부흥시킬 수 있다. 미국의 혁신적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테크 기업들의 일자리 창출 성과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미국 CNN에 의하면, 아마존은 올해 9월 말 직원 수가 전 세계 54만 1천900명으로 1년간 23만 5천100명 증가했고, 내년에 제2 본사 건립 시 대규모 일자리 창출이 일어나 직원 5만 명 이상이 상주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15만 명의 고용 유발 효과를 낼 것이라고 한다. 구글은 최근 1년간 직원 수가 12%(8천147명) 증가했고, 페이스북은 43%(6천163명)가 증가했다고 한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자회사인 웨이모, 사물인터넷(IoT) 자회사인 네스트, 인공지능 사업 등 미래 성장 동력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연구 인력을 계속 증가시키고 있다고 한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이용자가 20억 명을 넘어서며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모니터링 인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가 되살아나고 있고, 그 바탕에 이들 기업들의 혁신과 활약이 자리 잡고 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의 공통점은 인터넷이 상업화된 1990년대 후반 혹은 2000년대 초에 인터넷 관련 기술을 매개로 창업했고, 혁신적인 사고와 행동을 보이는 제프 베조스, 래리 페이지, 마크 저크버그에 의해 현재까지도 경영되고 있다. 우리가 미국의 테크 기업 사례에서 배울 점은 창업 후 고성장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가의 혁신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정부는 ‘생계형’ 창업보다는 ‘기술 혁신형’ 창업을 중시해야만, 인공지능(AI) 등 미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혁신 역량을 기업들이 갖추게 돼 한국 경제가 혁신 경제로 나아갈 수가 있을 것이다. 현 시점은 우리 경제주체 모두가 혁신을 다시 한 번 외쳐야 하는 비상한 시기다. 이정섭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기고] 故 이병곤 소방령을 추모하며

▲ 이재열 차가운 겨울바람이 불어오는 12월, 모두가 가족, 친구들과 한 해를 마무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이때 기억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2년 전 오늘, 칼날같이 매서운 바닷바람이 부는 서해대교에서 100미터가 넘는 케이블에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 순직한 故 이병곤 소방령…. 많은 사람들이 힘든 하루의 일상을 마치고 그리던 가족들이 있는 집으로 향하던 서해대교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화재와의 사투를 벌이던 그는 결국 기다리던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7.3㎞의 끝이 보이지 않는 철교 위에서 그는 많은 사람들이 가족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외로이 다리를 지켰지만 정작 자신은 사랑하던 이들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이다. 작가 김훈은 산문집 라면을 끓이며에서 소방관을 ‘인간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실천하는 보살’ 그리고 ‘인간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이라고 말했다. 작가의 말처럼 소방관은 우리사회의 가장 어둡고 소외된 곳에서 도움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는 구도자요, 따듯한 인간의 온기를 전하는 숨결과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 순전한 이타적 행위는 때때로 안타까운 희생을 낳게 되고 결국 많은 사람들에게 영원히 가슴속에 안고 가야 하는 마음의 생채기를 남기곤 한다. 혹자는 소방관들의 용기가 하늘에서 주어진 천성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시뻘건 불길과 새까만 농연이 가득한 화재현장, 선홍빛 핏자국과 고통의 신음이 가득한 사고현장은 천성이라는 용기만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소방관들도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귀한 아들, 딸이며, 듬직한 배우자, 그리고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어머니이다. 그들도 위험한 순간 집에 두고 온 가족들을 생각하며 못내 머뭇거리는 연약한 인간이다. 하지만 소방관이 여느 사람들과 다른 것은 마치 성직자들이 신앙 안에서 천부적 소명의식(Calling)을 갖고 자신을 내어놓듯 이들 또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거룩한 소명의식으로 본능적으로 위험에 뛰어든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방관들의 희생과는 달리 이제까지 우리사회는 열악한 소방관의 현실에 대해 외면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다만 새 정부 들어서 소방의 현실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잇따르고 여러 가지 긍정적인 변화가 있는 것은 다행인 일이다. 특히 고인의 희생을 계기로 경기도소방은 여러 가지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지난해 경기도는 종합적인 소방력 강화계획으로 ‘이병곤 플랜’을 추진해서 짧은 기간 동안 2천여 명의 소방관을 충원하고 9개의 안전센터를 신설했으며 400여 대의 노후된 소방차량을 교체했다. 또한 밤낮없이 위험하고 참혹한 재난현장에서 일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관서마다 PTSD 심리치유시설을 설치하고 부상소방관의 치료비를 전액 지원하였으며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여성소방공무원을 위해 시간외 어린이집 40개소를 지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날로 발전하는 경기도소방을 보며 이제는 우리 소방관들이 응답해야 할 때라는 생각을 해본다. 나와 내 가족보다는 사회와 우리의 이웃을 먼저 생각하고 희생했던 모든 순직 소방관의 정신과 국가 안팎이 힘든 경제적 여건 속에서도 우리 소방관의 근무여건 개선을 위해 뜻과 정성을 모아주신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우리 소방관들은 더욱더 우리 사회의 낮고 소외된 곳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듯한 구원의 손길과 인간의 온기를 전해야 할 것이다. 2년 전 그날의 故 이병곤 소방령처럼 말이다. 이재열 경기도재난안전본부장

[경기천년 999+1, 경기도의 思想과 思想家] 38. 강정일당-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조선 여류학자

38. 강정일당-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조선 여류학자조선 왕조는 여성이 공부를 통해 입신양명이 불가능한 시대였다. 과거시험을 볼 수도 없고 벼슬길에 나갈 수 조차 없었다.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도 본인 재주를 사용할 곳이없었다. 그런데도 공부에 열정을 바쳐 학문으로 일가를 이룬 여성이 있었으니 강정일당이 그 주인공이다.■ 가난한 부부강정일당(姜靜一堂, 1772~1832)은 본관이 진주이며 충청도 제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강재수이며 어머니는 권서응의 딸이다. 정일당은 스무 살에 충청도 충주에 사는 14세의 어린 선비 윤광연(1778~1838)과 혼인했다.조선후기에는 가난에 허덕인 양반들이 많았다. 정일당과 윤광연 부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모두 어엿한 양반가 후손이나 경제적으로 곤궁했다. 그래서 두 집 모두 혼수를 장만하지 못해 혼인한 지 3년 만에 겨우 정일당이 시집으로 갈 수 있었다. 이후 남편이 생계를 위해 지방을 분주히 오갔으나 살림살이가 나아지지 않았다.정일당 부부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터전이 없는 상태에서 고향에 계속 있는 것은 가난을 더 부채질하는 일이었다. 결국 생계 방편을 찾아 경기도 과천으로 와서 남이 버린 외딴 집을 빌려 새 출발을 했다. 정일당 나이 27세였다. 과천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남편은 서당을 열고 본인은 삯바느질을 했지만 수입이 좋지 못했다. “사흘째 밥을 짓지 못했습니다”면서 호박 몇 개로 죽을 쑤거나 끼니 걱정을 할 때가 많았다. 이런 와중에 정일당은 자청해서 생계를 도맡았다. 남편이 학문에만 전념토록 하기 위해서였다. 어느 날 정일당은 수업료로 받아 두었다가 상해버린 고기와 밤으로 남편을 위한 끼니를 장만하고 두 닢으로 술을 사서 식사를 차렸다. 그러면서 “비록 적은 양이지만 얼마나 어렵게 마련한 음식인지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조금 허기가 가시면 곧 공부를 시작해 아까운 시간을 낭비하지 마시기 바랍니다”는 편지를 동봉했다. ■ 20대 후반에 시작한 공부정일당이 학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27세 무렵이다. 이 해는 정일당 부부가 과천으로 옮겨온 해다. 낯선 환경에서 오히려 공부를 하겠다고 맘을 먹었으니 특기할 만한 일이다. 정일당이 공부하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사람은 남편이었다. 한 집에 살면서도 남편과 편지를 주고받으면서 본인의 학업 진도를 알리고 질문하고 토론했다. 어떤 날은 “그 동안 사서(四書)를 읽어 왔는데 ‘맹자’ 하권 3편을 다 읽지 못했습니다. 곧 끝날 것입니다. 이번 겨울에는 당신에게 ‘주역’을 배웠으면 하는데 손님이 오래 머무르면 어렵겠지요”하면서 배움의 의지를 불태웠다. 또 남편 사랑방에 명망 있는 사람들이 찾아와 강론이 열리면 어떤 책을 언급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기록해서 보여 달라고 부탁했다.이런 방식으로 틈틈이 해나간 공부는 점점 쌓여갔다. 남편도 의심나는 부분이 있으면 정일당에게 물어볼 정도였다. 공부의 성취가 많아지면서 남편 대신 글을 짓기도 했다.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요청받은 글이 있으나 사정상 짓지 못하면 대신 써주었다. 스스로 “부인의 할 일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알까 두렵다”고 하면서도 글을 지었다. ▲ 정일당유고 (국립중앙박물관) ■ 바느질도 수양의 도구가 될 수 있다정일당은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실 중에 착한 것이 있으면 기록했다가 모범으로 삼았다. 그 중 정일당에게 큰 감명을 준 사람이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1721~1793)이었다. “남녀의 품성은 차이가 없고, 여성도 성인이 될 수 있다”는 윤지당의 말은 생애에서 중요한 신념이 됐다. 본인의 당호 ‘정일(靜一)’은 남편이 붙여 준 것이다. 고요하게 하나에 집중한다는 의미대로 정일당은 그렇게 살았다. 정일당이 공부를 손에 놓지 않은 것은 자신을 수양해 성인의 반열에 오르기를 꿈꾸었기 때문이다. 정일당은 “배워서 쓰지 않으면 당초 배우지 않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공부한 대로 마음을 수양했다. 심지어 바느질을 할 때에도 수양을 했다. 바늘로 옷을 꿰매면서 한쪽에서부터 다른 한쪽에 도달할 때까지 마음이 변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작업했다. 바느질 하는 동안 잡다한 생각을 떨쳐내 정신을 하나에 집중하는 방법이었다.정일당이 공부하면서 얻은 큰 결실은 가난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을 잃지 않는 안빈낙도의 자세였다. 가난은 누구에게나 참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공부가 있기에 견뎌낼 수 있었다. “정신의 기운이 화평할 때는 문득 춥고 배고픔과 질병의 고통을 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시어머니는 정일당이 시가로 들어온 날에 이렇게 일러 주었다. “가난이란 보통으로 있는 것이다. 언제나 운명에 맡기고 절대로 걱정하지 말아라” 정일당은 시어머니의 가르침을 마음으로 따르고 공부로써 실천했다. ■ 술집에 들르지 마소서남편이 정일당의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면 정일당 역시 남편의 학문 정진에 일조를 했다. 정일당 부부가 과천에 살던 시절에 이곳에서는 장사가 성행했다. 심지어 양반도 술을 팔았다. 문제는 마을에 술집이나 밥집 등이 있다 보니 남편이 술집에 드나들었다. 정일당은 남편이 한양 도성에서 돌아오는 길에 어떤 집에 자주 들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집은 양반가로서 술을 팔고 있어 옳지 않다고 여기던 참이었다. 정일당은 남편에게 “당신이 손님과 함께 들른 것은 정말 우연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술을 마신다고 할지 어찌 알겠습니까…”하면서 넌지시 주의를 환기시켰다. 또 남편이 날이 저물면 나가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곤 했다. 그러자 남편에게 “날이 저물면 나가지 말아야 합니다. 당신은 왜 박기제의 말을 생각하지 않으십니까.『주역』에서 음식과 술을 절제하라고 했습니다. 술을 절제해 만사에 신중하게 대처하기를 바랍니다”하고 짧은 편지를 보냈다. 정일당이 남편에게 바란 것은 오로지 학문의 정진이었다. 정일당은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부니 독서에 매진할 때입니다. 손님을 접대하고 일을 보는 등 부득이한 경우 외에는 정신을 집중하여 독서를 하십시오” 하였다. 또 ‘젊은 시절은 잃기 어려우니 각별히 노력해야 성인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젊은 시절을 허송해버린 사람들은 백배 노력을 더해야 하지 않겠냐면서 남편에게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남편을 깨치는 말이었다. ■ 공부의 길, 학문의 꿈정일당은 평소 병치레가 많아 죽었다 살아난 적도 있었다. 이런 좌절의 위기 속에서도 학문과 인격을 부단히 연마한 결과 남편의 스승으로부터 학자로서 인정받았다. 그렇다고 하여 자만하거나 나태해지지 않았다. 50세를 마감하면서 지은 시 한 수에서 평온하면서도 강철 같은 신념을 읽을 수 있다. “좋은 세월 하는 일없이 허송하고/ 내일이면 내 나이 어느덧 쉰하나/ 밤중에 슬퍼한들 무슨 소용 있으랴/남은여생 오직 내 몸을 닦을 뿐이리”섣달 그믐밤 이렇듯 정일당은 오로지 학문의 꿈을 향해 나아갔다. 아홉 자녀 모두 일찍 죽는 불행 속에서도 공부만이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길을 잃고 헤매는 사람들에게 끈을 놓지 말고 “이 길로 곧장 달려가라.”(탄원 앞길은 편하고 튼튼해)는 확신에 찬 정일당의 외침은 한 길만을 향해 가는 삶이 아름답다고 일깨운다.정일당은 생전에 30여 권에 이르는 저술을 지었다. 하지만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잃어버렸다. 다행히 남편이 남아 있는 글들을 모아 간행한 ‘정일당유고(靜一堂遺稿)’가 오늘날 전하고 있다. 묘소(성남시 향토유적 제1호)는 남편의 선영이 있는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에 있다. 정해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책임연구원

남경필 지사와 ‘통장요정’ 김생민 청년통장 토크콘서트…1천여 명의 경기청년들과 함께 성황리 개최

남경필 경기지사와 ‘통장요정’ 방송인 김생민씨가 함께 도내 청년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그들의 꿈을 응원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3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날 안산 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2017 경기도 일하는 청년통장 2차 설명회’를 진행했다. 이번 설명회는 9.4대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청년통장 대상자로 선정된 1천600여 명의 청년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업 참여 의지를 증진시키고 사업취지 및 정책설명, 참여자의 의무, 사후관리 등을 안내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이날 설명회에서 남 지사와 통장요정 김생민씨는 ‘청년이 함께한 청년통장 토크콘서트’를 함께 진행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민에 함께 공감하고, 인생선배로서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남 지사는 “일하는 청년통장으로 여러분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는 게 위험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요청을 했다”면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액은 재벌, 엄청난 부자들이 낸 돈이 아니라 어렵게 박봉을 받으며 생활하는 선배 샐러리맨들이 여러분을 위해 낸 돈이다. 여러분들도 그 의미를 깊게 새겨 미래에 이런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청년통장 정책을 극찬한 김생민씨도 청년들에게 당부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씨는 “우리 선배님들이 고민하고 고민해서 만든 이 제도를, 혜택을 만든 것에 대한 더 큰 의미를 알아야 한다”면서 “혜택을 받았으니 끝이 아니라 이를 통해 앞으로 무엇을 할지 미래 설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일하는 청년 통장은 가입자가 매월 10만 원을 저축하고 3년간 일자리를 유지하면 경기도 지원금과 이자를 합쳐 1천만 원의 목돈을 마련하는 경기도형 청년 지원 정책이다. 도는 올 상반기 일하는 청년통장 대상자를 5천 명 선정한 데에 이어 하반기 4천 명을 추가 모집했다. 한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