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파티 하고 싶어요” 김영란법 때문에 상처받는 동심

“공정한 사회 구현도 좋지만 멍든 동심은 누가 책임져 줍니까” 올해 여섯 살인 지은이(가명)는 얼마 전 어린이집 소풍을 갔다가 서러움에 복받쳐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고마운 마음을 가졌던 담임 선생님께 음료수 한 캔을 건넸다가, 선생님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자 서운한 감정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은이 어머니 H씨(40ㆍ안양 만안구)는 “아이가 소풍 가서 좋아하는 선생님께 드릴 음료수를 사달라고 며칠 동안 졸랐다”면서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아이가 선생님에게 음료수 하나도 주지 못하니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 변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수원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섯 살배기 혜선이(가명)는 앞으로 원내에서 생일잔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 평소 생일잔치에서 좋아하는 터닝메카드 케이크를 앞에 놓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친구들의 축하를 받는 것을 기대했는데 그 동심이 여지없이 무너져 내린 까닭이다. 금품 수수나 부정청탁이 근절되는 등 투명한 사회 구현을 위해 시행된 일명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이 아이들의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 그동안 소풍이면 학부모들이 싸주던 김밥과 음료수 등을 받고 생일날에는 의례 하던 잔치가 정(情)으로 통했지만 이제는 금품수수라는 이름으로 낙인 찍힐까 교사들이 잔뜩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법 시행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아이들의 동심까지 파괴하는 등 너무 각박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ㆍ학부모 사이에 작은 간식이라도 건네는 것은 금품수수에 해당, 위법이 된다. 또 어린이집 생일잔치에서 학부모가 가지고 온 케이크나 간식 등을 아이들끼리 먹는 건 관계 없지만 이를 교사가 먹는다면 이 또한 위법 사항에 해당한다. 이 같은 법 조항이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현장에도 적용되면서 운동회나 체험학습을 앞둔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여교사 S씨는 “얼마 전 체험학습을 앞두고 가슴을 졸여야 했다”면서 “혹시 아이들이 과자라도 건네면 계속 거절해야 하는 탓에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면 어쩌나 싶어 며칠째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라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과잉해석된 것이라며 교사들에게 판단의 여지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숙 유아교육학 박사는 “교사에게 특별히 잘 보이기 위해 전하는 것들은 지양해야 하지만 무조건 교사한테는 아무것도 줘서는 안 된다는 건 과잉해석처럼 보인다”며 “아이들이 먹는 것 등을 교사와 나누는 걸 금지하기보다는 교사가 교육적으로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지금은 법 시행 초기라 기존 관행과 맞지 않는 부분에서 국민이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지만 점차 법이 자리를 잡아가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선엽기자

‘기부채납 자산’ 헐값에 판 오케이센터개발

인천아트센터가 송도국제도시 내 내년 개관을 앞둔 가운데, 인천아트센터 운영비를 지원하려고 설립된 오케이센터개발㈜ 측이 인천시에 기부채납해야 하는 자산을 헐값에 매각해 수십억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강호 시의원(더민주·남동3)은 20일 열린 제236회 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오케이센터개발 측이 지난 2월 감정가격 214억원의 송도 오피스텔을 159억원에 매각, 55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자초했다”라고 지적하며 “오케이센터개발 측은 매수자 자금조달에 따른 수수료와 이자 등 금융비용까지 부담하는 이상한 계약을 체결해 추가 손해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내년 상반기 정식 개관을 앞둔 인천아트센터의 운영비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인 오케이센터개발㈜는 송도에 호텔과 오피스텔,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해 그 수익금을 인천아트센터에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들은 지난 2월 감정가액이 214억원인 108실 규모의 오피스텔을 감정가액의 74.3% 수준인 159억원에 ㈜아트윈에 매각, 논란이 일고 있다. ㈜아트원은 지난 2월19일 자본금 1천만원으로 설립된 지 불과 나흘 만에 수의계약으로 오피스텔 및 상가를 매입, 부가세 등을 제외하고 50억원 가량의 차익을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의원은 “분양대행사 공모과정도 없이 분양경험이 전무한 신생법인과 수의계약방식으로 매각계약을 체결하고 감정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매각한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시가 나서서 이상한 계약과정을 철저히 조사해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 시장은 “당시 부동산 경기가 침체여서 적정가를 찾기 어려웠다는 보고를 받았다”라며 “과정상에 문제가 있었다면 철저하게 규명하고 조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 오케이센터개발 측은 이날 해명자료를 내고 “분양 대행 관련사 여러곳에 공식 제안서를 보냈지만 당시 참여업체가 한곳에 불과했다”며 “감정가는 오피스텔 분양성과 상품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금액으로 해당 오피스텔은 준공 후 미분양 상태에서 분양하게 돼 불리한 여건이였고 580억원에 달하는 미지급 공사비 해결과 신속 분양이 가능한 적정 분양가를 159억원 수준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양광범·권오석기자

경기도내 출자출연기관, 아직도 절반 이상이 임금피크제 미도입

내년 1월1일부터 300인 미만 지방출자ㆍ출연기관에 임금피크제가 전면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경기도내 출자ㆍ출연기관의 절반 이상이 아직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이에 경기도는 이번 달까지 임금피크제를 모두 도입할 수 있도록 기관을 독려하는 한편 다음 달부터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임금 동결’ 등의 페널티를 줄 예정이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행정자치부는 오는 2017년부터 300인 미만(상시근로자 10인 미만 제외) 지방출자ㆍ출연기관에 임금피크제를 전면 시행할 방침이다. 그러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할 도내 46개 출자ㆍ출연기관 중 절반이 넘는 25곳(54.3%)이 여전히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시의 경우 4개의 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함에도 아직 단 1곳도 도입하지 않고 있으며, 과천(1개 기관)·양평(1개 기관)·평택(3개 기관)·하남(1개 기관) 역시 도입률이 0%인 상황이다. 이 외에도 성남(4개 기관)은 25%, 화성(3개 기관)은 33%의 도입률을 보이고 있으며 고양(4개 기관)과 안양(4개 기관)·오산(2개 기관)·의정부(2개 기관) 역시 도입률이 50%에 불과하다. 이에 도는 이번 달까지 모든 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독려해 나가는 한편 행정자치부의 방침에 따라 다음 달부터는 임금피크제 미도입 기관을 대상으로 임금인상률 단계적 제한의 페널티를 부과할 계획이다. 연내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는 경영평가 감점(-2점) 및 임금인상 동결 등의 페널티가 부과된다. 도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기관마다 노조 등 직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임금피크제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이 커 아직 도입률이 저조하다”며 “시ㆍ군 관계자들과 이달 안까지 모든 기관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협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

광명시흥 테크노밸리 道, 2022년까지 조성

오는 2022년까지 광명시 가학동, 시흥시 논곡동과 무지내동 등 3개 동 일대에 축구장 300여 개 규모의 대형 첨단단지가 조성된다. 경기도는 21일 남경필 경기지사와 양기대 광명시장, 류호열 시흥 부시장,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최금식 경기도시공사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가칭)광명시흥 테크노밸리 조성사업’ 업무협약을 체결한다고 20일 밝혔다. 광명시흥테크노밸리는 사업비 1조 7천524억 원을 투입해 부지 205만 7천㎡에 조성하는 것으로 경기도시공사가 개발을 맡은 첨단R&D단지(49만 4천㎡)와 주거문화단지(28만 6천㎡), LH가 개발을 맡은 일반산업단지(98만 8천㎡), 물류유통단지(28만 9천㎡) 등 4개 구역으로 오는 2022년께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도는 광명시흥테크노밸리에 친환경 자동차 연구단지와 레포츠 산업 등 미래형 유망산업은 물론 기계, 자동차 부품 등 지역기반산업을 유치할 계획이며 한·중 R&D 공동협력창구로 특화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배후단지인 주거문화단지는 주거와 일자리가 연계된 스마트시티 단지로 오는 2023년까지 개발된다. 도는 휴식과 문화, 엔터테인먼트 등의 지원시설은 물론, 단지 내에 트램(노면전차)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을 설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LH가 조성할 예정인 일반산업단지는 2022년까지 첨단R&D단지와 연계해 히든 챔피언을 발굴하는 강소기업 육성단지로 조성된다. 물류유통단지는 외곽순환도로 등 7개 고속도로와 KTX 광명역과 신안산선 등 3개 철도를 갖춘 광명·시흥지역의 교통 환경을 활용할 수 있어 성장이 기대된다. 도와 LH는 이곳에 중소업체 지원을 위한 공공물류유통센터, 온라인 유통 위주의 물류시설, 고객 체험형 고품질 생활용품단지 등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도는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조성으로 2천200개 기업 유치를 통한 9만 6천497개의 일자리 창출과 생산유발 3조 739억 원, 1조 82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광명시흥 지역은 오랜 규제와 국책사업 취소로 지역침체가 지속됐지만 이제는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 청년들이 모여드는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으로 거듭나 경기도 리빌딩의 새로운 축이 될 것”이라며 “특히 도는 광명시흥테크노밸리 조성으로 남부 판교테크노밸리와, 경기북부에 추진 중인 일산테크노밸리에 이어 서부권에도 첨단단지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김영란법 과잉 해석에 ‘상처받는 동심’

“공정한 사회 구현도 좋지만 멍든 동심은 누가 책임져 줍니까”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 다니는 네 살배기 건형이(가명)는 앞으로 생일잔치를 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 매달 한 번씩 하는 생일잔치에는 좋아하는 터닝메카드 케이크나 타요 케이크에 초를 꼽아놓고 친구들과 모여 불도 끄고, 과자와 주스도 함께 나눠 먹으며 친구의 생일을 축하해주기에,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기 때문이다. 건형이에게 생일잔치는 일종의 파티였다. 입을 크게 벌리고 활짝 웃으며 사진도 찍고, 집에서 가져온 선물도 친구에게 주는 파티였다. 그 동심이 여지없이 무너졌다. 올해 여섯 살인 지은이(가명)는 얼마 전 어린이집 소풍을 갔다가 서러움에 복받쳐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평소 고마운 마음을 가졌던 담임 선생님께 음료수 한 캔을 건넸다가, 선생님이 ‘절대 받을 수 없다’고 거절하자 서운한 감정이 폭발했기 때문이다. 지은이 어머니 A씨(40·안양 만안구)는 “아이가 소풍 가서 좋아하는 선생님께 드릴 음료수를 사달라고 며칠 동안 졸랐다”면서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으로 아이가 선생님에게 음료수 하나도 주지 못하니, 세상이 너무 각박하게 변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품 수수나 부정청탁이 근절되는 등 투명한 사회 구현을 위해 시행된 일명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 등에 관한 법률)이 아이들의 동심을 멍들게 하고 있다.그동안 소풍이면 학부모들이 싸주던 김밥과 음료수 등을 받고, 생일날이면 의례 하던 잔치가 정으로 통용됐지만, 이제는 금품수수라는 이름으로 낙인 찍힐까 교사들이 잔뜩 움츠러들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법 시행 취지엔 동의하지만, 아이들의 동심까지 파괴하는 등 너무 각박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 작은 간식이라도 건네는 것은 금품수수에 해당, 위법이 된다. 또 어린이집 생일잔치에서 학부모가 가지고 온 케이크나 간식 등을 아이들끼리 먹는 건 관계 없지만, 이를 교사가 먹는다면 이 또한 위법 사항에 해당한다. 이 같은 법 조항이 어린이집뿐만 아니라 일선 학교 현장에도 적용되면서 운동회나 체험학습을 앞둔 교사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여교사 B씨는 “얼마 전 체험학습을 앞두고 가슴을 졸여야 했다”면서 “혹시 아이들이 과자라도 건네면 계속 거절해야 하는 탓에 아이들에게 상처가 되면 어쩌나 싶어 며칠째 신경이 곤두섰기 때문”이라고 답답해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과잉해석된 것이라며 교사들에게 판단의 여지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희숙 유아교육학 박사는 “교사에게 특별히 잘 보이기 위해 전하는 것들은 지양해야 하지만, 무조건 교사한테는 아무것도 줘서는 안 된다는 건 과잉해석처럼 보인다”며 “아이들이 먹는 것 등을 교사와 나누는 걸 금지하기보다는 교사가 교육적으로 적절히 판단 할 수 있는 여지를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 관계자는 “지금은 법 시행 초기라 기존 관행과 맞지 않는 부분에서 국민이 혼란스럽게 느끼고 있지만, 점차 법이 자리를 잡아가면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박연선유선엽기자

[1일 현장체험] 성우 도전기

쉬워보였다. 팝콘 한 그릇 가득 튀겨놓고 배 깔고 누워 보는 애니메이션 속 성우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내는 그들의 목소리는 언제나 신비로웠다. 한편으론 까짓 해야 흉내 내는 일이 뭐가 어려울 성싶어 시큰둥하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며 이야기를 알아들을 만큼 자라자 다양한 ‘소리’에 눈을 빛내며 물개박수를 보냈다. 그래서 때론 돈키호테가 되어 악당을 물리치며 고함을 치고, 인어공주가 되어 물거품으로 사라지며 왕자를 그리워하기도, 오누이가 돼 어흥 사자가 쫓아오는 긴박함을 제스처와 함께 처리해야 했다. 그야말로 내 아이를 위한 맞춤형 ‘聲優’가 된 것. 세상의 모든 부모는 자녀의 상상력의 키(key)를 갖고 있다. 부모가 노력하는 만큼 아이들의 키는 한 뼘씩 자란다. 특히 상상력의 시발점인 스토리텔링은 잘하든 못하든 부모의 역할이고, 할수록 욕심 나는 대목이다. 그래서 일일체험에 주저 없이 애니메이션 더빙을 주제로 성우에 도전했다. 때마침 수원청소년육성재단(이사장 김영규) 산하 수원영상미디어센터(센터장 김노경)에서 지난 15일 ‘가족과 함께하는 만화더빙’ 강좌가 열린다는 소식에 선뜻 도전장을 내밀었다. ■ 더빙의 기본은 발성! 연습 또 연습 사실 성우역할을 기대하고 갔지만 발성·호흡연습부터 해야한다는 루아(김은경·클엔터테인먼트 연기 강사) 성우 강사(30)의 설명엔 갸우뚱했다. “하체는 어깨너비로 벌려 고정하고 상체는 자유롭게 해줘야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자 모두 일어서서 아, 에, 이, 오, 우를 따라하세요” 이날 강좌에 참가한 인원은 총 10여 명. 처음 보는 얼굴들인데 배에 힘을 주고 목소리를 뽑기엔 민망했지만, 루아 강사의 오더대로 주뼛거리며 일어선 기자와 가족 수강생들은 엉덩이에 힘을 주고 배를 누르며 발성연습에 몰두했다.다음은 문장연습. “중앙청 창살은 쌍창살이고, 시청의 창살은 외창살이다”는 눈으로는 한 문장이었지만 강약에 리듬까지 살려야한다는 강사의 주문대로 안 되고 꼬이기만 했다. 루아 강사는 시종일관 자신감과 배포를 주문했다. “힘없이 작은 목소리는 듣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유쾌하지 않아요. 특히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는 살아숨쉬는 인물로서 감정을 최대한 이입하려면 적극적이고 당찬 보이스가 필요합니다” ■ 애니메이션 ‘맥스터핀스’ 발랄 캐릭터 스터피役 홀릭 10명의 가족 수강생은 이날 3팀으로 나눠 미국 Disney Channel의 TV만화 ‘꼬마의사 맥스터핀스(Doc McStuffins)’의 사랑스러운 캐릭터인 닥 맥스터핀스, 핼리, 래미, 스터피, 칠리, 브론티, 후치 역할을 각각 맡았다.꼬마의사 맥스터핀스는 아프거나 고장 난 장난감을 전문으로 치료해주는 꼬마의사와 주위의 장난감 캐릭터의 일상을 그린 TV만화다. 기자는 평소 발랄·경쾌한 보이스이기에 주저 없이 꼬마 공룡이자 악동 이미지의 스터피를 맡았다. 이날 강의에 함께한 초등·중등 학생들도 엄마·아빠와 상의를 하며 캐릭터를 분석하고 자신이 소화할 역할을 두루 살폈다. 이어 영상으로 캐릭터를 분석하며 자신의 역할을 체크하는 등장인물 분석시간이 됐다. 연기할 장면은 #37-1:납작해진 교수님(professor pancake). 영어 원어로 전개되는 장면은 귀엽고 아기자기했다. 솜뭉치를 들고 7명의 캐릭터가 눈싸움하는 씬에 이어 후치라는 부엉이 교수님이 장난감 상자에 깔려 납작해져 치료하는 장면이 외울 새도 없이 쓱쓱 지나쳤다. ■ 리딩 연습 반복했건만… 본녹음 ‘실수 연발’ 기자는 자신감은 누구보다 자신 있었건만. 막상 스튜디오 녹음실 안 마이크 앞에 서자 머리가 하얗게 비었다. 사각형 문으로 루아 강사가 큐사인을 보내면 영상이 화면을 통해 나오고 곧바로 녹음이다. “용감한 푸른 용은 캠핑을 좋아하지. 방에서 해도 캠핑은 캠핑이니까”. 연기의 처음을 맡은 기자는 마이크에 숨을 불어넣으며 스터피가 되려 노력했지만 결국 스크린엔 스터피 대신 칠리가 등장했다. 순식간에 대사를 놓친 것.이어 마이크 불이 꺼지고 “다시 갈게요”라는 루아 강사의 말만 메아리쳤다. 다른 수강생의 눈치를 받으며 이어진 녹음. 이번엔 무사히 넘어갔지만, 긴장을 곧추세우며 10여 회의 대사를 무사히 끝냈다. 등줄기에 땀이 찬 것도 그때야 알았다. ■ 엄마·아빠·자녀 함께 ‘라이브 더빙’ 훈훈 프리랜서로 더빙·방송연기 등 10여 년 넘게 각종 방송 분야서 활약 중인 루아씨(성우 강사)는 “2년여 정도 수원청소년영상미디어센터와 인연을 맺고 유아·가족 단위 더빙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늘 참가 가족을 점수로 주자면 상·중·하의 ‘중’을 드립니다”고 평가했다. 보통 성(性)과 나이를 불문하고 캐릭터를 넘나들며 적극성을 높게 평가하지만 오늘 팀은 아무래도 취재 때문인지 다소 소극적이었다는 것. 그렇다면, 기자는 어떤 점수를 받을까? 똑같이 ‘중’. 처음에는 캐릭터 분석에서 약간 헷갈렸지만, 회차를 거듭하며 안정적으로 잡아갔다는 점.그리고 마이크에 대한 겁이 없고 시원하게 뱉는다는 점에선 후한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캐릭터를 치고 들어가야 하는데 연기를 놓친 점, 타 배역과 이중 돼 동시녹음 된 점에선 마이너스를 얻었다. 루아 강사(오른쪽)가 기자를 포함한 수강생의 입 모양을 체크하며 발성연습을 지도하고 있다. 녹음과 평가가 끝나고 큰 딸의 손은 아빠가, 작은딸의 손은 엄마가 나란히 잡고 강연장을 나서는 한 가족의 인터뷰를 땄다. 부인과 두 딸과 함께 더빙체험에 나선 김진현씨(수원 권선동)는 “이 친구(부인)가 미디어센터서 강의를 들어요. 그러다 보니 자주 재단 홈페이지에 들어가는데 이번 만화더빙 체험이 있다기에 초등 3년·5년생 딸들과 함께 듣기로 했죠. 아이들이 평소 하기 어려운 체험을 경험한 특별한 시간이었습니다.특히 실제 스튜디오에서 녹음하는 체험은 어른인 저와 와이프도 성우처럼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더라고요. 하지만 같은 씬의 역할만 바꾸다 보니 지루한 점도 있어요. 다음엔 겨울왕국·짱구는못말려 등 저작권 관여 여부를 떠나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에 온 가족이 함께 도전하고 싶습니다”고 웃음을 띄었다. 소리는 많은 것을 전달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소리 중에 가장 듣고 싶고 행복한 목소리는 바로 엄마·아빠의 목소리다. 아이들을 위해 오늘도 돈키호테·인어공주·콩쥐 팥쥐가 되어 연기력을 검증받는 모든 부모의 목소리에 응원을 보내며 일일 전문 성우체험을 마쳤다. 영상미디어센터를 나서며 체험 내내 애착을 느낀 스터피 목소리로 아이에게 들려줄 동화 이야기에 한껏 들뜬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고 집으로 향했다. 권소영기자사진=전형민기자

음식부터 음악까지 ‘태교의 모든 것’ 내일부터 이틀 간 ‘용인패밀리페스티벌’

여성특별시를 표방하는 용인에서 ‘태교’를 주제로 한 가족 축제가 열린다.‘용인패밀리페스티벌’로 저출산, 핵가족화 시대를 맞아 임신부는 물론,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준비됐다. 올해는 태교와 음식, 책, 음악, 육아 등 5개 주제로 22일과 23일 이틀간 시청광장과 문화예술원 등에서 열린다. 태교 관련 행사로 태교뮤지컬과 임신부합창단의 공연, 임신부 부부왈츠 공연, 가족과 출산을 주제로 한 샌드아트전, 태교특강 등이 진행된다. 음식문화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빅마마로 잘 알려진 이혜정 요리연구가의 태교음식 만들기를 비롯한 태교음식 시연회,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음식체험 등 태교와 관련된 행사가 마련됐다. 문화예술원에서는 임신과 출산, 유아, 교육에 관한 다양한 물품과 정보를 서로 나누는 100개 부스가 운영된다. 용인문화재단의 거리예술가들인 용인버스킨(Busk-人)들의 다채로운 공연도 예정돼 있다. 책과 관련한 행사는 전 문화재청장인 유홍준 교수의 국보순례 특강과 길 위의 헌책방, 추억의 만화방 등 다양한 콘텐츠의 부스도 운영된다. 축제 기간에 광장 곳곳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벤트도 이어진다. 엄마와 아이가 함께 즐기는 공연, 아이에게 쓰는 편지 이벤트 등 가족 간 화합을 다지는 행사가 진행된다. 용인의 대표 관광지에서도 관광지 홍보체험부스를 운영한다. 에버랜드 가상현실(VR)체험관, 한국민속촌 꽃거지 퍼포먼스, 용인대장금파크 드라마체험, 용인자연휴양림의 태명목각체험, 용인시 공예명장 1호 마순관씨의 도예체험 등 관광 용인의 위상을 한자리에 모은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됐다. 용인의 대표 먹을거리 중 하나인 ‘백암순대’도 이번 축제를 통해 순대 길이분야 세계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 음식문화축제 행사에서 진행되는 초대형 백암순대 요리는 100만 용인시민 화합의 장을 위해 마련됐다. 순대만들기는 페스티벌 첫날인 22일 낮 200명의 시민이 시청 잔디광장에서 모여 시작한다. 참가자는 행사 전날까지 150명을 사전 접수하고 당일 현장에서 내빈 포함해 50명이 동참한다. 시는 이날 만든 순대는 쪄서 이틀간 열리는 축제 현장을 찾은 시민들에게 나눠줄 예정이다. 시 관계자는 “태교도시를 지향하는 용인시가 이번 축제를 100만 시민의 화합과 가족이 함께 즐기는 행사로 마련했다”라며 “많은 시민이 맘껏 행사를 즐기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용인=강한수안영국기자

수원 ‘축만제’ 국제 관개시설물 유산 등재

조선 정조시대에 조성돼 ‘서호’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수원 ‘축만제’가 국제 관개시설물 유산으로 등재된다. 20일 수원시에 따르면 축만제는 다음 달 18일 태국에서 열리는 국제관개배수위원회(ICID) 집행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ICID가 지정하는 관개시설물로 지정된다. 우리나라의 관개시설물이 ICID 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축만제가 처음이다. ICID는 관개ㆍ배수ㆍ환경 보전에 대해 새로운 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국제 교류를 강화하고자 1950년에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다. 이 기구는 UN 경제사회이사회 및 유네스코 등의 자문기관 역할을 하고 있다. ICID 관개시설물 유산은 역사ㆍ기술ㆍ사회적으로 가치가 있는 관개시설물을 보호하고자 지난 2012년에 제정됐다.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 있는 축만제는 1799년 수원화성 건립과 함께 축조됐다. 당시 수원화성 동서남북 방향에 만들어진 4개의 저수지 중 하나로, 서쪽에 있어 주로 ‘서호’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지난 2005년 경기도문화재로 등록, 현재는 수원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축만제는 정조 시대 가뭄에 대비한 구휼 대책과 수원화성을 지키는 군사들의 식량과 재원을 제공하는 등 백성들의 식량 생산과 생계에 기여했다. 특히 수원화성이라는 ‘신도시’ 건설의 하나로 조성한다는 혁신적 아이디어와 1831년 항미정 건립으로 조선후기 선비들의 풍류와 전통을 즐기는 장소가 됐다는 역사문화적인 특징이 이번 등재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동아시아권에서는 중국 7건, 일본 13건이 등재됐지만 한국은 등재된 시설물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축만제와 김제 벽골제가 등재되면서 우리나라도 등재 시설물 보유국이 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세계적인 기구로부터 축만제의 가치를 인정받게 돼 기쁘다”면서 “이번 등재가 축만제를 세계에 홍보하고, 수원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릴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관주기자

南 지사-李 교육감 ‘송민순 회고록’ 시각차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19일 이른바 ‘송민순 회고록 파문’과 관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한 것에 대해 당시 통일부장관 자격으로 회의에 참석했던 이재정 교육감이 문 대표의 입장을 적극 대변했다. 남 지사는 20일 교육행정 협의를 위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이재정 도교육감은 남 지사에게 “얼마 전에 친구에게 ‘잊을 만하면 (보도에)나오냐’는 전화를 받았다”고 인사말을 건네면서 시작됐다. 이는 전날 문 전 대표와 관련한 남 지사의 발언을 염두한 것으로 보인다. 이 도교육감이 인사말을 건넨 뒤 남 지사는 “문 전 대표가 나서서 빨리 논란을 종식해야 한다”고 기존 견해를 재차 밝혔다. 이에 이 도교육감이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도교육감은 “UN의 인권결의안이란 것이 권고 사항이고 강제성이 없다. 선언적인 의미”라며 “당시는 찬성하느냐 기권하느냐가 심각한 과제가 아니었다. 정상회담도 하고 6자회담 ‘10·3 합의’도 있었다. 모든 게 순조로웠다”고 기억했다. 또 이 도교육감은 “당시 문 전 대표는 사실상 회의 멤버가 아닐뿐더러 회의장에서도 왔다 갔다 하고 전화도 받았다. 청와대에 수시로 연락해야 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회의에서 자신이 어떤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도교육감은 당시 회의 분위기에 대해 “회의는 대통령 결심을 돕는 장관 협의로, 처음에는 (인권 결의안)찬성이었다가 대세가 기권으로 가서 (모두가)수용했다”며 “그런 것을 회고록에 쓴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관련자들에게 사실 여부를 사전에 확인했다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금은 정치권에 있지도 않은 내 이름이 거론되는데, 미리 양해를 구해야 했지 않은가. 오해가 오해를 낳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떤 얘기를 해도, 진실이라고 말해도 이미 정치싸움이 돼 버렸기 때문에 (새누리당은)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처음부터 아쉬웠던 게 (문 전 대표가)입장을 발표했으면 끝났을 텐데,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까 논란이 계속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도교육감은 “사실 나도 처음에 기억이 안 났다. 돌이켜 보고 홍익표 당시 통일부 정책보좌관에게도 물어보니까 기억이 주섬주섬 모여들어 확인됐다”며 “10년 전 일을 저나 청와대 비서실장이, 자기 책임의 회의도 아니고 정식 멤버도 아닌데 뭐가 중요하다고 기억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최원재기자

道 ‘주민공동시설’ 조성사업 표류

경기도가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공동주택 내 주민공동체 공간 조성사업’이 31개 시ㆍ군의 외면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는 공동주택 내 주민공동시설을 설치할 경우 해당 면적만큼 용적률을 완화해주겠다며 각 시ㆍ군에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을 변경하도록 권고했지만 아직 단 한 곳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 20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웃 간 소통을 통한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공동주택 등에 ‘주민공동시설’ 조성을 권장하고 있다. 주민공동시설은 모임과 동아리 등을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과 공동육아공간, 작은 도서관, 인근 부지를 활용한 공동 텃밭 등 주민을 위한 공간이다. 도는 이러한 주민공동시설을 확대하기 위해 공동주택 지상에 주민공동시설을 조성할 경우 해당 면적만큼 용적률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에 도는 지난 4월 도내 31개 시ㆍ군에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하고 시ㆍ군으로 하여금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을 개정해 주민공동시설만큼의 면적을 용적률에서 완화해 주도록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31개 시ㆍ군 중 단 한 곳도 지구단위계획 시행지침을 개정한 곳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1개 시ㆍ군이 주민공동체 공간의 필요성에 대해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고 공동주택 사업자들 역시 한정된 공동주택의 면적을 할애해 주민공동시설로 사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미 지구단위계획이 완료된 공동주택 사업자들의 경우 얼마 되지 않는 용적률을 늘리기 위해 번거로운 행정절차를 다시 진행하는 것에 대해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각 시·군에 지속적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참여도가 미진한 상황”이라며 “그러나 일부 지자체는 주민공동체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지침 개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는 등 앞으로 주민공동체 공간 조성사업에 참여하는 곳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진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