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험’ 대한민국 대입 시험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한 책

핀란드, 캐나다, 독일 등 이른바 교육 선진국들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대입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의 시험 방식과 수용적 학습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여러 차례 ‘교육 개혁’을 실시하고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시험(다산4.0 刊)은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평가 기준으로 하는 대입시험이 어떤 방식으로 구성되는지 생생하게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교육학자인 이혜정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은 앞서 서울대에서는 누가 A+를 받는가를 통해 대학 교육의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우리 교육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에는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정점에 시험이 있음을 밝히고, 교육 개혁을 가져올 핵심 방안으로 새로운 시험, 즉 시험 혁명을 제안한다. 책에는 현재 전 세계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시험들을 예시로 수록했다. 국어, 역사, 과학, 외국어, 미술 등 과목별로 실제 시험 문제들을 그대로 실었고, 이 시험 문제들이 과목에 따라 어떠한 특징을 가지며 어떻게 학생들로 하여금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키우도록 하는지 설명한다. 또 이러한 대입시험에 대해 제기될 수 있는 여러 의문점들에 대해 조목조목 답한다. ‘교육 개혁보다 사회 개혁이 우선이다’, ‘채점의 공정성이 흔들린다’, ‘난이도가 너무 높다’, ‘현재 우리나라 교사들로는 힘들다’ 등 기존의 대입시험에 익숙한 우리 사회에서 가질 법한 이 의문점들이 실제로는 근거가 약하거나 새로운 대입시험의 성격을 오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이 어떠한 구조적 문제점으로 인해 창의적 인재를 키우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지 분석하고 있으며, 새로운 시험 외에도 교육 개혁을 위해 생각해 보아야 할 지점들을 예리하게 포착한다.값 1만6천 원 송시연기자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기획연주 시리즈로 ‘마에스트라&마에스트로’ 선보여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기획연주 시리즈로 마에스트라&마에스트로(Maestra & Maestro)를 선보인다. 마에스트라&마에스트로는 국내 최정상의 마에스트라와 마에스트로를 부천시민회관 대극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획공연이다. 최정상 피아니스트이자 수원시립교향악단의 예술 감독으로 한국 음악계를 이끌어 가고 있는 마에스트로 김대진을 시작으로 부천필계관지휘자인 마에스트로 임헌정, 여성 지휘자의 역사로 불리우는 마에스트라 김경희를 만날 수 있다. 먼저 김대진 지휘자는 23일 슈만의 곡을 준비했다. 슈만 특유의 시적이고 상상력 넘치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이 특징인 ‘첼로 협주곡 가단조 작품 129’이 문을 연다. 이 작품은 첫 제시부의 긴 길이와 도입부의 초절기교적인 테크닉 때문에 슈만의 모든 작품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대범하고 모험적인 곡으로 평가받았다. 이어 ‘교향곡 제1번 봄’을 들을 수 있는데, 이 곡은 슈만이 1841년 1월 한 달 만에 전체 악보를 완성한 곡으로 유명하다. 봄이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은 ‘베트거’의 ‘봄의 시’에서 자극을 받아 작곡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대의 호른과 트럼펫이 나란히 연주하는 팡파르로 시작하는 1악장, 독특한 당김 음을 지니고 매우 온화한 느낌을 주는 2악장, 현이 주요주제를 거칠게 연주하는 3악장, 소나타 형식의 생기 있고 우아한 4악장으로 마무리되는 작품이다. 특히 이날 무대는 지적이고 독창적인 연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첼리스트 양성원도 함께한다. 이어 6월23일에는 임헌정이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페르퀸트 모음곡’을, 10월27일 김경희가 차이콥스키의 ‘예브게니오네긴 중 폴로네이즈’ ‘교향곡 5번’과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차례로 들려준다. 부천필 관계자는 “이번 공연은 마에스트라와 마에스트로의 연륜있는 음악적 해석과 각기 다른 연주 스타일을 음미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올 한해 한국을 대표하는 지휘자들과 함께하는 희망찬 연주를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예매는 부천시립예술단 홈페이지(www.bucheonphil.or.kr)를 통해 가능하다. 전석 1만 원. 문의 (032)625-8330 송시연기자

명사와 음식의 관계로 인물 탐색한 ‘식탐일기’

미식의 시대다. 식탁 위 음식도 세계화가 이뤄진지 오래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지구 반대편에 있는 국가의 음식까지 맛볼 수 있다. 음식은 이제 생존을 위한 조건을 넘어 탐하는 대상이 됐다. 프랑스의 유명한 미식가 브리야 샤바랭은 “당신이 먹는 것을 나에게 말해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음식은 그것을 섭취하는 그 사람을 드러내는 것이다. 식탐일기(파피에 刊)를 펴낸 저자 정세진은 이 같은 관점에서 ‘음악의 아버지’ 바흐, 오만과 편견을 쓴 소설가 제인 오스틴, 세계적 희극 배우 찰리 채플린, 화가 피카소, 고종 황제, 현대무용가 이사도라 등 세계 명사들이 즐긴 음식과 그에 얽힌 뒷이야기들을 전한다. 책을 여는 첫 인물의 음식을 살짝 맛보자. 16세기 이탈리아 명문가의 딸로 태어나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로 시집온 카트린 드 메디치가 주인공이다. 그는 당시 선진적인 이탈리아의 음식 문화를 전수했다. 손가락으로 음식을 먹던 프랑스 궁정의 식탁에 포크를 올린 것도 그녀다. 셔벗과 마카롱 같은 음식 외에도 향수와 발레 등의 문화를 이식했다. 그런 카트린 왕비가 좋아한 음식은 수탉의 볏과 신장, 아티초크의 심 등이었다고 한다. 서양의 미식가들은 닭벼슬이 젤리처럼 쫀득한 질감에 개구리 다리와 비슷한 맛이라고 설명한다. 아티초크는 엉겅퀴과 다년초의 꽃봉오리다. 삶아서 잎을 한 장씩 떼어 도톰한 아랫부분을 먹는다. 이 밖에도 카트린 왕비의 식탁은 산해진미로 그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화려한 식탁에 홀로 앉아 ‘혼밥’했다고 한다. 삶은 더 고독했다. 태어난 직후 부모가 죽고, 남편이 된 앙리 2세는 19살 연상인 디안 드 푸아티에 후작부인과 사랑에 빠졌으며, 세 아들은 권력투쟁 속에 단명했다. 저자는 “카트린 드 메디치가 궁중 문화와 세련된 음식에 탐닉한 것은 한 여인으로서의 평범한 행복을 누리지 못한 것에 대한 대리만족이었는지도 모른다“면서 “진수성찬을 함께 나눠먹을 누군가가 있었다면 그녀의 삶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을까”라고 적었다. 이를 포함해 명사들이 취했던 음식 이야기 26편이 펼쳐진다. 중간중간 해당 음식 문화와 시대상 등을 보여주는 회화, 해당 인물과 요리 사진, 각종 자료 이미지 등으로 글에 생동감을 더했다. 깊이감은 부족하지만, 음식으로 다시 보는 명사들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값 1만6천원 류설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