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구속 연장이냐 석방이냐… 정치권 촉각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연장 여부에 대해 법원이 이번 주 내에 결정을 내리기로 한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10일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 전 대통령의 구속 만기는 오는 16일 24시 까지이기 때문에 법원 판단은 13일까지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은 17일 0시를 넘으면 석방된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정치적 실패를 사법적으로 묶어 진행하고 있는 재판을 보면서 탄핵을 해서 끌어내리고 집권까지 했으면 그만할때도 됐는데 굳이 지방선거에까지 활용하기 위해 구속영장을 재발부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구속 연장에 반대입장을 표했다. 홍 대표는 특히 “정치적 실패는 정치적으로 마무리 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가졌으면 이제 베풀 줄도 알아야 한다”면서 “보복의 화신이 되기 보다는 선정을 베풀도록 하라”고 주장했다. 친박(친 박근혜)계 대한애국당 조원진 공동대표도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연장 음모는 법을 무시한 억압”이라면서 “인권유린과 인권탄압을 넘어 ‘정치적 인신감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무죄석방·불구속수사를 주장하며, 국회 본청 정문앞에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반면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법원이 어떤 정치적 고려도 없이 오직 법의 잣대로 엄정하게 박근혜 구속 연장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박근혜와 공범인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에 대한 구속영장이 추가 발부돼 모두 구속이 연장된 만큼 이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 공정하게 판단하길 바란다”고 말해 구속 연장에 무게중심을 실었다. 정의당도 구속 연장을 강력 주장했다.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 “증거인멸·공범 형평성·재판 비협조 등 볼 때 구속은 연장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전날 추미애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적폐청산’을 강조하면서 박 전 대통령 석방 주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추 대표는 “사익 추구 수단으로 국가권력을 악용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의 부패를 단죄하고 사라졌던 정의를 회복하는 것이 어떻게 ‘정치보복’인가” 반문하며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은 적폐청산을 통해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내는 길에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재민·구윤모기자

경제청 중재… NSIC·포스코건설 ‘묵은 갈등’ 푼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국제업무단지(IBD) 사업시행사인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와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의 오랜 갈등 해소를 위한 공식 협상 중재 테이블을 마련,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 정상화에 청신호가 켜졌다. 10일 인천경제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송도 G타워 내에서 김진용 청장 주재로 NSIC·포스코건설 측 관계자들이 각각 참석한 송도IBD 개발 정상화 협상 중재회의가 열렸다. 경제청은 이날 열린 착수회의를 시작으로 매주 화·목 오후 정기적 회의를 열기로 했으며, 늦어도 오는 31일까지 합의 체결을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양측에 전달했다. 특히 경제청은 포스코건설과 NSIC 측이 서로 다툼을 벌이고 있는 연수구 송도동 일원 ‘패키지4’ 부지 10만6천721㎡에 대한 부지 매매행위를 중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포스코 측은 3천600억원의 채무 대위변제 해소를 목적으로 패키지 4부지 공매절차에 나서자, NSIC 측은 특정 사모펀드를 통해 이곳 부지매각에 추진하는 등 대립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NSIC의 세금 문제 등으로 양측은 2년 넘게 상호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어 송도 IBD 사업은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공사를 끝낸 ‘아트센터 인천’은 NSIC가 준공서류에 날인하지 않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발 빠르게 양측 중재에 나선 인천경제청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경제청은 사업시행사인 NSIC가 아닌 제3자가 토지를 매입해 개발하면 송도IBD 사업에 지장을 준다며 포스코건설 측의 패키지4 부지 공매를 반대하는 등 양측의 원만한 합의를 종용해왔다. NSIC와 포스코건설 간의 극적 합의가 성사될 경우 공식 개관일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아트센터 인천’의 활용방안과 제2국제학교 개교, E5블럭 부지 랜드마크시설 건설 등 남아있는 사업 프로잭트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양측이 성실히 협상에 나서면서 각각 현안 이슈 토의를 통해 합의를 유도할 계획”이라며 “이달 말까지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경기남부청 ‘112신고 콜백’ 성공률 27% 전국 최하위

경찰이 이른바 ‘오원춘 사건’ 이후 ‘112신고전화 콜백(Call-Back)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정작 통화 성공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의 경우 통화 성공률이 전국 지방경찰청 가운데 가장 낮은 것으로 집계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수원병)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지방청별 콜백 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5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12신고 시 접수요원과 통화가 이뤄지지 않은 콜백 대상 78만6천213건 중 전화 콜백을 통해 통화가 이뤄진 것은 41%인 38만 5천423건에 그쳤다. ‘112신고전화 콜백 시스템’은 지난 2012년 발생한 오원춘 사건 당시 경찰이 피해자의 신고전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에 따라 2014년 2월 도입됐다. 이는 112에 연결되지 못하고 끊어지는 전화나, 연결은 됐지만 소리없이 끊어지는 전화에 대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주는 시스템이다. 신고자가 전화를 받지 않거나 신고집중으로 여유 접수인력이 없는 경우에는 자동으로 콜백문자가 발송된다. 그러나 이번 통계자료를 보면 강원경찰청(59%)과 경기북부경찰청(52%)을 제외한 지방청의 통화 성공률은 모두 50%를 넘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기남부경찰청은 12만3천383건의 콜백 대상 중 3만9천644건만 통화에 성공, 27%의 통화 성공률을 보여 전국 지방경찰청 가운데 가장 낮은 통화 성공률을 보였다. 김 의원은 “112신고 전화에 대한 문자로 콜백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는 만큼 통신요원 확충 등 전화통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경찰청 관계자는 “경기남부지역의 경우 서울과 함께 전국에서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되기 때문에 콜백 통화 성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며 “통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ㆍ송우일기자

“서해5도 대한민국 안보 1번지 장병들 애국심이 나라 지켜”

인천 서해5도 지역 출신 명절 성묘객과 이 곳에 근무하는 군인들의 면회 가족에 대한 여객 운임지원 확대가 검토될 전망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10일 안보 상황 점검 차 옹진군 연평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주민들이 건의한 군인 면회 가족과 명절 성묘 가족에 대한 여객 운임지원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유 시장은 “4인 기준 가족이 군인 면회나 명절 성묘를 위해 연평도나 백령도를 찾을 경우 여객 운임만 1인당 10~13만원원씩 총 40~50만원이나 돼 부담스럽다는 주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이해된다”라며“지원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서해5도 여객 운임은 현지 주민은 구간별로 5천원~7천원씩만 내고 있으며, 인천 시민은 60%씩 연중 지원하고 있고, 타 지역 주민은 지원 예산 소진 시까지만 50% 지원받고 있다. 유 시장은 현지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로 인한 안보위기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 계속되는 도발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커지는 상황에서 인천의 접경지역인 서해5도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매진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대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유 시장은 이어 평화공원에 들러 조국 수호를 위해 희생한 장병의 넋을 기리기 위한 헌화와 참배를 한 뒤 연평면사무소, 육경 및 해경 파출소, 서해5도특별경비단, 119지역소방대 등을 방문, 현황을 청취하고 관계자의 노고를 격려했다. 유 시장은 해병대 연평부대도 방문해 부대장으로부터 서해5도 안보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받은 뒤 군 시설 등을 둘러봤다. 유 시장은 해병대 장병들에게 “서해5도는 대한민국 안보의 1번지로서 장병 여러분의 애국심이 우리나라를 지킨다는 각오로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유 시장은 연평면의 안보교육장, 안보수련원, 주민대피시설을 돌아보고 서해5도의 안보상황 및 시설에 대해 특별 점검도 실시했다. 그는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높이고 현지 주민은 물론, 인천지역 주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를 위해 관계자들이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유 시장의 이날 연평도 방문은 최근 북한의 6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서해5도의 안보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며, 조윤길 옹진군수와 김문화 안보특보 등이 함께했다. 한편, 앞서 북한은 지난 8월25일 백령도 ·연평도 기습 점령훈련을 통해 서북도서지역에서의 국지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서해 5도는 과거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등 북한의 도발 위협에 취약한 지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주영민기자

경기도, 장기근속 사회복지사 특별휴가 추진… 대체인력 지원키로

경기도가 내년부터 10년 이상 장기 근속한 사회복지사들에게 특별휴가를 주는 방안을 추진한다. 특히 도는 장기근속 사회복지사가 휴가를 떠날 경우 업무 공백을 메우기 위한 대체인력도 지원할 계획이다. 1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장기근속자 특별휴가 등을 골자로 하는 ‘2018년 경기도 사회적 서비스 지원계획안’을 마련했다. 현재 도내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는 모두 1만5천419명으로, 이 중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는 1천527명(9.9%)이다. 이를 위해 도는 내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하는 도내 2천100여 개 사회복지시설에 특별휴가 제공을 권고한다는 계획이다. 특별휴가 권고일수는 10년 이상 근무자는 10일, 20년 이상은 15일, 30년 이상은 20일이다. 또 사회복지사 부재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체인력도 지원한다. 대체인력은 사회복지시설 취업을 원하는 사회복지사 자격증 보유자로 한정,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근무경험도 쌓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주로 아프고 힘든 취약계층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지사 업무의 특성상 장기근속자가 많지 않다”면서 “장기근속자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면 더 나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타워크레인 잇단 사망 사고… 여전한 안전 불감증

대형 건설현장에 솟아있는 타워크레인이 넘어지는 사고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사고 발생 시 사망자 발생으로 이어지는 아찔한 대형 사고를 두고 전문가들은 안전 불감증을 원인으로 꼽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경찰과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36분께 의정부시 낙양동 민락 2택지개발지구 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갑자기 넘어지면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추락했다.이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경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6건의 관련 사고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2명이 사망했다. 앞서 지난 5월 22일 오후 4시40분께 남양주시 지금동 다산신도시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도 18t 규모의 타워크레인이 꺾여 부러지면서 근로자 3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당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남양주의 경우 타워크레인 높이를 올리고자 인상작업을 진행하던 중 기둥이 균형을 잃고 넘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사고 원인으로 부품 결함과 비순정부품 사용 등이 지목됐지만, 아직 제대로 규명되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가 난 타워크레인을 만든 스페인 부품 제조사에 해당 부품을 보내 자문을 의뢰한 상태다. 이 밖에도 소통의 부재로 인해 대형 사고가 발생, 6명이 사망하고 25명이 다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경우도 타워크레인으로 인한 사고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수도권의 공과대학 관계자는 “현장 인력의 숙련 부족이나 현장 내 갈등 등 소통의 부재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다”며 “특히 크레인처럼 무거운 중장비를 다룰 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고 예방을 위해 관내 건설현장을 수시로 점검에 나서고 있지만 이를 모두 관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결국 현장 내에서 안전을 위한 다양한 관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김동일ㆍ조철오기자

[삶과 종교]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 받으려면

자비심이 뛰어난 수행자가 있었다. 그의 품 속으로 매에게 쫓긴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자비심 많은 이 수행자는 비둘기를 숨겨주었다. 매가 수행자를 찾아와 비둘기를 내줄 것을 요청했다. 수행자는 거절했다. 그러자 매는 “나는 비둘기를 못 먹으면 죽는데, 비둘기 생명은 소중하고 내 생명은 소중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매는 비둘기만큼의 살코기를 달라고 했다.수행자는 비둘기도 살리고 매도 살리는 방안으로 비둘기 몸무게만큼 자신의 허벅지 살을 떼어 저울에 달았다. 그러나 저울 눈금은 비둘기 쪽으로 기울었다. 이번에는 자신의 양다리 양팔 엉덩이까지 다 베어 올렸다. 여전히 비둘기가 더 무거웠다. 결국 수행자는 일어서서 저울에 올라갔다. 그제서야 저울이 평형을 이루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를 모은 본생담에 나오는 구절이다. 누구나 생명의 크기는 같고 소중하다는 교훈을 보여주는 내용이다. 그 수행자는 모든 생명의 가치는 동일하다는 깨달음을 얻고 중생 구제 원력을 세운다. 부처님뿐만 아니라 인간이 모두 같은 대접을 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나섰다. 현인들은 교육을 통해서 변화시키고자 했으며 혁명가는 무력으로 불평등한 세상을 뒤엎으려 했다. 자신의 존엄을 인정받기 위해 수없는 민초들이 싸우다 죽어갔다. 그런데도 여전히 차별이 존재하는 이유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는 싸움을 멈추지 않는, 정글의 법칙이 인간사회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인간과 숲 속 짐승이 살아가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의 보살핌을 받아 성장해서 어른이 되면 짝을 짓고 자식을 낳아, 그가 부모로부터 받았던 것처럼 자식이 성장할 때까지 보살피다 되돌아가는 생명의 순환은 인간이나 짐승이나 같다.자식을 낳아 기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먼저 살아야 한다. 사는 길은 오직 하나다. 나는 살고 상대방은 죽이는 것이다. 이는 수십억년 동안 형성된 자연의 법칙이다. 인간의 몸속에도 남을 죽여야 내가 사는 자연의 냉엄한 법칙이 뼈와 피 속에 깊이 도사리고 있다. 근육이 머리로 바뀌었을 뿐 강한 자가 살아남는 순리는 인간사회라고 해서 다를 바가 없다. 불교는 이 법칙에 반기를 들었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양보와 절제로 평화와 행복을 지킨다는 역행(逆行)의 도를 내걸었다. 불교신자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 원칙인 오계(五戒)만 보더라도 살고자 몸부림치는 인간의 순리를 거스른다. 다른 생명이나 재산을 빼앗아야 자신이 사는 것이 밀림의 법칙인데 이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이 불교의 오계다. 아주 간단한 듯 보이지만 오계를 지키기는 하늘을 떠받드는 것만큼 어렵다. 이유는 남을 해쳐서라도 살아야 하는 인간의 본능을 거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평화롭게 사는 것은 누군가 그 욕망을 억누르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것이 개인이든 제도든 나 혼자 살면 된다는 밀림의 법칙을 거스르고 인간의 본성과 반대 방향으로 가기 때문에 내가 지금 평화롭게 목숨을 부지하며 살고 있다. 그러므로 나 역시 나와 아무런 관련 없는 사람조차 단지 그가 생명을 지닌 존재라는 이유만으로 존중하고 대접해야 한다. 수십억년 동안 형성된 본능을 거스르고 모든 인간이 평등하고 똑같은 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역추진을 가해야 한다. 한두 명의 현인이나 정치가 무력을 동원한 혁명이 아니라 개인들 모두가 조금씩 힘을 보태야 수십억년에 걸친 불평등과 차별을 없앨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인간으로 대접받는 유일한 길이다. 일면 스님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변평섭 칼럼] 신고리 원자력 贊反을 세종대왕께 물으면…

서울대 허성도 명예교수는 우리 역사를 보는 눈을, 왜 조선은 망했느냐?의 자학적 관점에서 벗어나 조선은 어떻게 500년이나 왕조를 지탱할 수 있었는가?하는 긍정적 관점에서 보자고 말한다. 사실 한 왕조가 500년이나 지속된 사례는 세계사에 흔하지 않다. 그러면 조선왕조가 이처럼 오래 유지된 힘은 무엇일까? 허 교수는 그 첫째로 ‘민의 수렴’을 꼽았다. 사실 암행어사 제도 역시 민의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고, 조선시대 가장 큰 적폐로 지적받는 당쟁도 처음에는 민의와 명분이 아니었을까? 지금 걸핏하면 여론조사라는 것이 발표되는데 이 역시 이미 조선시대에도 행해졌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세종대왕때 농사의 수확량에 대한 세금 책정에 관한 여론조사. 세종대왕은 기존의 세법을 고쳐 1결당 10되의 세금을 일정하게 정함으로써 관리들의 자위적 책정을 배제하자는 것이었는데 그 찬반을 백성에게 물어보게 한 것. 17만2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 찬성 9만8천여 명, 반대 7만4천여 명, 그러니까 찬성이 57%나 나왔으니 개정안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실 조사대상 17만명은 당시 조선의 인구로서는 성인 남자만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전 국민이 참여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5개월이나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당연히 방망이를 두드릴 것이라 기대했던 세종대왕은 의외의 결정을 내린다. 반대 7만4천여 명도 적은 숫자가 아니며 그들에게도 그만한 의견이 있어 반대를 한 것이니 전국적 시행을 보류하고 몇몇 곳을 지정, 시험적으로 시행하는 가운데 문제점이 있는지, 있으면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를 검토 후 전국적으로 실시토록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자 반대했던 사람도, 찬성했던 사람도 모두 흡족하여 승복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백성을 흡족하게 한 세종대왕이야말로 이미 500년 전에 여론 정치, 민의 수렴의 수범을 보였다 할 것이다. 세종대왕이 1443년(세종25년)에 한글을 만들고도 반포까지 3년이나 걸린 것 역시 좀 더 시행과정을 거치면서 보완하려는 의도였고, 한글을 만든 목적 자체가 백성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었다. 요즘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운명을 결정지을 시민참여단의 최종 설문조사를 둘러싸고 제대로 찬반 의사가 공정하게 수집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찬반에 대한 기초자료조차 시민참여단에 늦게 전달, 숙지할 시간적 여유가 너무 짧아 부실한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것.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9월16일 충남 천안에서 시민참여단 478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울산시민운동본부는 그 478명의 참여단 지역배분 비율을 문제 삼았고, 특히 해당지역 주민의견에 가중치를 주자는 의견까지 나와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그 대답은 500년 전 세종대왕이 세제개혁을 둘러싼 찬반 여론을 어떻게 했고, 그 결과를 어떻게 처리했기에 모든 백성이 흡족해했는가를 되돌아 보는데 있을 것이다. 말로만 세종대왕을 위대한 인물이라 떠들고, 그 정신을 본받지 않는 오늘의 우리를 대왕께서는 노하실까 두렵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