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새소망의 집’… 갈 곳 잃은 아이들

부천시와 시의회는 원생 간 성행위가 확인된 지역 내 유일한 아동보육 시설인 ‘새소망의 집’(본보 11월2일자 6면) 시설 폐쇄를 결정했다. 하지만 폐쇄 이후 원생들에 대한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아 원생은 고려하지 않고 시설 폐쇄만 강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0일 부천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내년도 새소망의 집 운영비 예산 17억6천500만 원 중 6개월분만 시의회 심의를 통과해 내년 6월말로 이 시설은 폐쇄된다. 시의회 해당 상임위원회는 운영비 10개월분을 삭감했지만, 시가 2개월 이내에 아동 전원 조치가 불가능하다고 요구해 예결위에서 4개월분이 추가됐다. 현재 이곳 원생 62명 중 나이 제한에 걸려 시설에서 떠나는 9명과 원가정 복귀가 가능한 5명만이 폐쇄 이후 갈 곳이 확정된 상태다. 시는 지난주부터 원생들과 일대일 상담 등을 통해 최대한 원가정 복귀를 유도할 방침이다. 그러나 아동학대 등으로 시설에 입소한 원생들은 원가정 복귀가 어려워 이들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야 한다. 이에 따라 시는 지역에 아동보육시설이 없는 관계로 다른 지자체의 유사 시설에 전원 가능 여부를 알아보고 있다. 특히 시는 100% 전원이 어렵고, 전원 이후 원생들이 부천에서의 생활을 원할 경우를 대비해 7명이 한 집에서 생활하는 ‘그룹홈’을 추진할 예정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도 예산에 그룹홈 관련 예산이 단 한 푼도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가 지난 9월말 아동 간 성행위를 이유로 경찰에 수사의뢰 했고, 이 시기부터 시설 폐쇄 이야기가 거론됐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내년 예산에 새소망의 집 운영비 예산만 세웠을 뿐, 폐쇄 이후 대책인 그룹홈 예산은 반영하지 않은 것이다. 시는 내년 1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그룹홈 예산을 반영해 다른 지자체 시설이나 원가정 복귀가 불가능한 아동들을 수용할 방침이다. 지역의 보육계 한 인사는 “이 시설에 대한 문제는 수년 전부터 제기돼 왔다”며 “시설 폐쇄는 당연한 것으로 보이는데, 아동들의 이후 조치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내년 2월말로 시설 폐쇄와 원생들에 대한 전원조치를 모두 완료할 계획”이라며 “이곳 운영비가 반영돼 있었고, 하반기에 일어난 일이라 그룹홈 예산을 내년 본 예산에 반영하긴 어려웠다”고 밝혔다. 부천=김현수기자

[우리 사회에 퍼진 독버섯 ‘마약’] 2. 마약 전파의 온상 랜덤채팅 앱

‘얼음공주님. 역 인근 OO모텔 204호로 오세요.’ 최근 의정부역 근처에 매복해 있던 경기북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대장 하재식) 소속 대원이 랜덤채팅 앱을 통해 받은 대화 내용이다. ‘공주’라고 쓰인 닉네임에는 예쁘고 유약한 모습의 공주 캐릭터가 함께 그려져 있었다.애교 섞인 채팅용어를 뒤섞어가며 ‘금방 갈게요’라고 답장을 보낸 이는 정작 키 180㎝·몸무게 90㎏의 거구 체형, 날카롭게 찢어진 눈매, 얼굴을 수북이 감싼 수염, 험상궂게 생긴 인상 등을 가진 베테랑 형사였다. 곰같이 투박한 손으로 스마트폰을 부술듯한 기세로 꾹꾹 눌러가며 대화를 한참 주고받더니 이윽고 OO모텔로 향했다. 미리 섭외한 한 여성이 204호 벨을 누른 뒤 “얼음공주입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자 잠시 후 문이 열렸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주변에 대기하던 형사들이 달려들어 마약 전과자 C씨(34)를 붙잡았다. 모텔 안에는 다량의 필로폰이 발견됐다. 이처럼 ‘즐톡’, ‘앙톡’ 등으로 대변되는 모바일 랜덤채팅 앱들이 마약 거래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이에 경찰들도 마약사범을 잡는 도구로 사용하며 이들을 낚는 것이 최근 수사기법이다. 20일 경찰과 함께 랜덤채팅 앱을 켜보니 ‘술 한잔하자, 얼음’, ‘작대기, 주사기’, ‘한칸, 두칸’이란 단어들이 쓰인 닉네임이나 채팅방들이 눈에 띄었다. 여기서 술과 얼음은 필로폰, 작대기와 주사기는 필로폰이 담긴 주사기, 한칸 두칸은 주사기에 그려진 눈금 수 등을 각각 의미하는 마약 은어다. 해당 채팅 방에서는 ‘그램(g)당 100만 원’ 식 등의 갖가지 마약 판매 흥정이 벌어졌다. 신원 확인을 위해 증명할 사진 등을 요구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마약 판매자들은 랜덤채팅앱을 통해 투약자를 모집하거나 판매하는 주된 창구로 쓴다. 이처럼 랜덤채팅 앱이 마약거래가 활발할 수 있던 배경에는 별다른 인증절차 없이 간단하게 가입 및 접속을 할 수 있고, 카카오톡처럼 기록이 저장되지 않는데다 위치추적까지 되지 않아 익명성이 철저하게 보장돼서다. 이에 청소년들도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마약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구조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최근 익명성이 보장된 앱들을 통해 마약들이 손쉽게 일반인들로 퍼져 나가는 실정”이라며 “사법기관의 끊임없는 감시와 함께 해당 앱을 견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조철오기자

종교계 성탄절 맞아 이웃에 나눔 행사

종교계가 성탄절을 맞아 소외된 이웃과 함께 기념 미사·예배를 올리고 나눔 행사를 잇달아 펼친다. 20일 천주교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강동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지보호작업장에서 장애인들을 위해 성탄 미사를 집전한다. 오는 21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맑음터에서는 교구 총대리 손희송 주교가 주례하는 성탄 미사가 열린다. 또 서울대교구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난치병 어린이들에게 성탄 선물을 전달하는 ‘2016 산타가 되어주세요’ 행사를 진행한다.성탄절을 맞아 전국 21개 병원 소아병동 환아 1천600여 명과 2004년 이후 치료를 받은 어린이 200여 명에게 선물을 전달할 예정이다. 더불어 한국 개신교계가 매년 열고 있는 ‘고난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성탄절 연합 예배’는 오는 25일 오후 3시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다. ‘어둠은 가고 빛이 오니’를 주제로KTX 여승무원들과 함께 성탄 예배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경호 들꽃향린교회 목사가 설교를 맡을 예정으로 세월호 희생자 가족과 시민, 신학생 등으로 구성된 ‘4·16 합창단’의 특별공연도 마련돼 있다. 아울러 대한예수교장로회 사회봉사부는 오는 24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영등포 햇살보금자리와 쪽방촌 일대에서 ‘쪽방촌 주민 및 노숙인과 함께 드리는 성탄 예배’를 올리면서 소외된 이웃에게 무료 급식을 제공하고 방한용품을 증정한다. 권소영기자

위기가정 웃음 찾아주고 소외계층 보듬고 “가정이 건강해야 국가도 건강”

건강한 가정 만들기 첨병에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가 앞장서고 있다. 건강가정지원센터는 건강한 가정생활의 영위와 가족의 유지 및 발전을 위한 국민의 권리·의무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고, 가정문제의 적절한 해결방안을 강구하며 지원정책을 강화함으로써 건강가정 구현에 기여하기 위해 법상으로도 운영해야 한다. 정부는 건강가정에 관한 주요시책을 심의하기 위해 국무총리에 소속되는 중앙건강가정정책위원회와 건강가정실무기획단을 두고 있다. 특별시·광역시·도에는 건강가정위원회를 두고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가정의 자립증진 대책 등이 포함된 건강가정기본계획을 세워 실행처에 옮기며, 관계 중앙행정기관장 및 시·도지사는 매년 기본계획에 따라 시행계획을 세워 시행해야 한다. 왜 이렇게 법까지 만들어가며 건강가정에 국가적 시스템을 적용하는 것일까? 물론 건강가정이 이혼·혼모·혼부가정의 반대급부는 아니다. 더구나 경기도에는 많은 다양한 가정이 있다. 1인 가정·다문화가정·탈북민가정·조손가정 등 이웃의 가정의 형태는 세밀하고 다양하다. 하지만, 이 모든 가정의 건강성 증진을 위해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은 절실한 우리사회의 니즈(needs)다. 이런 니즈를 충족시켜줄 경기도의 맞춤 창구는 무엇일까. 바로 광역(道)건강가정지원센터를 포함한 31개 시·군의 건강가정지원센터(이하 건가센터)를 순위에 놓을 수 있다. 건가센터를 비롯 YWCA·NGO·종교단체 또한 가정의 서포트 역할로 손을 내밀고 있지만, 조직적이고 강력한 프로젝트로 위기가정에 웃음을 되찾아 주고, 법원과 손잡고 가정을 치유하고 기업체를 직접 찾아가 가족이 친화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는 치밀함에선 단연 앞선다. 31개 시·군 건가센터는 특화사업 공모를 통해 지역색(色)에 걸맞는 맞춤형 건강가정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특히 △생명의 기쁨! 경기도 가족사랑 프로젝트는 경기도 브랜드사업으로 광명·김포·안양·오산·이천·하남·구리·안산·여주·의왕·포천시 등 총 11개 시·군 건가센터서 도내 청소년을 대상으로 신생아용품을 직접 제작하고 나누는 체험을 통해 저출산 극복 인식개선에 기여코자하는 목적사업이다. 총 121회기, 4천65명의 청소년이 참여해 평균 만족도 4.42점(5만 만점 기준)의 성과를 냈다.또 △찾아가는 가족친화사업-일家양득은 경기도 내 기업 방문 가족친화교육 커리큘럼으로 서가족친화 직장문화 조성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및 매뉴얼 제작, 시범 케이스로 기업 2곳을 선정해 화성시건가센터서 시범적으로 운영했다. △법원연계 위기가족회복 지원사업 ’부부캠프-다시 보는 우리’는 가정폭력·협의이혼 등 위기부부 대상 1박2일 캠프 및 집단·개별상담을 진행하는 사업이다. 수원지방법원과 경기도가 함께 진행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광명·안양시건가센터서 부부캠프를, 용인시건건가센터에서 비양육캠프를 각각 운영했다. 더불어 시·군 건가센터의 자생적인 커리큘럼도 눈에 띈다. 경기도 시·군의 지역색 및 특성에 맞춰 △우리 가족 징검다리(한부모·다문화 가정·취약계층 가정 대상 가족캠프)를 광명시건가센터서 기획, 지역 내 저소득가정(4천957명), 다문화가정(2천545명), 여성한부모가정(2천937명) 등을 대상으로 만족도 4.46점(5점 만점 기준)의 성과도 얻었다. △온 가족 힐링 및 통합프로그램 숲 체험 교육(새터민·다문화·조손가정 대상 치유·힐링 프로그램)은 용인시건가센터 작품. 올해 양성평등기금 1천500만 원을 투입해 용인시민 448명을 대상으로 다문화·한부모·조손가족 등 49가정이 참여해 힐링타임을 가졌다. 이처럼 시·군 건가센터는 자생적으로 또는 통합 매뉴얼을 통해 가정 구성원인 엄마·아빠·자녀의 사랑을 키우고 살찌우는 데 역량을 쏟고 있다. 더불어 법원·교육지원청·경찰서·기업종합지원센터 등 공공기관 및 단체·시민들과 MOU(업무협약) 등을 체결해 온 마을이 한 가정의 행복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든든한 지킴을 하고 있다. 김종목 경기도여성비전센터(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 소장은 “31개 시·군 건가센터 센터장 및 실무자가 함께 올해의 활동 성과를 공유하니 건가센터 실무자의 노력의 땀방울이 곳곳에 배어 건강한 가정을 위해 달려 온 히스토리를 매뉴얼화해, 내년도에도 건강한 가정을 위해 특성화·창의기획·특화사업의 형태로 건강한 가정의 지킴이로 활약해한다”고 밝혔다. 한편,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는 지난 19일 ‘2016 경기도건강가정지원센터 성과보고회’를 개최, 31개 시·군 건가센터 센터장 및 직원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경기도의 건강한 가정을 위한 비전을 공유했다.권소영기자

교통공사 무임수송 年 수백억 손실 ‘골머리’

인천교통공사가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무임수송 손실금’을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공사는 전국 도시철도 기관장들과 공동으로 무임수송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국비 지원을 요구하기로 했다. 20일 공사에 따르면 현행법은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에게 도시철도를 무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임수송에 따른 비용은 도시철도 운영사 혹은 지자체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무임 수송 비용이 연간 수백억원을 상회하면서 공사 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올해 공사의 무임수송 인원은 1천131만명으로 전체 이용객의 14.7%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인천지하철 1호선 무임수송은 전체의 13.6%, 인천지하철 2호선 무임수송은 전체의 20.3%로 집계됐다. 이에 따른 무임수송 손실금은 지난달 기준으로 모두 153억원(1호선 126억원, 2호선 28억원)에 달하다 보니 공사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정부는 교통공사를 포함해 전국의 도시철도 운영기관에 별도의 손실금을 주지 않고 있다. 예외적으로 코레일에 한해서는 일반열차 이용요금 할인액이 있다는 이유로 손실금을 지원할 뿐이다. 이렇다보니 수백억원의 손실금은 시의 보전금액을 포함해 고스란히 시 재정으로만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사는 내년에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장들의 공동 건의를 통해 현행 도시철도 정책 제도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최소한 코레일 지원에 준하는 손실금이라도 도시철도 운영사들에게 보전해달라는 것이다. 또 도시철도 지방채 발행 운영기준 개선 건의도 함께 하기로 했다. 아울러 이용객들의 안전과 직결된 시설 재투자비용에 한해 국고에서 이를 지원하는 방안도 건의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렇지만 손실비용 국비 지원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과거 19대 국회에서도 무임수송 손실금을 국가가 일부 부담하는 관련법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논란을 거듭한 끝에 회기종료로 개정안이 자동폐기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사는 전국 도시철도 기관과 공동 행보에 사활을 걸겠다는 계획이다. 20대 국회에서도 일부 의원들의 개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공동으로 입법 지원활동도 고민하고 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국비지원의 타당성, 민자철도와의 차별성 등을 두고 국회 설명회 참여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노조 동참을 요청하는 등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광범기자

[최종식 칼럼] 알려지지 않은 판결 그리고 표현의 자유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직전인 지난달 3일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판결이 있었다. 재야사학자로 ‘한국의 식민사학 카르텔을 끊겠다’며 자비를 들여 연구소를 설립해 후학을 가르치며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이덕일 한가람연구소장에 대한 판결이었다. 역사학계에서는 관심거리였지만 주류 언론들은 이 판결을 거의 다루지 않았다. 이 소장은 강단사학계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책을 잇따라 출간하면서 단단한 독자층을 갖고 있는 사학자다. 이런 이 소장이 명예훼손이라는 형사소송에 휘말린 것은 ‘우리 안의 식민사관’이라는 책을 통해 김 모 전 고려대교수를 식민사학자이자 친일파라고 비판하면서다. 이 소장은 김 교수가 쓴 책 ‘임나일본부설은 허구인가’라는 책의 내용이 우리 고 사서를 부정하고 일본서기에 나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거나 책 곳곳에서 일본학자나 식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그대로 인용해 사실상 임나일본부설을 따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김 교수와 같은 방식의 언설이 해방이후 친일사학자인 이병도를 중심으로 한 대한민국 강단사학자들의 카르텔이라며 거칠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소장을 통해 임나일본부는 허구라고 책에서 밝혔기 때문에 이 소장이 내용을 왜곡했다고 주장했다. 이 논쟁과 관련 서울서부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지영난)는 이 소장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무죄 취지를 통해 ‘이 소장의 비판은 학자로서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비판은 개인을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학문적인 경향과 행태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덧붙여 출판물을 이용한 의사소통의 경우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폭넓게 보장해야 하고 사법권이 신중한 고려 없이 학자들 사이의 학문적 비판과 논쟁에 과도하게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초부터 이 소송은 책의 본문 곳곳에 제시된 사례나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가 무엇인가가 논쟁거리였다. 당연히 학문적 비판의 대상이 됨에도 김 교수는 학문적 토론을 배제하고 소송의 대상으로 삼았다. 어쩌면 평소 주류사학계를 비판해 온 것을 못마땅해 오던 주류사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글이나 책을 통한 의견은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의 문제임에도 이를 소송으로 연결시킨 것 자체가 학자의 자기부정일 수 있다. 사실 글이란 전체가 아닌 본문 속의 단어나 작은 사례와 자료만으로도 그 자체의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표면적으로 제시하는 담론보다 오히려 작가의 의도가 소 담론에 더 강하게 숨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와 관련 재판부도 친일사학자라 비판하면서 제시한 내용이나 근거가 학문적인 의미가 친일사학자 사실 자체를 떠나 학문적 논쟁으로서는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이는 글의 전체적인 내용뿐만 아니라 개별 문장이나 자료 자체에 대해서도 저자가 유한 책임을 져야함을 인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글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례와 근거를 제시해 독자들에게 동의 받는 과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기자들이 작성하는 기사로 객관적인 사실을 통해 그 주장에 공감을 받아낸다. 하지만 작가가 펼치는 의견이나 주장이 되는 근거가 부적절하거나 오히려 결론과 상반되는 사례들을 볼 수 있다. 읽고 나서도 뭔가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고 오히려 그 주제를 부정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진다. 이쯤 되면 읽어서 독이 되는 글이 될 수 있다. 재판부의 판결문 중 주목되는 부분은 공공의 범위를 확대하고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공공의 이익이란 국가, 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을 포함하는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 표현은 대학교수로서 활동과 출판 자체가 공공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공인은 사인과 달리 당연히 비판을 수용할 자세를 갖추어야 하고 그 비판에 대해 학문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실 한국사회 주류들은 그동안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외면하거나 애써 무시해 왔다. 오히려 카르텔을 통해 비판자들을 매장시켰다. 이는 학문분야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정치, 예술 등 전 분야에 걸쳐 기득권자들의 자기존재방식이며 한국사회 전체의 적폐이기도 하다.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사회는 공공적인 사안임에도 자유로운 비판을 수용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사회적 공공선도 만들 수 없다. 대한민국의 국정농단도 어쩌면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 스스로 자신이 공인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래저래 널리 알리고 싶은 의미 있는 판결문이다. 최종식 미디어전략실장

[천자춘추] 인천의 밥심

잘 먹고 잘 사는 것 행복하게 사는 것 일반적인 서민들의 생각이 아닐까? 그런데 간혹 우린 기본적인 것을 놓치고 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의식주 중 식문화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삶 속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요즘은 텔레비전을 보면 먹방, 쿡방 등 편성프로그램을 보면 우리의 삶의 대부분을 먹는 것이 차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먹는 즐거움을 무시 못하고 집밥에 대한 요구가 큰 시점에서 집밥 만큼은 아니지만 매식을 하는 직장 근로자의 경우 하루 중 점심시간의 즐거움이 클 텐데 그들의 밥심이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인천의 지방지에 실린 보도자료에 보면 인천지역의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건강에 비상이 걸렸다는 내용으로 산업단지 내 급식소들이 관할 규청에 허가를 받지 않고 영업을 하거나 유통기한이 표기되지 않은 불량 식자재를 이용해 음식을 만들고, 무허가 급식소가 늘어나고 있어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제언을 해본다. 국가적으로 청년 창업을 장려하기 위해서 푸드트럭을 합법화하였다. 그러나 푸드트럭 창업자들은 법적요건은 모두 갖추어 있지만 영업장소가 공원이나 지자체가 정한 곳으로 되어있다. 주말이나 되어야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장소에 대한 실효성이 떨어진다. 하지만 서울 외의 타 지자체는 소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는듯하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점심 식사시간 등 이용객들의 편의를 위해 도심에서도 영업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가해준 경우도 있다. 우리도 산단의 근로자들의 건강과 편의를 해결함과 동시에 청년창업으로 시작한 푸드트럭업체들의 상생을 기대해보는 것은 어떨까? 상생을 위해 여러 가지의 고민과 검토는 필요하겠지만 산업단지 근로자들과 청년창업자들을 위해 부딪히는 부분도 많겠지만 의미 있는 일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인천이 300만 시대에 고민해야 하는 것은 민생이다. 인천의 시민들이 법의 잣대로 단속되거나 처벌을 받기 전에 왜 그런 일들이 일어나야만 하는지 법으로 처벌하기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있는지 고민하는 인천이길 바라본다. 연말을 보내는 산업단지의 근로자들이 따뜻한 밥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2017년을 기대해본다. 전경희 인천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삶과 종교] 한 해를 마무리하며

한 해를 마감하는 시간이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분주했지만 보람 있는 한 해였다. 상반기에는 불교계간지에 불교문헌 번역에 관한 특집을 맡아 진행했고 6월에 개최한 달라이라마 방한추진회 주최 국제포럼을 기획하여 총괄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름 이후로는 지난 몇 년간 연구했던 과제들을 몇 편의 논문으로 정리해서 발표하면서 문화원을 개원했고, 지난 12월 초 은유스토리텔링에 관한 이론과 사례를 정리한 은유와 마음을 발간했다. 책을 마무리할 즈음에 세웠던 계획들은 한 달이 지난 지금, 늘 그렇듯이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12월에는 한가하게 미뤄둔 글도 쓰고 독서도 하면서 신년설계를 하려고 했건만 그 시간들은 누적된 피로와 감기, 그리고 연속되는 위원회 회의로 채워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것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알고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또 다른 고비가 오듯이 연구도 하나의 과제를 마무리하면 거기서 발견된 새로운 과제를 가지고 새로운 연구가 시작된다. 출판과 교육은 지식의 보급과 확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내 경우에는 상담과 법회도 중요한 통로가 된다. 내 인식의 확장이 곧바로 내가 만나는 평범한 불자들의 고민 및 현실적인 고통과 연결되어 전환의 계기가 될 때 기쁨은 배가된다. 그런데 개인의 삶에서 보면 반복되는 실수와 잘못이 많다. 늘 하던 패턴대로 동일한 실수를 반복하거나 같은 문제를 발생시킨다. 최근 사람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며 늘 하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을 깨닫고 크게 뉘우친 바가 있다. 불교에서는 번뇌를 없애는 것보다 오랜 세월 묵은 습관을 바꾸는 일이 더 어렵다고 한다. 개인만 아니라 한 사회, 나아가 한 문명도 반복되는 습관이 있다. 나쁜 습관은 결국 그 사회, 그 문명이 파멸하는 원인이 된다. 좋은 습관조차도 시간의 흐름과 함께 현실에 맞지 않으면 문제가 되고, 그 역시 파멸의 원인이 된다. 하나의 고비를 통하여 문제의 원인에 대한 이해와 그 해결 방식의 터득, 그리고 인식의 확장이 일어나야 새로운 단계로 진입할 수 있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않는 민족에게는 현상의 유지는 고사하고 퇴보와 굴종만 있을 뿐이다. 동시에 반복되는 실수와 문제들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굳은 의지도 필요하다. 원천적인 혁신을 위해 환골탈태하는 노력이 우리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필요한 때이다. 명법 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신나는 힙합에 감미로운 발라드까지… 특별한 크리스마스 파티

경기일보가 크리스마스를 맞아 특별한 콘서트를 준비했다. 오는 22~23일 수원실내체육관서 소울스테이션 콘서트와 크리스마스 발라드가 열린다. 22일 오후8시에 막을 여는 소울스테이션 콘서트에는 힙합스타들이 총출동한다. 다이나믹 듀오, 크러쉬, 씨잼, 넉살, 던밀스 등이 출연, 뜨거운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한국 힙합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다이나믹 듀오 멤버 최자와 개코는 관객들의 흥을 책임진다. 미국, 유럽 등에서 투어공연을 펼친 크러쉬는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밀라노, 영국 런던 공연에서 모두 매진을 기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크러쉬는 수원에서도 열정적인 무대를 보여줄 예정이다. 넉살은 재즈 리듬에 진심 어린 가사들을 조화시켜 마니아 팬이 많은 래퍼다. 이번 공연서도 독창적인 가사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수원 출신 래퍼 던밀스는 지난 7월 앨범 미래를 발매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다양한 레퍼토리의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다. 다음날인 23일에는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감미로운 발라드가 이어진다. 한동근, 볼빨간사춘기, 유승우, 스웨덴세탁소, 임슬옹 등이 준비한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끌며 최근 ‘이 소설의 끝을 다시 써보려 해’를 발표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한동근이 애절한 발라드로 무대를 채운다.여성 보컬과 래퍼로 구성된 볼빨간사춘기는 KBS복면가왕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공연서도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인다. 슈퍼스타K에 출연해 많은 사랑을 받으며 가수로 데뷔한 유승우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으로 무대를 달굴 예정이다.여성 2인조인 스웨덴세탁소도 크리스마스에 어울리는 캐럴을 비롯해 애틋한 곡들을 부른다.2AM 멤버로 활약하며 가창력을 인정 받은 가수 임슬옹은 솔로 활동으로 제2의 가수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번 콘서트서 노련한 가창력과 힘 있는 발라드 곡으로 무대를 꾸민다.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 힙합과 발라드를 아우르는 이번 콘서트는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예정이다. 손의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