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부문이 한계에 달했다. 희망을 이야기하기엔 너무 위중한 상황이다.” 대한민국에대한 최진석 서강대 교수(건명원 원장)의진단은 절망, 그 자체다. ‘선진국 따라하기’로성장해 온 우리나라가 더 이상 나아갈 방향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갈 길 잃은 채 신뢰는 사라졌고, 수 십 년째 모든 기관들이 구호처럼 외치는 상상력과 창의력은 도통 발휘되지 않는다. 최 교수의 명확하고 단호한 분석대로라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후퇴’뿐이다. 정녕, 답은 없는가. “낭만스러운 혹은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모두 자신의 삶을 들여다봐야 한다. 의미와 가치를 묻고 반성해야 한다. 각성하고사명을 찾는 사람만이 희망이다.”-지금 한국 사회를 어떻게 판단하는가. ‘아주’ 정체돼 있다. 신뢰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모든 분야가 한계에 달했다. 사회가 발전하는 것은 경제ㆍ사회적 조건과 나아갈 비전이 일치할 때 가능하다. 유례 없는 발전을 기록한 우리나라가 그랬다. 독립한 상황에서 건국이라는 사명이 일치, 나라를 세웠다. 건국 다음에는 나라를 튼튼하게 해야 하는 사회적 조건과 산업화라는 비전이 일치하며 온갖 소음에도 완성할 수 있었다. 산업화의 결과로 도시화, 공업화가 진행됐다. 이 때 농업 중심에서 공업, 농촌 중심에서 도시로 주도 세력이 바뀌면서 계급 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했다. 그것이 곧 민주화다. 우리나라가 여기까지는 해냈다. 많은 선례를 따라하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이제 도래해야 할 단계가 ‘선진화’인데, 비전 설정조차 못하고 있다. 선진화는 추상적인 단계로 구체적인 모델 없이 창의적인 새 길을 찾아야 하는데 길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몇십 년째 정치인은 하던 소리만 계속 하며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교육은 길을 잃었다. 법조인도 제 기능을 못한다. 문제는 국제 경쟁 안에서 이런 정체는 바로 후퇴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더 큰 어려움에 봉착할 것이다. -선진화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 선진국은 앞서 가고 후진국은 뒤따라간다는 차이가 있다. 앞서 가려면 선도력이 있어야 한다. 한글처럼 우리가 시작한 그 무엇 또는 새로 만드는 능력이 선도력이다. 이 선도력을 가지려면 불편한 무엇을 발견해서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것이 탄생하지 않겠는가. 선진국에는 질문이, 중진국이나 후진국에는 대답이 많다. 대답은 있는 지식을 누가 요구할 때 다시 뱉어내는 것이다. 대답할 때 인간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과 이론이 지나가는 통로, 중간역일 뿐이다. 이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선진국이 되려면 선도력을 가져야 하고, 선도하려면 새로움을 꿈꿔야 하고 새로움을 꿈꾸기 위해서는 질문해야 한다. -정치인과 언론인 등 사회 각계각층은 어떻게 바꿔야 하나. 일단 정치인은 왜 정치를 하는지 본질적인 반성을 해야 한다. 자기 패거리들의 논리에 의한 반성이 아니라 ‘내가 죽기 전에 완수해야 할 나만의 고유한 사명’ 등 근본적인 물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 질문과 반성 후에도 다시 태어나기 어렵다면 지금의 정치인은 다 사라지고 새로운 정치인으로 채워지든지…. 지금의 정치인들에게 뭘 기대할 수 있을까. 언론은 또 어떠한가. 사회가 나아갈 새로운 빛을 발견하고 그 빛을 향해 말의 논조를 구성해내는 게 언론 아닌가. 언론도 천편일률적으로 집단화 되었다. 한마디로 낡았다. 회의적이다. 희망을 얘기하기엔 상황이 너무 위중하다. -암울하다. 그 때문인지, 많은 중산층과 가정을 꾸린 30~40대는 이민을 고민한다. 북한산에서 등산객 무리를 봤다. 세월호 사건을 두고 ‘지켜야 할 규정이 수백 가지인데 그 중 네댓 개만 지켰어도 그 정도 사고는 안났다’고 이야기했다. 정작 자신들은 계곡으로 내려가지 말라는 규정이 붙어 있는 난간을 넘어가서 맥주를 마시고 등산로에 진입한 사람들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기는 잘하고 있는데 남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남 탓만 한다. 자기 책임성 없이,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돌린다. 정치인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다. 그런 정치인을 뽑아 놓고 욕한다. 이민을 고민하기보다 각자, 모두 삶의 의미와 가치를 심층적으로 따져 묻고 반성해야 한다. -취직 못해 힘들어하는 청춘들에게 질문하고 사명을 발견하라는 것이 너무나 낭만적인, 먼 나라 이야기로 들릴 것 같다. ‘어디에 취직할까’라는 물음보다 먼저 ‘나는 누구인가’ 혹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각성을 통해 이뤄진 취직과 그렇지 않은 취직은 그 개인의 삶을 전혀 다르게 만든다. ‘직’은 자기가 맡은 역할이고, ‘업’은 사명 혹은 자아실현을 의미한다. 직업의 개념은 그 역할을 통해 자기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각성 없이 직만 가진 것이 대부분이다. 직업인이 아니라 직장인이다. 그래서 행복하지가 않다. 휴일에는 자신으로 존재하지만 일에서는 자기가 자각되지 않는 이유다. 물론 어렵다. 보이지 않는 미래가 불안하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찾고, 해야 한다. 온전한 자기 충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직과 업이 분리된 사람들로 채워진 사회는 무르다. 내가 누구인지 근본적인 질문을 계속 던지고, 반성하고, 자기 삶을 완성하려는 사람은 부패에 빠지지 않고 돈 몇 푼에 영혼을 팔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로 채워져야 조직과 사회와 나라가 튼튼해진다. 우리나라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드러날 것이다. 정말 잘 뽑아야 한다. 하던 소리만 계속 하는 사람은 피해라. 조국과 민족의 나아갈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 비전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전략적인 비전이어야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인문학 열풍’이 한창이다. 선진화 비전을 세울 토대가 될 수 있을까. 인문학 열풍이 불고 철학이 회자되는 이유는 선진국, 그 레벨에 맞는 시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문학적 지식을 갖추는 것을 인문학을 하는 걸로 착각하는 게 문제다. 인문학의 목적은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인문적 시선을 작동시키며 사는 것이다. 지금의 인문학 열풍을 한단계 더 높이 끌고 올라 가야한다. -지난해 인문학 아카데미 ‘건명원’을 설립한 이유인가. 지금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은 각성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느냐다. 그런 의식을 가진 사람을 배출하고자 한다.나라의 새로운 비전을 고민하고 사회를 어떻게 이뤄나갈지 질문하는, 그 과정에서 자기 책임성과 사명을 스스로 발견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지 않을 내면을 건설하고, 그 벽을 넘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반역자 같은 인문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건명원의 뜻이다. -강조하고 싶은 깨달음이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면 짧은 명상을 한다. 그 때 생각한다. ‘난 곧 죽는다.’ 누구나 죽는다. 진리다. 순간순간, 그 하루하루가 삶을 결정한다. 내가 맞이하는 모든 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는 사라졌고 불안해하는 미래는 오지도 않았다. 다음에 할 일 때문에 지금 할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있다. 미래는 현재를 축적해 열리는 것이다. 미래는 결국 환상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깨닫고, 거기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지금을 봐야 한다. 최진석 교수는…▲현(現) 서강대학교 철학과 교수▲현(現) 건명원 원장▲서강대학교 철학과 졸업(학사/석사)▲베이징대학교 도가철학박사▲저서 인간이 그리는 무늬, 생각하는 힘,노자 인문학, 노자의 목소리로 듣는 도덕경외 다수류설아ㆍ권오석기자
여자친구 은하 신비.
이대호 최지만.
입추 무색한 폭염.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고은 그 꽃 많은 것을 놓치고 사는 시대,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시다. 대학 입시만을 바라보는 청소년은 꽃 같은 인생의 청춘을, 취업 전선에 목매는청년들은 꽃 같은 오늘의 꿈을, 내 집 장만에 허리가 휘는 중장년들은 꽃 같은 새끼들의 미소를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도덕성도 윤리의식도 최소한의 양심도 버려둔 채 앞만 보고내달린다. 얼마나 더 많은 것들을 지나쳐야 할까.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야 비로소 지난 세월 보지못한 그 꽃을 볼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대변환기, 새 시대를 준비하기에 앞서 ‘그 꽃’을 찾아야 할 때다. 수원의 ‘이슬’과 ‘비’와 ‘시냇물 소리’에 흠뻑 빠졌다는 고은 시인에게 묘안을 들어봤다.-수원에 정착한지 4년이다. 어떤 생활을 보내고 있나. 수원의 이슬하고, 수원의 비하고, 수원에 흐르는 시냇물하고, 시냇물가에 있는 수원의 술하고 아주 친해졌다. 광교산의 첫 수확인 무제시편을 시작으로 꾸준히 시를 쓰고 있다. 이달에는 초혼이, 오는 10월에는 장편서사시 처녀가 나온다. -수원으로 이사하면서 지역 예술계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수원과 경기도가 가진 문화ㆍ예술계의 한계는 없나. 나의 수원시대는 내 시의 말기를 감당하게 된다. 어디에나 지역의 한계는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행위에서 중앙과 민방을 나누는 일은 지극히 천만 차다. 작가에게는 그가 있는 곳이 중앙이고 시야에서 가장 뜨거운 공간이 변방이다. 진리는 늘 변방에서 태어난다. -굴곡진 한국 현대사를 함께했다. 그 과정에서 위기와 방황의 순간도 있었는데. 자기의 동시대는 자기 자신만의 삶을 이루는 시대가 아니다. 그 시대 속의 전체가 어우러지는 삶의 총체이다. 나는 그런 시간의 총체에 속해 있는 내 삶에서 나만의 얼굴을 거울 속에서 볼 수 없다. 나는 나이자 타자들이기도 하다. 나의 연대기란 1930년대 전반 식민지 체제가 한층 더 공고해진 시기에 그 기원을 둔다. 바로 만주 사변, 중일 전쟁으로 이어진 한반도의 식민지 체제는 전시병참기지이자 병력ㆍ화력의 제2전선이 된다. 태평양전쟁은 미국ㆍ영국에 대한 일본의 기습작전으로 확대된다. 그야말로 세계대전이다. 이 전쟁 후 해방된 조국은 곧 분단의 산야가 되었다. 기어이 1950년 한국전쟁이 동서냉전과 열전의 핵심적인 사태로 발전한다. 식민지로 굶주렸고 분단과 전쟁으로 죽었다. 몇 백만 명이 3년 미만의 전쟁에서 죽었다. 거기서 살아남았다. 그 뒤의 독재를 지나 무엇 하나 역사 청산이 없는 상태의 할 일 많은 오늘에 이르렀다. 극복으로 살아온 것이 아니다. 시대 속에서 정신의 내성이 생겨난 것이다. 위기는 의지를 낳는다. 방향은 지향을 낳는다. -요즘은 많은 것을 쉽게 포기하고 절망한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인가. 그동안 이뤄 놓은 실적을 하나하나 까먹고 있는 것 같다. 노인에게도 청년에게도 한꺼번에 내일이 오기 어려운 사회에서 우리는 민족 전체의 지혜를 결집해야 한다. 수원에는 팔달산이 있고 팔달문이 있다. 다 불러들이고 다 모여서 미래의 공동체를 찾아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많이 힘들어 한다. 말 몇 마디로 넘어갈 수 없는 현실 문제다. 첫째 정치해설을 냉엄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그런 다음 젊은이라는 당사자의 내면에 의지의 충격을 주어야 할 것이다. 젊은이의 문제가 나와 젊은이가 속한 세상에서 변화를 기대한다. -위기가 곧 기회일 수도 있다. 해결책은 무엇일까. 자기 자신으로부터 거품을 걷어낼 것. 공(公)을 삶의 최우선 가치로 섬길 것. 그래야 시가 존재하는 이유에도 가치가 부여될 것이다. -삶에서 시도 빼놓을 수 없다. 시를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나는 시와 삶을 나눌 줄 모른다. 삶이 시이자 시가 곧 삶이다. 시란 인간의 본성이 내는 율동이다. 진부하게 표현하면 영혼의 춤이다. 그래서 나는 시를 장르로서의 문학 안에 가두어 두지 않는다. 시는 소설이나 희곡 등 다른 분야의 하나로 구별될 수 없게 그것은 의미의 윤곽이 무효이다. 나는 1만 편의 시와 1편의 시를 동시적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몇 천 년 동안 신봉되어 온 시학이나 시론들을 지워버린 어떤 백지의 원야에서 오늘 쓰는 시가 태초의 시가 되기를 꿈꾼다. 시를 쓴다는 의미를 내가 우주의 리듬, 우주의 사투리로 우주의 꽃을 피우는 일에 두고 싶다. -현대시가 일본 문학의 모방으로부터 시작됐지만, 지금 한국 문학은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문학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아니다. 어느 곳에 형식을 받아들인 것을 꼭 기억할 필요는 없다. 시 역시 바람에 비유되고 파도에 비유된다. 어디서 오기로 하고 어디로 가기도 한다. 현대서 100년 이상의 한국시는 반드시 세계 각국의 시에 대비할 필요도 없다. 당당한 것이다. 나는 지난 20년간 세계 각국의 초청행사 등 한국의 시나 문학의 성과로 인한 명예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치졸한 자만도 남루한 콤플렉스도 내버려야 한다. -노벨상 후보로 여러 번 올랐는데, 아쉬운 점은 없나. 내 시와 소설들은 28개 국어로 나가 있다. 또 나는 몇 개의 국제 문학상도 받았다. 그러나 너무 상 타령만 하는 우리 사회는 높은 품위의 사회이기를 포기한다. -최근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맨부커상을 받으며 한국 문학의 세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 문학의 전환점을 맞이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환점은 상이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한국문학은 자신의 산을 쌓아 올리고 있다. -특별히 눈여겨보는 후배 문인이 있는가. 아홉 쯤 내 손가락으로 헤아린다. 그들의 이름을 밝히는 일은 싫다. 왜냐하면 그것은 오늘이 지나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문학은 영구불변의 척도를 사절한다. 다만, 그 문학의 생애가 완료된 상태에서만 그 작가의 진면목은 여러 얼굴로 칠해질 것이다. -지난해 파리에서 평화의 시를 낭송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시인으로서 어떤 감정이었나. 지난해는 유네스코가 창립 70년이 되는 해였고 공교롭게도 한반도 광복 역시 70주년이 되었다. 유네스코 파리 본부에서는 2년마다 세계 회원국가 유네스코 대표와 멤버들이 참석하는 정기총회가 열린다. 이 총회 행사의 하나로 분단국가의 시인이 초청받아 세계평화를 위한 자작시를 낭독했다. 본부의 보코바 사무총장과 한국 유네스코 총장 민동석 선생도 열렬하게 이 행사를 추진했다. 그래서 유네스코 대회장에서 각국 대표들과 파리인 800여명의 청중에게 내 시를 들려주었다. 파리의 시인들도 나를 축하하러 왔다. 뜨거운 시간이었다. -통일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이 문제는 1970년 후반 이래 나의 운명적인 주제이기도 하다. 나는 조급한 통일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평화공존의 기간이 그동안의 분단고착의 적대공존기간보다 더 길기를 바란다. 나는 이런 상상의 토대 위에 다연방 통일의 역사를 이룩하고 싶다. 스위스나 말레이시아의 예가 있다. 독일 연방이나 미 합중국의 연방체제도 있다. -남북의 통합 국어사전인 ‘겨레말큰사전’의 편찬사업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진행사항은. 현재는 중단된 상태다. 남과 북이 공동으로 편찬하는 겨레말큰사전은 우리 언어의 원전을 보존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 언어는 세계 13위의 대국어다. 하지만 요즘 대중의 언어는 완전히 파괴돼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될 것으로 보인다. 다시 회복하기도 늦었다고 판단된다. 그런 측면에서 북한에 기대하는 것이 많다. 북한은 아직까지 전통 언어를 많이 보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언어가 굴절된다 하더라도 다시 살려낼 수 있는 근거를 만들 수 있다. -대선이 다가온다. 경제적 외교적으로 대한민국은 전환점에 서 있다. 지도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속지 말아야 한다. 뽑는 자에게 뽑히는 자의 무능과 야만이 돌아오는 것이다. 나는 대선 때마다 후보보다 투표권자의 자질이 걱정된다. 오죽하면 니체가 대의민주주의를 부정했겠는가.고은 시인은…▲1933년 출생▲현대문학에 시봄밤의 말씀 눈길천은사운 등을 추천받아 등단▲1960년 첫 시집피안감성▲1974년 시집 문의 마을에 가서 등100여 권의 시·소설·수필·평론 출간▲現 단국대학교 석좌교수로 재직송시연ㆍ손의연기자
약자가 살기 어려운 세상이다. 여성이나 노인을상대로 ‘묻지 마 폭행’이 빈번하게 일어나는가하면 일부 가정에서는 친부모가 아이들에게 심한 폭행과 폭언을 일삼고 있다. 약자에 대한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사회에서 장애인들이 받는 따가운 시선은 여전하다. IT 강국인 한국에서 스마트폰은 필수 도구가 됐지만 아직도 스마트폰보다 당일 밥 한 끼 걱정이 태산인 소년ㆍ소녀 가장 등 사회적 약자는 우리와 함께 공존한다.하지만 이와 달리 가진 자들이 부정한 돈을챙겼다는 등 각종 비리 소식들은 하루가 멀다고 들린다. 약자와 가진 자들 간에 좁혀지지 않는 불신이 지속되는 이유다. 약자는 가진 자들틈바구니에 끼여 살고자 아등바등한다. 이 같은 냉담한 현실에 “이래서는 안 된다”고 따끔하게 충고하는 이가 있다. ‘시대의 어른’으로 추앙받으며 보수적 신앙인임을 내세우는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79)가 바로 그다. 그에게서 ‘사회가 가야 할 길’을 묻는다. ■ 약자를 위한 사회 손 대표는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사는 것”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사람에 억울함을 주어서는 안된다. 억울함이 없어지려면 시대의 정의가 바로 서야한다”고 했다.이어 “그렇다면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놓이게 된다. 사람들 간에 ‘정의’를 두고 서로 해석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며 “일부에서는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정의를 악용한다.이를 막아야 하는데, 유일한 방법은 법”이라고 답했다. 또 법에 대한 정의에 대해 “법은 독재자나 종교 등 한쪽에 치우친 생각이 아닌 모두의 생각을 담은 것”이라고 정의했다. 즉 “민주주의가 기반이 된 법치가 이상적이다”며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법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법은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흔히들 약자를 지칭할 때 단순히 물리적인 힘이 없는 이를 떠올린다. 하지만 여기서의 약자는 경쟁에 뒤처진 자들, 가진 자들의 행동에 피해 입는 이들까지 모두를 포함한다. 경쟁에 뒤처졌다는 것은 가진 자에게 모든 것을 내 줬다는 의미다”고 했다.이어 “시간이 갈수록 가진 자는 계속해 갖게 되고 약자는 아무것도 갖지 못하게 된다. 빈익빈 부익부다”며 “이에 나부터 개인적으로 약자를 보호하는 데 힘쓴다. 현재 내가 맡은 나눔국민운동본부나 기아대책도 가진 것을 받아 다양한 약자에게 나눔을 행한다”고 했다. ■ 기부가 중요하다 이에 손 대표는 현실에서 할 수 있는 나눔에 대해 “기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올바른 기부란 남는 것을 기부한다는 것이 아닌 ‘아껴서 기부한다’라고 강조하고 싶다”며 “아낀다는 것은 환경오염도 줄이고 소비를 줄일 수 있다. 기부의 정의가 돈 많은 사람들이 가난한 이에게 준다는 의미를 넘어, 모든이가 스스로 아껴 사용해 나의 것을 나눠 준다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물론 아낀다는 것은 자본주의 경제와 대립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자본주의에서는 생산이 활성화돼야 하는데 소비를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서다. 이에 나는 자본주의보다 약자보호를 우선의 가치에 둔다. 둘은 별개의 문제로 인식한다”고 했다. 이어 손 대표는 “기부받는 수혜자 대상을 잘 선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어려운 이에게 베풀어야 한다. 그래야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주려는 동기가 순수할수록 좋다”고 말했다. 특히 기부에서 기업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손 대표는 “우리나라 큰 손들의 기부는 미국과 달리 기업 위주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인 기업가가 해야 한다는 것이다. 빌게이츠, 워렌버핏 등 큰손들의 기부는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다”고 했다.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가가 스스로 하는 기부행위를 쉽게 찾아볼 수 없다”며 “사실 기업이 기부한다는 것은 결국 주주가 기부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 모범이 되고 존경받는 사회적 기업임을 강조하려면 해당 기업 오너의 개인 기부가 중요하다”며 “나는 개인 기부가 기부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기부를 받아들이는 사회적 인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과거 대기업처럼 가진 이들은 보여주기나 생색용 등 일부의 동기는 불순했다”며 기부를 두고 벌어졌던 불순한 행위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이어 “한쪽에서는 ‘동기가 의심스럽다’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그 자체에 질투심을 느끼는 한편 가진이들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것이 현실이다”고 덧붙였다.또 손 대표는 “미숙한 시민의식도 한몫한다”며 “우리의 양심이라는 것이 돕고는 싶은데 하지는 않는, 이 과정에서 양심적 압력을 느낀다. 기부의 순수성을 깎아내려 정당화한다.아마 이는 자신의 양심을 덜 아프게 하려는 방법일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우리 사회가 안고 가야 할 숙제”라고 짧게 답했다. 그러면서 “그럼에도 기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해체 위기에 놓인 가족 공동체 최근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친족 간 살인’이었다. 바깥의 위협에 가족들이 똘똘 뭉쳐 지켜줬던 과거의 모습들이 이제는 쉽게 찾아볼 수 없게 된 것이다.오히려 약한 가족을 보호해야 할 강한 가족들이 오히려 이들을 핍박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손 대표는 “전에 없던 새로운 약자들이 생기고 있다”며 “역사 발전 과정에 부정적 면이 우리 사회에 고스란히 나타난 결과다. 이는 민주주의 사회발전 과정 중 하나란 의미다”고 분석했다. 손 대표는 “과거 가족 중심 사회의 경우 ‘공동체 이탈이 곧 죽음’이었다. 가령 과거 노비는 주인을 두고 절대 도망가지 못했다. 공동체 이탈 자체를 상상치 못했던 것이다”며 “예를 들어 20살 아들의 잘못은 50대 아버지와 어머니가, 50대 아버지의 잘못은 그의 형제나 80대 아버지 등이 관리, 견제해줬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현 사회는 다르다. 오늘의 개인은 공동체보다 자신의 이익 극대화에 중점을 둔다”며 “가족은 핵가족으로 쪼개졌고, 개인주의 성향은 매우 단단해져 가고 있다. 자기의 이익을 좇고 쾌락을 동경하는 시대가 온 것”이라고 비교했다.그러면서 “부부가 싸우는데 경찰이 개입하는 상황을 과거에는 전혀 상상도 못했었다”며 “어쩔 수 없이 공동체 내부에서 행하던 일을 법이 개입해 나설 수밖에 없게 된 상황까지 왔다”며 현실을 개탄했다. 이어 “이는 친족 간 살인에도 적용된다. 예전에는 어른이 갓 태어난 아이를 보호했던 것이 이제는 가족들끼리도 내부적 대결하는 구도까지 간 셈이다”고 분석했다. 대안을 묻자 손 대표는 “자신이 스스로를 알아서 지켜야 한다”며 “공동체에서 견제하던 것을 개인이 알아서 절제하거나조절해야 한다는 의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손대표는 한편으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현대인들은 자신을 지켜야 하는 개인이 절제 능력을 상실했다”며 “과거 공동체에서 견제해 주던 장치가 없는 데다 나도 모르게 쾌락만을 좇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절제력을 잃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한 무절제한 욕망 분출을 크게 경계했다.그는 “일부에서는 ‘인간의 욕망을 분출하는 것이 자유다’라고 주장한다.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행동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스스로 절제를 못 해 결국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치는데, 자유만을 강조하는 것은 얼토당토않은 소리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이와 함께 “더구나 이제는 쾌락만을 좇다 보니 정상적인 범위에서 느끼던 것에 만족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마약에 손을 대고 엽기적 방법으로 다른 욕구를 만족하게 하려 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을 써야 쾌락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현실을 안타깝게 여겼다.결국 ‘공동체 해체→개인 이익 극대화ㆍ개인주의화→쾌락 추구→무절제→상대에 대한 피해’ 로 이어지게 되는 구조며 손 대표는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약자라고 해석했다.■ 교육이 답이다기자는 ‘약자를 보호하는 사회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우선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어떠한가’를 물었다. CCTV가 있고 경찰이 있으며 감사원이 있을 것이다. 이에 손대표는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CCTV를 수배 이상 설치하면 그것을 감시하는 이들을 고용해야 한다. 경찰의 수를 몇 배 늘린다 치자. 그럼 고용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또 이들 경찰을 감시하는 이를 추가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감시하는 이들은 또 어떠한가. 권한을 남용한다.악순환의 반복이다. 부정이 대물림되어 눈덩이처럼 커질 뿐이다. 다시 말해 국민이 피땀 흘려 벌어들인 세금이 결국 세금을 낸 국민을 감시하는 데 쓰이게 되는 셈이다”고 말했다.이에 해결책으로 교육을 제시했다. “약자를 보호하는 강력한 수단은 결국 교육이다”며 “인간 자신에게 절제력을 키워주고 남을 배려해 주는 것을 가르쳐 주며 비겁한 행동에 대해 본능적으로 혐오감을 느끼게끔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부터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을 계속해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마지막으로 손 대표는 “경쟁에 놓인 사회를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한 자는 존재하는데 여기서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이를 쓰러트려야 하는 강박에 놓이게 된다”며 “나 역시 누군가로부터 도태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서로 돕는사회, 약자를 위해주는 사회가 바람직하다”며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법을 논해야 할 때다”라고 말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손봉호 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는…▲1938년 출생▲서울대 영문학 학사▲웨스트민스터신학교 대학원 신학 석사▲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대학원 철학 석·박사▲한국철학회 회장▲동덕여자대학교 총장▲세종문화회관 이사장▲서울문화포럼 대표이사▲서울대 명예교수, 고신대 석좌교수▲나눔국민운동본부 대표, 기아대책 이사장조철오기자
라면값이 15원, 이발비가 25원 하던 시절 라면 먹자고 머리를 자르지 않았다. 그렇게 기른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작가 이외수 이야기다. 그 시대는 그랬다. 라면값도 없을 정도로 어려웠다. 배곯기는일쑤였고, 쓰고 싶은 글도 부르고 싶은 노래도 함부로 부를 수 없는 시절이었다. 하지만 최소한 지금은이발비 아껴 라면 먹는 시대는 벗어났다. 심지어 대통령까지 악성댓글의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시대는 이렇게 변했고 발전했는데, 우리시대 청년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기성세대들은 여전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고 외쳐댄다. 2008년 이외수는 저서 하악하악에서 “세상은 오래전에 타락해버렸고, 낭만이 죽었다는 소문이 전염병처럼 떠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강원도 화천에서 만난 이외수에게 물었다. “여전히 세상은 타락했고, 낭만이 사라졌나요.” 그가 대답했다. “더하면 더했지덜하지 않을 겁니다.” 그에게 물었다. “타락한 세상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나요.” 그가 말했다. “‘인간성 회복’. 그것이 답”이라고.-건강은 어떤가. 좋다. 어제는 밤낚시도 다녀왔다. 물론 5년이 넘어야 안심할 수 있다지만, 현재까지 병원 진단 결과는 양호한 편이다. 항암치료도 8차까지 완료했다. 하지만 아직 항암 후유증이 남아있다. 부작용이 거의 없긴 해도, 손발이 저리거나 손톱이 거칠어지고 각질이 일어나는 증상이다. 보통 일 년 지나면 회복된다는데, 좀 더 있어봐야 알 것 같다. -투병 중에도 SNS를 꾸준히 했다. 암이라고 하는 병이 극복하기 어렵고, 죽음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나와 같은 병과 싸우고 있는 많은 환자, 그분들한테 희망과 용기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항암일기’를 썼다. 가급적이면 긍정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권유하는 데 주력했다. -요즘 이야기를 해보자. 뉴스 보기가 참 괴롭다. 지금의 대한민국, 어떤가. 절망적이다. OECD 중 경제력 12위를 자랑하면서도, 행복지수는 꼴찌다. 여기에 국민자살률 1위, 노인자살률 1위, 청소년 자살률 1위, 자살률 3관왕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여전히 ‘물질의 풍요가 인간을 행복하게 해 준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지성을 가르쳐야 할 대학에서조차 철학과는 취업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없애고 있다. 정부 또한 국민들로 하여금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계속 강요한다. ‘약육강식’이니 ‘생존경쟁’이니 하는 말들은 또 어떠한가. 과연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잡아먹혀야 하는 시대가 인간다운 시대인가. 이건 동물의 왕국에서나 통용되는 말이다. 결국 동물하고 크게 다를 바 없는 가치관으로 산다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이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오죽하면 젊은 친구들이 ‘헬조선’이라고 이야기하겠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을 두고 청년들의 반발심리라고 치부해버리거나, 짜증을 내는 분들이 많은데, 부끄러움을 먼저 알아야 한다. 왜 우리가 젊은 세대들한테 ‘헤븐조선’이 아니라 ‘헬조선’을 물려줬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이제 젊은 세대들은 소중한 것 세 가지와 다섯 가지를 포기한다는 ‘삼포’와 ‘오포’를 넘어 ‘구포’까지 갔다. 인생 전체를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옛날의 청년들은 어땠나. 이렇게 힘들었나. 사실 우리 세대가 여러 가지 면에서 불행한 세대라고 생각해왔다. 정말 불행한 젊음을 보냈다고 절감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약하진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의 젊은이들은 우리 세대보다 좀 나약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군대만 비교해볼까. 나는 복무 3년이었다. 지금은 2년이다. 한 내무반에 보통 30~40명씩 공동생활을 했다. 지금은 보통 한 생활관에 싱글침대 10개가 놓여있다. 거기다 대형TV와 드럼세탁기까지 다 있다. 심지어 병사들이 변기에 비데 안 깔아준다고 아우성치는 정도다. 그런데 정신적으로는 우리 때보다 더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자살률도 훨씬 높고, 관심사병도 많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앓고 있는 정신적인 문제를 심각하다는 얘기다.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가 몸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정신과 영혼을 함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가 조화롭게 어울려야 하는데, 지금의 젊은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시대야 육체적으로 고달팠어도, 정신과 영적으로는 ‘위안거리’가 더 많았는지도 모른다. -그 ‘위안거리’라는 것이 무엇인가. 가령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지금 젊은이들은 책을 즐길 줄 모른다. 즐거움을 가지고 책을 읽는 것이 아니고, 취업을 위해 읽어야 한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즐길 수 있는 자연이었다. 지금의 자연은 필요에 의한 자연이다. 부모님들도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것을 굉장히 중시했던 시대였다. 지금은 어디 그런가. 인간답게 살지 않더라도, 물질의 풍요 속에서 자녀들이 살길 바라지 않는가. -그렇다면 해결점은 무엇인가. 항상 강연 때마다 외치는 것이 있다. 바로 ‘가치관의 수정’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가치관을 수정해야 할 때가 왔다. 오로지 물질의 풍요가 행복과 직결된다는 사고방식을 버리자.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을 가진다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 아니다. 좋은 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차지하고 나라 말아먹는 사람들도 많다.나의 성공에 의해서 나의 이웃과 연계된 사람들이 다 함께 행복해야 되는데, 결국 나의 성공에 의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이 ‘행복한 삶’이고 ‘인간다운 삶’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무궁화삼천리화려강산 아닌가. 굉장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부심을 느낄 요소들이 많다. 한글도 모든 언어학자들이 세계 최고에 못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문화ㆍ예술적 잠재력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랍다. 수 천 년 동안 대한민국이 간직해온 중심 철학인 ‘홍익인간’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자랑할 만하다. 하지만 과연 지금, 대한민국이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런 나라로 존립하고 있는지 반성하고 점검해야 한다. -대선에 대한 질문도 빠질 수 없다. 지난 대선에서 러브콜 많이 받았는데, 중립을 지켰던 이유가 있나. 사실 누구나가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본다. 후보들 모두가 ‘나라가 잘 되길 바라고 국민을 사랑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으니까, 어쨌든 그걸 믿어드리겠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서로가 최대 역량을 발휘해서 국민의 사랑을 받길 바랐다. 나는 정당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기 때문에, 인물 위주로 본다. 그 때 당시 개인적으로 후보들 모두를 잘 알지는 못하는 상태여서 똑같이 대한민국 위해서 노력을 기울여 주십사 말했다. 무엇보다 공통적으로 문화ㆍ예술에 적극적 투자와 관심을 쏟아 주길 약속받았다. 하지만 뜻대로 안 된 것 같다. -다음 대선 주자에게 필요한 덕목을 꼽자면. ‘국민 좀 속이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국민에게 사랑받으려는 대통령보다는 ‘국민을 사랑하는 대통령’이 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 국민들도 각성해야 한다. 너무 많은 공약을 내세우는 정치인들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대국민 약속인데 대국민 사기가 되면 되겠는가. 국민을 상대로 했던 약속들을 지키지 않는 정치인들은 이제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할 때가 됐다. 대한민국 국민을 그렇게 무시하고 깔보는 정치인이 어떻게 정치를 하겠는가. 국민들이 이것을 자각했으면 좋겠다. 상식도 되찾아야 하고, 양심도 되찾아야 하고, 도덕도 되찾아야 하는 시대에 허울 좋은 미래보다는 양심과 도덕을 갖춘 정치인을 찾아내고 밀어주는 그런 시대가 돼야 한다. -작품 계획이 있나. 올해 내 나이가 71이다. 앞으로 더 쓸 여력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다섯 권 정도로 인생 전체를 정리하는 작품, 스스로도 이것이 대표작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작품을 하나 구상 중이다.동양의 오행에 맞춰 나무와 같은 인간형, 불과 같은 인간형, 물과 같은 인간형, 흙과 같은 인간형, 쇠와 같은 인간형을 등장시켜 서로 상생하고 상극하는 관계를 그리고 싶다. 합리적이고 철학적인 소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외수 작가는…△1946년 출생△1972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견습어린이들로 등단△1975년 중편소설 훈장 신인문학상 수상△저서 창작집 겨울나기(1980)를 비롯해 장편소설 꿈꾸는 식물(1981), 황금비늘(1997), 장외인간(2005), 완전변태(2014) 등 다수송시연ㆍ손의연기자
강도상해 사건의 공범이란 누명을 쓰고 재판에 넘겨져 옥살이까지 한 50대 남성이 7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주범이 묘사한 공범과 외모가 다르다는 것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형사11부(성보기 부장판사)는 강도상해 혐의로 기소된 중국 동포 K씨(52)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주범 진술에 따르면 공범은 ‘스포츠형 머리에 새치가 많은 40대 중반의 남성’인데, 당시 피고인이 발급받은 외국인등록증을 보면 외모는 비교적 긴 머리에 흑발”이라며 “최근 법정에서 확인된 피고인의 현재 외모 또한 비교적 긴 머리에 가까이서 봐야 흰 머리카락이 조금 발견될 정도여서 주범 진술과 명백히 다르다”고 판단했다. 또 범행 발생 당시 K씨의 현금인출기 사용 내용이 범행 발생 장소와 전혀 관련없는 곳에서 나오는 점, 주범인 또 다른 K씨(38)의 진술이 수차례 바뀐 데다 “경찰이 K씨의 외국인등록증 사본을 제시하고 이 사람이 공범이니 시인하라고 해서 시인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함께 들었다. 앞서 10년 전부터 한국에서 직장생활 하던 K씨는 지난 2009년 강도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검찰은 2007년 10월 수원의 한 식당 앞 길거리에서 술을 마시던 손님을 주범인 또 다른 K씨(38)와 함께 소주병으로 때려 쓰러트리고 30만원을 빼앗아 달아났다고 주장했다.이후 K씨는 같은 해 3월 결국 강도상해 혐의로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졌으며, K씨를 찾던 검찰이 지난 1월에야 구속했다.수감된 K씨는 결백을 주장, 보석을 신청해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2개월 만에 풀려놨다. 조철오기자
경기일보가 주최ㆍ주관하고 경기도와 광명시, 경기관광공사가 후원한 ‘광명동굴 Summer Festival’이 축제기간 동안 10만 인파가 몰리는 등 대성황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난달 30, 31일 지난 6, 7일 4일간 광명동굴 예술의전당과 야외무대에서 인기 가수들의 콘서트와 국내 대표 와인업체 30여 곳의 120여개 와인이 한자리에 모인 ‘와인로드마켓’ 등 다채로운 행사로 꾸며져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특히 동굴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김세환, 이상우, 신계행 등 인기가수의 콘서트는 동굴에서만 느낄 수 있는 특유의 울림과 소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공연에 앞서 펼쳐진 ‘동굴 속 미디어 파사드 쇼’는 예술의전당 전체를 뒤덮는 웅장하고 화려한 빛의 향연으로 마치 마법을 보는 듯한 환상적인 퍼포먼스로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했다. 이와 함께 밤 9시30분까지 ‘어둠 속 빛의 공연, PID-블랙라이트퍼포먼스’, ‘귀신의 집’ 등 다양한 야간개장 프로그램도 펼쳐져 밤늦도록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등 4일간의 축제 기간동안 10만에 달하는 관람객이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광명=김용주기자
프로축구 수원 삼성이 팬들과 함께 시원한 여름을 즐길 수 있는 ‘빅버드 썸머페스티벌’을 진행한다. 수원은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 속에서도 팬들의 뜨거운 성원과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10일 울산 현대전, 17일 포항 스틸러스전, 20일 전남 드래곤즈전 등 3경기에서 ‘빅버드 썸머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경기 당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야외광장에서는 다양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물풍선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게임과 얼음 위 오래버티기, 물총컬링 등 경기장을 찾는 다양한 계층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이벤트가 열린다.또 각 게임에서 미션을 통해 게임별 미션완료 도장이 수여되며, 도장 개수에 따라 캐리비안베이 이용권, 빅버드 물썰매 수영장, 사인볼, 청백적아대 등 다양한 상품을 증정할 계획이다. 한편, 경기 승리시에는 N석을 향해 시원한 빅버드 물대포를 발사해 팬들의 무더위를 식혀 줄 예정이다.홍완식기자